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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뮤직아일페스티벌을 7년째 열어온 제주신라호텔은 국내 호텔업계에서 문화 마케팅의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페스티벌 기간(18∼26일)엔 ‘뮤직 아일 패키지’란 이름의 패키지 숙박 상품도 개발해 팔고 있다. 제주 뮤직아일페스티벌 입장권 2장이 포함된 패키지 가격은 1박에 31만∼41만5000원(세금과 봉사료 별도). 페스티벌 기간 중 세계적 연주자들이 이 호텔에 머물기 때문에 종종 호텔 식당 등에서 마주쳐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다. 이 호텔은 다음 달 10∼15일엔 ‘신승훈 콘서트 패키지’도 선보인다. 화이트데이 시즌을 맞아 신승훈이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펼치는 쇼의 R석 티켓 두 장과 와인, 케이크, 스파&자쿠지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이 포함됐다. 호텔 곳곳엔 500여 점의 예술품도 비치돼 있어 컨시어지 데스크에 문의하면 작품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여름 야외수영장에 새롭게 설치됐던 카바나(방갈로 형태의 휴식 공간)는 올겨울엔 밤 12시까지 힐링 스톤 세러피를 즐길 수 있는 윈터 스파 존으로 새 단장됐다. 지난해 11월 호텔 정원에 마련된 ‘야외 캠핑&바비큐 존’에서는 실제 캠핑과 같은 분위기에서 흑오겹살, 전복 등을 그릴에 구워 먹을 수 있어 요즘 최고 인기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이재현 CJ그룹 회장(51·사진)이 16∼23일 장내 매수를 통해 CJ인터넷(47만8181주), CJ제일제당(13만7171주), 온미디어(153만6670주) 등 3개 계열사 주식 462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회장의 외삼촌이자 공동대표인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이 기간 CJ제일제당(2600주)과 온미디어(2만3000주) 주식을 취득했다. 이 회장이 CJ제일제당의 주식을 산 건 CJ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된 2007년 9월 이후 처음이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과 다음 달 출범하는 CJ E&M(CJ인터넷 등 그룹 내 미디어 관련 6개사를 합친 회사)에 힘을 싣는 이 회장의 결연한 의지”라고 주식 매입의 배경을 밝혔다. CJ제일제당의 주가는 2007년 11월 주당 31만85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24일 종가는 전날보다 1500원 떨어진 20만2500 원. CJ제일제당은 곡물가 급등과 정부의 물가 안정대책의 이중고를 겪으며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이날 CJ E&M은 외국계 매수 물량이 몰리며 전일 대비 4100원(8.04%) 오른 5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로 합병되는 CJ인터넷, 온미디어, 엠넷미디어는 이날 거래를 끝으로 25일부터 합병을 위한 매매거래 정지에 들어간다. 이 회장이 그 전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국내 뷰티 프랜차이즈 회사인 ‘이철 헤어커커’가 올해 4월 중국 베이징(北京)에 ‘2호점’을 내면서 중국인 대상의 미용 아카데미를 열겠다고 21일 밝혔다. 이 회사가 2007년 베이징에 ‘커커 차이나’란 외자 법인을 설립해 1호점을 내고 2008년 2호점을 이미 냈던 걸 기억하기 때문에 이철 헤어커커 측의 발표 내용이 이상했다. 베이징 2호점은 어디로 갔을까. 22일 이철 헤어커커 측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대한 분석 부족으로 적자를 견딜 수 없어 지난해 초 2호점을 닫았다”며 “미용 아카데미를 설립해 중국인 미용 인력 양성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2호점의 입지를 찾겠다”고 했다. 이 회사는 중국 중·상류층을 겨냥해 커트 3만 원, 파마 10만 원을 책정해 사업을 했다. 중국의 일반 미용실(커트 1만 원, 파마 3만 원)보다 비싸다. 실은 비싼 가격은 문제가 안 됐다. 한류 팬인 중국 소황제(小皇帝·귀하게 자란 외동아이)들은 한국인이 만져주는 머리와 메이크업에 열광하니까. 정작 문제는 팽창하는 중국시장에서 일할 한국인 디자이너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었다. 이철 헤어커커가 아카데미를 세워 미용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데엔 이런 고충이 숨어 있었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에는 2001년 ‘이가자 헤어비스’를 시작으로 현재 8개의 국내 뷰티 프랜차이즈 회사가 198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가격 경쟁(저가 시장)과 인력 부족(고가 시장)으로 고전하는 곳이 많다는 게 KOTRA의 설명이다. 뜻밖에 취재 도중 KOTRA의 실수도 발견했다. KOTRA는 지난해 ‘제1회 프랜차이즈 해외진출 1호점 개설지원사업’으로 13개 회사를 선정하면서 뷰티업계에선 이철 헤어커커와 박승철 헤어스튜디오에 예산(2000만 원 이내)을 지원했다. 중국처럼 넓은 나라를 감안해 ‘해외 진출 1호점’의 기준은 ‘각 도시의 1호점’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철 헤어커커는 KOTRA에 “상하이에 1호점을 내겠다”며 지원 사업자로 선정된 후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베이징에 2호점을 내려 했다는 것이다. KOTRA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22일 동아일보 취재로 알게 된 후 허둥지둥했다. 결국 KOTRA는 이철 헤어커커의 ‘해외 진출 2호점’에 예산을 지원한 셈이다. ‘차이나 드림’을 안고 무작정 중국으로 달려갔던 국내 기업들, 영세한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면서 꼼꼼히 챙기지 못했던 KOTRA…. 우리는 ‘차이나 파워 시대’를 전략적으로 살고 있습니까? 확실해요?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지난해 3월 국내 죽 전문회사 ‘본죽’은 ‘제1회 아이디어 공모전’(지난해 1, 2월 진행)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 1개 팀을 비롯해 총 7개 팀이 상을 받았다. 본죽은 이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난해 9월 불고기와 낙지가 들어간 ‘불낙죽’이란 새 메뉴를 선보였다. 공모전 대상을 차지한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이었다. 불낙죽은 출시 5개월 만인 올해 2월 현재까지 22억 원어치가 팔렸다. 본죽이 대상 팀에 지급한 상금은 300만 원. 회사 측은 상금 대비 733배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요즘 산업계에 홍수를 이루는 아이디어 공모전은 기업의 투자(상금) 대비 얼마나 큰 효용을 낳을까. 언제나 신선한 아이디어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선 보석 같은 사업 발상을 얻을 수 있고, 공모전 지원자들은 경험과 경력을 쌓는다. 잘 다듬어진 아이디어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히트상품을 낳기도 한다. 본죽의 사례를 통해 ‘공모전의 경제학’을 살펴봤다.○ 공모전으로 전체 매출 10% 끌어올려 지난해 본죽은 이 공모전에서 수상한 아이디어 중 불낙죽(대상)과 카레해물죽(입선)을 새 메뉴로 내놓았다. 수상작은 아니지만 공모전에 제출된 아이디어 중 하나인 쇠고기 미역죽도 제품으로 만들어 선보였다. 지금까지 불낙죽은 22억 원, 카레해물죽은 10억 원, 쇠고기 미역죽은 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모전의 전체 상금 규모는 590만 원, 공모전을 통해 개발한 새 메뉴가 올린 매출액은 43억 원. 회사가 지급한 상금 대비 728배의 성과다. 회사 측은 공모전이 전체 매출의 약 10%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한다. 또 공모전과 새 메뉴 관련 기사가 언론에 85건 게재돼 회사 측은 3억4000만 원 정도(광고비 환산액 기준)의 홍보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본죽 관계자는 “매출 신장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가 공모전을 통해 젊게 바뀐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공모전의 ‘윈윈’ 모델 불낙죽은 지난해 본죽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불낙죽으로 공모전 대상을 받은 청주대 4학년 최성호 씨(27)는 지방대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생산성본부가 연 ‘대학생 마케팅 스쿨’에 참여했다가 그곳에서 만난 중앙대 학생 두 명과 팀을 이뤄 공모전에 도전하게 됐다. 