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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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자입니다.

asap@donga.com

취재분야

2025-11-14~2025-12-14
미국/북미32%
인사일반14%
국제정치14%
중국11%
국제일반8%
유럽/EU8%
국제경제5%
일본3%
아시아3%
중동2%
  • 캄보디아 범죄 배후로 중국계 ‘프린스그룹’ 지목…美 전방위 제재

    미국과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에 ‘웬치(범죄단지)’를 차려놓고 외국인을 불법 감금해 온라인 사기를 강요한 중국계 범죄조직 프린스그룹에 대해 전방위 제재에 착수했다.14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는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그룹을 이끄는 천즈(陳志·38) 회장과 사업체를 상대로 146건의 제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영국 외교부도 이날 천즈와 프린스그룹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영국은 프린스그룹과 연계된 레저·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진베이그룹과 이들과 연계된 암호화폐 플랫폼 바이엑스거래소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미국과 영국은 프린스그룹이 캄보디아에 최소 10개의 온라인 사기(스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짜 구인 광고로 외국인들을 유인해 감금, 고문한 뒤 온라인 사기를 강요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양국은 프린스그룹의 미국 및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천즈가 소유한 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 12만7271개를 몰수할 예정이다. 미 법무부는 천즈를 온라인 금융사기 및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도 기소했다.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천즈는 1987년 중국 푸젠성에서 태어나 2014년 캄보디아로 귀화해 카지노, 온라인 도박 등의 사업을 펼쳐왔다. 캄보디아 최고 권력자로 꼽히는 훈 센 캄보디아 전 총리와 그의 아들 훈 마네트 현 총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프린스그룹이 운영하는 범죄단지인 ‘태자(太子) 단지’엔 한국인들도 감금돼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태자 단지에서 이뤄진 피싱 등 한국인 피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라며 “프린스그룹과 연계 가능성은 의심되나, 연계와 관련된 명확한 증거자료는 확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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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은 조선업 제재, 美는 입항료 부과… 무역갈등 등 터지는 한국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불붙은 가운데 중국 정부가 14일 미국 소재 한화오션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 조치를 단행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제재로 해당 자회사들은 중국 내 무역 거래가 전면 금지되며, 중국 기업들과의 신규 계약 체결도 불가능해진다. 한미 조선 협력을 불편하게 느끼던 중국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한화오션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산업계에서는 미중 무역갈등 속에 한국 기업들이 유탄을 맞는 등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中, 미국 소재 한화오션 자회사 5곳 제재이번 조치는 ‘강 대 강’으로 치닫던 미중 해운·조선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앞서 미국은 4월 발표한 무역법 301조 조사 최종 조치를 적용해 14일부터 중국 해운사가 소유 및 운용하는 선박에 대해 t당 50달러(약 7만2000원), 중국산 선박에 대해 t당 18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서도 t당 46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물리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 기업이 소유했거나 건조한 선박에 t당 400위안(약 8만 원)의 입항 수수료 부과에 나섰다. 이어 중국이 이례적으로 개별 기업인 한화오션을 직접 겨냥한 제재를 내놓은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조선 협력 최대 파트너국으로 부상하고, 특히 한화오션이 이를 주도하면서 중국의 경계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한미 조선업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핵심 참여 업체다. 8월 이재명 대통령이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미국 정부 발주 선박 명명식에 참석하는 등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추가 제재 나올까, 한국 산업계 긴장 당장 이 조치로 인한 한화오션의 직접적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의 미국 조선소가 중국으로 물량을 보내지 않을뿐더러, 미국 내 자회사들이 중국과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해당 조치의 사업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중국의 한국 기업 추가 제재를 시사하는 경고성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중국이 한국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여 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향후 조선뿐 아니라 미국과 사업 밀착도가 높은 반도체, 철강 기업들도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미 관세 협상을 위해 노력해온 기업들이 미중 갈등으로 피해를 입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에 중국의 보복 조치는 낯선 경험이 아니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사태 당시 롯데마트는 중국 내 매장 112곳 중 87개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현대자동차·기아는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락해 생산기지들을 매각해야 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 조선 협력이 강화되는 시점에 중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해운·조선 경쟁국인 한국을 견제하고 한미 공급망 결속에 균열을 내기 위한 전략적 견제”라고 평가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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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 52만명 섬나라의 기적…카보베르데, 월드컵 본선 첫 진출

    서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축구 강호 카메룬을 제치고 조 1위로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인구 52만 명의 소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13일(현지 시간) 카보베르데 수도 프라이아의 카보베르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에스와티니와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D조 최종전(10차전) 경기에서 카보베르데 축구대표팀이 3대0으로 이겼다.카보베르데는 7승2무1패, 승점 23으로 조 1위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알제리, 가나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6번째로 북중미행을 확정 지었다.10개 화산섬으로 이뤄진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대륙 서쪽 대서양에 위치했다. 1인당 GDP가 2023년 기준 4861달러(약 744만원)에 불과하다. 한국의 6분의 1 수준이다. 1986년 FIFA에 가입한 카보베르데는 2002년 한일 대회부터 월드컵 예선에 참가했다. FIFA 랭킹은 2014년에 27위까지 올랐고, 현재는 70위다. 중국(94위)보다도 높다. 카보베르데 국가대표팀에는 유럽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는 없지만, 대다수가 유럽 중소 리그나 2부 리그, 중동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유의 축구 사랑으로 축구장을 잘 갖추고, 국내 리그를 연중 운영해 선수층이 탄탄하다는 점 등이 선전의 배경으로 꼽힌다. 또 카보베르데 출신 부모를 둔 유럽 선수들을 적극 기용했다. 대표팀의 절반 가량이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태생이다. 카포베르데는 1460년 포르투갈이 발견하기 전까진 무인도였다. 국명은 포르투갈어로 녹색 곶을 뜻한다. 섬과 가장 가까운 육지인 세네갈의 케이프 베르데 반도의 이름을 따 지었다. 포르투갈은 섬에 도시를 만들어 유럽, 미국, 브라질, 아프리카를 잇는 노예 무역 요충지로 활용했다. 노예 무역이 쇠퇴한 뒤 19~20세기 기근과 경제난을 겪었고 1975년 독립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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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대만 심리전부대 간부 18명 공개수배

    중국과 대만 간 정보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 심리전부대 핵심 간부 18명에 대해 공개 수배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해당 부대 소속 대원 전원의 신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하는 등 대만의 중국 비방 여론전에 대한 공개 압박에 나섰다. 11일 중국 관영매체 중국중앙TV(CCTV)의 소셜미디어인 르웨탄톈(日月譚天)에 따르면 푸젠성 샤먼 공안국은 최근 대만군 정치작전국 심리작전대대 핵심 간부 18명을 현상 수배했다. 이 매체는 “수배된 18명에 대해선 최고 사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르웨탄톈은 대만 심리작전대대가 중국인과 대만인을 상대로 중국에 대한 반감을 조장하는 선전물의 제작 및 배포를 맡았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을 비방하는 웹사이트나 청소년층을 겨냥한 반중 모바일게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허위 영상 등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안국은 조사 과정에서 심리작전대대 소속 대원 250여 명 모두의 신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부대는 정보, 전술, 전파 등 역할을 나눈 6개 중대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당국은 대만이 전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시절부터 대(對)중국 정보전을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 국무원 대만 담당 기구인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陳斌華) 대변인은 “국가 분열을 선동하는 대만 독립 세력을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국가의 주권, 안전, 그리고 영토의 완전성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만 국방부는 “대만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민의 사기와 의지를 꺾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대만 정부 역시 군과 정치권, 사회 각계에서 활동 중인 중국 간첩 색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 롄허(聯合)보에 따르면 이날 대만 검찰은 대함미사일 슝펑-2 관련 기밀을 중국 정보요원에게 넘긴 전직 대만군 해군 병사 린모 씨를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린 씨는 2023년 반중 매체 홍콩 특파원으로 위장한 중국공산당 무장경찰부대 소속 정보요원에게 포섭된 것으로 조사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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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서명식 참석차 중동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1단계 휴전 합의를 공식화하는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동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쟁은 끝났다”며 휴전이 유지될 거라고 공언했다.미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합의 1단계가 발효되면서 양측간 교전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전쟁은 끝났다”고 답했다.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협정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유지될 거라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탑승에 앞서 “지난 이틀 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모여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석방을 축하했다”고 말했다.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이것은 매우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을 만난 뒤 예루살렘 의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이후 이집트로 이동해 2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중동 평화 정상회의를 주재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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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와 위기상황 완벽재현…前나토 간부 회고록 화제 [트럼피디아] 〈45〉

