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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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자입니다. 사건사고, 미중 경쟁 기사를 주로 씁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도 씁니다.

asap@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국제일반28%
인사일반18%
미국/북미12%
중동12%
일본6%
국제경제6%
유럽/EU6%
사회일반6%
부동산3%
국제인물3%
  • “암투병 어머니 위해”…밧줄로 에펠탑 100m 오른 여성

    “암환자인 어머니를 돕고 싶어 에펠탑을 올랐다.”프랑스의 여성 장애물 경기 선수 아누크 가르니에(34)가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을 밧줄로 100m 올라 ‘로프클라이밍’ 세계 기록을 세웠다. 10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가르니에는 이날 18분 만에 지상에서 지상 약 100m에 있는 에펠탑 2층에 도달했다. 그는 “꿈이 이뤄졌다. 마법 같았다”며 “내가 해낼 것이란 사실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도전을 위해 꼬박 1년을 훈련했다고도 했다. 특히 가르니에는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해 암 예방 및 환자 지원 활동을 하는 단체의 기금을 모으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암 연구를 돕는 일을 위해 나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었다”고도 강조했다.그의 기록은 기존의 남녀 선수 기록을 모두 깬 것이다.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남성 선수 토머스 반 톤더는 90m를 밧줄로 올랐다. 또 덴마크 여성 선수 이다 스텐스가드가 세운 26m보다 4배 이상 높은 곳을 올랐다.가르니에는 다음 달 9일 남부 마르세유에서 7월 개막할 파리 올림픽의 성화도 봉송한다. 올림픽 때도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홍보 대사로 활동하기로 했다. 자신의 신체 나이가 아직 20대라며 “10년 간 더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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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면상담 선호 부자들 모셔라” 美 은행 점포수 11년만에 반등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른 인터넷뱅킹 확산에도 지난해 미국 내 은행 점포 수가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특히 미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는 대면 상담을 선호하는 ‘부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오프라인 지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점포를 꾸준히 줄이는 국내 은행권과 대조적이다. 7일(현지 시간) 야후파이낸스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 내 은행 지점 수는 6만9684개로 한 해 전보다 94개 늘었다. 2012년 8만2461개에 달했던 은행 지점 수는 불과 10년 만인 2022년 6만9590개로 15.6%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신규 지점을 내며 늘어난 것이다. 오프라인 점포 증가세는 대형 은행들이 견인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110개의 지점을 새로 열어 미국 내에서만 4897곳의 지점을 보유했다. 올해도 지점 550곳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2위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PNC 등도 신규 지점 개설 확대 의사를 밝혔다. JP모건체이스의 지난해 수익이 호조를 보인 점도 오프라인 점포 증가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496억 달러(약 67조 원)를 기록해 2위 BoA(249억 달러)의 배에 가깝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일평균 90만 명의 고객이 지점을 찾는다”며 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 관련 대출, 자산관리 상담 업무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두 100% 인터넷뱅킹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 또한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을 때는 은행 창구를 찾는다고 평했다. ‘부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에릭 로젠그린 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수입원 다각화를 꾀하는 은행들이 자산관리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야후파이낸스에 말했다. 다이먼 CEO도 “부자는 자기 돈을 직접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며 대면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은행들은 신규 점포 입지를 고를 때 ‘부자 고객’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JP모건체이스는 2018년 수도 워싱턴의 지점을 개설할 때 스타벅스, 고가 운동복 브랜드 ‘룰루레몬’ 인근 장소를 골랐다. 반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한국 5대 은행의 영업점포 수(지점·출장소)는 3926개로 2019년 말(4461개) 대비 약 12% 감소했다. 최근 5년간 5대 은행의 점포 수는 연평균 50개씩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도 63개가 사라졌다. 노령층 등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객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당국 또한 급격한 감소에 우려를 표했지만 추세 자체를 전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점포 폐쇄, 통합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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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들 밥 챙기다 희생… 이, 조준 공습”[지금, 이 사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밥줄을 끊는다고 이스라엘이 전쟁을 이기진 못한다.” 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설립자이자 스타 셰프인 호세 안드레스(55)가 3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틀 전 WCK 직원 7명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직원들은 고난에 처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식사를 챙겨 주는 가장 인간다운 행위를 하다 목숨을 잃었다”고 추모했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번 참사를 ‘오폭’으로 해명한 것에 대해 안드레스는 ‘조준 공습’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NYT 기고에서 “이스라엘군은 군과 공유된 일정을 소화하던 차량을 겨냥해 타격했다”고 적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 화상 인터뷰에서는 폭격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 무인기(드론)는 안전지대에서 500∼600m 간격을 두고 이동 중이던 WCK 차량 3대를 순차적으로 폭격했다. 그는 “직원들이 대피를 시도했지만 연이은 폭격에 숨졌다. 오인 공습이 아닌 의도적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WCK는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서만 68곳의 배급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최초로 육로가 아닌 해상 수송으로 구호품을 전달해 큰 주목을 받았다. 안드레스는 1969년 스페인 북서부 미에레스에서 태어났다.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간 지 3년 만인 24세 때 셰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워싱턴,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 등 미 곳곳에서 31곳의 식당을 소유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워싱턴에 있는 ‘호세 안드레스의 미니바’는 2016년 미슐랭가이드로부터 2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2010년 WCK를 설립하며 음식을 통한 자선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전투식량이나 미제 간식을 배급하는 대신 현지 주민들에게 현장에서 따뜻한 음식을 즉석 조리해 준다는 게 안드레스의 철학이다. 아이티 대지진, 북미와 중남미의 허리케인, 우크라이나 전쟁, 모로코 지진 때도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고국 스페인의 최고 권위상으로 꼽히는 ‘아스투리아스 공주상’의 평화 부문 수상자로 뽑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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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장으로 간 미슐랭 셰프, 가자서 직원 7명 잃자 분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밥줄을 끊는다고 이스라엘이 전쟁을 이기진 못한다.”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설립자이자 스타 셰프인 호세 안드레스(55)가 3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틀 전 WCK 직원 7명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직원들은 고난에 처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식사를 챙겨 주는 가장 인간다운 행위를 하다 목숨을 잃었다”고 추모했다.