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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투자자 중 한 명인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95)가 올해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영혼의 단짝 고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사후 2년 만이다. 버핏은 “90세가 넘어간 뒤 나이 듦을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의 은퇴와 후계자에 대한 질문이 처음 나온 것은 2006년이다. 당시 76세였던 버핏은 “내가 떠나더라도 버크셔해서웨이의 기업문화는 여전히 건강할 것”이라고 답했고 이후 19년을 더 이끌었다. 버핏은 “CEO로서 쓸모가 있는 한 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기간이 이렇게 길어진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버핏은 1965년 직물회사였던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해 이를 투자지주회사로 탈바꿈시킨 뒤 ‘가치투자’라는 전설을 만든 투자자로 꼽힌다. 버핏이 이룬 성과는 그의 공식 전기 제목인 ‘스노볼’(눈덩이)이 상징하는 것처럼 투자와 인생이라는 긴 언덕에서 작은 눈덩이를 굴려 거대한 눈바위를 만들어낸 ‘복리의 마법’ 덕분이다. 훌륭한 회사를 적정 가격에 사서 평생 들고 있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지금도 많은 투자자들의 ‘바이블’로 자리 잡고 있다. ● “서른에 부자가 되지 못하면 뛰어내리겠다”던 소년버핏은 대공황의 위력이 계속되던 1930년 8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주식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6세 때 여섯 병짜리 콜라 팩을 25센트에 사와 병당 5센트에 파는 사업수완을 보였던 그는 13세 때는 “서른이 될 때까지 부자가 되지 못하면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할 정도로 돈에 관심이 많았다. 전설적인 주식투자자의 첫 투자는 성공적이진 않았다. 11세에 시티서비스 주식을 주당 38달러에 샀는데 28달러까지 떨어져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고, 40달러로 회복되자마자 팔았다. 이 주식은 몇 년 뒤 200달러가 넘게 올랐다. 유년기에 이미 지역 도서관의 투자 서적을 모두 다 읽었다던 버핏이지만,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선 떨어졌다. 그 대신 진학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과 만나며 그의 투자 재능이 꽃을 피웠다. 다만 그레이엄과 함께 일하던 초기 버핏의 투자는 저렴한 주식을 매수한 뒤 금방 매도하는 방식이었다. 마치 피우다가 만 담배꽁초를 주워 한두 모금 더 피운 뒤 버리는 방식이었다. 오마하로 돌아온 버핏은 친구와 가족 7명의 돈을 모아 투자조합을 시작했고 1959년부터 1969년까지 운영하며 연평균 30%의 수익률을 올렸다. 멍거와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버핏은 “멍거를 만난 뒤 ‘적당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보다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게 낫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버핏은 1962년 주당 7.51달러에 섬유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 매수를 시작했다. 1964년 버핏이 보유한 지분을 11.5달러에 매수하겠다던 버크셔해서웨이 경영진이 약속을 어기고 11.375달러로 말을 바꾸자 버핏은 공격적인 지분 매입에 나섰다. 주당 0.125달러 차이에 불과했고, 11.375달러에 팔았더라도 50%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버핏은 1965년 버크셔해서웨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이 계속 들어가는 데다 시장은 계속 줄어드는 섬유사업은 버핏의 투자철학과 맞지 않았다. 버핏은 싸다는 이유로 사양산업인 섬유회사를 인수한 것을 ‘인생 최악의 투자 결정’으로 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버크셔해서웨이는 투자 성공의 상징으로 남았다. 버크셔해서웨이를 투자로 지분을 소유하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 ‘투자지주회사’로 전환해 글로벌 식품, 철도, 정보기술(IT), 보험, 금융 등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 ‘가치’에 눈뜬 투자 ‘시즈캔디’와 ‘코카콜라’버크셔해서웨이 인수 후 1972년 버핏이 사들인 시즈캔디는 그의 투자 인생에서 중요한 거래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비상장기업인 시즈캔디를 순이익의 6배 수준인 2500만 달러에 인수했는데 비싸다고 생각했던 버핏을 멍거가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초콜릿 사탕을 파는 시즈캔디는 강력한 고객 충성도에 바탕을 둔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었다. 버핏은 “밸런타인데이에 애인에게 ‘시즈캔디 대신 그냥 싼 거 샀어’라고 선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시즈캔디가 가진 ‘경제적 해자’를 설명했다. 시즈캔디의 성공 경험은 코카콜라 투자로 이어진다. 버핏은 1988년 13억 달러에 코카콜라 지분 9%를 인수했다. 이는 현재 기준으로 약 270억 달러 규모다. 코카콜라는 63년 연속 배당을 늘려온 대표적인 ‘배당귀족’ 주식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투자 원금을 진작 배당으로 회수했다. 하루에 코카콜라를 다섯 캔씩 먹는 것으로 알려진 버핏은 “코카콜라는 소비자 독점력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치가 절대적으로 높은 브랜드”라고 극찬했다. 버핏은 “훌륭한 기업을 인수해서 영원히 보유하는 방식을 좋아한다”고 표현하며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코카콜라와 함께 버크셔의 오랜 투자 목록에 올라 있는 기업으로는 신용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가 꼽힌다. 오래 투자해야 ‘복리의 마법’을 누릴 수 있고, 중개 수수료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애플에 투자한 것은 버핏의 투자 철학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버핏은 ‘능력범위’를 항상 강조했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자가 이끌더라도 5년 뒤 모습을 그릴 수 없다면 투자 대상에서 배제해왔다. 그래서 아마존과 구글(알파벳)에 투자할 기회를 놓쳤다. 버핏은 빌 게이츠와 절친한 사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다만 MS, 아마존, 구글과 달리 애플은 버핏에게 있어 소비재 기업이었다. 버핏은 2020년에야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할 정도로 기술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애플의 브랜드와 생태계를 찾는 소비자들의 행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버핏은 2016년 투자를 시작해 애플에 총 400억 달러를 투자했다. 두 차례의 분할을 반영하면 주당 4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매입했다. 현재 애플의 주가는 200달러가 넘는다. 