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0년 뒤인 2035년에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다는 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이 추진 중인 국방 개혁이 마무리돼 세부적인 침공 준비를 마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 임기가 끝나는 2027년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정보 당국의 분석과는 차이가 있다.● “2035년 중국군 전력 성숙기 돌입” 8일 대만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이날 국립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안보 좌담회에서 치러이(亓樂義) 국방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군의 대만 침공 고위험 시기는 2035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제시한 군 현대화 3단계 전략 중 두 번째 단계가 완성되는 2035년에 군사 개혁의 성과가 성숙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창군 100주년인 2027년까지 군 현대화 전환을 목표로 설정한 데 대해선 “외부 공격 준비보다는 내부 역량을 단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27년까지 연합작전을 위한 지휘체계 전환과 신형 무기의 실전 운용 준비를 마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린잉유(林穎佑) 담강대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역시 2017년 중국 군사학교 개편 후 육성된 장교들이 2035년경 현장 지휘관으로 진급하게 된다고 짚었다. 차세대 훈련을 받은 인재들이 핵심 간부진에 포진하는 2035년을 전력 완성기로 봐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공군이 대만 인근에서 벌이는 훈련이 질적으로 한층 고도화됐다고 분석했다. 마전쿤(馬振坤) 국방대 중공군사사무연구소 교수는 “심리적 교란을 목표로 한 회색지대 전술에서 실제 전투 준비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린 교수는 “과거 양으로 압도하는 전술을 쓰던 중국군이 질 중심의 새로운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공중과 해상 역량을 동시에 운용해 대만을 압박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짚었다. 마 교수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공군의 훙-6 중장거리 폭격기가 대만해협 공역에서 활동한 날은 14일로 집계됐다. 마 교수는 “훙-6 폭격기가 대만섬 내 주요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외과 수술식’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벌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과거 서태평양이나 대만 남서쪽 공역에서 주로 포착되던 중국 폭격기가 대만해협 공역으로 활동 반경을 옮긴 점도 우려했다. ● 라이칭더 “中 군사훈련 인태지역 확대 주목해야” 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올 8월 대만 국방부가 발표한 ‘중공 군사력 보고서’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이 2035년까지 전면적 군사 현대화를 실현해 대만에 대한 봉쇄 전력 완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 국제 수역으로 간주되는 대만해협을 사실상 중국의 통제 범위 안에 두는 ‘내해화(內海化)’ 달성을 위해 제2도련선(일본 혼슈∼사이판∼괌∼인도네시아) 서쪽 전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했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은 7일 미국의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클레이 트래비스 앤드 벅 섹스턴 쇼’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기회가 생긴다면) 시 주석이 대만해협을 비롯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이 군사 훈련을 근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 라이 총통은 “중국 항공모함이 제2도련선을 넘어 이동하고 있으며, 북방 함대는 일본 주변을 일주일 동안 항해하기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만 침략을 영구적으로 포기하도록 설득한다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8일 중국 국무원 대만 담당 기구인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陳斌華) 대변인은 “그(라이)는 원칙 없는 외세 영합과 끝없는 ‘매국’으로 대만 국민의 피와 살을 탕진하고 자신을 매춘하며 외세에 몸을 맡겼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0년 뒤인 2035년에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다는 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이 추진 중인 국방개혁이 마무리 돼 세부적인 침공 준비를 마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과는 차이가 있다.● “2035년 중국군 전력 성숙기 돌입”8일 대만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이날 국립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안보 좌담회에서 치러이(亓樂義) 국방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군의 대만 침공 고위험 시기는 2035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제시한 군 현대화 3단계 전략 중 두번째 단계가 완성되는 2035년에 군사 개혁의 성과가 성숙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창군 100주년인 2027년까지 군 현대화 전환을 목표로 설정한 데 대해선 “외부 공격 준비보다는 내부 역량을 단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27년까지 연합작전을 위한 지휘체계 전환과 신형 무기의 실전 운용 준비를 마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린잉유(林穎佑) 담강대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역시 2017년 중국 군사학교 개편 후 육성된 장교들이 2035년경 현장 지휘관으로 진급하게 된다고 짚었다. 차세대 훈련을 받은 인재들이 핵심 간부진에 포진하는 2035년을 전력 완성기로 봐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공군이 대만 인근에서 벌이는 훈련이 질적으로 한층 고도화됐다고 분석했다. 마전쿤(馬振坤) 국방대 중공군사사무연구소 교수는 “심리적 교란을 목표로 한 회색지대 전술에서 실제 전투 준비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린 교수는 “과거 양으로 압도하는 전술을 쓰던 중국군이 질 중심의 새로운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공중과 해상 역량을 동시에 운용해 대만을 압박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짚었다.마 교수에 따르면 지난 달 중국 공군의 훙-6 중장거리 폭격기가 대만해협 공역에서 활동한 날은 14일로 집계됐다. 마 교수는 “훙-6 폭격기가 대만섬 내 주요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외과 수술식’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벌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과거 서태평양이나 대만 남서쪽 공역에서 주로 포착되던 중국 폭격기가 대만해협 공역으로 활동 반경을 옮긴 점도 우려했다. ● 라이칭더 “中 군사훈련 인태지역 확대 주목해야”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올 8월 대만 국방부가 발표한 ‘중공 군사력 보고서’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이 2035년까지 전면적 군사 현대화를 실현해 대만에 대한 봉쇄 전력 완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 국제수역으로 간주되는 대만해협을 사실상 중국의 통제 범위 안에 두는 ‘내해화(內海化)’ 달성을 위해 제2도련선(일본 혼슈∼사이판∼괌∼인도네시아) 서쪽 전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했다.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은 7일 미국의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클레이 트래비스 앤드 벅 섹스턴 쇼’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기회가 생긴다면) 시 주석이 대만해협을 비롯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이 군사 훈련을 근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 라이 총통은 “중국 항공모함이 제2도련선을 넘어 이동하고 있으며, 북방 함대는 일본 주변을 일주일 동안 항해하기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만 침략을 영구적으로 포기하도록 설득한다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8일 중국 국무원 대만 담당 기구인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陳斌華) 대변인은 “그(라이)는 원칙 없는 외세 영합과 끝없는 ‘매국노’로 대만 국민의 피와 살을 탕진하고 자신을 매춘하며 외세에 몸을 맡겼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금값이 현기증 나는 급등세의 정점을 찍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금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31.1034786g)당 4000달러(약 570만 원)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날 금 가격은 현물과 선물 가격 모두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넘기며 뜨거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값은 3월 3000달러를 넘긴 뒤 질주하더니 4000달러의 벽을 넘었다. 금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000달러를 넘기고,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 2000달러 선을 뚫었다. 1000달러에서 2000달러의 벽을 넘기는 데는 12년, 그 뒤 3000달러를 넘기는 데 5년이 걸렸지만 4000달러 돌파에 걸린 시간은 겨우 7개월이다.