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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농업 위기 극복을 위해 스마트농업 지원에 적극 나선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법규 개선 및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지난해 14%였던 스마트온실 보급률을 2027년까지 30%로 늘리는 ‘스마트농산업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매출 100억 원 이상의 스마트농산업 기업을 2021년 23곳에서 2027년 100곳 이상으로 육성한다. 스마트농업은 농업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 경영비와 노동비 절감을 위해 정보통신 첨단 기술을 접목한 농업이다.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의사결정과 농작업을 최적화, 정밀화, 자동화한다. 스마트팜은 이런 첨단 기술(Smart)을 적용해 경영하는 농장(Farm) 형태를 말한다. 노지(논밭 과수원), 온실, 축사를 스마트팜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한국 농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업인구는 고령화되고 있고, 농경지는 감소하는 반면 생산비는 증가 일로다. 이상기온, 가뭄, 폭우 등 불규칙한 날씨는 농사를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 농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스마트농업으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은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미국의 세계적인 농기구 제조회사 디어앤드컴퍼니의 존 메이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기조연설에서 “농민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기반의 첨단 농기계와 농장관리 솔루션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스마트농법을 활용하는 농업인들은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전북 김제에서 완숙 토마토를 재배하는 ‘하늘아래농장’의 김선배 대표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15kg에서 30kg으로 100% 늘었다. 단위당 매출도 3만8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김 대표는 “노동시간이 감소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번 스마트농업 혁신 방안은 두 갈래로 나눠 진행된다. 첫째, 제도적 측면을 개선하고, 둘째, 기술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제도적 측면에서 스마트팜의 대표적인 형태인 수직농장 산업에서 큰 변화가 기대된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수직농장에 대한 제도적 기반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직농장은 인공적으로 재배환경을 제어해 외부 기후변화에 상관없이 농산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수직농장의 산업단지 입주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수직농장은 공장식 작물 재배 시설로 분류돼 제조업 공장 등으로 입주 자격이 제한된 산업단지에 들어갈 수 없다. 산업단지 입주가 가능하도록 관련 부처와 협의해 ‘산업 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과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정비하기로 했다. 수직농장의 농지 위 설치 규제도 완화해 나간다. 그동안 농가들로부터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은 6년 이상 운영해야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 안정적인 설치 기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수직농장을 설치할 경우 타 용도 일시 사용 허가 기간을 현행 8년에서 16년으로 연장하도록 하는 농지법 시행령이 7월 개정된다. 수직농장에 표준화된 그린바이오 소재 작물을 대량 공급하는 98억 원 규모의 ‘기업 연계형’ 산업화시설이 2026년까지 들어선다. 경영비 절감을 위해 수직농장 작물 재배용 기자재의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 품목 확대도 추진한다. 둘째, 기술적 측면에서는 스마트농업에 특화된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교육기관 2곳을 올 하반기(7∼12월)에 지정한다. 스마트농업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 기술 보급, 컨설팅 등을 수행하는 ‘스마트농업관리사’ 제도가 신설된다. 하반기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부터 자격시험을 치른다. 스마트팜에 취·창업을 원하는 청년 농업인이 늘어남에 따라 20개월 과정으로 실습 위주의 전문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수료생에게는 임대 팜 지원, 저리 융자, 해외 인턴 기회를 연계 지원한다. 청년 농업인을 위한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도 2027년까지 15곳으로 확대한다. 기술력 있고 경영실적이 우수한 스마트팜은 스마트팜 종합자금 한도를 상향하고, 민간투자 유치 실적이 있는 우수 기업은 정부가 투자 유치 금액과 매칭해 사업화 자금을 추가 지원한다. 수출 지원도 확대된다. KOTRA와 협업해 스마트팜 중점지원무역관을 확대 운영하고,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현지 시범 온실을 조성할 때 법률·세무·마케팅을 지원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기후변화, 농촌 고령화 등에 대응해 스마트농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미래 농업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며 “기존의 틀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 인력 육성, 수출시장 개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Jacked-up Joe sounded like a hyper-caffeinated man.”(흥분한 조가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처럼 들리더라)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했습니다. 평소 할아버지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양한 제스처를 취해가며 박력 넘치는 연설을 했습니다. 고령 콤플렉스를 돌파하기 위한 것입니다. 폭스뉴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그런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조롱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카페인’이라고 하지만 본토 발음은 ‘카핀’으로 ‘핀’을 길게 끌어줍니다. ‘caffeinated’(카피네이티드)는 카페인을 섭취해 흥분한 상태를 말합니다. 지나치게 흥분해 안절부절못하면 ‘hyper-caffeinated’라고 합니다. 앞에 나오는 ‘jacked up’(잭드업)도 비슷한 뜻입니다. 잭은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때 쓰는 기구입니다. ‘jacked up’은 정신이 올려진, 업된 상태를 말합니다. 비속어로 ‘약 먹었다’라는 뜻입니다. 폭스뉴스는 조롱했지만 사실 칭찬이 더 많습니다. 결단력 있어 보이는 대통령의 모습이 좋았다는 평이 많습니다. 국정연설 시청자는 지난해보다 18% 늘었고, 연설 하루 만에 1000만 달러의 정치 후원금을 모으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연설을 성공시킨 일등 공신은 스피치 라이터(speech writer)입니다. 백악관에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전담하는 5명 내외의 팀이 있습니다. 연설문 작성뿐 아니라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코치하는 것도 스피치 라이터의 역할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서 스피치 라이터들과 특별 훈련을 하며 연설 연습을 했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이 틀릴 때마다 매서운 지적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명연설을 한 대통령만 기억하지만 사실 숨은 공로자는 이들 스피치 라이터입니다. 역사적인 명연설을 만들어낸 스피치 라이터를 알아봤습니다.I’m in this race for the same reason that I fought for jobs for the jobless and hope for the hopeless on the streets of Chicago.”(시카고 거리에서 희망을 잃은 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자리가 없는 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싸웠던 것과 같은 이유로 대선에 출마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명연설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어떤 대통령은 연설문 작성은 스피치 라이터에게 맡기고 본인은 무대 위에서 읽기만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그렇지 않습니다. 연설 아이디어 회의부터 원고 작성, 감수, 발표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합니다. 집권 8년 동안 그의 밑에서 일했던 스피치 라이터는 모두 20∼30대 젊은 층입니다.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참신한 시각을 가진 젊은 스피치 라이터와 일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의 스피치 라이터 군단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존 파브로입니다. 8년 동안 오바마 대통령과 동고동락했습니다. 24세 때 상원의원 시절의 오바마를 만났고, 28세에 백악관 수석 연설보좌관(chief speech writer)에 올랐습니다. 오바마 대권 도전 연설, 대통령 취임 연설, ‘오바마 케어’ 연설, 샌디훅 총기난사 위로 연설 등 굵직한 연설을 썼습니다. 그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연설의 교훈은 키워드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 대부분의 연설은 청중의 귀에 쏙 박히는 키워드에 집착하지만 좋은 연설은 시작 중간 끝이 이어지는 하나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파브로가 꼽은 오바마 최고의 연설은 취임 연설이 아니라 2007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열린 제퍼슨-잭슨 만찬 연설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20% 이상 뒤지던 오바마 후보는 이 연설을 기점으로 앞으로 치고 나갑니다. 연설의 핵심 구절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를 하나의 문장 안에 담았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the hopeless’ ‘the jobless’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입니다.파브로는 작업 스타일도 독특했습니다. 백악관 사무실이 아닌 워싱턴의 단골 스타벅스가 그의 일터였습니다. 젊은 세대답게 커피숍에서 음악을 들으며 연설문을 작성했습니다. 작성이 끝나면 대통령에게 초고를 보냈습니다. 여기저기 빨간 줄이 그어진 수정본이 오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합니다. 웬만큼 고치면 된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파브로가 가장 두려워한 순간은 아무런 수정 표시 없이 원고 마지막에 이렇게 적혀 있을 때였습니다. “See me later.”(나중에 나 좀 보자)For in the final analysis, our most basic common link is that we all inhabit this small planet. We all breathe the same air. We all cherish our children‘s future. And we are all mortal.”(왜냐하면, 최종적으로 봤을 때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연결점은 이 작은 행성에 살고 있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아이들의 미래를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죽는다는 것이다)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 베를린 연설, 우주개척 연설 등 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명연설을 남겼습니다. 본인의 글 실력도 뛰어났지만, 테드 소렌슨이라는 걸출한 스피치 라이터를 뒀기 때문입니다. 소렌슨은 케네디 상원의원 시절 자료조사 비서관으로 출발했습니다. 케네디는 주변에 동부 명문가 출신의 인재들이 넘쳤지만 네브래스카 법대 출신의 촌뜨기 소렌슨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소렌슨의 보고서에 감동한 케네디는 자신이 쓸 책의 자료조사를 부탁했습니다. 1958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인들의 필독서 ‘용기의 단면’(Profiles in Courge)입니다. 저자는 케네디로 알려졌지만, 케네디와 소렌슨이 함께 저술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소렌슨은 1961년 케네디 행정부가 출범하자 수석 연설보좌관에 올랐습니다. 그의 단골 작문 스타일은 정렬 반복 비교입니다. 취임 연설에 나오는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이 대표적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생각을 소렌슨이 정리한 것입니다. 우주탐사 연설에서도 나옵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다)소렌슨이 가장 공들여 쓴 연설은 비교적 덜 알려진 1963년 아메리카대 연설입니다. 소련에 핵무기 감축을 통한 평화 공존을 제안하는 내용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소렌슨에게 극비로 연설문 작성을 지시했습니다. 냉전 시대에 소련에 평화를 제안하는 것은 반발을 몰고 올 우려가 컸습니다. 케네디 대통령과 소렌슨은 에어포스원에서 비밀리에 원고 내용을 다듬었습니다. 이 연설이 유명한 것은 “we are all mortal”(우리의 생명은 유한하다)이라는 구절 때문입니다. 5개월 뒤 케네디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니키타 흐루쇼프 서기장은 연설 내용이 너무 좋아서 러시아어로 번역해 당 기관지 프라우다에 전문을 싣도록 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I have never been a quitter.”(나는 중도포기자가 아니다)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사임 연설문을 쓴 스피치 라이터는 레이먼드 프라이스라는 스피치 라이터입니다. 신문기자 출신인 프라이스는 닉슨 대통령의 처음과 끝을 함께 했습니다. 취임 연설과 사임 연설을 모두 작성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미 역사상 사임한 유일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프라이스에게는 ‘사임 연설을 작성한 유일한 스피치 라이터’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어 다닙니다. 나중에 밝혀진 뒷얘기에 따르면 닉슨 대통령은 프라이스에게 ‘resignation’(사임)과 ‘fight on’(버티기) 시나리오로 두 개의 연설문을 쓰도록 지시했습니다. 버틸 생각이 더 컸는지 ‘fight on’ 연설문에 ‘option A’(선택 A)라는 제목을 붙여 먼저 쓰도록 지시했습니다. ‘resignation’ 연설문은 ‘option B’(선택 B)였습니다. 연방대법원이 닉슨 대통령에게 워터게이트 스캔들 은폐 사실이 녹음된 ‘스모킹건’ 테이프를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상황은 급반전됐습니다. 사임 밖에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프라이스는 ‘option B’ 연설문을 들고 연설장으로 향하는 닉슨 대통령을 보고 “읽을 때 울지 않기만을 바랐다”라고 자서전에서 적었습니다. 사임 연설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대통령직을 중도 포기해야 하는 참담한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구절이지만 원래 연설문 원고에는 없습니다. 애드립에 능한 닉슨 대통령의 연설 실력이 사임이라는 중대한 순간에도 빛을 발했습니다. ‘I am not’(나는 아니다)은 닉슨 대통령이 즐겨 쓰는 구절입니다. ‘not’ 다음에 나오는 인간형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사임 1년 전 연설에서는 “I am not a crook”(나는 사기꾼이 아니다)이라고 했습니다. ‘I am not’은 부정형 문장이지만 ‘not’ 다음에 나오는 단어의 충격이 너무 크면 오히려 긍정의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닉슨 대통령이 ‘quitter’이고 ‘crook’이라는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존 파브로가 가장 존경하는 스피치 라이터는 누구일까요? 파브로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가 최고로 꼽는 스피치 라이터는 페기 누넌이라는 여성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스피치 라이터였고 지금은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두각을 나타낸 계기는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건입니다. 누넌이 쓴 챌린저호 폭발 위로 연설은 4분에 불과하지만, 레이건 최고의 연설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20세기 100대 명연설 8위에 올랐습니다.원래 대통령 국정연설이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챌린저호가 폭발하자 국정연설은 취소되고 대국민 위로 연설로 바뀌었습니다. 연설까지 6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 백악관 비서실장은 누넌을 생각해냈습니다. 당시 누넌은 스피치 라이터팀에서 찬밥 신세였습니다. 대통령은 정책 연설을 많이 해서 감성적 글쓰기가 전문인 누넌에게 별로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비서실장은 얼마 전 누넌이 노르망디 상륙 40주년 기념 연설로 호평을 받은 것을 기억했습니다. “Get that girl, have that girl do that.”(그 여자를 불러와, 그 여자가 쓰도록 해)36세에 ‘girl’로 불리는 수모를 당했지만 누넌은 이 연설이 자신에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백악관 참모들과 연설의 줄거리를 상의한 뒤 글쓰기에 돌입했습니다. 마지막 구절입니다. We will never forget them, nor the last time we saw them, this morning, as they prepared for their journey and waved goodbye and slipped the surly bonds of earth to touch the face of God.”(우리는 결코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오늘 아침,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신의 얼굴을 만지기 위해 지구와의 끈끈한 유대감에서 벗어난 그들을 마지막 본 순간을)제2차 세계대전에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사망한 미국 시인 존 길레스피 마기의 시 ‘고공 비행’(High Flight)을 발췌한 것입니다. 초고 회의에서 당국자들은 거부감을 표했습니다. 연설문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는 이유였습니다. 특히 ‘touch the face of God’(신의 얼굴을 만지기 위해)라는 구절이 문제가 됐습니다. ‘reach out and touch someone’(누군가에게 연락해서 만지기 위해)으로 바꾸자고 했습니다. 누넌은 “AT&T(전화회사) 광고 문구 같다”라면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레이건 대통령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고칠 시간이 없었습니다. 누넌의 원고대로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연설을 칭찬하는 국민 전화가 쇄도했습니다. 정치인들도 앞다퉈 찬사를 보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할리우드 친구인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도 전화를 걸어와 “멋진 연설이었다”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에 시 구절을 넣은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touch the face of God’와 ‘surly bonds of earth’는 지금도 기억되는 명구절입니다. ‘surly’(설리)는 ‘위협적인’ ‘고약한’이라는 뜻입니다. 누넌은 이 연설로 완전히 떴습니다. 여세를 몰아 다음 대선에서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후보 진영에 합류했습니다. 부시 대선 슬로건 ‘a kinder, gentler nation’(친절하고 부드러운 국가), 취임 연설에서 나온 ‘a thousand points of light’(수천 점의 불빛) 구절을 만들었습니다. 부시 대통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절 ‘read my lips, no new taxes’(분명히 말하겠다. 새로운 세금은 없다)도 누넌의 작품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가장 감동적인 수상 소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영화 ‘Holdovers’(한국명 바튼 아카데미)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입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집에 가지 않고 기숙학교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holdover’는 ‘hold’(잡다)와 ‘over’(넘어서)가 결합해 활동 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직 잡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크리스마스, 더 넓게는 인생의 ‘잔류자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랜돌프는 아들을 잃은 기숙학교 식당 매니저로 나옵니다. 랜돌프는 여러 면에서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 힘든 조건입니다. 흑인에다가 젊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습니다. 무명 시절 랜돌프는 연기 코치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I don’t see myself”(나 자신이 안 보인다). 이 길이 내 길인지 확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코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That’s fine. We’re going to forge our own path.”(괜찮다, 우리의 길은 우리가 개척할 것이다)‘forge’(포지)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미국인들은 곧잘 씁니다. 라틴어 ‘fabrica’에서 유래했습니다. ‘만들다’라는 뜻입니다. ‘만들다’ 하면 가장 먼저 ‘make’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make’에는 ‘힘들게 이뤄내다’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고난을 뚫고 만들어내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다면 ‘forge’가 적당합니다. 그래서 ‘forge’ 뒤에는 쉽게 이루기 힘든 목표가 올 때가 많습니다. ‘forge a path’는 ‘없는 길을 만들어간다’라는 뜻입니다. ‘forge’는 ‘위조’라는 뜻도 있습니다. 만드는 것에는 언제나 위조의 유혹이 존재합니다. ‘forgery’(위조죄)라는 단어도 많이 씁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6월 10일 소개된 ‘케네디의 텍사스 연설’에 대한 내용입니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져 오면서 명연설에 대한 향수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대선에서 격돌하는 두 후보는 연설력에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 조롱과 비방, 바이든 대통령은 말실수와 옆길로 새기 명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입니다. ▶2019년 6월 10일字요즘 미국 소셜미디어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연설이 화제입니다. 이른바 ‘텍사스 연설’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텍사스 주 댈러스 방문 중 총격을 받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텍사스 민주당위원회에 연설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때 하려던 연설 원고가 케네디 대통령이 죽은 뒤 거의 묻혀 있다가 최근 발굴돼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텍사스 연설 원고를 들여다봤습니다. Neither the fanatics nor the faint-hearted are needed.”(광신자건, 겁쟁이건 필요 없다) 케네디 대통령 시절 미국은 태평성대가 아니었습니다. 대외적으로 냉전과 베트남전 개입 문제, 국내적으로는 흑인 민권운동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로 인한 국가의 분열을 ‘the fanatics’와 ‘the faint-hearted’라는 대비되는 두 단어로 함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앞에서 떠드는 것은 광신자들(the fanatics)이고, 뒤쪽에는 겁쟁이들(the faint-hearted)이 모여있습니다. 두 부류 모두 미국이 처한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So let us not be petty when our cause is so great.”(우리의 임무는 위대하므로 하찮은 일에 연연하지 말자) 냉전 시대 미국의 영향력은 막강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자유주의의 리더로서 미국의 임무는 막중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하찮은 일(petty)에 매몰되지 말자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의 대화에서 “don’t be so petty”라고 표현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옹졸하게 굴지 말라”입니다.Let us not quarrel amongst ourselves when our Nation’s future is at stake.”(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하찮은 일’이란 뭘까요. 바로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입니다. 미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내부적 분열로 허송세월을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e do not seek — make it clear we do not seek — we do not seek to have American troops fighting in Russia.”(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를 강조해서 읽으세요 – 미군이 러시아에서 전투를 벌이는 건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정치인들이 연설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연설 무대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teleprompter’(텔레프롬프터)입니다. ‘tele’(멀리)와 ‘prompt’(즉각 실행)이 결합해 멀리서도 금세 원고를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라는 뜻입니다. 텔레프롬프터는 매끄럽게 연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잘 활용하지 못하면 애물단지가 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못 하는 쪽입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촉구하는 대국민 연설 중이었습니다. 미군 파병은 미국에게 달갑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선택이었습니다. 텔레프롬프터에 나온 ‘make it clear’(확실하게 하라)을 읽을 때였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we do not seek’(우리는 원치 않는다)을 분명히 말하라는 신호였습니다. 한 단어씩 또박또박 읽어 강조하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를 원고 내용으로 착각하고 그대로 읽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전에도 ‘repeat the line’(문장을 반복하라)이라는 지시사항을 그대로 읽어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텔레프롬프터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를 상징하는 단골 소재가 됩니다. 삐죽하게 솟은 텔레프롬프터는 관객의 시야를 막는 방해물이지만 연설자는 절대 치우지 않습니다. 그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the president’s best friend’(대통령의 절친)이라는 농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연설에 능숙한 대통령이라도 텔레프롬프터 때문에 크고 작은 실수를 합니다. 무게 잡고 연설하다가 갑자기 헤매면 십중팔구 텔레프롬프터 고장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텔레프롬프터 수난사를 알아봤습니다.It went kaput.”(완전히 갔다)2019년 7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링컨기념관에서 독립기념일 기념 연설을 했습니다. 취임 후 첫 대규모 연설이라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미국 역사의 시작인 독립전쟁을 얘기하던 중이었습니다. “Our Army rammed the ramparts. It took over the airports.”(우리 군은 성벽을 무너뜨렸다. 공항을 점거했다)‘airport’라구요? 1770년대 독립전쟁 때 비행기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비행기구를 처음 발명한 것은 1903년 라이트 형제입니다. 당연히 공항도 있을 리 없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얘기에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Revolutionary War airports’(독립전쟁 공항)라는 유행어가 탄생했습니다.