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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체 쓰레기의 84.4%를 재활용한다는데 우리에겐 꿈같은 얘기입니다. 한국의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습니다.” 17일 오후 2시(현지 시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비쇼프투 시청 회의실에서 만난 케베데 곤파 비쇼프투 시 환경미화과장은 “쓰레기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공기업을 설립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탄성을 질렀다. 세계은행의 한국녹색성장기금(KGGTF·그린펀드) 팀은 이날 한국의 쓰레기 관리 정책 변천 과정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운영 방법을 상세하게 브리핑했다. 한국 정부가 세계 녹색성장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올해까지 4000만 달러(약 476억 원)를 기탁해 조성한 그린펀드의 도움을 받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현장을 확인하고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것이 이번 방문(14∼17일)의 목적이었다. 일행은 이웃 국가인 우간다(18∼20일)에서도 환대를 받았다. 아프리카의 물류 중심지로 성장하겠다는 경제성장 전략을 마련하고 그린펀드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나라의 무렌가니 모세 건설교통부 정책평가과장은 “우간다 물류정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한국에서 받았다”며 기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25일과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각각 방문하는 에티오피아와 우간다의 정책 당국자들은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녹색성장을 포함해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전수받을 꿈에 부풀어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딩크네 테페라 세계은행 에티오피아사무소 컨설턴트는 “한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개발과 환경 보전을 효과적으로 달성한 몇 안 되는 나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교과서 같은 나라로 자리매김했다”며 “그린펀드는 세계은행 내에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효과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환경 친화적 개발 노하우를 세계로 전수하는 그린펀드 사업으로 확정된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총 80개(총 4100만 달러)나 된다. 정부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800만 달러(약 571억2000만 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아디스아바바·비쇼프투=이세형 turtle@donga.com /신석호 기자}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이 돼 버렸다. 브라질 상원이 12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69)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호세프의 직무는 길면 180일, 11월 중순까지 정지된다. 그의 재임 기간 중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8월 5∼21일)도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의 지휘 아래 치르게 됐다. 군부정권에 맞선 ‘좌파 여전사’ ‘브라질의 대처’로 불려온 정치인의 끝 모를 추락이다.○ ‘브라질의 대처’에서 탄핵 대통령으로 호세프 대통령은 2010년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투쟁의 인생을 살았다. 부유한 불가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20대 초반부터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싸웠다. 23세이던 1970년부터 2년간 감옥살이를 하며 모진 고문도 당했다. 1972년 출소 후 대학 공부를 시작해 1977년 상파울루 주 캄피나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민주노동당(PDT) 창당에 참여하며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 2001년 노동자당(PT)에 입당하면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71)과 인연을 맺었다. 2003년 룰라 정부 출범과 함께 에너지부 장관에, 2005년에는 국무총리 격인 정무장관으로 발탁됐다. 룰라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2010년 대통령에 당선됐을 땐 철의 여인이라며 ‘브라질의 대처’로 추앙받았다. 2014년엔 재선에 성공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해 브라질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가 집권 PT에 뇌물을 건넨 비리 스캔들이 터졌다. 경제마저 추락하자 민심은 돌아섰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5년 만에 최저치인 ―3.8%로 곤두박질쳤다.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재정적자가 적은 것처럼 꾸며 연방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3년 룰라 정부에서 시작해 13년간 지속된 좌파 정권의 부패에다 끝 모를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국민 여론이 악화돼 호세프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탄핵심판 개시를 ‘쿠데타’에 비유했다. 그는 “범죄가 입증되지 않았는데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한 것은 헌법 훼손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사적 과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기총선 가능성 힘 얻는 룰라 전 대통령 호세프 대통령이 퇴출되더라도 브라질의 혼란한 정국은 쉽게 안정되기 어렵다. 그를 대체할 인물이 현재로선 마땅찮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승계 1순위인 테메르 부통령도 탄핵 위기에 몰렸다. 그도 호세프 대통령처럼 의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정부 지출을 늘리는 법안에 서명했다. 승계 2순위인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은 페트로브라스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직무정지 명령을 받았다. 3순위인 헤낭 칼례이루스 상원의장 역시 페트로브라스 부패 스캔들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조기대선론이 힘을 얻고 있다. 10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 대선을 함께 치르자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가 호세프 대통령과 테메르 부통령의 동반 퇴진 후 조기 대선을 치르는 게 좋다고 답했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되면 ‘정치적 멘토’인 룰라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수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 좌파 진영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경우 룰라는 좌파 정당을 중심으로 한 범사회적 연대조직인 ‘브라질민중전선(FBP)’을 이끌며 조기 대선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룰라가 대선 후보로 나설 것으로 점치는 이들도 있다. 