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송평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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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평인 칼럼니스트입니다.

pisong@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97%
사설/칼럼3%
  • [사설]전교조 교사는 일반 노동자와 다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가입 교사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과 동아닷컴에 각각 3억4000만 원과 2억7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전교조 가입 여부가 드러나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노조를 탈퇴하거나 노조 가입을 꺼려 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법원의 판결이 형식논리에 치우쳐 전교조를 둘러싼 현실을 꿰뚫어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명단 공개 시 단결권 침해란 주로 사용자 측으로부터 가해지는 불이익을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조는 조합비 일괄 공제를 위해 사용자 측에 조합원 명단을 넘긴다. 전교조도 마찬가지다. 조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넘겨받은 명단도 그런 명단이다. 한때 전교조가 탄압받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다. 조 의원이 명단공개를 추진할 당시 전교조는 스스로 자발적 명단 공개 의사를 밝힌 바도 있다. 법원은 “헌법 31조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보장한 것을 고려할 때 교사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보다 학부모의 알권리가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상당수 전교조 교사들은 중립적이지 않은 이념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헌법이 규정한 정치적 이념적 중립을 준수했다면 학부모들이 굳이 알권리를 요구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법원은 이해당사자인 학부모 학생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 잘못이라고 하지만 교육과 무관한 국민은 거의 없다. 지금은 학부모가 아니라도 과거에 학부모였거나 미래에 학부모가 될 사람들이다. 전교조 교사는 일반 노동자와는 다르다. 교사는 공무원법, 교육법,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등의 보호와 규제를 받고 있다. 시장에서 소비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조하는 노동자와 미래세대 교육을 맡은 교사를 같이 볼 수 없다. 교육서비스의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의 권리가 결코 전교조 교사들의 단결권보다 하위(下位)에 있는 개념은 아닐 것이다. 조 의원은 법원의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명령에 불복했다가 이행강제금 약 1억 원을 내고 있고 다시 3억4000만 원의 손해배상금도 내야 한다. 전교조는 승소 뒤 “조 의원에게 동조해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한 김효재 김용태 진수희 정두언 장제원 박준선 정진석 정태근 차명진 의원에 대해서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참교육을 하겠다고 출범한 전교조가 왜 다른 교원단체와 달리 명단 공개를 한사코 기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교조가 벌인 이념 교육, 정치 투쟁에는 법을 고의로 무시하는 불법이나 탈법행위가 많았다. 그러면서 자기들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법을 이용한다. 전교조는 이번 승소를 기뻐할 게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한다.}

    • 201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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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異문화에 열린사회로 가야

    노르웨이 테러 사건을 계기로 다(多)문화주의가 논란에 휩싸였다. 유럽 국가는 미국과 달리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제호황기에 이주민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다문화주의를 일부 수용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잇달아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선언했다. 토르비에른 야글란 유럽의회 사무총장은 “다문화주의 탓에 국가 안에 별개 사회가 성장하고 있다”며 “이 중 일부는 위험하고 급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주의 쇠퇴로 힘을 얻고 있는 것이 동화(同化)주의다. 프랑스가 남녀평등을 내세워 학교 등교 시 머리에 두건을 두르는 히잡, 거리에서 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것은 동화주의의 한 사례다. 동화주의에는 유럽의 자신감 상실과 이슬람 인구 급증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다. 물론 동화주의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남녀평등은 어떤 종교이건 모두 인정해야 하는 가치다. 그런데도 동화주의의 지나친 강조는 이슬람 배척으로 나타날 수 있어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의 균형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스위스에서 이슬람 사원 첨탑 건설이 금지됐을 때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 간 균형이 깨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즈음 스웨덴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무차별 총격으로 10여 명이 죽고 다쳤다. 이번엔 노르웨이에서 이슬람 이민자의 대량 유입과 다문화주의가 유럽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100명에 가까운 사람을 죽이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한국을 ‘대규모 이민자 유입 없이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 ‘단일문화권 국가로서 매우 살기에 안전한 나라’로 꼽은 것이 좋게만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급속한 이주민 유입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은 올 1월 약 12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 수준이다. 그러나 그 절반가량은 중국 조선족이어서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매우 동질적인 나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유럽 국가와 처지가 다르고 다른 문화, 다른 인종, 다른 종교에 열린 태도를 취해야 글로벌 시대에 역동적인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異)문화를 혐오하는 발언이 인터넷에서 쏟아지고 있어 우려된다. 이민역사가 오랜 유럽의 실패와 성공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 불교 유교의 평화로운 공존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다문화주의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각계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 201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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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지하철 여성 전용칸의 가치 충돌

