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문홍/콘돌리자 라이스

  • 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30분


“김정일 정권은 너무나 불투명해서 그들이 악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기가 힘들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 박사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전인 2000년 1·2월호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의 한 대목이다. 이 글에서 라이스 박사는 북한이나 이라크 같은 ‘깡패 정권’에는 단호하고 과단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가끔은 무력 시위를 했지만 그보다는 수그러드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에 이 불량국가들을 다루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올 46세, 미 덴버대 국제관계학 박사, 1981∼89년 스탠퍼드대 교수, 1989∼91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련·동유럽담당 보좌관 등이 안보보좌관에 오르기까지의 라이스의 주요 이력이다. 구소련 및 사회주의 동유럽권이 무너지던 바로 그 시기에 NSC 실무담당자였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사회주의 체제를 자본주의 체제로 바꾸는, 이른바 ‘체제전환 전문가’라는 별명을 붙여주기에 충분하다. 북한에 대한 그녀의 ‘완고한’ 생각도 필시 이런 대전환기의 ‘경험’에 뿌리를 대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라이스 박사가 엊그제 북한에 대해 다시 한마디했다. “미국은 한국의 햇볕정책을 지지하지만 북한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엄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북한의 불량한 행동에 대해 보상을 해서는 안 된다” 등의 발언이었다. 부시 행정부 출범 초기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재개를 위협한 적이 있지만 미국은 “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강경 대응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게 우리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지난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일행이 서울에 왔을 때 우리 정부는 “미국도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며 반겼다. 그러나 이번 라이스 박사의 발언은 북한에 대한 철저한 검증 및 상호주의라는 미국의 기본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다. 앞으로 북-미(北-美) 대화가 제대로 전개될지 걱정스럽다.

<송문홍논설위원>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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