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한국에 절대 질수 없죠”

  • 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20분


한국과 미국팀의 훈련모습
한국과 미국팀의 훈련모습

“힘내! 조금만 더 하자고!”

5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브루스 아레나 미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굵은 빗방울을 뚫고 그라운드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온 몸을 적시는 빗줄기에도 아랑곳않고 연방 허연 입김을 내뿜는 19명의 미국 선수들의 발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졌다. 여독에 밝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선수들의 몸놀림만큼은 활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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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을 외치며 선수들의 전진 패스를 지도하는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오자 아레나 감독의 눈길이 저도 모르게 건너편 한국팀 훈련장으로 향했다.

9일 오후 5시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개장기념으로 친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던 두 팀은 공교롭게도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한조에 편성되면서 훈련에서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거쳐 서귀포에 입국한 미국대표팀은 짐을 풀 새도 없이 곧바로 그라운드로 달려나왔다. 바로 옆 구장에서 한시간 전부터 훈련을 하고 있던 한국대표팀을 슬쩍 쳐다본 후 아레나 감독은 곧바로 현장에 몰려든 10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에게 시위라도 하듯 러닝, 체조, 미니게임으로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을 펼쳤다.

아레나 감독은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겠지만 우리는 유럽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이 합류하지 않아 100% 전력이 아니다”며 연막을 치기도 했다. 공격수 브라이언 맥브라이드 역시 “우리는 골결정력이 약하다. 월드컵에서는 득점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이 걱정”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미드필더 코비 존스는 “우리는 두꺼운 선수층이 장점이며 좀 더 경험을 쌓는다면 내년 대회때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장 경찰이 미국축구대표팀이 훈련을 하고 있는 그라운드 외곽을 돌며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이날 미국이 그라운드를 반만 쓰며 짧은 패스 위주의 미니 게임을 펼친 데 반해 한국은 그라운드 전체를 쓰며 공격 전술을 가다듬는 실전 훈련을 펼쳤다. 양팀 감독은 각자 자신의 팀 지도에만 열중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라운드 전체에는 알게 모르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9일 친선 경기는 어느새 양팀간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로 승격돼 버렸다.

한편 미국팀의 입국과 함께 월드컵조직위원회 안전대책통제본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안전본부는 이날 미국축구대표팀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전담 신변보호대를 배치해 제주공항으로 이동하는 비행기편에도 사복차림으로 동승했고 숙소인 모 호텔에서도 24시간 경계에 나섰다.

<서귀포〓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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