● ‘김치 프리미엄’ 10% 넘게 확대금 가격이 급등하자 한국 금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KRX 금시장의 금 현물 가격은 1g당 19만131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1일 종가(15만6840원) 대비 22% 올랐다. 장중에는 20만30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 20만 원의 벽을 넘기도 했다. 국내 금값이 급등하자 이날 기준 ‘김치 프리미엄’(국내외 시세 차)은 10% 넘게 커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이른 데다 한동안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지금에라도 금을 사야 수익을 낼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포모’(소외될 것에 대한 두려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도 자금이 몰렸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국내 금 현물에 투자하는 ‘ACE KRX 금 현물’과 ‘TIGER KRX 금 현물’을 각각 2340억 원, 186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기간 개인들이 투자한 전체 ETF 중 순매수 유입량 3위와 4위에 해당한다.● 불확실성 증폭돼 투자금 금으로 몰려 금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올해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불거진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폭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이어가며 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되자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몰리게 된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지난달에도 금을 사들이며 11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국가의 외환보유액도 늘고 있다. 각국이 보유한 금값이 상승하거나 달러화 약세로 자국 통화가치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따르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이 3조3387억 달러(약 4757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12월 3조3303억 달러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당국은 지난달 글로벌 금융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만도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한 6029억4000만 달러(약 859조 원)를 기록했다. 이달 1일 시작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전망도 금값을 끌어올렸다. 기준금리가 더 인하되면 ‘약달러’가 불가피해 상대적으로 다른 자산 가격이 오른다. 그런데 미국 국채 등 다른 전통적인 안전자산이 매력을 잃어 금값이 더 상승 중이다. 최근 비트코인이나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자들이 환금성이 높은 비트코인이나 금, 주식 등으로 자금을 옮겨 물가 급등에 대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 중 (이율이 낮아지는) 국채 매력도가 떨어지니 금이나 비트코인에 투자가 몰린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값이 조정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6일 분석노트에서 4분기(10∼12월) 금 가격과 관련해 “횡보하거나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위스 기반 글로벌 금융기업인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도 “(금값) 변동성이 10∼15%에 달한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딸을 (학비가 비싼) 도쿄 사립대에 보낼 수 없다.” 사상 최초의 일본 여성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는 1961년 나라현의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회사원 아버지와 경찰관 어머니는 딸의 학업에 큰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재는 1992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대학입시 당시 도쿄의 명문 와세다대와 게이오대에 모두 합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동생의 학비를 위해 (도쿄 명문대 진학을) 포기하라”는 부모의 말에 지역 명문 고베대 경영학과로 진학했다고 밝혔다. 오토바이를 타고 왕복 6시간 거리의 고베대를 다녔고 당시 헤비메탈 밴드에서 드럼을 쳤다. 졸업 후 파나소닉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설립한 정치인 양성소 ‘마쓰시타 정경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정치를 준비했다. 마쓰시타 정경숙에서 활동 중이던 1987년 다카이치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서 퍼트리샤 슈뢰더 당시 민주당 하원의원의 펠로로도 잠시 일했다. 그는 슈뢰더 전 의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등 각국의 여성 정치인을 역할 모델로 삼게 됐다. 귀국 후 시사방송 패널로 활약했고, 1993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7세 위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또한 이때 정계에 입문했다. 의원 동기인 둘은 초년병 시절부터 정치 인생을 함께했고 비슷한 국가관으로 의기투합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1990년대 후반 우익 성향이 강한 자민당 내 젊은 의원 모임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꾸준히 “전후 일본 정부가 자학사관(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책임을 사죄하고 반성하는 시각)에 사로잡혔다”고 강조하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개정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2006년 제1차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내각부 특명담당상으로 발탁되며 처음 입각했다. 자민당 핵심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을 지내고 역대 최장수 총무상(2014∼2017년, 2019년)으로 재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처음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에게 패했지만 올해 뜻을 이뤘다. 중의원 출신인 남편 야마모토 다쿠(山本拓·72)와는 2004년 결혼했다. 2017년 정치적 이견을 이유로 이혼했지만 2021년 재결합했다. 남편인 야마모토가 아내의 성을 따라 ‘다카이치 다쿠’로 이름을 바꿨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다. 다카이치 총재가 7일 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발탁한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중의원은 그를 “타협하지 않고 관철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과 러시아의 권력 서열 2인자들이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평양에 집결한다. 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80주년 전승절 열병식 이후 한 달여 만에 북-중-러가 평양으로 무대를 바꿔 열병식 주석단에 나란히 서는 구도가 재연되는 것이다.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방한하는 가운데, 그에 앞서 3국이 ‘반미(反美)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 달 만에 다시 모이는 북-중-러 고위급북한은 중국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세 나라 고위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건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이어 한 달여 만이다. 중국은 방북 대표단의 격을 높여 북-중 전략적 소통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015년 70주년 당 창건 행사 열병식에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파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왼쪽에 류 상무위원을 두고 김일성광장 주석단 연단에서 함께 열병식을 지켜봤다. 중국이 김 위원장을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한 데 이어 리 총리를 직접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참석시키기로 한 것은 APEC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미중 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7일 리 총리의 방북에 대해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당과 양국 최고 지도자의 중요한 합의를 지침으로 삼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교류와 협력을 긴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보여온 만큼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이 미중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한국에서 그(시 주석)와 회담할 예정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매우 좋은 관계를 맺어 왔다”고 했다. 