며칠 후 트럼프 대통령은 텔레프롬프터 고장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연설 당일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비를 맞은 텔레프롬프터가 연설 도중 고장이 났다는 것입니다. ‘kaput’(커푸트)은 ‘망하다’라는 뜻입니다. 프랑스어 ‘capot’에서 유래한 단어로 카드게임에 탈탈 털린 사람을 말합니다. ‘go kaput’ ‘be kaput’은 기계가 고장 났을 때도 쓰고, 인간관계가 끝났을 때도 씁니다. ‘our marriage is kaput’은 ‘우리 결혼은 끝났다’라는 뜻입니다. 바로 앞에 나온 ‘rampart’(램파트)와 발음이 비슷한 ‘airport’(에어포트)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것으로 언론은 추측했습니다.이 사건이 화제가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텔레프롬프터 사용을 부정해왔기 때문입니다. 2016년 대선 유세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If you run for president, you shouldn’t be allowed to use teleprompters. Because you don’t even know if the guy is smart.”(대선에 출마하는 사람은 텔레프롬프터를 쓰면 안 된다. 텔레프롬프터를 쓰면 그 사람이 똑똑한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이다) Your Majesty, I can’t top that one.”(여왕 폐하, 제가 졌습니다)빨리 화면이 바뀌는 텔레프롬프터를 읽으려면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원래 어휘 구사력이 부족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텔레프롬프터를 읽는 것에 약했습니다. 2007년 백악관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환영 행사가 열렸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여왕은 1976년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라고 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텔레프롬프터에 나온 ‘1976’이라는 숫자를 ‘seventeen seventy-six’(1776)라고 잘못 읽었습니다. 1776년에 방문했다는 것은 여왕의 나이가 200세가 넘는다는 의미입니다. 깜짝 놀란 여왕이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실수를 용서해달라는 의미로 여왕에게 애교의 윙크를 날렸습니다. 말실수에 윙크까지 연이은 결례 논란에 영국에서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여왕은 그날 저녁 열린 만찬 연설에서 재치있게 응수했습니다. “I wonder whether I should start this toast by saying, ‘When I was here in 1776’”(‘1776년 방문했을 때’라는 말로 건배할까요). 얼굴이 붉힌 부시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top’은 동사로 썼을 때 ‘뛰어넘다’라는 뜻입니다. 실력을 겨룰 때 상대가 나보다 뛰어나면 “I can’t top that”(뛰어넘을 수 없다)이라며 패배를 인정합니다, 여왕의 유머에 못 당하겠다는 의미입니다.Who said these things were idiot-proof?”(누가 이것들을 누워서 떡 먹기라고 했어)2009년 브라이언 코원 아일랜드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성(聖)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 기념 방문이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아일랜드 성인 패트릭이 세상을 떠난 3월 17일을 기념해 아일랜드 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코원 총리가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We begin by welcoming today a strong friend of the United States.”(미국의 친구를 환영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하겠다) 장내가 술렁거렸습니다. 코원 총리는 미국의 친구, 즉 자신을 환영한 것입니다. 먼저 연설을 끝낸 오바마 대통령의 원고가 백악관 측의 작동 실수로 텔레프롬프터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코원 총리는 그것도 모르고 20초 정도 읽어내려갔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을 눈치챈 그는 겸연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증거’라는 뜻의 ‘proof’는 ‘맞서다’라는 의미입니다. ‘방탄’이라는 뜻의 ‘bullet proof’는 총알에 맞선다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idiot-proof’(이디엇프루프)는 ‘바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라는 뜻입니디. ‘foolproof’를 더 많이 씁니다. 이 사건은 ‘teleprompter meltdown’(텔레프롬프터 대참사)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습니다. 모든 연설을 텔레프롬프터에 의존하는 오바마 대통령 때문에 코원 총리도 덩달아 사용했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뛰어난 발표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teleprompter-in-chief’(텔레프롬프터 최고책임자)라고 불릴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연설할 때 앞쪽을 보지 않고 좌우를 훑는 오바마 대통령의 습관은 양쪽에 설치된 텔레프롬프터를 읽는다는 신호입니다.명언의 품격텔레프롬프터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50년입니다. 처음에는 드라마 제작에 쓰였습니다. 드라마는 대사량이 많이 외우기 힘드니까 배우와 엔지니어가 합작해서 발명했습니다. 초기 텔레프롬프터는 아래쪽에 놓인 큐카드를 위쪽의 반사경이 확대해서 비추는 원시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큐카드는 수동으로 교체했습니다. 미국의 국민 여배우 루실 볼이 출연하는 1950년대 인기 시트콤 ‘I Love Lucy’도 텔레프롬프터를 사용했습니다. 1952년 대선 때부터 정치에 활용됐습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이 사용한 것이 시초입니다. 당시 78세의 후버 대통령이 노안 때문에 원고의 작은 글씨를 읽기 힘들다고 하자 주최 측이 텔레프롬프터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많았습니다. 드라마와 달리 계속 이어지는 연설의 속도에 맞춰 큐카드를 교체하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후버 대통령은 텔레프롬프터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자 연설 중에 화가 폭발했습니다.This damned thing, I could do better without it.”(이런 망할 물건 같으니라구, 없는 게 낫겠다)텔레프롬프터 때문에 후버 대통령은 공식 연설 중에 비속어를 사용한 첫 대통령으로 기록됐습니다. ‘damn’은 ‘저주하다’라는 뜻입니다. ‘damned’(댐드)는 ‘저주받은’이라는 형용사입니다. 컴퓨터가 고장 나서 화가 날 때 ‘this damned computer’라고 합니다. ‘I’ll be damned’는 뜻밖의 상황을 접했을 때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뜻의 감탄사입니다. 놀란 텔레프롬프터 기사가 제대로 조작하기 시작하면서 연설은 매끄럽게 진행됐습니다. 연설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터졌습니다. 후버 대통령 생애 최고의 연설이었습니다. 한 정치 해설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Had Herbert Hoover had a teleprompter twenty years ago, he would have been elected the second time”(20년 전에 텔레프롬프터만 있었더라도 허버트 후버는 재선됐을 텐데). 1982년 텔레프롬프터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복부 수술을 받은 지 70여 일만입니다.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에 조수석에 앉은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비교적 건강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언론과 왕실 전문가들은 불만이 큽니다. 평소 잘 웃고 손도 잘 흔드는 왕세자빈이 이번에는 카메라를 보고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왕실 측이 병명이나 병세의 심각성 등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시초라는 것입니다. 한 왕실 전문가는 이렇게 불만을 전했습니다.It’s all been terribly fishy from the get-go.”(처음부터 대단히 수상했다)중요한 단어 2개가 나옵니다. ‘fishy’(피쉬)와 ‘get-go’(겟고우)입니다. 모두 일상대화에서 많이 쓰는 구어체 단어입니다. 고기 뒤에 ‘y’를 붙이면 형용사가 됩니다. ‘beefy’ ‘porky’ ‘fishy’ 등입니다. 고기의 특징을 생각하면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쇠고기는 강한 이미지입니다. ‘beefy’는 떡 벌어진 남성 체형을 말합니다. ‘porky’는 살집이 많은 비만형을 말합니다. ‘fishy’는 체형이 아니라 성격이나 상황을 말합니다. 생선은 비린내가 납니다. 숨겨도 냄새가 납니다. 여기서 유래해 ‘수상한’이라는 뜻입니다. ‘fishy’는 ‘fish’보다 뒤쪽을 길게 ‘피쉬이’라고 읽습니다. ‘get-go’는 ‘시작하다’라는 뜻입니다. ‘get-going’을 줄인 것입니다. ‘출발을 얻다’라는 뜻입니다. ‘go’는 단순히 ‘가다’가 아니라 ‘시작하다’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간다는 것은 출발을 전제로 합니다. 달리기 경주의 3단계는 ‘ready-set-go’(제자리-준비-출발)입니다. ‘from the get-go’ 형태로 많이 씁니다. ‘from the beginning’(처음부터)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1월 2일 소개된 인터넷 댓글에 관한 내용입니다. 대선 시즌이 되면 뉴스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의 댓글 공간은 후끈 달아오릅니다. 도를 넘는 비방 댓글도 적지 않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논리적으로 수긍할만한 내용도 많습니다. ▶2020년 11월 2일자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장 생생하게 유권자 민심을 파악하는 방법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댓글들을 살펴보는 것입니다.Like him or not, Trump lets you know where he stands. Biden stands for whatever the teleprompter tells him to stand for.”(그를 좋아하건 말건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이 뭔지 알게 해준다. 반면 조 바이든은 텔레프롬프터가 시키는 대로 주장을 편다)폭스뉴스 페이스북에 올라온 댓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주장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주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틀렸다고 몰아붙입니다. 반면 조 바이든 후보는 자기주장을 고수하기보다 협상을 우선시합니다. 댓글 작성자는 그런 바이든 후보를 텔레프롬프터에 적힌 대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stand for’는 ‘위해 서다’ ‘찬성하다’라는 뜻입니다. I didn’t realize doing rallies, watching TV and tweeting was considered the president working his ass off, lol.”(유세하고, TV 보고, 트위터 하는 것을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하는 줄 몰랐네, 정말 웃겨)CNN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댓글입니다. 바이든 후보 지지자가 썼습니다. 이 댓글이 달린 CNN 동영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한가한 바이든 후보와는 달리 여기저기 유세 다니면서 열심히 일한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work ass off’는 너무 열심히 일해서 엉덩이가 닳는다는 의미입니다. ‘ass’ 대신 ‘butt’(엉덩이)을 쓰기도 합니다. 댓글은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꼽니다. 자기 선거운동하러 다니고, TV 시청이나 트위터 사용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것을 어떻게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laugh out loud’(정말 웃겨)라는 비웃음으로 끝을 맺습니다. The US is just like these Tik Tok people. They don’t care how dumb they look, as long as all eyes are on them.”(미국은 꼭 틱톡 출연자들 같다. 얼마나 멍청해 보이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관심만 받으면 된다)대선 후보 TV 토론을 주최한 NBC 방송 웹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입니다. 외국인이 썼습니다. 어느 한쪽이 아니라 미국의 정치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틱톡에는 신체 묘기를 선보이는 출연자들이 많습니다. 우스꽝스럽지만 관심받는 것 자체를 즐기는 젊은이의 문화를 대변합니다. 미국 대선 토론도 틱톡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주목만 받을 수 있다면 멍청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all eyes on’은 ‘모든 눈이 향하다’ ‘주목받다’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alk Away.”(내빼다)미국에서 치열한 선거 광고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선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입니다. 선거광고는 ‘campaign advertisement’(유세 광고) ‘political advertisement’(정치 광고)라고 합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 진영이 만든 광고 제목입니다.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도망자에 비유했습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부터 내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walk away’는 ‘힘든 상황에서 발을 빼다’라는 뜻입니다. 부부가 갈라서는 것을 듣기 좋게 ‘walk away from marriage’(결혼으로부터 걸어 나가다)라고 합니다. 광고는 “this is what a strong American president does”라는 구절로 끝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야말로 강한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스트롱맨’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선거광고는 역사가 긴 만큼 세련되게 잘 만듭니다. ‘walk away’ 광고도 언뜻 보면 뉴스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앵커가 정규 뉴스 리포트를 하는 것처럼 진행됩니다. 광고인지 뉴스인지 구별하는 방법은 마지막에 ‘this is paid for by’(이 광고료는 누가 지불했다) 구절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by’ 다음에 후보 이름이 나옵니다. 선거광고는 광고 시간을 사는 것이므로 돈을 낸 주체가 누구인지 밝혀줘야 합니다.미국 선거광고는 70년이 넘는 역사가 있습니다. 1952년 대선에 출마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후보가 군인 이미지를 순화하기 위해 ‘I like Ike’(나는 아이크가 좋아)라는 기발한 캠페인송을 만든 것이 시초입니다. 선거광고는 비쌉니다. 얼마 전 슈퍼볼 때 무소속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 지지 단체는 30초짜리 광고를 방송하려고 700만 달러(100억 원)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천문학적 액수이지만 그만큼 광고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후보들은 아낌없이 지출합니다. 올해 선거광고 시장은 160억 달러로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선거광고를 알아봤습니다.Dukakis not only opposes the death penalty, he allowed first-degree murderers to have weekend passes from prison. One was Willie Horton.”(듀카키스는 사형을 반대할 뿐만 아니라 1급 살인자들에게 주말 출소 기회까지 준다. 그중 한 명은 윌리 호턴이다)선거광고는 2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상대 후보를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광고를 ‘네거티브 애드’(negative ad)라고 합니다. 반대로 자신의 강점이나 당선 후 달라질 미래 등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면 ‘포지티브 애드’(positive ad)입니다. 효과가 큰 쪽은 네거티브 광고입니다. 비판이 칭찬보다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1988년 대선 때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윌리 호턴 광고는 네거티브 광고의 최고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당시 매사추세츠 주는 죄수들을 대상으로 ‘주말 휴가’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경범죄뿐 아니라 살인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죄수들도 마치 휴가를 가는 것처럼 주말에 외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만든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살인죄로 종신형을 받은 윌리엄 호턴이라는 죄수가 주말에 외출했다가 차 안에서 데이트 중이던 커플을 납치해 강간 강도 사건을 일으켰습니다.대선을 한 달 앞두고 ‘NSPAC’이라는 부시 지지 단체가 ‘주말 통행증’(Weekend Passes)이라는 제목의 광고로 만들었습니다. 부시는 사형에 찬성하는 반면 듀카키스는 반대할 뿐 아니라 사형을 받아야 마땅할 범죄자에게 주말 외출 혜택까지 준다는 내용입니다. 윌리 호턴이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kidnapping’(납치하다), ‘stabbing’(찌르다), ‘raping’(강간하다) 등 자극적인 단어가 나오고 머그샷까지 넣어 공포심을 극대화했습니다. 광고가 방송되자 마자 윌리 호턴은 미국에서 유명한 이름이 됐습니다. “윌리 호턴은 듀카키스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라는 농담이 돌았습니다. 일주일 뒤 대선 후보 TV 토론이 열렸습니다. 진행자는 “만약 당신 부인이 강간 살해당한다고 해도 사형에 찬성하지 않겠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듀카키스 후보는 선거 역사에 길이 남는 최악의 대답을 했습니다. “No I don’t, and I think you know that I have opposed the death penalty during all of my life”(찬성하지 않는다. 내가 평생 사형을 반대해온 것을 잘 알지 않느냐). 부시 후보가 대선에서 80%의 지지율로 승리했습니다.Kerry, whichever way the wind blows.”(케리, 어느 쪽으로 바람이 불든지)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decision’(결정)’입니다. 리더는 자신의 결정을 끝까지 관철할 수 있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commander-in-chief’(통수권자) 대신에 ‘decider-in-chief’(결정권자)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출간한 회고록 제목도 ‘Decision Points’(결정의 순간들)였습니다.2004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은 존 케리 민주당 후보에게 ‘flipflopper Kerry’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flipflop’(플립플랍)은 원래 ‘쪼리’ 샌들을 신었을 때 발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말합니다. flipflopper’는 발바닥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쪼리처럼 이랬다저랬다 결정을 바꾸는 정치인을 가리킵니다.부시 진영이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선보인 ‘윈드서핑’(Windsurfing) 광고는 케리의 ‘flipflopper’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광고는 만능 스포츠맨인 케리 후보가 윈드서핑을 즐기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가 배경음악으로 흐릅니다. 윈드서핑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돛을 잡은 서퍼도 방향을 바꾸는 원리입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케리도 이리저리 방향을 바꿉니다. 바람은 여론의 흐름을 상징합니다. 오랫동안 상원의원을 지낸 케리 후보는 확고한 철학 없이 주변 분위기에 따라 결정을 바꾼다는 의미입니다. 이라크 전쟁, 예산, 교육, 의료 등의 분야에서 투표 실적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광고의 마무리 멘트입니다. ‘whichever’는 ‘어느 쪽이든 간에’라는 뜻입니다. 뒤에 ‘way’를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됩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Windsurfing ad helps sink John Kerry’(윈드서핑 광고는 존 케리를 침몰시켰다). 베트남전 영웅 미화 논란까지 터지면서 케리 후보는 신뢰하기 힘든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남겼고, 이런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따라다닙니다.We will begin the next great chapter in America’s story with three words that will ring from coast to coast; from sea to shining sea - Yes. We. Can.”(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는 3글자로 미국 역사의 다음 장을 열자. 그렇다. 우리는. 할 수 있다.)2008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오바마 후보가 이겼습니다. 오바마 돌풍에 놀란 힐러리 후보는 다음 관문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전력을 쏟아 승리했습니다. 이긴 힐러리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진 오바마 후보였습니다. 승복 연설 때문입니다. 품격있는 언어로 패배를 인정하면서 변화의 바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최고의 연설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한번 듣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연설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지지자들은 ‘Yes We Can’ 제목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었습니다. 배우 스칼렛 요한슨, 농구선수 카림 압둘 자바, 가수 존 레전드 등 30여 명의 셀럽이 출연해 연설의 핵심 부분을 립싱크하는 내용입니다. 작곡은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리더 윌아이엠이 담당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연설의 가장 유명한 마지막 구절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from sea to shining sea’(바다에서 빛나는 바다까지)는 미국 제2의 애국가인 ‘America the Beautiful’의 후렴구입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미국 전역이라는 뜻입니다. 셀럽들이 ‘yes we can’을 반복하며 끝납니다. 오바마 선거본부는 관여하지 않은 광고지만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인터넷에 첫선을 보이자마자 2600만 명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초유의 히트작이 됐습니다. 인터넷 선거광고의 시초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유권자들의 풀뿌리 모금으로 이어지면서 오바마 캠페인은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상대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광고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명언의 품격네거티브 광고의 시초는 1964년 대선 때 린든 존슨 대통령이 만든 ‘데이지’(Daisy) 광고입니다.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한 번만 방송되고 사라진 ‘문제적’ 광고입니다. 세 살짜리 소녀가 공원에서 데이지 꽃을 들고 한 개씩 꽃잎을 따고 있습니다. 9개까지 따고 ‘10’을 말하는 순간 배경에서 ‘10’부터 발사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숫자가 줄어드는 동안 소녀의 눈동자가 점점 클로즈업됩니다. 0이 되자 핵폭탄이 터지고 불바다로 변하는 것이 소녀의 눈동자에 비칩니다. 이때 나오는 존슨 대통령의 목소리입니다.These are the stakes!”(이것이 관건이다)암흑의 미래에서 살지, 밝은 미래에서 살지 이번 선거에서 결정된다는 의미입니다. ‘stake’(스테이크)는 ‘stick’(막대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옛날에 보초용으로 막대기를 세워뒀던 것에서 유래해 ‘감시’라는 뜻이 있습니다. 잠복근무를 ‘stake out’이라고 합니다. 도박판에 막대기를 세워두고 판돈을 모아 걸어뒀던 것에 유래해 ‘내기’라는 뜻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내기’의 뜻입니다. ‘be’ 동사 다음에 ‘stake’가 나오면 ‘판돈이 걸려있다’ ‘관건이다’라는 뜻입니다.데이지꽃을 등장시켜 핵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존슨 대통령과 대결하는 배리 골드워터 공화당 후보의 핵 사용 발언이 논란이 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대형 광고그룹 옴니콤 계열의 DDB 광고사가 제작했습니다. 실감 나는 핵 폭발음을 위해 음향 전문가까지 고용했습니다. 1964년 9월 NBC 방송 저녁 영화 시간에 방송됐습니다. 느긋하게 영화 시작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은 느닷없이 핵폭발이 나오는 광고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렇게 무서운 영상을 보여주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항의 전화가 백악관에 빗발쳤습니다. 엄청난 광고 효과를 예감한 존슨 대통령은 다시 방송하려고 했지만, 선거 참모들이 말렸습니다. 반복 상영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훗날 유명 언론인이 된 빌 모이어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ad accomplished its purpose in one showing. To repeat it would be pointless.”(광고는 한 번 방송으로 목적을 달성했다. 반복은 무의미하다). 데이지 광고는 단 한 차례 방송으로 전설이 됐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감옥에서 돌연사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여사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습니다. “남편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위해 러시아를 추가로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We’re not letting up.”(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let’은 “let’s go”처럼 조동사로 쓰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본동사로도 많이 씁니다. ‘up’ ‘down’ ‘on’ off’ 등의 전치사를 동반하고 구어체 영어에서 씁니다. ‘let up’은 ‘줄이다’ ‘줄어들다’라는 뜻입니다. “the rain has let up”이라고 하면 ‘비가 잦아들었다’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let up’ 뒤에는 ‘on Putin’이 생략됐습니다. 푸틴의 폭정을 막기 위한 압력을 ’줄이지 않겠다’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뜻입니다.이런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2월 21일 소개된 열차 유세에 관한 내용입니다. 선거용어 중에는 열차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습니다. 과거 열차가 주요 교통수단이던 시절 후보들은 긴 노선의 열차를 타고 가며 열차역마다 내려 유세를 했습니다. 요즘도 열차역은 주요 유세 장소입니다. 다만 후보들은 열차를 타지는 않고 열차역에 들러 유세를 합니다.▶2022년 2월 21일자최근 한국 대선에서 열차 유세가 주목받았습니다. 미국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차를 타고 가는 후보가 역마다 내려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간이역 유세’(whistle stop tour)’라고 합니다. ‘whistle stop’은 직역을 하면 ‘휘파람 역’이라는 뜻입니다. 이용객이 많지 않은 간이역에서 열차가 정차할 때는 별도의 경고음이 들리지 않고 역무원이 휘파람을 불어 알렸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The train conductor might leave me behind.”(기관사가 나를 두고 가버리겠네)조 바이든 대통령의 별명은 ‘Mr. Amtrak’(미스터 암트랙)입니다. 암트랙을 하도 자주 이용해서 생긴 별명입니다. 암트랙은 미국 전역을 잇는 공공 철도 시스템입니다. 2020년 대선 때 오하이오 기차역에서 내려 유세를 벌이다가 급히 열차에 다시 오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열차 출발 시각이 임박했다는 것입니다. 암트랙의 철저한 운행 시간 준수를 유머 있게 푼 것입니다. 사람이나 물건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을 ‘leave behind’라고 합니다. You can judge a man by the company he keeps. I'm keeping pretty good company.”