집권 시절 부패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상징성과 정치력은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워싱턴포스트(WP)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70)의 ‘과거’를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 특별팀을 꾸리고 기자 20명을 투입했다. ‘트럼프과거검증팀’으로 불리는 이 조직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WP의 밥 우드워드 대기자(73·사진)가 지휘한다. 트럼프가 어떤 인물인지 유권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 그의 당선을 막겠다는 것이다. WP는 여러 차례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해 왔다. 우드워드 대기자는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전국부동산협회(NAR) 행사에서 “우리는 트럼프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며 “WP는 기자 20명을 투입해 트럼프의 인생 전체를 검증하는 기사와 책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가 사업을 벌여 온) 뉴욕의 부동산 시장은 중앙정보국(CIA)보다 복잡한 세계”라며 “트럼프의 뉴욕 부동산 사업 취재를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WP가 트럼프에 대한 과거 검증 작업에 착수한 것은 이 신문을 2013년 인수한 제프 베저스 아마존닷컴 최고경영자(CEO)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해 온 베저스는 트럼프와 악연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베저스와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였다. WP의 비판 보도가 이어지자 트럼프가 트위터에 “베저스가 WP를 인수해 아마존의 세금피난처로 활용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베저스는 트위터에 자신이 설립한 우주항공 회사의 로켓 사진을 올리며 “우리는 트럼프를 위해 우주선 자리를 예약해 둘 것”이라는 메시지로 응수했다. 트럼프를 지구 밖으로 쫓아버리겠다는 뜻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법인세를 35%에서 15%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지만 사업 현장에선 트럼프가 정작 악명 높은 기업인으로 소문나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소기업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면서 하청업체들에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비용을 깎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 대학 캠퍼스에선 최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 이름이 적힌 ‘버니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샌더스는 ‘공립대 등록금 면제’와 ‘연방 최저임금 인상’ 등 젊은층에게 와 닿는 사회주의 성향의 정책을 강조하면서 대학가에서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뜨고 있다.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샌더스의 인기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클린턴에 대한 대학생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클린턴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게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하버드대 정치학과에 다니는 샘 코플맨(20)은 “‘클린턴 지지’는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를 지지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 대학 캠퍼스에선 최근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 이름이 적힌 ‘버니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샌더스는 ‘공립대학 등록금 면제’와 ‘연방 최저임금 인상’ 등 젊은층에게 와 닿는 사회주의 성향의 정책을 강조하면서 대학가에서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뜨고 있다.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샌더스의 인기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클린턴에 대한 대학생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바뀌지 않고 않으며 심지어 클린턴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게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하버드대도 예외는 아니다. 하버드대 클린턴 지지 모임 회원들은 ‘너는 왜 무료 등록금을 원하지 않아?’, ‘부자들에게 더 세금을 걷는 게 싫어?’ 식의 질문 공세에 시달릴 때가 적지 않다. 심지어 ‘넌 이상한 사람이다’, ‘넌 사악하다’는 등의 악담을 듣기도 한다. 올 2월 하버드대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에 클린턴을 지지한다는 칼럼을 썼던 몰리 로버츠(22·영문과)는 페이스북에서 악플 공격을 받았다. 하버드대 정치학과에 다니는 샘 코플맨(20)은 “‘클린턴 지지’는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를 지지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반(反)이민정책 △무슬림 혐오 △보호무역 강화 발언으로 주류 사회와 젊은층으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 대학가의 ‘반(反)클린턴’ 분위기는 샌더스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사실상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것에 따른 박탈감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는 최근 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부자 증세,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며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샌더스가 사실상 탈락한 상황에서 사회주의 성향의 공약을 내세워 클린턴에 부정적인 민주당 지지자들 표를 끌어오겠다는 계산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전자의료정보시스템 구축회사인 ‘프랙티스 퓨전’은 직원들에게 웰빙 음식을 공짜로 제공하고 금요일이면 ‘경이로운 금요일’이라는 이름으로 삼륜 오토바이 경주대회 같은 친목행사를 벌이는 잘나가는 스타트업(벤처기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경기가 나빠지면서 올 초 회사는 임직원의 25%를 해고했다. 대대적인 비용 줄이기에 나서면서 파격적인 친목활동 지원 혜택도 ‘옛날의 화려했던 순간’이 됐다.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7000억 원)로 평가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의 글로벌 기업 ‘드롭박스’도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회사는 임직원들의 무료 통근버스와 세탁 서비스를 줄이기로 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세계 창업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실리콘밸리에서 연초부터 구조조정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의 저성장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가 나빠지면서 벤처기업들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각종 지표로 봐도 스타트업 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기업분석업체 ‘다우존스 벤처소스’는 1분기(1∼3월) 미국 스타트업 투자가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25%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최근 4년 동안 가장 낮다. 