최 씨는 “본죽 점포들을 방문해 관찰해 보니 30, 40대 주부층에 고객이 한정돼 있고, 아침시간 매출이 적게 나타났다”며 “그 주부들의 자녀인 청소년들의 영양가 있는 아침 죽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회 도서관에서 영양가 있는 식재료 자료를 찾다가 불고기와 낙지가 나왔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즌을 겨냥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의 ‘불낙(不落)’이란 조어를 착안했다. 그는 “공모전 수상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짜릿한 경험이라 미래의 도전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18일 ‘제2회 아이디어 공모전’ 접수를 마감한 본죽은 3월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체 상금 규모를 700만 원으로 늘리고, 수상자가 입사를 희망하면 1차 서류심사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서로 윈윈하기 위해서란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지난해 3월 국내 죽 전문회사 '본죽'은 '제 1회 아이디어 공모전'(지난해 1, 2월 진행)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 한 팀을 비롯해 총 7개 팀이 상을 받았다. 본죽은 이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난해 9월 불고기와 낙지가 들어간 '불낙죽'이란 신 메뉴를 선보였다. 공모전 대상을 차지한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이었다. 불낙죽은 출시 5개월 만인 올해 2월 현재까지 22억 원 어치가 팔렸다. 본죽이 대상 팀에게 지급한 상금은 300만 원. 회사 측은 상금 대비 733배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요즘 산업계에 봇물을 이루는 아이디어 공모전은 기업의 투자(상금) 대비 얼마나 큰 효용을 낳을까. 언제나 신선한 아이디어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선 보석 같은 사업 발상을 얻을 수 있고, 공모전 지원자들은 경험과 경력을 쌓는다. 잘 다듬어진 아이디어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히트상품을 낳기도 한다. 본죽의 사례를 통해 '공모전의 경제학'을 살펴봤다. ● 회사 공모전으로 전체 매출 10% 끌어올려 지난해 본죽은 이 공모전에서 수상한 아이디어 중 불낙죽(대상)과 카레 해물죽(입선)을 신 메뉴로 내놓았다. 수상작은 아니지만 공모전에 제출된 아이디어 중 하나인 쇠고기 미역죽도 제품으로 만들어 선보였다. 지금까지 불낙죽은 22억 원, 카레해물죽은 10억 원, 쇠고기 미역죽은 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모전의 전체 상금 규모는 590만 원, 공모전을 통해 개발된 신 메뉴가 올린 매출액은 43억 원. 회사가 지급한 상금 대비 728배 성과다. 회사 측은 공모전이 전체 매출의 약 10%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공모전과 신 메뉴 관련 기사가 언론에 85건 게재돼 회사 측은 3억4000만 원 정도(광고비 환산액 기준)의 홍보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본죽 관계자는 "매출 신장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가 공모전을 통해 젊게 바뀐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공모전의 '윈-윈' 모델 불낙죽은 지난해 본죽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불낙죽으로 공모전 대상을 받은 청주대 4학년 최성호 씨(27)는 지방대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생산성본부가 연 '대학생 마케팅스쿨'에 참여했다가 그 곳에서 만난 중앙대 학생 두 명과 팀을 이뤄 공모전에 도전하게 됐다. 최 씨는 "본죽 점포들을 방문해 관찰해보니 30, 40대 주부층에 고객이 한정돼 있고, 아침시간 매출이 적게 나타났다"며 "그 주부들의 자녀인 청소년들의 영양가 있는 아침 죽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국회 도서관에서 영양가 있는 식재료 자료를 찾다가 불고기와 낙지가 나왔고, 대입 수학능력시험 시즌을 겨냥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의 '불낙(不落)'이란 조어를 착안했다. 그는 "공모전 수상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짜릿한 경험이라 미래의 도전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18일 '제 2회 아이디어 공모전' 접수를 마감한 본죽은 3월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체 상금 규모를 700만 원으로 늘리고, 수상자가 입사를 희망하면 1차 서류심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서로 '윈-윈(WIN-WIN)'하기 위해서란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8일 오전 2시(뉴욕 현지 시간 17일 낮 12시) 유튜브(youtube.com/liverunway)에서 실시간 중계가 시작됐다. ‘2011 가을 겨울 미국 뉴욕 패션위크’ 중 한국의 정상급 패션 디자이너 손정완 씨(52·사진)의 쇼가 열리는 링컨센터가 비춰졌다. 유튜브는 이번에 쇼를 한 147명의 디자이너 중 손 씨를 비롯한 15명의 쇼만 생중계했다. 디자이너 경력 24년째인 손 씨가 뉴욕 패션위크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쇼가 시작됐다. 롱 드레스에 밍크 카디건, 복고풍 나팔바지에 비즈를 단 실크 톱, 어깨와 가슴 부분은 니트로 엮은 볼레로 스타일 밍크 재킷…. 니트, 실크, 밍크, 비즈 등의 이질적인 소재가 로맨틱하고 여성적인 감성으로 혼합돼 있었다. 쇼가 끝난 직후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새로운 도전이 주는 긴장감과 짜릿함에 서퍼(surfer·파도 타는 사람)가 된 듯하다”며 “뉴욕에서 꼭 패션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미대 출신의 손 씨는 1987년 첫 매장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열었다. 1989년 자신의 이름을 딴 ‘손정완’이라는 브랜드를 세운 뒤 24년간 국내 무대에서 활약해 온 정상급 디자이너다. 연간 국내 매출액이 400억 원인 베테랑 디자이너는 편한 길을 두고 뉴욕에서 그렇게 도전을 시작했다. 한국 여성들이 입던 ‘손정완’ 옷을 외국 모델들이 입은 모습은 낯설면서도 퍽 감동적이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주거환경학과 윤정숙 교수가 최근 아파트 입주민들의 감성을 분석한 주거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하자, 김주환 교수가 거들었다. “음악가 에리크 사티(1866∼1925)가 20세기 초 창조했던 ‘가구 음악(furniture music)’과 비슷한 연구 같네요.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늘 그 자리에 있는 가구처럼 들어도 잘 들리지 않는 음악 말이에요. 사람들이 잘 인식을 못할 뿐 감성 디자인이 적용되는 분야는 자동차와 의료 등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요.” 유명 현대음악가인 작곡과 윤성현 교수가 이 대목에서 말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감성사업단 교수님들(음악 이외 전공)의 영향을 엄청나게 많이 받고 있어요. 20세기 중반 이성적 접근이 극단을 이룬 후 현대 음악계의 최대 화두는 이제 감성이거든요. 작가로서의 감성은 일반 청중에게 손을 내밀어 소통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전 요즘 감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김왕배 교수는 “감성사업단 교수들은 지나치게 성장 지향적인 양적 계량화 사회에서 ‘인간이 좋은 삶을 산다는 게 뭘까’를 고민한다”며 “교수들 간 느슨한 공유와 합의를 통해 낭만, 로망에 대한 향수 같은 답들을 찾아내 공감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 음악을 활용하는 비만 예방과 치료 박태선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작곡과 윤성현 교수와 함께 최근 ‘음악에 의한 비만 예방 및 치료 효과’를 연구 중이다. 