    서울시가 여성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혼잡한 출근시간대 지하철은 성추행범의 천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지난해 붙잡힌 지하철 성추행범은 1192명으로 2009년 671명에 비해 77%가 늘었다. 그렇다고 ‘여성 전용칸’을 도입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여성 전용칸 도입으로 일반칸은 더 혼잡해지고 전체적으로 성추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되레 ‘피해 안 보려는 여성은 전용칸으로 가라’는 무언의 압력을 주는 ‘여성 역차별’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같은 사안을 놓고 완전히 관점(觀點)을 달리하는 쟁점일수록 양쪽 다 반쪽의 진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안에서 어느 한쪽을 쉽게 택할 경우 다른 쪽의 부작용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차별을 낳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흑인과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가 확립돼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특별대우를 한다는 것 자체를 차별로 보는 경향이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7년 취임 이후 아랍계 학생들을 우대하기 위해 소수자 우대조치를 도입하려 했으나 인종 종교 성에 따른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을 내세운 반발에 밀려 포기했다.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서구 대도시의 지하철에는 여성 전용칸이 없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2006년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 도입이 추진됐으나 여성단체들이 남녀평등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헌법에도 저촉된다는 지적이 나와 흐지부지됐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2000년대 들어 성추행을 막기 위해 도시 지하철과 전철에 여성 전용칸을 널리 도입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여성 전용칸 도입 이후 성추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대만에서는 2006년 타이베이 부근 전철에 여성 전용칸이 도입됐다가 3개월 만에 폐지됐다. 스마트폰 시대에 여성들은 치한퇴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말없이 지하철 노선, 역명, 칸의 대략적인 위치를 112로 전송할 수 있다.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지하철 성추행을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 201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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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송평인]사회참여 연예인

    미국 홈쇼핑 채널 QVC는 최근 베트남전 반대 운동으로 유명한 미국 여배우 제인 폰다의 신간 ‘프라임 타임’을 홍보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그의 반전운동 경력을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항의 때문이었다. 폰다는 당시 베트콩의 대공포 위에 앉아 웃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미국 참전 용사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폰다는 나중에 여러 차례 실수를 인정했지만 전쟁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한국에서 최근 다시 연예인의 사회참여가 주목받은 것은 여배우 김여진 씨의 반값 등록금 1인 시위부터다. 그 전에 홍익대 청소용역 노동자 농성장을 방문하는 활동을 할 때만 해도 김 씨는 기성 언론이 소홀히 한 분야에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 시위 이후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 등 곳곳에 얼굴을 비치면서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뉴스 현장에 더 자주 나타나는 배우’라는 비아냥거림을 받는다. ▷MBC가 “사회적 쟁점에 대해 특정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한 경우 고정출연을 제한하는 새 심의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에 따라 김 씨의 라디오 고정패널 내정이 취소됐다. 즉각 조국 서울대 교수, 소설가 공지영 이외수 씨가 반발해 MBC 출연 거부를 선언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MBC는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 그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그런 발언을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 공영방송에서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연예인뿐 아니라 교수 의사 등에도 해당하니까 연예인을 특별히 차별대우하지도 않았다. ▷판단력이 흐린 청소년들에게 연예인의 발언은 파급력이 크다. 광우병 파동 때도 몇몇 연예인이 비과학적 선동으로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 사적(私的)으로 제작되는 영화나 공연과는 달리 공적(公的) 성격의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에 정치적 편향을 막는 장치를 두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참여 연예인이라는 뜻으로 소셜테이너(socialtainer)란 말이 한국에서 유행한다. 영어에도 없는 국적 불명의 말이다. 우리처럼 국내의 정치적 이슈만 따라다니는 연예인이 아니라 수단 다르푸르 평화 활동을 펴는 조지 클루니 같은 진정한 사회참여 연예인을 보고 싶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 201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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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축구 승부조작 배후 조폭 일망타진하라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의 배후 세력으로 조직폭력배가 드러나면서 조폭이 우리 사회에서 어디까지 마수를 뻗고 있는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 승부조작에 돈을 댄 전주(錢主)와 전주 측 브로커는 대부분 조폭이거나 조폭과 연계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승부조작에 돈을 댄 전주는 축구선수들이 약속을 안 지켜 돈을 떼일 경우에 대비해 선수를 협박할 조폭을 끼워 넣었다. 조폭이 스스로 전주를 겸업하거나 전주의 청부로 협박에 가담한 사례도 있다. 폭력조직 북마산파 출신 김모 씨는 스스로 전주가 돼 선수 매수자금 1억7000만 원을 투자하고 단 한 번의 승부조작으로 11억3000만 원의 배당금을 탔다. 조폭 세력과 연계된 한 브로커는 승부조작에 실패하자 가담한 선수를 협박해 8000만 원을 뜯어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은 범죄의 공모자이면서 조폭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대부분 선수들은 출신 고등학교나 구단의 선후배 관계 때문에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전주와 연결된 조폭에게서 승부조작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다음 경기에서도 승부조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 승부조작은 한번 빠지면 빠져나오려고 해도 더 깊숙이 빠져드는 수렁과 같았을 것이다. 범죄의 유혹에 넘어간 선수들을 두둔할 수는 없지만 운동만 하느라 세상 물정에 어둡기 쉬운 선수들이 간악한 조폭의 먹이가 된 측면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조폭은 주로 유흥업소와 마약 매춘 도박 고리대금업 등에서 독버섯처럼 피어났다. 이번에 새로운 업역(業域) 개척에 나섰다가 마수가 드러난 셈이다. 약 5개월 사이에 열린 K리그 경기 중 15개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다. 공정한 스포츠맨십이 발휘돼야 할 스포츠 경기를 어지럽히고 선수들을 범죄로 끌어들인 사악한 조폭 범죄다. 축구의 정직함을 사랑해 경기장을 찾은 팬도 조폭 범죄의 피해자다. 현재까지 구속되거나 달아난 조폭 혹은 조폭 연계자 5명은 모두 북마산파에 속한다. 검찰은 전국적으로 4개의 폭력 조직이 승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다른 폭력 조직도 반드시 검거해 다시는 축구계에 승부조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엄단해야 한다.}

