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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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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 신동아 3월호에 기고
경주 석굴암 본존불(本尊佛)의 호위불인 범천(梵天)과 제석천(帝釋天)의 위치가 뒤바뀌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간송미술관의 최완수 연구실장은 최근 ‘신동아’ 3월호에 기고한 ‘석굴암 호위보살상 바뀐 채 100년간 방치됐다’라는 글을 통해 이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최 실장은 이 글에서 “주실의 제석이 범천 자리에, 범천이 제석자리에 가 있다”고 주장했다.
범천은 브라만의 최고신이자 우주의 창조신이고, 제석천은 브라만의 최강신으로 불교에서는 모두 석가의 수호를 맡는다. 현재 석굴암 본존불의 앞 왼쪽(주실을 바라볼 때는 입구 오른쪽)에 제석천이, 본존불의 앞 오른쪽(주실을 바라볼 때 입구 왼쪽)이 범천이 놓여 있다.
최 실장은 “똑같은 호위불이라고 해도 범왕이 제석천보다 우위(높은 위치)에 있고 제석천으로부터 경례를 받는 존재이기에 당연히 부처님의 좌측, 즉 보는 쪽에서 우측이 시립해야 한다”면서 “부처님을 시위할 경우 좌범왕, 우제석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석굴암 주실 앞부분이 붕괴되었던 1900년 전후한 시기에 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이 아닌가”하고 추측했다.
그러나 불교조각 전문가들은 최 실장의 주장에 대해 불교조각의 오해에서 나온 잘못된 견해라고 말하고 있다. 문명대 동국대 교수(볼교조각사)는 “불상의 위치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한다”면서 “석굴암은 조선시대와는 다른 신라시대의 불상 배치법을 잘 따르고 있고, 따라서 좌우가 뒤바뀐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