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번 참사를 ‘오폭’으로 해명한 것에 대해 안드레스는 ‘조준 공습’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NYT 기고에서 “이스라엘군은 군과 공유된 일정을 소화하던 차량을 겨냥해 타격했다”고 적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 화상 인터뷰에서는 폭격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 무인기(드론)는 안전지대에서 500~600m 간격을 두고 이동 중이던 WCK 차량 3대를 순차적으로 폭격했다. 그는 “직원들이 대피를 시도했지만 연이은 폭격에 숨졌다. 오인 공습이 아닌 의도적 공격”이라고 주장했다.WCK는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서만 68곳의 배급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최초로 육로가 아닌 해상 수송으로 구호품을 전달해 큰 주목을 받았다.안드레스는 1969년 스페인 북서부 미에레스에서 태어났다.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간 지 3년 만인 24세 때 셰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워싱턴,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 등 미 곳곳에서 31곳의 식당을 소유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워싱턴에 있는 ‘호세 안드레스의 미니바’는 2016년 미슐랭가이드로부터 2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2010년 WCK를 설립하며 음식을 통한 자선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전투식량이나 미제 간식을 배급하는 대신 현지 주민들에게 현장에서 따뜻한 음식을 즉석 조리해 준다는 게 안드레스의 철학이다. 아이티 대지진, 북미와 중남미의 허리케인, 우크라이나 전쟁, 모로코 지진 때도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고국 스페인의 최고 권위상으로 꼽히는 ‘아스투리아스 공주상’의 평화 부문 수상자로 뽑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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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SMC 직원들 한때 대피… 반도체 공급 차질 배제 못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 등 반도체 공장이 다수 있는 대만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하자 관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만 북부 지역의 반도체 생산 시설 일부가 가동을 일시 중단했지만 아직까지 큰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계속되는 여진 여파 등에 따라 글로벌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TSMC는 3일 지진 발생 직후 일부 생산라인 직원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주난 지역 일부 공장의 가동을 6시간 중단시켰다. TSMC는 이후 성명을 통해 “현재 안전 시스템이 정상 작동 중이며 대피한 직원들도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장 건설 작업은 잠시 중단하고, 안전 검사를 마친 뒤 재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TSMC의 대만 내 공장이 주로 서부에 위치해 있어 북동부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생산 일시 중단으로 인한 추정 손실이 6000만 달러(약 81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대만 내 파운드리 2위 업체인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와 애플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 등도 일부 제조 공정을 일시 중단했다. 대만 매체들은 “1999년 ‘921 대지진’ 이후 진도 4 이상이 감지되면 보호 장치가 가동되도록 기계의 내진 설비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만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거나 대만에서 반도체를 공급받는 현대자동차그룹 등 한국 기업들도 지진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번 지진으로 반도체 등 부품 공급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해 혹시 여파가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으로 대만의 지정학적 취약점도 다시 불거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밀한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단 한 번의 진동으로도 전체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지진으로 대만의 물류나 전력 인프라가 손상될 경우 반도체 칩 배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전일 대비 1.27% 하락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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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도 숨은 단층 찾아 지진 선제대응 필요”

    “한반도로 에너지가 전달되는 방향의 단층에서 지진이 날 경우 제주와 남해안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3일 대만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을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은 일본과 함께 소위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위치해 지진이 잦은 편이다. 1999년 9월 21일 중부 난터우에서 규모 7.3의 ‘921 대지진’이 발생해 2415명이 숨졌고, 2016년에는 남부 가오슝에서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해 117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지진의 90% 이상이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는데 특히 이날 지진이 발생한 화롄 등 대만 남동부 지역은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맞닿은 경계 지점이다. 이 때문에 판끼리 충돌하며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이번 지진은 한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대만과 일본 등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언제든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홍 교수는 “이번 지진보다 북쪽에서 발생할 경우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 한반도에 숨은 단층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져 기상청 등이 연구 중인데 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창수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경주 지진, 포항 지진 등을 보면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지만 판 경계가 자꾸 충돌하다 보면 내부 단층에까지 영향을 주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지진 발생 횟수는 2016년 경북 경주시(규모 5.8), 2017년 경북 포항시(규모 5.4)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2021년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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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의 고리’ 대만, 잦은 지진…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한반도로 에너지가 전달되는 방향의 단층에서 지진이 날 경우 제주 남해안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3일 대만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을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대만은 일본과 함께 소위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위치해 지진이 잦은 편이다. 1999년 9월 21일 중부 난터우에서 규모 7.3의 ‘지지 대지진’이 발생해 2415명이 숨진 것이 대표적이다. 2016년 새벽 남부 가오슝에서는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해 11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전세계 지진의 90% 이상이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는데 특히 이날 지진이 발생한 화롄 등 대만 남동부 지역은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맞닿은 경계 지점이다. 이 때문에 판끼리 충돌하며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2018년에도 화롄 지역에서 규모 6.0 지진으로 단층대 바로 위에 있는 건물 4채가 무너졌다.이번 지진은 한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대만과 일본 등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언제든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홍 교수는 “이번 지진 단층은 에너지 전파 방향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약간 북쪽에서 발생할 경우는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또 “최근 한반도에 숨은 단층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져 기상청 등이 연구 중인데 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창수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경북 경주시와 포항시 등에서 지진 피해가 발생한 걸 보면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지만 판 경계가 자꾸 충돌하다보면 내부 단층에까지 영향을 주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선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106회 발생했다. 2022년 77회에 비해 37.7% 늘었다. 디지털 지진계가 도입된 1999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발생 횟수(70.8회)보다도 50% 가량 많다. 국내 지진 발생 횟수는 2016년 경북 경주시(규모 5.8), 2017년 경북 포항시(규모 5.4)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2021년 이후 다소 증가하고 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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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의 영사관 폭격에, 이란 보복 천명… “확전 결정타 우려”