그동안 비만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해 온 박 교수는 학문의 융합을 추구하는 동료 교수들과 토론하다가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식품뿐 아니라 소리를 포함한 다양한 자극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흔히 스트레스가 쌓이면 많이 먹게 돼 비만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증가가 비만을 초래한다. 섭취하는 음식물 양과 무관하게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면 복부 지방세포들이 증가된 코르티솔을 인지해 지방 합성을 늘려 비대해지는 것이다. 박 교수는 고지방식을 먹는 실험용 쥐를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음악에 노출시키면 혈중 코르티솔 농도가 감소해 체중 및 내장지방이 감소할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몇 차례 간단한 실험 결과 아직까지 매우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유의미한 결과가 관찰됐다. 성인기에 해당하는 생후 16주된 쥐에게 고지방식을 공급하며 하루 4시간씩 음악을 들려주니 음악을 들려주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2주 후 체중이 18% 줄어들었던 것. 음악이라는 외부 자극이 고지방식으로 증가했던 코르티솔 분비를 감소시켜 비만이 해소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박 교수는 “쥐가 음악을 작곡가의 의도대로 감상하지 못했거나, 쥐의 지방세포가 음악을 단지 물리적 파장의 자극으로 감지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리를 실험해 비만 치료 효과를 내는 소리의 물리적 특성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관심을 끈 건 이 실험에 쓰인 음악이었다. 윤 교수는 미니멀 음악(1960년대 중반 생겨난 음악 사조로 음의 움직임을 극도로 제한한 음악)의 대가인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을 편집해 쥐에게 들려줬다. 윤 교수의 아이폰으로 그 음악을 들어보니 마림바(공명기가 달린 타악기)가 최소한의 선율을 전위적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실험 결과의 원인 분석이 쉽도록 음역의 변화가 심하지 않게 편집했다”며 “몇 개의 협화음(잘 어울리는 음)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특정 화성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고 했다. 또 “결국 생체에 긍정적 작용을 미치는 주파수를 분류해 사람에게 이로운 소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교수들은 “우리도 이 음악을 들으면 좀 날씬해질까”라며 호기심을 보였다. 연세대 실험실을 함께 찾아가보니 쥐들이 키티 캐릭터가 그려진 분홍색 스피커로 라이히의 미니멀 음악을 듣고 있었다.○ 왜 감성인가 사회학과(산업사회학 전공)의 김왕배 교수는 요즘 ‘감정노동’과 스트레스를 분석하고 있다. 감정노동이란 근로자들이 기업이 정한 인위적 감정 코드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조율해야 하는 노동을 뜻한다. 슬픈 일이 있어도 일하는 내내 미소를 지어야 하는 것이다. 1980년대 초 미 델타항공 여승무원들의 근무 조건에서 개념이 생겨난 감정노동은 최근엔 법률과 의료 등 전문직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감정노동은 스트레스를 일으켜 화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과거 원시시대에는 그날 사슴 사냥이 잘 안 됐어도 지금의 현대인처럼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서비스 자본주의라는 사회구조적 원인이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감성사업단의 이공계 교수들과 교류하며 스트레스를 줄여 적정한 몸의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여기서 몸은 신체와 영혼의 결합체다. 몸과 마음이 행복해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 생리학교실 이배환 교수는 감성의 신경과학적 측면을 연구하고 있다. 또 기계공학과 정효일 교수는 인간의 체액(혈액과 침 등)을 통해 암과 같은 질환을 진단하는 바이오칩을 연구하고 있다. 고전적인 감성 측정이 뇌파 및 심혈관 활동 등에 한정됐다면 이 연구는 체액 내 바이오 마커를 찾아내 뇌 과학 연구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한다. 항암 치료를 할 때 바이오칩으로 환자의 감성을 분석해 삶을 포기하는 성향이 높으면 일단 긍정적 정서를 끌어올린 후 항암제를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식이다. 정 교수는 말했다. “요즘 ‘정의란 무엇인가’가 화두잖아요. 노사 갈등, 고부 갈등 등 각종 사회문제에도 사람들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죠. 정치인들의 도덕성 검증도 어려운 문제고요. 인문, 사회과학에서 제기된 문제의 원인이 되는 감정 변화를 과학적으로 진단하는 바이오칩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10년 후쯤엔 동네 약국에서 임신진단 키트를 사듯, 감성진단 키트를 구입해 자신 또는 가족의 감성을 손쉽게 체크할 수 있을걸요?” ○ 긍정적 감성과 소통의 힘 인간의 소통 능력을 연구하는 김주환 교수는 “눈부신 과속 성장의 사회적 후유증을 해결하려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휴먼 마인드 기술’이 발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로보틱스, 뇌 과학, 심리학, 철학, 언어학, 인류학, 공학 등이 총체적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기술이다. 감성사업단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용자의 정신건강 측정, 긍정적 감성의 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연세대 박물관장인 사학과 김도형 교수는 사업단 활동에서 영감을 얻어 연세대 박물관을 앞으로 전시장, 공연장이 융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런 유익한 학문 융합 모임이 왜 그동안 부족했을까 물었더니 교수들이 웃으며 말했다. “일단 다른 전공을 가진 교수들끼리 친하게 어울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우린 시도 때도 없이 만나 수다를 떠는데 말예요.”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아모레퍼시픽이 제주 관광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아모레퍼시픽은 17일 제주대에서 이 대학 스토리텔링 연구개발센터와 지식경제부 광역경제권연계협력사업인 ‘제주유배문화의 녹색관광자원화를 위한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측은 ‘추사 유배길’과 관련된 다양한 협력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과 안덕 지역을 중심으로 구성된 추사 유배길은 조선 후기 대표 서화가이자 다인(茶人)이었던 추사 김정희가 제주에서 지낸 8년 3개월간의 유배생활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도보체험 코스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 내에 249.54m²(75.49평) 규모의 티 룸을 증축해 ‘완당선생해천일립상(阮堂先生海天一笠像)’과 ‘영해타운첩(瀛海朶雲帖)’ 등 추사 관련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도 만들 예정이다. 또 추사 유배길과 관련된 안내판을 설치하고 추사 선생의 문화생활을 느낄 수 있는 ‘추사문화예술제’와 녹차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오설록 페스티벌’을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최근 서울 중구 명동거리. 커다란 쇼핑백을 양어깨에 걸친 10여 명의 젊은 남자가 난데없이 출현했습니다. 이들은 세 시간 동안 명동거리를 활보했죠. 쇼핑백에는 ‘커스텀멜로우(customellow)’라는 글자만이 써 있었습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던 외국인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다가가 “당신들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코오롱 패션부문의 남자 패션 브랜드인 ‘커스텀멜로우’의 대학생 홍보 마케터인 ‘잇 보이(It Boy·매력남이란 뜻)’들이었습니다. 