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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국민의힘 추경호 나경원 의원 등과 잇따라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 사흘 뒤에는 극우 유튜버와도 통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윤 전 대통령의 통화 기록을 확보해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기록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22분경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과 비화폰으로 1분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엔 계엄군이 도착하기 전이었다. 계엄군은 이날 오후 11시 48분 국회에 도착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11분 뒤인 오후 11시 33분경 의총 장소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회 예결위장으로 변경했다. 당시 의총 장소 변경으로 혼란이 일었고 일각에서는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해제 방해를 지시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추 의원 측은 “대통령이 (계엄을) 미리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11시 26분경 나 의원과도 40초가량 통화했다. 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 4일에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도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사흘 뒤인 12월 6일 오후 4시 37분부터 44분까지 약 7분간 다섯 차례에 걸쳐 극우 유튜버인 고성국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집회에 참석 중이었던 고 씨는 전화를 못 받았다고 한다. 고 씨는 5일 뒤인 같은 달 11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계엄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하루 뒤 윤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해당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극우 유튜버들에게 의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 전 대통령은 12월 9일엔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도 통화했다.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던 이들 중 일부를 피의자 및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이들이 계엄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의원, 나 의원 측은 통화를 나눴을 뿐 계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국내 토종 인공지능(AI) 모델이 경찰 수사를 돕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보안이 특히 강조되는 정부 부처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토종 AI 모델의 쓰임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 초부터 LG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을 활용한 ‘AI 수사 지원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경찰청은 시스템통합(SI) 업체 LG CNS를 통해 올 연말까지 개발을 마치고 일선에 도입할 계획이다. AI 수사 지원 서비스는 현장 경찰관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AI다. 작성한 조서를 요약하거나 범죄 유형별로 유사한 사건이 어떤 게 있는지 보여준다. 현장 경찰관들이 사건 수사를 할 때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지 수사 쟁점을 분석하는 기능이 들어갈 예정이다. 수사문서 초안을 만드는 기능도 준비하고 있다.● 사용처 늘어나는 국산 AI출시 5년 차를 맞은 LG 엑사원이 갈수록 고도화하며 공공·금융 등으로 생태계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엑사원은 초기에 주로 사내 업무용으로 활용돼 오다가 성능, 보안에서 충분히 검증받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외부에 도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LG는 행정안전부의 AI 플랫폼 사업 수주도 노리고 있다. 각 정부 기관에 AI를 도입해 행정 효율을 높이는 프로젝트다. 앞서 행안부는 2023년 LG CNS와 엑사원을 기반으로 정책 보고서, 연설문 등 공문서를 만드는 예비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도 엑사원 활용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LG CNS는 NH농협은행, 미래에셋생명 등 주요 금융 업체로부터 인공지능 전환(AX) 사업을 수주해 엑사원을 활용한 업무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LG CNS 관계자는 “엑사원은 기업들이 중시하는 보안과 안정성에 강점이 있고, 한글 지원 능력과 데이터 인식 및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LG 내부에서는 엑사원 활용이 일상이 됐다. 지난해 12월 도입한 기업용 AI 에이전트(비서) ‘챗엑사원’은 LG 임직원의 절반인 4만 명 이상이 가입했다. 최근에는 LG 디스플레이가 엑사원 3.5 버전을 기반으로 만든 ‘AI어시스턴트’를 회의록 작성 등의 업무에 활용해 생산성을 10%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와 지원 더 필요한 한국형 AI그동안 ‘돈 잡아먹는 하마’로 불리며 국내 기업들이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던 AI 모델 분야에서 엑사원이 성과를 내며 관련 업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AI 산업이 갈수록 미중 빅테크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수익 보장이 힘들어 토종 AI가 소멸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는데 차츰 활로를 만들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실제 국내에서 자체 AI 파운데이션(기초) 모델을 개발하는 회사는 LG 외에는 네이버 정도가 손에 꼽힌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챗GPT나 제미나이와 같은 AI 애플리케이션(앱)의 근간이 되는 밑바탕으로, 오랜 기간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 쉽게 진출하기 어렵다. 최근 국산 AI 개발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해외 AI 의존도가 높을수록 산업 성장성이 떨어지고 보안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해외 빅테크에 의존하면 비싼 돈을 들여 AI 모델을 들이거나 이미 철지난 오픈소스를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AI 학습 및 개발을 위한 AI칩 구매를 보조하는 등 한국형 AI 지원책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테러 제보로 민주당 선대위가 공식 선거 운동 기간에 경호 문제를 두고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은 테러 위협이 커지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 때처럼 후보 유세 시 이 후보를 둘러싸고 4면에 방탄 유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선대위 측에 따르면 최근 이 후보 경호팀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관련 이력서들을 전부 재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여전히 북파공작원(HID) 출신을 지휘하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비상계엄 당시 발동한 이 후보 암살 등에 대한 ‘스탠딩 오더’(명령권자의 취소가 없는 한 끝까지 수행해야 할 명령)가 취소되지 않아 여전히 유효한 상황일 수 있다는 것. 군 출신인 김병주 최고위원도 3월 “체포조만 운용된 것이 아니라 (특수요원) OB 등 관련 조직에 스탠딩 오더가 내려갔을 수도 있다. 취소 명령이 안 내려가면 (명령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 경호팀 내에도 첩자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경호팀에 대한 재검증 작업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블랙요원을 중심으로 이 후보 암살에 대한 스탠딩 오더가 아직 유효하다는 우려도 나오면서 유세 장소 선정과 경호 강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경호 문제를 고려해 공식 선거운동 기간의 첫 유세 장소도 광화문광장에서 청계광장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 경호 문제가 최우선인 상황”이라고 했다. 당 유세본부가 선대위 차원에서 내린 1번 지침도 ‘후보자 신변 확보 최선’이었다고 한다. 경찰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시된 이 후보에 대한 협박성 게시글 6건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이 후보 관련 협박 게시글 7건을 수사하고, 이 가운데 1건은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민주당이 ‘러시아제 총기 밀수설’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여기부터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죠? 도로로 나가 걸어갈 수밖에 없어 위험해 보입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자에게 학교 바로 옆 골목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보행자를 위한 보행로가 중간에 끊겨 있었다. 그 자리에는 보행로 대신에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이 보였다. 