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뷰티 한류’ 中서 고전하는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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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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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산업부 기자
김선미 산업부 기자
국내 뷰티 프랜차이즈 회사인 ‘이철 헤어커커’가 올해 4월 중국 베이징(北京)에 ‘2호점’을 내면서 중국인 대상의 미용 아카데미를 열겠다고 21일 밝혔다. 이 회사가 2007년 베이징에 ‘커커 차이나’란 외자 법인을 설립해 1호점을 내고 2008년 2호점을 이미 냈던 걸 기억하기 때문에 이철 헤어커커 측의 발표 내용이 이상했다. 베이징 2호점은 어디로 갔을까.

22일 이철 헤어커커 측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대한 분석 부족으로 적자를 견딜 수 없어 지난해 초 2호점을 닫았다”며 “미용 아카데미를 설립해 중국인 미용 인력 양성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2호점의 입지를 찾겠다”고 했다.

이 회사는 중국 중·상류층을 겨냥해 커트 3만 원, 파마 10만 원을 책정해 사업을 했다. 중국의 일반 미용실(커트 1만 원, 파마 3만 원)보다 비싸다. 실은 비싼 가격은 문제가 안 됐다. 한류 팬인 중국 소황제(小皇帝·귀하게 자란 외동아이)들은 한국인이 만져주는 머리와 메이크업에 열광하니까. 정작 문제는 팽창하는 중국시장에서 일할 한국인 디자이너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었다. 이철 헤어커커가 아카데미를 세워 미용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데엔 이런 고충이 숨어 있었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에는 2001년 ‘이가자 헤어비스’를 시작으로 현재 8개의 국내 뷰티 프랜차이즈 회사가 198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가격 경쟁(저가 시장)과 인력 부족(고가 시장)으로 고전하는 곳이 많다는 게 KOTRA의 설명이다.

뜻밖에 취재 도중 KOTRA의 실수도 발견했다. KOTRA는 지난해 ‘제1회 프랜차이즈 해외진출 1호점 개설지원사업’으로 13개 회사를 선정하면서 뷰티업계에선 이철 헤어커커와 박승철 헤어스튜디오에 예산(2000만 원 이내)을 지원했다. 중국처럼 넓은 나라를 감안해 ‘해외 진출 1호점’의 기준은 ‘각 도시의 1호점’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철 헤어커커는 KOTRA에 “상하이에 1호점을 내겠다”며 지원 사업자로 선정된 후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베이징에 2호점을 내려 했다는 것이다. KOTRA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22일 동아일보 취재로 알게 된 후 허둥지둥했다. 결국 KOTRA는 이철 헤어커커의 ‘해외 진출 2호점’에 예산을 지원한 셈이다.

‘차이나 드림’을 안고 무작정 중국으로 달려갔던 국내 기업들, 영세한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면서 꼼꼼히 챙기지 못했던 KOTRA…. 우리는 ‘차이나 파워 시대’를 전략적으로 살고 있습니까? 확실해요?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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