북한의 70주년 당 창건 열병식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던 러시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통령을 지낸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행사에 참석한다. 7월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8월엔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바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이 광복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평양을 찾은 지 두 달 만에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가 북한 땅을 밟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관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의 2인자들이 직접 평양을 찾는 것은 북한이 북-중-러 신냉전 연대를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중국, 러시아 외에도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을 초청해 사회주의 국가들의 대규모 연대 과시를 예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7일(현지 시간) “김 위원장이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北, 2년 만의 열병식서 美 겨냥 무기 공개 가능성북한의 대규모 열병식은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열병식이 전례에 따라 9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0일 0시 전후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수개월 전부터 수만 명이 동원되는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일각에선 딸 주애가 2023년 이후 또다시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후계 구도를 공식화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등 최신 무기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을 앞두고 잇따라 신형 무기를 대거 공개하며 한국에 대한 위협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4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 장비 전시회 ‘국방발전-2025’ 개막식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 지역의 미군 무력 증강에 정비례해 우리는 특수자산을 중요 관심 표적들에 할당했다”며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전시회 사진에는 화성-19형을 비롯해 남한 전체가 사정권인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개량한 ‘화성-11마’,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6형’ 추정 무기 등 대남 및 주한미군 타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무기들이 등장했다. 북한은 이날 한미의 잠수함을 타격할 대잠 미사일과 함께 러시아 초음속 순항미사일인 ‘3M-54E’ 칼리브르와 유사한 형태의 순항미사일, 러시아의 판치르 대공 방어시스템을 모방한 듯한 ‘북한판 판치르’ 등도 공개했다.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있었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5일에는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찾았다. 전투통제실 내부 모니터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가 표시된 전자해도가 띄워져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조만간 NLL 일대에서 북한이 신형 구축함 등을 이용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딸을 (학비가 비싼) 도쿄 사립대에 보낼 수 없다.”사상 최초의 일본 여성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는 1961년 나라현의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회사원 아버지와 경찰관 어머니는 딸의 학업에 큰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다카이치 총재는 1992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대학입시 당시 도쿄의 명문 와세다대와 게이오대에도 모두 합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동생의 학비를 위해 (도쿄 명문대 진학을) 포기하라”는 부모의 말에 지역 명문 고베대 경영학과로 진학했다고 밝혔다. 오토바이를 타고 왕복 6시간 거리의 고베대를 다녔고 당시 헤비메탈 밴드에서 드럼을 쳤다. 졸업 후 파나소닉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설립한 정치인 양성소 ‘마쓰시타 정경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정치를 준비했다.마쓰시타 정경숙에서 활동 중이던 1987년 다카이치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서 퍼트리샤 슈뢰더 당시 민주당 하원의원의 펠로로도 잠시 일했다. 일본 경제가 강했던 당시 미국에서는 ‘일본이 미국의 일자리와 경제를 잠식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는 슈뢰더 전 의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등 각국의 여성 정치인을 역할 모델로 삼게 됐다.귀국 후 시사방송 패널로 활약했고, 1993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7세 위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또한 이때 정계에 입문했다. 의원 동기인 둘은 초년병 시절부터 정치 인생을 함께했고 비슷한 국가관으로 의기투합했다.다카이치 총재는 1990년대 후반 우익 성향이 강한 자민당 내 젊은 의원 모임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꾸준히 “전후 일본 정부가 자학사관(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책임을 사죄하고 반성하는 시각)에 사로잡혔다”고 강조하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개정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2006년 제1차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내각부 특명담당상으로 발탁되며 처음 입각했다. 자민당 핵심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을 지내고 역대 최장수 총무상(2014~2017년, 2019년)으로 재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처음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에게 패했지만 올해 뜻을 이뤘다.중의원 출신인 남편 야마모토 다쿠(山本拓·72)와는 2004년 결혼했다. 2017년 정치적 이견을 이유로 이혼했지만 2021년 재결합했다. 남편인 야마모토가 아내의 성을 따라 ‘다카이치 다쿠’로 이름을 바꿨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다.다카이치 총재가 7일 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발탁한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중의원 의원은 그를 “타협하지 않고 관철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정치인을 꿈꾸는 26세의 일본 여성은 미국이 일본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1987년 미국으로 건너가 초선 패트리샤 슈로드 연방 하원의원의 펠로우로 일하며 당시 미국을 뒤덮은 반일 정서를 가까이서 체험했다. 일본 때문에 미국 제조업이 고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 현상이 워싱턴 정가를 비롯한 미국 사회 전반을 휩쓸었다. 1년 4개월 뒤 일본에 돌아온 여성은 1993년 중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됐다. 미국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강한 일본’을 주장하고,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롤모델로 삼았다. 총무상, 경제안전보장상 등을 거친 뒤 4일 3수 끝에 자민당 총재 자리에 올랐다. 일본 첫 여성 총리가 될 전망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새 자민당 총재의 이야기다. 최근 다카이치 총재는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가 일본 국익을 해치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맞섰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노선 계승과 방위비 증액을 외친 그가 아베 전 총리와 친교가 깊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밀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1980년대 美 휩쓴 ‘일본 때리기’ 운동1980년대 미 전역의 축제장에서는 1달러를 내고 대형 망치로 자동차를 부수는 행사가 유행했다. 분풀이 대상이 되는 차량은 주로 도요타였다. 기이한 행사의 근원은 ‘미국에서 파는 제품은 미국에서 만들라’는 구호를 내건 전미자동차노조(UAW) 노조원들의 시위였다. 시위 도중 벌인 퍼포먼스가 큰 인기를 끌며 지역 축제장 단골 행사가 된 것이었다. 다나 프랭크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UC 산타크루즈) 역사학과 명예교수는 “UAW가 주도한 ‘바이 아메리칸’ 국산품 장려 운동이 미 사회 전반에 반일 감정을 확산했다”고 저서에서 짚었다. 아시아계 혐오로도 번졌다. 1982년에는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외곽에서 크라이슬러 공장에서 근무하던 백인 부자(父子)가 중국계 미국인 엔지니어를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은 일본인”으로 보고 야구 방망이로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자동차뿐만이 아니었다. 전자기기와 반도체 등 일본의 대표 수출품은 모두 분노의 표적이 됐다.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 삼으며 일본의 미국 진출을 제한하고, 일본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이 미국에 자동차랑 영상카세트녹화기(VCR)를 덤핑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을 보호해 줬는데 이런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 美 경험, 보수적 국가관 형성에 영향다카이치 총재가 워싱턴으로 건너간 1987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일본산 전자제품에 100%의 보복관세를 발표하며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줬다. 한해 전 체결된 미일 반도체 협정에 담긴 “외국산 반도체가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넘겨야 한다”는 약속을 일본이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그해 6월에는 연방 하원의원 3명이 미 의사당 잔디밭에서 도시바 라디오를 대형 망치로 부쉈다. 다카이치 총재와 일했던 슈로드 의원도 대표적인 대일 강경파였다. 