    • 201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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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위키피디아 한국어판 엉터리 정보는 知的 수치

    인터넷 무료백과사전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에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주장들이 실려 있다. “1960년대 말부터 추진하던 박정희의 핵개발에 자극받은 김일성이 핵미사일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김정일이 옛 소련의 붕괴를 목격하고 개방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누가 봐도 북한을 편들고 남한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묻어난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편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결점이다. 개방성 때문에 누군가 악의적으로 정보를 입력할 수 있어 정확성과 공정성이 종종 논란이 된다. 그럼에도 위키피디아는 단순 나열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지성을 통해 정보를 한 차원 높은 지식으로 전환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브리태니커 등 전통 사전에 비해 시사 항목을 풍부히 담고 있어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위키피디아 영어판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은 사정이 다르다. 항목 수가 영어판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어판에 비해서도 5분의 1 수준이다. 일본 인구가 우리보다 2.5배 정도 많은 점을 고려해도 한국어판의 항목은 적은 편이다. 한국의 누리꾼들은 짧은 댓글을 다는 데만 익숙하고, 정보를 가공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지식의 축적보다는 단순 정보 전달이나 유희를 위주로 발달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식검색을 자처하지만 거기서 파편적인 정보 외에 체계화한 지식을 얻기 어렵다. 위키피디아에 글을 올리는 누리꾼의 정치적 편향도 문제다. 386세대에 의해 기초가 닦인 한국 인터넷 문화는 정치적 편향이 특히 심하다. 2008년 광우병 시위 때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가 홍위병처럼 누리꾼 선동에 앞장선 것은 ‘디지털 마오이즘(Maoism)’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었다. 당시 누리꾼들이 위키피디아 영어판의 ‘mad cow disease(광우병)’ 항목에 나오는 미국 소에 대한 설명만 참고했어도 그런 시위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 항목 수가 2005년 1만 개를 돌파한 이후 6년 만인 2011년 16만 개를 넘어섰다. 포털사이트 지식검색의 저열한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위키피디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식인들은 잘못된 정보와 정치적 편향에 의한 왜곡이 판치는 위키피디아의 오류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지식인이 우리 사회에 할 수 있는 값진 기부이자 지식의 사회 환원이다.}

    • 201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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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송평인]마르크스주의, 귀환 중인가

    독일 서부, 룩셈부르크와의 국경지대 인근에 트리어라는 도시가 있다. 허브(Hub)공항이 있는 프랑스 파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거리가 멀어 아시아 관광객은 작심하지 않고는 쉽게 찾아가지지 않는 도시다. 카를 마르크스가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닌 트리어에는 그의 생가가 보존돼 있다.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009년 트리어를 찾은 적이 있다. 마르크스의 생가에 유별나게 중국 관광객이 많아 놀랐다.“재정적자 국가에서 봉기 시작” 선동 북적거리는 중국인들로 한적하던 마르크스 생가가 깨어난 것처럼 1990년 소련과 동유럽권 공산주의 붕괴 이후 소멸하는 듯이 보였던 마르크스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지난주 프랑스 외교부 초청으로 파리에 갈 기회가 있었다. 소르본대 인근의 대형서점 지베르 조제프를 찾았다. ‘자본론’ ‘독일 이데올로기’ 등 마르크스의 저서와 관련 서적을 모아 철학 코너 한가운데에 진열하고 있었다. 일간 르피가로의 자매지 르푸앵이 권외 특별호로 낸 ‘마르크스 특집’도 눈에 띄었다. 저자 중엔 에티엔 발리바르, 미셸 아글리에타 등 1980, 90년대 한국의 사회과학도에게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보수주의 철학자 뤼크 페리의 ‘CD로 듣는 마르크스 해설집’도 새로 나왔다. 과거에는 없었던 이 코너를 보고 있자니 2009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의 전남편인 철학자 라파엘 앙토방이 ‘프랑스 퀼튀르’ 라디오에서 방송한 마르크스 사상 소개 시리즈가 생각났다. 2008년 미국 뉴욕 월가의 금융위기로부터 마르크스의 부활이 시작됐다. 그 이듬해 인터뷰조차 좀처럼 하지 않던 프랑스 극좌파 철학의 거두 알랭 바디우가 TV 토론에 얼굴을 드러냈다. 마오쩌둥(毛澤東)과 크메르루주의 문화혁명에 찬동했던 바디우는 지금 슬로베니아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와 함께 ‘공산주의의 이념’이란 주제의 세미나를 런던 베를린 뉴욕 등을 돌아가면서 열고 있다. 같은 해 독일 베를린장벽 붕괴 20주년을 취재하기 위해 갔을 때 옛 동독 지역 훔볼트대 앞에서 누군가가 나눠준 전단을 아직도 갖고 있다. 훔볼트대 건너편 광장은 좌파들의 단골 시위 장소다. 이 전단은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는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그리스이며, 이 나라에서부터 봉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었다. 그 약한 고리가 지금 포르투갈로, 스페인으로, 이탈리아로 번져가고 있다. 한국에서 얼마 전 귀갓길에 버스를 탔다가 ‘맑시즘 2011, 변혁이냐 야만이냐’는 제목의 광고지 하나를 우연히 발견해 읽었다. 다음 주 나흘간 고려대에서 열리는 마르크스주의 연속 강연회를 알리는 내용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트로츠키파 정치이론가 알렉스 캘리니코스 등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유럽연구센터 소장인 그는 지난해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영국 대학생들의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이념의 磁場 바꾸는 최악의 景氣 마르크스주의 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마르크스주의 자체 때문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가 그 자체로 오늘날의 세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마르크스주의의 자장(磁場) 속에 태어난 케인스 경제학과 베버리지식 복지의 영향력 강화다. 자유사회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소련 공산주의와 체제경쟁을 벌이면서 그 체제로부터 시장에의 국가 개입과 보편적 사회보장을 일부 배웠다. 1980년대부터는 자유주의의 자장이 힘을 발휘해 케인스주의를 밀어내고 복지제도의 개혁을 이끌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었다. 그러나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은 지금 다시 마르크스주의의 자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에 장하준류의 경제학이 먹히고 복지 확대 요구가 거센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 우리는 이념의 자장이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 201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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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무상급식 주민투표, ‘민주와 자치’ 성숙 계기로