    노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인 중 하나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재무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시절의 일화를 담아 지난달 말 출간한 회고록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책은 속기록을 읽는 듯한 생생한 대화에 더해 스톨텐베르그의 솔직한 감상이 담겨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교류가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달 말 영문판 출간을 앞두고 영국 가디언을 통해 공개한 발췌본을 살펴봤다. ● 트럼프 깜짝 승리에 ‘대응 모드’로 전환스톨텐베르그는 정치인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외무장관, 국방장관, 주유엔대사 등을 지낸 노동당 중진이었다. 그 역시 기자와 공무원으로 잠시 일한 뒤 32세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평생을 정치에 투신했지만, 그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6년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직감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오판을 깨닫지 못한 채 자정에 자러 갔다. 당시 워싱턴 시간은 개표가 막 시작된 오후 6시였다. 다음날 오전 5시 기상하자마자 그는 CNN 보도를 본 그는 ‘트럼프 승리 유력’이라는 기사가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오전 6시 동료들과 조찬 자리에서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트럼프가 유세 기간 나토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나토 수장으로서 트럼프와 최대한 빨리 좋은 업무 관계를 쌓아야 했다. 그와 참모들이 나토에 대해 보다 좋은 인상을 가지게 해야 했다.”스톨텐베르그는 트럼프를 진지하게 생각했다. 직원들 입단속부터 시작했다. 트럼프를 조롱하고 비웃는 인식이 퍼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혹여나 워싱턴으로 ‘나토가 트럼프를 우습게 생각한다’는 소식이 흘러갈까 우려했다. ● 새 미국 대통령과의 색다른 첫면담스톨텐베르그는 나토 사무총장으로 10년(2014~2024년)간 재임하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대통령까지 세 명의 미국 대통령과 합을 맞췄다. 첫 백악관 회담은 시작부터 달랐다고 한다. 오벌 오피스 문이 열리고 손님을 서서 맞이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트럼프는 결단의 책상 뒤에 편안히 앉아있었다. “다들 들어오세요” 트럼프가 웃으며 말했다. 20분간의 일대일 대화는 묘하게 엇갈리며 중구난방으로 흘렀다. 트럼프가 “나토도 북한 문제에 동참하면 안 되냐”고 묻자, 스톨텐베르그는 뜻을 짐작할 수 없어 곤혹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미군이 공격을 받아 나토가 자동개입한 아프가니스탄전처럼 북한에도 개입할 수 있느냐는 의미였다.화제는 러시아로 넘어갔다. 스톨텐베르그가 노르웨이 총리 시절 러시아와 협상한 경험을 언급하자 트럼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노르웨이인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셀리나 미델파르트를 아냐”고 물었다. 미델파르트는 트럼프와 몇 차례 데이트했던 노르웨이 재벌 후계자다. 트럼프가 뉴욕의 클럽에서 멜라니아 여사의 전화번호를 물어본 날, 그와 동행했던 여성이기도 하다. “좋은 여자입니다. 당시 노르웨이 신문에서 우리에 대해서 어떻게 썼는지 궁금하네요.”트럼프의 질문에 스톨텐베르그는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즉석에서 대답했다.“그럼요. 좋게 보도됐습니다. 지금은 노르웨이 부자랑 결혼했어요.”“그는 돈이 많지 않아요.”트럼프가 미델파르트의 남편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스톨텐베르그는 깨달았다. 수천억 원대 자산가도 트럼프의 눈에는 부자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마커로 수정한 연설문다음달 둘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다시 만났다. 트럼프는 새로 지은 나토 본부를 보며 “이렇게 큰 건물이 정말 필요하냐”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뭘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트럼프 인터네셔널 호텔을 만든 건축가들이 나토 본부도 설계했다고 알려주자 “그 비싼 건축가들? 대체 왜 그렇게 비싼 사람들을 쓴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고 한다. 연설 차례가 되자 트럼프는 테러의 위협을 경고한 뒤 나토 회원국 방위비 이야기로 넘어갔다. “나토 28개 회원국 중 23개국이 약속한 국방비를 지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공평하지 않다.”연설을 하면 할수록 스톨텐베르그가 전날 건네받은 연설문과 달랐다. 슬쩍 보니 일부 문장은 지워졌고, 굵은 검은색 마커로 몇 가지 키워드가 적혀 있었다. ‘(돈을) 내야 한다(MUST PAY)’ ‘불공평하다(NOT FAIR)’ ‘2%가 하한선이다!’● 워싱턴에서 걸려온 경고 전화임기 첫해에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했다. 방위비 압박은 이듬해 더욱 거세졌다. 나토 정상회담을 보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트럼프가 갑자기 전화 통화를 요청하자 스톨텐베르그는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통화에서 방위비 인상을 요구했다. 특히 독일에 대한 불만이 컸다. 얼마 전 가졌던 안젤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백악관 회담을 언급했다. “제가 ‘안젤라, (독일은 방위비로) 2%를 써야 합니다’라고 했더니, ‘아마도 2030년엔 달성할 거예요’라고 답하더군요. 웃으면서요. 웃었단 말입니다!”트럼프는 스톨텐베르그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우리도 앞으로 독일만큼만 낼 거다. 우리는 나토를 떠나면 그걸로 끝이다. 나토가 절박하게 필요한 건 당신이다. 우리는 나토가 필요 없다.”이 말을 듣자 불길한 걱정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스톨텐베르그를 휘감았다. 미국이 발을 빼면 나토의 생명줄이 끊길 수 있었다. 그는 곧 마르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헤이그에서 만났다. 어떻게 트럼프를 설득해 나토에 남게 할지 작전 회의를 했다. 둘은 트럼프 취임 후 1년간 나토 회원국이 330억 달러의 국방비 추가 지출을 약속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 “회의장을 떠나겠다. 내가 남을 이유가 없다.”트럼프는 2018년 7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당장’ 인상하라는 압박을 쏟아냈다. 미국의 대유럽연합(EU) 무역 적자, 유럽의 개방적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까지 곁들였다. 새 나토 본부를 두고는 “탱크에서 한발만 쏴도 이 건물은 무너질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메르켈이 일어나 스톨텐베르그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대응해야 합니다. 이대로 지나갈 순 없어요.”짧은 쉬는 시간에 트럼프는 팔짱을 끼고 앉아있었고, 방 한켠에서는 스톨텐베르크가 메르켈과 뤼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긴급 회의를 했다. 이들의 참모들도 사방에 전화를 돌리며 동분서주했다. 회의가 재개되자 트럼프는 더욱 세게 나왔다. 독일이랑 미국이 같은 금액을 내지 않는다면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했다. “회의장을 떠나겠습니다. 제가 여기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습니다.”정상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스톨텐베르그의 머릿속에는 ‘오늘 70년 역사의 나토가 망가진 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메르켈이 반박하자 트럼프는 회원국을 한곳씩 호명하며 GDP 대비 국방비를 읊었다. 이런 식이었다. “크로아티아, 아,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믿기지 않네요. 1.26%. 기분이 정말 끔찍하겠어요.”● 트럼프 마음에 쏙 든 ‘330억 달러’ 스톨텐베르그는 준비한 설득 카드를 꺼내들었다. 뤼터였다. “대통령님, 방위비를 증액하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정확히 그러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당신의 리더십 때문에 방위비로 330억 달러를 더 썼습니다.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죠.”트럼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뒤 스톨텐베르그에게 쪽지를 건넸다. 가지런한 필체로 “사무총장님, 저 덕분에 나토 회원국이 방위비를 대폭 증액했다고 말씀하신다면, 우리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드디어 실마리가 보였다. 스톨텐베르그는 마이크를 잡고 트럼프의 쪽지를 그대로 읽은 뒤 회의를 조기 종료했다.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릴 돌발상황을 막고 싶었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트럼프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스톨텐베르그는 긴장 속에서 지켜봤다. “나토에 대한 미국의 헌신은 매우 강력합니다. 회원국들의 기개와 더 많은 국방비를 쓰겠다는 의지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앞으로 최소 330억 달러를 더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단합되어 있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스톨텐베르그의 외교술스톨텐베르그는 최근 또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올 2월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의 요청을 받아 재무장관으로 복귀했다. 지난달에는 그가 속한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다.트럼프와 관계도 좋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스톨텐베르그의 연임을 요청했고, 2기 취임식 때도 그를 초대했다. 최근에도 관세 협상을 위해 소통하고 있다. 현지 언론 DN 보도에 따르면 7월 회의 때는 트럼프가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가 누구냐”고 물었다고 한다. 스톨텐베르그는 2018년 나토 정상회의를 회고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트럼프식 협상술이 통했다고도 전했다. 트럼프가 ‘즉각 2% 달성’ 카드를 꺼내들자 나토 회원국들은 더 많이, 더 빨리 방위비 지출 수준을 끌어올렸다.그날의 아첨에 대해 후회는 없을까. 출간을 앞두고 진행한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스톨텐베르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혀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를 담아 신중히 선택한 표현이었습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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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협은 없다”… 극한 정쟁 수단 전락한 美 셧다운[글로벌 포커스]

