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이상환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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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상환 기자입니다.

payback@donga.com

취재분야

2024-05-05~2024-06-04
사회일반51%
사건·범죄20%
검찰-법원판결7%
남북한 관계7%
인사일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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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성범죄 재범, 작년 1400건… ‘수원 발바리’ 이웃 여성 “이사 준비”

    “연쇄 성폭행범이 이웃이라니…. 무서워서 차라리 이사하려고요.” 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이모 씨(23)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이 오피스텔에 이른바 ‘수원 발바리’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가 입주했기 때문이다. 15년 복역 후 2022년 10월 출소해 화성시에 자리 잡았던 그가 수원시로 이사하면서 이 일대가 발칵 뒤집힌 것. 인근 주민 김모 씨(29)는 “근처에 어두운 골목도 많은데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거주지 등 신상공개 성범죄자의 재범이 4년 새 27.9% 늘어난 1417건으로 집계되면서 상습 성범죄자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하루 3.9건꼴로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른 셈인데,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자 거처 옮길 때마다 일대가 ‘발칵’ 이날 박병화가 입주한 오피스텔은 입구부터 삼엄한 기운이 돌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순찰기동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입구에 순찰차를 주차해두고 일대를 순찰했다. 한 주민이 “내가 박병화와 같은 층에 사는데 같이 좀 올라가 달라”고 하자 경찰관이 엘리베이터에 동승했다. 이 일대 주민들은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전철역과 가깝고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있는 데다, 도보 20∼30분 거리에 중고등학교 10여 개가 몰려 있어서 주민과 학부모의 반발이 크다. 현재 오피스텔 주민들은 박병화의 퇴거를 위해 입주자 의사를 설문하고 있다. 인근 가정폭력상담소 등 여성보호시설 7곳과 9개 시민단체가 지난달 24일 수원시청 앞에 모여 박병화의 퇴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는 박병화가 2002년부터 5년간 수원시 일대에서 홀로 사는 여성 10명을 성폭행했기 때문이다. 그가 출소해 수원대 후문에서 약 100m 거리인 화성시 봉담읍의 한 원룸에 입주했을 때도 ‘왜 굳이 2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이 많은 곳으로 왔느냐’며 반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경찰은 근처에 폐쇄회로(CC)TV 27대와 비상벨 12대를 설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지만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런 혼란은 성범죄자가 거처를 옮길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008년 초등학교 2학년생을 성폭행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조두순(72)이 2020년 출소 후 경기 안산시로 전입했을 때도, 미성년자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경기 의정부시의 한 법무부 시설에 입소한다고 알려졌을 때도 이런 혼란이 반복됐다. ● 하루 3.9건 재범… “감시 피해 디지털 성범죄” 성범죄자 전입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최근 출소한 성범죄자들이 저지른 재범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상등록 성범죄자가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등록 대상이 된 사례는 지난해 1417건이었다. 2019년 1108건에서 4년 새 27.9% 증가했다. 특히 성착취물이나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영상 제작·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로 재범한 사례가 2019년 213건에서 지난해 359건으로 68.5% 급증했다. 배상훈 전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자가 출소 후 교정 당국 등의 감시를 의식하면서도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디지털 범죄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등 재범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재범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결국 교정시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라며 “제시카법 등 관련 법안 마련과 함께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교도소 단계에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수원=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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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수원 발바리’ 입주에 발칵…신상공개 성범죄자 재범 하루 4건꼴

    “연쇄 성폭행범이 이웃이라니…. 무서워서 차라리 이사하려고요.”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이모 씨(23)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이 오피스텔에 이른바 ‘수원 발바리’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가 입주했기 때문이다. 15년 복역 후 2022년 10월 출소해 화성시에 자리 잡았던 그가 수원시로 이사하면서 이 일대가 발칵 뒤집힌 것. 인근 주민 김모 씨(29)는 “근처에 어두운 골목도 많은데 걱정된다”고 했다.지난해 신상공개 성범죄자의 재범이 4년 새 27.9% 늘어난 1417건으로 집계되면서 상습 성범죄자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하루 3.9건꼴로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른 셈인데,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자 거처 옮길 때마다 일대가 ‘발칵’이날 박병화가 입주한 오피스텔은 입구부터 삼엄한 기운이 돌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순찰기동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입구에 순찰차를 주차해두고 일대를 순찰했다. 한 주민이 “내가 박병화와 같은 층에 사는데 같이 좀 올라가달라”고 하자 경찰관이 엘리베이터에 동승했다.이 일대 주민들은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전철역과 가깝고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있는 데다, 도보 20~30분 거리 내에 중·고등학교 10여 개가 몰려있어서 주민과 학부모의 반발이 크다. 현재 오피스텔 주민들은 박병화 퇴거를 위해 입주자 의사를 설문하고 있다. 인근 가정폭력상담소 등 여성 보호 시설 7곳과 9개 시민단체가 지난달 24일 수원시청 앞에 모여 박병화의 퇴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는 박병화가 2002년부터 5년간 수원시 일대에서 홀로 사는 여성 10명을 성폭행했기 때문이다. 그가 출소해 수원대 후문에서 약 100m 거리인 화성시 봉담읍의 한 원룸에 입주했을 때도 ‘왜 굳이 2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이 많은 곳으로 왔느냐’며 반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경찰은 근처에 폐쇄회로(CC)TV 27대와 비상벨 12대를 설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지만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이런 혼란은 성범죄자가 거처를 옮길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008년 초등학교 2학년생을 성폭행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조두순(72)도 2020년 출소 후 안산시로 전입했을 때도, 미성년자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의정부시의 한 법무부 시설에 입소한다고 알려졌을 때도 주민들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 하루 3.9건 재범… “감시 피해 디지털 성범죄”성범죄자 전입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최근 출소한 성범죄자들이 저지른 재범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상등록 성범죄자가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등록 대상이 된 사례는 지난해 1417건이었다. 2019년 1108건에서 4년 새 27.9% 증가했다.특히 성착취물이나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영상 제작·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로 재범한 사례가 2019년 213건에서 지난해 359건으로 68.5% 급증했다. 배상훈 전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자가 출소 후 교정당국 등의 감시를 의식하면서도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디지털 범죄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등 재범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재범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결국 교정시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라며 “제시카법 등 관련 법안 마련과 함께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교도소 단계에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수원=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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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기준금리 등 복잡한 결정, AI가 도움될 것”

