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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제4차 배출권거래제(2026∼2030년) 시행을 앞두고 철강과 석유화학 등 국내 제조업계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기업들에 허용되던 탄소 배출총량이 대규모로 축소되면서 당장 기업들로서는 모자란 탄소배출권을 한국거래소 배출권거래시장 등을 통해 비싼 값에 사들여야 할 가능성이 생겼다. 게다가 전기료 인상도 겹치면 연간 수천억 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미국의 고관세 조치,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산업계 현장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다.● 배출총량 축소, 전기료 인상까지 이중고29일 산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조만간 공개할 제4차 배출권거래제 시행 계획에서 기업들에 부여하는 배출권 할당량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고민 중인 방안에는 총 배출허용량을 이전 연평균 6억970만 t보다 1억 t 이상 줄이는 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연간 일정 분량을 시장안정화 등을 위한 ‘예비분’으로 별도 분리할 경우 실제 기업 할당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당장 기업들이 모자란 배출권을 사들이기 위해 나서면, 이런 구매 수요 증가로 배출권 가격도 현재 t당 평균 9000원에서 3배 이상 뛸 전망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 “2030년에는 4만 원 내지는 6만1000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기업들로서는 생산비용이 불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발전사들은 탄소배출권을 무상으로 상당 부분 받아 왔는데, 앞으로 정부는 발전부문 유상할당도 10%에서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전사도 탄소배출권을 돈으로 사서 전기를 만들라는 것. 이 또한 발전 원가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신동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에게 의뢰한 ‘배출권거래제의 전기요금 인상 효과’ 보고서를 통해 “유상할당 비중 50% 확대와 배출권 가격 3만 원 가정 시 전기요금이 kWh당 9.41원 오른다”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전자통신 5492억 원, 화학 4160억 원, 철강(1차금속) 3094억 원의 추가 비용(연간) 증가가 예상된다.● 철강업계, 연 9000억 원 이상 추가 부담 호소철강업계와 화학업계 등 국내 제조업계는 지금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방식대로 배출권 거래 방향이 결정되면 당장 생존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철강업계만 해도 추가 배출권 구매 비용이 연간 최소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료 인상 부담까지 합하면 연간 9000억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나고 있는데 원가 상승을 부추기는 탄소배출권 제도로 ‘이중고’를 겪게 생겼다”라며 “정부는 친환경을 강조하면서도 ‘전기로’ 전환을 추진하는 철강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고로를 전기로로 바꿔야 하는데, 정작 전기료가 오르면 전환 유인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화학업계의 한숨도 짙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화학기업들 대부분이 1년 이상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최근 3년 동안 70% 가까이 오르며 적자폭이 더 커지고 있다”며 “석유화학 공장은 전기로 돌리는 공장인데 어렵사리 이익을 내도 전기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 연구위원은 “산업계가 적응할 수 있는 속도 조정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라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산업 경쟁력 유지를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은 기업의 의약품에 대해 내달부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 소셜에 “기업이 미국에 의약품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 않다면 2025년 10월 1일부터 모든 브랜드 의약품(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의약품 중 특정 상표명으로 판매되는 제품) 또는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미국은 한국보다 먼저 합의한 유럽, 일본산 의약품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뒤 한국에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우려했던 25% 관세가 아니라 15% 관세로 합의될 것이라며 안도해 왔는데 이것이 지켜질지 매우 불투명해진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39억8000만 달러(약 5조6000억 원) 규모의 의약품을 수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생산기지를 미리 확보해 둔 기업과 아닌 기업들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직 입장을 밝히기 이르다는 태도다. 미국이 특허 의약품에만 관세를 매길 경우 바이오시밀러는 제외될 수 있고, CMO에 대한 언급도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라이 릴리의 미국 뉴저지 생산 공장을 인수한 셀트리온은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미국 내 2년 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2년 동안은 관세 우려가 없고, 이후부터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 내 공급될 예정인 만큼 관세에 대한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바이오팜도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둔 상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북미 생산 거점을 확보해 영향이 제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발표에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제약사들이 연이어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압박이 성과를 낸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 외국산 대형 트럭에 25%, 주방 수납장 및 욕실 가구에 50%, 겉천이 씌워진 가구에 3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대형 트럭 관세의 경우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승용차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욕실용품 관세 타격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는 중국에서 생산을 해 받아오는 상황이라 해외로 수출하는 곳이 많지 않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연동한 ‘홈투카(Home-to-Car)’ 서비스를 25일 개시했다. 고객들은 스마트싱스 연동 가전 기기를 통해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주요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고객이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블루링크, 기아 커넥트,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 기존 고객들은 스마트싱스 앱에서 계정을 연동하면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타이어 공기압부터 문 열림 여부, 공조 시스템, 잔여 주행거리, 창문 상태, 배터리 잔량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문 열림·잠금, 시동 및 공조 가동, 전기차 충전 제어까지 원격으로 실행할 수 있다. 