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적론’내세워 회담 기선잡기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와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간의 평양회담에서 북측이 ‘주적론(主敵論) 포기’를 요구한 것은 회담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주적론’을 활용할 경우 남측이 곤혹스러워한다는 것을 잘 아는 북측으로서는 이 카드가 자신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남측의 요구 중 하나와 상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남북정상회담에서 주적론과 모종의 약속을 한 것처럼 비치게 만들어 남쪽 여론을 흔들어 보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중앙방송은 4일 “남측이 역사적인 평양상봉 때 주적론이라는 것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하고는 계속 그것을 제창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들은 “정상회담 당시 앞으로 서로 적대적 태도를 취하지 않기로 논의한 바는 있었다”며 “남북간 군사적 신뢰를 구축해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주적론을 명시한 국방백서 발간을 지난해부터 격년제로 변경, 발행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북한 눈치보기’라는 비난여론이 비등한 상황이어서 북한의 ‘주적론’ 카드는 이번 회담에서도 여전히 남측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