    “현 상황에 (이란 참전 등)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최후의 결정타)’가 될 수 있다.”(미국 CNN방송)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함으로써 지난해 10월 발발한 중동 전쟁이 지역 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날 공격으로 이란 고위급 장교 3명 등 최소 13명이 목숨을 잃자, 이란은 “공격자를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이번 미사일 타격은 그간 시리아 및 레바논의 친(親)이란 민병대나 무장조직을 대상으로 했던 공격과 달리 이란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개전 이후 6개월 동안 여러 확전 고비에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었던 이스라엘과 이란의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 결국 파국을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고위급 등 13명 사망… 이란, 보복 천명 시리아 SA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일 낮 12시 17분경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에 미사일 6발을 쏟아부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부사령관인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등 최소 1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영사관 건물은 폐허가 됐다. 직접 피해를 입은 이란은 즉각 분노를 드러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성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에도 “(이스라엘 지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처벌 방식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란은 자국에 대사관을 두지 않는 미국 대신 미 정부에 전달자 역할을 하는 주이란 스위스대사대리를 초치했다.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Resistance Axis)’에 동참해 온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적이 처벌과 응징을 당하지 않고선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론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게 맞다”라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CNN에 “영사관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시설”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 “이란 본토 공격과 동급”… 美, 전전긍긍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줄곧 이어지긴 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란 외교 공간을 직접 타격한 건 처음이다. 이전 공격은 주로 중동 지역에 산재한 이란 군사시설을 노렸다. 때문에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NYT에 “이란 본토를 표적으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현지에선 이번 공격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수도 예루살렘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등 돌린 민심을 붙잡기 위해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전쟁 국면의 전환을 꾀했다는 시각도 있다.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란다 슬림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에 ‘너희의 방어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가 담겼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지지층의 반전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란 참전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에 미 정부 고위급 인사는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미국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고, 다른 당국자도 “이란에도 이를 직접(directly) 설명했다”고 전했다. 확전 불씨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사남 바킬 중동연구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공격은 역내 긴장을 ‘심각하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구호단체도 공습해 7명 사망 1일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 공습으로 구호단체 7명이 목숨을 잃는 참변도 벌어졌다.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은 “가자지구 데이르알발라에 식량을 전하고 오던 WCK 차량 3대에 탑승한 구호요원 6명과 팔레스타인 운전사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영국인 3명과 호주·폴란드·미국인(캐나다 이중국적) 각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WCK는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가 2010년 미국에서 창설한 자선단체다. NYT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지난달 개시된 해상 구호품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WCK는 “형제자매들의 희생으로 당분간 구호식량 운송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비난이 거세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의도치 않은 사고”라며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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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이란 영사관 폭격에 이란 보복 천명…‘중동 갈등’ 최고조

    “현 상황에 (이란 참전 등) 결정적 변화를 불러올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가 될 수 있다.”(미국 CNN방송)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함으로써 지난해 10월 발발한 중동 전쟁이 지역 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날 공격으로 이란 고위급 장교 3명 등 최소 11명이 목숨을 잃자, 이란은 “단호하게 대응할 권리”를 천명하며 보복을 시사했다.특히 이번 미사일 타격은 그간 시리아 및 레바논의 친(親)이란 민병대나 무장조직을 대상으로 했던 공격과 달리 이란을 노골적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갈수록 확전 우려가 높아지는 분위기에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었던 이스라엘과 이란의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 결국 파국을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고위급 등 11명 사망… 이란, 보복 천명로이터통신 및 시리아 SA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일 오후 12시 17분경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바로 옆에 있는 영사관에 미사일 6발을 쏟아부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부사령관인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등 최소 1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직접 피해를 입은 이란 등은 즉각 분노를 드러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침략적인 이스라엘 정권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장관은 미국에도 “(이스라엘 지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처벌 방식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Resistance Axis)’에 동참해온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적이 처벌과 응징을 당하지 않고선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론 이번 공격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건 맞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CNN 인터뷰에서 “공격한 건물은 영사관도 대사관도 아니다”며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 시설”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 “이란 본토 공격과 동급”… 휴전 무산되나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외교적 갈등이 줄곧 이어지긴 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란 외교공간을 직접 타격한 건 처음이다. 이전 공격은 주로 중동 지역에 산재한 이란 군사시설들이 대상이었다. 때문에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NYT에 “이란 본토를 표적으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현지에선 이번 공격 하루 전인 3월 31일 수도 예루살렘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등돌린 민심을 붙잡기 위해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전쟁 국면의 전환을 꾀했다는 시각도 있다.