코오롱은 2009년 20대 젊은 남자들을 대상으로 론칭한 새 패션 브랜드를 홍보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바이럴 마케팅’을 시도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전파가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입니다.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기 때문에 ‘소셜커뮤니케이터’라고도 불립니다. 코오롱의 ‘잇 보이’로 참여하는 대학생 류대용 씨(27)는 “매월 20만 원 상당의 커스텀멜로우 상품권을 받고 정기적으로 게시물을 홈페이지에 올린다”며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활동하다 보니 신선한 홍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코오롱 측도 “커스텀멜로우의 페이스북 회원이 2만1000명에 이르게 된 데엔 ‘잇 보이’의 활동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1∼16일 진행한 4기(10명) 모집에 100여 명이 몰렸다”고 했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푸마’도 ‘푸마 소셜’이란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며 17일∼3월 5일 한국에서 소셜커뮤니케이터인 ‘라이크 푸마’를 모집합니다. 최종 선발자 10명은 3개월간 푸마 제품을 체험하며 마케팅 홍보에 참여하게 됩니다. 푸마는 미국과 유럽에선 ‘푸마소셜클럽’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이 클럽을 찾아와 각종 스포츠와 파티를 즐기게 했습니다. 롯데백화점과 국내 패션회사 ‘미샤’가 공동 개발한 ‘아임 포 잇미샤’란 브랜드도 18일 롯데 창원점을 시작으로 매장을 열면서 300여 명이 활동하게 될 블로그를 동시에 엽니다. ‘소비자의 눈높이와 소통하라. 홍보는 자발적 방식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라.’ 요즘 기업들의 금과옥조입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가 지난해 10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연세대 감성사업단에서 특정한 음악이 비만 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실험하는 데 사용한 것이 폴 오켄폴드의 음악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 2’와 ‘슈렉 2’의 음악을 맡았던 오켄폴드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비만 치료 실험에 쓰인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런데 더 관심을 끄는 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금시초문의 ‘연세대 감성사업단’이었다. 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연세대 감성사업단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김 교수는 답했다. “학문 간 융합에 관심 있는 교수님들이 만나 토론하는 모임이에요. 새로운 시대는 과학과 이성 속에 잠재했던 감성을 결합해야 한다는 믿음에서죠. 전공 분야가 각기 다른 교수들이 자생적으로 모여 소통하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랍니다.” 연세대 감성사업단은 다음 달 ‘연세대 문화융복합연구소’란 이름의 연구소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 사업단 교수 12명 중 8명이 동아일보 취재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교정에 모였다. 연세대 감성사업단이 언론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사회학과 김왕배 교수, 연세대 박물관장인 사학과 김도형 교수, 작곡과 윤성현 교수, 주거환경학과 윤정숙 교수, 식품영양학과 박태선 교수, 김주환 교수, 의대 생리학교실 이배환 교수, 기계공학과 정효일 교수다.○ 감성으로 의기투합한 교수들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들이 모여 최대한 상상력을 발현해 ‘사람’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하는 모임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김왕배 교수가 말문을 열었다. 5년 전 이 대학 입시 논술시험을 출제할 때가 감성사업단이 태동하게 된 밑거름이었다고 한다. 각 학문 분야의 전공 지식을 동원해 토론하며 시험 문제를 만들다가 학문 융합의 필요성을 어렴풋이 느꼈다고 한다. 교수들은 2년 전 취미활동으로 조선시대 음악이론서인 ‘악학궤범’ 속 우리의 소리를 연구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단의 틀을 이뤘다. 소리가 사람의 마음에서 생겨난다는 옛 문헌의 매력에 빠져든 이후 다양한 주제를 펼쳐놓고 ‘사상의 경연장’을 열게 된 것이다. ‘사업단 구성은 누구, 모임은 언제’ 이런 식으로 정한 게 아니라 마음 맞는 교수들끼리 자주 만나 브레인스토밍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모임이 정례화됐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디자인=김원중 기자 paranwon@donga.com ◇국내외 학문 융합의 시도들미국 하버드대는 1993년 ‘Society of Fellows’라는 연구기관을 만들어 철학, 수학, 생물학 등의 권위자들이 자유로운 학문적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1998년 카네기멜런대에 설립된 ETC(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는 순수 예술에 정보기술(IT)을 접목시킨 대표적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은 세계적 미디어 융합 기술 연구소다. 2003년 미국과학재단(NSF)은 미 최상위급 과학기술자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NBIC(나노-생명-정보-인지) 융합 미래 테크놀로지’라는 틀을 만들어 제시했다.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봐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적으로 발휘하게 하는 걸 목표로 삼는 기술이다. 일본은 도쿄대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신 영역 창성과학 연구과’가 1998년 만들어졌다. 기반과학계, 생명과학계, 환경과학계가 학문의 융합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에선 이화여대가 통섭원을 설립해 생물학과 사회학 간 장벽을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다. KAIST는 문화기술대학원을 설립해 디지털 분야의 인력을 키운다. 뇌 과학과 관련해선 고려대 교육학과에 ‘Brain and Motivation Institute’가 있다. 뇌 과학과 교육의 접목을 위한 ‘한국 마음·두뇌·교육협회’란 곳도 있다. (도움말: 연세대 감성사업단)}
◇여성가족부 ▽국장급 △중앙공무원교육원 파견 임관식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박대규 ◇신용회복위원회 △제도총괄부장 한창복 △명동지부장 강윤선 △인사회계팀장 곽근수 △업무지원〃 전기홍 △광주지부장 이승찬 △홍보팀장 유재철 △심의조정〃 안광현 △신용관리교육원〃 신중호 △사이버지부장 강일석 △안산〃 김기성 △상담센터팀장 황재호 △의정부지부장 지영훈 △울산〃 백상욱 △순천상담소장 장배현 ◇농수산물유통공사 ▽집행임원 △신성장사업본부장 허훈무 ▽1급(처·실장급) △경영관리처장 이호선 △수출개발〃 홍주식 △국영무역〃 송기한 △대전충남지사장 이공우 △미국현지법인설립추진단장 김학수 ▽2급(팀장급) △정보화지원팀장 김학인 △자금지원〃 안병희 △전시지원〃 김진환 △수출지원〃 김민수 △해외마케팅〃 김동관 △전략사업〃 양인규 △식품진흥〃 신장현 △상생협력〃 이한준 △채소사업〃 김권형 △유통정보〃 권오엽 △곡물사업〃 이필형 △강원지사장 김달룡 ▽1급 △기획실장 유충식 △재무관리처장 전원수 △식품산업〃 조익춘 △유통조성〃 윤정인 △수급관리〃 김종오 △수출전략〃 정운용 △해외사업〃 이종견 △식량관리〃 이유성 △곡물사업〃 현성기 △화훼공판장장 최영일 △농식품유통교육원장 남상원 △부산울산지사장 최병옥 △도쿄aT센터〃 김진영 △로테르담aT센터〃 김기홍 ▽2급 △CS경영팀장 임재형 △기금관리〃 이관 △회계법무〃 김성도 △aT센터장 겸 운영〃 이광수 △홍보〃 심정근 △식품수출정보〃 하상목 △농산수출〃 염대규 △수산임산수출〃 김진곤 △식품수출〃 구자성 △수출전진기지T/F〃 김동묵 △식품기획〃 박연호 △외식진흥〃 변동헌 △유통기획〃 성창현 △도매시장〃 배상원 △비축관리〃 최근원 △채소특작〃 조명환 △두류관리〃 김진석 △수급기획〃 오종영 △해외시장분석〃 이정섭 △화훼공판장 관리〃 정문권 △절화〃 김계수 △분화〃 김상훈 △교육기획〃 정성남 △유통교육〃 최대일 △식품교육〃 조해영 △단체급식〃 윤영배 △투자기획〃 김동목 △사업개발〃 배민식 △광주전남지사 관리비축〃 송강섭 △광주전남지사 수출유통〃 정신환 △대구경북지사 관리비축〃 최병규 △대구경북지사 수출유통〃 차흥식 △춘천도매시장관리사무소장 윤승식 △인천지사장 민경한 △충북〃 송기복 △경남〃 이영철 △오사카aT센터〃 장서경 △베이징aT센터〃 조학형 △상하이aT센터〃 전기찬 △홍콩aT센터〃 박성국 △뉴욕aT센터〃 오형완 ◇한국기계연구원 ▽감사실장 이상철 ▽본부장 △그린환경기계연구 김용진 △에너지플랜트연구 박성제 △전략기획 강건용 △경영관리 김홍배}