스타트업 경기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탁구대 구매’도 뚜렷이 줄고 있다.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사무실 안의 탁구대’는 스타트업의 필수품 가운데 하나다. 실리콘밸리 인근에서 스포츠매장을 운영하는 사이먼 엥 씨는 “1분기 탁구대 판매가 지난해 4분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 장의 단체 사진이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흔들어 놓았다. 제복 차림의 여성 생도 16명이 21일 졸업을 앞두고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이다. 문제는 사진에 찍힌 생도들이 모두 흑인이며 주먹 쥔 손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흑인이 주먹을 쥐고 있는 것은 ‘흑인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의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된다. 미 국방부는 군인들이 정치적 활동을 하거나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8일 AP통신에 따르면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 나가면서 “흑인 생도들이 정치적 표현을 한 것 아니냐”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먹 쥔 손을 들고 있는 게 흑인 인권 투쟁의 상징이 된 것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 등장한 독특한 메달 세리머니가 계기가 됐다. 당시 남자 육상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칼로스는 시상식에 올라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한쪽 주먹을 치켜들었다가 메달을 박탈당했다. 이후 많은 흑인들이 흑인 인권 옹호 투쟁을 하면서 이 세리머니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1960, 70년대 급진적인 흑인 인권단체 블랙팬서는 검은 가죽옷에 베레모를 쓰고 주먹을 치켜들어 인사했다. 팝스타 비욘세는 올 2월 미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신곡 ‘포메이션’을 부르면서 블랙팬서처럼 차려입은 흑인 백댄서들과 함께 이 인사법을 따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블랙팬서는 1960, 70년대 활동한 미국의 급진적인 흑인 인권운동 단체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비폭력 노선 대신 맬컴 엑스의 강경 투쟁을 추종했다. 흑인 차별에 맞선다는 명분과 흑인들의 공정한 재판과 교육의 필요성을 내세웠지만 총기를 사용하는 등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14년 8월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10대 흑인 소년이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한 뒤 벌어지고 있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서도 이 제스처가 등장했다. 사진에 나온 여생도들의 멘토 역할을 해온 졸업생 메리 토빈은 “졸업을 자축하기 위해 통일된 포즈로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미식축구 선수들이 승리한 뒤 헬멧을 들고 흔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해명했다. 웨스트포인트는 사진 속 포즈가 정치적 견해 표현에 해당되는지 조사하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70)가 사위인 재러드 쿠시너(35·사진)에게 정권인수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쿠시너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35)의 남편으로 주간지 뉴욕옵서버 발행인을 맡고 있는 트럼프 최측근으로 꼽힌다. 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쿠시너에게 코리 루언다우스키 선거대책본부장, 폴 매너포트 전당대회 총괄책임자와 함께 정권인수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플랜을 마련하고 조용하게 시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호프 힉스 캠프대변인도 “인수위 지도부는 향후 몇 주 내에 발표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집권을 염두에 두고 이미 대권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월간지 배니티페어에 따르면 유대계인 쿠시너는 요란한 장인과는 많이 다른 ‘젠틀맨’으로 불린다. 뉴저지 주의 유명 부동산개발업자인 찰스 쿠시너가 아버지다. 뉴저지 주의 유대계 사립고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뉴욕대 로스쿨과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고교 시절 하버드대에 진학할 만한 성적이 아니어서 아버지가 하버드대에 2500만 달러(약 290억 원)를 기부해 입학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쿠시너는 2006년 25세 나이에 뉴욕옵서버를 1000만 달러(약 116억 원)에 인수하면서 주목받았다. 당시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제임스 맥그리비 전 뉴저지 주지사 등 당을 가리지 않고 많은 정치인을 후원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던 아버지가 차명 기부와 선거자금 조사 방해 혐의로 수감돼 있던 때였다. 주변에선 가업을 물려받으려던 쿠시너가 정치를 염두에 두고 언론사를 인수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2009년 동갑내기인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와 결혼한 후 뉴욕옵서버에선 트럼프를 비롯한 부자들에 대한 비판 기사가 사라졌다. 3월 21일 워싱턴에서 열린 유대계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총회에서는 뉴욕옵서버의 켄 커슨 편집장이 트럼프의 연설문 작성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거친 즉석연설을 즐기던 트럼프는 당시 이례적으로 연설문을 사전에 배포했고 “이방카가 곧 예쁜 유대인 아기를 낳을 것이다” “유대인들의 영원한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미대사관(현재 텔아비브에 위치)을 옮기겠다”는 전략적이고 감성적인 발언을 했다. 유대계인 쿠시너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쿠시너가 장인 트럼프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정치적 야망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3일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압승한 후 “재러드는 기업인으로서도 성공했지만 부동산보다 정치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적인 개발원조의 모델로 꼽힌다. 2009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글로벌 기버(global giver)클럽’의 일원이 됐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은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개발이슈’를 주요 의제로 내놓았다. 다음 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는 개발원조의 질적인 전환을 모색했다. 국내 비정부기구(NGO)가 주도하는 개발원조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국제기구나 정부 차원의 활동보다 현장 밀착형으로 진행되고 현금이나 물품보다 지식과 노하우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말라위에서 빈곤 퇴치와 여성개발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굿네이버스 활동도 그 가운데 하나다.》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73달러(약 31만1220원·2015년·국제통화기금 기준)밖에 안 된다.