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란다 슬림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에게 ‘너희의 방어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가 담겼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지지층의 반전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란 참전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정부 고위급을 인용해 “미국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란에도 이를 직접(directly) 설명했다”고 전했다.당분간 휴전 시도는 물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왔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사남 바킬 중동연구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역내 긴장을 ‘심각하게’ 높일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이란을 직접 충돌로 몰아가려고 의도적으로 설계한 공격”이라고 짚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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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인의 선거철 “페스티벌 같은 우리 정치”[시차적응]

    《‘저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지?’ ‘우리와는 왜 다르지’ 국내외 뉴스 속 궁금증을 콕 짚어 새로운 시각에 적응시켜 드립니다.》총선이 8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동네 곳곳에 현수막이 걸려있고 길거리에 나와 인사하는 후보들이 보입니다. 다른 나라의 선거철 분위기가 궁금하셨던 적 있으실까요? ‘슈퍼 선거의 해’ 첫 선거로 전 세계적 관심을 받으며 총선을 치른 국가가 있는데요. 대만입니다. 대만은 1월 13일 국회의원(입법위원)과 총통(대통령) 선거를 동시에 치렀습니다. 1월 11~13일 타이베이시 등 대만 수도권 일대에서 취재하며 목격한 축제같은 풍경을 전해드리겠습니다. ● 동네 마실 나오듯…간이 유세장이 된 공원선거를 이틀 앞둔 11일 낮 다다오청마토우(大稻埕碼頭) 광장에서 민중당 유세가 열렸습니다. 커다란 강 옆에 만들어진 공원이라 한국의 한강공원과 분위기가 비슷했습니다. 민중당은 2019년 당시 타이베이시 시장이던 커원저 대표가 창당한 신생 정당입니다. 젊은층에서 특히 호응이 컸는데요. 이번 대선에서 총통 후보로 나선 커 대표는 득표율 26.1%를 기록하며 양당 체제를 깬 주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날 커 후보는 타이베이시 일대를 도는 자동차 순회 유세에 나섰습니다. 개조한 픽업트럭 트렁크에 타고 다니며 길가에서 유권자를 만나는 방식으로 대만 정치인들의 선거철 필수 코스입니다. 이날 유세의 종착지인 다다오청마토우 광장에 도착했는데 ‘유세에 가면 있는 것들’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커다란 앰프 소리나 단체복을 입은 당직자가 없어 두리번거리는데 민중당의 상징생인 민트색 깃발을 손에 쥔 사람이 보여 따라갔습니다. 굴다리 앞에 유권자 수십 명이 모여있었습니다. 이들은 당에서 나눠준 깃발과 손수 만든 팻말을 들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20~40대였고 아이를 데리고 마실 나온 부모들도 보였습니다. 민중당 지지자를 상징하는 ‘새싹’ 모양 핀을 머리에 꽂은 지지자들도 있었습니다. 조금 지나 커 후보가 도착했습니다. 서서 마이크를 잡고 말하고 있었는데요, 차량의 속도를 줄이기에 잠시 멈춘 뒤 연설하는 건가 싶었지만 금방 지나갔습니다. 커 후보의 얼굴을 3분도 못 보고 유세가 끝났습니다. 지지자들은 깃발을 둘둘 감아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리곤 흩어졌습니다. 공원을 찬찬히 둘러봤습니다. 민중당 지지자를 포착하는 단서는 ‘민트색 깃발’이었습니다. 공원 마실 나온 나들이객 같지만 가방 틈새로, 외투 주머니에서 눈에 잘 띄는 민트색 깃발이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20대 친구들은 네컷사진 부스로 들어가고 있었고, 아버지와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잔디밭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공원 앞 횡단보도에서는 초면인듯한 지지자들이 손가락으로 숫자 ‘1’(커 후보 기호)을 만들며 눈웃음을 주고받았습니다. 대만에 입국한 후 처음 간 유세장이었는데요. 제 예상 밖의 풍경이었습니다. 민중당이 젊은이들의 분노와 무력감으로 세를 불렸다는 평가를 받았던지라 저는 부정적 에너지가 유세장을 감돌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니 다들 즐거워 보였습니다. 이유는 변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다오청마토우 광장에서 인터뷰한 유권자들은 입을 모아 “커원저가 정치의 새 흐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콘서트장인지 유세장인지대만 선거철을 상징하는 또 다른 풍경은 ‘초대형 유세’입니다. 어느 정도의 초대형인가 하면 수만 명이 운집하는 규모입니다. 초대형 유세가 열리는 단골 장소는 두 곳인데요. 타이베이시 총통부 앞 카이거란대로와 수도권인 신베이시 반차오 경기장입니다. 카이거란대로는 왕복 10차선이라 광화문광장이 세종대로(왕복 12차선)였던 시절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교통을 통제하고 이곳에서 유세를 열기만 하면 10만 명대 유권자가 모인다고 합니다. 반차오 경기장에도 5만 명씩 모인다고 합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선거 유세에 오는 걸까요. 모여서 대체 무엇을 하고요? 12일 저녁 반차오 제1경기장에서 열린 국민당(제1 야당) 선거 전야 유세에 다녀왔습니다. 이날 유세는 국민당 집계로 5만 명이 참석했습니다. 열기는 유세장 인근 지하철역 출구부터 느껴졌습니다. 길가에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정차되어 있었고요. 물어보니 지역이나 조직에서 버스를 빌려 참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지지자들은 총통 후보 허우유이(侯友宜)의 이름과 “승리”를 외치며 걸어갔습니다. 5만 명이 모였다는 이날 유세는 입구부터 사람이 가득했습니다. 틈새를 비집고 걸어가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응원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소풍 나온 것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무대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앞으로 가다 보니 30분 뒤에야 무대가 보였습니다. 뒤돌아서 제 눈 앞에 펼쳐진 수만 명의 인파를 구경했습니다. 지지자들이 손에 쥔 대만기가 빨강과 파란색 물결처럼 보였습니다. 인기 가수의 대형 콘서트와 견주어 손색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수만 명이 전부 한 곳을 응시하며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행사 사회는 국민당 정치인이 봤습니다. “이제는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선거 광고 영상을 상영한 후 지역구 후보들이 하나하나 나와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국민당 유력 정치인들이 나와 연설했습니다.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 2020년 국민당 총통 후보였던 한궈위(韓國瑜), 장제스의 증손자로 차기 총통 후보로 유력한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 등이 무대에 올랐습니다.행사 막바지에 드디어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총통 후보 허우유이(侯友宜)는 제법 인상적으로 입장했는데요. 입구부터 무대까지 지지자들 사이를 비집고 걸어왔습니다. 지지자들이 “허우를 총통으로”라는 구호를 외친 지 15분쯤 됐을까요, 무대 위로 허우 후보가 올라왔습니다. 허우 후보는 대만어로 연설했습니다. 그리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요. 수만 명의 지지자와 무대 위 정치인들이 다 같이 즐겁게 노래 2곡을 연달아 열창했습니다. 노래를 마친 뒤 후보자들이 인사를 했고 무대 조명이 꺼졌습니다. 오후 9시 57분, 공식 선거운동 종료 3분을 앞두고 행사가 종료됐습니다.제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해산했습니다. 오후 10시 5분, 반차오 제1경기장에는 조금 전까지 인파에 가려 있는 줄도 몰랐던 붉은색 의자만 잔뜩 보였습니다. ● 선거대책본부에 차린 ‘팝업스토어’카이거란대로에서 11일 열렸던 민진당(여당) 초대형 유세에 갔을 때 눈에 띈 점이 있습니다. ‘팀 타이완’이라고 적힌 야구점퍼를 입은 사람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 점퍼를 입은 사람이 전부 다 선거 캠프 관계자일 수는 없을 만큼 많았는데요. 알아보니 민진당에서 판매하는 ‘공식 굿즈’를 사 입은 지지자들이었습니다. 판매용 굿즈라니 새로웠는데요. 민진당은 굿즈 판매 공간까지 차려뒀다길래 가봤습니다. 위치는 타이베이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선거대책본부 1층이었습니다. 다소 삭막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알록달록했는데요.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팝업스토어’ 같아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이곳은 라이칭더 (賴淸德) 총통 후보가 유소년 야구선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야구’를 콘셉트로 꾸몄다고 합니다. 인증샷을 찍고, 응원 메시지를 남기고, 간단한 게임을 할 수 있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참고로 민중당은 유권자들이 직접 만든 팻말을 가지고 유세에 나오는 문화를 살려 선대본부 1층 전체에 책상과 의자를 깔아뒀다고 합니다. 종이와 마커펜을 갖춰 유권자들이 팻말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선거를 하루 앞둔 날이라 다녀갈 사람은 이미 다녀갔을 것 같기도 하고, 평일 오후 2시라는 애매한 시간대였지만 그래도 한 아름씩 봉투를 손에 쥐고 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있었습니다.이곳에서는 옷가지와 배지, 퍼즐, 달력 등을 판매했는데요. 제가 유세에서 본 야구점퍼도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품절된 인기 상품은 민진당의 상징색인 녹색 티셔츠였다고 합니다. 이어 녹색 여행 가방 벨트가 품절됐다고 합니다. ● 마지막까지 뜨거웠던 결전의 날13일 오후 4시, 총통과 입법위원 선거 투표가 종료됐습니다. 