(사람을 알려면 누가 친구인지 보면 된다고 했다. 이렇게 좋은 이가 친구이니 나도 꽤 괜찮은 사람 아닌가)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유세를 벌일 때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힘을 보탰습니다. 함께 열차 유세를 했습니다.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경선 때는 부시 후보의 경쟁자였지만 결선 때가 되자 지원 유세에 나선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기차역 연설에서 매케인 의원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company’는 원래 ‘옆에 있는 사람’ ‘뜻이 맞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유래해 ‘회사’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keep company’는 ‘친구가 되어주다’라는 뜻입니다. To the children who hear the whistle of the train and dream of a better life, that’s who we’re fighting for.”(열차의 경적을 들으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싸워나가겠다)2008년 대선에서 승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열차를 타고 취임식에 참석했습니다. 독립의 발상지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출발해 나흘 동안 기차를 타고 여러 지역을 거쳐 워싱턴에 도착했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취임식 기차 투어를 본받은 것입니다. 1861년 링컨 대통령은 고향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출발해 12일 동안 70개 기차역을 돌며 국민과 만난 뒤 취임식에 참석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델라웨어 기차역 연설입니다. 동행한 조 바이든 부통령의 고향이라서 연설 내용에 특별히 신경 쓴 듯합니다. 기차의 경적을 듣는다는 것은 ‘기찻길 옆에 산다,’ 즉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말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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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 you marry me? Whoops. I forgot you did that 49 years ago today.”(나와 결혼해줄래? 아차, 49년 전에 결혼했다는 걸 잊었네)날카로운 인상의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넉넉한 할머니 같은 바바라 여사.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 어울리는 커플입니다. 80여 년에 걸친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대통령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 같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부시는 17세, 바바라는 16세 고딩 시절 만났습니다. 그렇다고 연애만 하는 불량 청소년은 아니었습니다. 부시는 매사추세츠 명문 필립스아카데미, 바바라는 사우스캐롤리아나 명문 애쉴리홀 사립여고에 다니는 모범생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댄스파티에서 만나 첫눈에 반했습니다. 만난 지 1년 만에 고난이 찾아왔습니다. 부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제2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한 것입니다. 그것도 후방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바바라는 나라를 위해 떠나는 남자친구를 막지 않았습니다. 부시는 전투기에 ‘바바라’라는 애칭을 붙였습니다. 일본군에 격추돼 태평양에서 표류하다 구조돼 고향에 돌아가자마자 결혼했습니다. 부시 20세, 바바라 19세 때였습니다.두 번째 고난은 결혼 후 찾아왔습니다. 딸 폴린이 3세 때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부는 절망했지만, 다시 일어섰습니다. 바바라 여사는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남편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자녀 사망 후 70%의 부부가 이혼한다. 소통 단절 때문이다. 남편은 나를 혼자 두지 않았다. 계속 대화하고 함께 행동했다”라고 회고했습니다.사랑 넘치는 부시 대통령의 결혼 49주년 기념 러브레터입니다. 70세 때 보낸 편지입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결혼하고 싶다고 합니다. ‘whoops’(어이쿠)는 자신의 실수에 놀랄 때 쓰는 감탄사입니다. ‘marry’는 ‘누구와 결혼하다’라는 뜻으로 ‘with’와 함께 쓰지 않습니다. ‘나는 결혼했다’라고 하려면 ‘I’ve got married’라는 수동 형태로 써야 합니다. 미국 영화에서 결혼식을 치른 부부가 자동차 뒤에 ‘just married’(우리 결혼했어요)라는 사인을 걸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앞에 ‘we’ve got’이 생략됐습니다. 참고로 차 뒤에 깡통을 매다는 전통도 있습니다. 깡통 소리로 악의 기운을 몰아내고 결혼생활 내내 행복하라는 의미입니다.부시 대통령의 러브레터는 이어집니다. “I’ve climbed perhaps the highest mountain in the world, but even that cannot hold a candle to being Barbara’s husband”(나는 가장 높은 산을 정복했다. 하지만 그것은 바바라의 남편이라는 사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hold a candle to’는 직역을 하면 ‘촛불을 들다’라는 뜻으로 시위가 연상되지만 그런 뜻이 아닙니다. ‘비교가 안 된다’라는 뜻입니다. 과거 견습생들이 촛불을 들고 비추면서 선생님들이 일하는 것을 배운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인생에서 많은 성공을 이뤘지만, 당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에 견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I spent the day after the call trying to think up reasons why I should bust up the Conference and go home.”(전화 통화 뒤 회담을 그만두고 집에 갈 이유를 고민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책상 위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패를 놓아두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냉철한 사고력의 소유자이지만 감성이 풍부한 리더이기도 합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 미국에서 6000마일 떨어진 독일 베를린 근교에서 포츠담회담이 열렸습니다. 역사적인 회담에 참석한 트루먼 대통령은 향수병을 느꼈습니다. 아내 베스 여사가 보고 싶어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전화만으로 부족했는지 다음날 편지를 썼습니다. 당시 결혼 26년 차 부부였습니다. ‘bust up’은 ‘부수다’ ‘파투내다’라는 뜻입니다. 회담을 팽개치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골몰했다는 것입니다.트루먼은 미국 유일의 고졸 출신 대통령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농부, 사환 등으로 일하며 힘든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린 시절 일요학교에서 만난 친구였던 베스 여사를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났습니다. 트투먼 대통령이 9년 동안 구애했습니다. 긴 구애 기간을 “my longest campaign”(나의 가장 긴 유세)이라고 했습니다. 이 기간에 베스 여사에게 자주 편지를 썼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의 러브레터 습관은 이때 시작됐습니다. 그중 대표작 9편을 추려 ‘9년간의 9편의 러브레터’(Nine Love Letters in Nine Years)라고 해서 트루먼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SOMETHING HAS TO BE DONE!”(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부부간에 사랑편지만 오가는 것은 아닙니다. 찬 바람이 쌩쌩 부는 편지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입니다. 1942년 부인 엘리너 여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문장 전체가 대문자이고 마지막에 느낌표까지 있는 것을 보면 감정이 격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와이프에게 생활비를 절약하라고 잔소리를 하는 내용입니다. 당시 대통령 연봉은 7만 5000달러(1억 원 상당). 이는 명목 임금이고 세금을 뗀 실제 연봉은 3만 달러(4000만 원) 정도였습니다. 미국을 전쟁 승리로 이끈 대통령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 가짓수까지 신경 썼습니다. 계란을 1인당 2개씩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For instance, for my luncheons I have pleaded for only one egg apiece, yet four eggs for two people constantly appear”(점심 계란 요리에 각각 1개씩만 올리도록 요청했는데도 2명용으로 4개의 계란이 언제나 식탁에 오른다). 이 편지를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쩨쩨하지만, 인간적인 루즈벨트”라고 평했습니다.루즈벨트 부부 사이가 처음부터 냉랭했던 것은 아닙니다, 루즈벨트는 23세 때 5촌인 엘리너와 결혼했습니다. 자녀 5명을 낳고 잘 지내던 관계는 결혼 9년 후 루시 머서라는 여성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생겼습니다. 머서는 엘리너가 고용한 비서였습니다. 루즈벨트와 머서의 관계는 4년 만에 엘리너 여사에 의해 들통났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바람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별거에 들어갔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지낼 때 엘리너 여사는 뉴욕 하이드파크 본가에서 지내며 필요할 때 백악관을 방문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퍼스트레이디인 엘리너 여사의 활발한 사회활동은 별거 중에 쌓은 업적입니다. 생활비 얘기를 편지로 한 것은 평소 자주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말년에 건강이 나빠진 루즈벨트 대통령이 합치자고 간청했지만 엘리너 여사는 거절했습니다.명언의 품격러브레터계의 지존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입니다. 위대한 소통가(great communicator)라는 별명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닙니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이라서 사랑 표현에도 감정이 풍부합니다. 배우 시절이던 1961년 밸런타인데이에 보낸 러브레터입니다. 당시 결혼 12년 차 커플이었습니다. Feb. 14 may be the date they observe and call Valentine’s Day but that is for people of only ordinary luck. I happen to have a Valentine’s life which started on March 4, 1952 and will continue as long as I have you.”(2월 14일을 밸런타인데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운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다. 나는 운 좋게 발렌타인 인생을 살고 있다. 그 인생은 1952년 3월 4일 시작됐고, 당신과 함께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유머가 가미된 사랑 표현입니다. ‘Valentine’s Day’와 ‘Valentine’s life’을 비교해 낸시 여사를 감동하게 했습니다. 1952년 3월 4일은 이들의 결혼식 날입니다. 낸시 여사는 퍼스트레이디로서 지나친 낭비벽 때문에 비판을 받았지만, 모범적인 부부 관계만큼은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맞은 결혼기념일에 에어포스원에서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When you are gone I’m waiting for you to return so I can start living again.”(당신이 곁에 없으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래야 나는 다시 살아갈 수 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벌금 폭탄을 맞았습니다. 성추행 피해자 명예훼손 재판에서 1000억 원이 넘는 배상금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자산 부풀리기 의혹 재판에서 3억 5500만 달러(5000억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습니다.자산 의혹 재판을 주재한 선고한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의 아서 엔고론 판사는 기업 관행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측 변론을 인정하지 않고 “명백한 사기 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엔고론 판사의 판결 내용입니다.The frauds found here leap off the page and shock the conscience.”(여기서 발견된 사기 행각들은 분명하며 극도로 부당하다)올해는 2월 29일까지 있는 해입니다. ‘윤년’이라고 합니다. 영어로 ‘leap year’라고 합니다. ‘leap’(립)은 ‘크게 뛰어오르다’라는 뜻입니다. ‘대도약’을 ‘quantum leap’(퀀텀립)’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구부린 사람 등을 짚고 뛰어넘는 게임을 ‘leapfrog’(립프록)이라고 합니다. ‘개구리 뛰기’라는 의미입니다. 윤년에는 하루가 더 생기므로 특정 날짜가 되려면 하루를 건너뛰고 그다음 날이 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leap’을 씁니다.‘leap off the page’는 ‘페이지에서’(off the page)와 ‘뛰어오르다’(leap)가 합쳐졌습니다. 만화책 캐릭터들이 페이지에서 튀어나오는 장면을 상상하면 됩니다. ‘생생하다’ ‘확실하다’라는 뜻입니다. ‘흥미진진하다’라는 뜻도 됩니다. ‘leap’ 대신에 ‘jump’를 써도 됩니다. 트럼프 기업의 회계 서류를 보면 사기 행각이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분명히 나와 있다는 의미입니다. ‘shock the conscience’(양심에 충격을 가하다)는 법률 용어로 양심에 충격을 줄 정도로 ‘극도로 부당하다’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5월 6일 소개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백악관 재단장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입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다양한 행사에 자주 동행했습니다. 차갑고 냉정한 모습이어서 ‘얼음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런 멜라니아 여사가 의욕적으로 백악관 로즈가든 재단장하는 프로젝트에 벌였습니다. 찬반 여론이 뜨거웠습니다.▶2019년 5월 6일자백악관 로즈가든 리모델링 논란이 뜨겁습니다. 로즈가든은 대통령 기자회견장으로 쓰이는 유서 깊은 정원입니다.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는 로즈가든 재단장 프로젝트를 지휘했습니다. 최근 재단장 후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멜라니아 여사가 리모델링을 하면서 개선이 아닌 개악을 해놓았다는 겁니다.She is as clueless and classless as her husband.”(그녀는 남편만큼 멍청하고 수준 없다) 미국 소셜미디어에는 로즈가든을 망쳐놨다는 분노의 트윗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classless’는 ‘저속하다’ ‘수준 낮다’라는 뜻입니다. ‘class’이라는 단어 자체에 ‘고품격’이라는 의미가 포함됐습니다. 멜라니아 여사 지지자들은 ‘classless’라는 단어에 동유럽 출신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차별의식이 깔려 있다고 주장합니다.That’s like saying, ‘I like chocolate and you like vanilla’.”(그건 마치 ‘나는 초콜릿이 좋고, 너는 바닐라가 좋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특파원 시절 로즈가든을 직접 밟아본 경험에 비춰볼 때 리모델링 후 단조롭지만 정리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에는 다양한 품종의 꽃들로 화려한 멋이 있었다면 지금은 흰색 장미 위주로 차분합니다. 반면 지루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말하기 힘듭니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로 다른 취향은 존중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의 2종류인 초콜릿과 바닐라는 취향을 대비시킬 때 자주 씁니다.In reality, the renovation is long overdue.”(사실 리모델링은 늦은 감이 있다)워싱턴포스트(WP)의 평가입니다. ‘long overdue’는 ‘오래전에 기한이 끝났다’라는 뜻입니다. ‘한참 전에 해야 했다’라는 의미입니다. 리모델링 전 로즈가든은 벌레가 들끓고 관개시설이 엉망이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 때 손을 본 후 대공사가 없었습니다. 예산이 많이 들고 어떤 식으로 고치든 뒷말이 무성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WP는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다’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반(反)트럼프 성향의 WP가 멜라니아 여사를 두둔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 reason I came on the Jimmy Kimmel show was because I’m not going nuts.”(내가 정신이 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 지미 키멀 쇼에 나왔다) 지금쯤 되면 미국 대선 후보들의 심야 토크쇼 출연이 시작됩니다. 대선전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는 신호입니다. 심야 토크쇼(Late Night Talk Show)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을 초대손님으로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대선 후보들은 정치적 주장을 하기 위해 토크쇼에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선거에서 중요한 ‘likability’(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유머 실력을 발휘해 호감형 후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토크쇼에 나온 후보들은 ‘자폭 개그’를 서슴지 않습니다.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self-deprecating humour’(셀프 데프리케이팅 유머)라고 합니다. ‘자신을 비난하는 유머’라는 뜻입니다. 지난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은 CBS ‘스티븐 콜베어 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ABC ‘지미 키멀 쇼’는 ‘스티븐 콜베어 쇼’의 경쟁 토크쇼입니다. 어느 토크쇼에 나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인지력이 떨어지는 고령 후보라고 자신을 조롱하는 개그입니다. ‘go nuts’ ‘go bananas’는 ‘정신줄을 놓다’라는 뜻입니다.물론 농담만 해서는 안 됩니다.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은 이유를 아들의 죽음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적 비극을 딛고 일어나 이제 다시 도전할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입니다. “I marvel at the ability of people to absorb hurt and just get back up”(고통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능력은 놀랍다). ‘마블 코믹스’로 익숙한 단어 ‘marvel’은 동사로 쓰면 ‘감탄스럽다’라는 뜻입니다. ‘Average Joe’(이웃집 조)라는 별명의 바이든 대통령은 토크쇼에 강합니다. 무게 잡는 연설은 잘 못 하지만 애드립이 중요한 토크쇼에서는 분위기를 살릴 줄 압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TV 리얼리티쇼 진행 경험에도 불구하고 토크쇼에 약합니다. 토크쇼 출연을 멀리하는 이유입니다. 정치인들의 심야 토크쇼 출연 성적을 알아봤습니다.I have been watching my favorite show: Orange is not the new black.”(요즘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오렌지는 새로운 블랙이 아니다’이다)2016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NBC ‘지미 팰런 쇼’에 출연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러 나온 것입니다. 인기 코너인 ‘슬로 잼 더 뉴스’는 초대손님이 느린 랩 스타일로 팰런과 대화를 주고받는 코너입니다. 팰런이 힐러리 후보와 경쟁하는 트럼프 유세와 관련된 뉴스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장단을 맞췄습니다. 방청객들이 박장대소했습니다.‘Orange Is the New Black’(오렌지는 새로운 블랙이다)은 여성 죄수들의 감옥 생활을 그린 인기 미국 드라마입니다. ‘orange’는 죄수복을 말합니다. ‘new black’은 ‘새로운 유행’이라는 뜻입니다. ‘감옥이 대세’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오렌지’는 뜻이 다릅니다. 과도한 태닝으로 얼굴이 오렌지색으로 변한 트럼프 후보를 말합니다. 가식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려는 트럼프는 대세가 될 수 없다는 유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오렌지 개그는 유행어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Make sure the White House Library has lots of books with big print and pictures.”(백악관 도서관을 큰 글씨와 그림으로 된 책들로 꾸미겠다)2000년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CBS ‘레이트 쇼 위드 데이비드 레터맨’에 출연했습니다. 인기 코너인 ‘톱 텐’(Top 10)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주제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백악관을 이렇게 바꾸겠다.’ 백악관 도서관을 재단장하겠다는 것이 7위에 올랐습니다. 백악관 지하에 있는 도서관은 미국 역사와 대통령에 관한 책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전미출판협회가 기증한 책들입니다. 국정 운영에는 도움이 되지만 재미는 없습니다. 부시 후보는 도서관 책들을 쉬운 책들로 바꾸겠다면서 머리가 나쁘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조롱했습니다.어머니인 바바라 부시 여사에 관한 것도 있습니다. 5위 ‘first day in office, my mother’s face goes up in Mount Rushmore’는 러시모어산에 있는 유명한 대통령 4명의 조각상에 어머니의 얼굴을 새겨넣겠다는 것입니다. 바바라 여사가 부시 가문의 남자들보다 인기가 높다는 점을 풍자했습니다. 톱 텐 목록 모두 ‘부시 콤플렉스’에 대한 내용입니다. 똑똑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개그입니다. 친근하고 유머 있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남긴 부시 후보의 토크쇼 출연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고어 후보와의 접전 끝에 승리했습니다.The United States is really the only guardian at the gate against the communist advance. The responsibility is heavy on us.”(미국은 공산주의에 대적하는 문을 지키는 수호자다. 우리의 책임은 무겁다)존 F 케네디 대통령은 TV 출연에서 다수의 ‘최초’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TV 대선 후보 토론, 최초의 TV 대통령 기자회견 등의 기록입니다. 여기에 최초의 심야 토크쇼 출연이라는 기록도 넣어야 합니다. 1960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NBC 토크쇼 ‘투나잇 위드 잭 파’에 출연했습니다. 토크쇼의 전설로 불리는 ‘투나잇쇼 스타링 자니 카슨’의 전신인 프로그램입니다.케네디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전에 출연했습니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는 7명이 출마했습니다. 모두 케네디보다 20세 이상 나이가 많은 정치인들이었습니다. 40대 초반의 케네디에게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젊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에 도전하라는 충고도 나왔습니다. 이에 반발한 케네디는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I’m not running for vice president. I’m running for president.”(나는 부통령에 출마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이다)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케네디는 토크쇼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당시는 ‘잭 파 토크쇼’가 유일했습니다. 잭 파는 케네디를 “매사추세츠 출신의 젊고 매력적인 상원의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당시 토크쇼는 초대손님과 진행자가 정면을 향해 나란히 앉는 구조였습니다. 케네디의 경쟁력인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연설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케네디는 공산주의, 미-소 관계, 가톨릭 신앙 등을 주제로 30분 동안 열변을 토했습니다. 요즘 토크쇼 기준에서 보면 지나치게 심각한 주제였지만 케네디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토크쇼에서 나온 케네디의 명발언입니다. 6개월 뒤 뉴프런티어 정신을 강조한 케네디 대통령 취임 연설의 밑그림이 토크쇼에서 그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크쇼 출연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는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잭 파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I don’t know anybody who did more, indirectly, to have Jack elected than your own good self.”(내 아들 잭이 당선되는 데 간접적으로 당신보다 더 큰 공을 세운 사람은 없다)명언의 품격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치욕적으로 물러났지만, 하원의원 상원의원을 거쳐 부통령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잘 나갔습니다. 부통령이 됐을 때 그의 나이는 39세. 부통령으로 8년을 보낸 뒤 1960년 대선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그런데 경쟁자가 너무 강했습니다. 케네디였습니다. 사상 가장 근소한 표 차로 패한 닉슨은 재도전을 결심했습니다. 다음 대선 때까지 계속 정계에 남아있기로 한 그는 196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했습니다. 대통령에 비해 한참 급을 낮춘 주지사 도전이었는데 패했습니다. 닉슨은 패배 이유를 언론에 돌렸습니다. 주지사 선거 패배 다음 날 기자들을 향해 울분을 토했습니다. “You don’t have Nixon to kick around any more, because, this is my last press conference”(더 당신들이 조롱할 닉슨은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나의 마지막 기자회견이기 때문이다). 언론을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정치인에게 자살행위와 마찬가지입니다. 이후 ‘last press conference’는 자기 무덤을 판다는 의미의 정치 용어가 됐습니다. 언론은 닉슨의 정계 은퇴를 기정사실로 만들었습니다. ‘리처드 닉슨 부고’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닉슨 같은 사람은 다시 정치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몰아붙였습니다. 언론이 너무 호되게 질책하자 동정 여론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닉슨은 1963년 잭 파 토크쇼에 출연했습니다. 사실 그는 3년 전 케네디를 뒤따라 잭 파 토크쇼에 출연했지만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습니다. 피아노 연주였습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잭 파가 “아직도 정치적 야망이 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닉슨은 이렇게 답했습니다.If last November didn’t finish it, this will.”(만약 지난 11월이 내 정치적 야망을 끝내지 못했다면 이 연주가 끝낼 것이다)‘지난 11월’은 문제의 기자회견을 말합니다.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연주 실력 때문에 폭망할 것이라는 엄살입니다. 아직 정치적 야망이 있다는 사실을 슬쩍 내비쳤습니다. 연주는 훌륭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작곡한 ‘피아노 콘체르토’ 1번을 연주했습니다. 사실 닉슨은 5종류의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정도로 음악 실력이 뛰어난 정치인입니다. 시청자들은 닉슨을 다시 봤습니다. 화 잘 내는 닉슨이 아니라 여유로운 유머 감각과 예술적 재능의 닉슨이었습니다.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닉슨은 1964년 대선을 건너뛰고 1968년 출마해 당선됐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틱톡 열풍에 이제야 가세한 것입니다. 