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공무원도 딴동네 살림…연천郡 인구 줄고 문화시설 낙후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45분


“공무원이기에 앞서 부모로서 자식에게 최소한의 조건은 마련해 주어야지요.”

자녀 진학 문제로 근무지인 경기 연천군 밖에 거주하는 한 사무관의 푸념이다.

연천군청에 근무하는 31명의 사무관 이상 공무원 중 연천군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10명이나 된다. 일선 시군 공무원이 대부분 해당 지역 ‘토박이’인 것과 대비된다.

‘지역 발전을 외면한다’는 주민의 따가운 눈총이 신경쓰이지만 학교 사정과 의료, 문화 시설 등이 낙후되어 있다 보니 연천군을 떠나고 있다.

이 같은 거주 환경 때문에 인구도 크게 줄고 있다. 군 기준 인구인 7만에 못 미친 것은 오래 전 이야기다. 84년 6만8000여명을 최고점으로 계속 감소세를 보여 내년에는 5만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경기도 다른 시 지역의 일개 동 인구 수준에 불과하다. 고교는 종합고교 2곳이 있을 뿐 인문계 고교가 한 곳도 없다 보니 중학교 진학 무렵 학부모들은 앞다투어 인문계 고교가 있는 의정부나 동두천, 서울로 이사하고 있다.

면 단위 지역에는 신서면을 제외하고 나머지 7개 면에는 의원급 의료시설이 없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공장도, 대학도 없다. 이는 행정구역상 ‘경기도’에 포함돼 ‘수도권 정비계획법’(수정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수도권의 인구유발과 과밀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이 법을 만들면서 연천군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기도 전 지역을 적용 범위에 넣었던 것이다. 연천군은 이 때문에 해마다 인구가 줄고 공장이나 대학도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군 전체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신증축, 개축을 할 때는 반드시 군(軍)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점도 개발을 막고 있다.

연천군의 이운구 도의원(58)은 “인구가 크게 줄어드는데도 과밀성장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수정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면서 “최소한의 주거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연천군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군의 규제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천〓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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