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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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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9월 11일 시작되는 제56차 유엔총회의 의장국으로 내정돼 있다. 의장국은 전세계 5개 지역에서 번갈아 가며 맡는데 이번 차례는 아시아지역이고 아시아지역에선 한국이 유일하게 의장을 맡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의장은 순번에 따라 되기 때문에 한국이 다시 의장국이 되려면 최소한 100년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이번에 누가 의장이 되느냐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중견 외교관은 “만약 외교부장관과 유엔총회 의장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후자를 택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엔총회 의장이 그만큼 명예로운 자리라는 얘기다.
그런 명예를 누구에게 줄 것인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결정한다. 그래서 세간에서 거론되는 후보들 중 일부는 ‘김심(金心·김 대통령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장 자리가 명예롭기는 하나 과거 의장국을 했던 나라들은 거의 대부분 기능적으로 사람을 뽑아 유엔에 추천했다. 역대 55명의 총회 의장 중 52명이 해당국의 외무장관이나 주 유엔대사였고 이들이 유엔에서 총회 의장을 겸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해당국의 의장 선임 과정도 단순했다. 정부가 외교관을 임명하듯이 의장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주로 외무장관이나 유엔대사)을 의장으로 정해 추천했다. 그러나 한국은 의장 선임이 마치 ‘누구에게 한 자리 준다’는 식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경쟁도 그만큼 뜨겁다.
정부가, 더 정확히 말하면 김 대통령이 누구를 의장으로 유엔에 추천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이런 정치적 오해로부터 자유롭고 한국 외교관의 능력을 만방에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부형권<정치부>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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