    ‘전면 무상급식’이냐 ‘단계적 무상급식’이냐를 가릴 서울시 주민투표가 8월 말 실시될 예정이다. 서울시가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부를 검증한 결과 주민투표 청구에 필요한 서울의 유권자 5%(41만8005명) 이상의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주민투표청구심의회가 유권자 5%의 정족수를 채운 것을 확인하게 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를 발의하게 된다. 2004년 주민투표법이 제정된 이후 전국에서 세 차례의 주민투표가 실시됐지만 모두 시군 통합이나 폐지,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입지 선정 등 국가 사무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주민투표는 자치 사무에 관한 것으로는 처음이고 투표 결과가 전면 무상급식뿐만 아니라 우리 복지정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주민투표는 지방자치의 중요한 부분이다. 전면 무상급식처럼 지방정치인들이 극한적으로 대립해 해결하지 못하는 사안을 주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주민투표가 남발되는 것은 문제지만 지나치게 억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마구잡이 주민투표를 막기 위해 일정한 주민투표 청구 정족수를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현행 주민투표법처럼 일률적으로 5%를 요구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보통 정족수 비율을 지방자치단체 규모에 따라 달리 한다. 서울 같은 거대 도시에서는 5% 정족수를 채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서명 요청인의 범위를 너무 제한해 어디에 가서 서명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은 사람도 많았다. 선진국에서는 주민투표를 자치단체가 직접 관리하지만 우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한다. 선관위가 주민투표를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처럼 관리해 주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투표가 성립하려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주민투표가 발의되면 활발한 토론과 선거운동으로 참여를 유도한다. 선관위는 선거운동 관리는 엄격히 하되 유권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막지는 말아야 한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주민투표를 무산시키려 한 것은 전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정당으로서 있을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단 주민투표가 발의되면 유권자의 참여를 독려해 투표로 의사를 나타내도록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당의 태도다. 찬성이든 반대든 주민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자치다. 이번 주민투표를 민주와 자치정신이 성숙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20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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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검찰은 국회 입법권 존중을

    검찰 경찰 수사권 조정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이 막판에 강력하게 반발한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 조항을 문제 삼아 김준규 총장이 사퇴를 예고했고 검사장급인 대검찰청 부장 5명 전원이 집단으로 사의를 표명하며 국회를 압박했다. 이제 대의(代議)민주주의의 주체인 입법부가 재석의원 200명 중 17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법을 확정한 만큼 검찰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집단 사의를 거둬들이는 것이 옳다. 검찰과 경찰은 얼마 전 청와대의 중재로 만나 수사 세부 규칙을 법무부령으로 만들기로 합의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최종안 확정 과정에서 법무부령을 대통령령으로 바꿨다. 검찰은 법무부령으로 수사 세부 규칙을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할 경우 준(準)사법기관인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무부령은 검찰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고 대통령령은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사개시권이 경찰에 주어진 만큼 경찰도 수사 세부 규칙을 정하는 데 참여할 권리가 있다. 수사개시권에 관한 세부 규칙을 검찰이 속한 법무부나 경찰이 속한 행정안전부의 부령이 아니라 관련부서의 합의가 필요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 수뇌부의 집단 사의 표명은 대통령과 국회에 압력을 넣어 조직 이익을 관철하려는 행동으로 국민 눈에 비칠 것이다. 검사들이 김 검찰총장이나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당초 안을 고수하지 못했다고 항의성 행동을 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임기가 한 달 반가량 남은 김 총장이 할 일도 사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안정시키는 일이다.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씨앗은 남아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대통령령을 만들 때 검경 사이에 다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경찰과 검찰은 조직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각자에게 부여된 수사개시권과 지휘권을 국민의 관점에서 행사하고,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와 기소로 정의를 바로세우는 방안에 관해 고민해야 한다.요즘 우리 사회는 이익집단의 업권(業權) 투쟁이 도를 넘어 국민의 편익이나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검찰마저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오로지 조직 이익만 관철하기 위해 행동한다면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신뢰로부터도 멀어질 것이다.}

    • 201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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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송평인]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