한때 애플은 버크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중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애플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을 줄이긴 했으나 현재까지도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고평가된 시장에서는 현금 확보를, 시장 하락기에는 기회를 포착하라는 그의 투자 철학도 유명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기업 주식을 사라는 취지의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시장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시장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하라”는 자신의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파산 직전의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투자해 향후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반대로 지난해 현금을 쌓아두기 시작하고 인공지능(AI) 기업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해 시장에선 “버핏도 나이가 들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기술주 조정기에 현금 보유량을 높였던 버핏의 전략이 빛을 발해 다시 주목을 받았다. 95세까지 투자를 계속해 온 버핏은 “탭댄스를 추면서 출근한다”고 할 정도로 일을 사랑했다. 그는 투자 성공의 비결로 끝없는 학습을 강조했는데, 매일 5∼6시간 동안 신문 5종과 보고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 그는 집에서도 기업 보고서를 읽다가 가구에 부딪힐 정도로 무언가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멍거는 “버핏이 애플에 투자한 것은 끊임없이 배운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버핏은 검소한 삶으로도 유명했다. 1958년 3만1500달러를 주고 산 집에서 60년 넘게 살고 있다. 버핏은 서른이 되기 전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의 자산 중 90% 이상은 65세 이후 쌓은 자산이다. 그는 특별한 안목보다 일관된 원칙과 반복 가능한 시스템에서 성과를 내고자 했다. 지루한 습관을 통해 복리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워런 버핏과 한국의 인연 버핏은 2004년 대한제분 등 20여 개 기업에 자신의 자산 1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한국 증시와 첫 인연을 맺었다. 2007년에 버크셔해서웨이 본사에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 증권시장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추후 버핏이 대한제분 외에도 기아, 신영증권, 현대제철 등에 투자한 것이 알려졌다. 버핏이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가졌던 시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국내 증시의 회복기로 다수의 우량한 기업들까지 저평가받고 있었다. 버핏은 국내 증시에 대해 ‘가치투자자의 천국’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해 2006년 3분기(7∼9월) 무렵 포스코 주식 4%를 매입하기도 했다. 버핏은 포스코에 대해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철강회사”라며 여러 차례 추켜세웠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첫 투자 이후 약 9년 뒤인 2015년 포스코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밝혀지거나, 자금을 회수했다는 소식만으로 주가가 등락을 나타냈다. 2007년에 버핏이 기아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일 기아 주식이 6년 만에 상한가를 달성했다. 포스코의 경우 버크셔해서웨이가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는 소식에 신저가를 기록했는데, 당시 포스코에서는 “버크셔해서웨이 측은 ‘아직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 왔다”며 해명에 나서는 해프닝도 있었다. 버핏은 2007년에 버크셔해서웨이의 손자회사인 대구텍이라는 절삭 공구 전문업체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 한국에 대해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면서 “한국 주식시장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2011년에 두 번째 한국 방문에서는 “한국에 훌륭한 기업이 많다”며 “한국 기업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우리는 모두 워런 버핏의 제자들입니다. 투자자라면 가장 되고 싶은 존재고, 존경하는 인물입니다.” 국내 가치투자 1세대이자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버핏을 단순한 가치투자자로 여기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과거의 가치투자가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만 봤다면, 버핏은 프랜차이즈 밸류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서 투자의 지평을 열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밸류’는 독점적이거나 독점에 준하는 시장 지배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치를 뜻한다. 코카콜라나 애플 등이 버핏이 투자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밸류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의장은 “버핏 투자의 핵심은 가장 싸고, 가장 잘 알고, 가장 자신 있는 기업에만 집중적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버핏이 빌 게이츠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이유가 해당 사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국내 가치투자 1세대인 허남권 전 신영자산운용 사장도 “버핏은 투자의 정석을 몸소 실천해서 보여준 인물”이라고 평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2세대 가치투자자로 분류되는 김민국 최준철 VIP자산운용 공동대표도 버핏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VIP자산운용 사무실에 버핏과 그의 단짝인 고 찰리 멍거의 초상화가 걸려 있을 정도다. 최 대표는 “버핏에게서 배운 두 가지는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을 보는 기준’과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하는 지혜’”라며 “금융위기 때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1960년대 ‘니프티피프티 버블’ 때는 시장에서 한발 나와 있었던 것 등 몸소 보여준 행동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VIP자산운용의 대표 투자 사례들도 버핏의 투자 방식을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VIP자산운용은 동서식품의 모회사 동서를 PER 4배에 매입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장기 보유해 15배의 이익을 얻었다. 또 메리츠금융지주에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투자 중이다. 메리츠금융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최 대표가 버핏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은 투자 방법만이 아니다. 