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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5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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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개최는 뜻밖에 캐낸 보물▼
축구 취재를 시작한지 꼭 50년이 된다. 아직도 현역이라는 생각으로 일한다.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좋아하기 때문에 오늘까지 해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개막식을 보고 싶어 한국을 찾았다. 아시아 제일이라는 서울 상암동 경기장의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서서히 그라운드의 초록빛 잔디가 보이고 곧 스타디움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때 몸안의 피가 끓어 오르고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 또 다시 월드컵의 무대에 올수 있게 돼 잘됐다”는 기쁨. 살아있다는 행복함을 느꼈다고 해도 좋다. 그까짓 축구라고 비웃지 말라. 젊은 시절 몇 번인가 느꼈던 것과는 다른 기쁨이다.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일지도…”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에게 축구는 평생 친구였다.
한국인들은 모두 친절하다. “호텔방이 없다”고 하면 안내를 하는 여자가 땀을 흘리며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걸어준다. “버스정류장이 어디냐”고 물으면 중년 남자가 버스정류장까지 따라와 준다. 광주에서 겨우 찾아낸 호텔은 하룻밤에 5만원(5000엔)이라고 들었는데 여주인은 “그정도까지는 필요없다”고 한다.
지하철을 타면 젊은 남녀나 중년 남자가 곧바로 자리를 양보한다. 거절하려고 해도 이쪽은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할수 없이 앉을 수밖에 없다. 노인으로 보이는 것은 기분이 언짢지만 친절함에는 머리가 숙여진다.
며칠간 머물면서 나는 한국을 아주 좋아하게 됐다. 공동개최는 훌륭한 ‘뜻밖에 캐낸 보물’이었다. 지금까지의 월드컵 이상으로 기분좋게 취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조 가즈오 축구평론가
정리〓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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