일상생활 패턴과 차량 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점이 이 서비스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도어록을 여닫는 동작으로 ‘외출 모드’를 작동시키면, 아침 출근길 집에서 나올 때 집 안 조명과 가전이 꺼지는 동시에 차량에서는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게 된다. 홈투카 서비스는 ccNC와 ccIC27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적용 차종에서 사용할 수 있다. 2022년 7세대 그랜저를 시작으로 2023년 2세대 코나, 쏘나타 디 엣지, 디 올 뉴 싼타페 등에 ccNC가 적용됐고, 제네시스 또한 2024년 출시 차종부터 ccIC27을 도입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자동차·기아가 농촌진흥청과 손잡고 착용형 로봇 기술로 농업인의 건강을 지키고 작업 효율을 높이는 미래 농업 환경 조성에 나선다. 현대차·기아는 23일 경기 의왕연구소에서 농촌진흥청과 ‘착용 로봇 기반 농업 발전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자체 개발한 어깨 근력 보조 무동력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농업 현장에 투입해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로보틱스랩은 앞서 올해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농촌진흥청과 엑스블 숄더 실증을 진행해 작업자의 어깨 부담 경감과 작업 효율성 증가 효과를 검증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양측은 △농업 분야 착용 로봇 도입 협력 체계 구축 △착용 로봇의 농업 현장 적용 실증 및 확산 △농업 현장 착용 로봇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 활동 등의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위아 권오성 대표이사(사진)가 취임 후 첫 ‘타운홀 미팅’에서 ‘압도적 기술력’ 확보를 통한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현대위아는 23일 경기 의왕시 의왕연구소에서 ‘2025 CEO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온·오프라인으로 약 1000명의 임직원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7월 취임한 권 대표가 구성원들과 나눈 첫 소통의 자리였다. 권 대표는 모빌리티 부품과 로봇 분야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압도적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위아가 기술 혁신을 통해 다른 부품사와 차별화된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습하는 조직’으로의 성장을 강조하며 “임직원 모두가 스스로 학습해 나가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으로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자동차·금융 업계가 파격적인 금융 상품을 내놓으며 자동차 구매 ‘허들’을 낮추고 있다. 어려워진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후불형 서비스’를 내놓는 등 소비자들의 초기 부담을 덜어 주는 상품을 집중 개발하는 모습이다. ● 현대차, 월 22만 원으로 수소차 이용 상품 내놓아 최근 신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품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캐피탈이 8월 선보인 ‘넥쏘 이지 스타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차량의 최종 구매 결정을 3년 뒤에 내리도록 해, 최대 50%의 할부금 납부를 3년간 유예하는 구조다. 고객은 유예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원리금과 유예금 이자만 내면 되기 때문에 월 납입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넥쏘 이지 스타트 유예형 할부로 시작가 7644만 원인 넥쏘를 구매할 경우, 차량 가격의 최대 50%인 3822만 원은 3년간 납부를 미룰 수 있다. 50% 금액에 대한 원리금과 이자는 매달 내야 하지만 국고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합치면 3250만 원에 이른다. 결국 나머지 572만 원과 유예금에 대한 연 4∼7%의 금리가 적용되더라도 월 부담이 약 22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소비자는 3년 후 유예금을 일시 상환해 해당 차량을 최종 구매하거나, 다른 현대차의 전기차·수소차 재구매를 선택하고 차량을 반납할 수 있다. 7년 만의 풀체인지 모델로 선보인 신형 넥쏘는 최대 720㎞의 주행거리와 향상된 성능을 갖췄지만, 7644만 원부터 시작하는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내놓았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들이 수소전기차 넥쏘를 살 때 부담을 느끼는 요인들을 실질적으로 해소해 주고자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상품 내놓는 카드사, 렌터카 시장도 성장세 자동차 할부금융도 확대되고 있다. KB카드는 9월 ‘신차 카드 슬림 할부’ 상품에서 최대 60개월, 연 3.0∼3.7%의 저금리를 제시했다. 롯데오토리스도 5월 상용차 고객을 대상으로 ‘잔가 보장형 할부 대출’을 출시해 차량 잔존가치를 미리 반영해 월 납부금을 낮추는 상품을 내놓았다. 최근 소비자들은 신차 구매 대신 렌터카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에 발맞춰 롯데렌터카가 2월 선보인 ‘마이카 인수형’은 월 부담을 낮춘 장기 렌터카 서비스로, 기존 상품 대비 월 대여료를 최대 25% 절감했다. 4년간의 대여가 끝난 후 차량 인수를 약속하는 대신 초기 월 대여료를 낮춘 대표적인 ‘초기 부담 절감형’ 서비스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2월 말 상품 출시 이후 3개월 동안 신규 계약된 차량 4대 중 1대는 마이카 인수형”이라며 “이용 기간 동안 저렴한 월 대여료로 차량을 이용하다가 인수 시점에 잔여 금액을 지불해 내 차로 소유하려는 고객이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 규모는 2020년 92만5899대에서 지난해 109만8760대로 18.7%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기일수록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는 금융상품이 주목받는다”며 “자동차 금융시장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HD현대의 전력기기 계열사 HD현대일렉트릭이 미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송전망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텍사스 최대 전력회사와 약 2778억 원 규모의 765kV 초고압 변압기 및 리액터 24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창사 이래 단일 계약 기준 최대 규모 수주로 공급 물량은 2029년 인도 예정이다. 765kV 초고압 변압기는 미국 내 최고 전압 사양의 장거리 송전 핵심 설비다. 기존 345kV 변압기 대비 송전 용량이 5배 수준임에도 전력 손실률과 건설비용은 크게 절감된다. 미국은 국토가 광활해 풍력·태양광 발전소가 전력 수요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안정적인 장거리 송전 인프라가 필수다. 게다가 전력망의 70%가 1960년대 구축된 노후 설비로 대대적인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1999년 신서산 변전소를 시작으로 당진화력, 신고리 원전 등 국내 주요 발전시설은 물론이고 미국, 인도 등 해외 시장에 765kV 변압기 160대 이상을 공급해왔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2027년 예정된 앨라배마 공장 증설을 통해 765kV 변압기 생산능력을 대폭 늘려 북미 현지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25% 관세 압박과 조지아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한국인 집단 구금 사건 등 대외 리스크를 현지화 극대화 전략으로 돌파하겠다고 밝혔다.