최 대표는 “몇 시간에 걸쳐 주주총회에서 답변하는 버핏의 모습에서 주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를 대하는 태도도 배웠다”고 전했다. ‘워런 버핏 주주서한’ ‘워런 버핏 라이브’ ‘워런 버핏 바이블’ 등 버핏과 관련된 책을 다수 번역한 이건 투자전문 번역가는 “버핏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가치투자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며 “투자를 잘하는 법과 인생을 현명하게 살 수 있는 법을 모두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이 번역가는 “버핏은 매년 주주서한과 주주총회를 통해 투자, 경영, 산업뿐 아니라 학습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유머를 곁들여 친절한 태도로 전달해 왔다”며 “버핏이 은퇴한 뒤 그가 해온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마지막 날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 ‘2025 서울헬스쇼’ 행사장에서는 건강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코너들의 인기도 높았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즐거운 건강 관리’, 이른바 ‘헬시 플레저’ 열풍을 그대로 보여줬다. 1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서울헬스쇼 현장의 정식품 부스에서는 단백질 음료 ‘프로틴밀’을 맛보려는 관람객들의 줄이 20m 넘게 이어졌다. 정식품은 이벤트 참여 관람객을 대상으로 250mL 용량에 단백질이 20g 포함된 음료 ‘그린비아 프로틴밀 액티브’를 제공했다. 음료를 받은 조광성 씨(50)는 “최근 성인병 진단을 받아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달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음료라 챙겨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에는 식후 커피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무설탕 단백질 커피믹스를 맛보기 위해 제누 부스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곳에서는 바리스타맛과 아몬드맛 커피를 시음해볼 수 있었다. 정해경 씨(52)는 “건강 문제로 예전만큼 편하게 커피믹스를 마시지 못했는데 설탕이 안 들었다니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겠다”고 말했다. 건강식품 기업 미베르의 부스에선 설탕과 합성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피넛버터(땅콩버터) 2종을 맛볼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 온 영어교사 줄리아 씨(20)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맛이 좋고 식감이 부드럽다”며 “식단 관리를 할 때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OX 퀴즈, 룰렛 돌리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곳곳에서 진행됐다. 경동제약 부스에서는 룰렛을 돌려 경품으로 건강기능식품까지 받을 수 있어 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챙기려는 참가자들이 몰렸다. 경동제약이 준비한 제품 3000개는 2시간 만에 동이 났다. 건강기능식품 ‘위아바임’을 받은 원종운 씨(35)는 “30대 중반이 되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건강기능식품도 잘 챙겨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 한화시스템과 삼양식품이 새로 편입됐다. 에코프로머티와 엔씨소프트는 제외됐다. 14일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업체 MSCI는 5월 정기 리뷰를 통해 한국 지수 구성 종목을 이같이 조정했다고 밝혔다. MSCI 한국 지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B금융,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81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의 비중이 25%가 넘고 가장 크다. 이번 종목 변경에 따른 지수 리밸런싱(재조정)은 30일 장 마감 후 이뤄질 예정이다. MSCI 지수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영향력 있는 지수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벤치마크(비교 기준) 역할을 한다. 종목이 지수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수동적)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그 반대라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화시스템과 삼양식품은 실적 개선과 지수 편입 기대로 이미 주가가 크게 상승한 만큼 지수 편입 발표에 따른 주가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MSCI는 매년 2월, 5월, 8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정기 리뷰를 통해 전체 시가총액과 유동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지수 편입 종목을 조정한다. 2월에는 국내 증시 부진으로 편입 종목 없이 11개 종목이 편출된 바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6·3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가운데 주요 후보들이 공약을 통해 증시 부양 의지를 드러내며 1400만 개인 투자자 표심 공략에 나섰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선 10대 공약 중 정책순위 세 번째 공약 ‘가계·소상공인의 활력을 증진하고, 공정경제를 실현하겠습니다’에서 증시 부양 방안을 제시했다.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해 외국인 투자가의 유입 확대를 꾀하겠다는 약속이다. 또 지배주주의 사익편취나 시세조종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근절시켜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며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정책순위 다섯 번째 공약 ‘중산층 자산 증식, 기회의 나라’에서 자산 형성을 위한 세제 혜택을 내걸었다. 장기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과 배당소득 분리 과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확대 등을 약속한 것이다. 김 후보는 정책순위 첫 번째 공약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에 나서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에 대해서는 주요 후보들이 모두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했지만 국내에서는 선물 ETF 투자만 가능하다. 이재명 후보는 6일 페이스북에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고 통합감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썼다. 김문수 후보는 대선 10대 공약 중 일부로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을 포함시켰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최근 유튜브 채널 ‘김작가 TV’에서 “국가 차원에서 전략자산으로 비트코인을 ETF 형태로 보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미국, 영국 등이 한발 앞서가고 있는 가상자산의 제도화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해선 입장 차이가 뚜렷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존에 국회 의결 후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던 상법개정안보다 한발 더 나아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의 단계적 확대,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한국은행이 ‘양적완화 도입설’ 진화에 나섰다. 