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경기 부천 원미구 상동 복사골 문화센터 4층. 부천아버지합창단 회원 20명이지휘자 최홍민씨(55)의 지도 아래 ‘우정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부천아버지합창단은 1월 ‘노래를 통해 세상에 사랑을 전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부천지역 30∼50대 아버지들이 모여 만들었다. 단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연습실에 모여 화음을 가다듬고 있다.
“우리나라 아버지들은 많은 짐을 진 채 살고 있어요. 사업이 부도나거나 직장에서 구조조정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해도 ‘가장’이기 때문에 말도 못하고…. 이 같은 고민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합창단을 만들었어요.”
창단 단원은 12명. 이들은 학창시절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아마추어인데다 단원도 적어 화음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단원들은 주머니를 털어 합창단원 모집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걸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나, 자녀의 권유로 나오는 등 동기는 서로 달랐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희망자들이 모여들었다.
원충연씨(44·원미구 중동)는 “노래를 부르다 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며 “단원이 된 뒤 부부간의 사이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합창단은 내년 2월 창단 연주회를 가질 계획. 가족은 물론 직장 동료와 친구 등 주위에서 “노래 실력은 언제 보여줄 것이냐”며 성화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단원들은 현재 ‘사랑으로’ 같은 대중가요와 가곡, 팝, 트로트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중이다. 자녀들을 위해 ‘로봇 태권V’, ‘지구특공대’ 등 만화영화 주제가도 맹연습하고 있다.
창단 연주회 후 대중 앞에 설 자신감과 실력이 갖춰지면 소년소녀가장과 장애인,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 노래를 통한 봉사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017-312-7283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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