    민주당 추천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가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소행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인가”라는 보충 질문에서는 “정부 발표를 받아들이지만 직접 보지 않아 확신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확신’이란 단어를 사용한 질문에 당황했는지는 모르지만 ‘직접 보지 않아’라는 단서를 단 답변은 조 후보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살인죄를 선고하는 법관은 없다. 직접 보지 않아도 증거를 놓고 경험과 논리로 판단하는 것이 법관의 자유심증주의다. 다만, 누군가를 유죄로 선고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이 남아있지 않아야 하나 그것이 모든 가능한 의심이 배제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어떤 증거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천안함 폭침 현장에서 북한 어뢰 추진체라는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발견됐다. 그런데도 ‘직접 보지 않아’ 어쩌니 하는 것은 재판관이 될 사람이 할 소리가 아니다. ▷조 후보는 사법연수원을 나온 이후 줄곧 변호사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씨에 이어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창립 회원이며 참여연대에서 2008년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바도 있다. 참여연대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조사 결과를 낸 단체다. 민주당 몫의 헌재 재판관이니 이런 경력이 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격성에 문제가 있으면 민주당이 후보를 바꿔야 한다. ▷조 후보는 4차례의 위장전입을 했다. 조 후보는 청문회에서 “추천된 이후 이 문제가 결격사유가 될 수 있어 후보자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위장전입이 드러나고도 청문회를 거쳐 공직을 맡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속한 ‘민변’은 과거 위장전입 후보자에 대해 공직자 자격이 없다는 논평을 낸 적이 있다. 스스로 후보자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으면 끝까지 고사했어야 한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 20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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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송평인]킬링필드 재판

    킬링필드는 캄보디아에서 1975∼79년 집권한 급진 공산정권 ‘크메르루주(붉은 크메르)’가 주민을 집단 학살한 장소를 말한다. 킬링필드는 한 군데가 아니다. 미국 예일대 조사팀은 약 2만 곳의 공동묘지를 조사했으며 거기서 138만6734명의 희생자를 확인했다. 캄보디아인 기자 디스 프란은 크메르루주에 잡혔다 태국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시체 썩은 물로 가득한 킬링필드의 참혹한 현장을 목격했다. 그의 체험이 책으로, 영화로 만들어져 킬링필드의 실상을 세계에 알렸다. ▷크메르루주는 집권하자 자본주의와 연루된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자 했다. 안경을 썼다거나 손이 하얗다는 이유만으로 지식인으로 지목돼 처형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크메르루주는 어른은 자본주의에 오염돼 있다고 보고 어린이를 새 세상의 주역으로 내세웠다. 어린이를 부모로부터 격리해 수용하고, 크메르루주에 불복하는 사람은 적이라고 세뇌시켰다. 아이들에게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방법을 가르친 뒤 어른들을 고문하고 살해하는 데 동원했다. ▷미국의 대표적 좌파 지식인 놈 촘스키는 크메르루주를 옹호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학살은 정부가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 복수심에 가득 찬 농민, 통제를 벗어난 군인들의 만행”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크메르루주가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크메르루주의 2인자 누온 체아(85)를 비롯해 키우 삼판(79), 이엥 사리(85) 이엥 티리트(79) 부부 등 4명의 반(反)인륜 범죄에 대한 재판이 그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시작됐다. 독일 나치 전범을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가장 주목받는 재판이다. 크메르루주의 1인자였던 폴 포트는 1998년을 전후해 투항했으나 캄보디아 정부의 묵인 아래 재판도 받지 않고 죽었다. ▷킬링필드 재판은 학살로부터 30년 이상 지나서 열리고 있다. 반인륜 범죄에는 시효가 없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시위하는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북한 김정일은 가슴이 뜨끔할 것이다. 북한에는 지금도 20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언젠가 꼭 열려야 할 세기적인 재판에 대비해 증거를 차곡차곡 모아놓을 필요가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 20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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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한류, 코리안의 자신감 키웠다

    3세기경에 쓰인 중국 역사서 삼국지(三國志)의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 한국은 가무(歌舞)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기록돼 있다. 옛 중국인의 관찰처럼 한국인의 유전자(DNA)에는 남다른 예능인의 끼가 흐르는 것 같다. 한국 드라마, 케이팝(K-pop), 영화가 중국 일본 및 동남아를 넘어 중동으로 중남미로, 나아가 유럽에까지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우리 자신도 모르고 살았던 재능을 새로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한류 열풍이 다른 분야로 확산돼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산 제품을 보는 눈까지 바꾸고 있다. 5, 6년 전부터 한류 바람이 분 중동 중남미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의 수출 증가가 뚜렷하다. 중동에서는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중남미에서는 페루 멕시코 브라질로 수출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수출 물량이 50%가량 증가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한류가 확산되는 유럽에서는 아직 경제적 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서 한류와 그 경제적 효과 사이에 몇 년간의 간격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유럽에서 수출 증가도 기대해볼 만하다. 한류 확산은 한국산 제품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삼성 현대 등 한국의 세계적 대기업들은 굳이 한국 회사임을 밝히지 않고 외국에 수출했다. 한국 회사임을 밝히는 게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삼성 현대라고 하면 일본이나 중국 회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는 독일 자동차임을, 루이뷔통이나 에르메스는 프랑스 가방임을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낸다. 한국산 제품은 국가 이미지가 높지 않아 상품 가격에서도 손해를 본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 소비자가 독일제 프랑스제 미제 일제를 선호하고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사는 것은 그 나라가 갖고 있는 문화적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이다. 서방 언론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는 남북한 대립, 격렬한 노동자·학생 시위, 의회의 폭력이 주를 이뤘다. 서구가 이제 한국 드라마 ‘풀하우스’를 보고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를 듣고 한국 영화에 상을 주고 있다. 문화 한류를 타고 뻗어나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을 통해 세계인들은 자유롭고 역동적이고 세련된 한국을 재발견하는 인식의 상승작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201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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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6·25 전쟁觀 ‘커밍스의 앵무새’ 이제 사라져야