    “인공지능(AI)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더 큰 모델에서 분석한 통계일 뿐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81·사진)는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열린 ‘AI의 기원’ 강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AI가 생물학과 통계학, 경제학, 물리학 등 기존 학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AI 역시 경제학이나 물리학 등과 마찬가지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사전트 교수는 과거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찰스 다윈, 아이작 뉴턴 등의 연구 방식이 머신러닝과 같은 AI 기술과 유사하다고 봤다. 그는 “(과거 물리학 등과 비교해) 방대한 자료와 빠른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우리의 제한된 인지 능력의 한계가 역설적으로 AI 발전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오랜 기간 지식을 축적했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AI의 발전을 도모하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AI가 인간의 정책 결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예컨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양한 경제 변수를 고려해 결정하는 기준금리 등을 정할 때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중앙은행들은 이미 경제모델을 활용해 엄청난 양의 통계를 분석해 왔다”고 설명했다. 사전트 교수는 2011년 거시경제의 인과관계에 관한 실증적 연구로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경제학자다. 그는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가 사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해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한다는 ‘합리적 기대 가설’을 바탕으로 정부나 중앙은행의 거시정책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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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는 새로운 게 아니라 더 큰 모델서 분석한 통계”

    “인공지능(AI)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더 큰 모델에서 분석한 통계일 뿐입니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81)는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열린 ‘AI의 기원’ 강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AI가 생물학과 통계학, 경제학, 물리학 등 기존 학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AI 역시 경제학이나 물리학 등과 마찬가지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사전트 교수는 과거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찰스 다윈, 아이작 뉴턴 등의 연구 방식이 머신러닝과 같은 AI 기술과 유사하다고 봤다. 그는 “(과거 물리학 등과 비교해) 방대한 자료와 빠른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우리의 제한된 인지 능력의 한계가 역설적으로 AI 발전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오랜 기간 지식을 축적했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AI의 발전을 도모하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AI가 인간의 정책 결정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예컨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양한 경제 변수를 고려해 결정하는 기준금리 등을 정할 때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중앙은행들은 이미 경제모델을 활용해 엄청난 양의 통계를 분석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전트 교수는 2011년 거시경제의 인과관계에 관한 실증적 연구로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경제학자다. 그는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가 사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해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한다는 ‘합리적 기대 가설’을 바탕으로 정부나 중앙은행의 거시정책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 등으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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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公기관서도 ‘비혼’ 선언 직원 축하금 논란

    최근 비혼(非婚)을 선언한 직원에게 현금을 주는 이른바 ‘비혼 축의금’을 도입한 민간기업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공공기관 노동조합에서도 이런 요구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비혼도 결혼·출산처럼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선택’이라는 옹호론과 ‘합계출산율 0.6명대의 초저출산 국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대론이 엇갈리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비혼을 선언한 임직원에게 비혼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는 연말 노사 단체협약 협상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사측은 아직 노조의 요청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 은행은 결혼한 직원에게 유급휴가와 축하금 등을 지급하는데, 일부 조합원이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직원도 결혼에 준하는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건의한 데 따른 것이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기타공공기관이다. IBK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비혼금을 도입하려면 기재부의 허가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겠지만, 노조 측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달라진 인식을 고려해서 검토할 만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를 두고 ‘저출산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정부와 기업이 자칫 비혼을 장려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비혼과 결혼·출산의 기계적 균형보다는 오히려 출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출산장려금 1억 원’ 등 파격적인 정책까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비혼 축의금’ 논란…“기혼자만 우대 불공정” vs “저출산 부추기나”일부 대기업, 경조금 지원 등 이어기업銀 공공기관 첫 도입 논의“시대 반영” vs “정책 역행” 엇갈려“시민들간 사회적 합의 필요” 지적 “결혼과 출산 계획이 없다고 해서 사내 복지에서 손해를 보면 안 되죠.”(2년 차 회사원 전모 씨·28) “가뜩이나 심한 저출산 현상을 기업이 부추기게 되는 것 아닌가요?”(출산 준비 중인 4년 차 회사원 김모 씨·32·여) 비혼 선언 직원에게 혜택을 주는 ‘비혼 축의금’ 제도를 신설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이를 보는 청년 회사원의 시각은 엇갈렸다. 결혼과 출산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회사원이 늘어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찬성론이 있는 반면에 반대쪽에선 저출산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기업이 오히려 비혼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혼 선택 존중을” vs “출산 지원에 집중해야” 이런 상황에서 기타공공기관인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비혼을 선언한 임직원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논란이 공공기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이를 수용하면 공공기관에서 비혼금을 주는 첫 사례가 된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인 안건이 올라올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공식 논의는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미 LG유플러스,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사기업에선 비혼을 선언한 직원들에게 지원금과 유급 휴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 안에서도 의견은 갈리고 있다. 비혼금 제도가 있는 한 회사에 2년째 근무 중인 김모 씨(26)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느낌이라 직원들 만족도가 높다”며 “출산 관련 복지도 잘돼 있어 (비혼금이) 시대를 역행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기업 1년 차 직원 이모 씨(29)는 “비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되면 향후 닥쳐올 ‘초저출산 사회’에 대한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히려 기업이 육아휴직 확대나 출산 지원금 인상 등 결혼·출산에 대한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출산용품 지원 중단, 출산축하금 폐지… “저출산 대응 역행” 공직 사회에서는 출산용품 지원이 중단되는 등 결혼과 출산에 따른 혜택이 축소되는 사례가 생겨 ‘저출산 대응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올해부터 임신·출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출산 준비용품 지원사업을 중단했다. 출생률 감소로 혜택 대상이 줄었고,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수요가 다양해졌다는 게 이유였다. 공단은 “올해부터 (물품 지원 대신) 일·가정 양립 및 육아·보육 프로그램 등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방직 공무원 박모 씨(26)는 “공무원 조직은 아직 보수적이라 다른 프로그램을 새로 운영한다고 해도 맘 편히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 씨(28)는 “한정된 예산 내에서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출산 준비 중인 여성들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광주시는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지난해 출산 가구에 100만 원을 주는 출산축하금을 폐지했다. 당시 광주 육아카페에는 “곧 출산 예정인데 갑자기 폐지한다는 게 말이 되냐”, “광주만 왜 역행하는 건지 너무한다”는 반응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내 출산율 전망은 밝지 않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출생등록 아동은 2만87명으로 전년 동월(1만8287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출생등록 아동이 늘어난 건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반등일 뿐, 올해 말까지는 출산율이 반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혼인 건수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혼·출산 장려와 비혼금 등 비혼 지원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비혼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생략된 채로 제도 등이 먼저 도입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며 “국민뿐 아니라 정치권 등에서도 담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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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입국도 도주도 쉬워… 한국 MZ세대 조폭들 활개

