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사랑의 신비〈12〉
『오, 성자여! 당신에게 축복이 있기를』
파리드는 말에서 내려 노인에게로 다가가며 인사했다. 그러자 노인은 무어라 응답을 하는 것 같았으나 그 소리는 얼굴을 뒤덮고 있는 수염에 묻혀 파리드에게는 잘 들리지도 않았다. 그러자 파리드는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내가 이 먼 길을 달려온 것은 우선 이 노인을 만나기 위해서인데 이렇게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다니. 아무래도 안되겠다. 우선 이 노인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끔 해주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파리드는 자신의 여행용 보퉁이에서 가위를 꺼내 들고는 말했다.
『노인장! 노인장께서는 고행에만 열중하느라고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군요. 제가 당신의 이발을 시켜드릴 테니 허락해 주십시오』
이 말에 대하여 노인은 승낙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반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파리드는 노인의 머리 턱수염 콧수염 눈썹 그리고 손톱 발톱까지 깎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고나니 노인은 적어도 이십 년은 더 젊어보였다. 그걸 보자 파리드는 이발사들이 이발을 마쳤을 때 흔히 그렇게 하듯이 노인의 앞과 뒤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주 훤한 미남이 됐습니다』
머리를 깎고나니 노인 자신도 개운한지 만족스러워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이제 똑똑한 목소리로 말했다.
『늙은이에게 베푼 친절에 대하여 알라께서 갚아주시기를.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이 늙은이는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로 당신을 도와주겠소』
노인이 이렇게 말하자 파리드는 서둘러 물었다.
『저는 말하는 새와 노래하는 나무와 황금빛 물을 찾기 위하여 아주 먼 곳에서부터 왔습니다. 어디에서 그것들을 찾을 수 있는지 말해 주십시오』
젊은 나그네의 이 말에 노인은 심한 충격을 받았는지 염주를 굴리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파리드는 초조해져서 물었다.
『오, 노인장! 어찌하여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까? 제발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적어도 그 세 가지 물건에 대하여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하는 것만이라도』
그러자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 내 아들아! 나는 알고 있다. 그 세 가지 물건이 있는 곳도, 거기로 가는 길도. 그러나 네가 나에게 베푼 친절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가 아는 것을 말할 수가 없구나. 왜냐하면 나는 너를 그런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한 노인은 잠시 후 덧붙였다.
『그냥 돌아가라, 네 나라로. 그걸 찾겠다고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을 지나갔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 중에 아무도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노인이 이렇게 말했지만 파리드는 굴하지 않았다.
『오, 노인장이시여! 거기로 가는 길만 저에게 가르쳐주십시오. 그밖에 어떤 것도 당신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알라께서는 저에게 제 몸을 지킬 수 있게끔 두 팔을 주셨답니다』
그러자 노인은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팔이 있으면 뭘하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적 앞에서? 게다가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 천이고 만이고 덤벼든다면?』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