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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7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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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K-리그에서 뛰는 이동국 선수에게 매우 불쌍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1득점도 못하고 브레멘 구단에서도 더 이상 필요치 않아서 돌려보낸 선수, 한국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국제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을 선수로 평가받고 쓸쓸히 쫓겨왔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마치 실패자인양 묘사되지만 과연 그러한 시선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물론 이동국 선수의 분데스리가행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과연 이동국 선수의 독일 진출은 "실패"한 "결과"일까?
7경기 출전에 전원 교체출전, 무득점의 기록은 물론 초라한 성적이다. 그러나 이동국 선수가 뛴 리그는 유럽의 일류 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물론 이동국 선수는 한국에서, 아니 아시아에서 꽤나 잘 나가는 스트라이커였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와 기대를 한몸에 받았고, 부상당한 몸으로도 아시안컵 득점왕을 거머쥘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유럽의 프로리그에서 올해 스물 둘의 동양 청년이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기는 절대 쉽지 않다. 녹록치 않은 곳이라는 것이다. 독일에서의 이동국 선수의 위치는 한국에서의 샤샤나 마니치 선수와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애초 브레멘이 이동국 선수를 데려가는 것 자체가 실전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래성과 상품성을 보고 데려간 것이다. 당장-그것도 겨우 6개월 동안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6개월의 시간은 성급하게 실패를 단정 내리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닐까? 이동국 선수를 해외로 진출시킨 것은 '현재'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또, 브레멘 구단이 이동국 선수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계약연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바로 쓸모없기 때문에 퇴출 당한거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조금은 어거지가 섞였다고 생각할 지 모르는 편들기를 하고 싶다. 우선 이동국 선수가 처해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돌아보자. 가장 중요한 것인 선수에 몸에 대해서 당시 이동국 선수가 브레멘이 진출할 때 100%의 컨디션이 아니고 부상에 신음할 때였다. 진출 직전의 아시안컵에서 거의 깁스에 가까울 정도로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뛰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또, 에이전트가 선수의 부상을 숨긴 채 협상을 진행하다 발각당하는 등, 이동국 선수에 대한 브레멘 구단의 첫인상은 최상급이 아니었다. 그리고 모든 한국 남자들이 거쳐야 하는 의무인 병역문제때문에 브레멘은 선뜻 이동국 선수를 데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한참 키워 놔봐야 군대로 끌려가서 3년 동안 뺑이 치다 올 선수에게 누가 투자를 하고 싶었을까?
물론, 이러한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동국 선수의 기량이 정말 좋았다면, 브레멘이 아니라 브레멘 할아버지라도 재계약 하자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브레멘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 중에는 (기대만큼) 기량이 떨어지고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도 분명히 있을 수도 있다. 그 점은 이동국 선수 자신도 분명하게 인정을 하고 넘어가야만 한다.
이러한 모든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결국 이동국 선수의 "첫번째" 해외 나들이의 꿈은 아쉽게도 접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첫번째"란 말을 매우 강조하고 싶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동국 선수는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선수이다. 첫번째 해외진출이 실패했다고 해서 이동국 선수의 축구인생이 종친 것이 아니다. 앞으로 10년은 더 남은 이동국 선수의 축구인생 중에 이것은 성공하기 위한 하나의 시련으로 남아야 한다.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다시 한번 노력해야 한다. 물론 영원히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영원히 꿈으로만 남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가 있는 사람에게 현재와 과거로 멍에를 씌워서는 안 된다. 아직 젊은-막말로 내가 그 나이였을 때는 쇳덩이도 씹어먹던 나이였다-이동국 선수에게는 '실패자'라는 손가락질보다는 다음번엔 더 잘하라는 격려와 성원이 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국의 K-리그에 오랜만에 얼굴을 비치는 이동국 선수에게 먼 여행을 갔다가 잠시 집에 돌아온 가족을 대하듯 밝게 웃어주고 성원을 보내 주자. 그러면 언젠가 다시 먼 길을 떠날 때 훨씬 힘찬 발자욱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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