이날 동아일보는 임 연구원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강남구, 송파구 등 2023년 스쿨존 사고 발생 지점 6곳을 돌아봤다. 그 결과 대부분의 장소에서 아이들 보호 시설이 부족하거나 불법 주정차, 속도위반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매년 500여 명의 아이가 스쿨존 안에서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는다. 지난해는 556명으로 2023년(514명)보다 42명 늘었다. ‘위험한 등하교’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교통기획 ‘2000명을 살리는 로드 히어로’ 두 번째 주제로 스쿨존 안전 실태를 다뤘다. 매년 2000명이 넘게 교통사고로 숨지는 우리나라에서 스쿨존 사고를 막을 운전자, 시민의 준법정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프라가 절실하다.● 스쿨존 사고, 연중 5월에 가장 많아 본보와 임 연구원이 살펴본 서울 양천구 초교 인근 스쿨존은 곳곳에 구분된 보행자 통로가 없어 차와 어린이들이 서로 엉켜 다녔다. 인근 한 지점에서는 2023년 7월 12세 아이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기도 했다. 초교 1, 2학년쯤 돼 보이는 어린이가 도로를 뛰어가다 차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광경도 목격했다. 학교 앞 이면도로 곳곳의 불법 주차 차들도 어린이 안전을 위협했다. 불법 주정차 차들 사이로 아이들이 튀어나오면 차와 부딪히기 십상이다.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2021년 10월부터 스쿨존 내 모든 형태의 주정차가 금지됐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주민들은 ‘스쿨존 과속’ 문제도 지적했다. 교통지도원 80대 송모 씨는 “언덕에서 내려오는 차들이 너무 빨리 달린다. 매일 아이들이 차에 치일까봐 마음 졸인다”고 말했다.스쿨존 어린이 사고는 연중 ‘가정의 달’인 5월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2024년 최근 3개년 5월에 벌어진 스쿨존 어린이 보행자 사고는 총 183건이었다. 연중 사고의 12%가 이 시기에 몰려 있어 ‘사고가 가장 많은 달’이었다. 어린이 부상자도 3년간 5월에만 191명이 발생해 총 부상자의 12%를 차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2024년 3년간 매년 2명씩, 총 6명의 어린이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상대적으로 날씨가 풀려 외부 활동이 늘어나는 4∼7월에 일어났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져 어린이들의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3월부터 사상자가 증가해 5월에 정점을 찍는 추세”라며 “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 운전에 특히 유의해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 스쿨존 단속 결과 음주 운전, 속도위반… 안전 위협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31개 경찰서가 각 학교 개학 시즌인 올해 3월 4일부터 4월 25일까지 8차례 스쿨존 집중 단속을 실시한 결과 신호 위반, 보행자 보호 위반 등 교통 법규 위반이 총 428건 적발됐다. 이 중에는 음주 운전도 40건 있었다. 도로교통공단이 3월 서울과 대전 2곳의 스쿨존에서 실시한 현장 조사에서 신호등이 없는 스쿨존 횡단보도 앞에서 주변에 보행자가 없을 때 ‘일시 정지’ 원칙을 지킨 운전자는 한 명도 없었다. 2022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스쿨존 횡단보도에서는 사람이 있든 없든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 보행자가 있는 경우에도 운전자의 8.6%(105대 중 9대)만이 일시 정지했다. 체구가 작고, 도로에 뛰어들기 쉬운 어린이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2022년 7월 스쿨존 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 조항이 시행됐지만, 3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린이 보행로 확보하고 바닥 요철 포장 늘려야” 스쿨존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95년으로, 30년이 지났다. 어린이 통행이 많은 초등학교, 유치원 등 인근에서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2022년부터는 ‘어린이가 자주 왕래하는 곳 중 조례로 정하는 시설 및 장소’로 지정 범위를 넓혔다. 다만 안전 시설물 설치 등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 자율이다. 그 때문에 일부 필수 안전 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를 위한 보행로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보행로와 차도를 확실히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며 “좁은 이면도로라도 바닥 색상이나 포장 재질을 달리해 보행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교통 법규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스쿨존에 바닥 요철 포장을 늘리면 운전자 입장에서 스쿨존을 피부로 체감을 할 수 있고 속도 제한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등 외국에는 스쿨존 근처에 주정차를 어렵게 만드는 시설을 설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국, 독일에서는 화분형 구조물 등의 장애물을 곳곳에 설치하거나 길을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스쿨존 불법 주정차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운전자가 어린이 등 교통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은 물론이고 학원, 상가 밀집 지역을 운행할 때 보행 중인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스웨덴은 ‘홈존’ 시행… 스쿨존보다 넓게 보호‘차는 사람보다 느리게’ 제한유럽 등 선진국은 학교 인근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운전자의 편의보다 어린이의 안전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다.스웨덴은 스쿨존보다 더 넓은 구역을 아동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홈존(Home zone)’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모든 생활 반경을 특수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학교 주변뿐만 아니라 근처 주택가, 놀이터, 골목길 등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곳을 홈존으로 지정해 주행 속도 등을 통제한다. 홈존 안에서는 차가 보행자에게 반드시 통행을 양보해야 하고 차의 주행 속도는 보행자의 걸음걸이 속도(시속 약 7km)를 초과할 수 없다.네덜란드는 이와 비슷한 ‘보너르프(Woonerf)’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보너르프는 네덜란드어로 ‘사람이 살고 있는 거리(Living street)’란 뜻이다. 좁은 도심에서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보호한다는 취지로, 1960년대 네덜란드에서 차가 크게 늘어 도심 보행자 사고가 늘자 도입한 제도다. 보너르프로 정해진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도로 폭 전부를 사용해 걸어 다닐 수 있다. 반면 운전자는 주변 보행자들의 통행 속도보다 느리게 차를 몰아야 한다. 이 구역에는 바닥에 각종 요철과 장애물이 설치돼 있고, 길도 직선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형태로 뚫려 있다. 차 속도를 자연스레 늦추고 불법 주정차가 어렵도록 유도한 것이다. 1967년 네덜란드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보너르프 제도를 법제화했다.영국도 최대 교통량이 시간당 100대 미만, 총길이 600m 미만인 도로는 노면 포장, 장애물 설치 등을 통해 ‘보행자 친화적’ 도로로 바꾸고 있다. 등하교 시간에 학교 앞 도로는 일시적으로 차량 출입을 막는 ‘스쿨 스트리트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호주는 차량 운행 속도를 시속 10km 이하로 제한하는 ‘공존공간(Shared Zone)’을 운영 중이다.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학교 주변 골목길 등까지 넓게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서울 지역 스쿨존에서 발생한 13세 미만 어린이 교통사고 총 1391건 중 75.8%(1055건)는 차로가 1, 2개인 좁은 도로에서 발생했다. 반면 5차로 이상 넓은 도로에서는 스쿨존 사망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보고서는 “협소한 도로가 많은 지역에는 어린이 안전을 보호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