    “태국에선 한국 출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범 명단을 따로 관리해야 할 정도로 한국인 범죄자가 많았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태국 영사로 근무한 한지수 대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총경)은 “최근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을 벌인 20, 30대 피의자 3명 외에도 태국과 한국을 수시로 오가는 범죄자가 많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달 초 한국인 관광객 노모 씨(34)가 납치 살해된 뒤 시신이 드럼통에 담겨 저수지에 유기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태국에서 한국인이 연루된 강력 범죄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한 총경 등 전직 태국 경찰 영사 4명과 현지 사정에 밝은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무비자 입국 △3국과 접경하고 바닷길까지 열려 있는 지리적 여건 △정보기술(IT) 인프라 발달 △대마 합법화 등이 공통으로 거론됐다.● “입국도, 도주도 쉬운 구조” 전문가들에 따르면 태국은 입국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전과가 있는 국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조직폭력배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고 한다. 태국이 무비자로 입국해 90일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 불법 도박 사이트 조직의 내분이 살인으로 이어진 이른바 ‘임모 씨 살인 사건’ 때도 범인 김형진(39)은 무비자로 태국에 입국했다.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인 그는 파타야의 한 리조트에 사무소를 차리고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개발자 임모 씨를 살해해 체포된 뒤 국내로 송환됐다. 이 사건은 최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4’의 모티브가 됐다. 당시 현지 영사였던 한 총경은 “김형진처럼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도박 조직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태국과 육로로 통하는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 등 3개국이 전부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라는 점도 범죄조직의 선호 이유가 되고 있다. 최근 드럼통 살인사건에서도 피의자 3명 중 이모 씨(27)가 캄보디아로 도주했다가 현지 경찰에 붙잡혔지만 미얀마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 씨(39)는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태국 남쪽으로는 바닷길도 열려 있어 태평양으로 밀항이 가능하다. 2019년에도 태국 라용에서 한국인 도박사범이 동료 조직원을 살해하고 캄보디아로 도주하려다 검거됐다. 당시 태국 영사였던 A 씨는 “사건 이틀 만에 캄보디아로 도망치는 걸 겨우 잡았다”며 “태국은 육로로 인근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불법 체류와 월경이 용이한 구조”라고 했다. ● 인터넷 빠르고 대마 합법화돼 도박-마약사범 몰려 태국이 동남아 국가 중 상대적으로 발전해 IT 인프라가 발달한 점도 조직범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MZ 조폭의 주요 먹거리인 불법 도박 사이트의 경우 빠른 인터넷 속도가 사이트 운영과 실시간 송금 등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B 전 영사는 “현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자를 조사해 보면 ‘인터넷 속도가 빠르면 한국 내 조직원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태국 정부가 2022년 6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대마 판매 및 흡입을 허용한 뒤로 마약 유통을 위해 태국으로 향하는 조직도 늘고 있다. C 전 영사는 “여행객에게 ‘물건 하나만 옮겨주면 수백만 원을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해 마약을 몰래 국내로 밀반입시키는 ‘보따리’ 아르바이트가 점점 더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B 영사는 “마약 범죄의 특성상 대마가 합법화되면 필로폰 등 더 강한 마약도 구하기 쉬워진다”라며 “앞으로 태국이 국내에 유입되는 마약의 주요 출처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내다봤다.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는 배상훈 전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태국이 범죄자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며 “태국 내 범죄조직 취업을 유혹하는 온라인 구인 글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캄보디아 등 접경국의 교민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도주범에 대한 추적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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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락가락 정부 못믿어” “또 금지前 미리 사둬야”… 소비자들 분통 이어져

    정부가 유모차, 완구 등 80개 품목에 대한 ‘국가통합인증마크(KC) 미인증 시 해외 직접 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사실상 철회한 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등의 분통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자녀 완구를 샀던 직장인 박정우 씨(42)는 20일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직구 금지의 불씨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계속 넣겠다”고 말했다. 김모 씨(29)는 “지난주엔 직구를 금지한다고 하더니 오늘은 일부 품목만 선별해 규제한다니 직구를 해도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무슨 정책이 사흘 만에 이렇게 오락가락하느냐”고 지적했다. 미리 ‘직구 사재기’를 해두겠다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송모 씨(30)는 “위해성 있는 것만 제한한다지만 또 언제 직구를 금지한다고 할지 몰라 스마트워치와 이어폰을 구매했다”라며 “나중에 금지할 경우 비싼 가격에 사야 할 텐데 미리 사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설명한 ‘해외 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한 줄씩 분석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차장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라는 발언을 두고 “해외 직구를 ‘당장’ 금지하는 게 아닐 뿐, 언젠가 한다는 걸로 해석해야 한다”라며 “사실상 철회는 말장난”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했다. 국내 유통업계도 정부의 설익은 대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중국발 저가 제품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소비자들에게 이해시키는 절차가 먼저 필요했다”라며 “중국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이었는데 첫 단추부터 어긋나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급성장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매출이 최근 발암물질 검출 등 위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BC카드가 올 4월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매출액은 전달 대비 40.2%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C커머스의 매출액을 100으로 봤을 때 올 3월 이들의 매출액은 238.8까지 급성장했으나 4월 142.9로 뒷걸음질쳤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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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모르냐’ 하지마시고”… 병의원 신분증 확인 첫날 곳곳 혼란

    “주민등록증을 안 가져왔는데…. 10년째 이 병원에 다니는데 오늘 정말 진료 못 받나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안과 의원. 눈에 이물감을 느껴 의원을 찾은 이모 씨(59)가 접수대 앞에서 “오늘부터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는 직원 말을 듣고 당황하며 말했다. 운전면허증 등도 없었던 이 씨는 결국 대기실 한쪽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았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다 보니 직원 도움을 받으며 본인 인증 등을 거치는 데 10분가량 걸렸다.● “어떻게 돌려보내나” 확인 없이 진료도 이날부터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며 모든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신분증이나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있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타인 신분을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거나 해외 거주자 등이 지인 명의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단골 병원의 경우 한 번 본인 인증을 하면 6개월 동안은 다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병의원들은 혼선을 줄이기 위해 입구에 안내문을 붙이고 예약 환자에게 사전에 문자메시지로 내용을 알렸다. 하지만 현장에선 크고 작은 소동이 이어졌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선 간호사들이 접수대에서 한 명씩 신분증을 검사하다 한 환자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자 “다시 방문해달라”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복통을 호소하던 박모 씨(47)는 “신분증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회사와 가까운 병원을 방문했는데 진료가 안 된다고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신분증을 안 가져온 경우에도 진료를 받을 순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평소의 3∼4배인 진료비를 내야 한다. 14일 내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사후 적용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일부 병원은 신분증을 안 가져온 고령 환자들에게는 본인 확인을 생략하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동네병원장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환자들까지 어떻게 돌려보내느냐”며 “얼굴 다 아는 할머니까지 신분증을 확인하는 건 부정수급 방지란 제도 취지에도 안 맞는다”고 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신분증이 없는 환자가 ‘나를 무시하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경찰을 불러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병원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다만 8월 19일까지는 계도기간이라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는다.● “설익은 정책이 부작용 키워” 지적도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금지된 ‘진료 거부’에 해당된다”며 “일선 병의원의 혼선이 크다”고 말했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에는 본인 사진이 없고 다른 사람 스마트폰에도 설치할 수 있어 ‘반쪽짜리’ 본인 확인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에 공단은 본인 명의 스마트폰에만 건강보험증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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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다닌 병원인데 민증 내놓으라니…” 병의원 신분증 확인 의무화 첫날