비(非)기축통화국인 한국이 양적완화에 나서면 통화가치 하락, 외환시장 변동성 및 자본 유출 증대 등에 직면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13일 한은은 ‘공개시장운영’에 대해 다룬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국채 발행량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채권시장 왜곡 가능성이 높고, 신용 창출 과정에서 시장이 과열될 우려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양적완화는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국채 등을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이다. 한은의 양적완화 도입 논란은 지난달 30일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시작됐다. 환영사를 맡은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도 선진국처럼 정책금리가 제로 하한 수준에 근접하게 되면 양적완화 같은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중장기적인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미리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일각에서는 한은이 진지하게 양적완화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받아들였고 발언이 알려진 당일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기도 했다. 한은은 당일 “한은이 시중에 직접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도 “중장기적인 고민에 대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무역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중국이 당분간 상호관세를 대폭 낮추기로 합의하자 자본시장도 일제히 반등했다. 뉴욕 증시 선물이 급등세를 나타내는가 하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도 오름세를 보였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발표되기 전 마감된 코스피도 46일 만에 2,600 선을 넘겼다. 12일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에 부과했던 고율 관세를 115%포인트씩 인하하고 90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뉴욕 3대 지수 선물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12일 오전 4시(현지 시간) 기준 나스닥100 선물은 3%대, S&P500 선물은 2%대 강세를 보였다. 합의 발표 후 엔, 유로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26% 오른 101.6으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오후 3시 30분 1402.4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친 뒤, 달러 강세 여파로 계속 상승해(원화 가치 하락) 오후 5시 30분 기준 1420원을 넘겼다. 발표 전 마감된 코스피도 관세 전쟁 완화 기대감에 전 거래일 대비 1.17% 오른 2,607.33으로 장을 마쳤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며 비트코인도 10만4000달러 선을 지켰다. 일주일 전보다 10%, 한 달 전보다 25%가량 오른 가격대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올해 1분기(1∼3월) 역(逆)성장한 한국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도 성장률이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5%로 현재까지 성장률을 발표한 주요 19개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 중 성장률을 발표한 국가와 중국 등 총 19개 국가가 비교 대상이다. 19개 국가 중 1분기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한 국가는 한국, 미국(―0.07%), 헝가리(―0.15%) 등 3개 국가로 이 중 한국이 가장 크게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미국은 물론 미국발 관세 전쟁의 최우선 타깃인 중국(1.2%)과도 차이가 커진 것이다. 독일(0.21%), 프랑스(0.13%) 등 유럽 선진국이나 인도네시아(1.12%), 멕시코(0.2%) 등 신흥개발국보다도 뒤진 것으로 집계됐다.내수 부진에 관세 겹쳐… 글로벌IB 줄줄이 ‘韓 0%대 성장’ 전망한국 1분기 역성장 ‘주요 19國중 꼴찌’정치적 혼란-산불에 성장 뒷걸음질… 美관세 본격 반영땐 수출마저 타격성장률 전망 평균 한달새 0.6%P↓… “저성장 장기화 우려, 새 동력 찾아야”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1∼3월) 주요 19개국 중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미국발 관세 폭탄에 따른 혼란은 모든 나라가 동일하게 겪고 있지만 한국은 내수 부진에 정치적 혼란, 산불 확산 영향이 복잡해 성장이 뒷걸음친 것이다. 2분기(4∼6월)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돼 수출마저 타격이 커지면 0%대 중반 성장률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11일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25%)은 OECD 회원국과 중국 등 성장률을 발표한 주요국 19곳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0.07%)은 물론 미국발 관세 전쟁의 최우선 타깃인 중국(1.2%)과도 성장률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독일(0.21%), 프랑스(0.13%) 등 유럽 선진국이나 인도네시아(1.12%), 멕시코(0.2%) 등 신흥개발국보다도 뒤진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성장률을 발표하지 않은 일본은 올해 1분기 ―0.1%로 역(逆)성장이 예상된다.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다른 국가보다 더 뒷걸음친 것은 국내외 악재가 오롯이 겹친 영향이다. 탄핵 정국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등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된 탓에 투자, 소비 수요가 위축됐다. 여기에 대형 산불이 전국을 덮쳤고, 일부 건설 현장에선 공사 차질이 생겼다. 특히 지난해 내수가 부진할 때 버텨줬던 수출도 뒷걸음질을 쳤다. 반도체 수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이연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도 작용한 영향이다.2분기부터 미국발 상호관세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다는 점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줄줄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 8곳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3월 말 평균 1.4%에서 지난달 말 평균 0.8%로 낮아졌다. 한 달 새 0.6%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것이다.3월 말까지 1.9%와 1.5%의 성장률을 전망했던 UBS와 노무라는 1%로 낮췄다. 이 두 곳을 제외한 6개 투자은행은 올해 한국이 1% 미만의 경제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기존 1.5% 전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7%로 하향 조정했고, JP모건은 0.9%에서 0.5%로 낮춰 잡았다.