    6·25전쟁이 발발 61주년을 앞두고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6·25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장진호 전투를 다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한의 17일(17 Days of Winter)’의 촬영 준비가 한창이다. 국립극장에서는 6·25전쟁 때 남자는 죽거나 떠나버린 산골 과부마을을 배경으로 한 차범석의 연극 ‘산불’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한때 반공극(反共劇)으로 폄하되기도 했지만 인간 애욕을 세밀히 묘사한 사실주의의 교과서적 연극으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소설가 복거일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어 뮤지컬 ‘장진호 전투’도 공연되고 있다. 6·25의 문화적 기념은 전후세대가 전쟁의 비극을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의미도 크다. 학계에서는 6·25전쟁 연구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최근 ‘역사와 지식과 사회-한국전쟁의 이해와 한국사회’란 책을 냈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얼버무린 미국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를 비판했다. 한때 커밍스에 심취했던 박 교수는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는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의 문제”라며 “1990년대 소련 중국의 문서자료가 발굴 공개되면서 6·25가 남침임이 명백해졌다”고 밝혔다. 학계에서야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지만 진보성향의 학자들로부터 이런 말을 좀처럼 들어보지 못했던 터라 박 교수의 솔직함이 돋보였다. 이른바 진보로 포장한 일부 세력은 여전히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르겠다’ ‘내전이다’ 운운하며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부 교사는 학생들에게 왜곡된 6·25 전쟁관(觀)을 심어주기까지 한다.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김정일 집단을 두둔하는 세력이 버젓이 활개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6·25는 미국의 남북전쟁 같은 내전이 아니라 스탈린의 지원과 마오쩌둥(毛澤東)의 동의하에 북한 김일성이 저지른 국제전 성격의 남침 전쟁이라는 사실이 사료로 명백해진 지 이미 오래다. 커밍스는 국군과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학살은 간략하게 다루는 ‘편향의 오류’도 범했다. 이제 이 땅에서 ‘커밍스의 앵무새’들이 사라질 때도 됐다. MBC TV는 25일 6·25 특집으로 ‘노근리는 살아있다’를 방영할 예정이다. 6·25전쟁 때 인민군이 저지른 양민 학살은 도외시하고 국군과 미군의 학살만 부각시키는 것은 아닌지 유의해야 할 것이다. ‘세계 13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미증유의 6·25 국난을 극복했기 때문임을 젊은 세대도 알아야 한다.}

    • 20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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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검경 수사개시권 다툼, 집단행동 자제해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결론을 내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 전체회의가 오늘 열린다. 이를 앞두고 검경 대립이 치열하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평검사 150여 명은 어제 회의를 열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유지하되 경찰에 수사개시 및 진행권을 준다’는 김황식 국무총리의 중재안에 반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검경의 수사권 갈등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질타했지만 평검사들은 회의를 강행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내부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김 총리 중재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국회 사개특위의 논의가 시작된 후 수차례 간부들에게 “수사권 조정에 자신의 직위를 건다는 자세로 임하라”고 지시했다. 경찰관들이 정치권을 향해 ‘13만 경찰표를 잊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자 의원들은 “경찰 편을 들지 않으면 내년 선거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김 총리가 “국민이 아닌 조직만을 위해 직위를 거는 것은 공직자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검경 양쪽 다 귀를 닫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이나 오로지 자기 조직의 집단이익을 추구하기에 바쁘다. 검경의 수사권 배분은 영미법계와 대륙법계가 다르고, 또 같은 법계라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결국 그 나라의 실정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수사지휘권,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는 마당에 현실적으로 이미 관행화한 경찰의 수사개시를 법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해준다고 해서 경찰에 독립된 수사권을 넘겨주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과 경찰은 설혹 자기 조직에서 다소 잃는 것이 있더라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대승적으로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선거만 의식하거나 어느 쪽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국민 편익, 범죄 소탕, 인권 보호라는 대원칙에서 수사개시권 조정문제를 매듭짓기 바란다.}

    • 20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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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송평인]박카스와 비아그라