일본산 수입품에 ‘안보 보호비’ 명목의 관세를 부과하자며 이른바 ‘일본 안보 무임승차론’에 힘을 실어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에서의 경험이 자민당 안에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의 국가관에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자위대 헌법 명시와 방위력 증강, 대중 강경론 등을 펴며 ‘강한 일본’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는 1년 4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통해 “나라를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일본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얕은 미국 여론에 일본이 좌우되고 만다”는 교훈을 얻었다. 의원실에서 열어준 환영회에는 중국 요리가 나오고, 번역을 의뢰받은 문서가 중국어이거나 한국어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 “국익 해치면 5500억 달러 투자 재검토”약 40년 뒤 되풀이되는 역사를 보며 다카이치 총재는 어떤 의견을 냈을까. 그는 지난달 28일 후지TV 토론 프로그램에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에 대해 “관세 부분을 포함해 양국 간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대미 투자 운용 과정에서 일본 국익을 심대하게 해치는 불평등한 부분이 나오면 확실히 이야기해야 하며, 재협상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고 운을 띄운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각에서 관세와 투자 합의를 두고 미일 갈등이 점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올 5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는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언급했다. 레이건 행정부가 100%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때 협정의 비공개 부속 문서에 담긴 내용을 근거로 삼았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명시하는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며, 관세 무역 일반협정(GATT) 제2조에도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은 이미 지난달 문서화를 마쳤다. 다카이치 총재는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일본 국익을 심대하게 해치는 부분이 생기면 확실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 기반이 약해 강경 색채를 덜어낸 그가 이달 말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38년 전 워싱턴 생활을 통해 얻은 교훈을 다시 꺼내 들지 주목된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연방정부가 1일(동부시간 기준)부터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되면서 국립공원 운영이 중단되는 등 공공서비스의 상당수가 마비됐다. 다수의 군인·공무원이 무급 근무 또는 강제 휴직에 들어갔다. 질병통제예방센터, 국립보건원 등도 문을 닫았다. 이날 연방 공무원 중 일부는 출근 후에도 자신이 휴직 대상인지, 계속 근무해야 할 필수 인력인지조차 몰라 혼란스러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당분간 미국인들이 겪는 불편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 야당 민주당은 서로 ‘네 탓’이라 주장하며 ‘진흙탕 공방’을 이어 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셧다운을 민주당을 겨냥한 정치보복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 우세 주에 연방 보조금 삭감 시도 공화당과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셧다운을 야기했다. 양당은 셧다운 첫날인 1일 상원에서 임시 예산안의 처리를 시도했지만 전체 100석 중 찬성 60표를 얻지 못해 무산됐다. 상원의 재표결은 3일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역시 타결을 장담하긴 어렵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이번 셧다운을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며 셧다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셧다운이 초래할 불편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주당 우세 주(州)에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수많은 연방 공무원을 해고할 준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NYT는 “대통령이 셧다운을 지렛대로 자신의 의제를 관철하고 예산을 삭감하며 정치적 적들에 보복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셧다운의 책임 공방 또한 거세다. J D 밴스 부통령은 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 의료 지원을 위해 세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셧다운이 지속되면 공무원 해고도 불가피하다며 대량 해고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강한 진보 성향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과의 당내 알력 다툼, 정책 선명성 경쟁 때문에 임시 예산안에 반대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국인의 건강보험을 거부해 셧다운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료 의료 혜택을 제공하려고 했다는 백악관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野 원내대표 겨냥 ‘인종차별 영상’ 셧다운으로 인한 감정 싸움도 격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인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멕시코인으로 분장시킨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영상을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 올려 질타를 받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기자회견처럼 만든 허위 영상에서 슈머 원내대표가 “영어도 못하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상 복지를 지원해 선거에서 표를 얻자”고 말한 대목 또한 논란이다. 허위 영상 게재를 두고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인종차별적”이라고 비난하자 밴스 부통령은 1일 “재밌는 농담일 뿐이고, (제프리스가) 멕시코계도 아닌데 불쾌해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여야 지도부와 만났을 때 ‘트럼프 2028’이라고 적힌 모자를 자신의 책상에 올려놓은 것도 논란이다. ‘트럼프 2028’은 2028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선 도전에 나선다는 의미. 뉴욕포스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를 조롱하기 위해 이 모자를 책상에 올려놓았다고 분석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연방정부가 1일(동부시간 기준)부터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되면서 국립공원 운영이 중단되는 등 공공서비스의 상당수가 마비됐다. 다수의 군인·공무원이 무급 근무 또는 강제 휴직에 들어갔다. 질병통제예방센터, 국립보건원 등도 문을 닫았다. 이날 연방 공무원 중 일부는 출근 후에도 자신이 휴직 대상인지 계속 근무해야 할 필수 인력인지조차 몰라 혼란스러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당분간 미국인들이 겪는 불편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 야당 민주당은 서로 ‘네 탓’이라 주장하며 ‘진흙탕 공방’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셧다운을 민주당을 겨냥한 정치보복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 우세 주에 연방 보조금 삭감 시도공화당과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셧다운을 야기했다. 양당은 셧다운 첫날인 1일 상원에서 임시 예산안의 처리를 시도했지만 전체 100석 중 찬성 60표를 얻지 못해 무산됐다. 상원의 재표결은 3일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역시 타결을 장담하긴 어렵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이번 셧다운을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며 셧다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셧다운이 초래할 불편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주당 우세 주(州)에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수많은 연방 공무원을 해고할 준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NYT는 “대통령이 셧다운을 지렛대로 자신의 의제를 관철하고 예산을 삭감하며 정치적 적들에 보복하려 한다”고 평가했다.셧다운의 책임 공방 또한 거세다. J D 밴스 부통령은 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 의료 지원을 위해 세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셧다운이 지속되면 공무원 해고도 불가피하다며 대량 해고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강한 진보 성향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과의 당내 알력 다툼, 정책 선명성 경쟁 때문에 임시 예산안에 반대한다고도 주장했다.반면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국인의 건강보험을 거부해 셧다운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료 의료 혜택을 제공하려고 했다는 백악관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野 원내대표 겨냥한 인종차별적 영상 SNS 올려 셧다운으로 인한 감정 싸움도 격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인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멕시코인으로 분장시킨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영상을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 올려 질타를 받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기자회견처럼 만든 허위 영상에서 슈머 원내대표가 “영어도 못하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상 복지를 지원해 선거에서 표를 얻자”고 말한 대목 또한 논란이다. 