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로 대폭 내렸고, 이달 수정 전망을 내놓을 예정인 한국은행도 2월에 내놓았던 성장률 전망치(1.5%)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1분기 성장 부진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2월 전망치를 하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문제는 한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저성장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은 네 분기 연속으로 역성장 혹은 0.1% 성장에 그쳤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출산과 안보 리스크를 안고 있는 대만이 인공지능(AI) 산업을 선점한 효과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만 정부는 최근 1분기 깜짝 성장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4%에서 3.6% 로 상향 조정했다.내수 부진 장기화 속에 국가 재정 여력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IMF는 이날 올해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54.5%로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非)기축통화국 11개국 평균치(54.3%)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한국의 국가부채가 앞으로도 빠르게 늘어 5년 뒤에는 국내총생산(GDP)의 60%에 이를 것이라고도 내다봤다.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 인구구조 등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고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 국내 주력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하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4.25∼4.50%)으로 동결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져 지난달 “어두운 터널에 들어온 것 같다”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만큼 양국의 금리 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7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고, 실업률과 물가 상승의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밝혔다. 연준은 올 1월과 3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최근 지표는 경제활동이 계속해서 견조한 속도로 확장해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실업률은 최근 몇 개월간 낮은 수준으로 안정화됐고 노동시장 여건은 여전히 탄탄하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다소 높다”고 진단했다. 관세정책에 따른 침체 징후가 아직 거시경제 지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연준이 동결을 결정한 것은 커진 불확실성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대규모 관세 인상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 경제 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데이터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파월 의장은 “FOMC의 업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항상 경제 데이터, 전망, 위험 요소 균형, 그것만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독립성을 존중하지만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지만 파월 의장과 정책에 대해 항상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준이 관세에 대한 잘못된 경제 모델링을 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한국(2.75%)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으로 1.75%포인트를 유지했다. 올 2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벌어진 뒤 3개월 넘게 유지 중이다. 다만 이달 29일로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기준금리 차가 2%까지 벌어질 수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벌어지면 환율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지만 그보다는 경기침체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의 충격으로 수출과 내수 성장 동력 모두 위축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는 성장률 발표에 따라 하방으로 내려가는 영향이 있으니 더 낮출 이유는 많은 상황”이라며 당초 전망보다 금리 인하 횟수가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상을 뛰어넘는 관세 정책의 여파로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현 상황에선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정책도 더해 효과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메리츠증권의 트레이딩 시스템 전산 장애로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1시간 넘게 거래를 하지 못하고 불편을 겪어야 했다. 7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6일 오후 10시 30분부터 11시 32분까지 62분 동안 메리츠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매수·매도 주문 체결 오류가 발생했다. 전산장애로 투자 손실을 봤다는 투자자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메리츠증권은 보상에 나서기로 했다. 주문 기록이 있고, 해당 주문이 체결 가능했던 가격인 데다, 장애 시간 동안 손실이 발생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보상할 방침이다. 메리츠증권은 8일까지 전산 장애 보상 신청을 받는다.메리츠증권의 전산장애는 지난해 12월 이후 세 번째다. 앞서 2월에도 MGO글로벌(MGOL)과 헤이드마 마리타임 홀딩스(HMR)의 합병 비율(30 대 1)을 잘못 적용해 MGOL 주주들에게 HMR 주식을 1주가 아닌 30주씩 지급하기도 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KODEX 미국 S&P500, KODEX 미국나스닥100 2종의 유보 분배금을 15개 분기에 걸쳐 지급한다고 7일 밝혔다. 분배금이 자동으로 재투자되는 토털리턴(TR) 방식으로 운영됐던 ETF를 분배금 지급 방식으로 전환한 데 따른 조치다.삼성자산운용은 ETF 2종이 2021년 4월 상장 후 지난해 말까지 15분기 동안 쌓아온 배당금을 7월부터 2029년 1월까지 15분기에 걸쳐 분배금으로 돌려준다. 유보 배당금은 매년 1, 4, 7, 10월 마지막 영업일에 보유한 투자자에게 다음달 두 번째 영업일에 지급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중 관세 전쟁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한 투자처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달 새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상장지수펀드(ETF) 1∼3위가 모두 MMF였다. 5일 코스콤의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2일까지 KODEX 머니마켓액티브에 4261억 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 ETF 중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유입이다. RISE 머니마켓액티브(3711억 원), 1Q 머니마켓액티브(3353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KODEX 미국S&P500(2831억 원), KODEX 200(2283억 원) 등 미국 대기업이나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ETF보다 더 많은 자금이 몰렸다. 