    컴퓨터 이래 인류가 만든 최고 발명품은? 비아그라라는 말이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이던 2008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탈레반 반군들의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활용한 뇌물이 비아그라였다. “4알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60세 부족장의 태도를 바꿔놓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한국의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원청업체의 나이 든 간부에게 저녁 식사 대접을 한 뒤 비아그라를 선물하면 약효가 그만”이라고 했다. ▷대한약사회가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비아그라를 약국에서 팔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르면 8월부터 박카스를 동네 슈퍼에서 살 수 있게 하는 데 대한 반격이다. 박카스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통틀어 매출 1위를 달리는 약국의 보물단지다. 작년 생산액이 1493억 원으로 국내 매출액 387억 원인 비아그라의 3배 규모나 된다. 하지만 비아그라를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게 되면 박카스를 추월할지 모른다.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데 병원 가서 이름 적고 처방받아야 하는 쑥스러움을 면할 수 있어 반색하는 남성이 많다. ▷박카스를 만드는 동아제약 측은 썩 달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고 광고할 만큼 박카스는 일반 음료와는 다른 ‘약품’임을 강조했다. 약사들도 “박카스 세 병을 한꺼번에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며 부작용을 겁주고 있다. 그런 약사들이 비아그라에 대해선 “2층을 혼자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대조적이다. 의사들은 “비아그라 잘못 먹으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있다”고 소리를 높인다. ▷앨빈 토플러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구별이 희미해지는 프로슈머(prosumer)가 가장 활발하게 전개될 분야로 의료를 꼽았다. 의료기기와 의약품의 발달로 환자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가 가능해 의사와 환자의 구별이 희미해지는 분야가 늘고 있다. 발기부전을 진단하는 데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부작용을 약사가 충분히 경고할 수 있다면 약국 판매를 못 할 것은 없다. 다만 남성들이여, 다음의 오래된 경구를 새겨들을 일이다. “약 좋다고 남용 말자.”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 20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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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이 대통령 ‘천신일 실형’ 무겁게 새겨야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 어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32억1060만 원이 선고됐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 측근이 기소돼 실형이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천 회장은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워크아웃 조기 종료와 세무조사 무마 같은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죄가 인정됐다. 천 회장은 고려대 교우회 회장으로 2007년 정치후원금 기탁과 선거운동을 통해 이 대통령의 당선에 적잖은 도움을 주었다. 천 회장과 이 대통령은 고려대 61학번 동기생이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금융계는 물론이고 국가정보원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결문에 드러났다. 그가 친구를 대통령으로 만들기에 자족하고 자중했더라면 이런 수모와 고통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주변에서 좋지 않은 소문이 날 때 그를 말리지 않은 권력 주변의 인사뿐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도 책임이 있다. 재판부는 “혈연 지연 학연과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고 죄질도 가볍지 않다”고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권력형 비리의 척결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짐했지만 측근 비리가 천 회장 하나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최근 현 정부의 대통령정무1비서관을 지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이 비서관 재임 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측근 비리는 임기 초에는 숨어 있다가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는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꼬리를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의 역대 정권은 진보든 보수든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대통령 혼자 깨끗하다고 주변 사람들이 저절로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런 착각에 빠져 집안과 주변 단속을 소홀히 해 비극으로 생을 마감한 측면이 있다. 대통령이야 명예만으로 살 수 있다지만 주변 사람들은 명예 대신 검은 실속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집권 후반기의 화두로 제시했지만 남은 임기 1년 8개월 동안 대형 게이트가 터지면 공정사회는 물 건너가고 대통령의 권위도 추락할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들들과 측근의 비리로 임기 말에 식물 대통령처럼 됐던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 대통령은 ‘측근 비리는 곧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으로 50년 지기(知己)인 천 회장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를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 201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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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송평인]여학생의 치마 가림판

    일본 여학생들이 유행처럼 짧은 교복 치마를 입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고갸루’ 세대부터다. 고(高)는 고등학생을 줄인 말이고 갸루는 영어 gal(girl의 비속어)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대체로 1980년대 전반에 태어나 풍요 속에서 1990년대에 중고교를 다닌 여학생을 지칭한다. 오키나와 출신의 1977년생 인기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들의 교복은 미니스커트와 루스 삭스(loose socks·헐렁하고 긴 양말)가 특징이었다. 성인 남성들과의 원조교제를 사회문제로 등장시킨 세대다. ▷고갸루 교복 패션은 한국에도 흘러들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일부 여학생에게 국한됐던 이 패션이 최근 10년 사이 인기를 더 얻어 루스 삭스만 빼고 한국에서도 유행이다. 일본 여학생의 교복인 세일러복은 긴 양말이 기본이다. 일본 여학생은 짧은 치마를 입기 시작하면서 더 많이 노출된 다리에 악센트를 주기 위해 루스 삭스를 신기 시작했는데 루스 삭스의 유행은 2000년대 들어 일본에서도 시들해졌다. ▷한국에서 여학생의 치마 길이가 10년간 평균 10∼15cm 짧아졌다는 얘기도 있다. 일본에서는 지방별로 여학생 교복의 평균 치마 길이를 조사한 결과 니가타 현이 가장 짧았다. 니가타 지역 교사와 학부모 모임은 2009년 여학생의 치마 길이를 늘리기 위한 캠페인으로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공부도 치마도 늘릴 수 있다’라는 포스터를 제작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올 2월 후쿠시마의 여학생들이 추운 겨울에 모포로 치마를 두르고 다니면서도 미니스커트를 고수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에서는 여학생 교복을 치마에서 바지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우리 학교나 가정에서도 여학생의 치마 길이를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여학생들은 별 생각 없이 유행처럼 입는다지만 수업시간이면 교사들은 민망하다. 강원도교육청이 올 4월 8억2000만 원을 들여 여학생 책상에 치마 가림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영국 BBC는 당시 이 소식을 화제기사로 보도했다. 여학생들은 치마를 허리춤에서 접어 올려 짧아 보이게 입는다. 학교 안에서만이라도 길게 내려 입는다면 세금 들어가는 가림판이 필요 없을 텐데….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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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송평인]安息年과 골프년

