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휴스 칼럼]지단과 안정환

  • 입력 2002년 5월 20일 19시 06분


마침내 잉글랜드가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 발을 디뎠다. 여러분은 데이비드 베컴과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에게 화환을 걸어 주면서 뭔가 보답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단 예술경지 노력의 산물▼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길. 베컴은 서귀포에서 볼을 차지 않는다. 그는 아직 그 유명한 부러진 발등 뼈를 치유중이다. 아마 마이클 오언은 한국과의 평가전때 기량을 선보일 것이다. 하지만 부상자 투성이인 잉글랜드 대표팀의 지상 과제는 다치지 않고 월드컵에 나설 힘을 아껴두는 것이다.

다음엔 프랑스가 한국에 도착한다. 여러분이 베컴의 목에 꽃다발을 걸었다면 지네딘 지단에게는 그 수십배의 꽃더미를 안겨야 형평에 맞다.

그는 지난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결승골을 기록했다. 이 골로 그는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킨 선택받은 멤버중 하나임을 입증했다. 펠레, 크루이프, 마라도나, 디 스테파노와 함께 아마 에우제비우까지가 그 멤버들인데 이중 세명이 바이에른 레버쿠젠 골네트에 꽂힌 지단의 눈부신 발리슛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찬사를 보냈다.

사실 여러분은 내가 글래스고 경기장에서 봤던 것보다 더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된 리플레이 장면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현장에서 살아있는 장면을 직접 보는 특권을 누렸다.

‘지단의 순간’이 펼쳐지기 전까지만 해도 레버쿠젠이 주도권을 쥐었다. 하지만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기대가 아닌 확신을 갖고 볼을 공중으로 띄웠을 때 관중들은 레버쿠젠이 지단에게 몇 야드의 치명적인 공간을 허용하고 말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지단의 눈은 끝까지 볼을 놓치지 않았고 체중을 오른발에 실으며 발레리나같은 균형을 잡았다.

이윽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단의 왼발이 그라운드 위 거의 1m 높이에서 볼을 찼다. 순간 깜짝 놀란 수비수들과 골키퍼의 눈엔 경계의 빛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에겐 지단의 발리슛이 뿜어내는 힘과 아름다움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빗 속을 걸어나오며 지단은 기자들에게 ”본능적인 슛이었으며 아무 생각도 않고 찼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슛은 그에겐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다. 그 슛은 지단이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 길거리에서나 북아프리카에서 보낸 긴 여름 휴가때 발전시킨 놀라운 기술 중 하나다.

이 점이 지네딘 지단의 ‘열쇠’다. 그는 순수 프랑스인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는 일자리를 위해 프랑스로 이민한 알제리인으로 수위나 공장 경비원으로 일했다. 그의 조부모는 북아프리카 회교 유목민인 베르베르족이다. 지단이 어느 코치도 가르칠 수 없는 재능을 소년 시절 체득한 곳은 형제들과 함께 보낸 그 여름, 그 곳이다.내가 왜 여러분에게 이런 얘기를 할까? ‘축구엔 국경이 없다’는 명제의 실례이기 때문이다.

▼안정환 슛기술 놀라워▼

지단과 함께 열광한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한국이 스코틀랜드를 완파하는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을 봤다.

지단에 맞선 레버쿠젠과 마찬가지로 스코틀랜드의 수비도 엉성했지만 안정환의 두 골은 놀라웠다.

안정환의 민첩한 동작과 첫 골 장면에서 골키퍼 네일 술리반을 가로지르게 휘어 차넣는 뛰어난 기술, 두 번째 골장면에서의 자신감 넘치는 칩슛을 보며 나는 지난해 11월 크로아티아와 세네갈전에서 봤던 그를 떠올렸다.

히딩크감독은 안정환이 재능있는 선수라는걸 안다. 그는 또 페루자가 툭하면 안정환을 벤치에 묶어 놔 한국에 불이익을 줬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단에게 얼마나 열심히 체력 훈련을 하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베컴이 한국의 온도와 습기에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지켜본다면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힘이 다하는 한도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상대로 한 경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준비 과정상의 연습 경기일 뿐으로 유럽팀에겐 잔디를 테스트하고 현지 분위기를 느껴볼 기회이고 한국으로선 TV에서나 볼 수 있는 스타 선수들과 비교해 자신의 기량을 측량해볼 수 있는 기회다.

랍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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