    “민주당이 ‘가미카제’(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자폭 특공대) 같은 공격을 벌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통령과 공화당은 정부를 계속 열어두기 위한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 마치 영화 ‘라라랜드’ 속에 있는 것 같다.”(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국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이 2026 미국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를 앞두고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해 1일(현지 시간)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shutdown·일시 업무정지)’됐다. 이번 셧다운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공공 건강보험 ‘오바마케어’를 위한 보조금 지급 갈등으로 불거졌다. 보조금 지급에 공화당은 반대, 민주당은 찬성하는 상황. 하지만 감세, 불법 이민자 단속,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같은 주요 도시에 대한 군 병력 투입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둘러싼 양당의 첨예한 대립이 셧다운의 실질적인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런 만큼 해결책 마련도 쉽지 않다. 특히 양당 모두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어 셧다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상원 전체 100석 중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은 53석만 보유하고 있어 민주당 의원 7명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각종 ‘일방통행’을 이번 예산안으로 견제하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또한 이번 셧다운을 민주당 우세 지역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 삭감 계기로 삼겠다는 속내를 보인다. 극한의 정치 갈등이 이어지면서 미국민의 고통과 불편만 커지고 있다. 셧다운 기간에는 안보, 경찰, 의료, 교통 등의 필수 업무를 제외한 일반 업무가 대부분 중단되고 공무원들도 월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셧다운이 무엇인지, 또 그 배경과 파장을 살펴본다.● 美, 예산권 전적으로 의회 부여 셧다운이란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정부 기능의 일부 또는 전부가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연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예산을 짜거나 집행할 권한이 없는 미국의 예산 체계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헌법과 관련법을 통해 예산안의 심의·의결, 편성권까지 모조리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54조 제3항을 통해 ‘준(準)예산’을 보장하고 있는 한국과 큰 차이다. 한국에서는 예산안이 합의되지 않더라도 지난해 예산에 준한 집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예산안 의결이 해를 넘기더라도 정부 기능이 멈추는 사태는 없다. 반면 예산에 관해 입법부에 거의 모든 권한을 부여한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안을 확정하기 위해 매년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 전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통적으로 의회의 예산안 승인은 보통 이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의회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의 정부 업무 중지를 막기 위해 임시 예산안을 처리한다. 그러나 종종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임시 예산안마저 처리하지 못할 때 셧다운이 발발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2025 회계연도 종료가 다가오던 올 9월부터 종료 후 연방정부를 운영할 7주짜리 임시 예산안을 두고 날카롭게 대치했다. 특히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양당의 시각차가 컸다. 공공보험 가입률이 낮은 미국에서는 그간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보험 가입을 독려해 왔다. 공화당은 이 보조금이 ‘재정 낭비’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약자 보호’를 명분으로 맞선다. 저소득층의 의료 혜택이 줄어들면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해 결과적으로는 더 큰 돈이 들어간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는 셧다운 발발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동했지만 의견 차가 커 합의하지 못했다. 이후 수차례 상원 표결이 이어졌지만 모두 부결됐다.● 공무원 75만 명 무급 휴직-항공편 지연 속출 셧다운 뒤 미국 사회는 큰 동요를 겪고 있다. 의회예산처(CBO)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약 75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이는 전체 연방 공무원(약 210만 명)의 35%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무급 휴직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피해도 크지만,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가 대거 중단돼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수도 워싱턴의 경우만 해도 워싱턴기념탑, 국립기록보관소, 국립식물원, 의회 도서관 등이 셧다운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력 부족 문제로 문 닫는 공공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뉴욕, 덴버 등 주요 도시의 공항에서는 항공관제 인력 부족으로 항공편 지연도 속속 발생했다. 관제사 등 필수 인력은 연방정부 셧다운 시에도 무급으로 일해야 하지만 급여 없이 일해야 한다는 점에 반발한 일부 직원들이 병가를 내는 식으로 출근하지 않는 것이다.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6일 하루에만 미국 내에서 최소 4000여 편의 항공편이 지연됐다.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는 셧다운 동안 1주일에 150억 달러(약 21조 원)의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셧다운 빈도-기간 점점 증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서 연방정부 전체가 문을 닫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셧다운은 1981년부터 등장했다. 1981년 이전까지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도 연방 기관들은 양당 대치가 곧 해소될 것으로 여겨 운영을 계속했다. 이때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는 상황을 셧다운이 아닌 ‘예산 공백(funding gap)’이라 불렀다. 1980년 지미 카터 행정부 때 글래디스 스펠먼 당시 민주당 하원의원은 ‘적자(赤字) 방지법(Antideficiency Law)’에 대한 유권해석을 법무부에 의뢰했다. 해당 법은 ‘의회에서 예산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정부 기관은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펠먼 전 의원은 법무부가 이를 넓게 해석해 예산 공백 상황에서도 연방 공무원들이 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게 하고자 했다. 반면 당시 벤저민 시빌레티 법무장관은 연방 기관이 의회에서 승인된 예산안에서 벗어난 지출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보수적인 법률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시빌레티 전 장관은 적자방지법을 위반한 기관장에게 5000달러(약 700만 원)의 벌금과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규정까지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현재의 셧다운이 사실상 일상화된 것이다. 1981년 이후 미국에서는 총 15번의 셧다운이 발생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8회), 조지 부시 행정부(1회), 빌 클린턴 행정부(2회), 버락 오바마 행정부(1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3회) 등이다. 21세기 들어 셧다운의 기간 또한 대폭 늘었다. 20세기의 셧다운은 평균 2.2일간 지속됐지만 21세기에는 17.3일로 8배가량으로 늘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경장벽 건설을 두고 발생한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의 셧다운은 총 35일로 역대 최장 기간 셧다운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예산안에 자신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57억 달러(약 7조9800억 원)가 배정돼 있지 않자 예산안을 거부했다. 셧다운 장기화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손을 들었지만 셧다운은 35일간 이어졌다. CNN은 최근의 셧다운을 두고 “점점 더 당파적으로 변해 교착 상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셧다운은 오바마 2기 행정부 시절인 2013년에 이어 이번에 또 발생했다. ‘작은 정부’와 ‘복지 확대’는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의 핵심 정체성과 이념을 상징한다. 이에 따라 양측 모두 양보가 쉽지 않은 것이다.● 셧다운을 보복 수단으로 삼는 트럼프이번 셧다운을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삼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갈등 해소의 걸림돌이다. 그는 셧다운 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주요 도시에 속속 연방 지원금을 동결하고 있다. 그는 셧다운 첫날인 1일 뉴욕주 뉴욕시의 교통 인프라 사업에 대한 180억 달러(약 25조2000억 원)의 예산 지원을 동결하기로 했다. 슈머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모두 뉴욕주인데 이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3일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지하철 현대화 프로젝트를 위한 지원금 21억 달러(약 29조4000억 원)의 지급 또한 보류했다. 조만간 대대적인 공무원 해고 조치도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셧다운이 계속되면 상당한 인원 감축이 있을 것”이라며 “그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은 모조리 민주당에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이 셧다운을 반대 진영을 압박하기 위한 무기처럼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후 실세’ 보트가 예산 보복 주도민주당 우세 지역에 대한 예산 지급 지연 등에 관한 주무 작업은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49·사진)이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이틀 차인 2일 보트 국장과 회동했다. 그는 당시 트루스소셜에 “보트 국장이 추천하는 수많은 ‘민주당 기관’ 중 어떤 곳을 축소할지, 또 그 축소가 영구적이어야 할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트 국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OMB 부국장, 국장을 지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다시 OMB 국장으로 복귀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대통령의 신뢰 또한 두텁다는 평을 받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인 해외 원조 축소, 공영방송 예산 삭감, 연방 보조금 지급 지연, 올 7월 의회를 통과한 대규모 감세 법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 구상 등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트 국장은 작은 정부와 보수 기독교 세계관을 신봉한다. 또 인종차별 폐해를 가르치는 비판적 역사교육(CRT)에 부정적이다. 올 2월 그의 상원 인준 당시 공화당 의원은 53명이 전원 찬성했고 민주당 의원 47명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을 만큼 그 자신이 미국의 정치 및 이념 갈등을 상징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런 보트 국장을 두고 “연방정부를 ‘트럼프식’으로 재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보트는 정부를 축소하는 방법을 평생 동안 생각해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CNN에 따르면 보트 국장은 ‘프로젝트 2025’에도 관여했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위해 연방정부 축소 등 각종 정책을 제언한 사업이다. 다만 보트 국장의 행보에 대해선 공화당 안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있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때문에 이번 셧다운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하면서도 “보트에게 (나라 곳간의) 열쇠를 넘길 때는 위험하다”고 했다. CNN은 “OMB는 원래 의회가 배정·승인한 예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보트가 수장이 된 이후 연방 기구를 해체하는 힘을 가진 기관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셧다운(Shutdown)미국 연방정부의 기능이 일시 정지되는 현상.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부터 시작하는데, 그 전까지 의회 내 갈등으로 인해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대통령이 통과된 예산안을 거부할 경우 셧다운이 발생한다. 셧다운이 발생해도 국방,경찰,소방,의료 등의 필수 업무는 가동된다. 다만 국립공원, 박물관 등의 업무는 중단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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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노벨과학상 27명 비결은? 과학기술법-520조원 투자 ‘결실’