1940년대 중반 일본에는 우유 배달을 하며 와세다대를 다니는 20대 조선인 청년이 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배달시간이 워낙 정확해 멀리까지 소문이 났다. 이 청년의 성실함을 지켜본 한 일본인 노인이 6만 엔의 거액을 대주며 커팅오일(선반용 기름) 사업을 권했다. 하지만 사업을 준비하던 공장이 미군의 공습을 받아 불타며 빚더미에 올랐다. 화학도였던 청년은 도쿄의 낡은 창고에서 커팅오일을 활용해 비누와 껌을 만들어 팔았다. 이 청년은 1948년 일본에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를 차렸다. 이후 성공을 거듭하며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세운 것을 시작으로 사세(社勢)를 확장해 회사를 국내 재계 5위로 키웠다.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89) 얘기다. 그는 10일 롯데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자신은 총괄회장에 오르고,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56)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창립 이후 44년 만에 ‘2세 경영체제’가 본격화된 셈이다.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는 오랫동안 아들(신동빈 회장)을 매섭게 훈련시켰다. 1942년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행 연락선을 탔던 뚝심의 아버지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유복하게 태어난 아들을 ‘경영의 광야’에 내보냈다. 신 회장은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 경제학부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곧바로 아버지 회사에 들어갈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다른 회사에 들어가 스스로 실력을 기르도록 했다. 신 회장은 노무라증권과 일본 롯데상사에서 1981년부터 10년간 평사원으로 일했다. 아버지의 계산된 트레이닝이었다. 아들이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일했던 1980년대 중반은 영국 기업들이 ‘빅뱅’으로 알려진 금융개혁 드라이브를 걸던 시기다. 아들은 선진 기업의 재무관리와 국제금융시스템을 피부로 접했다. 그는 1990년 비로소 롯데 계열사의 하나인 호남석유화학의 상무이사가 됐고 다시 7년이 흘러서야 롯데그룹 부회장을 달았다. 아버지는 그룹 사장단 회의가 열릴 때면 아들을 자신의 왼쪽 옆에 앉혔다. 아들은 그렇게 10여 년을 앉아서 아버지의 경영을 고스란히 보고 배웠다. 롯데그룹 임원들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경영에 있어 언제나 투입 대비 효과를 철저히 따진다”며 “일본의 TV 보급률이 치솟는 시기를 포착해 대대적 TV 광고로 일본에서 ‘껌 제국’을 이룬 아버지와 국제 금융통 아들이 치밀한 면에서는 똑같다”고 혀를 내두른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 정책본부장으로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한 2004년(매출 23조 원) 이후 6년 만인 지난해(61조 원) 회사를 3배로 키워냈다. 2006년 롯데쇼핑을 상장해 자금력을 키우고, 롯데손해보험(2007년)과 롯데주류BG(2009년) 등을 출범시키며 사업 다각화를 이뤘다. 이번 인사에서 일본 롯데를 책임지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57)과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69)은 자리 변화가 없었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후계자리를 공고히 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경영의 날개를 단 차남을 향한 아버지의 혹독한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예전과 다름없이 격월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매사에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한 신 총괄회장과 대조적으로 아들 신 회장은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그가 경영을 총괄한 2004년 이후 성사된 인수합병(M&A)만 무려 25건이다. 지난해에는 롯데쇼핑의 GS리테일(백화점과 마트 부문) 인수와 호남석유화학의 말레이시아 타이탄 인수에 각각 1조 원이 넘는 돈을 썼다. 그는 2018년까지 그룹 매출을 200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글로벌 롯데’로의 도약은 가능할까.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스콧 슈만 씨는 텅 빈 사무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2002년의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2001년 9·11테러는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만 무너뜨린 게 아니었다. 당시 33세의 슈만 씨는 테러 이후 뉴욕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더는 재정적으로 못 버티겠다’고 판단해 3년째 운영하던 패션 쇼룸의 문을 닫았다. 뉴욕 버그도프굿맨 백화점 등에서 10여 년을 패션 마케터로 일하다 젊은 디자이너를 키워보려고 이 쇼룸을 열었기에 상실감은 깊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그는 이때부터 2년여 동안 집에서 살림하며 어린 두 딸을 키웠다. 이 힘들었던 인생의 시기가 훗날 영화로운 성공의 밑거름이 되리라고는 아마 하늘의 신만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딸들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자신의 내부에 예술적 재능이 꿈틀거린다는 것을, 자신이 사진과 패션을 끔찍이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캐논 EOS 5D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멋스러운 뉴요커들을 찍고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다. 2005년 패션 전문 블로그 ‘사토리얼리스트’(thesartorialist.com·사토리얼리스트는 ‘개성을 잘 표현하는 신사’란 뜻)의 시작이었다. 그가 만든 이 사이트는 여러 매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블로그’로 꼽히고 있다. 하루 평균 방문자는 10만 명.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7년 그를 ‘디자인 부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 방한한 그와 9일 서울 중구 명동 빈폴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마주앉았다. 그의 인생을 바꾸게 한 9·11테러가 발생한 지도 10년이 지나 그는 어느덧 43세가 됐다. ―당신의 사진 속 인물들은 멋집니다. 누구를 찍는 겁니까. “제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명 패션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 씨도 찍지만 노동의 고귀함이 느껴지는 장화를 신은 공사장 인부도 찍습니다. 전 패션이 아니라 패션을 자신감 있게 소화하는 ‘사람’을 찍는 겁니다.” ―왜 거리로 나가 사진을 찍습니까. “패션 일을 하면서 패션산업과 대중 간에 존재하는 간극이 아쉬웠습니다. 지금 밖은 추운 겨울인데 백화점엔 봄옷이 걸려 있잖아요. 실시간 패션을 대중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블로그에 유명 의류회사 ‘아메리칸 어패럴’의 광고가 있던데 수익모델은 무엇입니까. “블로그 광고수익은 제 여러 수입원(패션브랜드와 협업 등)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2009년 사진 500여 장을 골라 펴낸 책 ‘사토리얼리스트’의 인세도 짭짤합니다. 정보를 올리는 대신 기업에 돈을 요구하는 블로거가 많아져 안타깝습니다. 제 경우엔 돈에 연연하지 않고 중립성과 순수성을 지켰더니 오히려 돈이 따라왔는데 말이죠.” 슈만 씨가 한국에 온 건 제일모직과 ‘트렌치코트 in 서울’이라는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제일모직이 올해 트렌치코트를 주력 아이템으로 삼고 그의 ‘패션 파워’와 손잡은 것이다. 