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 투자자 질의응답에서 “2030년까지 미국 판매 차량의 80%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현재 43.5% 수준인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현재 30만대에서 2028년까지 50만대로 늘리고, 앨라배마 공장도 35만대에서 40만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아울러 현지 공급망 비중도 현재 60%에서 8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미국 현지 생산량을 끌어올리면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시장을 자체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미국은 현대차 글로벌 판매량의 30%, 매출 기준으로는 38%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4월부터 한국 차에 25% 관세가 부과돼 수출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현재 25% 관세를 기준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에 기대서는 안 된다”고 현실적 접근을 강조했다.가격 정책에서는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무뇨스 사장은 “비용은 비용이고 매출은 매출로 접근한다”며 “원가는 플랫폼 공용화(GM 부품, 설계 등 공유)와 공장 가동률 95% 달성으로 절감하고, 매출은 신차 출시와 판매금융 혁신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한국 생산기지는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역할을 재정립했다. 무뇨스 사장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게 아니라 미국 시장 성장분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며 “한국 생산 물량은 유럽, 중동, 아시아 등 다른 지역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한편, 이날 질의응답에 앞서 진행된 발표에서 현대차는 2030년까지 총 77조3000억 원을 투자하고 현지 생산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30년 연간 555만 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삼성 외에 다른 주요 기업들도 18일 잇따라 청년 고용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청년 고용난 해소를 위해 기업이 노력해 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에 재계 전반이 행동에 나선 분위기다.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신규 채용인원 대부분을 대졸 신입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미래 신성장 분야서 청년 채용 늘려 이날 발표된 기업들의 채용 계획은 인공지능(AI)·반도체·미래차 등 신성장 동력 분야에 집중됐다. 먼저 SK그룹은 이날 올해 총 8000여 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상반기(1∼6월) 4000여 명에 이어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채용을 진행해 연간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주된 채용 대상은 AI·반도체·디지털전환(DT) 경쟁력 강화에 함께할 인재들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달 22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하반기(7∼12월)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2027년 상반기 가동 예정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만 수천 명 규모 채용이 계획돼 있어 향후 채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 7200명, 내년 1만 명 규모로 청년 채용을 확대한다고 이날 밝혔다. 채용 대상은 기존 자동차 제조 부문을 넘어 미래차·모빌리티·소프트웨어 등 신성장 분야에 집중된다. 특히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 가속화에 따른 미래 신사업 인력과 함께 신규 차종 개발, 품질·안전 관리 강화, 글로벌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전문 인력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도 현재 400여 명에서 2026년 800여 명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LG그룹은 3년 동안 1만 명을 신규 채용한다. 이 중 신입사원이 7000명 수준이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ABC(AI, 바이오, 클린테크) 사업을 중심으로 배터리, 전장, 냉난방공조 등에서 우수 인재 채용에 나선다. 포스코그룹도 같은 날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기존 2600명에서 400명 늘린 3000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2026년 이후에도 안전·AI·연구개발(R&D) 분야 채용을 지속 확대해 향후 5년간 양질의 일자리 1만5000개를 만들 계획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 중심으로 공채를 진행해 왔으나 내년부터 참여 계열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 한파 청년고용 시장에 ‘단비’ 한화그룹은 30개 계열사의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상반기 대비 1400여 명 늘어난 3500여 명으로 확대했다. 상반기 2100여 명과 합쳐 올해 총 5600여 명을 선발할 방침이다. 방산 분야에서만 연간 약 2500명을 채용할 예정이며 금융 계열사는 700여 명을 뽑을 계획이다. HD현대도 올해 총 1500여 명을 신규 채용하고, 2029년까지 향후 5년간 조선·건설기계·에너지 부문 등 19개 계열사에서 1만여 명을 새로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친환경 기술, 디지털 스마트 솔루션, 수소·바이오 사업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을 위한 R&D 인력 확보에 집중한다. 주요 그룹들의 채용 확대가 최근 경력직 선호 현상에 따라 취업문이 좁아진 청년들의 고용 시장에 단비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AI·방산 등 전략 분야 인재를 적시에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며 “정부의 청년 고용 기조와 맞물려 대기업들의 채용 확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BMW는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차세대 모빌리티 비전을 담은 ‘노이어 클라쎄’의 첫 양산 모델 ‘BMW 뉴 iX3’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뉴 iX3는 BMW의 최신 전기구동 시스템인 6세대 BMW 이드라이브(eDrive) 시스템과 원통형 셀 배터리를 탑재해 2개 모터 합산 최고 출력 469마력, 최대토크 65.8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9초 만에 가속하는 강력한 성능을 구현했다. 배터리 기술도 혁신적으로 발전했다. 108.7kWh 대용량 배터리로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 최대 805km 주행이 가능하며 800V급 초고속 충전 시 10분 만에 372km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21분 만에 충전 완료된다. BMW 양산 모델 최초로 ‘BMW 파노라믹 아이드라이브(iDrive)’도 적용됐다. 앞 유리 하단 전체에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파노라믹 비전’과 3차원(3D) 헤드업 디스플레이, 중앙 디스플레이, 다기능 스티어링 휠로 구성된 통합 시스템이다. 주행 역학,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편의 기능을 담당하는 4개 ‘슈퍼 브레인’ 컴퓨터가 차량을 지능적으로 제어한다. BMW는 노이어 클라쎄 기술을 2027년까지 40종 신차에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뮌헨=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기아가 1호 목적기반차량(PBV) 전용차 PV5용 택시 영업 특화 사양인 ‘올인원 디스플레이 2’를 16일 공개했다. 