허위 영상 게재를 두고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인종차별적”이라고 비난하자 밴스 부통령은 1일 “재밌는 농담일 뿐이고, (제프리스가) 멕시코계도 아닌데 불쾌해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여야 지도부와 만났을 때 ‘트럼프 2028’이라고 적힌 모자를 자신의 책상에 올려놓은 것도 논란이다. ‘트럼프 2028’은 2028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선 도전에 나선다는 의미. 뉴욕포스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를 조롱하기 위해 이 모자를 책상에 올려놓았다고 분석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장관(헤그세스)과 리얼리티쇼 출신 대통령(트럼프)을 위한 무대였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주재한 ‘전군 장성급 지휘관 회의’가 주요 언론과 야당 민주당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1성 준장 이상의 군 지휘부 800여 명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안보 및 국방 전략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에 좌파 이념 척결을 강조하는 ‘훈시성 연설’로 일관한 탓이다.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장군들을 상대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DEI(다양성·형평성·포용) 정책과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를 없애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주요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군의 정치화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두 사람이 모두 과거 TV 진행자로 활동했다는 점을 들어 “정부 행사를 자신들의 무대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대통령의 정치 구호 겸 지지층을 뜻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거론하며 “군의 ‘마가화’를 위해 세금으로 군인들을 모아 값비싼 행사를 치렀다”고 질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와 비교하며 “핵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또 내년에 군사력 증강을 위해 1조 달러를 투입할 계획도 설명했다. 세부 전략과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핵 전력 증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실제 조치로 이어질 경우 군비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헤그세스 “수염 있고 뚱뚱한 군인 아웃” 이날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개최된 행사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약 45분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DEI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군 지도자를 인종, 성 등의 잘못된 이유로 진급시켰다”며 “군의 기회 평등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군인의 외모 역시 중요하다”며 수염, 긴 머리 등 자신이 생각하는 ‘군인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외양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체력단련(PT) 훈련 또한 의무화하겠다며 “뚱뚱한 군장병을 보는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전투 병과의 여성 군인에게는 남성 군인과 동일한 체력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군들을 향해 “나의 말들이 당신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 사임해야 한다”며 대규모 물갈이도 시사했다. 뒤이어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도 약 1시간 13분 동안 비슷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는 “모든 것이 능력에 기반한다. 정치적 이유로 누군가 여러분의 자리를 차지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칭한 것을 두고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우리의 목적, 정체성, 자부심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핵 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이미 우리의 핵전력을 재건했다. 그것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그것(핵전력)을 결코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잠수함 기술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비해 25년 앞서 있다면서도 “그들이 따라오고 있고, 핵도 그들이 훨씬 뒤처져 있지만 5년 후에는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역량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이며, 특히 최근 핵탄두와 잠수함 등을 늘리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 장성들 연설 내내 ‘무표정’ 일관헤그세스 장관은 2000년대 초 미네소타주 주방위군에서 소령으로 잠시 근무했다. 이런 영관급 장교가 수십 년간 전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수많은 고위 장성에게 훈계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 엘리엇 애커먼은 NYT에 “고급 장교들에 대한 정신 나간 모욕”이라고 분노했다. 전쟁사 연구의 권위자인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석좌교수는 “헤그세스는 주방위군 소령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며 “그에게는 군사 동맹 관리, 핵잠수함 정비, 공중작전 명령 개발 등보다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두 시간 내내 무표정한 얼굴에 침묵을 유지해 주목받았다. 군인의 정치 중립 원칙을 어겼다는 논란 촉발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백악관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일 김 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포기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조만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한 언론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어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김정은과 한반도 안정화에 기여한 세 차례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답했다. 앞서 올 7월에도 백악관 관계자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fully denuclearized)’를 위해 김정은과의 관여(engaging)에 열려 있다”고 했었다. 당시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되, 북한 비핵화 목표는 유지하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반면 이번엔 ‘북한 비핵화’ 같은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만큼 대화 재개 의지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 위원장이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76주년인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끊임없이 심화 발전시키는 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장관(헤그세스)과 리얼리티쇼 출신 대통령(트럼프)을 위한 무대였다.”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주재한 ‘전군 장성급 지휘관 회의’가 주요 언론과 야당 민주당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1성 준장 이상의 군 지휘부 800여 명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안보 및 국방 전략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좌파 이념 척결을 강조하는 ‘훈시성 연설’로 일관한 탓이다.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장군들을 상대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DEI(다양성·형평성·포용) 정책과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를 없애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주요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군의 정치화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두 사람이 모두 과거 TV 진행자로 활동했다는 점을 들어 “정부 행사를 자신들의 무대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대통령의 정치 구호 겸 지지층을 뜻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거론하며 “군의 ‘마가화’를 위해 세금으로 군인들을 모아 값비싼 행사를 치렀다”고 질타했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와 비교하며 “핵 역량을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세부 전략과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핵 전력 증강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헤그세스 “수염있고 뚱뚱한 군인 아웃”이날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개최된 행사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약 45분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DEI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군 지도자를 인종, 성 등의 잘못된 이유로 진급시켰다”며 “군의 기회평등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군인의 외모 역시 중요하다”며 수염, 긴 머리 등 자신이 생각하는 ‘군인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외양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체력단련(PT) 훈련 또한 의무화하겠다며 “뚱뚱한 군장병을 보는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전투 병과의 여성 군인에게는 남성 군인과 동일한 체력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그는 장군들을 향해 “나의 말들이 당신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 사임해야 한다”며 대규모 물갈이도 시사했다.