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광물자원도, 관광객을 끌 만한 자연도 없다.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많은 성인이 역시 ‘가난한 나라’인 근처 탄자니아나 모잠비크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도시의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에선 새로 온 사람이 유독 초라해 보이면 “말라위에서 왔느냐”고 묻는 경우도 많다.국가 수입의 40%를 국제원조에 의존 지난달 4일 오후 2시경 말라위 수도 릴롱궤 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무뚝뚝한 말투로 눈도 안 마주친 채 “왜 말라위에 왔느냐”고 물었다. 기자가 “한국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보러 왔다”고 답하자 공무원은 살짝 웃으며 “환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며 힘 있게 여권에 입국허가 도장을 찍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말라위가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건 국제기구와 국제 NGO의 지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수입의 40%가 국제기구와 국제 NGO로부터 나온다. 릴롱궤 국제공항을 벗어나자 이 나라가 국제원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눈에 들어왔다. 도로 옆으로 세워진 집은 대부분 흙으로 만들었다. 출입문과 창문도 제대로 달려 있지 않고 집 벽 일부는 부서진 경우가 많았다. 소와 염소 배설물이 집 앞에 치워지지 않은 채 놓여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깨끗한 옷을 입었거나 신발을 신은 이는 드물다. 농촌지역 주민 중 많은 수는 소규모 옥수수 농사를 중심으로 자급자족 혹은 물물교환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릴롱궤 도심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치오자’ 지역도 흙집이 죽 세워져 있는 모습은 평범한 말라위 시골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이곳 농부들은 옥수수밭 외에도 버섯 재배시설과 돼지 축사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 공동 곡식저장창고를 만들어 수확한 옥수수와 콩 등을 보관하는 마을도 있다.낙후지역 자립 돕는 소득증대사업 한국 민간 국제구호 NGO인 ‘굿네이버스’가 2011년부터 주민 소득증대사업을 벌이면서 나타난 변화다. 굿네이버스는 이 지역에서 주민들이 배우기 쉽고 효과도 큰 버섯 재배(90가구)와 양돈사업(372가구)을 도입했다. 또 옥수수 재배(869가구)와 콩 재배(155가구) 교육을 진행해 수확량을 늘리고 있다. 이런 소득증대사업에 참여하는 집들은 연평균 소득이 이전보다 120∼500달러 늘었다. 주민 윌슨 서플라이 씨(38)는 5년 전만 해도 가족들이 겨우 먹고살 만큼의 옥수수 농사를 지었다. 연소득은 50∼60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버섯 재배를 하면서 윤택해졌다. 현지에서 고가 농산물로 꼽히는 버섯 재배법을 잘 배운 서플라이 씨는 꾸준히 생산량을 늘렸고 지난해에는 연소득이 500달러를 넘었다. 서플라이 씨는 “버섯 재배를 시작한 뒤 집을 새로 지었고 아이들의 책이나 학용품도 어려움 없이 사고 있다”며 “버섯 재배를 더 늘리고 돼지 사육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돈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스태퍼드 치골리 씨(40)도 이전에는 수입이 없다시피 했지만 이제는 연소득이 600달러나 된다. 치골리 씨는 “좋은 돼지 종자를 공급해주는 건 물론이고 어떻게 키워야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지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줬다”며 “양돈사업에 참여한 가정은 모두 소득이 크게 늘었다”며 만족해했다.소득 늘어나자 교육에 관심 커져 소득이 늘어난 주민들에게 나타나기 시작한 또 다른 변화는 교육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학비와 교복과 학용품 구입비용이 버거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가정이 많았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소득이 늘면서 ‘교육 투자’란 인식이 생겼다. 실제로 굿네이버스가 지원하는 치오자 지역에선 중학교 졸업률이 남자 95%, 여자 80%에 이른다. 말라위 전체로는 초등학교 졸업 비율이 남자 75%, 여자 74% 선이다. 예사야 파이손 치오자 굿네이버스 지역개발사업장 대표는 “주민 중 아이들의 대학교육을 위해 장기 저축을 시작하는 이들이 있고 교사와 학교 시설을 늘리자는 요구도 많아졌다”며 “지금 같은 교육열이 이어지면 아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가능성도 커지고 빈곤의 악순환이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특히 여성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12년부터 13∼18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굿시스터스(좋은 자매들)’란 여성권익 증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목표는 현지의 오랜 풍습인 조혼(早婚) 문화를 없애는 것이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말라위 여성의 49.6%가 18세 미만에 결혼한다. 이 중에는 남자친구를 사귀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해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한국 NGO 손으로 아프리카 여성 힘 키워 굿시스터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여학생들은 주기적으로 학교에 모여 △교육의 중요성 △조혼의 폐해 △바람직한 이성 교제 등을 토론하고 지역사회에서 관련 캠페인을 진행한다. 또 부족한 일회용 생리대를 대신할 수 있는 천으로 된 생리대를 만들기도 한다. 현지 여성인권보호 NGO에서 활동 중인 로마틴다 음테마 씨는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가정 내 보건위생이 개선되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며 “여성교육은 파급력이 커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실제로 말라위 정부는 지난해 미성년 여성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조혼금지법을 제정했다. 아직 철저하게 지켜지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의 계도가 현지법을 바꾼 성공적인 사례다. 말라위 정부는 최근 공익광고 등을 통해 ‘여성을 교육하는 건 국가를 교육하는 것’이라며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지에선 한국 NGO가 개발원조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금이나 물품 지원이 아닌 경제적 자립을 돕고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 투자를 늘리는 개발원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말라위 여성아동복지부에서 치오자 지역을 담당하는 크리스토퍼 카난자 팀장은 “소득증대사업과 여성교육은 주민들의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이 향후 과학기술과 직업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돈-물건만 지원해선 한계… 자립 기술 가르쳐주는 게 진짜 원조”▼ 창립 25주년 굿네이버스 이일하 회장 “전쟁으로 큰 상처를 입은 나라를 돕는 것이 한국형 개발원조의 독특한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69)은 지난달 8일 말라위 치오자에서 기자와 만나 “내전을 경험한 나라가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이기고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과 안정을 이룩한 한국은 특별한 롤 모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6·25전쟁을 극복하고 일어선 한국이 전쟁의 고통을 겪는 나라를 앞장서 돕는 것은 국제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도움을 받는 나라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1991년 한국이웃사랑회로 출발해 올해로 창립 25주년이 된 굿네이버스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가 공인한 국제 비정부기구(NGO)다.