경찰이 변호사 경감 특채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원율이 매년 떨어지자 수도권 근무자를 늘리고 승진 제도를 바꿔 지원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 열린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에 내부 검토 중인 ‘수사역량 강화를 위한 변호사 인력 운영 개선안’을 보고했다. 이날 경찰청은 변호사 특채 채용자들의 수도권 정원을 늘리고, 경감에서 경정 승진 시 변호사 특채 인원들에 대해선 별도의 승진 티오(TO)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기준 전국적으로 30명의 변호사 특채를 선발했다. 이중 서울 등 수도권 선발 인원은 15명으로, 지난해 2.8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부산·울산·경남(4명), 호남(3명), 충청(3명) 등의 경우 지원자가 미달됐다. 이에 지원자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선발 인원을 기존 15명에서 2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경찰청은 경감 채용 이후 경정 승진을 할 경우 변호사 경감 특채 임용자들에 대해선 별도의 승진 TO를 만들어 승진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경찰은 2014년부터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법조인들을 매년 경감으로 특채하고 있다. 경감은 일선 경찰서 계장급으로 경찰대 졸업자는 한 급 아래인 경위로 임용된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지원자가 줄어 추가 모집을 하는가 하면 중도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인센티브 등 변호사 특채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근무지를 조정하고, 승진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경찰이 의과대학 학생들의 수업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조직적으로 수업 불참을 강요할 경우 구속 수사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의대 유급 및 제적 시한을 앞두고 대다수 학생이 복귀를 희망하고 있지만 수업 복귀를 방해하는 강요 행위 및 인터넷상 집단적 조리돌림 등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수업 참여를 원하는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조직적인 수업 복귀 방해 행위를 멈출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일부 의대 학생회가 간담회를 열어 학생들에게 수업 불참을 강요하거나, 수업 거부 결의서를 작성하도록 유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복귀 의사를 밝힌 학생의 명단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하거나 신상을 유포하며 조리돌림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의대 수업 복귀를 방해하는 온라인 게시글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한 대학 의대에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비난한 사례가 접수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대학 의예과 24학번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학칙에 따라 제적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부 선배가 간담회를 열고 후배들과 개별 접촉해 수업 불참을 종용했다는 정황도 전해졌다. 의사 및 의대생 대상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해당 간담회 참석자의 실명이 공개되며 조롱성 게시글과 댓글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에도 메디스태프에 서울대, 인제대 학생들의 수업 복귀 여부와 관련된 신상이 올라와 논란이 된 바 있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필요시 강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의대생 수업 불참 강요 및 비난 게시글 작성과 관련해 총 10건을 수사해 5명을 검거했다. 이 중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계속 추적을 하고 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향후 수업 복귀 방해 행위가 발생할 경우 각 시도경찰청의 사이버범죄수사대 및 공공범죄수사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은 특히 특정 단체나 세력의 조직적 개입이 확인될 경우 배후를 추적해 구속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학생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수업 미복귀 강요 등으로 인해 복귀를 원하는 일반 의대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경찰이 의과대학 학생들의 수업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조직적으로 수업 불참을 강요할 경우 구속 수사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의대 유급 및 제적 시한을 앞두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복귀를 희망하고 있지만 수업 복귀를 방해하는 강요 행위 및 인터넷상 집단적 조리돌림 등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라며 “수업 참여를 원하는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조직적인 수업 복귀 방해 행위를 멈출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일부 의대 학생회가 간담회를 열어 학생들에게 수업 불참을 강요하거나, 수업 거부 결의서를 작성하도록 유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복귀 의사를 밝힌 학생의 명단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하거나 신상을 유포하며 조리돌림하는 사례도 확인됐다.의대 수업 복귀를 방해하는 온라인 게시글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한 대학 의대에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비난한 사례가 접수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대학 의예과 24학번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학칙에 따라 제적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부 선배들이 간담회를 열고 후배들과 개별 접촉해 수업 불참을 종용했다는 정황도 전해졌다. 의사 및 의대생 대상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해당 간담회 참석자의 실명이 공개되며 조롱성 게시글과 댓글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에도 메디스태프에 서울대, 인제대 학생들의 수업 복귀 여부와 관련된 신상이 올라와 논란이 된 바 있다.경찰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필요시 강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의대생 수업 불참 강요 및 비난 게시글 작성과 관련해 총 10건을 수사해 5명을 검거했다. 이 중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계속 추적 중이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향후 수업 복귀 방해 행위가 발생할 경우 각 시도경찰청의 사이버범죄수사대 및 공공범죄수사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은 특히 특정 단체나 세력의 조직적 개입이 확인될 경우 배후를 추적해 구속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경찰청 관계자는 “학생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수업 미복귀 강요 등으로 인해 복귀를 원하는 일반 의대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검찰이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65)로부터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백 등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전 씨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김 여사는 압수수색 대상자로 적시됐다. 김 여사가 피의자는 아니지만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윤 전 대통령은 영장에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김 여사의 휴대전화(아이폰), 메모장 등을 분석해 통일교 간부 선물 전달 의혹, 캄보디아 사업 이권 개입 의혹 등을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尹 파면 26일 만에 압색… 금고까지 확인 30일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은 이날 오전 8시경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도착한 뒤 대통령경호처 측에 영장을 보여준 뒤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이날 투입된 수사관들에게는 ‘정장을 착용하라’는 지시도 내려왔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로 보인다. 영장에 적시된 압수수색 대상에는 목걸이, 명품 백, 김 여사의 휴대전화, PC 등이 포함됐다. 윤 전 대통령 부부 측 변호인에 따르면 검찰은 아크로비스타가 김 여사의 실거주지인지 확인하기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기록도 요구했다고 한다. 검찰은 오후 3시 40분까지 아크로비스타 내 윤 전 대통령 사저, 아크로비스타 지하 상가의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김 여사 수행비서의 자택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PC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내부에 금고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금고는 잠겨 있었고, 비밀번호는 김 여사의 수행비서가 알고 있었다. 해당 비서의 자택 역시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었기 때문에 그 절차가 끝난 뒤 금고 개방이 이뤄졌다고 한다. 수행비서가 사무실로 도착한 후 검찰이 보는 앞에서 금고를 열었다. 검찰이 금고 내부를 확인했지만 내부엔 아무것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격 압색 왜… 목걸이-명품 백 전달 규명 현재 검찰은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 윤모 씨가 전 씨에게 ‘김 여사 선물 명목’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백, 인삼 등을 전달한 정황을 수사 중이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목걸이, 명품 백 등이 실제 김 여사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압수수색에서 목걸이와 명품 백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통일교 안팎에선 윤 씨가 전 씨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주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 여사에게 고가의 선물을 보내려 한 것 역시 사업 수주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윤 씨가 통일교 내부 강연에서 “윤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주장하는 영상도 앞서 공개됐다. 