    “일본은 앞으로도 계속 노벨 수상자를 배출할 것이다”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기타가와 스스무(北川進) 교토대 특별교수는 9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는 여전히 하나의 학술 분야의 뿌리가 되는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여러명 확실히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올해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2관왕’에 성공한 데 대해 일본 언론들은 40여 년 전부터 축적된 기초과학 연구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는 국가 차원의 기초과학 연구 지원이 일본의 강점으로 뽑힌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만 2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 비결은 장기전 버틸 연구비 지원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전후 과학기술을 재건의 기둥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1956년 과학기술청을 설립해 원자력과 우주 분야에 관 주도 프로젝트형 연구를 발족했다. 1980년대 일본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자 일본 안팎에서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일본은 1995년 도입된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과학기술 진흥을 국가의 책무로 보고 거액의 연구자금을 지원했다. 이듬해부터 2010년까지 57조 엔 이상의 국비를 기초연구에 지원했다. 이에 따라 속도보다 지속성을 중시하는 연구문화가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의 첫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 교토대학교 교수도 1997년부터 2012년 노벨상 수상까지 정부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지원받았다.산학 협력과 국제 교류를 중시한 점도 일본의 강점으로 꼽힌다.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요시노 아키라(吉野彰) 박사는 교토대를 졸업한 뒤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해 리튬이온 배터리 등을 연구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일본에서는 유능한 연구자를 육성하기 위한 노하우가 형성되어 왔다”고 했다. 기우치 미노루(城内実) 일본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기초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시간은 걸리지만 계속하면 성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기초연구에 오랜 시간 천천히 끊김 없이 지원하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며 “우수한 과학기술의 성과가 앞으로도 잇달아 창출되도록 예산의 지속적인 확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기초연구 명맥 끊길 수 있다” 우려도그러나 일본 내부에선 신진 연구자가 장기전을 감내하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기초연구 강국의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경기 침체를 겪으며 2004년 국립대 법인화에 나서 운영비 교부금을 삭감했다. 정부 지원도 실용화가 기대되는 연구에 집중했다.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는 “연구비를 얻으려면 결과가 금세 나오는 제안서를 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열악한 연구 환경에 대한 불만이 크다. 오카자키 유스케(岡崎裕典) 규슈대 지구행성과학과 교수(48)는 “최근 근무시간의 25%만 연구에 썼다”며 “국가연구비 신청서 작성에 한달씩 걸리고, 강의와 회의가 늘어 어쩔 수가 없다”고 NHK방송에 토로했다. 실제 연구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21∼2023년 발표된 인용 횟수 상위 10% 자연과학 논문 순위에서 일본은 역대 최저인 13위에 그쳤다. 25~39세 젊은 교원의 비중도 1980년대 초 40%를 넘었으나 2022년 21%로 반토막 났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사카구치 시몬 (坂口志文) 오사카대 특별교수는 6일 아베 도시코(阿部俊子) 문부과학상과 통화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며 “일본은 그간 면역학 분야를 선도했지만 머지않아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일본이 도전과 실패를 인정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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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불발땐 관세폭탄?…트럼프 보복설에 노르웨이 전전긍긍

    10일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상 불발 시 노벨위원회가 위치한 노르웨이에 외교적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2010년 중국은 반체제 인권운동가 고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6년간 노르웨이와 외교 관계를 사실상 단절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에 실패할 경우 내놓을 반응을 두고 노르웨이 현지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노르웨이 소식통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지 못하면 양국간 외교적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일각에서는 미국이 보복 관세 부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분담금 인상 압박, 적국 선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르웨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르웨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앞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재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노벨상을 받고 싶고, 관세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교부 장관은 “노벨위원회는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5명으로 구성된 노벨위원회 위원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정하나, 정부나 국회의 정치적 간섭은 없다는 입장이다. 노벨평화상 발표를 하루 앞둔 9일 영국 BBC와 노르웨이 국영방송은 6일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 수상자 선정 회의 현장을 공개했다. 1901년 노벨평화상 시상을 시작한 이후 노벨위원회는 회의 장면은 물론이고 회의 소집 일정조차 대중에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이날 회의에서 정해졌다.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1895년 노벨의 유언에 명시된 노벨상의 역할과 기준에 대해 소리 내 읽은 뒤 회의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노벨 평화상은 국가간 우호, 군비 감축, 평화 교섭 등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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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의 대만침공, 시진핑 軍 개혁 성숙기 2035년 가능성 높아”