    “주민등록증을 안 가져왔는데…. 10년째 이 병원에 다니는데 오늘 정말 진료 못 받나요?”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안과 의원. 눈에 이물감을 느껴 의원을 찾은 이모 씨(59)가 접수대 앞에서 “오늘부터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는 직원 말을 듣고 당황하며 말했다. 운전면허증 등도 없었던 이 씨는 결국 대기실 한쪽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았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치 않다 보니 직원 도움을 받으며 본인 인증 등을 거치는 데 10분가량 걸렸다.● “어떻게 돌려보내나” 확인 없이 진료도이날부터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며 모든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신분증이나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있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타인 신분을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거나 해외 거주자 등이 지인 명의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단골 병원의 경우 한 번 본인 인증을 하면 6개월 동안은 다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병의원들은 혼선을 줄이기 위해 입구에 안내문을 붙이고 예약 환자에게 사전에 문자메시지로 내용을 알렸다. 하지만 현장에선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선 간호사들이 접수대에서 한 명씩 신분증을 검사했다. 한 환자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자 “다시 방문해달라”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복통을 호소하던 박모 씨(47)는 “신분증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회사와 가까운 병원을 방문했는데 진료가 안 된다고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신분증을 안 가져온 경우에도 진료를 받을 순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평소의 3~4배인 진료비를 내야 한다. 14일 내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사후 적용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일부 병원은 신분증을 안 가져온 고령 환자들에 대해선 본인 확인을 생략하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동네병원장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환자들까지 어떻게 돌려보내느냐”며 “얼굴 다 아는 할머니까지 신분증을 확인하는 건 부정수급 방지란 제도 취지에도 안 맞는다”고 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신분증이 없는 환자가 ‘나를 무시하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경찰을 불러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병원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다만 8월 19일까지는 계도기간이라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는다.● “설익은 정책이 부작용 키워” 지적도의료계에선 설익은 정책이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신분증을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금지된 ‘진료 거부’에 해당된다”며 “일선 병의원의 혼선이 크다”고 말했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에는 본인 사진이 없고 다른 사람 스마트폰에도 설치할 수 있어 ‘반쪽짜리’ 본인 확인이란 비판도 나온다. 공단은 본인 명의 스마트폰에만 건강보험증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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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 선택권 무시” 반발에…직구 제한 사흘만에 번복

    “안전, 국민 위해 차단을 강조하려다보니 (16일 정부 발표의) ‘워딩’이 오해 소지가 있었다. 사과를 드리고 바로잡는다.”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19일 국가인증통합마크인 KC 인증을 받지 않은 80여 품목에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겠다는 16일 발표를 번복하며 이같이 몸을 낮췄다. 한 고위 당국자는 확산한 소비자 우려와 혼선 가중을 체감한 듯 “발표의 방법이 거칠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 정책 수요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외 직구 문제를 두고 정부가 ‘소비자 안전’과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관련 산업 충격 완화에 집중하다 국민적 우려와 혼선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발표 후 소비자 우려와 서민층 민심 이반 우려까지 일자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진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정부가 19일 브리핑을 통해 해명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 “소비자 아닌 기업 생각만 했나” 시선도국무조정실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어 “정부가 추진할 안전성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만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발표 이튿날인 17일 “80개 품목 전체에 대해 해외 직구가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정정 해명에도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규제라는 논란이 커지자 1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다시 추가 브리핑을 통해 설명에 나선 것. 16일 발표대로라면 소비자가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KC 인증 마크가 없는 어린이 머리띠를 직접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금지된다. 정부가 개인 해외 직구 상품에 KC 인증을 의무화해 사실상 해외직구를 차단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며 논란이 확산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차장은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렸어야 되는데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께 혼선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위해성 조사를 집중적으로 해서 알려드린다는 것이 정부의 확실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16일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기업 경쟁력’ 항목도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관련 산업 충격 완화와 기업 경쟁력 제고를위한 노력을 강화한다”는 항목을 두고 정부가 소비자 안전, 국내 소상공인·유통업체를 보호하려다 ‘과도한 규제 목표’를 설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중국의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쇼핑 플랫폼 제품에서 위해성이 확인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체계적인 근거와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을 명목으로 지나치게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있었다”며 “정부가 규제 기관으로서 향후 더 신중하고 책임 있게 관련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위해성 확인된 제품은 반입 제한”정부는 안전성 검사를 거쳐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는 국내 반입을 제한할 계획은 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올 6월 관세청과 산업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일부 생활용품에 유해물질이 포함돼있는지 확인하는 위해성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유모차·완구 등 어린이 용품과 전기온수매트를 포함한 전기용품, 생활화학제품 등 80개 품목이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검사 결과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소비자종합지원시스템인 ‘소비자24’에 실시간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실제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예정이다. 이 차장은 “기존에 진행하던 유해성 검사를 훨씬 강화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라며 “(해외직구를) 어떻게 차단할지는 검사 결과로 축적된 자료를 보고 결정해야 된다”고 했다. 직구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 제시됐던 KC 인증과 관련해서도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앞으로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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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인병에 액체로 마약원료 들여와 국내서 필로폰 제조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 프랑스 화이트 와인 병에 액체 형태의 마약 원료를 국내에 몰래 들여와 18만 명이 투약 가능한 양의 필로폰을 제조한 중국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중국산 밀크티 봉지 등에 담아 밀수한 30대 남성도 검거됐다. 1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와인병에 담긴 액체 원료를 가공해 필로폰을 제조한 뒤 국내에서 판매하려고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로 20대 중국인 남성을 구속해 송치했다고 밝혔다. 해외 총책의 지시를 받아 지난달 3일 국내로 입국한 이 남성은 같은 달 16일까지 인천에 있는 한 호텔에서 와인병에 담긴 액체 원료를 가공해 필로폰 5.6kg을 제조했다. 이는 시가 186억 원 상당으로 18만6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수준의 양이다. 남성은 입국 당시 와인병 6개에 원료를 넣어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액체 원료와 실제 와인은 색상 등이 매우 비슷해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은 필로폰 2kg을 판매하려다 현장에 잠복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남은 필로폰 3.6kg과 액체 원료 300mL를 압수했다. 국내에서 직접 필로폰을 제조하다 적발된 사례는 전체 마약 사범(1만7818명)의 0.3%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필로폰은 제조법이 어려운 데다 상대적으로 발각될 위험성이 높아 완제품 형태로 국내에 밀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기약 등으로 국내에서 필로폰 소량을 제조하려고 시도하다 붙잡힌 이들도 있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경찰은 올 2, 3월경 분말 형태의 밀크티 스틱에 향정신성의약품 ‘러미라’를 섞어서 밀반입한 30대 한국인 남성도 붙잡았다. 기침 감기약으로 쓰이는 러미라는 1990년대 청소년들이 환각 증상을 느끼기 위해 술에 섞어 마시는 등 남용되기 시작하자 2003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 남성은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신경통약인 ‘프레가발린’도 중국 술로 위장해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해당 의약품에 대해 ‘마약 검사에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홍보하며 서울 강남이나 부산 일대 유흥가에 유통하려다 적발됐다. 경찰은 두 남성을 도운 공범 2명이 해외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 공조를 통해 검거되지 않은 마약 사범들을 빠르게 검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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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인병에 액체로 마약원료 들여와 국내서 필로폰 제조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 프랑스 화이트 와인 병에 액체 형태의 마약 원료를 국내에 몰래 들여와 18만 명이 투약 가능한 양의 필로폰을 제조한 중국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중국산 밀크티 봉지 등에 담아 밀수한 30대 남성도 검거됐다. 1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와인병에 담긴 액체 원료를 가공해 필로폰을 제조한 뒤 국내에서 판매하려고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로 20대 중국인 남성을 구속해 송치했다고 밝혔다. 해외 총책의 지시를 받아 지난달 3일 국내로 입국한 이 남성은 같은 달 16일까지 인천에 있는 한 호텔에서 와인병에 담긴 액체 원료를 가공해 필로폰 5.6kg을 제조했다. 이는 시가 186억 원 상당으로 18만6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수준의 양이다. 남성은 입국 당시 와인병 6개에 원료를 넣어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액체 원료와 실제 와인은 색상 등이 매우 비슷해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은 필로폰 2kg을 판매하려다 현장에 잠복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남은 필로폰 3.6kg과 액체 원료 300mL를 압수했다. 국내에서 직접 필로폰을 제조하다 적발된 사례는 전체 마약 사범(1만7818명)의 0.3%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필로폰은 제조법이 어려운 데다 상대적으로 발각될 위험성이 높아 완제품 형태로 국내에 밀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기약 등으로 국내에서 필로폰 소량을 제조하려고 시도하다 붙잡힌 이들도 있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경찰은 올 2, 3월경 분말 형태의 밀크티 스틱에 향정신성의약품 ‘러미라’를 섞어서 밀반입한 30대 한국인 남성도 붙잡았다. 기침 감기약으로 쓰이는 러미라는 1990년대 청소년들이 환각 증상을 느끼기 위해 술에 섞어 마시는 등 남용되기 시작하자 2003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 남성은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신경통약인 ‘프레가발린’도 중국 술로 위장해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해당 의약품에 대해 ‘마약 검사에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홍보하며 서울 강남이나 부산 일대 유흥가에 유통하려다 적발됐다. 경찰은 두 남성을 도운 공범 2명이 해외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 공조를 통해 검거되지 않은 마약 사범들을 빠르게 검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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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檢이 돌려보낸 이호진 구속영장 재신청