올인원 디스플레이 2는 이날부터 PV5 택시를 구매할 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옵션은 택시 기사용 애플리케이션(앱)인 카카오T, 내비게이션 앱 카카오내비, 미터앱 티머니모빌리티·이동의즐거움 등 택시 영업 필수 기능을 12.9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에 통합 제공한다. 기존에는 별도 기기로 분산 운영되던 주요 기능들을 직관적인 하나의 화면으로 통합해 운행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 버튼만으로 콜카드(택시 호출 배차 시스템)를 수락할 수 있고, 하이패스 시스템 이용 시 요금이 자동 합산돼 결제가 간소화된다. 차량 원격 제어 서비스인 기아 커넥트와 내비게이션 기반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을 이용할 수 있고 앱미터 화면을 운전자 편의에 맞춰 디스플레이에서 직접 조정할 수도 있다. 올인원 디스플레이 2는 기아가 고객 중심 PBV 사업 철학을 바탕으로 외부 소프트웨어 파트너사와 협력해 PBV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앱을 개발한 첫 사례다. 기아 관계자는 “올인원 디스플레이 2 출시를 통해 운전자에게 최적의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앞으로 택시뿐만 아니라 물류와 소상공인 등 다양한 업종을 대상으로 혁신적이고 실용적인 맞춤형 솔루션을 지속해서 선보여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비전을 실현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 변화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6월 출시된 PV5 택시는 71.2kWh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58km 수준이다. 2열 슬라이딩 도어 등 다양한 편의사양도 갖추고 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인간의 손에 의존해 온 제조업 현장이 인공지능(AI) 로봇의 도입으로 급속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용접 불꽃이 튀는 조선소에서부터 자동차 공장까지, 수백 대의 로봇이 정밀하게 작동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첨단 무선통신 기술로 생산 현장 스마트화 가속현대차·기아는 17일 로봇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스마트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최첨단 무선통신 기술을 공개했다. 두 회사는 초고속·저지연 무선통신인 와이파이6(차세대 초고속 무선통신 기술)와 폐쇄망 전용 초고속 5G(P-5G)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무선 연결 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한국과 미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이 기술은 지난해 말부터 울산 공장과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적용돼 수백 대의 생산 로봇과 물류 로봇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 공장 현장에서는 부품을 운반하는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이동로봇(AMR) 등 무선통신 기반의 첨단 로봇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울산 3공장에는 100대 이상의 AGV·AMR이 도입됐고, HMGMA 의장 공장에는 161대의 AMR이 투입됐다. 이들 로봇은 정해진 경로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현장 상황에 맞게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므로 안정적인 무선통신 기술이 필수적이다. 통신망 전환이 가능한 일체형 단말기 덕분에 기존에 개별 통신망을 사용하던 로봇들이 통신 장애 발생 시 작업을 중단하던 문제가 해결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와이파이7 기반 차세대 통합형 단말기 기술을 2026년까지 개발해 국내외 공장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철강에도 속속 등장하는 로봇들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인 조선업계에서도 로봇 도입이 활발하다. HD현대삼호는 15일 HD현대로보틱스, LG CNS와 휴머노이드 로봇 및 물류자동화 기술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용접뿐 아니라 측정·성형·관제 등 다양한 생산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와 자율이동로봇을 개발해 조선소 자동화를 확대할 예정이다. 철강 분야에서는 포스코가 2020년 광양제철소에 도금 공정 자동화 로봇을 도입하는 등 고위험 작업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로봇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 2023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1012대의 산업용 로봇을 보유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위 싱가포르(770대)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로봇 도입은 인건비 절약을 위해 저임금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던 방식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IFR은 올해 1월 ‘글로벌 로보틱스 트렌드 2025’ 보고서에서 “자동화로 제조업체들이 본국이나 주요 소비시장 인근에서 생산할 수 있다”며 “로봇 활용이 제조업 노동력 부족 문제를 크게 완화한다”고 분석했다. 로봇이 기존 인력을 대체하기보다 전체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세계은행은 7월 발표한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보고서에서 “로봇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생산 규모의 확대로 이어져, 자동화로 인한 고용 대체 효과를 상쇄했다”고 분석하며 로봇이 비용 절감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6일(현지 시간)부터 일본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15% 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에 따른 조치다. 이로써 일본 차는 여전히 25% 관세를 물고 있는 한국보다 10%포인트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산 자동차가 누려온 ‘관세 우위’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도 7월 30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며 15% 자동차 품목 관세율에 합의했지만, 후속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며 실제 적용이 미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25% 고율 관세에 신음하던 한국 자동차 업계는 ‘관세 역전’으로 일본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한층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미 미국 시장에선 수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2025년 8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대미 수출액은 20억97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2% 급감했다.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한국 자동차 수출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 미국에서 관세 부과 영향 등으로 수출 부진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한일 관세 역전이라는 악재에 직면한 가운데, 10월부터는 미국 전기차 세제 혜택도 종료될 예정이다. 