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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22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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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서영희 과장(한국코카콜라)은 “시댁이 가까워서 다행”이라지 않는가.
‘군집생활’의 덕을 보고 있는 하민정 과장(LG생활건강)은 “지금은 유치원에 다니니까 좀 낫다”고 말한다. 엄마가 가장 필요할 때 다른 엄마처럼 못 해준다는 죄책감이 좀 덜하다는 뜻.
“친정 엄마가 아이를 봐주시는데 아버지 입원 때문에 며칠 다른 분에게 맡겼어요. 병원 들렀다가 애를 찾으러 갔는데 얼굴이 불긋불긋 다 튼 채로 한 쪽에 자고 있는 거예요. ‘엄마 없는 애처럼 이게 뭔가’ 싶어 눈물이 핑 돌데요.”
최명신 과장(한국코카콜라)의 말은 80년대 중반 학번, 30대 중후반 나이, 직장 경력 십수년, ‘커리어우먼’ 1세대, ‘여성 과장’들의 비슷한 경험이다.
이들은 80년대 후반 민주화와 함께 불어온 ‘여권신장 바람’으로, 대기업이 ‘여대생 공채’를 하기 시작한 틈을 비집고 입사했다. 직장에서는 ‘여자라서’, 가정에서는 ‘도대체 여자가’라는 말을 듣게 될까,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겪어온 세대다.
삼성그룹 공채 출신 노은정 과장(신세계)은 입사 후 1년간 ‘미스 노’로 불리며 커피를 탔다. 말투를 똑 부러지고 과감하게 하려고 ‘오버’하다 보니 얼마 전 여고 동창에게 “많이 변했다”는 말을 들었다. 남자들보다 5배는 해야 겨우 일하는 티라도 나고, 끌어 줄 여자 선배도 없었다.
최명신 과장은 처음에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집안일을 혼자 다 극복하려고 했었다. 가정에 ‘완벽’하지 않은 직장여성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줄 알았다. 지금은 남편이나 시어머니께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 그리 괴롭지 않다. 가정, 직장에서 쏟아지는 일에 우선 순위를 정할 때 ‘나’까지 고려하는 법도 알게 됐다.
“여자 후배들 보면 ‘좋은 때 직장 생활한다’ 싶죠. 우리는 십년 이상 만든 직업의 영역을 그 친구들은 바로 시작하니까요. 한편 결혼적령기도 늦어지고 손자 봐주는 할머니들도 별로 없다니까 ‘참 걱정이겠다’ 싶기도 해요.” 굿모닝증권 서유상 과장의 말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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