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가 오후 6시경 권철현(權哲賢) 대변인 김무성(金武星) 총재비서실장 등 당직자 10여명과 함께 학교에 도착하자 정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학생 50여명이 스크럼을 짜고 길바닥에 누워 “절대로 못 들어간다”며 막았다.
학생들은 “보수 우익 이회창은 물러가라”, “민족 자주 가로막는 이회창을 반대한다”며 시위를 계속했다.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맹원재(孟元在) 총장 등이 이 총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 총재는 이에 “나보다는 수업을 받으려는 학생에게 미안하죠”라며 “학생들이 마음을 돌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승용차 안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오후 9시반경까지 학생들이 저지선을 풀지 않자 이 총재는 “아쉽다. 시간을 같이 보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한 뒤 차를 돌렸다.
한편 이 총재는 미리 배포한 특강 원고에서 “현 정권이 표면적으로는 급진세력의 재벌해체론에 동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재벌과의 정경유착이 심하다”며 “재벌 문제는 그 뿌리를 찾아내 근본적인 치유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명성과 지배구조의 문제 △재벌 총수와 경영진의 부실경영 및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적용의 문제 △시장경쟁의 문제 △대마불사(大馬不死)를 조장하는 잘못된 퇴출제도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재벌의 정치 사회적 영향력 행사 등 6가지를 재벌 문제의 뿌리로 꼽고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재벌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