그동안 틱톡에 입문하지 않은 것은 미-중 갈등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선에서 이기려면 틱톡을 무시할 수 없기에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가 맞붙은 슈퍼볼 경기에 맞춰 틱톡을 개설했습니다. 요즘 대세인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캔자스시티 치프스 소속 트래비스 켈시 선수의 여자친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스위프트의 인기를 등에 업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슈퍼볼 승리가 미리 조작됐다는 음모론을 펼쳤습니다, 승리가 결정되면 스위프트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승리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에 이렇게 올렸습니다.Just like we drew it up.”(우리가 계획한 대로 됐다)‘draw’는 ‘그리다’라는 뜻입니다. ‘up’은 강조하는 역할입니다. ‘draw up’은 대략적인 뼈대를 미리 그리는 것을 말합니다. ‘plan’(계획), ‘contract’(계약), ‘agreement’(합의) 등의 단어가 뒤에 따라옵니다. 우리가 밑그림을 그린대로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승리했다는 의미입니다. 승부가 조작됐다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는 식으로 조롱했습니다. 이 문구와 함께 눈에서 레이저를 내뿜는 ‘다크 브랜든’(Dark Brandon) 사진을 올렸습니다. 다크 브랜든은 바이든 대통령의 부캐입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비방할 때 사용하는 별명 ‘브랜든’에 음흉한 의미의 ‘다크’를 추가해서 바이든 진영이 적극 사용하고 있습니다. 별명의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의도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7월 24일 소개된 심야 토크쇼에 관한 내용입니다. 심야 토크쇼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입니다. 여러 방송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하고 있습니다. 포맷은 비슷합니다. 우선 진행자가 단독 개그를 10분 정도 펼칩니다. 세태를 풍자하는 내용입니다. 이후 초대손님이 출연해 진행자와 대화를 나눕니다. ▶2018년 7월 24일자오후 11시쯤 미국 TV에서 심야 토크쇼가 시작됩니다. ‘호스트’로 불리는 진행자는 초대손님이 나오기 전 방청객을 앞에 두고 혼자 ‘썰’을 풉니다. ‘모놀로그’(독백)라고 합니다. 호스트의 인기는 모놀로그에서 얼마나 뛰어난 입담을 과시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요즘 모놀로그의 인기 주제는 얼마 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극도의 저자세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Putin is Trump’s KGBFF.”(푸틴은 트럼프의 영원한 절친이다)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 사회를 맡았던 코미디언 지미 키멀의 모놀로그입니다. ABC ‘지미 키멀 라이브’의 진행자입니다. KGBFF는 KGB(옛 소련 비밀경찰)와 BFF(영원한 절친)의 합성어입니다. 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이라는 뜻입니다. ‘KGBFF’라고 적힌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유행어가 됐습니다.He’ll steal the shirt off your back. Hell, he stole the shirt off his own back.”(그는 당신 몰래 사기를 칠 위인이다. 세상에, 그는 자기 몰래 사기를 칠 위인이네) 케이블 채널 ‘코미디 센트럴’에서 ‘데일리쇼 위드 트레버 노아’를 진행하는 노아는 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모놀로그를 펼쳤습니다. 푸틴이 어떤 위인이냐 하면 당신의 셔츠를 몰래 벗겨 훔쳐 갈(steal the shirt off your back) 사람이라는 겁니다. 그 정도로 솜씨 좋은 사기꾼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한술 더 뜹니다. 푸틴은 자신한테까지 사기를 치는 위인이라는 겁니다. 자신이 입고 있는 셔츠를 벗겨 훔쳐 갈 정도라고 합니다.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은 결국 자신을 속인 거짓말이라는 겁니다.It’s only a matter of weeks before he ‘Single White Females’ Putin.”(그는 푸틴을 스토킹하기 일보 직전이다)NBC ‘레이트 나이트 위드 세스 마이어스’의 진행자 마이어스는 ‘Single White Female’이라는 영화를 인용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위험한 독신녀’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룸메이트를 스토킹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서는 동사로 써서 ‘스토킹하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푸틴을 스토킹할 정도로 너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She is so out of her league.”(그녀는 너무 급이 다르다)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옆쪽에 언론 브리핑룸이 있습니다. 덩치 큰 미국 기자 50여명이 어깨를 맞대고 앉는 작은 방입니다. 매일 정오쯤 되면 이 방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합니다. 브리핑 시간입니다. 기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면 이를 막아내는 것이 대변인의 역할입니다. 순발력은 필수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인 카린 장 피에르 대변인의 브리핑 실력이 요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어수선하고 깊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얼마 전 요르단에서 발생한 미군 3명 사망 사건에 대한 미 정부의 반응을 묻자 장 피에르 대변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Our deepest condolences go out and our heartfelt condolences go out to the families who lost three brave folks who are military folks who are brave who are always fighting and are fighting on behalf of this administration of the American people obviously more so importantly.” ‘condolence’(컨돌런스) 다음에 ‘go out’을 쓰면 조의를 표하는 것입니다. 동어 반복에 문법도 불안합니다. ‘fighting on behalf of this administration’이라는 부분도 논란의 소지가 큽니다. 군인은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이지 정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장 피에르 대변인을 비판하는 최근 뉴욕포스트 기사 제목입니다. ‘out of league’는 ‘리그에서 벗어나다’ ‘급이 다르다’라는 것입니다. 전임 대변인들의 브리핑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입니다. 뉴욕포스트는 친(親) 공화당 언론이지만 친 민주당 매체의 평가도 다르지 않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장 피에르 대변인이 한 번의 브리핑에서 똑같은 문장을 25번이나 썼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녀의 라이벌로 통하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의 브리핑이 환영받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커비 조정관의 브리핑을 은근히 좋아한다고 합니다. 대변인은 매일 카메라 앞에 서는 화려한 직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매우 고달픈 자리이기도 합니다. 백악관 대변인의 세계를 알아봤습니다.The president would not comment on a third-rate burglary attempt.”(대통령은 삼류 강도 행각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중국 방문, 캄보디아 침공….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는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다사다난한 5년 8개월의 임기 동안 대변인은 단 한 명. 론 지글러 대변인입니다. 한국 같으면 고비 때마다 분위기 쇄신 등을 이유로 대변인을 바꿨겠지만, 미국은 웬만하면 행정부 각료를 교체하지 않습니다. 대변인은 대통령과 함께 임기 말까지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 4년 동안 조디 파월 대변인, 존 F 케네디 대통령 2년 10개월 동안 피에르 샐린저 대변인 1명이었습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8년 임기 동안 제임스 해거티 대변인 1명으로 버텼습니다.대변인의 중요한 능력은 기자들이 즐겨 인용할만한 임팩트 있는 키워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1972년 워싱턴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는 민주당 사무실에 5명의 남성이 몰래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가 발각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시작입니다. 이들이 신분을 추적한 결과 닉슨 재선 운동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글러 대변인은 ‘third-rate burglary’(3류 강도)라는 단어로 닉슨 대통령의 관련성을 차단했습니다. 워터게이트 시대를 상징하는 최고 유행어가 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를 조롱하는 단어 ‘shabby journalism’(추레한 언론)도 지글러 대변인의 작품입니다. ‘shabby’(쉐비)는 ‘초라하다’라는 뜻입니다. ‘character assassination’(인신공격)도 유행어가 됐습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보도 내용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글러 대변인은 나중에 이렇게 사과했습니다. “I would say that I was overenthusiastic at the time in my comments about The Post.”(당시에 워싱턴포스트에 대한 나의 발언이 과잉흥분 상태였음을 인정한다)It wasn’t so much that I objected to the pardon as it was that it set one man above the law. Presidents are not exemptions to the law.”(핵심은 사면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법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워터게이트 스캔들과 관련된 또 한 명의 대변인이 있습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 때 제럴드 터호스트 대변인입니다. 가장 짧은 기간 동안 대변인을 지낸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달 만에 물러났습니다. 당시 세간에는 닉슨 대통령이 사임을 조건으로 사면을 미리 약속받았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터호스트 대변인은 닉슨 사면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막후에서 사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포드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면을 발표했을 때 터호스트 대변인은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심한 배신감으로 사면 발표 다음 날 사표를 냈습니다.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해 사임한 대변인은 그가 유일합니다.터호스트 대변인이 밝힌 사면 반대 이유입니다. ‘not so much A as B’는 A보다 B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면이라는 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법 앞의 평등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디트로이트뉴스’ 기자 출신인 그는 정부 관리보다 언론인다운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이듬해 기자들이 뽑은 ‘양심 언론인상’(Conscience-in-Media Award)을 받았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신념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1999년 한 토론회에서 다른 참석자들은 모든 닉슨 사면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지지했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I would still say I am exactly where I was 25 years ago, that it set up a double standard of justice.”(내 주장은 25년 전과 똑같다. 닉슨 사면은 정의의 이중 잣대를 세웠다)If he’s got time for mistresses after all that, what the hell difference does it make?”(만약에 그가 바쁜 일정을 마친 뒤 정부와 보낼 시간이 있다면 그게 뭐 어떻다는 것이냐)가장 편한 시절을 보낸 대변인은 누구일까요.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 피에르 샐린저 대변인입니다. 연설의 달인 케네디 대통령 밑에 있다 보니 별로 할 일이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는 것을 꺼립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두렵기 때문입니다. 대신 대변인에게 브리핑을 맡깁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달랐습니다. 사상 최초로 생방송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자청했습니다. 취임 후 닷새째 되는 날 열렸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을 보려고 기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수용 능력이 부족한 백악관 대신에 국무부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재미를 붙인 케네디 대통령은 매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샐린저 대변인은 뒤에서 연출만 담당하면 됐습니다.그렇다고 샐린저 대변인의 능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최초의 ‘셀럽 대변인’으로 통합니다. ‘셀럽의 대변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본인이 셀럽인 대변인’이라는 뜻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자였다가 36세의 젊은 나이에 대변인에 오른 그는 자유분방한 발언 스타일로 화제가 됐습니다. 다른 중요 부처 장관들보다 인기가 높았습니다. 대변인이 가장 곤혹스러울 때는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입니다. 샐린저 대변인은 끊임없이 터지는 케네디 대통령 성추문에 여유롭게 대응했습니다. ‘mistress’(정부)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습니다. 한 기자가 “대통령의 혼외정사가 사실이냐”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다. 하루에 14∼16시간씩 일한다. 남는 시간에 정부들을 만난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이 있는가.” ‘if’ 다음에 ‘what difference does it make’가 나오면 ‘했다면 그게 무슨 잘못이라는 말인가’라고 반박하는 뉘앙스입니다.명언의 품격I’m glad to see you, McAlpin.”(맥알핀, 만나서 반가워요)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담당 기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똑 부러지게 연설도 잘하고 적절하게 개그도 섞을 줄 압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서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맥알핀이라는 사람이 참석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맥알핀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왜 죽은 사람의 참석에 감사를 전했고, 맥알핀은 누구일까요.맥알핀은 해리 맥알핀입니다. 최초로 대통령 기자회견을 취재한 흑인 기자입니다. 백악관 취재는 미국 기자들 사이에 최고의 영예입니다. 50여 개 언론사에만 발급되는 백악관 기자단 출입증을 얻기 위해 살벌한 경쟁을 펼칩니다. 하지만 백악관 기자단은 매우 배타적인 집단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백인 남성 기자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흑인 기자가 처음 백악관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44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때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들 때였습니다. 전장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에서 흑인의 활약상이 늘었지만 정작 백악관 취재 현장에서는 흑인이 없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취재 제한을 없애기로 하고 스티븐 얼리 대변인에게 맡겼습니다. ‘open door policy’(언론 개방 정책)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AP 통신 기자를 지낸 얼리 대변인은 언론계에서 발이 넓었습니다. 백인 기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흑인 기자를 받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미국흑인출판인협회(NNPA)와도 관계를 텄습니다. NNPA는 흑인 군인들의 활약상을 취재할 파트타임 기자로 해리 맥알핀 변호사를 선발해놓고 백악관에 취재 요청을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얼리 대변인의 끈질긴 설득에 백인 기자들은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도 많았습니다. 맥알핀 기자가 1944년 백악관에 처음 출입증을 얻고 들어오자 백인 기자들은 수군거렸습니다. 회견장에 못 들어가도록 막는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얼리 대변인은 대통령 앞에 맥알핀 기자를 데리고 가서 소개하려고 했지만 분위기가 험악했습니다. 바로 그때 루즈벨트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고 다른 기자들이 듣도록 큰소리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흑인 기자에게 백악관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 기자단 설립 100주년을 맞는 2014년에 맥알핀 기자를 기리는 장학금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흑인 대통령으로서 매우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맥알핀은 해리 맥알핀의 아들 셔먼에게 건넨 인사말이었습니다. 이미 30여 년 전 사망한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이 참석했습니다. 그가 백악관 기자단을 둘러보니 흑인 기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고 합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마약 사용 의혹을 폭로했습니다. 회사 내부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머스크가 LSD, 코카인, 엑스터시 등 다양한 마약을 복용했으며, 특히 케타민 상습 복용자라고 전했습니다. 머스크의 마약 사용 의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17년 한 팟캐스트 방송에 초대손님으로 출연했을 때 마리화나를 흡입하는 장면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머스크는 부인했습니다. 연방정부 계약 때문에 받는 정기적인 약물검사를 모두 통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팟캐스트 마리화나 건은 재미 삼아 한번 흡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소유한 X(옛 트위터)에 마약 의혹을 제기한 WSJ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The WSJ is not fit to line a parrot cage for bird.”(월스트리트저널 기사는 새똥 깔개가 될만한 가치도 없다)‘line’은 ‘선’ ‘줄’이라는 뜻입니다. 동사로도 씁니다. 우선 ‘줄을 긋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He lined paper’라고 하면 ‘종이에 줄을 그었다’라는 뜻입니다. ‘안감을 넣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여기서 유래해 ‘lining’(라이닝)은 ‘안감’을 말합니다. 유명 격언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은 ‘모든 구름은 은으로 된 안감을 가지고 있다’ ‘구름 뒤쪽으로 햇빛이 비친다’라는 뜻입니다. 어떤 난관 속에서도 희망의 조짐은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줄여서 ‘silver lining’이라고도 합니다.‘바닥에 깔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 뜻입니다. ‘parrot cage’(앵무새 새장)는 배설물이 떨어지니까 바닥에 휴지 등을 깔아야 합니다. 바닥에 까는 것은 쉽게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line a cage’는 ‘하등 쓸모없다’라는 뜻입니다. WSJ 기사는 새장 바닥 깔개도 못 될 정도로 쓸모없다는 것입니다. 이 문구 뒤에 ‘똥’ 이모티콘을 넣은 것은 역시 머스크답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3월 7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CNN 등 주요 언론에 애증의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난하지만 무시하지 않습니다. 언론에 어떻게 보도되는지 엄청 신경을 씁니다. 자신과 언론이 공생관계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언론에 대한 비난 강도를 때와 장소에 따라 조절할 줄 압니다. 2018년 그리다이언(Gridiron) 기자클럽 만찬은 애증의 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2018년 3월 7일 PDF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다이언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취임 후 기자들과 사사건건 부딪치고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드디어 화해의 첫걸음을 뗀 걸까요. 그리다이언 클럽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유력 언론매체 30∼40곳 기자들의 친목 단체입니다. 대통령을 초청해 연례 만찬을 개최할 정도로 언론계에서 위상이 높은 곳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불참했는데 올해는 아내, 딸, 사위까지 데리고 등장했습니다. I’m here to singe, not to burn.”(활활 태우지 않고 살짝 그슬리기 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태우다’라는 뜻의 단어는 여러 개가 있습니다. ‘burn’ ‘scorch’(스코치) ‘singe’(신지) ‘char’(챠르) ‘tan’ 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burn’과 ‘singe’를 대비시켰습니다. 이 두 단어는 태우는 강도에서 정반대의 위치에 있습니다. ‘burn’은 활활 태우는 것이고, ‘singe’는 살짝 그슬리는 것입니다. 만찬에서 맹렬하게 독설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뼈 있는 농담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기자들의 얼굴에서 안도의 미소가 흘렀습니다. I’m a New York icon. You’re a New York icon. The only difference is, I still own my buildings.”(나도 뉴욕의 아이콘이다. 당신도 그렇다. 유일한 차이는 나는 아직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자신과 뉴욕타임스는 모두 뉴욕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공통점을 언급했으니 이제 차이점을 말할 차례입니다. 재정난 때문에 본사 건물을 매각한 뉴욕타임스의 약점을 찔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금난을 겪기는 했지만, 트럼프타워라는 상징적인 건물을 계속 소유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짜뉴스라는 비난을 들었을 때보다 사옥 매각 얘기를 들었을 때 더 기분이 나빴을 겁니다. 상대를 정면으로 비난하지 않고 측면을 찌르는 농담을 하는 것이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정치인들의 화법입니다. 한국 정치인들은 핏대를 올리고 고성과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극한 대결은 협상을 힘들게 합니다. 반면 미국 정치인들은 웃으며 뼈 있는 농담으로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미국 정치 자체가 ‘singe, not burn’인 셈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Kate botched her handling of hospital stay.”(입원한 케이트 왕세자빈의 부적절한 처신.)최근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이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입원을 두고 논란이 분분합니다. 언론은 “mistake”(실수)라고 비판합니다. 영국 언론이 왕실 인기 넘버원인 케이트 왕세지빈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botch’(바취)는 ‘망치다’라는 뜻입니다. “I botched a job interview”라고 하면 “취업 인터뷰를 망쳤다는 뜻입니다. 한 언론 제목입니다. 입원과 관련해 처신을 잘못했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비판이 나오는 걸까요. 비밀주의 때문입니다. 영국 왕실은 어느날 느닷없이 왕세자빈이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수술 부위는 ‘abdominal surgery’(복부 수술). 항상 웃는 모습만 봐왔던 왕세자빈의 수술 소식에 국민들이 놀라자 2차 발표를 통해 ‘noncancerous’(암이 아닌)라고 밝혔습니다. 2주간 입원을 걸쳐 현재는 집에서 쉬고 있으며 4월이 돼야 다시 공식 석상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케이트 왕세자빈의 병세에 대해 뭔가 숨기는 듯한 발표 방식은 오히려 질병의 심각성과 결혼 생활에 대한 수많은 억측을 낳고 있습니다. 질병이 무엇이든 투명하게 밝혀 질병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찰스 3세 국왕은 전립선 비대증 때문에 수술을 받는다고 속 시원히 밝혔습니다. 왕실 전문가와 언론은 케이트 왕세자비에게 이렇게 충고합니다. “Tell the truth.”(진실을 말하세요) 질병은 사생활 보호의 영역입니다. 공개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케이트 왕세자빈처럼 한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급 인사나 공인들은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합니다. 미국 대통령 중에도 중대한 질병을 앓고 있지만 이를 숨긴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공개하는 순간 통치력이 약화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질병을 숨긴 대통령들을 알아봤습니다.We have a petticoat government. Wilson is not acting. Mrs. Wilson is president.”(지금 우리는 치맛바람 정부를 가지고 있다. 윌슨은 현역이 아니다. 윌슨 여사가 대통령이다)한국이 일본의 통치를 받던 시절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재선 포함 8년 임기의 마지막 2년을 누워서 지냈습니다. 뇌졸중(stroke) 때문입니다. 윌슨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엔의 전신 국제연맹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고립주의를 원하는 미국 내 분위기는 국제연맹 창설에 반대했습니다. 윌슨 대통령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미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8000마일을 누비는 연설 대장정에 나섰습니다.몇 달에 걸친 기차 투어는 윌슨 대통령에게 무리였습니다. 어느 날 부인 이디스 여사는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습니다. 입에서 끊임없이 경련이 일어나고 구토를 하고 엄청난 두통을 호소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끌어 침대로 옮기고 주치의를 불렀습니다. 주치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My God, the president is paralyzed.”(어쩌나, 대통령이 마비됐다) 윌슨 대통령은 침대에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고집했습니다. 이디스 여사, 주치의, 측근들은 대통령의 질병을 숨기기로 했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1919년부터 임기 말인 1921년까지 2년 동안 ‘bedside government’(침대가 정치)가 가동됐습니다. 이 기간에 윌슨 대통령은 공식적인 행사에 나오는 일이 없었습니다. 원래는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부통령이 권력을 발휘해야 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부통령 권력 이양에 대한 확실한 헌법 규정이 없었습니다. 윌슨 대통령은 부통령과 사이가 나빠 권력을 넘겨줄 생각도 없었습니다. 부인 이디스 여사가 실권을 쥐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누워있는 남편에게 국정 서류를 보여주고 결정을 행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이었지만 나중에는 본인이 결정권을 행사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퍼스트레이디로 이디스 여사를 꼽습니다. ‘secret president’(비밀 대통령)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대중매체가 발달하지 않은 시절이라 국민은 대통령의 상태를 잘 몰랐습니다. 유명 야당 정치가인 앨버트 폴 상원의원은 의회 연설에서 대통령의 상태를 이렇게 폭로했습니다. 