연간 모금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0억 원을 넘는다. 말라위를 포함해 네팔, 칠레, 케냐 등 35개국에서 지역개발과 취약계층의 권리 보호, 사회적기업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1996년부터 회장을 맡아온 그는 “아프리카에는 경제적으로 자립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단순히 돈과 물품을 지원해주는 건 효과가 없다. 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주민들의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고 교육과 보건의료 수준을 높이는 활동을 우선적으로 벌인다. 최근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도록 지역 자치활동이나 공동기금 마련 사업도 적극 돕고 있다.이 회장은 “‘굿네이버스는 영원히 남아 있는다’란 문화를 만들고 있다”며 “우리가 도움을 준 지역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국제기구와 국제 NGO들 중 상당수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당 지역에서 떠나지만 이 단체는 계속 남아 관계를 유지하며 새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한국의 개발원조 활동에 대해선 “아직도 개발원조에 대한 관심이 적다. ‘시리아 난민 사태’만 해도 지원 열기가 생각보다 별로다”라며 아쉬워했다. 치오자·릴롱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열해지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온 글로벌 자유무역 기조가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연일 보호무역만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라고 유권자들을 유혹하자 표를 의식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민주 공화 양당 후보가 자유무역 기조를 무너뜨리는 발언을 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대응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우리는 훨씬 풍족해질 기회를 잡느냐 놓치느냐의 기로에 섰다”며 대선을 앞두고 확산되는 반(反)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기류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의 일자리와 산업, 제품을 위협하고 있다”며 “TPP가 통과되지 않으면 미국 산업은 고관세와 무역장벽에 부딪히고 경쟁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비준 절차를 남겨둔 TPP는 일본 등 아태지역 12개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 자유무역협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TPP에 매달려왔다. 보호무역만이 살길이라는 논리를 펴는 트럼프는 TPP를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조치’ ‘끔찍한 협상’ ‘재앙’으로 시종일관 비난해왔다. 모든 수입품에 20% 관세를 매기고 중국과 멕시코 제품에 각각 45%와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클린턴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1기 국무장관(2009∼2013년)으로 TPP 추진 업무를 지휘했지만 대선 출마 선언 후 지난해 10월 PBS 인터뷰에서 “지금은 TPP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 그는 “처음 TPP를 논의할 때 일자리 늘리기, 임금 상승, 국가안보 등에 모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기준을 정했는데 현재는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클린턴의 말 바꾸기는 ‘표’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인 유고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자유무역 지지 여론이 46%로 반대(30%)보다 높았지만 올 3월 경제전문방송 CNBC 조사에선 반대(48%)가 찬성(38%)보다 많았다. TPP가 표가 안 될 것으로 보이자 클린턴이 입장을 180도 바꾸면서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TPP가 지금 추진하는 대로 발효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TPP가 무효가 되거나 클린턴이 대권을 잡아도 핵심 조항 상당 부분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맞서 중국이 추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연말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RCEP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아태지역 16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으로, TPP가 안 되면 중국이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챙길 가능성이 높다. TPP가 폐기되면 비(非)참여국인 한국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내내 TPP에 목을 맨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울화통이 터질 만도 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어두운 정장을 입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는 회색 쥐같이 보인다.” 저질 인터넷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나 찾아볼 법한 메르켈 총리 비하 발언이 지난달 러시아 국영 방송을 타고 러시아 전국에 보도됐다.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은 정치적 자살 행위로 독일 파시스트의 힘을 키워 줬다”, “(그녀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비하한 독일 코미디언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겁쟁이”라는 말은 정책 비판이라기보다는 비열한 인신공격에 가까운 것이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일 러시아 국영 방송이 최근 메르켈 총리를 깎아내리는 ‘선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선전전에 동원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유럽의 중심국’인 독일 최고지도자를 향해 이런 자극적인 표현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메르켈 총리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강하게 반발하며 ‘반(反)러시아 노선’을 확고하게 유지해 온 것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메르켈 총리가 최근 시리아 난민 수용 정책 실패 등으로 지지를 잃어 가며 위기에 몰리자 더욱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도 관계 형성을 시도하는 등 메르켈 총리 흔들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러시아의 비정상적인 선전전이 지속되자 집권 기독민주당(CDU)과 연정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등 독일 주류 정치권에선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외교정책협회의 러시아 전문가인 스테판 마이스터는 “러시아의 최근 행태는 도를 한참 넘어섰다”며 “독일에서 러시아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월가 사람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6,000까지 떨어졌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6,000, 17,000까지 올랐는데도 계속 불평만 늘어놓고 있다. 