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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6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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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중국 외교부 진입을 시도하던 탈북자들이 경비중이던 인민무장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이 사진은 TV화면을 촬영한 것이라 상태가 좋지 않다. MBC TV 촬영
이번 사태는 탈북자들이 과거처럼 외교 공관에 진입해 중국의 ‘인도주의적 처리 원칙’에 따라 단순히 제3국으로 추방되는 방식이 아니라 경제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에 정면 도전한 성격이 짙어 향후 처리 방향이 주목된다.
탈북자들의 망명은 그동안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외국 공관→한국 공관으로 이어져 오다 이번에 중국 정부기관 진입 시도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이어졌다.
이날 체포된 탈북자들이 외교 공관을 통한 제3국행이라는 ‘안전통로’를 무시하고 굳이 중국 정부청사에 진입하려 한 배경은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외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중국 외교부에 직접적이고 충격적인 방법으로 난민 지위를 요구함으로써 탈북자 문제를 보다 공식화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려 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들은 ‘난민보호신청서’에서 “중국이 헌법 32조와 중국이 1951년 가입한 난민보호협약에 따라 난민의 권리를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밝혔으며 미리 준비한 플래카드에서도 ‘탈북자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탈북자들은 지난해 6월 장길수군 가족의 UNHCR 망명에 이어 올 들어 외국 공관에 대한 기획망명과 5월부터 한국 공관을 통한 새로운 망명 루트를 뚫음으로써 탈북자 문제를 국제 이슈화하려 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측의 운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체포된 탈북자들의 제3국행을 허용할 경우 이들의 난민 지위를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선례를 만들게 된다. 그렇다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이들을 강제 북송하기도 어려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당분간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강경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적 자존심을 손상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데다 체포된 탈북자들의 배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측은 특히 이번 사태를 주도한 ‘자유를 갈망하는 탈북 청년동맹’이라는 단체가 자생적 탈북자 인권단체라고 밝히고 있으나 배후에 한국의 비정부기구(NGO)가 개입됐을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처리를 둘러싼 한중간 협상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NGO 관계자와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호된 검거 선풍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