페티코트는 여성들이 입는 넓게 퍼지는 속치마입니다. 여성의 치맛바람을 조롱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이디스 여사가 권력을 잡은 상황을 비꼰 것입니다. ‘acting’은 ‘현역의’ ‘현재 업무를 수행 중인’이라는 뜻입니다. ‘대행’을 뜻하기도 합니다. ‘acting director’는 ‘국장 대행’을 말합니다He’s turning green.”(그는 혈색이 나쁘다)1945년 2월 크림반도의 휴양도시 얄타에 ‘빅3’가 모였습니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이 모여 전후 세계질서를 논의한 얄타회담입니다. 기념사진에서 가운데 앉은 루즈벨트 대통령은 망토를 입었습니다. 망토는 클록(cloak)과 케이프(cape)로 나뉩니다. 클록은 완전히 몸을 감싸는 스타일, 케이프는 등 쪽만 두르는 스타일입니다. 만화 주인공 배트맨이 입은 것은 케이프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클록으로 온몸을 감쌌습니다. 얄타의 매서운 겨울 날씨 속에서 그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는 증거입니다.회담에 가기 전부터 건강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 4선 유세 강행군 때문입니다. 4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것이라 반대가 많았습니다. 가뜩이나 소아마비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루즈벨트 대통령은 유세 일정을 소화하느라 기진맥진했습니다. 부통령 후보를 헨리 월러스 현 부통령에서 해리 트루먼 상원의원으로 바꾼 것도 자신의 건강을 염려한 것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젊고 결단력 있는 트루먼에게 맡기기 위한 것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뇌출혈(hemorrhage)로 고생했습니다. 유세 때부터 작은 뇌출혈을 자주 일으켰던 그는 4선 당선 뒤 자신의 병을 비밀에 부치고 회담에 참석했습니다. 머리에 시한폭탄을 안고 대서양을 건넌 것입니다. 미소 냉전의 시작을 알린 얄타회담은 미국이 소련에 많이 양보한 회담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회담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창백한 얼굴에 눈 밑에 다크서클이 완연했습니다. 회담 중에 잠깐씩 정신이 혼미해지고 헛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처칠 총리와 스탈린 서기장이 걱정할 정도였습니다.딸 애나 루즈벨트가 대통령을 수행했습니다. 원래 부인 엘리너 여사가 자주 수행했는데 얄타회담에는 딸을 데리고 가겠다고 고집해 엘리너 여사가 섭섭하게 생각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간섭 심한 와이프보다 딸의 간호가 편했던 것입니다. 애나가 아버지의 건강상태를 기록한 일기의 한 대목입니다. 녹색은 안전을 상징하는 색깔이지만 사람의 얼굴색이 말할 때는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창백해지고 구토가 올 때 ‘turn green’이라고 합니다. 얄타에서 귀국한 루즈벨트 대통령은 너무 쇠약한 모습이라 주변에서 놀랐습니다. 국정은 돌보지 못하고 온천에서 휴양했습니다. 어느 날 “너무 머리가 아프다”라며 의자에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얄타회담에서 돌아온 지 2개월 만에 대형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트루먼 부통령이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If they question my health, I will challenge them to a 50-yard butterfly race.”(만약 그들이 나의 건강을 문제 삼는다면 50 야드 접영 시합을 펼쳐보자)1992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눈길 끄는 TV 선거 광고가 있었습니다. ‘swim’(수영)이라는 제목의 광고에서 폴 송가스 후보는 역동적으로 물을 가르며 접영을 펼쳤습니다. 광고가 화제가 된 것은 암 전력 때문입니다. 송가스 후보는 1984년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던 중 비호지킨림프종(non-Hodgkin’s lymphoma) 진단을 받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뒤 정치에 복귀해 1992년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수영 컨셉의 광고는 암을 성공적으로 이겨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로 기자들을 수영장에 초청해 스피도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공개하며 수영 시범을 보였습니다. 건강을 문제 삼는 사람이 있으면 ‘접영 시합을 펼쳐보자’라는 것이 그의 슬로건이었습니다. 문제는 재발 이력이었습니다. 1987년 림프종이 재발해 치료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입니다. 진료기록을 선택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은 논란의 소지가 컸습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1987년 증상은 재발로 볼 수 없고 골수이식의 자연스러운 치료 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직하지 못한 후보라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출마 초기 1위를 달리던 지지율은 확 꺾였습니다.당시 혼외정사 논란으로 궁지에 몰렸던 빌 클린턴 후보는 이 기회를 이용해 송가스 후보를 꺾어 ‘comeback kid’(컴백 키드)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송가스 후보는 후보 사퇴 연설에서 다시 공직에 도전한다면 재발을 포함한 모든 진료기록을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도전하지 않고 4년 뒤 림프종 재발에 따른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명언의 품격‘웨스트윙’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NBC 방송에서 방영된 정치 드라마입니다. 백악관 집무동을 의미하는 ‘West Wing’에 근무하는 가상의 대통령 제드 바틀렛과 참모들의 이야기입니다. 극 중에서 바틀렛 대통령은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을 앓고 있습니다. 흔히 ‘MS’로 불리는 중추신경계 염증 질환으로 운동 마비, 언어 장애, 시력 퇴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흑인이나 아시아인보다 백인에게 발병률이 높습니다.바틀렛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이 병을 가지고 있었지만, 비밀에 부치고 대선에 출마해 당선됩니다. 대통령이 된 뒤 자꾸 쓰러지고 말실수를 하면서 주변에서 눈치를 챕니다. 대통령은 수많은 고민 끝에 정면 돌파를 택합니다. 국민에게 자신의 병세를 알리고 재선에 도전해 국민의 심판을 받기로 합니다. 대국민 기자회견이 끝난 뒤 웨스트윙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말입니다.What’s Next?”(다음은 뭐지?)명언 많은 이 드라마에서 최고 명언으로 꼽힙니다. 이 장면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했다면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과거에 머물기보다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자신의 병을 인정하는 것이 넘을 수 없는 장애물처럼 보이지만 일단 도전하면 길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혐의로 의회는 공식 조사를 들어갑니다. 의회와의 협상을 통해 징계의 일종인 견책(꾸짖음)을 받는 선에서 사태는 마무리되고 바틀렛 대통령은 재선 도전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됩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만드는 영화마다 좋은 평을 듣고 흥행에도 성공합니다. 놀란 감독이 최근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스’(Past Lives)를 높이 평가해 화제입니다.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가장 좋았던 영화로 ‘패스트 라이브스’와 ‘애프터선’을 꼽았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스’에 대해 “subtle in a beautiful sort of way”(아름답게 미묘하다)이라고 헀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스’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놀란 감독은 ‘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인셉션’ ‘오펜하이머’ 등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영화를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대작 영화를 만들 기회를 가진 감독은 흔치 않습니다. 놀란 감독은 타임지 인터뷰에서 자신을 부러워하는 감독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There are so many filmmakers out there in the world who would give their eye teeth to have the resources I put together.”(내가 모은 정도의 자본을 모으기 위해 송곳니라도 빼줄 감독이 이 세상에 매우 많다)송곳니를 ‘eye teeth’(눈의 이)라고 합니다. 눈과 일직 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canine teeth’(캐닌 티쓰)라고도 합니다. ‘canine’은 개를 말합니다. 개의 송곳니처럼 인간의 송곳니도 길고 날카롭다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사랑니는 ‘wisdom teeth’(지혜의 이)라고 합니다.송곳니는 이 중에서 핵심 역할 합니다. ‘송곳니(eye teeth)를 준다(give)’라는 것은 핵심을 내준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간절히 원하고 부럽다는 의미입니다. 친구의 직업이 부러울 때 이렇게 말합니다. “He has the job I would give my eye teeth for.” 놀란 감독은 자신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므로 책임감을 느끼고 일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12일 소개된 ‘병원 영어’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국인이 미국에서 병원에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의사에게 증세를 설명하려면 영어 실력은 기본이고, 전문 의학용어를 이해해야 하고 순발력도 있어야 합니다, 평소 기본적인 질환과 증세를 영어로 말하는 습관을 익혀두면 도움이 됩니다.▶2020년 10월 12일미국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것입니다. 한국말로도 정확히 설명하기 힘든 증세를 영어로 말하려면 없던 병도 생길 지경입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었습니다. 의료진은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병세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알아둘 만한 ‘병원 영어’가 많이 등장했습니다.He had a little cough and fever. More than anything he’s felt run down.”(기침과 열이 조금 있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극도의 피로감이다)입원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숀 콘리 주치의는 대통령의 증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run down’은 쓰는 곳이 다양합니다. 건물이 허물어지기 직전으로 낡았을 때, 배터리가 나갔을 때, 몸살이 났을 때 씁니다. 그냥 ‘피곤한’(tired) 정도가 아니라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들 정도로 에너지가 빠져나간 상태를 ‘run down’이라고 합니다. We all know the president’s an impatient man, has he been itching to get out of here?”(우리 모두 대통령이 참을성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병원에서 나가고 싶어 근지러워 하던가요)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사흘 만에 퇴원했습니다. 퇴원 날 한 기자가 콘리 주치의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itch’(이취)는 ‘가렵다’라는 뜻입니다. 벌레에 물려 가려울 때 바르는 연고 포장을 보면 ‘fast itch relief’(빠른 가려움증 완화)’라고 쓰여 있습니다. 여기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로 몸이 가렵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고 싶어 근질거린다는 의미입니다.He has not been on any fever reducing medications for over 72 hours.”(지난 72시간 동안 대통령은 해열제를 복용하지 않았다)코로나19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고열입니다. 퇴원 날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병세가 좋아지고 있다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on medication’은 ‘약을 복용 중인’이라는 뜻입니다. 미국에서 병원에 가면 십중팔구 받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Are you on any medication?”(지금 복용 중인 약이 있습니까)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proudly stand by my work and its impact on the field.”(내 연구 성과와 내 분야에 미친 영향에 자부심을 가진다) 반(反)유대주의 논란을 겪던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최근 물러났습니다. 논란의 시초는 보수적 기부자들과 진보적 총장 간의 사상적 갈등이었지만 정작 사퇴 이유는 표절이었습니다. 게이 총장이 과거에 쓴 논문들이 표절 시비에 휩싸인 것입니다.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총장인 게이 총장은 사임 발표 직후 뉴욕타임스에 보낸 글에서 연구자로서 자부심을 밝혔습니다. ‘stand by’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우선 ‘수수방관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방관자를 ‘bystander’(바이스탠더)라고 합니다. 방송용어 ‘스탠바이’에서 보듯이 ‘대기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가장 직역으로 본다면 ‘옆에’(by) ‘서다’(stand)니까 ‘옆을 지키다’ ‘지지하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그 뜻입니다. 표절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수를 했던 점은 인정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사용할 때 ‘citation’(인용)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곳이 몇 군데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학계는 표절 기준이 엄격합니다. 이 문제를 조사한 하버드대 당국의 결정문입니다. 의도적 표절은 아니지만 잘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She paraphrased or reproduced the language of others without quotation marks and without sufficient and clear crediting of sources”(인용 부호나 확실한 출처 지정 없이 다른 사람의 언어를 바꿔 쓰거나 재생산했다). 인용 소스를 밝히는 것을 ‘credit the source’ ‘cite the source’라고 합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게이 총장 정도의 인용 실수는 흔한 것이라는 동정파가 있습니다. 반면 표절은 정도 여하를 막론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반론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표절을 뜻하는 ‘plagiarism’(플래지어리즘)의 어원을 따져보면 ‘kidnap’(납치하다)이라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권을 ‘납치한다’라는 의미입니다. 미국 유명 대학에서 벌어진 표절 사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The report identified some areas where I should have done better, and I accept the report’s conclusions.”(보고서는 나의 행동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고, 나는 보고서의 결론을 수용한다) 뇌과학 분야 전문가인 마크 테시에 라빈 스탠퍼드대 총장은 지난해 연구 부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대학 당국은 라빈 총장의 과거 연구 논문이 사기 및 비윤리적 행위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조사위는 전직 연방 판사, 전 프린스턴대 총장 등 사외인사들로 구성됐습니다. 라빈 총장이 쓴 1999년 이후 논문 200여 편이 조사 대상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12편을 집중 조사해 5편에서 데이터 조작 등 ‘중대한 결함’(serious flaws)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데이터를 조작한 것은 밑에 있는 연구원들이었지만 연구소를 통솔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라빈 총장은 문제가 된 논문 5개 중 3개를 철회하고 2개를 수정하기로 했습니다.라빈 총장이 대학 당국에 보낸 사임 편지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임한다’라고 짧게 사표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사건 경과’ ‘사임 배경’ ‘총장직 인계’ ‘수습 조치’ ‘감사의 말’ 등 단락으로 나눠 A4 용지 2장에 걸쳐 자세히 썼습니다. ‘should have done better’는 ‘더 잘했어야 했다’라는 과거에 대한 후회입니다. 총장으로서 자격 상실이라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Standford needs a president whose leadership is not hampered by such discussions.”(대학은 부정 논의에 방해를 받지 않는 리더십을 가진 총장이 필요하다)부정 의혹을 제기한 것은 스탠퍼드대 1학년 학생 기자이었습니다. 과학계 정보를 입수한 대학 신문 ‘스탠퍼드 데일리’ 신입 기자가 1년 동안 심층 취재한 결과입니다. 기사 덕분에 학생 기자는 저명한 언론상을 받았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총장과 관련된 의혹인 만큼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습니다. “What we were really careful about was trying to quote as few Stanford people as possible.”(스탠퍼드대 구성원들을 기사에 인용하지 않으려고 진짜 노력했다) I was searching for words about resilience in adversity and when they were transcribed into the speech, I failed to ensure its attribution.”(역경 속의 인내에 대한 단어를 찾고 있었고, 그 말들을 글로 옮길 때 출처를 밝히지 못했다)표절은 연구 논문뿐 아니라 연설에도 해당합니다. 연설에서 다른 사람의 발언을 인용했다면 “누구는 이렇게 말했다”라고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아 로버트 캐슬런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총장은 물러났습니다. 대학 총장들이 졸업식 축사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도전’입니다. 캐슬런 총장도 도전을 강조하려다가 걸렸습니다. 문제가 됐던 2021년 축사 구절입니다. “I know that life is not fair and that you will fail often. But if you take some risks, step up when the times are toughest, face down the bullies, lift up the downtrodden and never, ever give up — if you do these things, then the next generation and the generations that follow will live in a world far better than the one we have today.”(삶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당신들은 종종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쓴다면 가장 힘들 때 한 단계 올라선다면, 남을 못살게 구는 놈들을 제압하고, 짓밟힌 사람들을 일으켜 주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 이런 일을 한다면 후세는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내용이 좋아서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구절이 어딘가 익숙한 듯해서 추적한 결과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을 지휘했던 윌리엄 맥레이븐 장군의 연설과 거의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맥레이븐 장군이 퇴역 후 2014년 텍사스대 명예총장으로 재직할 때 졸업 축사로 인터넷에서 1300만 회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유명한 연설입니다. 캐슬런 총장은 또 ‘University of South Carolina’(사우스캐롤라이나대)를 ‘University of California’(캘리포니아대)라고 잘못 말하는 실수도 저질렀습니다. 대학 당국은 총체적 학교 망신을 시킨 캐슬런 총장에게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그가 구두로 사의를 전해오자 꼭 서면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캐슬런 총장의 변명입니다. 출처 인용은 ‘citation’(씨테이션)과 ‘attribution’(어트리뷰션)으로 나뉩니다. ‘citation’은 격식에 맞게 출처를 밝히는 학술적인 인용 방식이고, ‘attribution’은 “이건 누구의 말 또는 연구 결과다”라고 밝히는 자유로운 인용 방식입니다. ‘in adversity’(애드버시티)는 ‘역경 속에서’라는 뜻으로, ‘resilience’(탄력)와 합쳐서 ‘역경을 이겨내는 힘’을 말합니다. He had engaged in research misconduct, namely, plagiarism, by knowingly, intentionally, or recklessly appropriating the ideas, processes, results or words of Complainants without giving them appropriate credit.”(고의로, 의도적으로, 또는 부주의하게 원고의 생각, 과정, 결과 또는 언어들을 도용하는, 일명 표절이라고 불리는 연구 부정에 관여했다)미국 보건정책 수립에 많은 영향을 끼친 길버트 웰치 다트머스대 교수도 표절 시비 때문에 물러났습니다. 웰치 교수는 과잉진단의 위험성을 경고해 한국 의학계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는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온 동료 교수의 유방암 촬영술 관련 데이터를 접했습니다. 데이터가 틀렸다고 판단한 웰치 교수는 그 교수에게 사실을 알렸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웰치 교수는 문제의 데이터를 수정하고 거기에 자신의 데이터를 추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논문은 저명 의학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실렸습니다.원래 데이터를 만든 교수는 다트머스대에 제소했습니다. 20개월간의 조사 끝에 대학 측이 내린 판결입니다. 표절의 정의입니다. 웰치 교수는 해당 데이터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의 정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항소했지만, 판결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대학 측은 해당 논문의 제1 저자를 원래 데이터를 만든 교수로 바꿀 것, 연구를 계속할 수 있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직무에서 제외될 것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웰치 교수는 2018년 다트머스대를 그만두고 다른 연구소로 옮겼습니다. 이 표절 사건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도용했다고 해서 ‘idea plagiarism’(아이디어 표절)이라고 불립니다.명언의 품격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은 미국 최고의 연설로 꼽힙니다. ‘I have a dream’이라는 핵심 단어는 연설의 중후반부에서 나옵니다. 이 구절로 시작하는 단락이 8개가 연이어 나옵니다. ‘I have a dream’ 구절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이 연설의 클라이맥스는 아닙니다. 좋은 연설은 끝이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 연설의 여운을 길게 남길 수 있습니다. ‘I have a dream’ 연설의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부분입니다. 거의 마지막 단락입니다.From every mountainside, let freedom ring.”(모든 산비탈에서 자유가 울려 퍼지게 하라)킹 목사는 뉴햄프셔, 뉴욕, 펜실베이니아, 콜로라도, 캘리포니아 등 비교적 인종차별이 없는 지역을 한 곳씩 열거하며 ‘자유가 울려 퍼지게 하라’라고 합니다. 이어 조지아, 테네시, 미시시피 등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 지역으로 넘어가 ‘자유가 울려 퍼지게 하라’라고 합니다. 모든 산비탈, 즉 미국 전역에서 자유가 울려 퍼져야 한다는 메시지로 마무리합니다. 각 지역을 말할 때마다 킹 목사의 목소리는 커지고, 관중도 점점 더 열광합니다. 이 연설의 마지막 부분을 ‘famous crescendo’(유명한 점층범)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점점 더 감정이 고조된다는 의미입니다.이 마지막 부분은 아치볼드 캐리 목사의 1952년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과 매우 흡사합니다. 킹 목사 연설보다 11년 전입니다. ‘from every mountainside, let freedom ring’ 구절은 완전히 똑같습니다. 지역명은 약간 다르지만 각 지역을 열거하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킹 목사의 표절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시 유명 흑인 목사들은 서로 연설 내용을 ‘공유’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캐리 목사는 원래 공화당 출신이지만 나중에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킹 목사의 민권운동을 도왔습니다. 캐리 목사의 가족은 비슷한 2개의 버전 중에 킹 목사의 연설이 훨씬 더 유명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Somebody always gets their first, but there‘s somebody else who does more with it.”(누군가는 첫 번째가 된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을 해내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에서 ‘바비’(Barbie)는 작품상, 각색상 등 8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랐지만, 여성 감독(그레타 거윅)과 주연 여배우(마고 로비)는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빠졌습니다. 이를 두고 성차별 논란이 분분합니다. 바비의 남자친구 켄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은 이렇게 불만을 표했습니다.To say that I’m disappointed that they are not nominated in their respective categories would be an understatement.”(그들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실망했다면 과소표현일 것이다)‘under’는 ‘아래’라는 뜻입니다. ‘statement’는 ‘발언’이라는 뜻입니다. ‘understatement’(언더스테이트먼트)는 ‘아래 발언’ ‘소극적 발언’을 말합니다. 자기주장을 하려면 적절한 발언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overstatement’는 ‘과장 발언’을 말합니다, ‘exaggeration’(익재저레이션)이라고도 합니다. ‘understatement’를 쓰는 가장 흔한 방법은 ‘to say that’으로 시작해 ‘understatement’로 끝을 맺는 것입니다. ‘that 이하라고 말하는 것은 과소표현이다’라는 것입니다. 예의를 갖춰 불만을 표할 때 씁니다. 고슬링은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여성 감독과 주연 여배우가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기 보내 어느 정도 절제된 표현을 썼습니다. ‘respective’는 ‘각각’이라는 형용사입니다. 순서를 나열하고 맨 나중에 ‘respectively’를 붙여주면 ‘각각에 맞게’라는 뜻이 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정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1월 6일 소개된 미국의 인종차별적 표현에 관한 내용입니다. 영어에는 소수 그룹에 대한 차별적인 표현들이 많습니다. 이런 언어들은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아무 생각 안 하고 썼다가 주변으로부터 눈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미국에서 살던 시절 느낀 것 중 하나는 내 말이 다른 인종이나 민족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어에는 과거부터 전해 내려오는 인종차별적(racially charged) 표현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 표현을 몇 개 소개합니다. This elections is so cotton-picking important to the state of Florida.”(이번 선거는 플로리다주에 정말 중요하다)‘cotton-picking’은 ‘목화를 딴다’라는 뜻입니다. 과거 흑인 노예들은 온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목화를 땄습니다. 목화를 따는 작업은 손에 피가 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cotton-picking’은 ‘진저리치게’라는 뜻입니다. 주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서니 퍼듀 농무장관은 이 단어를 썼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플로리다주는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사상 처음으로 흑인이 출마했습니다. 