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유성숙박업소 "잠잘 손님은 NO!"

  • 입력 2001년 4월 25일 21시 58분


“방 하나 주세요.”

“주무실 껀가요?”

“네.”

“방이 없는데요.”

이같은 대화는 유성지역 숙박업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님과 주인 사이의 대화다.

이들 업소가 숙박손님보다는 주변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소위 ‘2차’를 나오는 남자 손님에게 방을 주는 ‘대실(貸室)영업’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

대실영업은 하룻밤에도 한 방마다 2∼3차례씩 손님을 받을 수 있고 1∼2시간 사용하는 요금도 숙박요금(3만∼3만5000원)과 똑같아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는 것이 숙박업소 주인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작 방이 필요한 사람들이 방을 못구하는 일이 자주 빚어진다.

토요일인 지난 21일 대전으로 출장온 공무원 김모씨(43)는 “유성에서 가는 곳마다 ‘방이 없다’고 말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며 “거절당한 여관에는 술에 취한 남자와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고 말했다.

오는 28일 충남대에서 열리는 민주동문회 창립대회에는 전국에서 1000여명이 행사를 마치고 유성에서 숙박할 계획이나 숙박업소들이 예약을 받지 않는 바람에 행사 주최측이 고민에 빠졌다.

주최측 정모씨(34·여)는 “모두 예약돼 있다고 말해 예약상황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외면하더라”며 “이 소문이 전국으로 퍼지면 결국 유성지역은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또 “사실상 윤락장소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유성지역에는 호텔 20개, 여관 88개, 룸살롱 171개, 단란주점 109개가 밀집해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