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49)

  • 입력 1997년 7월 24일 08시 40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102〉 나는 뗏목 위에 웅크리고 앉은 채 그들이 가져다준 음식을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내가 음식을 먹고 있는 동안 사람들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고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자리를 뜨기는 커녕 나를 구경하기 위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걸신들린 사람처럼 음식을 먹고만 있었습니다. 모처럼 음식다운 음식을 배불리 먹고나니 나는 눈이 떠지는 것 같았습니다. 배가 부르니 그토록 나를 짓누르고 있던 두려움도 가시는 것 같았고 기운도 되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마음 속으로, 내가 이 인정 많고 순박한 사람들을 만나 구출 받게끔 해주신 인자하기 이를 데 없는 알라의 은총에 감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식사를 마치고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것을 보고서야 예의 그 붉은 수염의 사내가 말했습니다. 『이제 좀 기운이 납니까?』 그러한 그를 향하여 나는 미소 띤 낯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그럼 이제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내가 먼저 질문을 했습니다. 『형제여! 그보다 먼저 당신네들은 누구이며, 여기는 대체 어느 나라인지 대답해주시오. 내가 이렇게 당신들 사이에 있다는 게 흡사 꿈만 같으니까 말이오』 내가 이렇게 묻자 예의 그 붉은 수염의 사내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농사꾼들로서 들에서 일을 하고 있던 중 당신이 이 뗏목 위에서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랍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뗏목을 물가로 끌어내어 나무에다 매어놓고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하지 왕께서 다스리고 있는 사란디브라는 나라입니다. 그건 그렇고, 당신은 대체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되었소?』 『나는 저 산맥 너머에 있는 자석산에서부터 이 뗏목을 타고 왔답니다. 캄캄한 동굴을 지나서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붉은 수염의 사내는 처음 한동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뒤에서야 그는 내가 한 말을 사람들에게 통역하였습니다. 그가 통역하는 말을 들은 사람들도 한결같이 놀라워하는 표정들이 되었습니다. 잠시 후 붉은 수염의 사내는 다시 나를 향하여 말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말을 믿을 수가 없군요. 자석산으로 말할 것 같으면 너무나 먼 곳에 있고, 인간으로서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을만큼 위험한 곳이고, 그리고 거기서부터 이리로 온 사람은 여태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당신이 정말 자석산에서부터 왔다면 자석산에서 당신이 본 것을 말해보세요』 그래서 나는 내 말이 거짓없는 진실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말했습니다. 『자석산 절벽에는 수많은 배의 파편들이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인근 해역을 지나던 배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당한 재난의 역사를 말해주듯이 말입니다. 그 절벽 밑에는 배의 잔해들이며 갖가지 물건들이며 시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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