    수십억 원대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16일 결정된다. 13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이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은 16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르면 같은 날 오후에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은 앞서 한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 추가 수사를 진행한 후 7일 재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그룹 임원들이 계열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로 장부를 작성하고 급여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이 태광그룹 소유 골프장 태광CC를 통해 계열사에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와 계열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이 전 회장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3차례 진행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태광그룹 측은 이 전 회장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룹 2인자였던 전 경영협의회 의장 김모 씨가 이 전 회장과 갈등하고 회사를 떠난 뒤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김 씨가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범법 행위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며 “감사에 착수해 관련 김 전 의장 관련 비위가 다수 드러났다”고 주장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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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법원, 26억장 분량 정보 北에 털려… 내용 파악된건 0.5%뿐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법원 전산망에서 빼간 개인정보 등 자료가 A4용지 26억 장에 해당하는 1TB(테라바이트)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 자료 중 0.5%만 내용을 파악했는데, 금융정보와 의료 진단서 등 민감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파악되지 않은 나머지 99.5%에 산업기술이나 탈북민의 개인정보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어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1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라자루스가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법원행정처 전산망에 악성코드를 심어 외부로 빼돌린 자료가 총 1014GB(기가바이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A4 용지(2000자 기준) 약 26억2100만 장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초반엔 빼돌린 자료들은 국내 서버 4대를 거쳐 전송했지만, 나중에는 미국 아마존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버 등 해외 서버 4개로 직접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그중 0.5%에 해당하는 4.7GB의 내용을 파악한 결과 주민등록번호와 진단서, 자필 진술서, 채무 자료, 혼인관계증명서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개인회생 관련 자료 등 5171개의 문서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 3월 대법원은 자료 유출을 사과하며 “개인정보가 담긴 PDF 파일도 26건 유출됐다”고 했는데, 그 규모가 최소 200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유출 자료 중 복원되지 않은 약 1009GB는 무슨 내용인지 확인도 어렵다는 점이다.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2월 악성 프로그램을 탐지하고도 같은 해 12월에야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에 조사를 맡기는 바람에 유출 기록 등이 기간 만료로 삭제된 탓이다. 특허법원이 보관하는 산업·방산기술이나 형사소송에 증거로 제출된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 등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경찰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이달 9일 유출이 확인된 파일 5171건을 법원행정처에 제공하고 피해자에게 통지하도록 권고했다. 해킹된 법원 자료에 대출-금융정보… “보이스피싱 타깃 위험” 北에 뚫린 법원 전산망악성코드 탐지 10개월뒤 수사 의뢰기록 지워져 자료내용 파악 안돼… 혼인관계 증명서-진단서 등 포함“대포통장-대포폰 개설 등 속수무책… 탈북민 정보 유출땐 北보복 우려도” ‘자필 진술서, 채무증대 및 지급불능 경위서, 혼인관계증명서, 진단서 등.’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19개월간 법원행정처 전산망에서 빼돌린 자료 가운데 약 0.5%를 복원한 결과 이 같은 자료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체로도 많은 민감정보를 담고 있어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나 대포통장 개설 등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 그런데 유출된 나머지 99.5%는 앞으로도 복원이 어려워 2차 피해 예방까지 어려운 상태다. 시일이 지나면서 전송 기록이 거의 다 지워졌기 때문이다. 법원이 2년 넘게 악성 프로그램 감염을 눈치채지 못하다가 수사 의뢰까지 미루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北, ‘아마존 직송’으로 자료 빼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라자루스가 법원행정처 전산망에 침입해 악성코드를 심은 건 2021년 1월 17일 이전이다. 시일이 많이 지나 보안장비의 상세한 기록이 삭제된 탓에 악성코드를 정확히 언제, 어떻게 심었는지는 밝힐 수 없었다. 라자루스는 2021년 6월 29일부터 법원 밖에 있는 국내 서버 4개로 자료를 빼내기 시작했다. 3개는 일반 기업이 운영하는 서버였는데, 이들도 라자루스가 심은 악성 프로그램에 당했다. 나머지 1개는 북한 측이 직접 빌린 서버였다. 같은 해 11월 9일까지 4개월여간 이렇게 빼돌린 자료가 672GB였다. 2022년 4월 19일부턴 라자루스의 수법이 더 과감해졌다. 국내 서버가 아닌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서버 등 해외로 곧장 자료를 빼내기 시작한 것. 라자루스는 한국 사법부가 1년 넘게 악성 프로그램을 감지해 내지 못하자 대응이 허술하다는 걸 확신하고 방식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342GB가 추가로 유출됐다. 법원은 지난해 2월 9일 악성 프로그램을 탐지하고 라자루스의 접속을 차단했지만, 지난해 12월에야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이 아마존 등 해외 서버 운영 업체와 국내 서버 업체에 어떤 자료가 오갔는지 확인을 요청했을 땐 이미 기록이 지워진 상태였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법원이 더 일찍 악성코드를 탐지했거나, 탐지하고 나서 바로 수사 의뢰만 했어도 더 많은 자료를 복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출 자료, 중국이나 심부름 업체에 팔리면 큰 피해” 경찰이 복원한 유출 자료는 4.7GB로, 전부 개인회생과 관련된 문서였다. 전문가들은 확인된 자료만으로도 심각한 금융사기 등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출된 자료에 포함된 주민등록번호와 계좌 정보 등을 조합하면 대포통장이나 대포폰 등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보이스피싱 조직에 구체적인 채무 정보가 넘어가면 범죄의 먹잇감이 되고,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복원에 실패한 나머지 약 1009GB에 무슨 파일이 들어있는지 앞으로도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다. 법원행정처 전산망은 전국 법원의 자료를 전부 포괄하므로, 특허 소송에 증거로 제출된 첨단기술의 설계서나 계약서, 방산 업체의 내부 자료도 북한의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피해자의 신상이 심부름센터 등에 팔리면 보복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탈북민의 탈북 전 실명 등 개인정보는 북한 측의 직접 보복에 악용될 우려까지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기관의 취약한 전산망 보안 수준이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민간에서는 정보 보호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를 임원급으로 두고 확실한 책임과 권한을 준다”면서 “정부나 공공기관에는 CISO를 두지 않아 정보 보호에 소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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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10대들 “국민연금 ‘폭탄’ 떠안을 우리 얘긴 안듣나요”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끝내 불발됐다. 부담을 떠안게 된 미래세대의 생각은 어떨까. 동아일보는 3∼8일 대한민국 아동총회 의장단 4명을 포함한 12∼18세 청소년 1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어른 중심의 ‘기울어진 논의 구조’가 미래세대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호소했다. 김민재 군(18)은 “기금 고갈을 우려한다면서 개혁을 미루거나 ‘더 받겠다’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곧 연금 받을 어른만 모여서 왜곡된 결론을 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아윤 양(14)은 “우리가 어떤 부담을 짊어질지 설명할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2년여간 수십 차례 공청회 등을 열면서 정작 30여 년 후 ‘보험료 폭탄’을 떠안을 당사자인 청소년의 의견은 한 차례도 제대로 듣지 않은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8월부터 1년간 ‘국민연금 이해관계자 집단심층면접(FGI)’을 총 24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전부 노동조합이나 기업인, 국민연금공단 직원 등 성인이 대상이었다. 100쪽 분량의 심층면접 자료에도 ‘아동’이나 ‘청소년’ ‘아이’ 등 단어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복지부 대국민(2000명) 설문조사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시민대표단(500명) 공론조사 대상도 전부 18세 이상이었다.“개혁 무산, 당황스럽고 원망… ‘보험료 폭탄’ 맞을 우리도 국민” [토요기획] 국민연금 개혁에서 소외된 청소년 목소리 들어보니정부, 수십 차례 여론 수렴 과정서 부담 짊어질 미래 세대 의견 배제“연금 끊길 일 없는 어른들이 결정… 투표권 없어 무시하나” 불만 커져연금특위 ‘소득보장안’ 본 청소년 10명 중 9명꼴 “부담 커” 반대“재정 부담 모든 세대가 나누고, 노년층 일자리 창출 등 지원해야”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불발될 위기다. 