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회장은…돈-명예-권력 한손에 축구의‘세계대통령’

  • 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21분


영국의 유명한 사건 취재기자 데이비드 옐롭은 ‘누가 월드컵을 훔쳤나’라는 책에서 “태양왕 루이 14세가 자신을 ‘국가’라고 했다면 주앙 아벨란제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자신이 곧 세계’라고 여긴 사람”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 그만큼 FIFA 회장의 권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하며 한 나라의 대통령직 이상의 명예와 권한을 가진 ‘축구 세계대통령’이다.

이번에 재선된 제프 블래터 회장은 앞으로 4년간 유엔가입국(189개국)보다 많은 204개 회원국과 6개 대륙의 축구연맹을 거느린 세계 축구계의 ‘수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회장은 또 수억달러가 걸려 있는 공식파트너 선정과 TV 중계권에 대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거대 기업’인 FIFA의 재정을 관리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도 맡는다.

고액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FIFA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액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제프 블래터 현 회장은 최근 자신이 400만달러(약 51억원)의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다는 반대파들의 주장에 대해 연봉이 72만(약 9억2000만원)∼84만달러(약 11억원)에 불과하다고 항변한 적이 있어 연봉 규모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FIFA 헌장 제21조에 따르면 이 밖에 회장은 법적으로 연맹을 대표하고 총회와 집행위원회 등을 주재하면서 캐스팅보트를 갖는다. FIFA 회장이 돈과 명예, 권력을 한손에 쥐는 자리가 된 것은 98년까지 24년 동안 장기집권했던 브라질 출신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이 FIFA에 경영이념을 도입, 재정기반을 탄탄하게 함으로써 가능했다.

당연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는 FIFA 회장은 외국방문시 국가원수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해당국은 공항에서 정부 고위관리들을 보내 영접하고 최고급호텔과 차량, 그리고 수십명의 경호요원을 제공한다. 1년에 150일 이상 해외출장을 다닌다는 블래터 회장은 각국에서 국가원수급 대접을 받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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