내가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창업을 해 기업을 키웠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55·사진)이 1일 출간된 뉴욕타임스(NYT)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때부터 ‘불편한 관계’였던 월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재계에 대해선 우호적으로 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는 지속적으로 우리의 경제정책을 비판해 왔는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월가 개혁이라는) 이념과 전보다 높아진 세율에 짜증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초 언론 인터뷰에서 월가 금융인을 ‘살찐 고양이’라며 직격탄을 날리고 ‘월가의 뚱뚱한 은행원들’, ‘국민들 분노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 등 거친 표현을 썼던 것에 대해서는 “월가 사람들은 기분이 상했겠지만 (나는) 매우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는 등 고위험 투자를 제한하는 ‘프랭크-도드 법’을 제정한 것도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뷰는 NYT의 금융 칼럼니스트이자 경제전문 방송인 CNBC 앵커로 활동 중인 앤드루 소킨이 두 달 전부터 백악관, 플로리다 주 잭슨빌,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 등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중 경제성과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그는 “임기 중에 정책을 펴면서 금융시스템을 크게 흔들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버니 샌더스 민주당 경선 주자 같이 월가 해체를 주장해 온 사람이 계속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를 손봤을 뿐이지 해체나 척결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대사에서 어떤 나라보다 (금융 위기를) 잘 극복했다”며 임기 중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국민들이 잘 모른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사람들은 경제를 ‘보지’ 않고 ‘듣는 대로’ 생각한다. 모든 경제 업적을 부정하고 이런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정당(공화당)이 있고 이 정당을 국민들의 40%가 지지하는 상황에선 성과를 알리기 어렵다”며 야당인 공화당에 화살을 돌렸다. 세금을 내리고 규제를 풀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공약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고소득층의 세금을 깎아주고 환경을 위한 규제를 없애 5∼7% 경제성장률과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건 경제학의 기초 지식만 있어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부터 강조해 온 작은 정부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레이건 시절부터 사람들은 단순히 작은 정부를 만들면 비용이 적게 들어 나라 살림이 좋아진다는 신화를 믿고 있다”며 “이런 잘못된 신화를 깨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 중에 미국 기업인들과 상당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정치나 공공분야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기업을 창업하고 키우는 데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임기 초 재계와의 관계가 원만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월가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국계 최초로 미국 해병대 장성이 됐던 대니얼 유 준장(56·사진)이 최근 소장으로 진급했다. 2일 미국 해병대 관련 주간지인 ‘머린코 타임스’에 따르면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현재 플로리다 주 탬파에 위치한 통합특수전사령부(USSOCOM)의 작전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유 준장 등 9명의 소장 진급을 지난달 15일 승인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유 소장은 1985년 애리조나주립대를 졸업한 뒤 해병대 간부후보생 과정을 거쳐 임관했다. 최정예 해병대원들로 구성되는 수색중대의 중대장과 합동참모본부 작전장교 등을 지내 현장과 정책 업무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2월 ‘별’을 단 뒤에는 미 서부지역 해병 모병·훈련소장을 지낸 뒤 아프가니스탄 주둔 제1해병대 원정군 사령관으로 2014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지휘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군 최정예 부대 중 하나로 꼽히는 제1해병대 사단의 임시 사단장도 역임했다. 1941년 발족한 제1해병대는 2만3000여 명으로 구성돼 있고 6·25전쟁 때는 1950년 11월 말부터 2주간 12만 명의 중공군 포위망을 뚫고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미군에는 유 소장을 포함해 새론 K G 던바르 워싱턴지구 공군사령관 겸 제320 공군원장비행단장(소장·여), 마이클 김 공군 예비사령부 동원담당 차장(소장), 존 조 육군 의무감실 준장 등 총 4명의 한국계 장성이 복무하고 있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나는 하루에 700 칼로리를 콜라에서 섭취한다. 콜라는 먹었을 때 행복해지는 음식이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86·사진)이 다시 한번 ‘콜라 예찬’론을 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포춘지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매일 브로콜리와 물만 먹는다고 100살까지 살 것이란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또 “내 몸의 4분의 1은 콜라로 이뤄져 있을 것”이라며 “콜라를 끊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버핏 회장은 ‘현인’이란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정크푸드(몸에 안 좋은 음식)’를 즐긴다. 평소 체리코크(체리향이 첨가된 콜라), 초콜릿, 땅콩캔디, 아이스크림 같은 먹거리를 입에 달고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버핏 회장이 콜라 얘기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코카콜라 지분 9%를 계속 보유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일각에선 버핏 회장이 평소 장기적이고 도덕적인 투자를 강조하면서 비만과 당뇨 같은 성인병의 주범으로 꼽히는 콜라 회사에 투자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왔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26일 새벽 인도 수도 뉴델리의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1억6000만 년 전 공룡 뼈를 비롯한 대부분의 소장품이 소실됐다.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딸 인디라 간디 총리가 과학 발전과 미래 세대를 위해 1978년 개관한 뒤 뉴델리를 대표하는 랜드 마크로 사랑을 받아왔다. 28일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26일 오전 1시반경 전체 7층인 박물관 건물의 6층에서부터 시작돼 위쪽으로 번졌다. 30분쯤 지난 오후 2시에 화재 신고가 접수돼 소방관 100여 명이 긴급 출동했으나 소장품들이 다 타도록 화재를 진압하지 못했다. 소방관 2명은 부상을 입었다.