[사설]수도이전 찬반논거 내놓아라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26분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서울 다이어트론’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서울 공동화론’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논쟁이 가열될수록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충청지역의 주민 등 이해 당사자들은 그들의 주장에 대해 의구심만 쌓이는 것이 사실이다.

노 후보는 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으면서 수도가 옮겨가더라도 50만명 규모가 될 것이기 때문에 서울을 빠져나갈 사람은 그 미만이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수도는 ‘통치의 중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아직도 ‘관(官)’으로 통칭되는 정치와 행정의 비중은 다른 모든 부문을 압도하기 때문에 과연 그 정도 인구만 이전할지 의문이다. 청와대 정부 국회를 옮기면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은 물론 심지어 언론사까지도 근거지를 옮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노 후보는 ‘50만명 미만 이주’의 산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 1000만명이 넘는 서울 인구에서 50만명 정도만 빠져나간다고 해서 서울의 인구과밀 교통난 환경문제가 해결되고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단정하는 근거도 밝혀야 한다. 수도권의 인구가 미세하게 감소하는데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도심 호텔까지의 주행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생각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역시 궁금하다.

이 후보의 서울공동화론도 그렇다. 100만명이 빠져나갈 것이므로 서울의 주택가격이 폭락하고 상권이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은 과연 정밀한가. 노 후보의 주장과는 50만명 차가 나는데 그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파급효과가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심리적 불안정 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말인지 명백하지 않다. 수도 이전시 탈(脫)서울 인구와 서울의 기능 변화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었는지, 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노 후보는 ‘전제 다르고 효과 다른’ 수도 이전 논리의 허점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하고, 이 후보는 당면한 수도권 집중과 지방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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