    10년 뒤인 2035년에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다는 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이 추진 중인 국방 개혁이 마무리돼 세부적인 침공 준비를 마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 임기가 끝나는 2027년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정보 당국의 분석과는 차이가 있다.● “2035년 중국군 전력 성숙기 돌입” 8일 대만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이날 국립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안보 좌담회에서 치러이(亓樂義) 국방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군의 대만 침공 고위험 시기는 2035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제시한 군 현대화 3단계 전략 중 두 번째 단계가 완성되는 2035년에 군사 개혁의 성과가 성숙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창군 100주년인 2027년까지 군 현대화 전환을 목표로 설정한 데 대해선 “외부 공격 준비보다는 내부 역량을 단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27년까지 연합작전을 위한 지휘체계 전환과 신형 무기의 실전 운용 준비를 마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린잉유(林穎佑) 담강대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역시 2017년 중국 군사학교 개편 후 육성된 장교들이 2035년경 현장 지휘관으로 진급하게 된다고 짚었다. 차세대 훈련을 받은 인재들이 핵심 간부진에 포진하는 2035년을 전력 완성기로 봐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공군이 대만 인근에서 벌이는 훈련이 질적으로 한층 고도화됐다고 분석했다. 마전쿤(馬振坤) 국방대 중공군사사무연구소 교수는 “심리적 교란을 목표로 한 회색지대 전술에서 실제 전투 준비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린 교수는 “과거 양으로 압도하는 전술을 쓰던 중국군이 질 중심의 새로운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공중과 해상 역량을 동시에 운용해 대만을 압박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짚었다. 마 교수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공군의 훙-6 중장거리 폭격기가 대만해협 공역에서 활동한 날은 14일로 집계됐다. 마 교수는 “훙-6 폭격기가 대만섬 내 주요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외과 수술식’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벌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과거 서태평양이나 대만 남서쪽 공역에서 주로 포착되던 중국 폭격기가 대만해협 공역으로 활동 반경을 옮긴 점도 우려했다. ● 라이칭더 “中 군사훈련 인태지역 확대 주목해야” 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올 8월 대만 국방부가 발표한 ‘중공 군사력 보고서’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이 2035년까지 전면적 군사 현대화를 실현해 대만에 대한 봉쇄 전력 완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 국제 수역으로 간주되는 대만해협을 사실상 중국의 통제 범위 안에 두는 ‘내해화(內海化)’ 달성을 위해 제2도련선(일본 혼슈∼사이판∼괌∼인도네시아) 서쪽 전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했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은 7일 미국의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클레이 트래비스 앤드 벅 섹스턴 쇼’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기회가 생긴다면) 시 주석이 대만해협을 비롯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이 군사 훈련을 근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 라이 총통은 “중국 항공모함이 제2도련선을 넘어 이동하고 있으며, 북방 함대는 일본 주변을 일주일 동안 항해하기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만 침략을 영구적으로 포기하도록 설득한다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8일 중국 국무원 대만 담당 기구인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陳斌華) 대변인은 “그(라이)는 원칙 없는 외세 영합과 끝없는 ‘매국’으로 대만 국민의 피와 살을 탕진하고 자신을 매춘하며 외세에 몸을 맡겼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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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대만침공, 2035년 가능성 높아…시진핑 軍 개혁 성숙기”

    10년 뒤인 2035년에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다는 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이 추진 중인 국방개혁이 마무리 돼 세부적인 침공 준비를 마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과는 차이가 있다.● “2035년 중국군 전력 성숙기 돌입”8일 대만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이날 국립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안보 좌담회에서 치러이(亓樂義) 국방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군의 대만 침공 고위험 시기는 2035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제시한 군 현대화 3단계 전략 중 두번째 단계가 완성되는 2035년에 군사 개혁의 성과가 성숙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창군 100주년인 2027년까지 군 현대화 전환을 목표로 설정한 데 대해선 “외부 공격 준비보다는 내부 역량을 단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27년까지 연합작전을 위한 지휘체계 전환과 신형 무기의 실전 운용 준비를 마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린잉유(林穎佑) 담강대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역시 2017년 중국 군사학교 개편 후 육성된 장교들이 2035년경 현장 지휘관으로 진급하게 된다고 짚었다. 차세대 훈련을 받은 인재들이 핵심 간부진에 포진하는 2035년을 전력 완성기로 봐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공군이 대만 인근에서 벌이는 훈련이 질적으로 한층 고도화됐다고 분석했다. 마전쿤(馬振坤) 국방대 중공군사사무연구소 교수는 “심리적 교란을 목표로 한 회색지대 전술에서 실제 전투 준비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린 교수는 “과거 양으로 압도하는 전술을 쓰던 중국군이 질 중심의 새로운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공중과 해상 역량을 동시에 운용해 대만을 압박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짚었다.마 교수에 따르면 지난 달 중국 공군의 훙-6 중장거리 폭격기가 대만해협 공역에서 활동한 날은 14일로 집계됐다. 마 교수는 “훙-6 폭격기가 대만섬 내 주요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외과 수술식’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벌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과거 서태평양이나 대만 남서쪽 공역에서 주로 포착되던 중국 폭격기가 대만해협 공역으로 활동 반경을 옮긴 점도 우려했다. ● 라이칭더 “中 군사훈련 인태지역 확대 주목해야”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올 8월 대만 국방부가 발표한 ‘중공 군사력 보고서’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이 2035년까지 전면적 군사 현대화를 실현해 대만에 대한 봉쇄 전력 완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 국제수역으로 간주되는 대만해협을 사실상 중국의 통제 범위 안에 두는 ‘내해화(內海化)’ 달성을 위해 제2도련선(일본 혼슈∼사이판∼괌∼인도네시아) 서쪽 전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했다.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은 7일 미국의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클레이 트래비스 앤드 벅 섹스턴 쇼’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기회가 생긴다면) 시 주석이 대만해협을 비롯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이 군사 훈련을 근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 라이 총통은 “중국 항공모함이 제2도련선을 넘어 이동하고 있으며, 북방 함대는 일본 주변을 일주일 동안 항해하기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만 침략을 영구적으로 포기하도록 설득한다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8일 중국 국무원 대만 담당 기구인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陳斌華) 대변인은 “그(라이)는 원칙 없는 외세 영합과 끝없는 ‘매국노’로 대만 국민의 피와 살을 탕진하고 자신을 매춘하며 외세에 몸을 맡겼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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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값 올해만 53% 뛰어… 美셧다운-관세 불안속 ‘안전자산 랠리’