대만은 재외국민 투표도, 부재자 투표도 불가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투표해야 하기 때문에 도심은 무척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오후 5시가 조금 지난 시간 저는 타이베이시 완화구에 있었습니다. 이 지역 민진당 후보로 출마한 우페이이 후보의 사무소에 갔는데요. 앞서 유세장에서 만난 대만인이 말하길 동네 사람들이 지역구 후보 사무실에서 개표 방송을 보는 문화가 있다고 했습니다. 도심이나 신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여전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길래 한국의 종로구와 비슷한 타이베이시 구도심 완화구로 찾아갔습니다. 우 후보의 사무소에 도착하고 보니 상가 건물 1층에 출입문이 없는 모습부터 제법 인상적이었습니다. 입구에 TV 모니터와 의자를 두어 사람들이 오가며 개표 방송을 보고 있었습니다.자원봉사자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대민 사무소’ 격의 공간이라고 합니다. 일반 사무를 보는, 통상 건물 2, 3층에 있는 사무실도 운영하지만 이처럼 건물 1층에 입구가 없는 대민 사무소를 두는 것이 대만 선거철 정치 문화라고 합니다. 이곳은 선거를 앞두고 3~4개월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했다고 합니다. 사무소에는 선거 캠프 관계자도 많았지만요, 동네 주민들이 걸어가다 잠시, 또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잠시, 심지어 차를 타고 가다 잠시 서행하며 개표 방송을 보는 풍경이 새로웠습니다. 취재하고 있는데 한국인 관광객 3명이 걸어가다가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엄청나다”라고 말하면서요.저녁 시간대가 지난 뒤 등장한 70대 할아버지들은 대만어로 수다 떨고 있었습니다. “커원저랑 밥 먹어봤는데 느낌이 별로다”며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오후 7시가 지나가니 구경 나온 시민이 족히 100명은 넘어 보였습니다. 오후 8시가 조금 지나 우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축하 폭죽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대체 왜 다들 이렇게 나오시는 걸까요. 타이베이 시민 린(林)모 씨(38)에게 여쭤봤습니다. 린 씨는 “분위기가 좋잖아요”라고 답했습니다.● 꽃가루 뿌리며 끝난 대만 선거오후 8시 40분경 민진당 라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습니다. 제가 팝업스토어 구경을 갔던 민진당 선대본부 앞 도로에서 당선인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연다는 속보도 떴습니다. 저도 빨리 이동했습니다. 어제 보았던 한적한 풍경은 온 데 간 데 없고 왕복 6차선 도로가 300m 가까이로 깃발을 손에 쥔 지지자들로 가득 찼습니다. 다들 속보를 보고 모인 것이었습니다. 등에 테니스 라켓을 매고 운동복을 입고 온 사람도, 스마트폰과 깃발만 덜렁 쥐고 나온 사람도 보였습니다. 행사는 당선인들의 인사로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외신 기자회견을 진행했죠.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던 선거인만큼 이번 선거를 취재하러 외신 기자 400명 이상이 대만에 왔습니다. 외신 기자회견이 끝난 뒤 무대에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올랐습니다. 곳곳에서 삼삼오오 셀카를 찍고 시끌벅적하던 행사장 분위기가 돌변했습니다. 들뜬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경건한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차이 총통의 연설을 듣는 사람들에게 애틋한 느낌도 났습니다. 시민 인터뷰를 하던 저도 잠시 멈췄습니다. 이 순간을 방해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이 총통이 연설을 마치자 다시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언제 울먹였다는 듯 다들 신난 표정으로 “총통 라이 총통 라이”라고 외쳤습니다. 역시나 마지막 순서는 라이 당선인의 연설이었고요. 그러고는 하늘에서 녹색과 분홍색 색종이가 내렸습니다. 꽃가루가 내리는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색종이를 줍길래 저도 주워봤습니다. 각각 “라이칭더 샤오메이친 2024년 하나로 연합하다” “올바른 사람을 선택하고, 올바른 길을 가세요. 2024년 승자! ‘팀 타이완’, 감사합니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작은 기념품으로 챙겼습니다. ● 마치며현장을 다녀보니 온 사회가 선거철 행사를 진심으로 즐기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취재하며 만난 대만인들에게 “선거를 즐기는 사람이 이토록 많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는데요.돌아온 반응이 재밌었습니다. 대부분 “한국은 안 그래?”라고 제게 되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다시 물으니 “K-드라마”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드라마 속 한국인들이 삶을 열정적으로 즐기던데 선거철이라고 다르겠냐는 뜻이었습니다.초대형 유세에서 만난 대만인 천(陳)모 씨(44)는 대만 선거가 ‘카니발’ 같다며 제 호기심에 공감했습니다. 그는 대만에만 살 때는 몰랐는데 브라질에서 6개월간 살아보니 ‘축제 중의 축제’라고 불리는 브라질의 카니발과 대만의 선거철 풍경이 닮아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춤과 파티가 없을 뿐, 사회를 휘감는 즐거운 에너지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천 씨가 기억하는 한 대만 선거철은 늘 축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대만은 1996년부터 직선제를 실시했습니다. 왜 늘 즐거운 것일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대만인은 정치를 통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대만인들에게 어느 후보를 왜 뽑았는지 물었습니다.▼“나는 이래서 OO을 지지했다” 대만인 25명의 답변[시차적응]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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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네타냐후 사퇴” 수만명 시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약 반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지난달 30, 31일 양일간 이스라엘 전역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퇴진 요구를 일축했고,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지상작전을 펼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의 석방을 촉구했다. 하루 전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자택 앞에서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지난달 31일 예루살렘에 있는 의회 건물 인근에만 수만 명이 운집했다면서 이번 시위가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라고 평했다. 특히 인질 가족은 “총리가 인질 협상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주장했다. 조기 총선을 통해 새 지도자를 선출한 후 하마스와 협상해 인질을 돌려받자고 외쳤다. 현재 풀려나지 못한 인질은 약 130명이며 이 중 34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극우 연정 내 파열음도 커졌다. 인구의 약 13.5%를 차지하는 초정통파 유대인 ‘하레디’는 1948년 건국 때부터 군복무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전쟁 발발 후 이들 또한 입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핵심 지지층인 극우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하레디의 병역 면제를 공식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연정 내에서 비교적 세속주의 성향이 강한 정당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 중인 이스라엘 성인 남성의 상당수가 전쟁 발발 후 귀국해 예비군 등으로 자원 입대한 것과 달리 네타냐후 총리의 장남 야이르(33)가 계속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머물고 있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자신의 아들은 참전하지 않으면서 총리가 계속 “전쟁”을 외치는 것이 모순이라는 의미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1일 “지금 총선을 치르면 인질 협상이 더 늦어질 것”이라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이날 탈장 수술을 받았다. 75세이며 지난해 7월에도 심박조율기 삽입술을 받은 그의 건강 이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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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타냐후 퇴진하라” 성난 이스라엘 국민들,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약 반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지난달 30, 31일 양일간 이스라엘 전역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퇴진 요구를 일축했고,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지상작전을 펼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의 석방을 촉구했다. 하루 전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자택 앞에서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지난달 31일 예루살렘에 있는 의회 건물 인근에만 수만 명이 운집했다면서 이번 시위가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라고 평했다.특히 인질 가족은 “총리가 인질 협상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주장했다. 조기 총선을 통해 새 지도자를 선출한 후 하마스와 협상해 인질을 돌려받자고 외쳤다. 현재 풀려나지 못한 인질은 약 130명이며 이 중 34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극우 연정 내 파열음도 커졌다. 인구의 약 13.5%를 차지하는 초정통파 유대인 ‘하레디’는 1948년 건국 때부터 군복무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전쟁 발발 후 이들 또한 입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핵심 지지층인 극우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하레디의 병역 면제를 공식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연정 내에서 비교적 세속주의 성향이 강한 정당들이 반발하고 있다.미국에 거주 중인 이스라엘 성인 남성의 상당수가 전쟁 발발 후 귀국해 예비군 등으로 자원 입대한 것과 달리 네타냐후 총리의 장남 야이르(33)가 계속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머물고 있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자신의 아들은 참전하지 않으면서 총리가 계속 “전쟁”을 외치는 것이 모순이라는 의미다.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1일 “지금 총선을 치르면 인질 협상이 더 늦어질 것”이라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이날 탈장 수술을 받았다. 75세이며 지난해 7월에도 심박조율기 삽입술을 받은 그의 건강 이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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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처럼… ‘철도원’ 무대 日시골역 문닫아