전 씨 측은 목걸이와 명품 백의 행방에 대해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며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김 여사 측 역시 “목걸이와 명품 백 등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尹 사단’이던 지검장이 수사 지휘 건진법사 수사를 이끌고 있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은 검찰 내 ‘특수통’으로 과거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그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수사한 여파로 문재인 정부 당시 한직을 떠돌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조승연 기자 ch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검찰이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 사저를 압수수색할 때 제시한 영장에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65)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대통령 취임식에 통일교 간부를 초청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영장에는 전 씨가 2022년 4월부터 8월까지 ‘공직자(윤 전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윤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 통일교 전 고위 간부 윤모 씨를 초청해 달라는 청탁이 오갔다는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 취임식은 2022년 5월 10일 열렸는데, 한 달 전부터 취임식 참석을 둘러싼 청탁이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윤 씨가 실제로 취임식에 참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검찰은 윤 씨가 전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 명품백, 인삼 등을 선물로 주려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선물의 목적 중 하나가 ‘취임식 초청’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이러한 청탁이 성사됐다면 김 여사에게 알선수재 뇌물죄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무원이 아닐지라도 공무원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김 여사)이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알선하고 금품을 받은 경우 알선수재죄가 적용된다. 이때 검찰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구형할 수 있다. 김 여사와 대통령 취임식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공개된 김 여사 초청 취임식 참석자 명단에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도 있었다. 당시 명 씨의 직함은 미래한국연구소 회장이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그의 아내, 아들 등도 명단에 포함됐다. 당시 권 전 회장은 재판 일정 때문에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아들과 부인은 참석했다. 권 전 회장은 지난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됐고, 검찰은 김 여사의 연루 의혹에 대해 최근 재수사를 결정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 의혹이 일었던 김태영 21그램 대표, 김 여사의 논문을 대필했다는 의혹을 받은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 등도 김 여사에게 취임식 초청을 받았다. 이 중 김 대표는 한남동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업체의 대표다. 김 대표의 회사는 대통령 취임식 15일 뒤인 2022년 5월 25일 해당 공사를 12억2400만 원에 수주했다. 초청자 명단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자 당시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는 “명단을 파기했다” “일부 남아 있다” 등 해명을 거듭하다 취임식 참석자 명단 일부를 공개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초청한 이들의 명단은 비공개로 남았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건진법사 전성배 씨(65)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내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를 압수수색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4일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 26일 만이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은 이날 전 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사는 아크로비스타 사저, 이 아파트 지하 상가에 있는 김 여사의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날 때 이삿짐 일부가 이 사무실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오전 8시경부터 오후 3시 40분경까지 약 7시간 40분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김 여사의 휴대전화(아이폰)와 메모장 등을 확보하고 코바나컨텐츠에 있던 금고 내부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김 여사가 압수수색 대상자이며, 전 씨가 김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백을 건넸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영장에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목걸이와 명품 백은 통일교 전직 고위 인사가 ‘김 여사 선물용’으로 전 씨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여사가 이 선물을 실제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아크로비스타 사저는 전직 대통령이 사는 경호 구역이지만, 한남동 관저처럼 형사소송법상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아니다. 관저는 책임자의 승인이 있어야 압수수색할 수 있지만 사저는 승인이 필요 없다. 전직 대통령이 머무는 사저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3년 검찰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가 재산 압류 처분을 위해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에선 이날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전 씨 일가의 공천 및 인사 청탁, 캄보디아 사업 등 이권 개입, 전 씨 자택에서 발견된 출처 미상 뭉칫돈 등 각종 의혹 규명을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소환 조사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건진 게이트’라고 부를 만한 사건이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수사하는 시늉만 하고 또 면죄부를 안겨줄 생각이라면 차라리 손을 떼기를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 측은 “현대판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검찰이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인 아크로비스타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압수수색 한 것은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65)로부터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백 등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전 씨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 김 여사는 참고인으로 적시됐다.검찰은 이날 확보한 김 여사의 휴대전화(아이폰), 메모장 등을 분석해 통일교 선물 전달 의혹, 캄보디아 사업 이권 개입 의혹 등을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尹 파면 26일만에 압색… 금고까지 확인30일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은 이날 오전 8시경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도착한 뒤 대통령경호처 측에 영장을 보여준 뒤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이날 투입된 수사관들에게는 ‘정장을 착용하라’는 지시도 내려왔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로 보인다.영장에 적시된 압수수색 대상에는 목걸이, 명품백, 김 여사의 휴대전화, 개인 PC 등이 포함됐다. 윤 전 대통령 부부 측 변호인에 따르면 검찰은 아크로비스타가 김 여사의 실거주지인지 확인하기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기록도 요구했다고 한다.검찰은 오후 3시 40분까지 아크로비스타 내 윤 전 대통령 사저, 아크로비스타 지하상가의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김 여사 수행비서의 자택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PC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옛 코바나콘텐츠 사무실 내부에 금고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금고는 잠겨 있었고, 비밀번호는 김 여사의 수행비서가 알고 있었다. 해당 비서의 자택 역시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었기 때문에 그 절차가 끝난 뒤 금고 개방이 이뤄졌다고 한다. 수행비서가 사무실로 도착한 후 검찰이 보는 앞에서 금고를 열었다. 