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異문화에 열린사회로 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6일 03시 00분


노르웨이 테러 사건을 계기로 다(多)문화주의가 논란에 휩싸였다. 유럽 국가는 미국과 달리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제호황기에 이주민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다문화주의를 일부 수용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잇달아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선언했다. 토르비에른 야글란 유럽의회 사무총장은 “다문화주의 탓에 국가 안에 별개 사회가 성장하고 있다”며 “이 중 일부는 위험하고 급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주의 쇠퇴로 힘을 얻고 있는 것이 동화(同化)주의다. 프랑스가 남녀평등을 내세워 학교 등교 시 머리에 두건을 두르는 히잡, 거리에서 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것은 동화주의의 한 사례다. 동화주의에는 유럽의 자신감 상실과 이슬람 인구 급증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다. 물론 동화주의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남녀평등은 어떤 종교이건 모두 인정해야 하는 가치다. 그런데도 동화주의의 지나친 강조는 이슬람 배척으로 나타날 수 있어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의 균형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스위스에서 이슬람 사원 첨탑 건설이 금지됐을 때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 간 균형이 깨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즈음 스웨덴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무차별 총격으로 10여 명이 죽고 다쳤다. 이번엔 노르웨이에서 이슬람 이민자의 대량 유입과 다문화주의가 유럽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100명에 가까운 사람을 죽이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한국을 ‘대규모 이민자 유입 없이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 ‘단일문화권 국가로서 매우 살기에 안전한 나라’로 꼽은 것이 좋게만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급속한 이주민 유입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은 올 1월 약 12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 수준이다. 그러나 그 절반가량은 중국 조선족이어서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매우 동질적인 나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유럽 국가와 처지가 다르고 다른 문화, 다른 인종, 다른 종교에 열린 태도를 취해야 글로벌 시대에 역동적인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異)문화를 혐오하는 발언이 인터넷에서 쏟아지고 있어 우려된다. 이민역사가 오랜 유럽의 실패와 성공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 불교 유교의 평화로운 공존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다문화주의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각계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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