친환경차를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오던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에는 적잖은 타격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조지아 공장(HL-GA)에 대한 미국 이민 당국의 급습까지 겹치면서 현지 생산 확대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일단 자동차 업계는 미국 밖으로 눈을 돌리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8월 유럽연합(EU) 수출은 54% 증가한 7억9200만 달러, 기타 유럽 지역은 73.2% 급증한 5억47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유럽 시장에서는 다행히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 시장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유럽 수출 증가만으로는 대미 수출 부진을 완전히 상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은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국 조지아주 한인 구금 사태 관련 질문에 답하며 “이민 문제로 몸살을 앓으며 미국이 좀 변한 것 같다”며 “과거 많은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좋은 협력을 하던 그런 미국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조 장관은 또 관세 후속 협상이 잘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미국 측이 제시한 것이 현재로서는 우리 정부로서는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어떻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대미 車수출 반년째 감소… 관세협상 장기화 우려에 돌파구 필요[한미 관세 후속협상]한국車, 美서 ‘日에 관세 역전’현대차-기아, 가격 안올리고 버텨… 지속 쉽지 않아 인상 불가피할 듯여한구 “국익 최대한 부합되게 협상”… 일각 “연내 관세 15% 어려울 수도”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자동차에 대한 25% 고관세에, 일본 자동차의 관세가 우리보다 더 낮아지는 ‘관세 역전’까지 현실화되면서 미국에서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일본보다 낮은 관세를 지렛대 삼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왔던 한국차가 하반기(7∼12월) 본격적인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한일 관세 역전으로 가격 경쟁력 하락 불가피16일(현지 시간)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관세가 27.5%에서 15%로 인하된 반면에 한국 차는 여전히 25%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관세 협상을 통해 한국도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후속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15% 적용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양국의 관세 부담이 추후 차량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는 25% 관세 부담으로 2만2125달러(약 3053만 원)에서 2만7656달러로 가격이 상승해, 경쟁 모델인 도요타 코롤라(15% 관세 적용 시 2만6134달러)보다 약 1522달러 더 비싸진다.현재까지 현대차·기아는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관세를 자체 부담하고 있지만, 업계는 이런 출혈 경쟁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게다가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 대비 현지 생산 비중은 43.5%로 도요타(57%)보다 낮아 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관세 악영향이 일부 반영된 2분기에 이미 현대차는 8282억 원, 기아는 7860억 원의 이익 손실을 입은 바 있다.10월부터는 미국 전기차 세제 혜택마저 종료돼 친환경차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업체들이 추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조지아 공장의 대규모 직원 구금 사태로 현지 생산 확대를 위한 인력 확보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악재다.고율 관세로 인한 한국 차의 대미 수출 타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약 55억 달러로 8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대미 수출액은 20억97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2% 급감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증권업계에서는 현 25% 수준의 관세가 지속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에 각각 월 4000억 원과 3000억 원대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관세 협상 난항에 25% 고관세 장기화 우려이런 와중에 한미 간 관세 후속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5%의 자동차 고관세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대미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면담하고 귀국한 지 하루 만에 고위 통상 당국자가 다시 미국을 찾은 것이다. 한미 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와 한국산 자동차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는 내용에 합의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세부 협의는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여 본부장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 중”이라고 했다. 대미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엔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협상 결과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전체를 보고 이해해달라”고 했다. 협상에 총력을 다하되 미 측에 일방적으로 양보하거나, 끌려다니지 않을 거라는 취지로 해석된다.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일각에서는 연내 자동차 관세 15%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도 관세 합의 이후 발효까지 두 달 가까이 시간이 걸린 만큼, 한미 간 아무리 협상이 급물살을 타더라도 현실적으로 연내 관세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일본과의 관세 격차로 경쟁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라며 “한국의 관세 15% 적용이 조속히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적자를 감수하고 판매할 수밖에 없는 출혈 구조가 될 것”이라며 “완성차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위태로워졌다”고 경고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16일(현지 시간)부터 27.5%에서 15%로 인하된다. 반면 한국은 7월 30일 타결한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후속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여전히 25% 관세를 물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제로 관세’ 혜택을 누리던 한국이 이제 일본보다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대미 관세 역전 현상으로 한국 자동차는 하반기(7∼12월)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험난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관세 격차로 뒤바뀐 가격 경쟁력한국 차는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에 따라 일본 차 대비 2.5%포인트 낮은 무관세 특수를 누려왔다. 올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품목 관세를 부과한 이후에도 한국이 25%, 일본이 27.5%의 관세를 적용받았다. 이 2.5%포인트의 관세 우위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차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021년 미국 합산 판매량에서 혼다를 처음 제친 이후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미국 시장 판매 4위 자리를 지키며 일본 완성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다.