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류, 코리안의 자신감 키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3세기경에 쓰인 중국 역사서 삼국지(三國志)의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 한국은 가무(歌舞)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기록돼 있다. 옛 중국인의 관찰처럼 한국인의 유전자(DNA)에는 남다른 예능인의 끼가 흐르는 것 같다. 한국 드라마, 케이팝(K-pop), 영화가 중국 일본 및 동남아를 넘어 중동으로 중남미로, 나아가 유럽에까지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우리 자신도 모르고 살았던 재능을 새로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한류 열풍이 다른 분야로 확산돼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산 제품을 보는 눈까지 바꾸고 있다. 5, 6년 전부터 한류 바람이 분 중동 중남미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의 수출 증가가 뚜렷하다. 중동에서는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중남미에서는 페루 멕시코 브라질로 수출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수출 물량이 50%가량 증가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한류가 확산되는 유럽에서는 아직 경제적 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서 한류와 그 경제적 효과 사이에 몇 년간의 간격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유럽에서 수출 증가도 기대해볼 만하다.

한류 확산은 한국산 제품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삼성 현대 등 한국의 세계적 대기업들은 굳이 한국 회사임을 밝히지 않고 외국에 수출했다. 한국 회사임을 밝히는 게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삼성 현대라고 하면 일본이나 중국 회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는 독일 자동차임을, 루이뷔통이나 에르메스는 프랑스 가방임을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낸다.

한국산 제품은 국가 이미지가 높지 않아 상품 가격에서도 손해를 본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 소비자가 독일제 프랑스제 미제 일제를 선호하고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사는 것은 그 나라가 갖고 있는 문화적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이다. 서방 언론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는 남북한 대립, 격렬한 노동자·학생 시위, 의회의 폭력이 주를 이뤘다. 서구가 이제 한국 드라마 ‘풀하우스’를 보고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를 듣고 한국 영화에 상을 주고 있다. 문화 한류를 타고 뻗어나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을 통해 세계인들은 자유롭고 역동적이고 세련된 한국을 재발견하는 인식의 상승작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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