뒤이어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도 약 1시간 13분 동안 비슷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는 “모든 것이 능력에 기반한다. 정치적 이유로 누군가 여러분의 자리를 차지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칭한 것을 두고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우리의 목적, 정체성, 자부심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핵 역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이미 우리의 핵전력을 재건했다. 그것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그것(핵전력)을 결코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그는 미국이 잠수함 기술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비해 25년 앞서 있다면서도 “그들이 따라오고 있고, 핵도 그들이 훨씬 뒤쳐져 있지만 5년 후에는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역량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이며, 특히 최근 핵탄두와 잠수함 등을 늘리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또 이날 언급된 거의 유일한 국방 전략 관련 내용이란 평가도 나온다.● 장성들 연설 내내 ‘무표정’ 일관헤그세스 장관은 2000년대 초 미네소타주 주방위군에서 소령으로 잠시 근무했다. 이런 영관급 장교가 수십 년간 전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수많은 고위 장성들에게 훈계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해병대 장교 출신인 엘리엇 애커먼은 NYT에 “고급 장교들에 대한 정신 나간 모욕”이라고 분노했다. 전쟁사 연구의 권위자인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석좌교수는 “헤그세스는 주방위군 소령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며 “그에게는 군사 동맹 관리, 핵잠수함 정비, 공중작전 명령 개발 등보다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이날 참석자들은 두 시간 내내 무표정한 얼굴에 침묵을 유지해 주목을 받았다. 군인의 정치 중립 원칙을 어겼다는 논란 촉발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공수부대 장교 출신이며 미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전략도, 작전 지침도, 실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도 없었다”고 비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 국방부가 특수부대를 제외한 모든 장병을 상대로 면도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 국방부 산하 매체 스타 앤 스트라이프에 따르면 이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종교적, 의학적 이유로 일부 군장병에 수염을 기르도록 허용하던 예외 규정을 90일 내 종료한다는 내용이 담은 각서에 서명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지휘관 회의를 가진 뒤 해당 각서를 발송했다.헤그세스 장관은 각서에서 “외모 때문이 아니다. 안면 보호구 착용 등 생존과 임무 수행, 상호 호환성을 위한 조치”라고 예외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지휘관 회의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수염의 시대는 끝났다”며 “전문적으로 보이기 위해 면도하지 않겠다면 새 보직이나 새 직업을 찾으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실상 모든 종교적, 의학적 면도 면제 혜택이 종료될 전망이다. 새로 난 수염이 피부를 파고들어 염증을 일으키는 만성면도피부질환(PFB)을 겪는 병사는 최대 12개월까지만 면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12개월 내 치료를 마치지 못하면 강제 전역 대상으로 검토된다. PFB는 주로 흑인들이 겪는 질환이다. 2010년부터 허용한 시크교 등 종교적 이유에 따른 면도 면제 혜택도 사실상 종료된다. 개별 병사가 자신의 신앙심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 내부 심사를 받는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린배레, 네이비실 등 위장을 위해 수염을 기르는 특수부대에는 예외 적용을 유지한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휘관 회의 연설에서 “수염을 기르고 싶으면 특수부대에 들어가라. 일반 병사는 면도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내년 2월 열리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 공연 무대에 라틴계 팝스타 배드 버니(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오카시오·31)가 오르는 것에 대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배드 버니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슈퍼볼 후원사인 애플뮤직은 “배드 버니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에 푸에르토리코를 가져온다”며 내년 2월 슈퍼볼 하프타임 쇼 공연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마가 진영에서는 지난달 10일 패션지 i-D 인터뷰에서 배드 버니가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당시 배드 버니는 “빌어먹을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콘서트장 밖에서 (팬들을 체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 때문에 미국 공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연장이 이민 단속 작전이 펼쳐지는 공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 공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 미국령이지만 카리브에 위치한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배드 버니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불만을 사실상 노골적으로 표현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보수 논객 베니 존슨은 “배드 버니는 엄청난 트럼프 혐오자이자 반(反)ICE 활동가다. 영어로 된 노래도 없다”며 “NFL이 끔찍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또 마가 진영에선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슈퍼볼의 공연 무대에 배드 버니가 오르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배드 버니는 자신의 뿌리를 음악 소재로 삼으며 2020년대를 대표하는 라틴계 가수로 자리 잡았다. 2018년 첫 정규 앨범을 낸 그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발전한 ‘레게톤’(레게와 힙합 등이 섞인 장르)의 글로벌 대중화를 이끌고, 고향의 생활상과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그래미상을 총 3회 수상했고, 지난해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아티스트 3위를 기록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최근 미국 하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에 주한미군 병력 유지를 권고하는 내용이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NDAA는 미 국방 예산과 국방 정책의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는 핵심 법안이다. 미 상원 및 하원이 NDAA를 각각 통과시킨 뒤 양원 합의로 단일안을 도출한다. 지난달 29일 미 의회에 따르면 하원은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NDAA에 “주한미군 수를 약 2만8500명의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현행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문안과 같다. 일각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미 하원에서 현상 유지를 권고한 것이다. 법안은 “미 국방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한 미국의 비교우위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의 안보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게 의회의 인식”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라”며 한미 상호방위 조약에 따라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하는 것, 상호방위 기반의 협력 향상 등을 명시했다. 주한미군 규모 유지 문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9 회계연도 NDAA에 처음 포함됐다. 2019∼2021 회계연도에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데 국방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2 회계연도부터는 예산 관련 조항이 빠졌다. 일각에서는 미 의회가 내년도 NDAA에 더 강력한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을 신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7월 발의한 2026 회계연도 NDAA 초안에 “미 국방장관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의회에 인증할 때까지 한반도에서 미군을 감축하거나, 연합군사령부에 대한 전시작전권을 변경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넣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최근 미국 하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에 주한미군 병력 유지를 권고하는 내용이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NDAA는 미 국방 예산과 국방 정책의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는 핵심 법안이다. 