여야는 진통 끝에 ‘내는 돈’(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3%로 올릴지, 45%로 올릴지를 두고 합의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22대 국회로 넘겨서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하자”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3∼8일 전국의 아동, 청소년 대표들이 모여 사회문제를 토로하는 회의인 ‘대한민국 아동총회’ 의장단 4명을 포함해 만 12∼18세 청소년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기금이 고갈되는 2055년 이후 월급의 3분의 1에 이르는 ‘보험료 폭탄’을 떠안게 될 당사자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편 논의에서는 배제돼 있다. 미래 세대는 어른 세대의 개혁 논의와 국민연금의 훗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에게 연금특위가 시민대표단 500명에게 제공한 재정추계 자료 요약본 등을 제시하고 의견을 물었다.》 “2%포인트요? 그렇게 큰 차이도 아닌 것 같은데….” 대전의 한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이유담 양(15)은 8일 이렇게 말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전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소득대체율 인상안에 대해 2%포인트 차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연금개혁이 좌초될 위기라는 소식을 접한 참이었다. 이 양은 인터뷰 중 한숨을 쉬며 “(소득대체율이) 얼마가 되든 결국 우리 세대에 기금이 고갈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양은 “미래 세대에게 부담만 강요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청소년 세대의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우리 미래는 생각해본 적 있나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추진된 연금개혁이 좌초되자 청소년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연금개혁을 1년 미룰 때마다 미래 세대의 경제적 부담은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기 화성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정아윤 양(14)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연금개혁이 실패하면 나중에 우리 아동·청소년이 그 재정 부담을 지는 것 아니냐”며 “그 책임을 다음 국회로 미뤘단 사실도 당황스럽고, 어른들의 선택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의견만 고수하는 어른에게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본 적 있냐’고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청소년들은 “다음 국회라고 연금개혁이 되겠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고등학교 3학년생 김민재 군(18)은 “이번에야말로 될 줄 알았던 연금개혁이 실패하는 걸 보니 몇 년 안에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며 “연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등 각종 노인 부양의 책임이 전부 우리 몫이 될 텐데 어른들이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화도 난다”고 토로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예정된 2055년이 이들에게는 그리 먼 미래가 아니라고 했다. 서울에 사는 유희주 양(17)은 “내 또래는 쉰 살이 되기도 전에 기금이 고갈될 거라고 들었다”며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 도대체 언제 해결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개혁이 미뤄질 때마다 미래 세대는 점점 더 비싼 청구서를 받게 된다. 재정 계산 시점으로부터 70년 후까지 기금을 유지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보험료율은 2013년 12.72%였지만 2018년 16.02%, 2023년 17.86%로 점점 올랐다. 지금 국회가 논의하는 보험료율이 13% 수준이므로, 그 차액만큼이 전부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된다.● 10명 중 9명 “‘더 받자’는 건 말도 안 돼” 청소년 응답자들은 국회 연금특위에서 논의해온 2가지 개혁안이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연금특위는 ‘소득보장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과 ‘재정안정안’(12%, 40%)을 최종 후보로 냈는데, 둘 다 기금 고갈 시점을 각각 2062년과 2061년으로 6, 7년 늦추는 수준이라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성남시 소재 고등학교 2학년 김유진 군(17)은 “소득보장안이든 재정안정안이든 어차피 기금이 고갈된 후 은퇴할 내 입장에선 큰 차이가 없다”며 “연금 수령 나이를 5년 뒤로 연장하는 등 우리 세대까지 고려한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윤지환 군(18)은 “두 방안 모두 우리 입장에선 은퇴하기도 전에 억울하게 돈만 떼이는 선택지인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청소년 10명 중 9명은 소득보장안에 반대했다. 연금특위 설문에서 시민대표단 56%가 소득보장안에 찬성한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소득보장안을 채택하면 미래 세대는 소득의 최고 43.2%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데, 상당수는 ‘이런 미래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며 부담을 보였다. 김유진 군은 “안 그래도 미래에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그 부담을 더 키우자는 방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윤 군은 “내 막냇동생은 100만 원을 벌면 40만 원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투표권 없다고 ‘국민’도 아닌가요” 연금개혁 결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당사자인 청소년 세대가 논의에서 배제된 데 대한 아쉬움도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와 국회가 수십 차례 여론 수렴을 하면서 청소년을 소외시킨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청소년들은 ‘논의를 주도하는 대다수 어른이 보험료 폭탄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기대수명까지 기금이 고갈되지도 않을 거라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냐’고 물었다. 김민재 군은 “(국회에) 곧 연금을 받을 어른만 모여 결론을 낸 것 아니냐”며 “미래 세대를 생각했다면 선택됐어야 할 재정안정안이 뒷순위로 밀린 것만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김유진 군은 “청소년의 의견 수렴 없이 (성인의) 표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정책이 추진돼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군은 “(청소년은) 투표권이 없다 보니 정치인들이 우리 의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학교를 포함해 어른들은 우리에게 국민연금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아윤 양은 “기금은 분명히 고갈될 거고, 그걸 메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미래에 큰일 난다’는 소리만 반복하지 말고 어른들이 책임지고 우리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양은 “학교에서 연금 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라고 했다. ● “연금은 꼭 필요” “차라리 없애자” 의견 갈려 응답자 상당수는 국민연금 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다. 유 양은 “연금은 지금 직장에 다니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우리 세대가 할머니가 됐을 때도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세대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응답자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을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전 소재 초등학교 6학년 정에셀 양(12)은 “인구가 점점 줄면 우리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사라진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보험료를 내야 하는지 누군가 설명해 줬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일부는 “나중에 ‘더 주겠다’는 약속도 결국 ‘어른 세대’에게 한정된 이야기 아니냐”며 “차라리 덜 내고 스스로 노후를 챙기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주영민 군(11)도 “아이라도 낳으면 돈이 훨씬 많이 드는데, 이때 덜 내고 돈을 지키는 게 낫지 않냐”며 “왜 굳이 더 내고 더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사자 목소리 듣고 모든 세대가 부담 나눠야” 이들은 미래 세대를 고려한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청소년의 목소리도 논의에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양은 “(연금재정 건전화는) 결국 미래 세대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며 “국민연금은 ‘국민’ 전체를 위한 제도이고 청소년은 가장 큰 책임을 짊어질 텐데 우리에게도 말할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실제 부담을 지는 세대인 우리 또래를 불러서 (국회와 정부가)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이 아닌 모든 세대가 재정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유 양은 “젊은층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해 연금개혁을 해 달라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 세대가 짊어져야 할 높은 보험료의 부담을 다른 세대도 조금씩만 나눠서 져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유진 군은 “대한민국이라는 큰 집에서 다 같이 산다면, 지금 당장 나의 손해가 있더라도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젊은 세대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기보단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마린 양(17)은 “노년층이 점차 늘어나는 사회에서 일하는 젊은층에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연금과 함께 노인 일자리 등 은퇴 세대도 적극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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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은경 前 장관, 4대강위 추천명단 유출 혐의로 검찰 송치

