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외국인들 왜 연일 사들이고 있나

  • 입력 2000년 6월 12일 14시 19분


외국인들이 연일 한국주식을 매집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이슈를 눈앞에 두고 그야말로 '게걸스럽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연일 순매수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투신사들은 연일 매물을 퍼붓듯 쏟아내는 데 비해, 외국인들은 이들 매물을 '블랙홀'과 같이 빨아들이다 시피하고 있어 그 배경에 궁금증을 더하게 된다.

외국인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9일 현재 7일째(거래일 기준) 2조1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루평균 3천억원 씩 순매수한 셈이다. 이들은 12일에도 오후 1시50분 현재 거래소시장에서 1,559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4억원 등 총 1,58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의 올해 순매수 규모는 거래소시장에서만 무려 9조원(8조7천억원)에 육박, 조만간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시장까지 합치면 이미 10조원을 넘어섰다.

이같은 대규모 순매수 금액 중 70% 이상을 반도체주인 삼성전자 현대전자가 차지한다.최근에는 왕성한 매수세에 힙입어 SK텔레콤 한국통신 한통프리텔 한국전력과 함께 국민 주택 등 우량 금융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동시에 삼성SDI LG화학 등 옐로우칩으로 매수종목을 확산시키고 있다.

반도체주는 반도체 경기호황으로,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모건스탠리(MSCI)지수 신규 편입이, 한국전력은 민영화가 각각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우량 은행주에 대해서는 포트폴리오 구성과 함께 금융권 제2 구조저정의 성과에 기대를 거는 듯한 눈치다.

지난주만해도 국내 증권 전문가들은 "이제는 외국인들의 실탄도 바닥났다"라고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12일에도 이같은 분석을 비웃기나 하듯이 서울증시에 실탄을 퍼붓고 있다.

외국인들은 왜 바이코리아(buy Korea)로 일관하고 있을까? 이들의 행태는 혹시 뭔가 대형 호재를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대부분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왕성한 식욕을 보이는 원인(매수배경)을 정확히 규명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두가지 재료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북한측 사정으로 비록 하루 순연되기는 했지만 13일부터 시작되는 남북정상회담과 연계한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추측하고 있다.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의 나동익 차장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지수 영향력이 큰 대표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데는 한국 전체와 관련된 무슨 호재가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가 낮아져 무디스 S&P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국가신용등급을 조기에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불가침 조약이 체결되고 경협 관련 대형 프로젝트가 발표될 경우 한국을 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이 크게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컨트리 리스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삼성전자 주가를 예로 설명한다. 삼성전자가 만약 미국과 같이 안정된 국가에 본가를 갖고 있을 경우 주당 90만원의 가치가 있지만, 주가가 세계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잇따름에도 30만원대에서 움직이는 것은 컨트리 리스크 탓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조만간 완화키로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에 활동하는 뮤추얼펀드는 물론 연기금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이머징마켓 중에서도 한국증시에 자금을 대거 유입시키는 것도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대량 매집하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MSCI의 지수편입으로 SK텔레콤 등에 대한 매수가 여전히 유효한데다, 미국계 뮤추얼펀드를 비롯 연기금의 유동성 유입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바이코리아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미국에서 활약하는 인터내셔널펀드를 비롯 아시아·태평양펀드 이머징마켓펀드 등이 지난달 29일에서 이달 2일 사이에 한국증시에 편입한 자금만 무려 7억3,3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자금이 주식을 모두 사들였는 지 여부는 투자전략을 일체 비밀에 붙이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특성상 파악할 수가 없지만, 연기금 자금의 국내 유입과 함께 유용 실탄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국인들은 지난 98년 말에도 국내 증시 전문가들이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주식을 입도선매하듯이 거둬들인 적이 있었다. 선물과 함께 주식을 대거 순매수한 것이다. 외국인들의 이같은 매매동향을 놓고 국내 증시 전문가들이 궁금해 할 때 해답이 나왔다.외국인들이 한국주식과 선물을 쓸어담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99년 초 S&P와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기관 등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뛰어난 정보력에 감탄할 뿐이었다.

이같은 사례에 비춰보면 외국인들의 왕성한 매수세는 뭔가 한국증시에 대형 호재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측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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