    국내에서도 사랑받았던 일본 영화 ‘철도원’(1999년)의 촬영지였던 홋카이도 이쿠토라(幾寅)역(사진)을 지나는 JR네무로선이 운영을 종료했다. 폐선을 앞둔 외진 기차역이 배경이던 영화의 설정이 20년 세월을 지나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달 30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쿠토라역을 지나는 JR네무로선은 31일을 끝으로 117년 동안 이어졌던 운행을 멈춘다. 1907년에 개통한 이 구간은 하루 이용자가 수십 명으로 줄어들며 적자가 심각했다. 앞으로 철도 운행 대신 버스가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 이쿠토라역도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작품 속 이름이던 ‘호로마이역’으로 문패를 바꾸고 계속 방문객을 맞는다. 해당 역은 촬영 당시 세트장 등을 지금도 보존해 영화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는 상태다. 지방자치단체인 미나미후라노시는 “철도회사 JR홋카이도로부터 역을 양도받아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 철도원은 시골역에서 우직하게 역장으로 봉직한 사토 오토마쓰의 삶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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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소리 15초 들으면 복제 AI 공개… “딥페이크 망령 불러내”

    “힘이란 물체를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게 하는 것인데….” 물리학 개념인 ‘힘’을 설명하는 15초 분량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를 들은 인공지능(AI)은 곧장 이 목소리로 생물, 영어 독해, 수학 등 각 분야 강의 샘플을 만들어 냈다. AI가 목소리를 복제한 뒤 그 목소리로 챗GPT가 만든 텍스트를 읽은 것이다. 이는 오픈AI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맛보기(프리뷰) 방식으로 공개한 음성 복제 모델 ‘보이스엔진’의 샘플 사례다. 오픈AI는 보이스엔진이 15초 분량의 사람 목소리만 있으면 거의 똑같게 음성을 복제해 낸다고 밝혔다. AI의 음성 복제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이 음성 복제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강력한 언어 생성 AI 모델과 전 세계 1억8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오픈AI가 음성 복제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딥페이크(조작된 영상, 이미지, 음성)가 불러올 혼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딥페이크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챗GPT-15초 음성 복제술 결합의 ‘위력’ 챗GPT는 사용자의 질문을 받고 텍스트를 생성하며 이를 음성으로 변환해 읽어주는 ‘읽어주기’ 기능이 있다. 여기에 보이스엔진을 접목하면 챗GPT가 특정인의 목소리로 각종 콘텐츠를 생성해 낼 수 있다. 또 15초 목소리 샘플만으로도 해당 목소리로 각종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오픈AI는 우선 15초 목소리만으로도 정확한 음성 복제가 가능하다는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제프 해리스 오픈AI 제품 책임자는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 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개발 방식이 더욱 강력하고 고품질의 음성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오픈AI가 음성 복제 기술에 뛰어든 이유는 기업 고객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성우 등 내레이터를 한 번만 고용하면 이를 바탕으로 각종 광고, 비디오게임, 공공장소 안내방송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보이스엔진 사용 비용이 일레븐렙스, 레플리카 스튜디오 등 다른 스타트업의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픈AI는 챗GPT와 음성 복제 기술력의 결합이 불러올 딥페이크 확산 우려를 감안한 듯 “‘선한’ 분야에서 음성 복제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픈AI의 보이스엔진 개발 협력사 중 하나인 비영리 의료 시스템 라이프스팬의 노먼프린스신경과학연구소가 갑작스러운 뇌종양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 어린 환자에게 예전에 학교 프로젝트용으로 녹음한 음성을 토대로 원래 목소리를 복원해 줬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AI를 통해 자신이 입력한 텍스트를 자신의 목소리로 읽게 할 수 있다.● ‘오용 우려’ 대규모 배포 일정은 미정 문제는 한층 진화된 음성 복제 기술이 딥페이크와 같은 부작용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사칭한 AI 목소리로 유권자들에게 무작위 전화가 걸려 오는 사건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짜 바이든’은 11월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둔 주민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 이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I발 ‘로보콜’ 자체를 금지했다. 영상과 결합해 유명인을 사칭한 허위 광고, 투자 권유 사기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선 배우 톰 행크스가 자신을 사칭하는 광고에 속지 말라는 ‘주의보’를 내렸고, 배우 에마 왓슨은 혐오 메시지를 선동하는 영상에 무단 동원되는 피해를 겪었다. 국내에서도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가 확산돼 금융감독원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픈AI도 이러한 혼란을 우려해 보이스엔진 기술의 대규모 배포는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픈AI 측은 “(11월 미 대선 등) 선거가 있는 해에 사람 목소리를 닮은 AI가 가져올 리스크를 잘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와 협력해 그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가 음성 복제 기능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대화를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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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목소리 15초만 들어도 거의 똑같이 복제”

    “힘이란 물체를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게 하는 것인데…”물리학 개념인 ‘힘’을 설명하는 15초 분량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를 들은 인공지능(AI)은 곧장 이 목소리로 생물, 영어 독해, 수학 등 각 분야 강의 샘플을 만들어 냈다. AI가 목소리를 복제한 뒤 그 목소리로 챗GPT가 만든 텍스트를 읽은 것이다.이는 오픈AI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맛보기(프리뷰) 방식으로 공개한 음성 복제 모델 ‘보이스엔진’의 샘플 사례다. 오픈AI는 보이스엔진이 15초 분량의 사람 목소리만 있으면 거의 똑같게 음성을 복제해 낸다고 밝혔다.AI의 음성 복제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이 음성 복제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강력한 언어 생성AI 모델과 수억 명 사용자를 보유한 오픈AI가 음성 복제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딥페이크(조작된 영상, 이미지, 음성)가 불러올 혼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오픈AI는 “위험성을 감안해 소수 개발자 그룹에만 보이스엔진 기술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AI발(發) 딥페이크 피해는 늘고 있다. 올 초 미국 대선 경선 과정에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목소리를 사칭한 허위 전화가 돌아 파장이 일었다. 국내에서도 배우 조인성, 송혜교 등 유명인의 음성과 얼굴을 조작한 투자 권유 영상을 활용한 사기 범죄가 발생했다.챗GPT와 음성복제 기술의 만남…‘오용 우려’에 대규모 배포 미정“샘 올트먼 목소리인 줄 알았다.”오픈AI의 음성 복제 기술 ‘보이스엔진’ 시연에 참석한 블룸버그통신은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목소리로 제품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실제 목소리 같았지만 보이스엔진이 만들어낸 음성이었다.오픈AI가 2022년 말부터 개발해 왔다고 밝힌 이 음성 복제 기술은 ‘텍스트 음성 변환’과 챗GPT의 ‘읽어주기’ 기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챗GPT가 사용자의 질문을 받고 텍스트를 생성하며 이를 음성으로 변환해 읽어주는 기능이다. 