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국민은행 자신감? 오만?

  • 입력 2002년 1월 7일 18시 43분


자산규모 187조원(2001년 11월말 기준)인 국민은행의 ‘중량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통합에 미온적이었던 임직원들이 ‘1등 은행’ 구성원으로서의 강한 자신감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사례도 자주 눈에 띈다.

7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김정태 국민은행장(사진)과 기자들과의 오찬모임.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김 행장에게 주가 장세분석부터 은행장 월급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다른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금리인상은 예금을 많이 유치해 몸집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다. 우리는 몸집 키우기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선도은행인 우리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버텨야 한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을 라이벌이라고 소개한 잡지가 있다.

“합병부터 하고 난 뒤 얘기하자고 했다(서로 덩치가 비교되지 않는다는 뜻).”

-한국에 틈새시장이 있다고 보는가.

“옛 주택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틈새시장을 독점했지만 수익을 크게 못 냈다. 한국에서는 틈새시장 논의보다는 선도은행 중심으로 가야할 것 같다. 지금 통합논의가 오가는 5개 은행을 모두 합쳐도 우리보다 작다.”

간담회장에 배석한 한 임원의 발언은 더욱 자신감이 넘쳤다. 이 임원은 최근 자신을 찾아와 최고경영자로서의 어려움을 하소연한 지방은행장의 일화를 소개하며 “6조원짜리 자산을 가진 그 행장더러 우리 은행의 임원을 하면 어떠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행장은 자신감이 자칫 ‘기고만장’으로 보일 수도 있음을 의식한 듯 국민은행이 안고 있는 난제(難題)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3월 주총을 앞둔 임원대상의 살생부 작성, 그리고 ‘화학적 통합’을 위한 신사옥 건립 등.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쟁력이 몸집에서 나온 만큼 임직원들의 경쟁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본다”며 “은행권의 생존경쟁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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