퍼듀 장관은 다른 표현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마치 흑인 후보 들으라는 듯 ‘cotton-picking’이라고 했습니다. 폭스뉴스 해설가를 겸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선거 전략가는 흑인 패널에게 이렇게 말했다가 폭스뉴스에서 해고됐습니다. “Are you out of your cotton-picking mind?”(당신 제정신이야) I realized I was getting gypped.”(나는 내가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의 발언입니다 ‘gyp’(집)은 소수 유랑민족 집시(gypsy)에서 유래된 동사로 ‘속이다’ ‘바가지를 씌우다’라는 뜻입니다. 집시에게 ‘떠돌이’ ‘사기꾼’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다니기 때문입니다. 미셸 여사는 한 세미나에서 자녀 양육 때문에 파트타임으로 일한 경험을 얘기했습니다. 풀타임 직원만큼 일했는데 월급은 적게 받아서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은 논란이 됐습니다.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또 다른 소수민족 집시에 대한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를 썼기 때문입니다. ‘gypped’ 대신에 ‘duped’ ‘cheated’ 등 인종차별적 의미가 없는 단어를 쓰는 것이 좋았을 뻔했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hoever came up with the slogan Bidenomics should be fired.”(‘바이드노믹스’라는 슬로건을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해고해야 한다)“매가, 매가, 매가.” 최근 끝난 아이오와 코커스 행사장. 압승을 거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본부는 ‘매가’ 떼창으로 시끌벅적합니다. ‘매가’는 ‘MAGA’라는 뜻. 트럼프 대통령의 캠페인 슬로건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줄임말입니다. ‘MAGA’ 또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은 성공한 슬로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도 이 슬로건이 좋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부터 사용하는 슬로건으로 너무 인기가 있어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쓰고 있습니다. ‘MAGA’는 캠페인 구호지만 일반 대화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He is a MAGA”라고 하면 ‘저 사람 트럼프 지지자야’라는 뜻입니다. 경쟁자 조 바이든 대통령도 자주 입에 올릴 정도로 유명한 단어가 됐습니다. 짧고 쉽기 때문입니다. ‘엄청나게 크다’라는 뜻의 ‘mega’(메가)와 비슷하게 들린다는 점도 ‘MAGA’의 성공 요인입니다. 반면 바이든 진영은? 큰일 났습니다. “MAGA’와 겨룰 정도의 슬로건을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고심 끝에 만들어낸 슬로건 ‘Bidenomics’(바이드노믹스)가 욕만 한가득 먹고 있습니다. 지난해 만든 슬로건 ‘Finish the Job’(임무를 완수하자)이 인기가 없어 새로 만든 구호인데 이마저도 혹평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 민주당 선거전략가는 이 슬로건을 만든 사람은 해고감이라고 했습니다. ‘come up with’는 의견을 ‘내놓다’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에서 출마하는 상하원 의원, 주지사 후보들은 ‘바이드노믹스’라는 슬로건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득보다 해가 된다는 보기 때문입니다. 비판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Bidenomics’ 단어가 철학적이어서 캠페인 구호가 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둘째, 슬로건으로 내걸고 자랑할 정도의 경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입니다. 셋째, 사람 이름이 들어가는 슬로건을 미국인들은 체질적으로 싫어합니다. 개인 우상화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슬로건에 약합니다. 2020년 대선 때 내놓은 일명 ‘BBB’로 통하는 ’Build Back Better’(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자)는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Bidenomics’도 얼마 안 가서 쓰레기통으로 갈 공산이 큽니다. 미국 대선 역사에는 성공한 슬로건도 많지만 실패한 슬로건도 많습니다. 패배를 부른 슬로건들을 알아봤습니다.A Used Ford Is Better Than a New Carter.”(중고 포드가 새 카터보다 낫다)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은 안정을 강조합니다. 슬로건에 ‘stable’(안정된), ‘safe’(안전한), ‘still’(여전히), ‘again’(다시)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쓰지 말아야 할 단어도 있습니다. ‘used’(사용된)입니다. 1976년 대선에서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지미 카터 조지아 주지사가 맞붙었습니다. 카터 주지사는 워싱턴에 물들지 않았다는 의미로 ‘새로운 카터’(New Carter)라는 슬로건을 제시했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new Carter’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used Ford’를 내놓았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익숙한’이라는 의미로 ‘used’를 썼지만, 유권자들은 성능이 시원찮은 중고품의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used Ford’는 ‘중고차 포드’가 연상됩니다. 당시 미국은 오일쇼크 때문에 일본 자동차들이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던 때였습니다. 미국 차는 자주 말썽을 일으킨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냥 미국 차도 아닌 중고 미국 차는 더욱 이미지가 나빴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자신의 성(姓)에 자부심이 컸는지 다른 슬로건에도 ‘Ford’를 썼습니다. ‘Happy Days Are Here Again Fordzie’라는 슬로건입니다. ‘포지와 함께 행복한 날들을 다시 누리자’라는 뜻입니다. ‘Happy Days’는 당시 인기를 끌던 시트콤입니다. 낙천적인 캐릭터 ‘Fonzie’(폰지)가 등장합니다. ‘Fordzie’는 ‘Ford’를 ‘Fonzie’처럼 바꾼 것입니다. 포드 대통령은 극 중 폰지가 즐겨 입는 가죽점퍼 차림의 선거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Jeb can fix it.”(젭이 고칠 수 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2016년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플로리다 주지사를 8년 지낸 뒤였습니다. 부시 가문에서 세 번째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내 동생이 대통령이 된다면 잘 해낼 수 있다”라고 힘을 보탰습니다. 출마 발표 때 슬로건은 ‘Jeb!’ 그의 풀네임 ‘John Ellis Bush’의 약자입니다, ‘Jeb’은 ‘jab’(잽)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권투의 잽처럼 선거전에서 끊임없는 공격을 퍼붓겠다는 의미입니다. 역동적인 슬로건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무기력한 모습이었습니다. 조용한 성격인 그는 유세도 차분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경쟁자인 트럼프 후보는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a very low-energy kind of guy.”(에너지가 바닥인 남자) 이미지 개선을 위해 선거전 중반에 바꾼 슬로건입니다. ‘fix’(픽스)는 선거 때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고친다’라는 뜻입니다. 당선되면 정치 문화를 뜯어고치겠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친근한 애칭 ‘Jeb’과 ‘fix’가 한 문장에 나오니까 동네 수리점 광고 문구 같다는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반응입니다. “Is he running for President or Plumber?”(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이냐, 배관공에 출마하는 것이냐)In Your Heart, You Know He’s Right.”(당신 마음속으로 그가 옳다는 것을 안다)존 F 케네디 대통령 타계 1년 뒤 대선이 치러졌습니다. 국민들은 아직 케네디 대통령을 잊지 못했습니다. 케네디 정책을 계승한 민주당 린든 존슨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했습니다. 공화당에서는 강경 보수주의자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이 후보로 나왔습니다. 존슨 대통령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졌던 골드워터 후보는 우선 자신을 알려야 했습니다. 골드워터라는 성(姓)을 슬로건으로 만들었습니다. ‘Au H2O’라는 수수께끼 같은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Au’는 ‘gold’(금)의 원소기호입니다. ‘H2O’는 ‘water’(물)를 말합니다. 지금도 ‘Au H2O, 1964’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미국인이 있을 정도로 히트를 친 구호였습니다.기발하기는 하지만 후보의 특징을 알리는 슬로건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슬로건입니다. ‘in the heart’는 ‘마음속’을 말합니다.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골드워터 후보의 주장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에게 불만이 많았던 남부 백인층을 노린 슬로건이었습니다.하지만 이 슬로건은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습니다. 속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겉으로는 지지하기가 꺼려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골드워터 후보의 공약은 지나치게 극단적이어서 지지를 얻기 힘들었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은 지 2년도 안 된 시점에 “크렘린에 미사일을 떨어뜨려야 한다” “핵무기로 베트남 전쟁을 끝내야 한다”라는 초강경 발언은 낙선을 각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골드워터가 당선되면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존슨 대통령의 슬로건이 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In Your Guts, You Know He’s Nuts’(당신 마음속으로 그가 미쳤다는 것을 안다). 골드워터 슬로건에 나오는 ‘in your heart’ 대신에 ‘in your guts’라고 했습니다. ‘gut’는 원래 ‘내장’이라는 뜻으로 ‘in the guts’는 ‘용기 있는 마음’이라는 의미입니다. ‘guts’(거츠)를 써서 뒤에 나오는 ‘nuts’(너츠)와 운율을 맞췄습니다. 명언의 품격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슬로건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2012년 대선입니다. 당시 그는 기업가였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습니다. 롬니 후보의 패인이 미국의 위대함을 비전으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트럼프는 정치 입문을 결심하고 ‘Make America Great Again’을 대선 슬로건으로 택하기로 했습니다. 이 문구를 처음 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닙니다.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대선 출마 발표 때 이 문구를 썼습니다. “I believe that together we can make America great again.”(우리 모두 힘을 합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레이건 대통령이나 클린턴 대통령은 이 문구를 사용했지만 상업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사업가 트럼프는 이 문구를 우선 자신의 고유상표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2012년 대선 엿새 뒤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상표권 등록 서류에 서명해 특허청에 제출했습니다. 당시 트럼프는 뉴욕 트럼프타워 26층 사무실에서 금색으로 번쩍거리는 ‘회장님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특허 서류에 서명하는 순간 이렇게 말했습니다.My slogan is going to be ‘Make American Great Again.’ And watch, everybody’s going to love it.”(내 슬로건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가 될 것이다. 두고 봐라, 모든 이들이 사랑하게 될 것이다)여기서 ‘watch’는 ‘시계’가 아니라 아니고 ‘보다’라는 뜻입니다. 문장 처음에 명령형으로 ‘watch’를 쓰면 ‘눈여겨봐라’라는 뜻입니다. 포부를 밝힐 때 씁니다. 상표권 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2016년 대선 출마를 발표할 때쯤 완료됐습니다. 트럼프다운 방식으로 대선 슬로건을 발표했습니다. 반이민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문구를 넣은 야구모자를 쓰고 나온 것입니다. 기자들은 “Oh!”라며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트럼프다운 마케팅 감각이었습니다.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He’s the master marketer. Why wouldn’t he put it on a hat?”(그는 마케팅의 장인이다. 왜 모자에 슬로건을 넣지 않겠어). 일명 ‘MAGA cap’(매가 캡)이라고 불리는 트럼프 최고의 히트상품이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압승을 거두자 벌써 바이든-트럼프 토론 대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토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경우를 가정한 것입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한 찬반 대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대파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에 말려들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본전도 못 건진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면 노인 이미지가 더욱 부각될 수 있습니다찬성파는 토론을 피하는 것이 더 큰 손해라고 말합니다.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도 찬성파입니다.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히트 슬로건을 만든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을 피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온갖 조롱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미국 대선의 오랜 전통인 TV 토론을 피할 뚜렷한 명분도 없습니다.It’s obviously a decision that’s going to be gone over with a fine-tooth comb.”(자세히 검토해서 내려야 할 결정이다)카빌의 마무리 발언입니다. ‘comb’는 머리 빗는 ‘빗’을 말합니다. ‘fine’은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미국인들은 ‘세밀한’이라는 뜻으로 많이 씁니다. ‘정책을 미세 조정한다’라고 할 때 ‘fine-tune the policy’라고 합니다. ‘fine-tooth comb’(파인-투스 콤)은 ‘이빨(빗살)이 촘촘하게 박힌 빗’을 말합니다. ‘go over with fine-tooth comb’는 촘촘한 빗으로 빗는 것을 말합니다. 무언가를 걸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내용을 세밀히 조사하다’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토론에 피하는 쉬운 결정을 내리지 말고 치밀하게 득실을 따져보라는 충고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2월 28일 소개된 대선 토론 난타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TV 대선 토론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순간은 후보들이 싸울 때입니다.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습니다. 후보들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오가는 토론을 ‘heated debate’라고 합니다. ‘열 받은 토론’이라는 뜻입니다. 유권자들의 기억에 남는 뜨거웠던 토론의 순간을 알아봤습니다.▶2022년 2월 28일자대선 후보 TV 토론은 정책 대결의 장(場)이 돼야 하지만 감정싸움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 대선 TV 토론에서 거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한국보다 대선 토론 역사가 긴 미국에서도 살벌한 충돌이 벌어진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Will you just shut up, man? It’s hard to get any word in with this clown.”(입 좀 다물어, 이 광대랑은 얘기를 못 하겠다니까) 2020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첫 TV 토론은 ‘최악’(worst)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닙니다. 말꼬리를 잡는 싸움으로 변변한 정책 토론은 없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마이크를 전세 낸 듯 얘기를 멈추지 않자 바이든 후보가 폭발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를 ‘광대’(clown)라고 불렀습니다. ‘clown’은 ‘웃긴 사람’이 아니라 ‘미친 사람’의 의미가 강합니다. 상대가 계속 말을 이어가면 치고 들어갈 타이밍을 찾기가 힘듭니다. 그런 기회를 잡는 것을 ‘get a word in’(말을 안으로 넣다)이라고 합니다.You’re likable enough, Hillary.”(힐러리, 당신 정도면 호감형이야)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호감형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거에서 호감도(likability)는 표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진행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유권자들은 당신보다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옆에 있던 오바마 후보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힐러리 후보를 도와주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은 상당히 깔보는 발언입니다. ‘enough’는 ‘충분한’이 아니라 ‘필요한 정도만 있는’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관객석에서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상대에 대한 험담보다 가식적인 칭찬이 더 비판을 받기 마련입니다.You ought to be ashamed of yourself for jumping on my wife.”(내 아내를 들먹거리다니 창피한 줄 알아)1992년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에서 빌 클린턴 후보와 제리 브라운 후보는 얼굴을 붉혀가며 싸웠습니다. 브라운 후보는 클린턴 후보의 부인 힐러리의 로펌으로 불법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클린턴 후보가 벌컥 화를 내면서 한 말입니다. ‘be ashamed of’는 ‘볼 낯이 없다.’ ‘창피하다’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It’s a character assassination.”(그건 인신공격이다)한국도 미국도 선거철입니다. 선거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상대 진영이나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후보는 이렇게 반발합니다. 인격(character) 암살(assassination)이라는 뜻입니다. 흔히 ‘CA’로 불립니다. 2016년 대선 막판에 성추문이 터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입니다. 정치인이 아닌 인간, 인격체를 향한 살인이라는 뜻의 정치용어입니다.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이라는 의미입니다. 정치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씁니다. 누가 나를 중상모략한다고 판단되면 미국인들은 이렇게 화를 냅니다. “hey, that’s a character assassination.”(이것 봐, 인격모독 그만두지 못하겠어)‘assassination’(어쌔시네이션)은 ‘암살’이라는 뜻입니다. ‘character assassination’에서 보듯이 일상 대화에서도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미국은 선진 정치문화를 자랑하는 반면 정치인 암살이나 테러 시도가 자주 발생하는 이중적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은 지구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테러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지금까지 46명의 미국 대통령 중에서 암살 표적이 된 대통령은 10명이나 됩니다. 4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존 F 케네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암살은 워낙 유명하고, 제임스 가필드(20대), 윌리엄 매킨리(25대) 대통령도 암살당했습니다. 암살 시도에서 목숨을 건진 대통령은 앤드루 잭슨, 시어도어 루즈벨트(퇴임 후), 프랭클린 루즈벨트(당선자 시절), 해리 트루먼,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등 6명입니다. 이 중에서 시어도어 루즈벨트, 레이건 대통령은 부상을 당했고, 나머지 4명은 무사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대통령 암살 사건을 알아봤습니다.It takes more than that to kill a Bull Moose.”(불 무스를 죽이려면 그 정도로는 안 된다)미국 대통령 중에 열정 하면 시어도어 루즈벨트를 따라갈 사람이 없습니다. 넘치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8년 임기를 마친 뒤 제3당 혁신당을 만들어 3선에 도전했습니다. 일찍부터 양당 시스템이 발달한 미국에서 제3당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혁신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어도어 대통령의 3선 유세는 썰렁했습니다. 몇 안 되는 관중 속에 존 플라맹 슈랭크라는 술집 주인이 있었습니다. 정신질환 전력이 있는 그는 몇 달 동안 시어도어 대통령을 스토킹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1912년 12월 14일 밀워키 유세에서 시어도어 대통령의 가슴을 향해 총을 발사했습니다. 쏜 이유에 대해 “꿈에서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시켰다”라고 했습니다. 매킨리는 시어도어 대통령 이전에 암살당한 대통령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슈랭크를 ‘maniac’(미치광이)이라고 보도했습니다.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슴에 총을 맞은 시어도어 대통령이 연설을 계속한 것입니다. 그것도 장장 84분 동안. 당시 양복 윗주머니에 넣었던 50페이지 분량의 연설 원고가 행운이었습니다. 두꺼운 종이 뭉치가 총알의 충격을 줄여준 것입니다. 원고 뭉치와 함께 주머니에 들어있던 금속 안경도 충격을 줄였습니다. 총에 맞은 시어도어 대통령의 셔츠는 서서히 붉게 물들었습니다. 관중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시어도어 대통령은 이렇게 연설을 끝맺었습니다. ‘bull moose’(대형 수사슴)는 혁신당의 상징 동물인 동시에 그의 별명입니다. 총알 정도는 끄떡없다는 것입니다. ‘it takes more than’은 ‘보다 더 필요하다’ ‘정도로는 안 된다’라는 뜻입니다. ‘it takes more than meets the eye’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눈을 만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즉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라는 뜻입니다.연단을 내려와 긴급 의료 처치를 받았습니다. 진찰 결과 총알은 폐에 도달하지 않고 가슴 근육에 박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총알을 빼내는 것이 위험하다는 진단에 따라 평생 총알이 가슴에 박힌 채 살았습니다. 이 총알은 나중에 아마존 탐사 때 시어도어 대통령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암살범 슈랭크는 법적 정신질환자 판정을 받아 사망 때까지 정신병원에서 지냈습니다.A president has to be aggressive, has to meet the people.”(대통령은 적극적이어야 하고, 국민을 만나야 한다)여성 암살범도 있을까요. 미국 역사를 통틀어 2명이 있습니다. 이 2명의 여성은 같은 대통령을 대상으로 암살을 시도했습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입니다. 1차는 리넷 프롬, 2차는 사라 제인 무어라는 여성입니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추종자라는 점입니다. 프롬은 연쇄 살인범 찰스 맨슨이 이끈 범죄집단 ‘맨슨 패밀리’의 일원이었고, 무어는 극좌 무장단체 SLA에 가담해 강도 행각을 벌인 재벌 상속녀 패티 허스트의 광팬였습니다. 포드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는 보름 정도 간격으로 발생했습니다. 1차 암살범 프롬은 여배우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으로 맨슨이 수감된 동안 맨슨 패밀리를 돌보는 역할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살던 프롬은 환경 오염 스모그 현상에 세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대통령을 해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1975년 9월 5일 포드 대통령이 새크라멘토를 방문했을 때 “나라를 망쳤다”라고 외치며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러나 총신이 막혀 실패했습니다. 며칠 뒤 패티 허스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체포됐습니다. 허스트에게 광적으로 집착했던 2차 암살범 무어는 체포의 부당성을 알리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1975년 9월 22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포드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호텔에서 나오는 대통령을 향해 발사한 첫 번째 총알은 빗나갔습니다. 두 번째 조준할 때 마침 옆에 있던 전직 해병대원이 무어의 손을 움켜쥐었습니다. 무어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탈옥했다가 다시 체포되는 등 파란만장한 수감생활을 하다가 2007년 가석방됐습니다. 2년 뒤 프롬도 가석방됐습니다.연이은 암살 시도로 포드 대통령 가족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부인 베티 포드 여사는 “남편이 백악관을 나설 때마다 걱정됐다”라고 밝혔습니다. 베티 여사는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술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성공적으로 중독을 이겨낸 뒤 치료 전문기관 베티 포드 센터를 설립했습니다. 포드 대통령이 퇴임 후 CNN 래리 킹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연이은 암살 시도에도 불구하고 공식 행사 일정을 줄이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aggressive’는 ‘공격적인’이 아니라 ‘passive’의 반대 의미로 ‘적극적인’이라는 뜻입니다.Does Nancy know about us?”(낸시가 우리 관계를 알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가 쏜 총에 맞았습니다. 취임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회복 과정에서 보여준 뛰어난 유머 실력은 미국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취임 초 60%였던 지지율은 70%를 넘어 80%의 경이적인 수준에 육박했습니다. 총상의 고통 속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쉴 새 없이 내놓은 유머 발언에 언론은 감탄했습니다. 어록을 만들어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12일간의 입원 동안 30여 개의 유머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그중에서 10개 정도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레이건 유머의 특징은 매우 짧다는 것, ‘한 줄 유머’라는 뜻으로 ‘one-liner’(원라이너)라고 합니다. 조지워싱턴대 병원에 실려 간 순간 첫 번째 원라이너가 나왔습니다. 의사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적이 다른 민주당 지지자들이 치료를 맡을까 봐 경계해야 한다는 농담입니다. “Please tell me you’re Republicans.”(제발 당신들 공화당 지지자라고 말해줘)병원에 달려온 낸시 레이건 여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Honey, I forgot to duck”(여보, 몸을 숙이는 것을 잊어버렸어). ‘duck’(덕)은 ‘피하다’라는 뜻입니다. 1920년대 헤비급 복싱 챔피언 잭 뎀시가 무명 선수 진 튜니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패한 뒤 라커룸에서 부인에게 건넨 말입니다. 몸을 굽혀 복부 공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공처가 남편이 부인에게 실수를 고백할 때처럼 아양을 떨며 “honey”라고 불렀습니다. 요즘 같은 ‘미투’ 시대라면 통하지 않았을 남녀관계 유머도 있습니다. 자신을 담당했던 여성 간호사의 친절에 건넨 농담입니다. 