여기에 ‘보이스엔진’을 접목하면 챗GPT가 특정인의 목소리로 각종 콘텐츠를 생성해 낼 수 있다. 또 챗GPT의 능력을 갖춘 음성 복제 기술이라 15초 목소리 샘플만으로도 해당 목소리로 각종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 챗GPT와 15초 음성 복제술의 결합음성 복제 기술은 오픈AI 뿐 아니라 일레븐렙스, 레플리카 스튜디오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뛰어든 분야다. 오용 사례도 상당수 확인될 만큼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사용자 1억8000만 명을 둔 챗GPT와 음성 복제 기술이 만날 때의 위력에 대한 우려로 미 언론들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딥페이크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오픈AI는 우선 15초 목소리만으로도 정확한 음성 복제가 가능하다는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제프 해리스 오픈AI 제품 책임자는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 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개발 방식이 더욱 강력하고 고품질의 음성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보이스엔진 사용 비용이 다른 스타트업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음성 복제 기술에 많은 테크기업들이 뛰어드는 이유은 기업 고객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성우 등 나레이터를 한 번만 고용하면 이를 바탕으로 각종 광고, 비디오게임, 공공장소 안내방송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오픈AI는 오용 우려를 감안한 듯 “‘선한’ 분야에서 음성복제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픈AI의 보이스엔진 개발 협력사 중 하나인 비영리 의료 시스템 라이프스팬의 노먼프린스신경과학연구소는 갑작스런 뇌종양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 어린 환자에게 예전에 학교 프로젝트용으로 녹음한 음성을 토대로 원래 목소리를 복원해줬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자신이 입력한 텍스트를 자신의 목소리로 읽히게 할 수 있다.● ‘오용 우려’ 대규모 배포 일정은 미정문제는 음성 복제가 딥페이크와 같은 부작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사칭한 가짜 목소리로 11월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둔 주민들에게 무작위 전화가 걸려 오는 사건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짜 바이든’은 주민들에게 “예비선거에 투표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통신위(FCC)는 AI발 ‘로보콜’ 자체를 금지했다.영상과 결합해 유명인을 사칭한 허위 광고, 투자 권유 사기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선 배우 톰 행크스가 그를 사칭하는 광고에 이용됐고, 배우 엠마 왓슨은 혐오 메시지 선동에 동원됐다. 국내에서도 배우, 가수를 비롯한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가 확산돼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 사기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픈AI도 이러한 혼란을 우려해 보이스엔진 기술의 대규모 배포는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11월 미 대선 등) 선거가 있는 해에 사람 목소리를 닮은 AI가 가져올 리스크를 잘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시민 사회 등 다양한 분야와 협력해 그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워터마크 기술을 활용해 AI와 실제 사람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대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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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철도원’의 폐선 앞둔 기차역, 설정이 현실로…

    국내에서도 사랑받았던 일본 영화 ‘철도원’(1999년)의 촬영지였던 홋카이도 이쿠토라(幾寅)역을 지나는 JR네무로선이 운영을 종료했다. 폐선을 앞둔 외진 기차역이 배경이던 영화의 설정이 20년 세월을 지나 결국 현실이 됐다.지난달 30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쿠토라역을 지나는 JR네무로선은 31일을 끝으로 117년 동안 이어졌던 운행을 멈춘다. 1907년에 개통한 이 구간은 하루 이용자가 수십 명으로 줄어들며 적자가 심각했다. 앞으로 철도 운행 대신 버스가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이쿠토라역도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작품 속 이름이던 ‘호로마이역’으로 문패를 바꾸고 계속 방문객을 맞는다. 해당 역은 촬영 당시 세트장 등을 지금도 보존해 영화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는 상태다. 지방자치단체인 미나미후라노시는 “철도회사 JR홋카이도로부터 역을 양도받아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소설이 원작인 영화 철도원은 시골역에서 우직하게 역장으로 봉직한 사토 오토마쓰의 삶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오토마쓰를 연기한 다카쿠라 겐은 일본의 국민배우로 등극했으며, 당대 청춘스타였던 히로스에 료코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2014년 세상을 떠난 다카쿠라는 영화 촬영을 도와준 지역 주민들과 말년까지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교류했던 것으로 유명하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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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ML 해외이전 막아라”… 베토벤 작전 3.6조 투입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 전쟁(Chip War)’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가 자국 반도체장비 기업 ASML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60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ASML 본사가 있는 에인트호번 일대의 주택, 교육, 교통, 전력망 인프라를 개선하고 법인세 인하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네덜란드는 이날 ASML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한 이른바 ‘베토벤 작전’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며 “ASML이 법상, 회계상, 실제 본사를 네덜란드에 유지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25억 달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기업인 ASML이 본사를 해외로 옮길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네덜란드 “ASML, 경제의 메시” 감세 추진 네덜란드, ‘베토벤 작전’ 본격 가동중앙-지방정부 함께 3.6조 마련본사 주변 주택-교통 인프라 등 개선ASML 해외이전 막기위해 총력 “ASML은 네덜란드 경제의 ‘메시’다.” 미키 아드리안선스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장관은 28일(현지 시간) ANP통신에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6000억 원)를 투입하는 ‘베토벤 작전’의 세부 내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ASML이 네덜란드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세계 최고 축구선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맞먹으며, 이런 중요한 기업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으려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6일 베토벤 작전을 예고한 지 한 달도 안 돼 예산 규모와 사업 내용을 구체화해 반도체 지원 속도전에 나섰다. 25억 유로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ASML 본사가 있는 에인트호번을 관할하는 지방정부도 함께 조달한다고 소개했다. 국가 대표 기업을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가 ‘원팀’으로 총력을 쏟겠다는 취지다. ASML은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업체다. EUV를 이용하면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고성능 반도체 제조를 위해 꼭 필요한 장비라는 의미다. 28일 기준 시가총액이 약 3818억 달러로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에 이은 유럽 3위다. 에인트호번 일대에는 ASML은 물론 필립스 등 주요 기술 기업이 자리했다. 또 ASML 본사 직원 약 2만3000명 중 40%가 외국인이다. 에인트호번 일대가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요람 ‘실리콘밸리’와 맞먹는 네덜란드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유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이 돈을 에인트호번 일대의 주택, 교육, 교통, 전력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쓰기로 했다.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이 지역 고속도로, 철도 등을 새로 짓고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에인트호번 공대에도 투자한다. 그간 ASML은 “에인트호번을 ‘기술 허브’로 키우기 위한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실패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법인세 인하, 세금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위한 법안 또한 이미 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앞서 2018년 정부가 배당세를 강화하자 정유기업 셸, 소비재기업 유니레버 등이 영국 런던으로 본사를 옮겼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이 제1당에 오르자 재계에서는 반(反)이민 정책이 강화돼 고급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힘들고, 외국 기업의 투자 또한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실제 우파 성향이 강화된 의회는 최근 고숙련 이주 노동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는 안을 가결했다. 지난달 현지 기업가 설문에서는 ‘네덜란드를 사업하기에 매력적인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답이 44%였다. 1년 전 28%보다 16%포인트 늘었다. ‘네덜란드를 떠날 것을 고려한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13%에서 20%로 증가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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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 “ASML은 경제의 메시”…‘베토벤 작전’ 본격 가동