검찰이 금고 내부를 확인했지만 내부엔 아무 것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격 압색 왜…목걸이-명품백 전달 규명현재 검찰은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 윤모 씨가 전 씨에게 ‘김 여사 선물 명목’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백, 인삼 등을 전달한 정황을 수사 중이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목걸이, 명품백 등이 실제 김 여사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압수수색 영장에는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가 김 여사에게 ‘윤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 통일교 전 간부를 초청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압수수색에서 목걸이와 명품백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통일교 안팎에선 윤 씨가 전 씨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을 수주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 여사에게 고가의 선물을 보내려 한 것 역시 사업 수주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윤 씨가 통일교 내부 강연에서 “윤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주장하는 영상도 앞서 공개됐다.전 씨 측은 목걸이와 명품백의 행방에 대해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며,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김 여사 측 역시 “목걸이와 명품백 등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尹 사단’이던 지검장이 수사 지휘건진법사 수사를 이끌고 있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은 검찰 내 ‘특수통’으로 과거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그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수사한 여파로 문재인 정부 당시 한직을 떠돌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아크로비스타 정문 앞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경비원들은 취재진과 시위대의 단지 출입을 막았다.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20여 명의 지지자와 유튜버들은 아크로비스타 정문 앞에서 “압수수색 중단하라”, “검찰은 귀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검찰을 비판했다.조승연 기자 ch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건진법사 전성배 씨(65)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내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를 압수수색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4일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 26일 만이다.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은 이날 전 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사는 아크로비스타 사저, 같은 아파트 지하 상가에 있는 김 여사의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날 때 이삿집 일부가 이 사무실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오전 8시경부터 오후 3시 40분경까지 약 7시간 40분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김 여사의 휴대전화(아이폰)와 메모장 등을 확보하고 코바나콘텐츠에 있던 금고 내부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김 여사가 참고인이며, 전 씨가 김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백을 건넸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영장에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목걸이와 명품백은 통일교 전직 고위 인사가 ‘김 여사 선물용’으로 전 씨에게 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여사가 이 선물을 실제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아크로비스타 사저는 전직 대통령이 사는 경호 구역이지만, 한남동 관저처럼 형사소송법상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는 아니다. 관저는 책임자의 승인이 있어야 압수수색할 수 있지만 사저는 승인이 필요없다. 전직 대통령이 머무는 사저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3년 검찰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가 재산 압류 처분을 위해 압수수색했다.법조계에선 이날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전 씨 일가의 공천 및 인사 청탁, 캄보디아 사업 등 이권 개입, 전씨 자택에서 발견된 출처 미상 뭉칫돈 등 각종 의혹 규명을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소환 조사 역시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진 게이트’라고 부를만한 사건이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수사하는 시늉만 하고 또 면죄부를 안겨줄 생각이라면 차라리 손을 떼기를 경고한다”고 밝혔다.김 여사 측은 “현대판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부산에서 SK텔레콤(SKT) 가입자의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다가 가입자도 모르게 다른 통신사 전화로 개통된 뒤 가입자 계좌에서 수천만 원이 빠져나갔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SKT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와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28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24일 부산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에게 이 같은 취지의 신고를 접수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22일 자신이 사용하던 SKT 휴대전화가 갑자기 먹통이 돼 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다. 이 과정에 본인 명의로 갑자기 다른 알뜰폰이 KT에 개통되고, 본래 쓰던 휴대전화는 사용이 정지된 사실을 파악했다. 같은 날 남성의 통장 계좌에선 1000만 원씩 5차례에 걸쳐 총 5000만 원이 모르는 사람에게 이체됐다. 남성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경찰은 SKT 유심 정보 유출과의 연관성은 낮을 것으로 보면서도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심 정보 탈취만으로 다른 통신사에 가입하고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SKT 관계자도 “휴대전화 개통을 위해서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금융 정보 등이 필요한데, 탈취된 유심 정보에는 암호화된 개인 식별 정도만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IT) 당국은 피해자가 부고 문자를 위장한 피싱 문자 속 링크를 눌렀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유심 유출보다는 스미싱 피해 사건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경찰은 60대 남성의 돈이 입금된 계좌를 파악해 예금주 등을 쫓고 있다. 사건을 배당받은 부산 남부서 수사팀은 “유심 정보 유출 외에 스미싱과 보이스피싱 등의 전화금융 사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청은 SK텔레콤 해킹 공격 사건과 관련해 “이달 22일 SKT로부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를 접수하고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입건 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킹 세력 등이 특정된 단계는 아니라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꾸린 민관 합동 조사단에도 참여할 예정이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차량이 시민을 치어 9명이 숨졌다. 같은 해 12월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선 경도인지장애(치매 전단계)를 진단받은 70대 운전자가 차를 몰고 시장에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국의 고령 운전자는 약 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해자가 고령 운전자인 교통사고의 사망자는 761명으로, 2022년(735명), 2023년(745명)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매년 감소해 작년 252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고령 운전자 가해 사고 사망자는 ‘역주행’한 것이다. 선진국들은 고령 운전자가 있으면 가족이 운전 능력 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거나, 사고 예방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교통기획 ‘2000명을 살리는 로드 히어로’ 첫 회로 고령 운전자 문제를 조명했다. 운전자, 보행자, 지방자치단체 등 도로 위 주체들이 저마다 주의를 기울이고 법규를 잘 지키는 ‘영웅’이 될 때 2000명 넘는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노인체험장비 입자 운전기능 95→8점… “조건부 면허 도입해야”〈1〉 고령자 운전자 500만의 그늘65세 이상, 전체 면허 소지자 14.9%… 고령자가 낸 사고 비중 9년새 2배로제3자 신고제 등 도입 필요성 커져… “일본처럼 안전장치 보급 확대해야”‘100점 만점에 8점.’11일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기능시험을 치른 기자가 받아든 점수다. 