그는 8일 ‘빈폴’ 트렌치코트를 잘 차려입은 한국인 10명을 거리에서 촬영했다. ―소셜네트워킹 시대에 패션이 나아갈 길은…. “결국엔 소통이겠죠. 예전엔 블로그를 무시하던 패션 브랜드들의 태도도 180도 바뀌었어요. ‘비방이어도 좋다, 많은 얘기를 소비자들과 나누고 싶다’로….” 그에게 카메라를 건네주고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자 햇볕의 질감이 부드럽게 나와야 한다며 살짝 옆으로 이동해 앉을 것을 권했다. 그는 역시 사토리얼리스트였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 및 임원 인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한국(홀수 달)과 일본(짝수 달)을 오가며 경영하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8일 일본으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간 롯데그룹 인사는 신 회장이 한국에서 설 연휴를 보내며 인사를 확정하고 일본으로 간 뒤 며칠 이내에 발표된 적이 많았다. 롯데그룹은 74개 계열사에 400여 명의 사장 및 임원이 있다. 이번 인사는 여러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우선 롯데그룹 각 계열사가 지난해 골고루 장사를 잘했다.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 처음으로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롯데쇼핑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도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냈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롯데그룹 인사는 개선된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승진 폭이 가장 큰 ‘통 큰’ 인사가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의 움직임 여부도 관심사다. 이철우 롯데쇼핑 및 백화점 대표이사 사장(68)은 2007년부터 현직을 맡아 롯데쇼핑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60)은 지난해 ‘통 큰 치킨’으로 롯데마트의 집객(集客) 효과를 높여 계열사 연말 사장단 회의에서 박수를 받았다. 소진세 롯데슈퍼 사장(61)은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대표를 겸하면서 롯데그룹 내 신사업의 선두에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통 큰 치킨’으로 스타덤에 오른 노 사장이 롯데쇼핑 사장을 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오너 2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69)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이철우 사장은 지금껏 매년 인사를 앞두고 신격호 회장에게 대표 고사(固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그룹에서는 “일본의 종신고용처럼 사람을 귀하게 오래 쓰는 신 회장의 인사 철학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장성원 전 롯데쇼핑 사장은 롯데쇼핑 사장을 12년, 롯데호텔 사장을 10년 했다. 대구고 동기 동창으로 사학 라이벌을 나와 주로 롯데백화점에서 비슷한 시기에 승진해 온 노 사장(연세대)과 소 사장(고려대)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중에게는 롯데마트의 인지도가 높고, 슈퍼와 편의점은 성장 가능성이 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자리”라면서 “두 사장이 자리를 맞바꾸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재계에 불고 있는 ‘젊은 조직’ 바람을 탈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롯데그룹의 부사장급 이상 대표 중에는 강현구 롯데닷컴 대표이사 부사장(51)이 최연소다. 요즘 신격호 회장은 부쩍 ‘인재’를 강조한다고 한다.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도 “변해야 산다”며 최근 계열사 사장들에게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을 지급했다. 두둑한 현찰을 쥐고 대한통운 등의 매물에 눈독을 들이는 국내외 인수합병 군단의 진영을 어떻게 짜는지도 또 다른 볼거리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세계적 크리스털 기업 ‘스와로브스키’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에 있는 해양복합리조트인 휘닉스아일랜드에 크리스털 박물관을 짓기로 했다. 박물관 개관 시기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스와로브스키가 자사(自社)의 크리스털 박물관 겸 복합문화공간인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를 해외로 진출시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드레아 브라운 스와로브스키 관광 부문 사장이 3일 방한해 휘닉스아일랜드의 소유주인 보광그룹 측과 박물관 건립에 최종 합의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스와로브스키가 오스트리아 티롤 주 바텐스 마을에 운영하고 있는 ‘크리스털 월드’는 전설 속 알프스의 수호신이 지배하는 지하 세계를 모티브로 8만5000m²(2만5000여 평)의 공간을 모두 크리스털로 꾸민 곳이다. 박물관 외에도 쇼핑 공간, 알프스 전경을 만끽하는 야외공원 등을 갖춰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2008년 5월 문을 연 휘닉스아일랜드는 세계적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 씨와 마리오 보타 씨 등이 참여해 국내 리조트의 품격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광그룹 관계자는 “제주의 관광 자원을 국제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스와로브스키와 손잡게 된 것”이라면서 “전체 리조트 면적(65만 m²) 중 현재 유휴지(44만 m²) 비율이 68%나 되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로 짓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최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을 방문한 분들이라면, 호텔 정문 앞에 제복을 입고 늠름하게 서 있는 러시아 청년을 본 적이 있지 않나요? 당신이 차에서 내릴 때 그가 문을 열어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유창한 한국어 인사를 건네진 않던가요? 니키타 페드로브 씨(21). 러시아에서 대학을 다니다 지난해 한국에 와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롯데호텔서울 도어데스크(호텔 입구에서 고객을 안내하는 일) 직원(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죠. 국내 호텔업계에서 외국인이 도어데스크를 맡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를 만나 고객들의 반응을 물었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처음엔 의아해하거나 놀라는 반응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친근하게 대해주는 분이 많아요.”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모로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그는 높임말이 있는 동방예의지국의 매력에 빠져 있답니다. 내년 여름 러시아로 돌아가면 롯데호텔이 지난해 문을 연 첫 해외 체인인 ‘롯데호텔 모스크바’에서 일하는 게 꿈이랍니다. 이 호텔에는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에서 일하는 보나룩 빅토리아 씨(21), ‘페닌슐라’ 바의 올가 나자로바 씨(27) 등 러시아인 직원이 두 명 더 있습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등 가족들과 한국에서 보낸 이번 설 명절 때 빅토리아 씨는 뷔페 레스토랑에서 열심히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나자로바 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산타 복장을 하고 어린이 손님들과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이 호텔에는 프랑스인 2명과 일본인 1명도 지배인실과 마케팅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각 호텔에는 외국인 조리사가 종종 있지만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분야에 외국인이 배치된 적은 드물었습니다. 