부인 낸시 여사가 친밀한 우리 관계를 눈치채지 않았을지 걱정합니다. ‘know about us’(누가 우리를 안다)는 관계가 들통날 것을 두려워하는 불륜 커플의 단골 대사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유머 덕분에 데니스 설리번이라는 담당 간호사까지 유명해졌습니다. 퇴원 후 레이건 대통령은 그녀에게 감사의 손편지를 썼습니다. “Your hand clasp was one of the most comforting things done for me during my stay”(당신이 잡아준 손이 병원 생활 중에 가장 큰 위로가 됐다). ‘clasp’(클래스프)는 ‘꼭 쥐다’라는 뜻입니다. ‘hand clasp’는 위로와 공감을 전할 때 손을 잡는 행위를 말합니다, 명언의 품격에이브러햄 링컨은 암살당한 첫 대통령입니다. 노예해방이라는 급진적인 정책 때문에 취임 초부터 암살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1861년 취임식장으로 가는 기차 여행 중에 남부연합 지지자들의 암살 첩보를 입수해 급히 여정을 바꾼 ‘볼티모어 음모 사건’이 있었습니다. 1864년 백악관 근처에서 날아온 총알에 쓰고 있던 중절모가 뚫리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1인치만 낮게 총알이 날아왔어도 머리에 맞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865년 4월 14일 남북전쟁이 끝나고 닷새 뒤 워싱턴의 포드극장에서 ‘나의 미국인 사촌’이라는 연극을 관람하던 중이었습니다. 귀빈석에 몰래 들어온 연극배우 존 윌크스 부스가 쏜 총알이 후두부를 관통했습니다. 열성 남부연합 지지자였던 부스는 원래 링컨 대통령을 납치해 남군 포로들과 교환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재선되자 죽이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부스의 총에 맞은 링컨 대통령은 9시간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숨을 거뒀습니다. 임종 순간은 미국 역사의 명장면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임종을 지켰던 존 헤이 비서실장의 명언입니다. A look of unspeakable peace came upon his worn features.”(말로 표현하기 힘든 평화로운 미소가 그의 주름진 얼굴에 깃들었다) 남북전쟁 4년 동안 한 번도 웃지 못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평화로운 미소를 보였습니다. ‘unspeakable’(언스피커블)은 ‘형언하기 힘든’ ‘입에 담기 힘든’이라는 뜻입니다. 흔히 반인륜적 범죄를 흔히 ‘unspeakable act’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단어 뜻 그대로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미스터리한’이라는 뜻입니다. ‘worn’은 ‘wear’(마모되다)의 과거분사로 ‘주름진’ ‘피곤한’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풍파를 겪으며 살아온 링컨의 인생을 말해줍니다. 함께 임종을 지킨 먼셀 필드 재무차관도 뉴욕타임스에 보낸 추도문에서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I had never seen upon the President’s face an expression more genial and pleasing.”(대통령의 얼굴에서 그렇게 다정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본 적이 없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비밀 입원’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새해 첫날 전립선암 수술을 위해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하면서 그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내각을 구성하는 고위 관리가 의식을 잃는 중대 수술을 받을 때는 백악관과 의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국방장관은 국무장관에 이어 내각 서열 2위입니다. 보고 누락에 대해 의회 차원에서 공식 조사와 청문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공화당은 오스틴 장관에게 자진 사퇴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의 J D 밴스 상원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If this isn’t cause for resignation, I don’t know what is.”(만약 이것이 사임 사유가 아니라면 무엇인지 모르겠다)‘if’로 시작하고 뒤쪽에 ‘I don’t now’가 나오는 문장입니다. ‘if’가 나오니까 가정법 같지만 실은 강조 화법입니다. ‘I don’t know’는 ‘모른다’라는 뜻입니다. ‘what is’ 뒤에 ‘cause of resignation’이 생략됐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임 사유가 아니라면 뭐가 사임 사유인지 모르겠다’라는 것입니다. ‘도대체 뭐가 사임 사유냐’라고 반문하는 것입니다. ‘모른다’라면서 자신을 낮추는 듯하지만 결국 자기주장을 펴는 대화법입니다. 만약 누군가를 팀의 리더로 추천하고 싶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If he is not the leader of the team, I don’t know who is.”(만약 그가 팀의 리더가 아니라면 누가 리더라는 것이냐)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8월 17일 소개된 대통령의 안위에 관한 내용입니다. ▶2020년 8월 17일자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피신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백악관에서 이런 급박한 상황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데요. 역대 대통령의 안위와 관련된 긴급 상황들을 모아 봤습니다.Do I seem rattled?”(내가 놀란 것 같아?)10분 후 다시 기자회견장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놀랐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정도 상황쯤이야”라는 의미입니다. ‘rattle’(래틀)은 달가닥거리는 소리를 말합니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놀라고 긴장합니다. ‘rattled’(래틀드)는 그런 심리상태를 말합니다. I had hoped it was a KGB agent. On second thought, he would have missed.”(범인이 KGB 요원이었으면 했어.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만약 그랬다면 나를 못 맞혔겠지)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정신질환자 존 힝클리의 총에 맞았습니다. 나중에 한 강연에서 저격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여배우 조디 포스터를 흠모한 정신질환자의 총에 맞은 것보다는 소련 정보기관 KGB의 암살 시도라는 것이 멋져 보입니다. ‘hope’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KGB를 칭찬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KGB 실력이 형편 없다고 조롱하려는 것입니다. ‘on second thought’는 ‘두 번째 생각에서는’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이라는 뜻입니다. 앞서 한 말을 부정하거나 수정할 때 씁니다. KGB였다면 명중시키지 못했을 것이라는 유머입니다.From Dallas, Texas, the flash apparently official, President Kennedy died at 1 p.m. Central Standard Time, 2 o’clock Eastern Standard Time, some 38 minutes ago.”(텍사스 댈러스에서 들어온 공식 긴급속보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이 38분 전쯤인 중부표준시간 오후 1시, 동부표준 시간 2시에 사망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타계 뉴스를 전하는 CBS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의 방송 멘트입니다. 이렇게 말한 뒤 크롱카이트는 안경을 벗고 눈물을 참았습니다. 당시 크롱카이트는 시시각각 들어오는 AP통신 속보를 전달받아 방송하던 중이었습니다. ‘the flash apparently official’은 ‘이건 아마 공식 (사망) 긴급속보인 것 같다’라는 뜻입니다. AP 속보에는 여러 등급이 있습니다. ‘flash’(플래시)는 최고 등급의 속보를 말합니다. 케네디 대통령 타계, 9·11 테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등이 플래시 속보였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Damn, she makes me eat this healthy stuff all the time.”(제기랄, 매일 나한테 이런 건강식을 먹게 하네)‘Food Fight’(음식 싸움). 미국 가정에서 자주 벌어지는 싸움입니다. 주로 식탁에서 벌어집니다. 채소 같은 건강식을 올리는 엄마와 인스턴트 음식을 찾는 자녀의 싸움. 이때 자녀의 단골 대사입니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투정을 부립니다. ‘stuff’(스터프)는 ‘것들’이라는 뜻입니다. ‘healthy stuff’는 건강식의 이름조차 관심이 없다는 의미입니다.‘푸드 파이트’가 백악관에서도 벌어진다면? ‘초딩 입맛’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남편에게 건강식을 주려는 부인 질 여사의 싸움입니다. 최근 정치 전문매체 엑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여동생을 백악관 식사에 초대한 자리에서 질 여사가 건강식 연어구이와 채소를 식탁에 올리자 이렇게 불평했습니다. 질 여사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백악관 셰프에게 부탁해 레몬 파운드 케이크와 초콜릿칩 아이스크림을 몰래 먹어치웠다는 것이 여동생의 목격담입니다. 올해 대선 대장정을 앞두고 남편의 건강을 챙기려는 질 여사의 계획이 수포가 될지도 모릅니다.질 여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3대 소울푸드가 있습니다. ‘K, P&J, G’라는 약자로 통합니다. K는 케첩, P&J는 땅콩버터 젤리 샌드위치, G는 오렌지 맛 게토레이드입니다. 백악관에 점심 도시락을 싸가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 중에서 한 개라도 빠지면 나중에 집에 와서 화를 낸다고 합니다. 아이스크림, 피자 등을 즐기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동 취향 식습관을 가리켜 ‘childlike diet’(아이 같은 다이어트)이라고 합니다. ‘다이어트’는 한국에서 살을 빼기 위한 식사 조절을 의미하지만, 원래는 식습관 자체를 말합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모든 행동이 모범적인 것은 아닙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이 입맛처럼 다른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습관이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습관들을 알아봤습니다.Johnson Treatment.”(존슨의 대우)미국에는 키다리 대통령이 많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193㎝로 가장 크고, 린든 존슨 대통령이 192c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1cm로 뒤를 잇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키는 크지만, 몸무게가 80kg으로 마른 편이어서 덩치가 크다는 인상을 주지 않습니다. 진정한 거구는 192cm, 91kg의 존슨 대통령입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대통령이 된 존슨 대통령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워낙 인기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존슨 대통령은 큰 덩치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덩치 큰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면 상대방은 위압감을 느끼게 됩니다. 상대를 제압하거나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존슨 대통령의 초밀착 대화법을 부르는 말입니다. ‘treatment’(트리트먼트)는 ‘대우’를 말합니다. 존슨 대통령과 대화할 때는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에서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입니다. ‘대화의 적정 거리는 18인치(46cm)를 유지한다’라는 에티켓도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서 대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존슨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습니다.워터게이트 스캔들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전설적인 편집장 벤 브래들리는 ‘존슨 트리트먼트’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존슨 대통령이 너무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고 대화해 진땀을 흘렸다고 합니다. “I felt that a St. Bernard had licked my face for an hour, and had pawed me all over”(세인트버나드 한 마리가 한 시간 동안 내 얼굴을 핥고 온몸을 할퀸 듯한 느낌이었다). 세인트버나드는 눈 속에서 실종자를 구할 때 이용되는 거대한 몸집의 사나운 개입니다. Clinton Short-Shorts”(클린턴의 짧은 반바지)미국 대통령들은 조깅과 함께 아침을 시작합니다. 가장 유명한 조깅파는 빌 클린턴 대통령. 그런데 그의 조깅 습관에는 ‘embarassing’(임배러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창피한’ ‘남사스러운’이라는 뜻입니다. 반바지 패션 때문입니다.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클린턴 대통령의 조깅 반바지는 짧아도 너무 짧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상의까지 내려 입는 스타일이라서 거의 ‘하의 실종’ 상태였습니다. 길이가 짧은 반바지를 ‘쇼트 쇼츠’(short shorts)라고 합니다. 동어 반복 같지만, 앞쪽은 형용사, 뒤쪽은 명사입니다. 짧은 반바지는 클린턴 대통령 패션의 상징이 됐습니다. 나중에는 앨 고어 부통령까지 짝을 이뤄 초미니 반바지를 입고 조깅을 해서 보는 사람을 난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조깅 루트도 논란이었습니다. 건강을 위한 조깅이 언제나 맥도널드에 들르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조깅 후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 들르는 것을 ‘McDonald’s Jogs’(맥도널드 조깅)라고 부릅니다. 클린턴 대통령의 맥도널드 조깅은 아칸소 주지사 시절 시작됐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포기할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습니다.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백악관 주변을 뛰면서 맥도널드에 들르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맥도널드처럼 인파가 통제되지 않는 곳에서 대통령을 경호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당시 백악관 경호국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He dealt us nightmare.”(대통령은 우리에게 악몽을 안겨줬다) It had the effect of forcing the lip out just under the nose.”(코 바로 밑에 입술이 나와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뛰어난 리더십과 겸손한 성격으로 존경받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그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빨입니다. 원래 이가 약한 데다 전쟁에서 활약하느라 돌보지 못한 탓에 24세 때 이가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때는 몽땅 빠지고 1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퇴임 1년을 앞두고 이마저도 빠져 주치의에게 기념으로 간직하라고 선물로 줬습니다.이가 없으면 틀니로 살아야 합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40대부터 틀니를 사용했습니다. 당시는 틀니 제작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한 시대였습니다. 워싱턴의 틀니가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미국인들 사이에 내려오는 유명한 전설입니다. 그가 퇴임 후 살았던 마운트버넌 농장에 전시된 유품 중에 틀니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틀니가 나무 재질과 비슷한 누런 색이어서 생긴 전설입니다. 실제로 분석해보니 동물의 뼈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간의 이도 섞여 있습니다. 자신이 데리고 있던 흑인 노예들로부터 얻은 것입니다. 노예들의 이를 사서 틀니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이 남긴 기록의 상당 부분은 사실 미국 역사에 대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이빨 고민입니다. 고민을 워낙 상세히 적어놓아 미국 치과 기술 발전에 공헌했다는 농담도 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치아 콤플렉스 때문에 입을 굳게 다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필요한 말 이외에는 대화를 즐기지 않았습니다. 미국 1달러 지폐에 그려진 워싱턴의 초상화를 보면 입을 일자로 꽉 다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틀니를 끼면 전체적인 얼굴형에 변화가 옵니다. 주치의에게 보낸 편지 내용입니다. 새로 끼운 틀니가 맞지 않아서 코 밑에 바로 입술이 보이는 것 같다는 고민입니다. 명언의 품격1988년 퇴임 몇 개월을 앞두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 잘 나오지 않고 말실수를 자주 해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점성술 때문이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입에서 ‘astrology’(애스트로롤지)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 순간입니다.No policy or decision in my mind has ever been influenced by astrology.”(내가 아는 한 정책이나 결정은 점성술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점성술은 천체 현상을 관찰해 인간의 운명과 미래를 점치는 방법입니다. 서양식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흥미 차원을 넘어 중요 정책까지 점성술에 의존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논란을 확실히 잠재우지 못했습니다. “in my mind”(내가 기억하는 한)라며 뒤로 물러서는 듯한 인상을 보였습니다. 부인 낸시 여사의 자서전에 따르면 점성술 의존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계기는 취임 2개월 후 벌어진 존 힝클리의 레이건 암살 시도 사건이었습니다. 또다시 암살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던 레이건 대통령 부부는 오랜 연예계 친구로부터 “암살 시도를 미리 예언했던 점성술사가 있다”라고 소개를 받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조앤 퀴글리라는 여성이었습니다. 명문 바사 칼리지 출신에 샌프란시스코 호텔 가문 출신인 퀴글리는 교양있는 점성술사였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대통령의 일정을 상의했습니다. 행사 개최 시간, 기자회견 시간 등을 퀴글리의 결정에 따랐습니다. 낸시 여사가 행사 일정을 상담하면 퀴글리가 좋은 시간을 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경호 극비사항인 대통령의 일정이 대통령 부부에 의해 사전에 유출된 것입니다. 한번은 퀴글리의 예언에 따라 해외 순방 출국 시간을 새벽 2시로 정했다가 “왜 한밤중에 출국하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백악관 측은 “시차 적응을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습니다. 점성술은 점차 정책 전반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의 역사적인 제네바 회담을 앞둔 레이건 대통령에게 퀴글리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Ronnie’s ‘evil empire’ attitude has to go”(로니의 ‘악의 제국’ 태도는 사라져야 한다). 로니는 레이건 대통령의 애칭입니다. 소련 공산주의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버리고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 정책을 적극 수용하라는 것입니다. 이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핵무기 감축과 평화정착에 합의했습니다. 인기가 높았던 레이건 대통령 부부가 점성술 신봉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실망감이 컸습니다. 낸시 여사는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Nobody was hurt by it.”(그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은 없지 않느냐)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통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발생한 일본항공(JAL) 소속 항공기 화재 사고에서 탑승자 379명 전원이 탈출했습니다. 불타는 비행기에서 인명 사고 없이 전원 구조된 것을 보고 “miracle”(기적)이라고 감탄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항공 안전 전문가인 제프 프라이스 콜로라도 주립대 항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What’s more of a miracle is the passengers keeping their wits about them.”(더욱 기적인 것은 승객들이 정신을 바짝 차렸다는 것이다)‘keep wits about’은 직역을 하자면 ‘위트를 유지하다 ’입니다. 위트(wit)가 뭘까요. 유머(humour)와 헷갈리기 쉬운데 약간 의미가 다릅니다. 유머는 웃음을 유발하는 능력이고, 위트는 지혜로운 판단력을 말합니다. 위트가 유머보다 고차원적인 능력입니다. ‘증인’을 ‘witness’(위트니스)라고 합니다. ‘wit’를 의인화한 것입니다. 단순히 사건의 목격자가 아니라 사건에 대해 지적인 판단을 내리고 발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재판이나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사람들을 ‘witness’라고 부르며 대접해주는 것은 그들의 판단력을 믿는다는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keep wits about’은 ‘판단력을 유지하다’ ‘정신을 바짝 차리다’라는 뜻입니다. ‘정글북’을 쓴 영국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은 이런 격언을 남겼습니다. “If you can keep your wits about you while all others are losing theirs, the world will be yours.” 큰 사고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우왕좌왕할 때 당신은 판단력을 유지한다면 이 세상은 당신의 것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식으로 하자면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사고 항공기 승객들이 그랬습니다. 가방이나 귀중품에 미련을 두지 않고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한 것은 승객들의 판단력이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2월 22일 소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애정 표현에 관한 내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인 질 여사에게 닭살 돋는 애정을 표현하기를 좋아합니다.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을 젊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2021년 2월 22일자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 미국인들이 이런 얘기를 자주 합니다. “Bidens bring presidential PDA back to the White House.” ‘Bidens’(바이든스)라는 복수형이니까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말합니다. ‘바이든 부부가 백악관에 다시 PDA를 가져왔다.’ ‘PDA’가 뭘까요. 한때 유행했던 ‘Personal Digital Assistants’(개인정보단말기)의 약자일까요. 그게 아니라 ‘Public Display of Affection’(공개적 애정 표현)의 약자입니다. ‘public’은 ‘공적인’, ‘display’는 ‘진열’, ‘affection’은 ‘애정.’ 단어 그대로의 뜻입니다. 냉랭해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는 달리 바이든 부부는 공개 석상에서 스스럼없이 손잡고 포옹하고 키스하면서 애정을 과시한다는 의미입니다. I’m gonna sound so stupid, but when she comes down the steps, my heart still skips a beat.”(바보 같이 들리겠지만 그녀가 계단을 내려올 때 아직도 내 심장은 쿵쾅거린다)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결혼 생활 40년이 지났는데 아직 첫사랑을 앓는 사춘기 소년 같습니다. ‘I’m gonna sound stupid’는 황당한 얘기를 하기 전에 사전 양해를 구하는 것입니다. ‘heart skips a beat’은 ‘심장이 규칙적인 박동을 건너뛰다’ ‘빨리 뛰다’라는 뜻입니다.I married way above my station.”(나는 정말이지 분에 넘치는 사람과 결혼했다)대선 유세 때 시위대가 갑자기 무대로 뛰어올라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접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질 여사는 경호원들보다 더 날쌔게 시위대를 막아섰습니다. 아내가 고마운 바이든 대통령이 던진 농담입니다. 가문, 외모, 경제적 지위 등 여러 면에서 자신보다 나은 배우자와 결혼하는 것을 ‘marry above my station’이라고 합니다. 반대의 경우는 ‘marry below my station’(아래)이 됩니다.How do you make a broken family whole? The same way you make a nation whole. With love and understanding.”(결손가정을 어떻게 온전하게 만드냐고요? 국가를 결속시키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입니다.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됩니다)질 여사가 과거 자신이 가르쳤던 학교를 방문해 연설했습니다. ‘broken family’(부서진 가족)는 이혼, 가출, 사망 등 다양한 이유로 결속감이 깨진 가정을 말합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건 화합의 메시지가 국가뿐 아니라 가정에도 적용된다는 의미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Life’s Second Act.”(인생 2막)얼마 전 크리스마스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산타클로스로 변신했습니다. 산타 모자를 쓰고 어린이집을 찾아 선물을 나눠주고 동화책을 읽어줬습니다. 아이들은 대통령을 보자 환호성을 지르며 손을 잡아보려고 난리였습니다. 이 어린이집은 시카고의 낙후된 지역에 있는 곳입니다. 주로 흑인, 히스패닉 아이들이 많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젊은 시절 꿈은 소외된 지역 주민을 위한 활동가였습니다. 퇴임 후 그 꿈을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바마 산타에 감동한 어린이집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For him to take the time to come here out of his busy schedule to read a book just shows that he is still a leader.”(바쁜 일정 중에 이곳에 와서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그가 아직 리더라는 것을 보여준다)대통령은 세상의 모든 주목을 받는 자리입니다. 그런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뒤의 삶은 허무할 수 있습니다. 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가 한 말입니다. “There is nothing more pathetic in life than a former president”(전임 대통령의 삶보다 더 처량한 것은 없다). 하지만 은퇴 후의 삶은 계획하기 나름입니다. 5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한 오바마 대통령은 ‘하이어 그라운즈’라는 콘텐츠 회사를 만들어 양질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작한 영화들을 넷플릭스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산타 부캐로 변신합니다. 허무할 틈이 없습니다.요즘 많은 사람의 관심사인 은퇴 후의 삶, 또는 삶의 방향 전환을 ‘life’s second act’ ‘second act in life’라고 합니다. ‘act’는 ‘행동’이라는 뜻도 있고, 연극에서 ‘막’을 말하기도 합니다. 은퇴 후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제2막이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새해를 맞아 인생 2막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자리에서 내려온 뒤 어떻게 삶을 개척하는지는 국민에게 산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세컨드 액트’를 알아봤습니다. I tell all the same thing — I just want to be a one mule farmer in Virginia or Georgia or Tennessee.”(똑같은 얘기를 매번 한다 – 나는 버지니아든, 조지아든, 테네시든 노새가 끄는 농부가 되고 싶다) 미국 대통령 중에는 농촌 출신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단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 농촌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퇴임 후 손에 흙을 묻히는 농촌 라이프로 돌아간 대통령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입니다. 펜실베이니아 농촌 출신인 그는 집에서 키운 채소를 시장에서 팔아 학비를 마련했습니다. 연합군 총사령관 시절 자주 했던 말입니다. ‘mule’(뮬)은 노새를 말합니다. 