동아일보는 고령 운전자가 운전을 할 때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26세 기자가 노인 체험 장치를 온몸에 장착하고 운전을 해봤다. 양 발목에 각각 1kg, 양 손목엔 각각 500g 무게의 추를 매달았다. 고령자의 손발 거동이 불편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무릎과 팔꿈치를 구부리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를 달았고, 얼굴에는 시야를 좁히는 고글을 썼다. 손에도 고무 재질로 된 밴드를 착용해 손가락 움직임을 어렵게 만들었다. 복부와 어깨에 걸쳐서는 움직임을 제한하는 장치를 장착해 고개의 움직임을 불편하게 만들었다.장비를 착용하기 전 기자가 받아든 기능 점수는 95점이었다. 합격선(80점)을 넉넉히 넘긴 만점에 가까운 점수였다. 하지만 장비를 착용하자 달라졌다. 실제 운전에 앞서 시뮬레이션(모의 주행) 장치로 수차례 모의 주행을 했지만, 막상 기능시험장에서는 도로를 이탈하는 실수까지 나왔다.● 운전자 고령일수록 인명 피해 더 커가장 큰 문제는 ‘좁아진 시야’였다. 평소 보던 것의 50%도 채 보이지 않았다. 운전석에서 좌우를 확인하려면 고개를 90도 돌려야 하는데 몸에 장착한 장비 탓에 고개를 돌리기가 어려웠다. 오른쪽 사이드미러 역시 제대로 볼 수 없어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주행, 주차 등 전 종목에서 허둥대면서 결국 기자는 제한 시간 2배를 넘겨 시간 초과로 불합격했다.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면허를 소지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총 516만6386명이다. 2020년(368만2632명)보다 40.3% 증가했다.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중 고령 운전자 비중은 2015년 7.6%에서 지난해 14.9%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 비중은 9.9%에서 20.0%로 급증했다.고령 운전자는 청년, 장년보다 신체 기능이 낮아 돌발 상황 대응이 어렵고 운전 조작 실수도 잦다. 한국소비자원이 고령·비고령 운전자 각각 17명을 대상으로 도로주행 시뮬레이션 시험을 실시한 결과, 앞차가 급정거한 상황에서 고령자의 반응 속도는 3.56초였다. 반면 비고령자는 3.09초로 고령자보다 0.47초 빨랐다. 서울 시내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km다. 0.5초면 차가 약 6.5m를 더 나간다. 횡단보도 앞에서 차가 서느냐, 보행자를 밀고 나아간 뒤 서느냐의 차이 정도다.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온 상황을 가정했을 때, 고령 운전자는 비고령 운전자보다 반응 속도가 1초 넘게 느렸다. 제동 거리가 13m 넘게 차이 난다는 뜻이다.실제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일수록 인명 피해도 컸다. 2023년 기준 71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의 경우 평균 약 46건마다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 반면 31∼40세 운전자의 경우 평균 106건마다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 2023년 6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고 건수는 총 3만9614건, 51∼60세 운전자에 의한 사고 건수는 4만4322건으로 후자가 많았다. 하지만 사망자는 전자가 745명, 후자가 585명으로 고령자 사고가 160명 더 많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는 2050년 98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운전자 10명 중 3명이 고령자가 되는 셈이다. 관련 사고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건부 면허-안전장치 확대 필요”고령 운전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면허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대안이 ‘조건부 운전면허’다. 이는 사람의 실제 운전 능력에 따라 고속도로 주행, 야간 운전 등 운전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미국, 호주 등이 도입해 운영 중이다.가족, 의사, 경찰 등이 운전자의 수시적성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3자 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상 안전운전에 장애가 되는 후천적 신체장애나 정신질환이 발생할 경우 수시적성검사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자진해서 신고하거나 정부, 공공기관이 통보했을 때만 대상자가 돼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는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경우에만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된다. 단기 치료만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치매 진단 사실을 스스로 알리지 않는 이상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장효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제3자 신고제의 가장 효과적인 주체는 가족이고 환자의 신체적인 능력을 알고 있는 의료진의 보고도 중요하다”며 “해외에서는 교통 당국과 운전자, 의료진이 협의를 진행하는 조건부 면허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사고 예방 장치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2028년 9월부터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탑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령 운전자는 서울 시청역 참사의 경우처럼 페달 조작 실수로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장착할 경우 관련 사고를 63% 줄일 수 있고, 자동긴급제동장치(AEBS)와 함께 이용한다면 9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분석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제조사들이 신차의 90% 이상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자진 장착해 판매 중이다.기존 차량을 위한 애프터마켓용 장치 보급도 활발하다. 일본은 AEBS 등 안전장치가 장착된 ‘서포트카’ 구매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서포트카 구입에 최대 10만 엔(약 100만 원)을 지원하는가 하면, 2022년에는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 서포트카에 한정된 조건부 면허제를 신설했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생계형 고령 운전자도 많기 때문에 일본의 서포트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운전을 하되 자진해서 면허를 반납하거나 안전장치를 장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
정부가 고령 운전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 반납률은 2%대에 그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이 불편한 시골이나 지방의 경우 자기 차가 없으면 장 보러 가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반납률이 저조하다. 면허를 반납해도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대체 교통수단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교통연구원의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정책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1명이 면허를 반납할 경우 1년 동안 0.0118건의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 약 85명이 면허를 반납하면 사고 1건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 고령 운전자 1명의 면허 반납은 연간 42만 원의 사회적 비용을 줄였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일정 금액의 교통카드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70세 이상 고령층에 교통카드 20만 원을 지급한다. 기존에 10만 원이었던 것을 2배로 늘렸다. 울산 울주군은 올해 면허 반납 인센티브를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늘렸다. 그 결과 지난달에만 410명이 면허를 반납했다. 지난해 전체 실적을 웃돈다. 하지만 전국의 면허 반납률은 2%대에 그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2.2%다. 면허 반납 시 받는 혜택이 장기적으로는 충분한 대가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체 교통수단도 부족한 탓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면허를 반납한다면 이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면허 반납 정책이 고령자 이동권 지원과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을 도입하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DRT는 노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승객의 호출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교통수단을 말한다. 강원 원주시는 2023년 3월부터 대중교통 취약 지역에서 DRT ‘부름버스’를 정식 운행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콜센터를 통해 출발 30분 전까지 출발지와 도착지를 예약하는 방식이다. 매달 600여 명이 부름버스를 이용하고 있고 대중교통 대기 시간도 1시간 이상에서 30분 정도로 단축됐다. 경기 파주시, 경남 창원시, 전남 신안군 등도 DRT를 운영하고 있다. 김경만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 차장은 “대중교통 취약 지역에서 고령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이동이 가능하도록 교통수단을 지원하는 정책이 확대된다면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