롯데호텔은 왜 이들을 기용했을까요.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내수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의 이미지를 글로벌하게 바꾸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에 이어 베트남과 중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는 롯데호텔은 최근 150여 명의 직원(전체의 10%)을 단기로 해외 연수를 보내고 있는데, 사상 최대 규모랍니다. ‘글로벌 리딩 기업이 되려면 부지런히 보고 배워야 한다.’ 신격호 회장의 주문이랍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조개껍데기 모양의 상자 속에는 만년필이 들어 있었다. 표면의 은 세공 장식이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정교했다. 만년필의 몸통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美)와 풍요의 여신 ‘아프로디테’, 뚜껑 부분엔 사과꽃이 화려하게 새겨 있었다. 이때 깨달았다. 장인정신이 깃든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라고. 과거 수도사들이 온갖 장식을 붙여 양피지를 만들고 필사를 하는 지적 호사를 누렸듯, 현대의 만년필은 미학이 집결한 럭셔리의 진수라고. 이 만년필을 만난 건 1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주의 바사노델그라파에 있는 ‘몬테그라파’ 회사에서였다. 1912년 이탈리아 최초의 펜 제조회사로 설립돼 한 세기의 역사를 지닌 이 회사는 설립 당시의 건물에서 40여 명의 장인들이 만년필을 만들고 있었다.》○ 자연과 인간이 빚은 예술품 베네치아에서부터 1시간 반 정도 차를 타고 들어선 바사노델그라파는 천혜의 땅이었다. SBS 드라마 ‘아테나’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바사노델그라파는 11세기에 건설된 대성당, 13세기 초 나무로 지붕을 씌운 베키오 다리 등이 어우러져 그림 같았다. 그라파 산과 브렌타 강이 교차하는 이곳엔 일찌감치 금세공과 직물 산업이 발달했다. 18세기 말부터 포도껍질을 증류해 제조한 술은 마을 이름을 따 ‘그라파’가 됐다. 중세시대 건물, 앤티크 가게, 그라파 카페 등이 조화된 정취가 예술적 ‘아우라’를 뿜어냈다. ‘몬테그라파’ 문패가 달린 노란색 건물에 들어서자 잔프랑코 아퀼라 ‘몬테그라파’ 회장(58)이 반갑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그는 1982년 이 회사를 인수해 키운 뒤 2000년 ‘카르티에’ 등을 거느린 세계적 럭셔리 그룹인 리치몬트그룹에 팔았다. 하지만 2009년 6월 몬테그라파는 리치몬트그룹을 떠나 다시 아퀼라 가문의 품 안에 되돌아왔다. 아퀼라 회장은 “정작 회사를 팔고 나니 마음속에 내내 미련과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그는 아들 쥐세페 아퀼라 씨와 함께 몬테그라파의 화려한 명성을 새롭게 세공하고 있다. 사무실 창문을 통해서는 멀리 그라파 산(몬테그라파)이 보였다. 몬테그라파 만년필은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뒤늦게 판매가 시작됐지만 세계적으로는 ‘몽블랑’, ‘워터맨’, ‘파커’ 만큼이나 유명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몬테그라파 공장 너머 군인 병원에서 운전병으로 일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이 만년필로 글을 썼다. 소설 ‘연금술사’의 브라질 작가 파울루 코엘류는 몬테그라파의 브랜드 홍보대사를 자처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 몬테그라파는 최대 주주인 아퀼라 회장 이외에 이탈리아 유명 자동차 경주자이자 프랑스 론 지역의 와인 메이커인 장 알레지, 배우이며 영화감독인 실베스타 스탤론 등이 주주 겸 이사회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 장인정신이 깃든 만년필 2000년 러시아 보리스 옐친이 블라디미르 푸친에게 대통령 자리와 함께 넘겨주면서 권력 이양을 상징했던 만년필은 몬테그라파의 한정판인 ‘드래건 펜’이었다. 붉은 루비로 눈을 단 용이 18K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는 만년필이었다. 회사 설립 80주년인 1982년부터 한정판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몬테그라파는 럭셔리 만년필 시장의 최강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각 만년필 뚜껑에는 한정 제작 개수와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다. 이날 아퀼라 회장과 둘러본 생산라인에서는 목화 섬유로부터 추출된 셀룰로이드 소재가 막대 형태로 여럿 눈에 띄었다. 천연수지보다 가격이 세 배나 비싼데도 셀룰로이드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 아퀼라 회장은 “고급 소재의 힘이 뒷받침돼야 오랜 세월을 거쳐도 럭셔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 따로 마련된 창고에서는 이 셀룰로이드가 42도에서 건조되고 있었다. 수분 함량을 2% 이내로 줄여 견고한 제품력과 기분 좋은 감촉을 만들기 위해 무려 18개월 동안을 ‘숙성’시키는 것이다. 최고의 품질을 얻기 위해 인내하고 숙성하는 과정이 와인 제조와 흡사했다. 몬테그라파 만년필 중 은은하고 우아한 빛깔이 나는 제품들은 이 셀룰로이드 안에 진주 조개분말을 넣은 것이다. 이렇게 형태를 잡은 셀룰로이드에 세공을 한 뒤 닦아내 수십 개의 부속을 조합하면 하나의 만년필이 완성된다. 앤티크 기법과 섬세한 디테일 가공은 이탈리아 장인 정신의 진수다. 깊이에 변화를 준 미세한 칼집들, 금속을 적은 양으로 벗겨내는 조각 기술로 표현되는 3차원 이미지에선 빛이 반사돼 나왔다. ‘연금술’이란 단어야말로 이럴 때 써야할 듯했다. ○ 도전은 계속된다 몬테그라파 사옥 1층에는 중국 무술인 겸 영화배우였던 리샤오룽(李小龍·미국명 브루스리)의 사진이 입간판 형태로 설치돼 있었다. 생전 브루스 리를 너무나 좋아했다는 아퀼라 회장이 지난해 브루스 리 탄생 70주년을 맞아 ‘브루스 리 몬테그라파 한정판’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 만년필은 은세공 장식은 350유로(약 53만2000원), 금세공과 다이아몬드 장식은 2만 유로(약 3040만 원)에 팔렸다. 2008년 코엘류의 순례 여정을 만년필에 그려 넣은 ‘파울루 코엘류 한정판’은 1200유로(약 182만 원)였다. 아퀼라 회장은 “러시아, 미국, 두바이에 이어 중국도 ‘큰손’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18K 금 펜촉에 주문자가 원하는 초상, 심벌, 문장 등을 새기는 ‘메이드 투 오더’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펜촉의 무게를 느끼며, 펜촉에 새겨진 정교한 그림을 음미하며 펜글씨를 쓰는 사람들, 만년필이 담고 있는 지적 유희를 박물관 전시품처럼 애지중지하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만년필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시계의 뒤를 이어 ‘정교한 럭셔리’로 떠오르는 중이다. 이 회사 주주 중 한 명인 장 알레지 씨가 생산하는 ‘클로 드 레르미타주 2005년’ 와인과 인근 피자집에서 배달한 이탈리아 피자를 아퀼라 회장과 함께 집무실에서 먹었다. 이 시대 럭셔리의 조건이 뭘까 물었더니 그가 말했다. “제품력, 장인정신, 사람과 스토리.”바사노델그라파=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올해로 구순(九旬)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장수 경영인이다. 계열사 74개를 거느린 재계 5위(지난해 국내외 매출 61조 원)의 그룹 총수다. 한때 나돌던 건강 악화설을 일축하고 정정하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활동을 하는 신 회장이 3월 국내 최초의 호텔 박물관을 연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1층 옛 위스키 바 ‘윈저’ 자리(83m²·25평)에 들어서는 ‘롯데호텔 박물관’이다. 롯데그룹이 2년여를 준비해 온 이 박물관은 롯데호텔의 역사를 비롯해 국내 관광산업 발전사를 총망라해 보여줄 계획이다. 국내 호텔들의 역사 자료와 사진이 전시된다. 롯데그룹 내에서는 이 박물관 설립을 신 회장의 업적 정리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물관에 ‘롯데’ 브랜드 명칭의 유래, 신 회장이 살아온 길 등을 보여주는 ‘역사 존(Zone)’이 구성되고, 신 회장의 흉상도 세워지기 때문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당초 신 회장 형상을 밀랍인형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실존 인물이라 흉상 설치로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경기 오산시에 있는 그룹 연수원인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신 회장의 업적을 내용으로 하는 커리큘럼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롯데호텔의 전신은 1936년 국내 최초의 상업호텔인 반도호텔이다. 