하지만 미국과의 15% 관세 협정이 일본에 먼저 적용되면서, 한국 차 관세가 일본 차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관세 부담이 추후 차량 가격에 반영되면 15일 현재 기준 1700달러(약 237만 원) 더 낮은 현대차 쏘나타(3만4125달러)가 도요타 캠리(3만3350달러)보다 775달러 더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화된다. 현재까지는 현대차·기아 등이 현지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고 관세를 자체 부담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이 상황을 버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5% 관세 부과 시 국산 차량 1대당 800만 원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1∼6월) 미국 판매량 대비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은 43.5%로 도요타(57%)보다 낮다.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을수록 관세 부담도 커진다. 이미 2분기(4∼6월) 실적 발표에서 현대차와 기아 등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8%, 24.1% 감소했으며, 이 중 관세로 인한 감소분은 현대차 8282억 원, 기아 7860억 원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관세 대응을 위해 친환경차 전용 공장인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현지에서 인기인 하이브리드차 생산 비중을 늘리는 등 미국 현지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 대한 이민 당국의 급습으로 한국인 전문인력과 외국인 인력 파견이 제한돼 하이브리드차 등 현지 생산 확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 한미 후속 협상 교착, 업계 ‘진퇴양난’ 한미 관세 후속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과 12일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두 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한미 양국 간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 때문에 가격을 올리면 점유율이 떨어지고,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수익성이 악화하는 진퇴양난 상황”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일본·유럽연합(EU)과의 관세율 격차가 장기화할 경우 유럽이나 중국 등 대체 시장 확대 전략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제네시스의 브랜드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습니다.” 페터 크론슈나블 제네시스 유럽법인장(사진)이 9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 제네시스 스튜디오에서 향후 유럽 시장에서의 과제와 관련해 한 말이다. 제네시스는 같은 날 개막한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 2025’에서 ‘마그마 테마 체험 행사’를 개최했다. ‘마그마’는 제네시스의 고성능 프로그램으로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차량에 ‘N’을 붙이는 것처럼 제네시스는 고성능 모델에 ‘마그마’를 붙인다.뮌헨 제네시스 스튜디오에는 시그니처 오렌지 컬러의 GV60 마그마 콘셉트와 GMR-001 하이퍼카 등 제네시스 고성능 차량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GV60 마그마 양산 모델은 올 4분기(10∼12월)에 공개할 예정이며, GMR-001 하이퍼카는 경주용 차량이다. 이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토종 브랜드가 우위를 점하는 시장에서 신흥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2026년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 본격 출전을 앞둔 GMR-001 하이퍼카는 제네시스의 기술력과 디자인 철학을 집약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WEC는 포뮬러1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모터스포츠 대회 중 하나로, 르망 24시 레이스를 비롯한 장거리 내구 레이스들로 구성돼 있다. 제네시스 마그마 경주를 총괄하는 시릴 아비테불 현대모터스포츠 법인장은 “모터스포츠는 브랜드를 변화시키고 문화까지 바꿀 수 있다”며 “제네시스 글로벌 확장의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감정적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모터스포츠 비전을 처음 공개한 뒤 올해 4월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하이퍼카 클래스 출전용 차량을 선보였다. 2026년 3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첫 WEC 레이스를 시작으로 2027년에는 미국의 IMSA 스포츠카 시리즈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유럽 시장 판매 거점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네시스는 2021년 독일, 영국, 스위스 등 3개국 진출에 이어 2026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4개국을 추가해 총 7개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또한 2027년까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라인업에 추가할 계획이다. 크론슈나블 법인장은 “마그마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성능 프로그램으로 타협하지 않는 퍼포먼스, 생동감 있는 디자인, 한국적인 고급스러움을 보여준다”며 “이를 통해 유럽시장에서 ‘디자인 중심의 퍼포먼스 브랜드’로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입니다.”이는 피터 크론슈나블 제네시스 유럽법인장이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테아티너 슈트라세의 제네시스 스튜디오 뮌헨에서 ‘IAA 모빌리티 2025’ 기간 중 열린 전시 행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제네시스는 이날부터 16일까지 ‘마그마 테마 체험 행사’를 열고 GV60 마그마 콘셉트와 GMR-001 하이퍼카 등 고성능 차량 라인업을 공개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토종 브랜드가 우위를 점하는 시장에서 신흥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총 635㎡ 규모의 2층 전시 공간 1층에는 시그니처 오렌지 컬러를 입은 GV60 마그마 콘셉트와 무광 검은색(매트 블랙)으로 마감된 GMR-001 하이퍼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제네시스의 핵심 전략은 모터스포츠를 통한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있다. 2026년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 본격 출전을 앞둔 GMR-001 하이퍼카는 제네시스의 기술력과 디자인 철학을 집약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WEC는 포뮬러1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모터스포츠 대회 중 하나로, ‘르망 24시 레이스’를 비롯한 장거리 내구 레이스들로 구성돼 있다.시릴 아비테불 현대모터스포츠 법인장은 “모터스포츠는 브랜드를 변화시키고 문화를 바꿀 수 있다”며 “제네시스 글로벌 확장의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감정적 스토리텔링”이라고 강조했다. 전 르노 F1팀 감독 출신인 그는 20년간의 모터스포츠 경험을 바탕으로 제네시스 마그마 경주를 총괄하고 있다.실제 제네시스는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모터스포츠 비전을 처음 공개한 뒤 올해 4월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하이퍼카 클래스 출전용 차량을 선보였다. 2026년 3월 카타르에서 열릴 첫 WEC 레이스를 시작으로 2027년에는 미국의 IMSA 스포츠카 시리즈에도 참가할 계획이다.