    “금값이 현기증 나는 급등세의 정점을 찍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금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31.1034786g)당 4000달러(약 570만 원)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날 금 가격은 현물과 선물 가격 모두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넘기며 뜨거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값은 3월 3000달러를 넘긴 뒤 질주하더니 4000달러의 벽을 넘었다. 금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000달러를 넘기고,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 2000달러 선을 뚫었다. 1000달러에서 2000달러의 벽을 넘기는 데는 12년, 그 뒤 3000달러를 넘기는 데 5년이 걸렸지만 4000달러 돌파에 걸린 시간은 겨우 7개월이다.● ‘김치 프리미엄’ 10% 넘게 확대금 가격이 급등하자 한국 금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KRX 금시장의 금 현물 가격은 1g당 19만131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1일 종가(15만6840원) 대비 22% 올랐다. 장중에는 20만30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 20만 원의 벽을 넘기도 했다. 국내 금값이 급등하자 이날 기준 ‘김치 프리미엄’(국내외 시세 차)은 10% 넘게 커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이른 데다 한동안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지금에라도 금을 사야 수익을 낼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포모’(소외될 것에 대한 두려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도 자금이 몰렸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국내 금 현물에 투자하는 ‘ACE KRX 금 현물’과 ‘TIGER KRX 금 현물’을 각각 2340억 원, 186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기간 개인들이 투자한 전체 ETF 중 순매수 유입량 3위와 4위에 해당한다.● 불확실성 증폭돼 투자금 금으로 몰려 금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올해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불거진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폭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이어가며 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되자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몰리게 된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지난달에도 금을 사들이며 11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국가의 외환보유액도 늘고 있다. 각국이 보유한 금값이 상승하거나 달러화 약세로 자국 통화가치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따르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이 3조3387억 달러(약 4757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12월 3조3303억 달러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당국은 지난달 글로벌 금융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만도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한 6029억4000만 달러(약 859조 원)를 기록했다. 이달 1일 시작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전망도 금값을 끌어올렸다. 기준금리가 더 인하되면 ‘약달러’가 불가피해 상대적으로 다른 자산 가격이 오른다. 그런데 미국 국채 등 다른 전통적인 안전자산이 매력을 잃어 금값이 더 상승 중이다. 최근 비트코인이나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자들이 환금성이 높은 비트코인이나 금, 주식 등으로 자금을 옮겨 물가 급등에 대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 중 (이율이 낮아지는) 국채 매력도가 떨어지니 금이나 비트코인에 투자가 몰린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값이 조정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6일 분석노트에서 4분기(10∼12월) 금 가격과 관련해 “횡보하거나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위스 기반 글로벌 금융기업인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도 “(금값) 변동성이 10∼15%에 달한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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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 우익 아베와 정치인생 함께해… ‘철의 여인’ 英 대처를 롤모델로 삼아

    “딸을 (학비가 비싼) 도쿄 사립대에 보낼 수 없다.” 사상 최초의 일본 여성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는 1961년 나라현의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회사원 아버지와 경찰관 어머니는 딸의 학업에 큰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재는 1992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대학입시 당시 도쿄의 명문 와세다대와 게이오대에 모두 합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동생의 학비를 위해 (도쿄 명문대 진학을) 포기하라”는 부모의 말에 지역 명문 고베대 경영학과로 진학했다고 밝혔다. 오토바이를 타고 왕복 6시간 거리의 고베대를 다녔고 당시 헤비메탈 밴드에서 드럼을 쳤다. 졸업 후 파나소닉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설립한 정치인 양성소 ‘마쓰시타 정경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정치를 준비했다. 마쓰시타 정경숙에서 활동 중이던 1987년 다카이치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서 퍼트리샤 슈뢰더 당시 민주당 하원의원의 펠로로도 잠시 일했다. 그는 슈뢰더 전 의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등 각국의 여성 정치인을 역할 모델로 삼게 됐다. 귀국 후 시사방송 패널로 활약했고, 1993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7세 위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또한 이때 정계에 입문했다. 의원 동기인 둘은 초년병 시절부터 정치 인생을 함께했고 비슷한 국가관으로 의기투합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1990년대 후반 우익 성향이 강한 자민당 내 젊은 의원 모임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꾸준히 “전후 일본 정부가 자학사관(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책임을 사죄하고 반성하는 시각)에 사로잡혔다”고 강조하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개정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2006년 제1차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내각부 특명담당상으로 발탁되며 처음 입각했다. 자민당 핵심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을 지내고 역대 최장수 총무상(2014∼2017년, 2019년)으로 재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처음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에게 패했지만 올해 뜻을 이뤘다. 중의원 출신인 남편 야마모토 다쿠(山本拓·72)와는 2004년 결혼했다. 2017년 정치적 이견을 이유로 이혼했지만 2021년 재결합했다. 남편인 야마모토가 아내의 성을 따라 ‘다카이치 다쿠’로 이름을 바꿨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다. 다카이치 총재가 7일 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발탁한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중의원은 그를 “타협하지 않고 관철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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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중러 평양 밀착…김정은 “韓영토 안전하겠나” 미사일 위협

    중국과 러시아의 권력 서열 2인자들이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평양에 집결한다. 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80주년 전승절 열병식 이후 한 달여 만에 북-중-러가 평양으로 무대를 바꿔 열병식 주석단에 나란히 서는 구도가 재연되는 것이다.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방한하는 가운데, 그에 앞서 3국이 ‘반미(反美)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 달 만에 다시 모이는 북-중-러 고위급북한은 중국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세 나라 고위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건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이어 한 달여 만이다. 중국은 방북 대표단의 격을 높여 북-중 전략적 소통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015년 70주년 당 창건 행사 열병식에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파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왼쪽에 류 상무위원을 두고 김일성광장 주석단 연단에서 함께 열병식을 지켜봤다. 중국이 김 위원장을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한 데 이어 리 총리를 직접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참석시키기로 한 것은 APEC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미중 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7일 리 총리의 방북에 대해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당과 양국 최고 지도자의 중요한 합의를 지침으로 삼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교류와 협력을 긴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보여온 만큼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이 미중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한국에서 그(시 주석)와 회담할 예정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매우 좋은 관계를 맺어 왔다”고 했다. 북한의 70주년 당 창건 열병식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던 러시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통령을 지낸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행사에 참석한다. 7월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8월엔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바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이 광복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평양을 찾은 지 두 달 만에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가 북한 땅을 밟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관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의 2인자들이 직접 평양을 찾는 것은 북한이 북-중-러 신냉전 연대를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중국, 러시아 외에도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을 초청해 사회주의 국가들의 대규모 연대 과시를 예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7일(현지 시간) “김 위원장이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北, 2년 만의 열병식서 美 겨냥 무기 공개 가능성북한의 대규모 열병식은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열병식이 전례에 따라 9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0일 0시 전후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수개월 전부터 수만 명이 동원되는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일각에선 딸 주애가 2023년 이후 또다시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후계 구도를 공식화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등 최신 무기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을 앞두고 잇따라 신형 무기를 대거 공개하며 한국에 대한 위협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4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 장비 전시회 ‘국방발전-2025’ 개막식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 지역의 미군 무력 증강에 정비례해 우리는 특수자산을 중요 관심 표적들에 할당했다”며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전시회 사진에는 화성-19형을 비롯해 남한 전체가 사정권인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개량한 ‘화성-11마’,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6형’ 추정 무기 등 대남 및 주한미군 타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무기들이 등장했다. 북한은 이날 한미의 잠수함을 타격할 대잠 미사일과 함께 러시아 초음속 순항미사일인 ‘3M-54E’ 칼리브르와 유사한 형태의 순항미사일, 러시아의 판치르 대공 방어시스템을 모방한 듯한 ‘북한판 판치르’ 등도 공개했다.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있었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5일에는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찾았다. 전투통제실 내부 모니터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가 표시된 전자해도가 띄워져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조만간 NLL 일대에서 북한이 신형 구축함 등을 이용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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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와 정치인생 함께한 日 다카이치, ‘철의 여인’ 대처가 롤모델