세종사이버대 경찰학과가 이달 19일 서울 광진경찰서 관내 서울 광진구 화양동 ‘맛의 거리’를 방문해 현장학습을 진행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과 지자체가 이 지역을 대상으로 범죄예방환경디자인(CPTED) 사업을 진행했는데, 그 성과를 살펴보기 위해서다.경찰 등에 따르면 ‘맛의 거리’는 양방향 차량 통행으로 인한 극심한 교통 혼잡, 쓰레기 방치에 따른 열악한 위생 환경, 심야 취객 소란 및 여성 대상 범죄의 빈발, 불법 광고물 난립 등으로 인한 민원이 잇따랐다. 이에 2021년 광진경찰서와 광진구, 지역 상인회 등은 이 지역에 CPTED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CPTED 사업이란 도로 외관 등을 정비해 범죄율을 줄이는 치안 예방 정책이다.CPTED 사업 이후 경찰과 지자체는 도로를 정비해 차량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전환했고, 불법 광고물 등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 일방향 통행 도입 이후 교통 혼잡이 줄어들면서,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CPTED 사업 이후 소음 민원은 37%, 폭력 신고는 19% 감소했고, 절도와 성범죄 등은 각각 28%, 7% 줄어들었다.이날 세종사이버대 학생들은 맛의 거리를 둘러본 후 광진경찰서 산하 자양파출소로 이동해 순찰차량, 무전기 사용 등 파출소 근무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이날 학생들과 만난 박재영 광진경찰서장은 “화양동 ‘맛의 거리’뿐 아니라 구의역 미가로, 군자동 먹자골목 등에서도 지역 맞춤형 CPTED 모델을 개발해 지속 가능한 안전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이를 타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에 자신에 대한 체포 작전을 저지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경찰이 대통령실과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 12일 만에 경찰이 ‘민간인 윤석열’에 대한 첫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16일 오전 10시 13분부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내 대통령집무실과 경호처 사무실,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경찰은 올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를 시도했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에게 막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압수수색 영장엔 윤 전 대통령과 김 차장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피의자로, 경호처 비화폰(보안 휴대전화) 서버와 체포 저지 관련 문건 등이 압수 대상으로 적시됐다. 경호처는 군사상·공무상 비밀이 필요한 장소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막았고, 특수단은 약 10시간의 대치 끝에 오후 8시 37분경 철수했다. 경호처는 비화폰 서버 등 일부 자료를 추후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법조계에선 이날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 구속영장 재청구 등 수사기관의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신분 출석 조사 등을 검토 중이다. 검찰과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 ‘명태균 게이트’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영장에 ‘尹 피의자’ 적시… “체포때 총기사용 검토 지시” 진술 확보[尹 ‘체포저지 의혹’ 수사]경찰, 대통령실 압수수색 시도… 비화폰 서버-경호처 문건 확보 나서경호처 “군사상-공무상 기밀” 막아…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식 넘길 방침경찰 내부 “대통령기록관 이전前 관련 자료 확보 하기 위한 조치”경찰 내부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12일 만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이 ‘체포 저지’ 의혹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대통령기록관 이전 전에 자료 확보를 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최장 15년, 사생활 관련 문건은 최장 30년간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통화 기록이 담긴 비화폰 서버를 압수수색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호처에 의해 압수수색이 번번이 불발되면서 자료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대면 조사와 압수수색 재시도 등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직 파면으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만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수사도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막아선 경호처에 압수수색 불발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단은 이날 윤 전 대통령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의 피의자로 적시하고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차장이 올 1월 3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차장을 비롯한 경호처 간부들을 불러 총기 사용 검토 등을 지시했다는 경호처 내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이후 비화폰만을 사용한 정황을 확보했는데, 체포 저지 관련 지시도 비화폰을 통해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비화폰 통화 기록 등이 담긴 서버와 분출 대장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앞서 5차례에 걸쳐 대통령실과 경호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에 의해 모두 불발됐다. 이날 오전 10시 13분경 대통령실에 도착한 특수단은 경호처 측과 압수수색 방식 등을 논의하고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110·111조에 규정된 ‘군사상 기밀, 공무상 기밀’을 이유로 들며 경내 진입을 막아섰다. 이에 수사관들은 대통령실 민원실 등 외부에서 10시간 넘게 대기해야 했다. 결국 오후 8시 37분경 특수단은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빈 박스를 들고 철수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영장 집행은 결국 불승낙됐다”며 “경호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비화폰 서버 등 일부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공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호처 내부에서도 압수수색 대응 방식에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던 김 차장은 연판장 사태가 벌어지자 전날 사의를 표하고 직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경찰 “‘尹 피의자 조사’ 등 다각도 검토” 현재 윤 전 대통령의 재임 중 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체포 저지와 관련된 자료까지 옮겨질 수 있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이 실패한 셈이다.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은 각 지방법원의 영장전담 판사가 발부하지만 대통령기록물의 경우 고등법원장의 판단이 필요하다. 특수단 내부에선 “국무위원 등 내란 관련 피의자 대부분이 재판 중인 만큼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 조사를 해 비화폰 서버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출석 조사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은 현재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상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 안팎에선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후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을 통보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경찰 내부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12일 만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이 ‘체포 저지’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대통령기록관 이전 전에 자료 확보를 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최장 15년, 사생활 관련 문건은 최장 30년간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통화 기록이 담긴 비화폰 서버를 압수수색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호처에 의해 압수수색이 번번히 불발되면서 자료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대면 조사와 압수수색 재시도 등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직 파면으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만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수사도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막아선 경호처에 압수수색 불발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단은 이날 윤 전 대통령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의 피의자로 적시하고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차장이 올 1월 3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차장을 비롯한 경호처 간부들을 불러 총기 사용 검토 등을 지시했다는 경호처 내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이후 비화폰만을 사용한 정황을 확보했는데, 체포 저지 관련 지시도 비화폰을 통해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비화폰 통화 기록 등이 담긴 서버와 분출 대장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앞서 5차례에 걸쳐 대통령실과 경호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에 의해 모두 불발됐다.