유럽 시장 판매 거점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네시스는 2021년 독일, 영국, 스위스 3개국 진출에 이어 2026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4개국을 추가해 총 7개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현재 8개 스튜디오에서 2026년까지 리테일 파트너 24곳으로 고객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또한 2027년까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라인업에 추가해 고객들에게 더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제네시스는 유럽 시장 확장과 함께 모터스포츠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크론슈나블 법인장은 “제네시스는 아직 젊은 브랜드지만 모터스포츠를 통해 감성적 스토리텔링과 기술력을 함께 키우고 있다”며 “모터스포츠로 브랜드의 성능 의지를 보여주고, 이를 마그마 프로그램에 담아 고객들이 레이싱 기술의 혜택을 직접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뮌헨=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지난달 13일 오후 중부지방에 억수같이 퍼붓는 폭우 속에서 제네시스 G90 블랙(가솔린) 시승에 나섰다. 애초 충남 태안 바닷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려 했으나, 호우주의보에 따른 폭우가 쏟아져 급히 천안으로 방향을 바꿔야 했다. 거센 빗줄기로 전방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이는 오히려 차량의 탁월한 성능을 확인할 절호의 기회가 됐다. 빗길에서 G90 블랙의 각종 주행 안전 보조장치가 완벽하게 작동한 것. 380마력을 발휘하는 3.5L 터보 엔진은 폭우에서도 안정적인 출력을 냈으며, 사륜구동(AWD) 시스템이 미끄러운 노면 상태를 실시간 감지해 전후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배분해 흔들림 없는 주행을 가능케 했다.● 블랙의 아우라, 압도적 존재감 다음 날 맑은 하늘 아래 태안과 원산도로 향하는 길에서 G90 블랙의 특별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측면 창문 테두리(DLO 몰딩)부터 브레이크 캘리퍼까지 검은색 계열 색상이 섬세하게 적용됐고, 20인치 무광택 블랙 휠(다크 스퍼터링 휠)과 블랙 플로팅 휠 캡, 전면 범퍼 그릴부터 후면 레터링까지 세련된 블랙 컬러가 실내외 차량 전체를 감쌌다. 특히 모든 부분을 블랙으로 마감한 실내로 들어가면 고급 호텔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몰입감 있고 편안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었다. 빛의 흡수와 반사량까지 고려한 소재와 질감의 디테일은 감탄을 자아냈다.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내릴 때마다 느껴지는 이른바 ‘하차감’도 단순한 고급차를 넘어선 특별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 가족 모두가 만족한 승차감의 완성도 3박 4일간 총 500km를 주행하는 동안 가장 인상적인 점은 뒷좌석의 공간감이었다. 세단임에도 가족이 거의 누워 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과 블랙 전용 가죽 시트가 여유로운 탑승 경험을 선사했다. 여기에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시트의 마사지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럽지 않은 편안함을 보여줬다. 승차감과 정숙성 또한 놀라웠다. 신형 G90은 공기압 작동 고급 서스펜션(멀티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더욱 부드럽다.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로 스스로 서스펜션 감쇠력을 조절한다. 그 결과 범프 구간이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했다. 승차감만 놓고 보자면 ‘독일 초고급 세단 부럽지 않을 정도’라는 평가가 괜히 나온 말은 아닌 듯했다. 음향 시스템 역시 기대를 뛰어넘었다. 일반 G90이 15 스피커 뱅앤올룹슨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한 것과 달리 블랙 에디션에는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의 23개 스피커가 기본 탑재돼 차량 실내를 음향면에서 완벽한 공간으로 만들어줬다.● 1억2817만 원의 가치 G90 블랙은 단순한 고급 차를 넘어선 감성적 만족을 제공하는 차량이었다. 폭우와 맑은 날씨 모두에서 보여준 안정성과 편안함, 그리고 어디를 가든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블랙의 아우라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제네시스 G90 블랙 에디션 가솔린 3.5 터보 모델의 시작가는 1억2817만 원(5인승 AWD 스탠더드 시트 기준, 개별소비세 5% 적용)이다. 분명 비싼 돈이지만 플래그십 세단으로서의 품격과 기술, 그리고 ‘블랙’이 주는 특별함을 원하는 고객에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수준일지도 모르겠다.보령=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이번 참가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유럽 B 세그먼트 시장을 겨냥한 순수 전기차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둘째, 현대차는 이번에 총 6종의 순수 전기차를 선보이며, A부터 E 세그먼트까지 유럽 전역의 주요 세그먼트를 모두 커버하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자동차 유럽대권역장 겸 유럽권역본부장이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 2025’ 현장에서 소형 전기차 콘셉트 ‘콘셉트 쓰리(Concept THREE)’ 공개와 함께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의 전동화 전략을 설명하며 강조한 말이다.4년 만에 뮌헨 IAA 모빌리티에 복귀한 현대자동차는 뮌헨 오데온 광장 인근 루트비히 슈트라세 거리에 580㎡ 규모의 야외 부스를 조성하고 아이오닉의 파라메트릭 픽셀에서 착안한 7m 높이 유리 구조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부스에는 콘셉트 쓰리를 비롯해 아이오닉 전기차 라인업과 코나 일렉트릭, 캐스퍼 일렉트릭 크로스 등 전기차 7종이 전시됐다.● 독일 전기차 시장 ‘골든타임’ 맞은 현대차그룹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유럽 진출 배경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독일연방자동차관리청(KBA)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독일 전기차 신규 등록은 약 25만 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 한 달간 전기차 등록은 4만8614대로 전년 동월 대비 58% 급증했다.이는 침체기를 겪고 있는 미국 전기차 시장과 대조적이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미국에서의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의 시장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7월까지 유럽에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10만6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역대 최단기간 10만 대 돌파를 달성했다.특히 독일에서 현대차는 전체 판매의 28%를 전기차가 차지해 시장 평균(17.8%)을 크게 웃돌았고, 기아 역시 23.1%의 전기차 판매 비중을 기록했다. 현대차 인스터는 독일에서 올해 7월까지 6341대가 팔리며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판매 1위를 달성했다.기아 역시 4년 만에 IAA 모빌리티에 복귀해 650㎡ 규모 부스에 ‘영감의 창(Windows of Inspiration)’ 콘셉트로 전기차 EV2부터 EV6까지 주요 모델과 EV9, 그리고 PBV 플랫폼 기반의 PV5 패신저를 포함해 총 7대 차량을 전시했다. 특히 유럽 지역 대중들에게 처음 공개되는 EV5와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2 콘셉트가 주목받았다.● 중국 브랜드 ‘세련된 공세’도 주목IAA 현장에서는 중국 브랜드들의 세련된 공세도 눈에 띄었다. 