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죽으로 본 ‘공모전의 경제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1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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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국내 죽 전문회사 '본죽'은 '제 1회 아이디어 공모전'(지난해 1, 2월 진행)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 한 팀을 비롯해 총 7개 팀이 상을 받았다. 본죽은 이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난해 9월 불고기와 낙지가 들어간 '불낙죽'이란 신 메뉴를 선보였다. 공모전 대상을 차지한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이었다. 불낙죽은 출시 5개월 만인 올해 2월 현재까지 22억 원 어치가 팔렸다. 본죽이 대상 팀에게 지급한 상금은 300만 원. 회사 측은 상금 대비 733배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요즘 산업계에 봇물을 이루는 아이디어 공모전은 기업의 투자(상금) 대비 얼마나 큰 효용을 낳을까. 언제나 신선한 아이디어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선 보석 같은 사업 발상을 얻을 수 있고, 공모전 지원자들은 경험과 경력을 쌓는다. 잘 다듬어진 아이디어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히트상품을 낳기도 한다. 본죽의 사례를 통해 '공모전의 경제학'을 살펴봤다.

● 회사 공모전으로 전체 매출 10% 끌어올려


지난해 본죽은 이 공모전에서 수상한 아이디어 중 불낙죽(대상)과 카레 해물죽(입선)을 신 메뉴로 내놓았다. 수상작은 아니지만 공모전에 제출된 아이디어 중 하나인 쇠고기 미역죽도 제품으로 만들어 선보였다.

지금까지 불낙죽은 22억 원, 카레해물죽은 10억 원, 쇠고기 미역죽은 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모전의 전체 상금 규모는 590만 원, 공모전을 통해 개발된 신 메뉴가 올린 매출액은 43억 원. 회사가 지급한 상금 대비 728배 성과다. 회사 측은 공모전이 전체 매출의 약 10%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공모전과 신 메뉴 관련 기사가 언론에 85건 게재돼 회사 측은 3억4000만 원 정도(광고비 환산액 기준)의 홍보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본죽 관계자는 "매출 신장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가 공모전을 통해 젊게 바뀐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공모전의 '윈-윈' 모델

불낙죽은 지난해 본죽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불낙죽으로 공모전 대상을 받은 청주대 4학년 최성호 씨(27)는 지방대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생산성본부가 연 '대학생 마케팅스쿨'에 참여했다가 그 곳에서 만난 중앙대 학생 두 명과 팀을 이뤄 공모전에 도전하게 됐다.

최 씨는 "본죽 점포들을 방문해 관찰해보니 30, 40대 주부층에 고객이 한정돼 있고, 아침시간 매출이 적게 나타났다"며 "그 주부들의 자녀인 청소년들의 영양가 있는 아침 죽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국회 도서관에서 영양가 있는 식재료 자료를 찾다가 불고기와 낙지가 나왔고, 대입 수학능력시험 시즌을 겨냥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의 '불낙(不落)'이란 조어를 착안했다. 그는 "공모전 수상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짜릿한 경험이라 미래의 도전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18일 '제 2회 아이디어 공모전' 접수를 마감한 본죽은 3월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체 상금 규모를 700만 원으로 늘리고, 수상자가 입사를 희망하면 1차 서류심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서로 '윈-윈(WIN-WIN)'하기 위해서란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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