    문재인 정부 시절 4대강 보의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달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김 전 장관을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장관은 2018년 11월경 4대강 조사·평가단에 참여할 전문가 후보자 명단을 관계기관으로부터 받은 뒤 이를 녹색연합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팀장급 직원 A 씨에게 ‘후보자 명단에서 4대강 찬성론자를 가려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환경부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단를 만들고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명단을 받은 녹색연합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거나 방조했던 전문가 40여 명을 추린 뒤 환경부 측에 조사·평가단 위원에서 제외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이 지목한 4대강 찬성론자들은 전문위원으로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장관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특정 단체에 유출했다는 문건은 ‘전문위원’ 명단이 아니라 ‘통합물관리포럼 위원’ 명단이었다”며 “이미 일반에 공개된 자료였다”고 반박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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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자율주행 특허 노린 中 ‘천인계획’… 40억 미끼로 韓연구진 포섭

    ‘라이다(LiDAR) 센서 등 자율주행 특허 9건 제공. 5년간 2380만 위안(약 40억4600만 원) 지급.’ KAIST 이모 교수가 2017년 11월 중국 정부와 맺은 ‘천인계획(千人計劃)’ 계약의 일부다. 천인계획은 해외 연구 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중국의 인력 양성 제도다. 이 교수는 이 계약에 따라 2년여간 미공개 연구자료 등 72건을 중국 측에 빼돌린 혐의(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로 구속 기소돼 올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2심 판결문에는 중국 정부가 국내 연구진에게서 첨단 기술을 빼돌린 수법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천인계획에 연루된 국내 연구진의 계약과 기술 유출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액 연구로 신뢰 쌓다가 수십억 원 계약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손현창)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4년경 KAIST가 중국 충칭이공대에 설치한 국제 교육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현지 교수들과 안면을 텄다. 그는 한동안 적법한 계약에 따라 750만 원짜리 소액연구에 참여하는 식으로 교류를 이어갔다. 이 교수에게 중국 충칭이공대의 한 교수가 천인계획 참여를 제안한 건 2016년 5월이었다. 두 달 후 이 교수가 이를 수락하고 정식으로 참여 신청서를 보냈고, 중국 정부는 2017년 7월 그를 천인계획 대상으로 최종 선정했다. 계약 내용은 2017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5년간 이 교수가 충칭이공대 연구센터 주임교수를 맡아 라이다와 지능형 광 노드, 알고리즘 등 자율주행 핵심 기술 3개 분야의 연구팀을 이끄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9개의 특허를 신청하고 3개의 논문을 써서 그 권리를 충칭이공대에 귀속시키기로 했다. 이 교수가 약속받은 돈은 연구지원금과 플랫폼 개설 등 경비(27억2000만 원) 외에도 5년 치 연봉 9억3500만 원과 생활 정착 보조금 3억4000만 원, 근무보조금 5100만 원 등이었다. 계약서에는 이 교수가 현지 연구팀을 지휘하기로 돼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고 재판부는 봤다. 국내 KAIST 연구진이 연구 자료를 해외 클라우드 서버에 올리면 이를 중국 충칭이공대 연구진이 실시간으로 접속해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것. 이 교수의 2017년 12월 중국 현지 파워포인트(PPT) 자료에는 ‘KAIST의 자원을 활용해 연구를 실행하겠다’는 취지의 내용도 있었다. 재판부는 “실력과 경험이 부족한 충칭이공대 연구원만으로는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국내 기술을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 비공개 신기술 등 72건, 해외 서버로 실시간 공유 2020년 7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약 2년 8개월간 총 72건의 연구자료가 중국에 넘어갔다. 차량 간 라이다 간섭을 해결할 수 있는 ‘상보잡음 활용 무간섭 라이다’와 라이다의 성능을 높이면서도 제작비를 낮출 수 있는 ‘레이저 이득 스위칭’ 등 대부분이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신기술이었다. 이 교수 측은 “기초적인 연구 자료”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논문으로도 발표된 적 없고 자율주행 상용화의 발판이 될 수 있어서 비밀로 유지할 가치가 충분한 자료”라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8년 12월경 KAIST에 이 교수의 기술유출 의혹 민원이 접수돼 감사가 시작되자 충칭이공대 측과 짜고 서류를 꾸미기까지 했다. 연구 성과를 KAIST와 충칭이공대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는 내용의 허위 서류였다. 연구비로 8000만 원만 지급받았다고 축소 신고하기도 했다. 또 KAIST 측이 ‘라이다는 국가 핵심기술이므로 중국 측과 함께 연구하지 말라’는 취지로 요청하자 이 교수는 연구 분야를 광통신기술(LiFi)로 바꾼 것처럼 꾸민 서류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이 교수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천인계획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자 2018년 이를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상은 더 공격적으로 기술 유출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외신은 중국 정부가 2020년부터 천인계획을 ‘치밍(Qiming)’으로 이름을 바꿔 해외 연구진을 영입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중국 정부의 계획엔 해당 국가의 기술을 빼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처럼 연구윤리 지침과 해외 자금 지원에 따른 보고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천인계획(千人計劃)중국이 해외 고급 인재 2000명을 영입하겠다며 2008∼2018년 추진한 인력 양성 제도. 2020년경부터 ‘치밍(Qiming)’으로 이름을 바꿔 비슷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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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추냉이로 암 치료” 속여 수천만원 뜯은 80대