비야디(BYD), 샤오미, 리오토 등 중국 브랜드들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을 넘어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나타났다. 실제로 이들 부스에는 많은 유럽 방문객들이 몰려 차량을 직접 체험하고 상담받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마르티넷 본부장은 현재 유럽 자동차 시장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동차 수요 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현대차는 이를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내연기관차까지 라인업을 확장했으며, 콘셉트 3의 양산형 모델은 1년 후 유럽 시장에 출시돼 브랜드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9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는 기존 모터쇼에서는 볼 수 없던 진풍경이 펼쳐졌다. 뮌헨 구시가지 마리엔플라츠에 최신 전기차가 출현하고, 지하철역 입구에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신차들이 늘어선 광경은 마치 도시 전체가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한 듯한 인상을 줬다. 이는 세계 모터쇼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독일 IAA 모빌리티가 과감한 변신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결과다. 사실 앞서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오토쇼(NAIAS)는 주요 브랜드들의 불참으로 크게 위축됐고, 제네바 국제모터쇼는 119년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해 영구 중단을 발표했다. 전통적인 신차 공개 형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에 따라 2021년 개최지를 뮌헨으로 옮기고 명칭에 ‘모빌리티’를 추가한 독일 IAA 모빌리티는 행사 방식에 있어서도 변신을 꾀했다. 특히 도심 오픈스페이스(열린 공간) 전략이 눈에 띈다. IAA 모빌리티는 뮌헨 도심 마리엔플라츠 오데온스플라츠 쾨니히스플라츠 일대를 무료 전시장으로 꾸며 시민들이 입장료 없이 신차를 보고 시승할 수 있게 했다. 이 전략으로 독일 최대 도심 행사로 자리 잡았다. 2023년 50만 명 이상의 관람객 중 30%가 109개국 해외 방문객이었고, 38개국 750개 업체가 참가해 300개 이상의 월드프리미어와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2025년에는 참가 업체의 55% 이상이 독일 외 기업이고, 중국 브랜드 진출과 현대자동차·기아 부스 확대가 눈에 띈다. 한국은 서울과 부산에서 격년으로 모빌리티 쇼를 열지만, 존폐 논란이 계속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통적인 형태의 모빌리티 쇼로는 생존하기 어려워졌다”며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K컬처를 가미해 모빌리티 쇼를 재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뮌헨=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9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 오데온 광장 인근 루트비히 슈트라세(Ludwig strasse). 현대차가 IAA 모빌리티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아이오닉의 첫 소형 전기차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Concept THREE)’를 기다리는 유튜버 등으로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9시 드디어 하얀 천이 걷히고 ‘콘셉트 쓰리’가 실물을 드러내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럽에 알맞은 소형차인 데다 내년 상반기(1∼6월)면 양산차 모델이 공개될 예정이라는 점에 현지 취재진들도 관심을 내비쳤다.세계 최대 모터쇼로 꼽히는 ‘2025 IAA 모빌리티’. 유럽 한복판에서 한국 독일 중국 간의 ‘전기차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BMW였다. 8일 개막을 하루 앞둔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은 직접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뉴 iX3’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폭스바겐그룹도 엔트리급(기본형)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크로스 콘셉트’를 선보이며 대중화 전략을 공개했다. 중국 차들도 다양한 기술로 맞섰다. 지난해보다 40%가량 많은 무려 100여 개 중국 전기차 회사가 뮌헨에 총출동한 가운데 비야디(BYD)는 5분 충전으로 4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충전 기술을 발표했다. 중국 신흥 전기차 브랜드 샤오펑은 이달 뮌헨 연구개발(R&D)센터 개소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 보급형 시장 진출 가속현대차가 이번 IAA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콘셉트 쓰리’는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소형 전기차 콘셉트카다. 아이오닉 전기차 모델을 소형 차급까지 확장하겠다는 현대차의 전략이 담겼다. 콘셉트 쓰리는 현대차의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강철이 구부러지고 흐르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조각된 역동적인 표면과 독특한 측면 라인(캐릭터 라인)을 특징으로 한다. ‘BYOL(Bring Your Own Lifestyle) 위젯’ 시스템도 눈에 띈다. 평상시 계기판(대시보드)에 있던 이 위젯이 시동을 켜는 순간 스티어링 휠 쪽으로 부드럽게 이동하며, 운전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기능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맞춤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현대차·기아가 올해 7월까지 유럽에서 전년 대비 46% 증가한 10만6000대를 판매한 가운데, 콘셉트 쓰리 기반 양산 차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차세대 전동화 여정을 대표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中-獨, 전동화 기술력 대결 현장에는 100여 개의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해 중국 차의 유럽 공략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비야디는 이번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실(SEAL) 6 DM-i 투어링(TOURING)’도 공개했다. 전기모터 주도로 주행하다 필요시 가솔린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을 쓰는데, 복합 주행거리가 최대 135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차량이다. 비야디는 4월 유럽 전기차 등록에서 7231대로 테슬라(7165대)를 처음 제치는 등 상반기(1∼6월) 유럽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샤오펑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전기 세단 ‘넥스트 P7’ 모델을 공개했고,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준중형 전기 SUV ‘AION V’ 모델 등을 전시했다. 독일 브랜드들은 고성능 전동화 기술력으로 맞불을 놓았다. BMW는 ‘뉴 iX3’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메르세데스벤츠도 한 번 충전으로 7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신형 전기차 GLC를 공개했다. 미국과 달리 유럽 시장은 전기차 캐즘에서 벗어나며 뜨거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119만339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IAA 모빌리티에서 각국의 전기차 기술 경쟁과 소프트웨어 혁신 기술 실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평가했다.뮌헨=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