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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5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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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胃酸) 속에 생명체가 살다니….’
1979년 호주의 병리학자 워렌이 위(胃)에서 세균을 발견한데 이어 1982년 호주의 미생물학자 마셜이 이 균의 배양에 성공하자 의학자들은 경악했다.
1900년대 초부터 사람의 위에 세균이 산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위산으로 뒤덮인 위에는 생물이 살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었기 때문.
최근들어 길이 2∼7㎛(1㎛는 100만분의 1m)의 세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P)가 위염과 위궤양 위암은 물론 어린이의 성장장애까지 초래한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염산 담은 밥통〓위의 순우리말은 ‘밥통’. 위는 ‘밥줄’인 식도에서 꿈틀꿈틀 음식 덩어리가 넘어오면 단백질을 소화시키고 나머지는 소장으로 보낸다. 단백질 분해 효소 펩신은 주변의 산도(酸度)가 높을수록 제대로 활동한다. 위 내부가 염산과 비슷한 강산성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위벽은 점액(粘液) 단백질 ‘뮤신층’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평소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구토할 때 위액이 식도를 살짝 건드려도 쓰라리는 것과는 달리….
그러나 뮤신층에 상처가 나면 위액이 위벽을 건드려 통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헬리코박터의 특징〓HP의 원래 이름은 ‘인체 조직과 닮은 세균’이란 뜻의 ‘캠필로박터’(CLO)였다. 그러나 이 균의 특징이 밝혀지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 이름은 ‘위의 유문(파일로리)’ 부위에 사는 나선(헬리코) 모양의 균(박터)’이라는 뜻이다.
HP는 우레아제란 효소를 만들어 위 점막에 있는 극미량의 요소를 분해해서 알칼리성의 암모니아로 만들고 이로써 주위의 환경을 중화시키는 방법으로 염산 덩어리 속에서 거뜬히 살아 남는다.
HP는 3, 4개의 편모를 갖고 있어 뮤신층을 자유롭게 뚫고 지나갈 수 있다. 이 세균이 뮤신층을 헤짚고 다니면 위장에 구멍이 나게 된다. 우리나라 성인의 60∼70%는 이 균을 보유하고 있으며 ‘속쓰린 환자’들이 유난히 많은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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