특히 KODEX 머니마켓액티브에는 올해 들어서만 1조9325억 원이 유입되며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이 ETF는 순자산 총액이 6조 원을 넘기며 전체 ETF 중 4위에 올랐다. MMF는 초단기 채권,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위험성이 낮은 대신 보통 연 3%대 초중반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만기가 별도로 없어 예금과 달리 편하게 인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MMF ETF에 투자할 경우 ETF의 장점인 거래가 간편하다는 것도 더해진다. ETF 시장에서 MMF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증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올 들어 미국 S&P500을 추종하는 ETF는 9%대,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는 11%대 손실을 보고 있다. 반면 MMF는 상대적으로 적은 손실 위험을 안고도 1%대 수익을 내고 있다. 또 최근 금리 인하 국면으로 접어들며 금리형 ETF의 수익성이 나빠진 점도 MMF ETF로 자금이 쏠리는 데 한몫했다. 올해 자금 순유출 상위 ETF 5개 가운데 1∼4위가 모두 CD 금리와 무위험지표금리인 코파(KOFR) 금리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시장에서는 MMF 등 안전자산으로 투자 자금이 쏠리는 움직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예금 금리가 하락하고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급격히 오르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으려는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MMF ETF에 투자한 뒤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투자 경고 종목’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투자 경고 종목 지정 건수는 총 56건으로 집계됐다. 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1년 전(11건)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건수다. 올 1월 20건이었던 투자 경고 종목 지정 건수는 2월과 3월 각각 16건, 6건으로 줄었지만 지난달 크게 늘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막이 오른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 관련 정치테마주 주가가 급등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 경고 종목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테마주인 형지글로벌, 형지엘리트, 상지건설 등이 포함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관련 테마주(평화홀딩스)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관련 테마주(아이스크림에듀) 등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테마주는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 전망과는 무관하게 후보자들의 지지율이나 사법리스크 등에 따라서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여 주의가 필요하다. 이 후보 관련 테마주인 상지건설은 지난달 30일 상한가를 보였지만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2일 15% 넘게 급락한 바 있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지정되는 투자 경고 종목은 추가로 주가가 급등하면 거래가 정지될 수도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다음 달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테마주가 급등락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투자경고 종목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총 56건으로 집계됐다. 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이며 지난해 4월(11건)의 5배가 넘는다.한국거래소는 소수 계좌에 매매가 집중되거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종목에 대해 경보하는 시장경보제도를 운영한다.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등 3단계 조치로 이뤄진다. 투자경고 및 위험 단계에서는 매매거래가 정지되거나 위탁증거금 100% 징수, 신용거래 제한 등의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 올 1월 20건이었던 투자경고 종목은 2월 16건, 3월 6건 등으로 줄었으나 지난달 56건까지 급증했다. 이는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린 뒤 시작된 조기 대선을 두고 주요 대선 후보 관련 테마주 주가가 급등락한 탓이다.실제로 투자경고 종목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테마주(형지글로벌, 형지엘리트, 상지건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관련 테마주(평화홀딩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 관련 테마주(아이스크림에듀) 등 정치테마주가 다수 포함됐다.정치테마주는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 전망과는 무관하게 후보자들의 지지율이나 사법리스크 등에 따라서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재명 후보 관련 테마주인 상지건설은 지난달 30일 상한가를 보였지만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2일 15% 넘게 급락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이번 주 국내외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를 미리 알아보는 동아일보 경제부의 D’s 위클리 픽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해 해임까지 거론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가운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립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내놓을 관세에 대한 연준의 전망과 연준의 독립성 등에 대한 의견에 시장의 관심이 쏠립니다.● 6~7일 FOMC 개최우선 6일과 7일(현지시간) 연준은 FOMC 회의를 열고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논의합니다. 파월 의장과 연준 이사 7명과 뉴욕 연방은행장 등 12명의 지역연방은행장이 모여 정책금리를 결정합니다. 올해 예정된 8번째 회의 중 세 번째 회의입니다. 이번 FOMC에서는 1월과 3월에 이어 현행 기준금리(4.25~4.50%) 동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6월까지는 관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유력합니다.이번 회의에서는 금리 결정 여부 못지 않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입니다.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 상황 전망을 연준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은 금통위 의사록 공개7일 한국은행은 지난달 17일 진행했던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사록을 공개합니다. 