    “딸을 (학비가 비싼) 도쿄 사립대에 보낼 수 없다.”사상 최초의 일본 여성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는 1961년 나라현의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회사원 아버지와 경찰관 어머니는 딸의 학업에 큰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다카이치 총재는 1992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대학입시 당시 도쿄의 명문 와세다대와 게이오대에도 모두 합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동생의 학비를 위해 (도쿄 명문대 진학을) 포기하라”는 부모의 말에 지역 명문 고베대 경영학과로 진학했다고 밝혔다. 오토바이를 타고 왕복 6시간 거리의 고베대를 다녔고 당시 헤비메탈 밴드에서 드럼을 쳤다. 졸업 후 파나소닉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설립한 정치인 양성소 ‘마쓰시타 정경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정치를 준비했다.마쓰시타 정경숙에서 활동 중이던 1987년 다카이치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서 퍼트리샤 슈뢰더 당시 민주당 하원의원의 펠로로도 잠시 일했다. 일본 경제가 강했던 당시 미국에서는 ‘일본이 미국의 일자리와 경제를 잠식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는 슈뢰더 전 의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등 각국의 여성 정치인을 역할 모델로 삼게 됐다.귀국 후 시사방송 패널로 활약했고, 1993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7세 위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또한 이때 정계에 입문했다. 의원 동기인 둘은 초년병 시절부터 정치 인생을 함께했고 비슷한 국가관으로 의기투합했다.다카이치 총재는 1990년대 후반 우익 성향이 강한 자민당 내 젊은 의원 모임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꾸준히 “전후 일본 정부가 자학사관(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책임을 사죄하고 반성하는 시각)에 사로잡혔다”고 강조하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개정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2006년 제1차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내각부 특명담당상으로 발탁되며 처음 입각했다. 자민당 핵심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을 지내고 역대 최장수 총무상(2014~2017년, 2019년)으로 재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처음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에게 패했지만 올해 뜻을 이뤘다.중의원 출신인 남편 야마모토 다쿠(山本拓·72)와는 2004년 결혼했다. 2017년 정치적 이견을 이유로 이혼했지만 2021년 재결합했다. 남편인 야마모토가 아내의 성을 따라 ‘다카이치 다쿠’로 이름을 바꿨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다.다카이치 총재가 7일 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발탁한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중의원 의원은 그를 “타협하지 않고 관철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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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의 ‘일본 때리기’가 분했던 인턴, 38년뒤 日총리되다 [트럼피디아]〈44〉

    정치인을 꿈꾸는 26세의 일본 여성은 미국이 일본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1987년 미국으로 건너가 초선 패트리샤 슈로드 연방 하원의원의 펠로우로 일하며 당시 미국을 뒤덮은 반일 정서를 가까이서 체험했다. 일본 때문에 미국 제조업이 고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 현상이 워싱턴 정가를 비롯한 미국 사회 전반을 휩쓸었다. 1년 4개월 뒤 일본에 돌아온 여성은 1993년 중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됐다. 미국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강한 일본’을 주장하고,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롤모델로 삼았다. 총무상, 경제안전보장상 등을 거친 뒤 4일 3수 끝에 자민당 총재 자리에 올랐다. 일본 첫 여성 총리가 될 전망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새 자민당 총재의 이야기다. 최근 다카이치 총재는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가 일본 국익을 해치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맞섰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노선 계승과 방위비 증액을 외친 그가 아베 전 총리와 친교가 깊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밀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1980년대 美 휩쓴 ‘일본 때리기’ 운동1980년대 미 전역의 축제장에서는 1달러를 내고 대형 망치로 자동차를 부수는 행사가 유행했다. 분풀이 대상이 되는 차량은 주로 도요타였다. 기이한 행사의 근원은 ‘미국에서 파는 제품은 미국에서 만들라’는 구호를 내건 전미자동차노조(UAW) 노조원들의 시위였다. 시위 도중 벌인 퍼포먼스가 큰 인기를 끌며 지역 축제장 단골 행사가 된 것이었다. 다나 프랭크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UC 산타크루즈) 역사학과 명예교수는 “UAW가 주도한 ‘바이 아메리칸’ 국산품 장려 운동이 미 사회 전반에 반일 감정을 확산했다”고 저서에서 짚었다. 아시아계 혐오로도 번졌다. 1982년에는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외곽에서 크라이슬러 공장에서 근무하던 백인 부자(父子)가 중국계 미국인 엔지니어를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은 일본인”으로 보고 야구 방망이로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자동차뿐만이 아니었다. 전자기기와 반도체 등 일본의 대표 수출품은 모두 분노의 표적이 됐다.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 삼으며 일본의 미국 진출을 제한하고, 일본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이 미국에 자동차랑 영상카세트녹화기(VCR)를 덤핑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을 보호해 줬는데 이런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 美 경험, 보수적 국가관 형성에 영향다카이치 총재가 워싱턴으로 건너간 1987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일본산 전자제품에 100%의 보복관세를 발표하며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줬다. 한해 전 체결된 미일 반도체 협정에 담긴 “외국산 반도체가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넘겨야 한다”는 약속을 일본이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그해 6월에는 연방 하원의원 3명이 미 의사당 잔디밭에서 도시바 라디오를 대형 망치로 부쉈다. 다카이치 총재와 일했던 슈로드 의원도 대표적인 대일 강경파였다. 일본산 수입품에 ‘안보 보호비’ 명목의 관세를 부과하자며 이른바 ‘일본 안보 무임승차론’에 힘을 실어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에서의 경험이 자민당 안에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의 국가관에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자위대 헌법 명시와 방위력 증강, 대중 강경론 등을 펴며 ‘강한 일본’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는 1년 4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통해 “나라를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일본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얕은 미국 여론에 일본이 좌우되고 만다”는 교훈을 얻었다. 의원실에서 열어준 환영회에는 중국 요리가 나오고, 번역을 의뢰받은 문서가 중국어이거나 한국어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 “국익 해치면 5500억 달러 투자 재검토”약 40년 뒤 되풀이되는 역사를 보며 다카이치 총재는 어떤 의견을 냈을까. 그는 지난달 28일 후지TV 토론 프로그램에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에 대해 “관세 부분을 포함해 양국 간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대미 투자 운용 과정에서 일본 국익을 심대하게 해치는 불평등한 부분이 나오면 확실히 이야기해야 하며, 재협상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고 운을 띄운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각에서 관세와 투자 합의를 두고 미일 갈등이 점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올 5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는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언급했다. 레이건 행정부가 100%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때 협정의 비공개 부속 문서에 담긴 내용을 근거로 삼았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명시하는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며, 관세 무역 일반협정(GATT) 제2조에도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은 이미 지난달 문서화를 마쳤다. 다카이치 총재는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일본 국익을 심대하게 해치는 부분이 생기면 확실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 기반이 약해 강경 색채를 덜어낸 그가 이달 말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38년 전 워싱턴 생활을 통해 얻은 교훈을 다시 꺼내 들지 주목된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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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셧다운’을 보복수단 삼는 트럼프… “민주 우세州 자금중단 준비”