미 상원 및 하원이 NDAA를 각각 통과시킨 뒤 양원 합의로 단일안을 도출한다.지난달 29일 미 의회에 따르면 하원은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NDAA에 “주한미군 수를 약 2만8500명의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현행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문안과 같다. 일각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미 하원에서 현상 유지를 권고한 것이다.법안은 “미 국방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한 미국의 비교 우위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의 안보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게 의회의 인식”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라”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하는 것, 상호 방위 기반의 협력 향상 등을 명시했다.주한미군 규모 유지 문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9 회계연도 NDAA에 처음 포함됐다. 2019~2021 회계연도에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데 국방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2 회계연도부터는 예산 관련 조항이 빠졌다.일각에서는 미 의회가 내년도 NDAA에 더 강력한 주한미국 감축 제한 조항을 신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올 7월 발의한 2026 회계연도 NDAA 초안에 “미 국방장관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의회에 인증할 때까지 한반도에서 미군을 감축하거나, 연합군사령부에 대한 전시작전권을 변경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다만, 최근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위기 등 다른 정치 의제에 밀려 NDAA의 상원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내년 2월 열리는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 무대에 라틴 팝스타 배드버니(31·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즈 오카시오)가 오르는 데 대해 마가(MAGA) 진영이 반발하고 있다. 그가 트럼프 반 이민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는 게 이유다.29일(현지 시간) NFL 결승전의 후원사 애플뮤직은 “배드버니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에 푸에르토리코를 가져온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배드버니는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푸에르토리코는 카리브해 쿠바 동쪽에 있는 섬으로 127년 전 미국에 편입됐다. 인구 320만 명 모두 미국 시민권자이나, 대선 투표권이 없는 등 정치적 권리가 제한된다. 앞서 10일 배드버니는 패션지 i-D 인터뷰에서 “빌어먹을 ICE가 콘서트장 밖에서 (팬들을 체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 때문에 미국 공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주목을 받았다. 라틴계 팬을 보호하기 위해 아예 미국에서 공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연장이 대규모 이민단속 작전의 표적이 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28일 X를 통해 “미국에서 딱 한 번 공연하기로 했다”고 깜짝 발표를 하자 관심을 모았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가 이날 예고한 공연으로 보인다. 배드버니의 공연 소식이 전해지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일각은 강하게 반발했다. 보수 논객 베니 존슨은 “배드버니는 엄청난 트럼프 혐오자이자 반(反) 이민세관단속국(ICE) 활동가이다. 영어로 된 노래도 없다”며 “NFL이 끔찍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약 400년 동안 스페인 식민지였던 역사가 배경이 돼 스페인어와 영어가 공용어이고, 실생활에서는 주로 스페인어를 쓴다. 2018년 데뷔한 배드버니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발전한 음악 장르 레게톤(레게와 힙합 등이 섞인 음악)의 글로벌 대중화를 이끌었다. 푸에르토리코와 관련된 사회적 메시지를 음악에 담고, 스페인어로 가사를 쓰며 라틴계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등 진보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미상을 3회 수상하고,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2020~2022년 가장 많이 들은 아티스트 1위, 2023년 2위, 2024년 3위를 차지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지난해 대선 때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가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이라고 발언하자 이에 맞선 것이다. 당대 슈퍼스타에게만 허락된 ‘꿈의 무대’ 하프타임 쇼의 공연자는 주최사 NFL, 팝스타 제이지가 운영하는 공연 기획사 록 네이션, 후원사 애플뮤직이 공동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에는 ‘힙합의 시인’으로 불리는 켄드릭 라마가 공연했다. 이 공연은 1억3350만 명이 시청하며 1993년 마이클 잭슨이 세운 시청률 기록을 넘어섰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가짜)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다음 날 삭제했다. 이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 “모든 미국인에게 최신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가 ‘만병통치 치료법’을 비밀리에 독점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사실이라는 발언도 담겨 논란이 커지고 있다. CNN과 폴리티코에 따르면 가짜 영상 속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 “모든 미국인에게 최신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정책을 발표한 적이 없다. 딥페이크 영상답게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됐다. 영상 구성도 그럴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의 부인인 라라가 진행하는 폭스뉴스 시사 프로그램 ‘더 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정책을 발표했다”며 소개하는 식이다. 폭스뉴스 측은 “실제 방영된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가짜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공공 의료체계의 새 시대가 열린다”며 “모든 미국인에게 ‘메드베드(medbed)’ 카드를 지급해 최신식 기술과 최고의 의사를 갖춘 새 병원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메드베드는 ‘의학(medical) 침대’ 혹은 ‘명상(meditation) 침대’의 준말로 온라인 음모론 커뮤니티 ‘큐어논’이 주장하는 만병통치 치료법이다. 미국 정부가 미확인비행물체(UFO)에서 발견한 고도의 의료기술을 연구해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이를 대중에게 숨긴 채 기득권 계층에만 적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이다. 허무맹랑한 주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딥페이크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건 처음이 아니다. 다만 이를 나중에 삭제한 것은 드물다. 문제의 영상을 삭제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공보실이 X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도널드 트럼프가 실성했다(lost it)”고 비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허위 정책 발표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다음날 삭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 “모든 미국인에게 최신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내용의 딥페이크 영상에는 기득권이 ‘만병통치 치료법’을 비밀리에 독점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발언 또한 담겨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CNN과 폴리티코에 따르면 허위 영상 속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 “모든 미국인에게 최신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정책을 발표한 적이 없다. 영상 속 내용은 명백한 허위 정보이나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고 속을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상 구성 또한 신빙성을 더했다. 차남 에릭의 부인인 라라가 진행하는 폭스뉴스 시사 방송 ‘더 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정책을 발표했다”며 소개하는 방식이다. 폭스뉴스 측은 “실제 방영된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허위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공공 의료체계의 새 시대가 열린다”며 “모든 미국인에게 ‘메드베드’ 카드를 지급해 최신식 기술과 최고의 의사를 갖춘 새 병원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메드베드는 ‘의학(medical) 침대’ 혹은 ‘명상(meditation) 침대’의 준말로 온라인 음모론 커뮤니티 ‘큐어넌’이 주장하는 만병통치 치료법이다. 미 정부가 UFO 속 고도의 의료기술을 연구해 모든 질환을 치료할 기술을 개발했으나, 이를 대중에 숨긴 채 기득권끼리만 사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이다. 