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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8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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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적인 정서를 일본 전통시 와카(和歌)로 표현한 단가집. 와카는 31자로 된 짧은 시로, 우리나라의 ‘시조’에 비교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와카를 읽다보면 ‘한 줄의 시에 소설이 담겨있다’는 책의 광고문구가 그리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네 역사와 인생의 질곡을 한 줄의 시에 꽉 차게 담아내고도 모자라 깊은 여운마저 남기기 때문이다.
‘초월하고 모든 것/ 꿰뚫고 피어난 듯/ 예속된 날에도 지금도 피는 꽃’(무궁화)
‘추억을 더듬으며/ 부침개를 지져낸다/ 뛰어난 어머니의 솜씨로’(어머니)
‘그대를 잃고/ 슬픈 노래 부르려고/ 시를 써온 건 아니었네’(그대여)
시인은 79세의 여성. 광복 후 반일 분위기가 팽배했던 시절에 한국인으로 와카 시인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인으로서의 주체성과 일본 정신의 상징 사이에서 갈등했던 그는 이러한 고뇌를 완전히 벗어 버리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6년 전이라고 ‘시인의 글’에서 고백하고 있다. 6년 전 일본 아오모리현에 그의 노래비가 세워진 때였다.
시인은 한일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2000년 한국정부로부터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올해 10월 일본외무성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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