이날 오전 10시 13분경 대통령실에 도착한 특수단은 경호처 측과 압수수색 방식 등을 논의하고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110·111조에 규정된 ‘군사상 기밀, 공무상 기밀’을 이유로 들며 경내 진입을 막아섰다. 이에 수사관들은 대통령실 민원실 등 외부에서 10시간 넘게 대기해야 했다. 결국 오후 8시 37분경 특수단은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빈 박스를 들고 철수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영장 집행은 결국 불승낙됐다”며 “경호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비화폰 서버 등 일부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공받기로 했다”고 밝혔다.이날 경호처 내부에서도 압수수색 대응 방식에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던 김 차장은 연판장 사태가 벌어지자 전날 사의를 표하고 직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경찰 “‘尹 피의자 조사’ 등 다각도 검토”현재 윤 전 대통령의 재임 중 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체포 저지와 관련된 자료까지 옮겨질 수 있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이 실패한 셈이다.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은 각 지방법원의 영장전담 판사가 발부하지만 대통령기록물의 경우 고등법원장의 판단이 필요하다. 특수단 내부에선 “국무위원 등 내란 관련 피의자 대부분이 재판 중인 만큼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해 비화폰 서버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출석 조사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은 현재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상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 안팎에선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후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을 통보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북한 해킹조직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방첩사 작성 계엄문건 공개’라는 제목의 사칭 이메일을 보내 개인정보 탈취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북한 해킹조직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개인정보를 빼돌릴 목적으로 국내 1만7744명에게 사칭 이메일 12만6266건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의 운세, 신년사 분석, 정세 전망 문서, 유명 가수 콘서트 관람권 관련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내용의 사칭 이메일을 보냈다. 북한이 발송한 이메일의 종류는 30여 가지로, 이 중에는 국군방첩사령부가 만든 계엄문건을 공개하겠다는 이메일도 있었다. 수신자가 이메일에 적힌 링크를 누르면 북한 해킹조직이 만든 가짜 포털 사이트로 연결된다. 가짜 사이트를 기존에 자신이 사용하는 네이버, 구글 등 포털 사이트로 착각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계정 정보가 북한에 넘어가는 구조다. 실제 이메일을 받은 이들 중 120명은 링크를 통해 피싱 사이트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탈취당했다. 북한 해킹조직은 다량의 이메일을 전송하기 위해 국내 서버 15개를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메일 발송부터 수신자 열람, 피싱 사이트 접속, 개인정보 입력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동 프로그램도 범행에 사용했다. 이번 이메일 수신자 중에는 국내 통일, 안보, 국방, 외교 분야 정부기관 종사자, 연구자, 언론인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과거에도 북한으로부터 해킹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완규 법제처장(64·사법연수원 23기)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처장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이른바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하고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비상계엄 공모 의혹을 받고 있어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처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형사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탄핵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경찰, ‘내란 방조’ 피의자로 李 조사 이 처장은 1994년 서울중앙지검을 시작으로 24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대검 형사1과장,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등을 거쳤다. 독일에서 유학한 뒤 형사법 관련 저서를 다수 내는 등 형사법 이론가로 꼽히지만, 헌법 관련 전문성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법조계는 이 처장의 경력이나 전문성보다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주목하고 있다. 이 처장은 윤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최측근이다. 2020년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법무부가 정직 처분을 내리자 윤 전 대통령이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대리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을 지냈고, 2022년 5월 법제처장으로 임명됐다.이 처장은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회동해 논란이 일었다. 회동 이후 이 처장과 박 장관, 김 수석이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도 알려져 야당은 증거인멸 의혹과 2차 계엄 준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처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저녁 연락이 왔길래 갔고, 가니까 아는 게 없이 한숨만 쉬다 왔다”고 해명했다. 휴대전화 교체에 대해서도 “불편한 오해를 받기 싫었다”고 했지만, 야당은 회동 참석자 4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이 처장을 내란 방조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1차례 조사하기도 했다.● “탄핵심판 중단” 논리 펼치기도 이 처장은 탄핵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2월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이 처장은 형사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탄핵심판이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논거는 충분히 있다”고 했다. 최상목 부총리의 마은혁 헌재 재판관 미임명에 대해선 “헌법이 대통령한테 부여한 임명권을 국회가 선출하면 무조건 서명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도 “공소권이 없으면 수사를 할 수 없다고 하는 쪽이 훨씬 더 다수”라며 “그런 입장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권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상계엄이 헌법 질서를 어지럽힌 것이라고 확정한 헌재에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한 사람을 후보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헌법 질서 수호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인물을 내세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이 처장은 헌재 재판관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법 5조 6항에 따르면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자문 또는 고문 역할을 한 날부터 3년이 지난 사람만 재판관이 될 수 있다. 이 처장은 2022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법률팀의 핵심 멤버였다.● 김경수·우병우 유죄 선고 함상훈도 지명 한 권한대행은 이날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58·사법연수원 21기)도 헌재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함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5년 청주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헌재에 파견돼 헌법연구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함 부장판사는 서울고법 형사2부 재판장이던 2020년 11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선 2021년 12월 징역 1년을 선고했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