당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현행 기준금리(2.75%) 동결, 1명이 0.25% 포인트 금리 인하 의견을 냈습니다. 경제 상황이 올 1월 전망보다 나빠졌음에도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고 원-달러 환율이 불안정한 만큼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의사록에서는 금통위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교환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은은 8일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을 발표합니다. 3월 말 외환보유액은 3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4100억 달러선을 넘기지는 못했습니다. 또 9일에는 3월 ‘국제수지(잠정)’ 결과를 발표합니다. 2월 경상수지는 71억8000만 달러로 2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습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수출이 위축됐을 수 있지만 3월까지는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갔을 가능성이 큽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공매도 재개 한 달 만에 공매도 거래대금이 안정화됐고 국내 증시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국인이 9개월 연속 국내 증시를 순매도해 공매도 재개로 기대됐던 외국인의 복귀 효과는 미미했다.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된 3월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 달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20조3654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 재개 첫날 1조7289억 원에 달했던 공매도 거래대금은 이달 2일 6272억 원까지 줄었다.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8485억 원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가 이뤄진 2023년 11월 6일 직전 한 달(같은 해 10월 4일∼11월 3일)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7884억 원 대비 601억 원(7.6%) 증가했다. 공매도 재개와 미국의 상호관세 도입이 겹쳤지만 국내 증시는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재개일 직전인 3월 28일 종가(2,557.98) 대비 2일 코스피 종가(2,559.79)는 0.07% 상승하며 강보합을 보였고, 같은 기간 코스닥은 693.76에서 721.86으로 4.1% 올랐다.공매도 재개 후 한 달 동안 거래대금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85.1%로 기관(13.7%), 개인(1.2%)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외국인 자금의 증시 복귀 효과는 크지 않았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도 10조 원이 넘는 코스피와 코스닥 주식을 매도해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연속 ‘팔자’였다. 이는 2007년 6월부터 2008년 4월까지 11개월 이어진 역대 최장 순매도 이후 두 번째로 긴 매도 기록이다. 월간 매도 규모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 3월(12조8525억 원 매도) 이후 가장 크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성이 2022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유예하는 등 정책을 바꿀 때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에 진전이 있거나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변동성이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평균 변동 폭(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9.7원, 변동률은 0.67%로 집계됐다. 이는 3월(4.3원, 0.29%) 대비 2배 이상 커진 것으로 2022년 11월(12.3원·0.9%) 이후 가장 큰 변동성을 보였다. 2022년 11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환율의 변동성을 키운 것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였다. 미국의 관세에 중국이 보복관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달 9일 장중 원-달러 환율은 1487.6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는 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한다고 밝히자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11일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0원까지 빠르게 하락했고 14일 주간 종가도 1424.1원으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미국과 주요 국가들의 상호관세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지난달 1∼18일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은 11.7원, 변동률은 0.81%에 달했다. 관세로 출렁인 것은 원-달러 환율뿐만이 아니다. 해당 기간 엔, 유로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의 변동률도 0.6%에 달했는데 이는 3월(0.34%)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안전자산인 유로(0.73%), 엔(0.76%) 등도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진전 기대감이 커지며 원-달러 환율도 진정되는 흐름이다. 이달 2일 원-달러 환율의 주간 종가는 1405.3원으로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12월 3일(1402.9원) 이후 가장 낮다. 2일 장중 저가는 1391원까지 하락했다. 저가 기준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온 것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다만 미국과 중국의 통합 협상 결과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 국내 경기 부진과 정치 불확실성의 확대도 불안 요소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정에서 협의가 이뤄질 경우 달러 가치가 하락할 수 있고,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면 위안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도 상승할 수 있다”며 “한국 경제가 1분기 역성장을 하는 등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다음 달 신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2022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의 변수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평균 변동 폭은 9.7원, 변동률은 0.67%로 집계됐다. 이는 3월(4.3원, 0.29%)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으로 환율이 급등락했던 2022년 11월(12.3원·0.9%)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크다.지난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 것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의 영향이 크다. 