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평소 안전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디언은 국립자연사박물관 시설이 노후화돼 최신 시설로 소장품들을 옮기는 계획을 추진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뭄바이에서 자연사 관련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라훌 크호트 씨는 “박물관은 수십 년간 소장품을 수집하고 연구해야만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출 수 있다”며 “국가와 사회 전체가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나는 오로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를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용기를 갖게 하기 위해 경선을 완주할 것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사진)은 26일 5개 지역 동시 경선에서 1승 4패로 패배한 후 이렇게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을 상대로 ‘막판 뒤집기’가 사실상 물 건너갔지만 중도 포기는 없다고 선언했다. 샌더스의 목표는 ‘대선 후보가 못 되더라도 공약은 남기겠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경쟁자로 뛰면서 클린턴의 대선 공약을 좀 더 왼쪽으로 잡아당기겠다는 전략이다. 2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샌더스 지지자들은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 △월가 개혁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천연가스 시추 기술 금지 △공립대학 등록금 면제 등 사회주의 색깔이 짙은 샌더스의 공약들이 경선이 끝난 뒤에도 민주당의 어젠다로 남아 있기를 원한다. 샌더스가 완주하려는 이유도 7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핵심 공약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샌더스 공약에 대한 민주당 내 시각은 싸늘한 편이다. 연방 최저임금 인상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나치게 좌편향적이어서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샌더스의 공약을 수용하면 지지자들을 민주당 지지 세력으로 묶어 두는 데 효과적이지만 부동층에게는 적지 않은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1992년 대선 무렵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벌어졌던 ‘문화전쟁 발언 사태’ 같은 악재가 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경선 후보였던 극우파 패트릭 뷰캐넌은 “진보주의자들에 대한 문화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발언했고 이 때문에 후보 지명자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했다는 것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우리는 석유에 중독돼 있다. 너무 위험하다.”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며 아랍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도 줄이기와 산업다각화 방안을 뼈대로 하는 대대적인 경제 개혁에 착수했다. 저유가 장기화로 지금처럼 석유에만 의지한 채 막대한 재정 지출을 하는 경제 구조를 더는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전 2030’이라는 제목을 단 개혁안은 사우디가 그동안 발표했던 중·장기 경제 정책 비전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놓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지금 사우디에 체질 개선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2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비전 2030의 기획과 발표는 사우디 왕실의 ‘실세 왕자’로 꼽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자(30)가 주도했다. 무함마드 왕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80)의 아들로 왕위 계승 서열 2위다. 그는 경제 정책을 좌우하는 왕실의 경제·개발위원회 의장과 국방장관을 맡고 있다. 무함마드 왕자는 국영 방송인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지나친 석유 의존도 때문에) 그동안 발전이 지체돼 왔다”며 “하지만 사우디는 2020년까지 석유 없이도 자립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 2030에 따르면 사우디는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이며 동시에 대표 국영 기업인 ‘아람코’ 지분의 5%(약 2조 달러·약 2302조 원)를 기업공개(IPO)로 처분한다. 여기서 사우디는 최대 3조 달러(약 3453조 원)의 국부 펀드를 조성해 교육과 보건 부문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석유 판매 외에 성장 동력이 없는 부실한 산업구조도 바꾼다. 그 대신 광업(채굴), 국방, 관광에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특히 광업을 집중 육성해 2020년까지 9만여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산업 다각화와 일자리 확충을 통해 국내총생산에서 20%를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 비중을 2030년까지 3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실업률은 11.6%에서 7%까지 낮춘다. 또 비(非)석유 관련 정부 수입 비중은 1630억 리얄(약 51조 원)에서 1조 리얄(약 307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간 교육과 과학기술 투자가 미미했던 데다 내세울 만한 민간 기업이 없고 창업 문화도 척박해 중소·중견기업 육성과 일자리 확충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아람코의 IPO와 국부펀드 운용에 필요한 투명성을 사우디 정부가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미국 라이스대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 짐 크레인 연구원은 FT 인터뷰에서 “무함마드 왕자의 발상은 좋지만 경직된 사우디 정부의 시스템을 고려할 때 계획대로 추진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왕족의 반발이나 견제에 부닥치면 개혁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전 성공 여부와 별개로 무함마드 왕자의 왕실 내에서의 위상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강한 추진력을 갖춘 무함마드 왕자가 그동안 안보 책임자의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한 데 이어 경제 책임자로서의 위상도 만들기 시작했다”며 “무함마드 왕자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초 이란과의 단교와 예멘 반군에 대한 강한 대응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주요 산유국 회의에선 ‘이란이 빠진 합의는 무의미하다’며 석유 생산량 동결 합의안 마련을 거부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사우디 왕실은 변화 의지가 없는 연로한 소수 리더들이 좌지우지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개혁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비전 2030을 무함마드 왕자가 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탄핵안 하원 통과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18일 TV연설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탄핵이 추진된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누구도 나를 쓰러뜨리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호언장담에도 다음 절차인 상원 표결이 호세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은 결코 아니다. 3분의 2(54명)가 찬성해 탄핵안이 최종 가결되면 13년간 이어져온 ‘브라질 좌파 정권’이 막을 내리게 된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남미 좌파 정권의 붕괴 도미노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세프의 몰락은 곧 중남미 좌파 블록의 대부 격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몰락과도 같은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인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1월 중도우파 성향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57)이 집권하면서 12년 좌파 정권이 무너졌다. 