    “ASML은 네덜란드 경제의 ‘메시’다.”미키 아드리안선스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장관은 28일(현지 시간) ANP통신에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6000억 원)를 투입하는 ‘베토벤 작전’의 세부 내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ASML이 네덜란드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세계 최고 축구선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맞먹으며, 이런 중요한 기업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으려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6일 베토벤 작전을 예고한 지 한 달도 안 돼 예산 규모와 사업 내용을 구체화해 반도체 지원 속도전에 나섰다. 25억 유로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ASML 본사가 있는 아인트호벤을 관할하는 지방정부도 함께 조달한다고 소개했다. 국가 대표 기업을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가 ‘원팀’으로 총력을 쏟겠다는 취지다.ASML은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업체다. EUV를 이용하면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5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고성능 반도체 제조를 위해 꼭 필요한 장비라는 의미다. 28일 기준 시가총액이 약 3818억 달러로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에 이은 유럽 3위다.에인트호번 일대에는 ASML은 물론 필립스 등 주요 기술 기업이 자리했다. 또 ASML 본사 직원 약 2만3000명 중 40%가 외국인이다. 에인트호번 일대가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요람 ‘실리콘밸리’와 맞먹는 네덜란드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유다.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이 돈을 에인트호번 일대의 주택, 교육, 교통, 전력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쓰기로 했다.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이 지역 고속도로와 철도를 새로 건설하고,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에인트호벤 공대에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ASML은 “에인트호번을 ‘기술 허브’로 키우기 위한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실패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정부는 조만간 법인세 인하, 세금 감면 등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앞서 2018년 정부가 배당세를 강화하자 정유기업 셸, 소비재기업 유니레버 등이 영국 런던으로 본사를 옮겼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이 제1당에 오르자 재계에서는 반(反)이민 정책이 강화돼 고급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힘들고, 외국 기업의 투자 또한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실제 우파 성향이 강화된 의회는 최근 고숙련 이주 노동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는 안을 가결했다. 지난달 현지 기업가 설문에서는 ‘네덜란드를 사업하기에 매력적인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답이 44%였다. 1년 전 28%보다 16%포인늘었다. ‘네덜란드를 떠날 것을 고려한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13%에서 20%로 증가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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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 집권 헝가리 오르반, 여권 ‘내부 폭로’에 흔들

    2010년부터 14년째 장기 집권 중인 ‘동유럽의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여권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로 위기를 맞았다. 최측근 로간 언털 총리실 내각 장관이 검찰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부 폭로’를 계기로 장기집권 과정에서 축적된 시민들의 분노가 터지며 “총리 사퇴”를 외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 오르반 총리는 집권 내내 반(反)난민, 반이슬람 노선 등 노골적인 극우 성향을 보이며 반대파를 탄압해 논란을 불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6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오르반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려 시민 수천 명이 운집했다. 시위대는 밤늦게까지 의회로 행진하며 “오르반 총리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석자는 횃불을 손에 쥐고 참석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법조인 출신의 외교관이자 여권 내 스타 정치인으로 주목받던 머저르 페테르(43)가 오르반 정권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며 정계를 뒤흔든 데서 비롯됐다. 이날 머저르는 전 부인이자 오르반 총리의 또 다른 측근인 버르저 유디트 전 법무부 장관과 결혼 상태였던 지난해 1월 나눈 2분짜리 음성 파일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현직 법무부 장관이었던 버르저는 로간 장관이 집권 피데스당 유력 인사의 비리 수사를 두고 검찰에 증거 삭제를 지시한 정황이 있음을 언급했다. 머저르는 이 음성 파일을 검찰에 증거로 제출하며 “오르반 정권의 조직적인 수사 무마, 증거 인멸 정황 등이 담겨 있다. 그들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오르반 총리의 리더십을 뒤흔드는 스캔들”이라고 평가했다. 머저르와 버르저 전 장관은 젊고 매력적인 외모를 지녀 정계의 파워 커플로 불렸다. 대중매체에도 종종 등장했지만 지난해 3월 17년간의 결혼 생활을 돌연 끝냈다. 머저르는 이혼 후 본격적으로 반(反)오르반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하며 지지 기반을 넓혀 왔다. 15일에는 피데스당을 대체할 새로운 보수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오르반 총리의 반대파나 26일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오르반 정권의 내부 상황을 속속들이 아는 머저르가 장기 집권을 청산하는 데 기여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다만 의회 199석 중 피데스당(116석) 등 여권이 총 135석을 차지하고 있어 오르반 총리의 사퇴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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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급한 트럼프, 8조원 가치 ‘자체 SNS’ 상장 추진

    4건의 형사 기소와 여러 민사 소송에 따른 법률 비용 급증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2021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이르면 25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우회 상장하기로 했다.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장을 통해 최소 35억 달러(약 4조6900억 원)를 벌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1일 보도했다. 11월 미 대선의 경쟁자이자 트럼프 캠프보다 모금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자금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월가는 트루스소셜의 기업 가치를 최소 60억 달러(약 8조 원)로 추정하고 있다. 트루스소셜의 모기업 ‘TMTG’는 상장을 목표로 이미 NYSE에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22일 DWAC는 TMTG 인수안을 주주 표결에 부치기로 했고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상장에 성공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장 보유 주식을 팔 수는 없다. 미 금융당국이 최대주주는 상장 후 6개월간 주식을 매각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자산을 부풀려 대출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민사재판 1심에서 패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소심 진행을 위해 필요한 4억5400만 달러(약 6000억 원) 공탁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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