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여학생의 치마 가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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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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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학생들이 유행처럼 짧은 교복 치마를 입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고갸루’ 세대부터다. 고(高)는 고등학생을 줄인 말이고 갸루는 영어 gal(girl의 비속어)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대체로 1980년대 전반에 태어나 풍요 속에서 1990년대에 중고교를 다닌 여학생을 지칭한다. 오키나와 출신의 1977년생 인기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들의 교복은 미니스커트와 루스 삭스(loose socks·헐렁하고 긴 양말)가 특징이었다. 성인 남성들과의 원조교제를 사회문제로 등장시킨 세대다.

▷고갸루 교복 패션은 한국에도 흘러들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일부 여학생에게 국한됐던 이 패션이 최근 10년 사이 인기를 더 얻어 루스 삭스만 빼고 한국에서도 유행이다. 일본 여학생의 교복인 세일러복은 긴 양말이 기본이다. 일본 여학생은 짧은 치마를 입기 시작하면서 더 많이 노출된 다리에 악센트를 주기 위해 루스 삭스를 신기 시작했는데 루스 삭스의 유행은 2000년대 들어 일본에서도 시들해졌다.

▷한국에서 여학생의 치마 길이가 10년간 평균 10∼15cm 짧아졌다는 얘기도 있다. 일본에서는 지방별로 여학생 교복의 평균 치마 길이를 조사한 결과 니가타 현이 가장 짧았다. 니가타 지역 교사와 학부모 모임은 2009년 여학생의 치마 길이를 늘리기 위한 캠페인으로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공부도 치마도 늘릴 수 있다’라는 포스터를 제작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올 2월 후쿠시마의 여학생들이 추운 겨울에 모포로 치마를 두르고 다니면서도 미니스커트를 고수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에서는 여학생 교복을 치마에서 바지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우리 학교나 가정에서도 여학생의 치마 길이를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여학생들은 별 생각 없이 유행처럼 입는다지만 수업시간이면 교사들은 민망하다. 강원도교육청이 올 4월 8억2000만 원을 들여 여학생 책상에 치마 가림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영국 BBC는 당시 이 소식을 화제기사로 보도했다. 여학생들은 치마를 허리춤에서 접어 올려 짧아 보이게 입는다. 학교 안에서만이라도 길게 내려 입는다면 세금 들어가는 가림판이 필요 없을 텐데….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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