    안식년(安息年)은 유대인의 전통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집트를 탈출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유목 민족이었던 유대인의 농경 민족화를 뜻한다. 유대인의 신 여호와는 농경 사회의 특징을 잘 모르는 유대인에게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일곱째 되는 해에는 땅을 갈거나 씨를 뿌리지 마라. 거기에서 무엇이 저절로 자라거든 너희 백성 중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먹게 하라”고 명령한다. 땅에 휴식을 주어 황폐화를 막는 지혜였다. 동시에 유목 사회의 통합이 농경 사회의 빈부 격차로 깨질 것을 염려한 조치이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연구와 재교육을 위한 장기간의 휴가를 지칭하기 위해 그 말이 사용된다. 안식년이 있는 대표적인 기관이 대학이다. 미국 대학은 교수들에게 자동적으로 안식년을 주지는 않는다. 계속해서 좋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잘 수립한 연구계획서를 제출한 교수에게만 학장의 권한으로 안식년을 허가한다. 안식년 휴가를 떠난 교수는 반년은 월급의 전부, 나머지 반년은 월급의 반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 대학에서는 교수 대부분이 안식년 휴가를 떠난다. 총장 직선제 이후 후보들이 앞다퉈 교수 전원 안식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제도로 자리 잡았다. 교수 전원이 안식년 혜택을 받는다면 어느 대학이든 교수 7명 중 1명은 안식년 휴가를 떠나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미국과 달리 안식년이라도 교수에게 한 해 월급을 다 지불한다. 대학이 안식년에 쓰는 비용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안식년을 연구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상당수 교수가 안식년 휴가를 떠나서는 연구보다 골프와 여행을 즐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안식년이 꼭 1년이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연구 목적에 따라 안식년(sabbatical year)을 주거나, 안식학기(sabbatical term)로 준다. 독일에서는 연구학기(Forschungssemester)라고 부르는데 한 학기가 원칙이다. 수원대는 안식년을 안식학기로 바꾸는 등의 예산 절감 노력을 통해 지난 3년간 등록금을 동결했다. 등록금 인하를 하자면 국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대학과 교수들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 201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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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정치는 종교 이용 말고, 종교는 정치와 거리 두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慈乘) 스님은 어제 정부·여당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지원예산 삭감을 계기로 조계종이 정부·여당 인사의 사찰 출입을 봉쇄하고 국고 지원 수령을 보류한 갈등이 6개월여 만에 공식적으로 풀렸다. 여권은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조계종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했을 것이다. 조계종으로서도 각 사찰의 문화재 보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불편이 컸다. 정부·여당과 조계종의 불편한 관계는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이 직접적 계기가 되긴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쌓여온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도 불신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4월에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공인으로서는 부적절하게 무릎 꿇고 통성기도(通聲祈禱)하는 모습을 보여 비(非)신자와 타 종교인들의 불만을 샀다. 소망교회 출신이 집권 초부터 이례적으로 중용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눈총이 따갑다. 이 대통령이 과거와는 달리 불교계에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기는 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전시회를 직접 찾았고 부인 김윤옥 여사는 뮤지컬 ‘원효’를 관람했다. 불교는 종교를 떠나 우리 전통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 대통령은 불교계가 보다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계종도 승가(僧家)의 위엄을 지켜야 한다. 정부·여당과의 관계 정상화를 무슨 큰 선물을 주는 것처럼 생각하고 대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벌써부터 사찰 관련 규제 법령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정교분리(政敎分離)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려 해서도 안 되고, 종교가 정치권력을 만들기 위해 옷소매를 걷어붙이거나 정치권력에 기대어 특혜를 받으려 하는 것도 본분에 어긋나는 일이다.}

    • 201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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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송평인]한국계 주한 미국대사

    돈을 받고 공직을 주는 엽관제(spoils system)가 21세기 미국에 엄연히 존재한다. 엽관제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공직이 대사 자리다.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유세를 위해 50만 달러를 모아준 캘리포니아 출신 변호사다. 씨티그룹 부회장을 지낸 루이스 서스먼 주영 미국대사는 민주당에 25만 달러를 기부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위해서 따로 5만 달러를 기부했다. 살로먼브러더스 애널리스트 출신의 찰스 리브킨 주프랑스 미국대사 역시 오바마를 위해 50만 달러 이상을 모아줬다. ▷주한 미국대사 자리는 골치만 아프지 돈 주고 살 정도로 좋은 자리는 아닌 모양이다. 1980년 이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사람들은 대부분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현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 이전의 알렉산더 버시바우, 크리스토퍼 힐, 토머스 허버드,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 등이 그렇다. 도널드 그레그와 제임스 릴리 대사는 중앙정보국(CIA) 출신이었고 리처드 워커 대사는 동아시아 전공 학자 출신이었다. ▷성 김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새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최초의 한국계 대사가 된다. 한국 이름이 김성용인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로스쿨을 나와 검사 생활을 하다 직업 외교관으로 변신했다. 한국인 여성과의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주중 미국대사에 중국계 게리 로크 상무장관을 임명했다. 그 역시 최초의 중국계 대사로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계는 아직 주일 미국대사에 임명된 적이 없다. ▷김 내정자는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유창하고 우리 역사와 정서를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평화봉사단 활동을 한 스티븐스 대사도 한국어로 일상적인 대화는 했지만 토론이 깊어지면 통역을 이용한다. 한미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엄연히 미국 외교관이다. 미국이 중국에 더 이로운 일을 할 주중 미국대사를 임명할 리가 없듯이 한국에 더 이로운 일을 할 주한 미국대사를 임명할 리 없다. 김 내정자가 양국의 이익이 충돌할 때 한국을 도울 수 있다는 기대는 금물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 201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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