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허브’ 부푼 꿈… “인천공항-의왕기지 통째 베끼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형 ‘그린 원조’ 현장을 가다]<2>한국 물류-교통시스템 벤치마킹하는 우간다

《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북쪽으로 45km 떨어진 무코노 내륙컨테이너기지(ICD)는 한 나라의 대표 물류기지라고 말하기에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19일(현지 시간) 이곳을 방문했을 때 5만2610m²(약 1만5915평) 넓이의 터미널은 거의 텅 빈 상태였고 일부 공간에만 컨테이너가 쌓여 있었다. 케냐와 커피, 코코아 등을 주로 교역하기 위해 만든 무코노 ICD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가 들어오는 철로가 하나밖에 없었다. 열차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중장비인 리치스태커도 한 대뿐이었고 트럭들이 분주하게 이동하는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ICD 내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도 많이 비어 있었다. 보관되고 있는 물품 상자 중에는 훼손된 것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와 세계은행(WB) 한국녹색성장기금(KGGTF·그린펀드)팀을 안내한 우간다 건설교통부와 물류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고 진지했다. 》

무코노 ICD를 운영하는 업체 중 하나인 동아프리카 로지스틱스의 마이클 라가라 매니저는 시설 곳곳을 소개하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 시설은 아프리카의 물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는 우간다를 상징하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 한국 물류시스템 그대로 벤치마킹

아직은 썰렁하지만… 물류 중심지 변신 기대 우간다의 대표 물류시설인 무코노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우간다 건설교통부와 세계은행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아직 규모와 시설 면에서 부족하지만 ‘아프리카 물류 허브’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세운 우간다 정부는 세계은행을 통해 한국의 앞선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무코노=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아직은 썰렁하지만… 물류 중심지 변신 기대 우간다의 대표 물류시설인 무코노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우간다 건설교통부와 세계은행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아직 규모와 시설 면에서 부족하지만 ‘아프리카 물류 허브’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세운 우간다 정부는 세계은행을 통해 한국의 앞선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무코노=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우간다는 이집트(북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프리카), 나이지리아(서아프리카), 케냐(동아프리카) 같은 아프리카의 지역별 거점 국가들을 기준으로 한가운데 위치해 아프리카 교통의 허브에 해당한다. 교육 수준이 높아 영어가 잘 통하고 부족이나 종교 갈등이 없어 사회가 안정돼 있는 편이다. 세계는 오래전부터 우간다 물류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왔다. 우간다 정부의 ‘물류산업 육성 의지’도 분명하다.

우간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의 물류정책과 노하우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세계은행 그린펀드팀을 통해 한국의 물류시스템과 정책을 소개받았다. 그린펀드팀은 우간다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을 위한 한국 방문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한국의 국토교통부, 의왕 ICD, 인천국제공항, 한국통합물류협회, 인하대, 한국교통연구원,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같은 기관들이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3년 이후 세 차례나 한국을 방문한 카주나 음바제 건설교통부 교통실장은 “그동안 우간다에는 교통정책만 있었지 물류정책은 없었다”며 “한국 방문을 통해 우간다는 물류산업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됐고 한국의 물류정책과 시스템을 최대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왕 ICD, 인천국제공항, 세종시를 통째로 베끼고 싶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우간다 건설교통부는 대표단의 한국 방문 뒤 물류 관련 부서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화물차 환경관리 기준 설정 △화물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 도입 △물류 전문인력 양성 학과(인하대 아태물류학과)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현지에서 화물운송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제니퍼 음주케 씨는 “협회 차원에서 물류업계에 종사하는 인력을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보험료와 자녀교육비 지원 같은 복지 혜택을 마련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 국제공항과 항공사 운영 노하우도 배우기 원해

한국의 물류산업 관련 노하우는 향후 우간다의 국제공항과 국영 항공사 운영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무렌가니 모세 건설교통부 정책평가과장은 “공항과 항공사 운영에서도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며 “향후 세계은행과 함께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개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간다의 ‘하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엔테베 국제공항은 물류 중심지를 꿈꾸는 나라의 공항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했다. 공항 건물은 지방의 낡은 버스터미널을 연상시킬 정도로 구식이었다. 활주로는 2개, 화물터미널은 1개뿐이다. 건물 안과 밖에는 공항의 필수 시설인 에스컬레이터도 없어 승객들이 짐을 들고 층간 이동을 할 때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낙후된 공항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우간다는 중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공항 인프라를 개선할 계획이다. 공항 운영과 관련한 소프트웨어는 최대한 한국 모델을 도입하기를 희망한다. 인천국제공항이 다양한 평가에서 서비스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짧은 역사에도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한 게 현지 공무원들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 무분별한 ‘고가도로 설치’ 같은 실패 사례도 교훈

세계은행은 우간다 프로젝트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과거 실패 사례도 소개했다. 특히 한국이 과거 교통과 물류인프라를 단기간에 구축하면서 무분별하게 세웠던 ‘고가도로’의 부작용은 현지 공무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세계은행 그린펀드팀은 서울 청계천 복원 사업을 예로 들며 청계천 위에 고가도로가 세워진 뒤 드러난 문제점과 철거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엘리슨 리(한국명 이은주) 세계은행 그린펀드팀장은 “개발시대 때 한국이 많이 세웠던 고가도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도시 환경과 미관을 해쳤다”고 말했다.

설명을 듣고 있던 우간다 건설교통부 공무원들 중에는 놀라거나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많았다. 회의를 이끌었던 음바제 실장과 모세 과장은 “우리도 고가도로를 많이 설치할 계획인데 앞으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물류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우간다의 국가 어젠다가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려면 공무원과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캄팔라·무코노·엔테베=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물류허브#인천공항#그린원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