미국이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달 9일 장중 원-달러 환율은 1487.6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어 11일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0원까지 빠르게 하락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는 90일 동안 유예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시장에서는 이달 들어서도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진행 상황이나 경기 부진 및 정치 불안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100일 동안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크게 하락하며 1973년 리처드 닉슨 2기 행정부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요국과 협상이 진행되며 증시가 반등했지만, 여전히 관세정책의 향방에 따라 증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4월 29일(현지 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0.75%), S&P500지수(+0.58%), 나스닥종합지수(+0.55%)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상승 마감했다. 한국, 일본, 인도 등 주요국과 관세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다우지수와 S&P500은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1월 20일 출범한 뒤 지난달 29일까지 트럼프 2기 행정부 100일간의 증시 성적을 따져 보면 참담하다. 다우지수(―6.8%), S&P500(―7.3%), 나스닥(―11.0%) 모두 크게 하락하며 닉슨 2기 행정부 이후 52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초반 100일 동안 다우지수 10.1%, S&P500 9.7%, 나스닥 19%가 하락했던 바 있다. 당시는 미국 경제가 오일 쇼크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던 때였다. 임기를 시작하고 첫 100일은 보통 향후 4년 동안 펼칠 정책의 방향을 밝히고, 시장도 적응해 가는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허니문’ 기간 증시는 상승세를 탄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지만 규제 완화, 감세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해 증시에도 긍정적이었다.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와 완전히 달라진 증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것은 관세 정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상승세를 이어가던 뉴욕 증시는 중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우방국을 대상으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공격적인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지난달 3일과 4일 이틀 동안 증시가 폭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관세 혼란과 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강행, 연방 직원의 대량 해고가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졌고 S&P500은 1929년 이래 7번째로 빠른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달러 가치도 닉슨 행정부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100일 동안 달러인덱스는 약 9% 하락해 1971년 금본위제 폐지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의미한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관세 정책을 뒤집으며 못 미더운 모습을 보여준 탓에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의 지위가 흔들린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향후 선진국처럼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에 접근할 수 있다며 양적완화(QE) 등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도입에 대해서도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0.2%)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등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본격 진입한 가운데 기존의 통화정책이 앞으로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30일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개최한 ‘우리나라 통화정책 수단의 운용 과제 및 시사점’ 정책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우리 경제는 저출산·고령화 심화,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도 선진국처럼 정책금리가 제로 하한 수준에 근접하게 되면 양적완화와 같은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양적완화를 활용하기 어렵다면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무엇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적완화는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국채 등을 대규모로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이다. 보통 기준금리가 제로(0)에 가까워져 더 이상 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하기 힘든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이 사용해왔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상황에서도 양적완화 없이 기준금리 조정을 활용해 대응해 왔다. 이 총재는 “한은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몇 번의 금융위기를 겪으며 기존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면서도 “이제는 일시적 보완을 넘어 우리 경제를 둘러싼 통화정책 여건의 중장기 구조적 변화를 고려해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은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과도한 환율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데 집중해 온 공개시장운영 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서학개미 등 거주자들의 해외 증권 투자가 늘며 수급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정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은이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을 일정기간 사들여 시중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주요국 대차대조표 정책 및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최동범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요국의 사례를 보면 정책금리가 제로금리에 도달하면서 양적완화 시행 등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며 “자산매입 정책의 최적 형태나 효과는 각국의 경제구조나 금융시장 환경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