실체가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일각에서도 호응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허위 딥페이크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다만 삭제한 사례는 이례적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삭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공보실은 X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도널드 트럼프가 실성했다(lost it)”고 비난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과 연관된다”며 임산부와 아동의 사용 중단을 압박했다. 백신 접종도 간격을 늘려 “나눠 맞으라”고 촉구했다.의료계에서는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어린이의 백신 동시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지난해 대선에서 보수 여성층 결집을 이끈 마하(MAHA·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운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치 셈법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트럼프 “타이레놀-백신 멀리해라”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폐증 진단 증가는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일”이라고 규정하며, 임산부의 타이레놀 복용과 어린이 백신 접종을 자폐증 증가와 연결 지었다. 임산부에게는 발열과 통증을 약 없이 “버티라(tough it out)”고 했다.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인 8세 아동 31명 중 1명이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진단을 받았다. 2007년에는 150명 중 1명이었다. 이는 자폐증을 의심해 의료기관을 찾는 가정이 늘어난 점과 독립적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도 사례의 진단 증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자폐증은 신경 발달장애의 일종으로 증상과 정도가 다양하다. 혈액, 유전자, 영상 검사 등으로 진단되지 않으며, 전문의가 발달 양상과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진단한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원인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발표 이후 의료계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의 과학적 근거 부족을 지적했지만, 그는 26일 트루스소셜에 또 글을 올렸다. 그는 “임산부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타이레놀을 사용하지 말고, 어린아이에게는 어떤 이유로도 타이레놀을 주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역·볼거리·풍진(MMR) 혼합 백신은 반드시 세 개의 개별 주사로 나눠 맞아야 하며, 수두 백신도 따로 맞고, B형 간염 백신은 12세 이후에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로 보수맘 결집트럼프 행정부는 가공식품에 특정 색소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고 초가공식품에 대한 추가 규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마하 운동의 중심으로 꼽히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케네디 주니어가 마하 유권자들의 요구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건강한 식단에 대한 강조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나, 변호사 출신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건강 관련 음모론 확산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계 유대인과 중국인을 피해가도록 인위적으로 설계됐다거나, 수돗물 속 화학물질이 아이의 성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했다. 보수 여성층이 반(反)백신 운동을 구심점 삼아 결집했다는 분석도 있다. 백신 접종을 국가의 간섭으로 프레임해 ‘큰 정부’에 대한 보수층 반발심을 건드리고, 여기에 워싱턴 기득권과 거대 제약회사 간 유착 의혹까지 제기해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신 미접종과 (가공식품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생우유’ 섭취는 마하 맘의 상징이 됐다”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락다운(봉쇄)을 거치며 생겨난 변화”라고 전했다. 맘카페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지역별 페이스북 소그룹들에 생우유 구매처를 문의하고, 백신 접종 간격을 넓혀주는 소아과 의사를 찾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마하 인플루언서도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미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식품 첨가물 규제가 느슨하다며 아이들이 건강하지 않은 식단에 노출되어 있다고 호소하며 지지를 얻었다. 원재료를 직접 손질해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 여러 명을 양육하는 등 과거의 어머니상으로 회귀하자는 움직임을 뜻하는 ‘트래드(trad·전통) 맘’ 유행과도 결합해 주목을 받았다. 마하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케이시 민스 박사가 미국 연방정부의 공중보건 최고책임자인 의무총감에 지명되며 제도권으로 영향력을 확장했다. 마하 인플루언서들 다수는 올 5월 백악관에서 열린 ‘마하 위원회’ 행사에 초대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폐증은 끔찍한 일이고, 분명 인위적으로 유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대 기업에 종속되지 않겠다며 대중에 해답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 허위 연구가 불어온 백신 자폐증 유발설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1998년 영국 연구자 앤드루 웨이크필드 박사가 MMR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를 발표한 이후 널리 퍼졌다. 그러나 데이터 조작 사실이 드러나 논문은 철회됐고 웨이크필드의 의사 면허도 박탈됐다. 이후 다양한 연구들은 백신과 자폐증의 인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했다. 타이레놀은 어떨까. 임신 중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자녀의 신경발달 문제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연구는 있지만, 이 연구 또한 인과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올 8월 미국 연구진은 BMC 환경보건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임신 기간 중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여성의 자녀가 자폐증와 주의력결핍장애(ADHD)와 같은 신경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비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자폐증의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 임신 중 감염과 발열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열 자체가 태아의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형제자매 간 신경발달장애 진단율을 비교한 2024년 스웨덴 연구는 어머니의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섭취와 자폐증이나 ADHD와의 유의한 연관을 확인하지 못했다. 1995~2019년 출생자 200만 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다. ● 트럼프, 20년 가까이 백신 불신 드러내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발표를 시작하면서 “나는 자폐증에 관해 항상 매우 강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며 이런 기회를 20년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막내 아들 배런이 두돌을 앞뒀던 2007년 12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자폐증 옹호 자선 행사를 열었다. 이때부터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NBC방송의 전 회장이자 자폐증 진단을 받은 손주를 둔 밥 라이트와 부인 수잔이 운영했다. NBC방송의 인기 리얼리티쇼 어프랜티스의 진행자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행사 개최를 요청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가지며 이를 적극 홍보했다. 지역 일간지와 인터뷰에서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로써 자폐증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최근 자폐증이 급격히 늘어난 원인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백신을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금 행사 관련 기자회견에서는 배런의 예방접종 일정에 대해 “아주 천천히, 한 방 맞고 몇 달 기다리고 또 한 방 놓고, 옛날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물밑에서 대선 준비에 시동을 걸던 2014년에는 트위터(현 X)에 “건강한 아이가 병원에 가서 백신 여러 방을 맞고 나면 아프다가 변하게 된다. 자폐증! 이런 사례가 많다!”고 적었다. 이듬해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자폐증이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과 밀접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배런이 자폐증 진단을 받았으나 숨기고 있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이 돈 것. 2016년 미국인 여성 코미디언 로지 오도널은 이같은 주장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가 진영을 막론한 비판에 사과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해 출간한 자서전에서 오도널의 트윗 때문에 초등학생이던 배런이 심각한 따돌림을 당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자폐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배런은 자폐증 증상이 없다”고 밝혔다. 올 7월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도널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자 오래된 앙금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