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 교사는 일반 노동자와 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8일 03시 00분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가입 교사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과 동아닷컴에 각각 3억4000만 원과 2억7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전교조 가입 여부가 드러나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노조를 탈퇴하거나 노조 가입을 꺼려 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법원의 판결이 형식논리에 치우쳐 전교조를 둘러싼 현실을 꿰뚫어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명단 공개 시 단결권 침해란 주로 사용자 측으로부터 가해지는 불이익을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조는 조합비 일괄 공제를 위해 사용자 측에 조합원 명단을 넘긴다. 전교조도 마찬가지다. 조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넘겨받은 명단도 그런 명단이다. 한때 전교조가 탄압받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다. 조 의원이 명단공개를 추진할 당시 전교조는 스스로 자발적 명단 공개 의사를 밝힌 바도 있다.

법원은 “헌법 31조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보장한 것을 고려할 때 교사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보다 학부모의 알권리가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상당수 전교조 교사들은 중립적이지 않은 이념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헌법이 규정한 정치적 이념적 중립을 준수했다면 학부모들이 굳이 알권리를 요구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법원은 이해당사자인 학부모 학생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 잘못이라고 하지만 교육과 무관한 국민은 거의 없다. 지금은 학부모가 아니라도 과거에 학부모였거나 미래에 학부모가 될 사람들이다.

전교조 교사는 일반 노동자와는 다르다. 교사는 공무원법, 교육법,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등의 보호와 규제를 받고 있다. 시장에서 소비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조하는 노동자와 미래세대 교육을 맡은 교사를 같이 볼 수 없다. 교육서비스의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의 권리가 결코 전교조 교사들의 단결권보다 하위(下位)에 있는 개념은 아닐 것이다.

조 의원은 법원의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명령에 불복했다가 이행강제금 약 1억 원을 내고 있고 다시 3억4000만 원의 손해배상금도 내야 한다. 전교조는 승소 뒤 “조 의원에게 동조해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한 김효재 김용태 진수희 정두언 장제원 박준선 정진석 정태근 차명진 의원에 대해서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참교육을 하겠다고 출범한 전교조가 왜 다른 교원단체와 달리 명단 공개를 한사코 기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교조가 벌인 이념 교육, 정치 투쟁에는 법을 고의로 무시하는 불법이나 탈법행위가 많았다. 그러면서 자기들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법을 이용한다. 전교조는 이번 승소를 기뻐할 게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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