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시삼촌 찾아주세요" 中거주 여인 속초署에 편지

  • 입력 2002년 3월 19일 18시 54분


“제발 살려주세요. 집도 없이 중국의 거지가 돼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니며 추운 겨울에도 밖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23일 이후에는 북조선으로 잡혀갈지 모릅니다.”

탈북자 25명이 중국을 통해 입국한 18일, 강원 속초경찰서 양양파출소에는 중국에 있는 탈북자 유모 여인이 양양에 산다는 시부모 시삼촌에게 보낸 편지가 배달됐다. 탈북한 지 3년이 됐다는 유씨는 “나를 살려준다는 생각보다 북조선에 있는 아들 딸 손자 조카들이 다 죽는다는 것을 생각하시고 이 편지를 받아보시면 한시라도 빨리 나를 찾아 주세요”라고 애원했다.

1900여자 분량의 편지에는 9일자 소인이 찍혀 있었다.

유씨는 “중국으로 도망 나올 때 남조선에 있는 친척들을 만난 후 다시 북조선으로 돌아간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으나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이제는 죽고 싶지만 북조선의 가족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버티고 있다”고 적었다.

유씨는 그동안 머물 집이 없고 우표 살 돈도 없어 편지를 못하다 간신히편지를보낸다고덧붙였다.

양양파출소 관계자는 “편지에 양양 친척들의 주소가 적혀 있지 않아 편지 전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친척들을 찾을 수 있도록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소문해 보겠다”고 밝혔다.

양양〓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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