    미국 연방정부가 1일(동부시간 기준)부터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되면서 국립공원 운영이 중단되는 등 공공서비스의 상당수가 마비됐다. 다수의 군인·공무원이 무급 근무 또는 강제 휴직에 들어갔다. 질병통제예방센터, 국립보건원 등도 문을 닫았다. 이날 연방 공무원 중 일부는 출근 후에도 자신이 휴직 대상인지, 계속 근무해야 할 필수 인력인지조차 몰라 혼란스러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당분간 미국인들이 겪는 불편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 야당 민주당은 서로 ‘네 탓’이라 주장하며 ‘진흙탕 공방’을 이어 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셧다운을 민주당을 겨냥한 정치보복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 우세 주에 연방 보조금 삭감 시도 공화당과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셧다운을 야기했다. 양당은 셧다운 첫날인 1일 상원에서 임시 예산안의 처리를 시도했지만 전체 100석 중 찬성 60표를 얻지 못해 무산됐다. 상원의 재표결은 3일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역시 타결을 장담하긴 어렵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이번 셧다운을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며 셧다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셧다운이 초래할 불편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주당 우세 주(州)에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수많은 연방 공무원을 해고할 준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NYT는 “대통령이 셧다운을 지렛대로 자신의 의제를 관철하고 예산을 삭감하며 정치적 적들에 보복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셧다운의 책임 공방 또한 거세다. J D 밴스 부통령은 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 의료 지원을 위해 세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셧다운이 지속되면 공무원 해고도 불가피하다며 대량 해고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강한 진보 성향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과의 당내 알력 다툼, 정책 선명성 경쟁 때문에 임시 예산안에 반대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국인의 건강보험을 거부해 셧다운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료 의료 혜택을 제공하려고 했다는 백악관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野 원내대표 겨냥 ‘인종차별 영상’ 셧다운으로 인한 감정 싸움도 격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인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멕시코인으로 분장시킨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영상을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 올려 질타를 받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기자회견처럼 만든 허위 영상에서 슈머 원내대표가 “영어도 못하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상 복지를 지원해 선거에서 표를 얻자”고 말한 대목 또한 논란이다. 허위 영상 게재를 두고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인종차별적”이라고 비난하자 밴스 부통령은 1일 “재밌는 농담일 뿐이고, (제프리스가) 멕시코계도 아닌데 불쾌해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여야 지도부와 만났을 때 ‘트럼프 2028’이라고 적힌 모자를 자신의 책상에 올려놓은 것도 논란이다. ‘트럼프 2028’은 2028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선 도전에 나선다는 의미. 뉴욕포스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를 조롱하기 위해 이 모자를 책상에 올려놓았다고 분석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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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셧다운 첫날, 공공서비스 상당수 마비…공화-민주는 네탓 공방

    미국 연방정부가 1일(동부시간 기준)부터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되면서 국립공원 운영이 중단되는 등 공공서비스의 상당수가 마비됐다. 다수의 군인·공무원이 무급 근무 또는 강제 휴직에 들어갔다. 질병통제예방센터, 국립보건원 등도 문을 닫았다. 이날 연방 공무원 중 일부는 출근 후에도 자신이 휴직 대상인지 계속 근무해야 할 필수 인력인지조차 몰라 혼란스러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당분간 미국인들이 겪는 불편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 야당 민주당은 서로 ‘네 탓’이라 주장하며 ‘진흙탕 공방’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셧다운을 민주당을 겨냥한 정치보복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 우세 주에 연방 보조금 삭감 시도공화당과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셧다운을 야기했다. 양당은 셧다운 첫날인 1일 상원에서 임시 예산안의 처리를 시도했지만 전체 100석 중 찬성 60표를 얻지 못해 무산됐다. 상원의 재표결은 3일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역시 타결을 장담하긴 어렵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이번 셧다운을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며 셧다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셧다운이 초래할 불편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주당 우세 주(州)에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수많은 연방 공무원을 해고할 준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NYT는 “대통령이 셧다운을 지렛대로 자신의 의제를 관철하고 예산을 삭감하며 정치적 적들에 보복하려 한다”고 평가했다.셧다운의 책임 공방 또한 거세다. J D 밴스 부통령은 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 의료 지원을 위해 세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셧다운이 지속되면 공무원 해고도 불가피하다며 대량 해고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강한 진보 성향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과의 당내 알력 다툼, 정책 선명성 경쟁 때문에 임시 예산안에 반대한다고도 주장했다.반면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국인의 건강보험을 거부해 셧다운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료 의료 혜택을 제공하려고 했다는 백악관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野 원내대표 겨냥한 인종차별적 영상 SNS 올려 셧다운으로 인한 감정 싸움도 격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인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멕시코인으로 분장시킨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영상을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 올려 질타를 받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기자회견처럼 만든 허위 영상에서 슈머 원내대표가 “영어도 못하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상 복지를 지원해 선거에서 표를 얻자”고 말한 대목 또한 논란이다. 허위 영상 게재를 두고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인종차별적”이라고 비난하자 밴스 부통령은 1일 “재밌는 농담일 뿐이고, (제프리스가) 멕시코계도 아닌데 불쾌해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여야 지도부와 만났을 때 ‘트럼프 2028’이라고 적힌 모자를 자신의 책상에 올려놓은 것도 논란이다. ‘트럼프 2028’은 2028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선 도전에 나선다는 의미. 뉴욕포스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를 조롱하기 위해 이 모자를 책상에 올려놓았다고 분석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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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스 출신 장관-쇼맨 대통령의 무대”… ‘軍 마가화’ 우려 커진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장관(헤그세스)과 리얼리티쇼 출신 대통령(트럼프)을 위한 무대였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주재한 ‘전군 장성급 지휘관 회의’가 주요 언론과 야당 민주당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1성 준장 이상의 군 지휘부 800여 명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안보 및 국방 전략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에 좌파 이념 척결을 강조하는 ‘훈시성 연설’로 일관한 탓이다.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장군들을 상대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DEI(다양성·형평성·포용) 정책과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를 없애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주요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군의 정치화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두 사람이 모두 과거 TV 진행자로 활동했다는 점을 들어 “정부 행사를 자신들의 무대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대통령의 정치 구호 겸 지지층을 뜻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거론하며 “군의 ‘마가화’를 위해 세금으로 군인들을 모아 값비싼 행사를 치렀다”고 질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와 비교하며 “핵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또 내년에 군사력 증강을 위해 1조 달러를 투입할 계획도 설명했다. 세부 전략과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핵 전력 증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실제 조치로 이어질 경우 군비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헤그세스 “수염 있고 뚱뚱한 군인 아웃” 이날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개최된 행사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약 45분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DEI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군 지도자를 인종, 성 등의 잘못된 이유로 진급시켰다”며 “군의 기회 평등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군인의 외모 역시 중요하다”며 수염, 긴 머리 등 자신이 생각하는 ‘군인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외양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체력단련(PT) 훈련 또한 의무화하겠다며 “뚱뚱한 군장병을 보는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전투 병과의 여성 군인에게는 남성 군인과 동일한 체력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군들을 향해 “나의 말들이 당신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 사임해야 한다”며 대규모 물갈이도 시사했다. 뒤이어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도 약 1시간 13분 동안 비슷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는 “모든 것이 능력에 기반한다. 정치적 이유로 누군가 여러분의 자리를 차지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칭한 것을 두고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우리의 목적, 정체성, 자부심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핵 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이미 우리의 핵전력을 재건했다. 그것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그것(핵전력)을 결코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잠수함 기술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비해 25년 앞서 있다면서도 “그들이 따라오고 있고, 핵도 그들이 훨씬 뒤처져 있지만 5년 후에는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역량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이며, 특히 최근 핵탄두와 잠수함 등을 늘리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 장성들 연설 내내 ‘무표정’ 일관헤그세스 장관은 2000년대 초 미네소타주 주방위군에서 소령으로 잠시 근무했다. 이런 영관급 장교가 수십 년간 전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수많은 고위 장성에게 훈계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 엘리엇 애커먼은 NYT에 “고급 장교들에 대한 정신 나간 모욕”이라고 분노했다. 전쟁사 연구의 권위자인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석좌교수는 “헤그세스는 주방위군 소령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며 “그에게는 군사 동맹 관리, 핵잠수함 정비, 공중작전 명령 개발 등보다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두 시간 내내 무표정한 얼굴에 침묵을 유지해 주목받았다. 군인의 정치 중립 원칙을 어겼다는 논란 촉발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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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트럼프, 김정은과 조건없는 대화 의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백악관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일 김 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포기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조만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한 언론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어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김정은과 한반도 안정화에 기여한 세 차례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답했다. 앞서 올 7월에도 백악관 관계자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fully denuclearized)’를 위해 김정은과의 관여(engaging)에 열려 있다”고 했었다. 당시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되, 북한 비핵화 목표는 유지하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반면 이번엔 ‘북한 비핵화’ 같은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만큼 대화 재개 의지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 위원장이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76주년인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끊임없이 심화 발전시키는 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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