    고추냉이(와사비)를 섞은 밀가루 반죽을 몸에 바르면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환자를 속여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8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성준규 판사는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 씨(80)에게 최근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전 씨는 의사나 한의사 등 의료인 면허가 없는데도 비과학적 치료를 하고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에 따르면 전 씨는 2010년 10월경 직장암을 앓는 피해자에게 ‘암세포를 소멸시킬 치료법’이라며 와사비와 밀가루 등을 혼합한 반죽을 환자의 몸에 발라 랩을 씌우는 등 54차례에 걸쳐 비과학적 행위를 해준 뒤 2000만 원을 챙겼다. 암 투병 중인 다른 환자 2명에게도 비슷한 수법으로 각각 1000만 원과 870만 원을 뜯어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전 씨의 ‘치료’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성 판사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했다고 볼 수 없는 위험한 방식의 의료 행위”라면서 선고 이유를 밝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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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방망이에 필로폰 밀수…마약계 ‘큰손’ 미국인, 국내로 강제송환

    여행용 가방과 야구방망이 등에 대량의 필로폰을 숨겨 국내로 들여온 미국인이 독일에서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다. 25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국내로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는 미국 국적 A 씨(33)가 26일 국내로 강제 송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8월경 다른 미국인과 함께 여행용 가방에 필로폰 약 1.9kg을 숨겨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2022년 11월에는 항공특송화물 야구방망이에 필로폰 약 500g을 숨겨 밀수입을 시도하다 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A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했다. 그는 같은 달 27일 독일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사법 절차를 거쳐 한국으로 범죄인 인도가 결정됐다. 범죄인 인도가 확정된 지 약 7개월 만에 국내로 송환되는 것이다.A 씨는 ‘조선족 마약왕’으로 불리는 중국 국적의 주모 씨(29)와 접촉해 국내에 필로폰을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주 씨는 국내 마약 유통시장의 ‘큰손’으로,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서 마약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씨도 인터폴 추적을 받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신병을 인계받는 즉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며 “해외 경찰당국과 긴밀하게 공조해 적색수배된 마약 사범들의 강제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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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2년전 방산 해킹땐 외주업체 서버-e메일 우회 침투

    북한의 해킹조직들은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외주업체의 서버나 협력업체 직원의 개인 e메일 계정을 해킹하는 ‘우회 전략’으로 국내 방산업체들의 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북한 해킹에 보안이 뚫린 또 다른 국내 방산업체 10여 곳을 조사한 결과다.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김수키와 안다리엘, 라자루스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내 방산업체(83곳)를 대규모로 공격해 이 중 10여 곳이 실제로 해킹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보유한 방산 기술 일부가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이 확인한 북한의 공격 방식은 △방산업체 서버를 관리하는 외주업체 공격 △방산업체 서버 담당자 PC 공격 등으로 다양했다. 안다리엘은 2022년 10월경 방산업체 서버를 원격으로 관리·보수하는 협력업체 직원의 개인 e메일 계정을 알아냈다. 이 계정이 사내 e메일과 연동된 탓에 안다리엘은 협력업체 서버를 통해 방산업체의 보안을 뚫을 수 있었다. 안다리엘은 해당 방산업체의 자료를 북한이 보유한 해외 클라우드 서버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해킹조직 김수키는 방산업체 직원이 e메일을 주고받을 때 대용량 첨부파일이 저장되는 서버 관리업체를 공격해 기술 일부를 탈취했다. 해당 서버에 악성코드를 심은 뒤 방산업체 서버에 이를 내려받는 방식이었다. 라자루스는 2022년 11월경 방산업체 직원 PC에 악성코드를 심은 뒤 방산업체 서버에 이를 퍼뜨렸다. 이후 기술을 개발하는 부서 직원 PC 6대에 침투하는 데 성공했고, 개발 기술 관련 자료 일부를 해외로 전송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 해킹에 사용된 인터넷주소(IP주소)와 악성코드 종류, 수법 등을 바탕으로 북한 해킹조직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중국 선양 지역에서 특정 IP주소가 해킹에 동원된 내역이 확인됐는데, 해당 IP주소는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공격 때 쓰였던 것과 같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의 해킹 기술은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며 “방산 기술을 노린 북한의 해킹 시도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킹당한 업체 대다수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산업계 전반의 보안 관리가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청은 방산업체와 협력업체 등에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고 e메일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꾸는 등 보안 조치를 권고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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