일본인 사업가가 지었던 이 호텔은 1962년 국제관광공사(현 한국관광공사)가 인수했다가 정부의 민영화 작업으로 1973년 롯데의 품에 안겼다. 일본에선 생활잡화 사업, 국내에선 제과사업을 하느라 당시 호텔 경영 경험이 전혀 없던 신 회장이 이 호텔을 떠안은 건 산업 불모지에 기업을 일으켜 나라를 세운다는 그의 ‘기업보국’ 경영철학 때문이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8층이었던 옛 반도호텔은 1979년 37층 높이의 현 롯데호텔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롯데호텔에 대한 신 회장의 관심과 애정은 지극하다. 호텔 설립 때부터 운영되다가 지난해 12월 문을 닫은 롯데호텔서울 지하 1층의 펍 ‘보비 런던’의 집기는 신 회장이 직접 영국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그는 홀수 달에 롯데호텔서울 34층에 머물 때면 직원들이 다니는 동선으로 호텔을 구석구석 점검한다고 한다. 신 회장이 롯데호텔박물관 개관과 함께 잠실의 제2 롯데월드(2015년 준공), 베트남 롯데센터하노이 건립(2013년 목표) 등으로 분주한 가운데 2, 3세의 행보도 주목 받고 있다. 외손녀이자 신영자 롯데백화점 사장의 딸인 장선윤 씨(40)는 2007∼2008년 롯데호텔 마케팅 부문장(상무)으로 일한 뒤 지난해 12월 과자·빵류 제조, 와인 수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블리스’(롯데그룹의 74번째 계열사)라는 회사를 차렸다. 롯데백화점은 지하 식품 코너에 ‘블리스’ 제빵 매장을 입점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3월 롯데호텔서울 지하(3300m²·1000평)에 쇼핑 아케이드를 만든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신묘년(辛卯年) 경영방침을 ‘성장시장(Growth Market) 찾기’로 정했다. 세부 실행 전략은 ‘아시아 시장에서의 실행력 강화’, ‘고객 소통 강화’, ‘지속가능경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에도 ‘아시아 미(美)의 정수를 세계에 전파한다’는 기업 소명인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Asian Beauty Creator)’ 실현을 힘쓰기로 했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행력을 높이고 글로벌 기업 역량을 키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중국 사업은 올해 장밋빛 전망이다. 2011년 방문판매 사업 허가 및 설화수 브랜드 론칭이 확정됐기 때문. 이로 인해 아시아시장에서 또 한 번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예상된다. 이 밖에도 각국 주요 지역별 거점 도시를 발굴해 글로벌 사업 실행력을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 또 지난해 9월 문을 연 기술연구원 제2연구동 ‘미지움’에서 아시안 뷰티 발굴 및 연구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준공 예정인 오산 생산물류(SCM) 기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최적화된 생산 공급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의 기회에 전략적이고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본사와 현지법인 간의 협업체제를 강화한다. 글로벌 인재와 글로벌 인프라도 키운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고객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고객관리(CEM)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고객과의 소통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아시아 고객들과의 소통을 통한 연구개발(R&D) 경쟁력도 높인다. 중국 등 아시아 고객의 피부를 연구해 이에 맞는 품질과 디자인의 상품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영업 및 마케팅 부문에서는 고객에 초점을 맞춘 영업력 강화·향상 프로그램인 SSEP(Sales Stimulation & Enhancement Program)를 올해 더욱 고도화하게 된다. 특히 판매 부문에서는 이 회사 유통채널인 ‘아리따움’을 이용하는 고객의 동선 및 쇼핑 행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간 디자인, 브랜드 라인업, 1 대 1 맞춤 뷰티 솔루션 등을 갖춰 고객과 소통하는 뷰티 공간이 된다는 목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2010/11’ 평가에서 국내 뷰티헬스 업계 최초로 ‘DJSI World’에 편입됐다. 동시에 지역 지수인 ‘DJSI Asia/Pacific’, 국가 지수인 ‘DJSI Korea’ 등의 영역에도 선정됐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기업으로 구성된 Personal Products(개인용품) 분야에서는 ‘월드 리더’로 선정돼 뷰티 헬스 분야에서 떠오르는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2011년에도 아모레퍼시픽은 지속가능상품 및 그린테크놀로지 개발, 그린경영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경영을 보다 가시화할 방침이다. 생산부터 판매, 폐기 등에 이르기까지 제품 전 단계에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벌여 글로벌 그린 경영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 및 가족 친화 경영, 사회공헌 활동 등에도 힘을 쏟겠다는 목표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최근 다녀온 이탈리아에서 한국의 수입 의류와 잡화가 얼마나 비싼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개그맨 신정환(사진)이 19일 입국할 때 입은 패딩 점퍼 브랜드 ‘몽클레르’. 1930년대 프랑스에서 출발했지만 2003년 이탈리아 기업가 레모 루피니 씨가 사들여 이제는 이탈리아 브랜드가 됐습니다. 19일 밀라노의 매장에는 이미 올봄 신상품인 얇은 패딩 점퍼가 걸려 있었죠. 짧은 길이의 가장 싼 점퍼가 380유로(약 57만 원). 이미 ‘신정환 효과’로 붐비던 23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몽클레르 매장에서는 같은 제품이 89만 원이었죠. 국내 수입 판매가가 이탈리아 현지 판매가의 1.6배입니다.지난해 결혼한 장동건-고소영 부부가 신혼여행길에 들었던 가방 브랜드 ‘발렉스트라’. ‘이탈리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이 브랜드의 작은 사이즈 토트백은 밀라노에서 약 100만 원인 데 비해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무려 290만 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몽클레르는 신세계 인터내셔널, 발렉스트라는 제일모직이 수입해 팝니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요즘 공개석상에 자주 발렉스트라 가방을 들고 나옵니다. 삼성가(家) 여성들과 친한 장-고 부부가 일부러 이 가방을 들고 공항에 나타났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제일모직은 ‘릭 오웬스’, ‘토리 버치’, ‘콤 데 가르송’ 등 여러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판매가격이 지나치게 높지 않으냐는 지적에 제일모직 관계자는 “관세와 백화점 수수료(매출의 30%) 때문에 수입 브랜드의 국내 판매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대기업이라면 해외 명품 브랜드 수입보다는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의 경쟁력을 키워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관세청은 24일 “지난해 해외에서 물건을 400달러어치 이상 구입해 관세가 부과된 건수가 전년에 비해 128% 증가했다”고 했습니다. 대기업도, 백화점 바이어도 국내에 들여올 해외 브랜드 ‘발굴’에만 신경 쓰는데 해외에서 물건을 400달러어치 이상 사 온 사람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동영상=“많이 혼나겠습니다”…‘원정도박’ 혐의 신정환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