전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대통령(63·2007∼2015년 집권)은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2010년 사망)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연이은 경제 실정과 과도한 복지예산 지출로 2014년부터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나라 살림살이는 어려운데 보톡스 시술과 패션 명품 구입을 즐기며 사치스러운 모습을 계속 보인 것도 국민의 불만을 키웠다. 현지 언론들은 마크리 대통령의 당선을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의 종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남미 좌파 정권의 상징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2013년 3월 사망)이 이끌었던 베네수엘라도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중도보수 성향 야당에 제1당 자리를 내줬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54)이 이끄는 집권 통합사회주의당은 전체 167석 중 46석만 얻어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처지다.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통하는 마두로 대통령은 저유가로 인한 재정수입 악화와 85%가 넘는 물가상승률 등 혹독한 경제위기를 겪으며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6월 대선 결선투표를 앞둔 페루에서도 좌파 정권이 물러날 것이 확실시된다. 좌파 성향의 오얀타 우말라 대통령(54)의 뒤를 이을 차기 대통령이 중도우파 성향의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41)와 중도 성향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후보(77) 중에서 결정된다. 쿠친스키 후보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온건 시장주의자다. 원주민 출신으로 2005년부터 3번 연속 대선에 승리해 장기 집권하고 있는 좌파 성향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57)은 올 2월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는 개헌안 국민투표에서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2012년 하반기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선심성 정책 유지가 어려워졌고, 국가경제도 악화된 게 최근 무너진 남미 좌파 정권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16일 오후 6시 58분경(현지 시간) 남미의 태평양 연안 국가 에콰도르를 강타한 규모 7.8의 지진으로 18일까지 최소 350명이 사망하고 2500명 이상이 부상했다. 혼란을 틈타 교도소에서는 죄수 180여 명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구 30만 명 중 100여 명이 사망한 최대 피해 도시 포르토비에호를 방문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17일 “1949년 암바토 대지진 때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며 큰 충격을 토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안데스 산맥 지역에 위치한 도시인 암바토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5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18일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정부는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서부 해안 지역에 군인 1만 명과 경찰관 4600명을 급파해 인명 구조 작업에 나섰지만 비가 내리는 곳이 많고 여진도 계속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ABC방송은 포르토비에호 인근에 있는 엘 로데오 교도소에서 180여 명이 탈출했다고 마나비 주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탈옥 이후 20여 명은 붙잡혔고 일부는 자발적으로 되돌아왔지만 대다수 탈옥수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일부 지역은 도로 등이 파괴되며 외부와 고립돼 무너진 건물 잔해를 주민들이 손으로 옮겨가며 구조 작업을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멕시코와 칠레는 긴급 구조대를 파견했고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는 국제 구호단체 등과 함께 3000개의 비상식량과 8000개의 침낭을 에콰도르에 전달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16일 오후 6시 58분경(현지 시간) 남미의 태평양 연안 국가 에콰도르를 강타한 규모 7.8의 지진으로 17일까지 최소 272명이 사망하고 25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구 30만 명 중 100여 명이 사망한 최대 피해 도시인 포르토비에호를 방문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17일 “1949년 암바타 대지진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며 큰 충격을 토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안데스산맥 지역에 위치한 도시인 암바타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5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코레아 대통령은 바티칸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급히 귀국했고, 외국에 있는 동안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8일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정부는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서부 해안 지역에 군인 1만 명과 경찰관 4600명을 급파해 인명구조 작업에 나섰지만 비가 내리는 곳이 많고 여진도 계속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콰도르는 남미에서도 가난한 나라로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은 도로 등이 파괴되며 외부와 고립돼 무너진 건물 잔해를 주민들이 손으로 옮겨가며 구조작업을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다만 당초 우려와 달리 서부 해안 지역에 대한 쓰나미(지진 해일) 위험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호 물자와 노하우가 부족한 에콰도르를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중남미 주요국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멕시코와 칠레는 긴급 구조대를 파견했고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는 국제 구호단체 등과 함께 3000개의 비상 식량과 8000개의 침낭을 에콰도르에 전달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