농사를 지을 때 많이 활용합니다. ‘one-mule farmer’는 노새 한 마리로 땅을 일구는 농부를 말합니다. 소박하지만 정직한 땀의 대가를 얻는 농부의 삶이 그리웠던 것입니다. 전쟁이 끝나자 귀촌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부인과 함께 농장을 보러 다녔습니다. 정착한 곳은 펜실베이니아 게티스버그. 고향 부근이자 그가 존경하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연설 장소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에 23만 평의 용지를 사들였습니다. 부임지마다 옮겨 다니며 살았던 그가 최초로 소유한 집입니다. 그런데 귀촌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농장 계약을 마치고 며칠 후 해리 트루먼 대통령으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총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입니다. NATO 총장에 이어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백악관에 들어갔지만, 마음속에는 게티스버그 농장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휴가 때마다 농장을 찾았습니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을 이곳으로 초청해 회담을 열었습니다. 퇴임 후 마침내 농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종목은 소 목축.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앵거스 품종을 키웠습니다. 인생 2막에 ‘Angus Cattle Breeder’(앵거스 목축업자)로 불렸습니다. 건강 악화로 귀촌 6년만인 1966년 9만 달러에 가축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3년 뒤 세상을 떠나면서 열성을 다해 가꾼 농장을 국가에 헌납했습니다. 농장은 국가역사시설(National Historic Site)로 지정됐습니다. 아이젠하워 농장은 링컨 연설 장소와 함께 게티스버그 관광 명소로 통합니다. Two hundred gallons of Whiskey will be ready this day for your call, and the sooner it is taken the better, as the demand for this article is brisk.”(200갤런의 위스키가 오늘 너의 주문에 맞춰 준비될 것이다. 빨리 가져갈수록 좋다. 상품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지난 회에 소개했듯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은 4년 중임, 8년 임기의 전통을 세우고 미련 없이 물러났습니다. 퇴임 후 인생 2막은 어땠을까요.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그다지 이미지가 좋다고 할 수 없는 술 사업을 벌였습니다. 위스키 양조장을 운영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위스키와 악연이 깊었습니다. 당시 정치인들은 위스키를 유권자들에게 돌려 표를 얻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워싱턴은 신인 정치인 시절 위스키 돌리기를 거부하다가 선거에서 떨어진 전력이 있습니다. 독립전쟁 총사령관 시절에는 위스키를 마시는 군인들 때문에 근무 기강이 해이해져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당시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Troops are incessantly drunk, and unfit for service”(군인들이 계속 마셔대서 근무할 수 없는 상태다). 대통령 시절에는 ‘위스키 반란’(Whisky Rebellion)을 겪었습니다. 농민들이 위스키에 부과된 세금에 반발해 폭동을 일으킨 사건입니다. 워싱턴은 대통령의 신분으로 군대를 통솔해 위스키 반란군을 강경 진압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대통령이 직접 출정한 사건입니다. 이렇게 악연이 깊은데도 위스키 사업에 뛰어든 것은 돈에 쪼들렸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은퇴 후 버지니아 근교 마운트버넌 농장으로 돌아갔습니다. 900만 평의 광활한 면적에 노예가 수천 명에 달하는 곳입니다. 엄청난 농장 운영비용을 대려면 수익성 좋은 사업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위스키 제조는 유망 사업이었습니다. 위스키를 물처럼 마셔 수요가 많았습니다. 마운트버넌 농장 관리인은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위스키 제조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관리인의 도움을 받아 워싱턴 대통령은 양조장을 버지니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시켰습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사업 시작 2년 만에 1만1000갤런의 위스키를 판매해 연 7500달러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15만 달러(2억 원)입니다. 국정 운영이건 기업 운영이건 한번 시작하면 전력을 다하는 것이 워싱턴 대통령의 성격입니다. 사업 시작 2년 후 위스키 판매업을 하는 조카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치인이 아닌 사업가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여기서 ‘article’은 ‘기사’라는 뜻이 아니고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brisk’는 ‘바람이 불다’라는 뜻입니다. 순풍에 돛단 듯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brisk demand’라고 합니다. 워싱턴 대통령이 운영했던 마운트버넌 양조장은 오늘날까지 보존돼 관광객들이 위스키를 시음하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If I had to choose between four more years and the Carter Center, I think I would choose the Carter Center.”(만약 재선과 카터 센터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카터 센터를 택하겠다)대통령학 연구기관인 버지니아대 밀러 센터는 재임 때보다 퇴임 후에 더 빛난 대통령으로 지미 카터 대통령을 꼽았습니다. 카터 대통령 때문에 새로운 명칭까지 생겨났습니다. ‘great ex-president’(위대한 전임 대통령). 은퇴 계획을 철저히 세운 덕분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은퇴를 맞았습니다. 2015년 자서전에서 물러날 때의 기분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When we came home, I had no idea what I would do with the rest of my life.”(퇴임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모든 대통령은 은퇴 라이프를 자서전 집필과 대통령 도서관 건립 계획으로 시작합니다. 카터 대통령은 이 과정을 단순한 업적 과시가 아닌 냉철한 장단점 분석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어느 날 밤 몇 시간을 자고 난 뒤 이런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고 합니다. “I would not just build a presidential library, but would set myself up as a freelance global mediator, statesman and global health advocate.”(대통령 도서관을 짓는데 그치지 않고 프리랜서 글로벌 중재자, 원로, 보건 활동가가 되겠다) 자신의 강점인 인권정책, 중동협상 중재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렇게 해서 고향 조지아주에 비정부기구 카터 센터가 탄생했습니다. 퇴임 1년 뒤인 1982년 착공해 1986년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을 배경으로 수많은 내전을 중재하고 독재 국가들을 방문해 담판을 벌였습니다. 2015년 자서전 출간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카터 센터가 4년 단임 대통령으로 끝난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라는 것입니다.명언의 품격단조로운 업무 반복이 많은 현대인들은 은퇴 후 흥미진진한 일을 원합니다. 전 세계를 누비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런 꿈을 현실로 옮긴 대통령이 있습니다. 시어도어(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입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맡은 역할입니다. 그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마자 탐험가가 변신했습니다. 미국 역사에는 2명의 유명한 루즈벨트가 있습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와 프랭클린 루즈벨트입니다. 시어도어가 프랭클린의 12촌 형입니다. 루즈벨트 가문은 권력 욕심이 많은지 2명의 루즈벨트 모두 8년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 3선에 도전했습니다. 프랭클린은 성공했고 시어도어는 실패했습니다. 55세에 은퇴 생활을 시작한 시어도어 대통령은 답답했습니다. 마침 아르헨티나로부터 강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아르헨티나에 가는 김에 브라질 아마존 여행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시어도어 대통령은 브라질의 유명 탐험가 칸디두 론돈 장군을 가이드로 고용했습니다. 이들의 아마존 여행을 ‘루즈벨트-론돈 과학 탐사’(Roosevelt–Rondon Scientific Expedition)라고 부릅니다. 주변에서 뜯어말렸습니다. 탐사하려는 아마존 다우트강 일대는 악어와 피라냐가 우글거리고, 원주민이 위협하는 곳이었습니다. 고집불통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It is my last chance to be a boy.”(내가 소년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소년의 모험심을 펼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입니다. ‘My Last Chance to Be a Boy’ 구절은 나중에 시어도어 대통령의 아마존 탐사를 기록한 책의 제목이 됐습니다. 3개월간의 아마존 탐사는 흥미진진함을 넘어 목숨을 건 여행이었습니다. 말라리아에 걸려 고생하고,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여행이 끝났을 때 몸무게의 4분의 1(23kg)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일생의 업적으로 탐사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브라질 정부에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It was a hard and somewhat dangerous, but very successful trip”(힘들고 약간 위험했지만, 매우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브라질 정부는 다우트강의 이름을 루즈벨트강으로 바꿨습니다. 대부분 대통령은 퇴임 후 정치 강연을 하러 다니지만,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탐사기 강연을 하러 다녔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디즈니 인기 캐릭터 미키마우스가 올해 1월 1일부터 저작권이 풀렸습니다. 95년만입니다. 이제 누구나 걱정 없이 자신의 창작물에 미키마우스를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저작권이 해제된 미키마우스는 오리지널 버전입니다. 1928년 디즈니 영화 ‘Steamboat Willie’(증기선 윌리)에 나온 좀 더 쥐 같이 생겼고 홀쭉한 미키마우스를 말합니다. ‘young Mickey’(젊은 미키)라고 불리는 버전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통통하고 귀여운 미키마우스는 1940년대 만들어진 버전으로 아직 저작권이 살아 있습니다. 미국은 저작권 보호가 철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미키마우스 같은 국민 캐릭터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저작권 보호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저작권 자유화 운동가 코리 닥터로우 씨는 미키마우스 저작권 해제 소식이 전해지자 이렇게 기뻐했습니다.Now, the audience is going to set the terms.”(이제부터는 관객이 조건을 정한다)‘term’(텀)은 ‘기간’ ‘학기’ ‘용어’ 등 뜻이 다양합니다. 동사로도 씁니다. ‘be termed’는 ‘불리다’라는 뜻입니다. “He has been termed the father of modern science”는 “그는 현대과학의 아버지로 불린다”라는 뜻입니다. 닥터로우 씨는 ‘terms’(텀즈)라는 복수형을 썼습니다. ‘조건’이라는 뜻이 됩니다. 계약이 성사되는 조건을 말합니다. 미국에서 물건을 사면 사용설명서나 영수증 아래쪽에 ‘Terms and Conditions’라는 제목으로 깨알같이 적힌 내용이 나옵니다. 구매에 따른 조건들을 명시한 것입니다.‘set the terms’는 ‘조건을 정하다’라는 뜻입니다. 지금까지는 디즈니가 미키마우스 사용 조건을 정했다면 지금부터는 관객이 정한다는 것입니다, ‘관객이 주도권을 쥔다’ ‘관객 마음이다’라는 의미입니다. ‘set the terms’와 비슷한 ‘come to terms’도 미국인들이 즐겨 씁니다. ‘조건으로 오다’ ‘받아들이다’라는 뜻입니다. 뒤에는 비극을 의미하는 단어들이 와서 ‘come to terms with death’(죽음을 받아들이다) ‘come to terms with loss’(상실을 받아들이다) 등이 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1월 20일 소개된 미셸 오바마 여사의 자서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은퇴 후의 삶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뿐만이 아닙니다. 퍼스트레이디도 해당합니다. 백악관 생활 은퇴 후 자신의 삶을 찾아 알차게 꾸려나가는 퍼스트레이디가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과 미셸 오바마 여사가 대표적입니다. 힐러리 여사는 능력 있는 정치인이 됐고, 미셸 여사는 저술가,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서전 ‘Becoming’(비커밍)은 미셸 여사의 인생 2막을 알리는 작품이었습니다.▶2018년 11월 20일자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의 자서전이 연일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내용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흥미로운 문장들이 많이 나와 있어 영어 공부에도 좋습니다.Inequality seems as American as apple pie.”(불평등은 애플파이만큼 미국적이다) 미셸 여사는 미국의 인종갈등을 얘기하면서 애플파이에 비유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자기 나라를 애플파이에 비교하기를 좋아합니다. 유럽은 파이 재료로 고기를 넣는 반면 초기 미국인들은 사과를 넣은 데서 비롯됐습니다. 사과는 미국 어느 지역에서나 재배되는 흔한 과일입니다. 유럽에 대항해 당당한 독립국으로 만들었다는 자존심의 상징이 바로 애플파이입니다. 애플파이가 자랑스러운 전통이라면 수치스러운 전통으로 인종적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I think I have as much of a chance of dancing in the Bolshoi Ballet in 2020 as the likelihood of her running for office.”(그녀의 공직 출마는 2020년 내가 볼쇼이 발레단에서 춤을 추고 있을 가능성과 비슷하다)미셸 여사는 자서전에서 “공직(대통령직)에 출마할 의도가 없다. 전혀”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미셸 여사와 친한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수석 고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녀의 대선 출마가 자신의 볼쇼이 발레단 출연만큼 가능성이 없다는 것입니다.You may live in the world as it is, but you can still work to create the world as it should be.”(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대 법대 졸업 후 시카고 빈민가로 돌아와 지역 주민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사귀고 있던 미셸 여사는 “대형 로펌에 취직할 수 있는데 왜 이런 희망 없는 곳으로 돌아왔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미셸 여사는 이 말을 듣고 남편을 존경하게 됐다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He often loses his audience.”(그는 자주 관중을 잃는다)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는 해입니다. 선거 유세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을 연설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해가 될 것입니다. 한 전문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실력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lose’는 ’잃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말의 방향성을 잃다’라는 뜻도 포함됩니다. 대화할 때 횡설수설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you’ve lost me”라고 충고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너는 나를 잃어버렸다’는 ‘나는 네가 하는 말을 못 따라가겠다’라는 것입니다. “I can’t follow what you’re saying”이라는 뜻입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산만하기 때문입니다.좋은 연설은 끝까지 관중을 잃지 않는 연설입니다. 미국에는 그런 연설 실력을 갖춘 대통령이 7명 정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아니어도 연설력이 뛰어난 명사들은 차고 넘칩니다. 최고의 연설로 평가받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역사에 남는 명사들의 연설을 알아봤습니다. 자기 의견을 밝혀야 하는 기회가 많은 요즘 참고할만한 연설들입니다. My faith in the Constitution is whole, it is complete, it is total.”(헌법에 대한 나의 믿음은 온전하고 완전하고 전면적이다)연설 전문가 137명으로 구성된 연구단체 ‘아메리칸 레토릭’이 꼽은 ‘20세기를 만든 연설 100선’ 20위 안에 여성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딱 2번입니다. 5위와 13위로, 모두 바바라 조던이라는 여성입니다. 명연설로 소문이 자자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유엔 여성인권 연설(35위)을 가뿐히 누른 조던은 누구일까요. 1970년대 활동한 텍사스 출신의 흑인 여성 하원의원입니다. 1976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이 5위,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탄핵 청문회 연설이 13위에 올랐습니다. 조던 의원이 전국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1974년 닉슨 청문회 연설을 보겠습니다. 탄핵의 법적 정당성을 따지는 하원 법사청문회 개회를 알리는 연설이었습니다. 13분간의 짧은 연설로 ‘speech’(연설)이 아닌 ‘statement’(성명)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조던 같은 초선 의원이 청문회 개회 연설을 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녀의 연설을 눈여겨보던 동향 텍사스 출신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적극 천거한 덕분에 저녁 9시 프라임타임 연설자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무명의 정치인 조던 의원은 우선 자신을 알려야 했습니다.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 출신으로 역경을 딛고 이 자리에 섰다’라는 식상한 소개로는 주목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과감한 도입부를 선택했습니다. 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 등 건국의 주역들이 ‘We the People’ 서문으로 시작하는 헌법을 만들 때 ‘we’에 “실수로 나를 빠트린 줄 알았다”라는 소개로 초기 헌법에 나왔던 ‘5분의 3 조항’을 은근히 비꼬았습니다. 흑인 노예를 백인 자유인의 5분의 3 취급을 하는 독소 조항입니다. 이런 조항이 있는 줄도 몰랐던 관중들은 단번에 그녀를 주목했습니다. 핵심 구절입니다. 차별의 역사를 살아온 자신과 같은 흑인 여성에게도 헌법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라는 것입니다. 비슷한 의미의 ‘whole’ ‘complete’ ‘total’을 반복적으로 쓰는 강조 화법입니다. 헌법 앞에서 대통령이든 누구든 평등하다는 메시지입니다. 닉슨 대통령 탄핵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좋은 연설은 듣는 사람이 논리적으로 추론할 여지를 줘야 합니다. 조던 의원의 연설 실력은 대학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텍사스 오스틴대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인종분리 정책 때문에 흑인 대학인 텍사스서던대에 들어갔습니다. 학교를 대표하는 디베이터(토론자)로 활동하며 예일대, 브라운대를 꺾고 하버드대와 동률을 이룬 실력입니다.I am tired of fighting.”(싸우는 데 지쳤다)미국인들의 티셔츠나 머그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친숙한 인디언 원주민 얼굴이 있습니다. 네즈퍼스 족을 이끈 조셉 추장입니다. 그의 원래 이름은 ‘Thunder Rolling in the Mountains’(산에 치는 천둥)이라는 뜻으로 ‘조셉’은 나중에 백인 선교사가 지어준 것입니다. 대대로 오리건 왈로와 지역에 살아온 네즈퍼스족은 미국 정부로부터 아이다호 이주 명령을 받았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네즈퍼스족 젊은이들이 백인 주민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조셉 추장이 이끄는 300명의 네즈퍼스족은 북쪽을 향해 머나먼 도피 길에 나섰습니다. 조셉 추장은 도피 과정에서 백인 포로들을 정중히 대해 신망을 얻었습니다. 1877년 캐나다 국경을 65km 앞두고 몬태나 산에서 추위와 굶주림 때문에 3개월간의 도피 여정은 막을 내렸습니다. 조셉 추장이 현장에서 작성한 7줄짜리 즉석 항복문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연설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인디언 언어로 말한 것을 백인 군인이 영어로 바꿨습니다. “나는 싸우는데 지쳤다”라는 진솔한 도입부로 시작합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전투 의지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From where the sun now stands I will fight no more forever.”(지금 태양이 비추는 곳에서 나는 영원히 더는 싸우지 않을 것이다)일반적인 연설 공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고백 화법의 항복문으로 조셉 추장은 ‘셀럽’이 됐습니다. 당시 러더퍼드 헤이즈 대통령까지 만났습니다. 그의 의회 연설은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에서 배운 것 같은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치켜세웠습니다. 하지만 새로 이주한 거주 환경은 그에게 위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원래 살던 왈로와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임종을 지켜본 백인 의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Chief Joseph died of a broken heart.”(조셉 추장은 상심해 사망했다)Fans, for the past two weeks you have been reading about the bad break I got. Yet today I consider myself the luckiest man on the face of this earth.”(팬들이여, 지난 두 주 동안 나의 고난에 대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1939년 7월 4일 독립기념일 야구선수 루 게릭이 뉴욕 양키스 구장에 나왔습니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식을 하러 나온 것입니다.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LS) 진단을 받은 직후였습니다. 이후 ‘루게릭병’이라는 불리게 되는 전신 마비 질환입니다. ALS 진단과 함께 2130 경기 연속 출장 기록도 막을 내렸습니다. 은퇴식은 선물 증정식, 동료 격려사, 본인 고별사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어린아이로부터 청소부, 퇴역군인까지 각계각층의 팬들로부터 선물이 쏟아졌습니다. 루 게릭은 선물더미를 들고 있을 힘조차 없어 곧바로 내려놓았습니다. 뉴욕 시장, 양키스 구단주, 동료 베이브 루스의 격려사에 이어 루 게릭이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연설 첫 부분입니다. ‘break’은 ‘중단’이라는 뜻입니다. ‘휴식’ ‘휴가’를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bad break’이니까 ‘나쁜 중단,’ 즉 ALS 병을 말합니다. 그런데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얼굴’은 ‘face’의 아주 일부분의 뜻입니다. ‘표면’ 또는 ‘대하다’라는 뜻으로도 많이 씁니다. ‘face reality’는 ‘현실을 직시하다’입니다. ‘on the face of the earth’는 ‘지구의 표면상에서’ ‘in the world’(세상에서)와 같습니다.미국인들이 이 연설을 좋아하는 것은 겸손의 표본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인 연설이지만 루 게릭 목소리가 실린 연설 전문(full text)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잘린 필름 형태로 앞쪽 문장 3개와 마지막 문장 1개 정도가 보존돼 있습니다. 신문 잡지 등에 부분적으로 보도된 것들을 모아 나중에 연설문이 만들어졌습니다. 연설 2년 뒤 루 게릭은 세상을 떠났습니다.명언의 품격‘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지만 한참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자발적으로 내려오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습니다. 미국인들이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존경하는 이유는 내려올 때를 아는 지도자이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평생 3개의 중요 직위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대륙군 총사령관, 제헌회의 의장, 대통령입니다. 사퇴는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한 포석이 아니었습니다. 권력에서 내려온 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습니다. 총사령관에서 사임할 때 워싱턴 장군은 떠오르는 정치 스타였습니다. 1783년 의회 연설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독립전쟁을 승리를 이끌고 8년 동안 군 책임자 임무를 수행한 것을 본인의 공이 아닌 국가의 업적으로 돌렸습니다. 널리 인용되는 구절입니다.I resign with satisfaction the Appointment I accepted with diffidence. A diffidence in my abilities to accomplish so arduous a task, which however was superseded by a confidence in the rectitude of our Cause, the support of the Supreme Power of the Union, and the patronage of Heaven.”(나는 조심스럽게 받아들였던 임무에서 만족스럽게 사퇴합니다. 어려운 과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자신감 부족은 우리 명분의 올바름, 연방의 절대적인 지지, 하늘의 보살핌에 대한 확신으로 대체됐습니다) ‘confidence’(확신)와 ‘diffidence’(소심)를 대비시켰습니다. ‘diffidence’는 자신의 능력, ‘confidence’는 주변의 도움을 가리킵니다. 연설하는 워싱턴의 목소리는 떨렸다고 당시 기록은 적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사임 결정은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조지 3세 영국 국왕은 이렇게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If Washington does that, he will be the greatest man in the world.”(만약 워싱턴이 물러난다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당시 영국에 머물던 미국 화가 존 트럼벌도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트럼벌은 미국 정부로부터 건국 역사를 상징하는 4대 명장면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는 독립선언, 영국군 항복 등과 함께 워싱턴 사임 연설 장면을 꼽았습니다. ‘Washington Resigning his Military Commission’(군사령관을 사퇴하는 워싱턴)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오늘날까지 미 의회 건물 1층에 걸려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으로 통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에서 내려오자 그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줄었습니다. 최근 그레이엄 의원이 뉴욕에 대해 전쟁을 선포해 화제입니다. X(옛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입니다. “This is war.”(이건 전쟁이다) 중대한 안보 문제인가 싶었는데 ‘Chick-fil-A’라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때문입니다. 우선 발음부터 보겠습니다, 미국에 여행 가서 치킨 샌드위치로 유명한 이 레스토랑의 정확한 발음을 몰라 난감해하는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칙필레이’라고 합니다. ‘chicken’(닭)의 ‘chick’과 ‘살코기’를 뜻하는 ‘fillet’(필레이)를 살짝 비튼 ‘fil-A’(필-에이)를 합친 것입니다. ‘A’는 A등급 닭고기만을 사용한다는 의미라고도 합니다. 남부 조지아주에서 출발한 칙필레이의 독특한 점은 창업주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일요일,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등에 영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요일과 공휴일에 문을 닫는 것은 엄청난 수익 손실이지만 칙필레이가 60년 넘게 지켜온 전통입니다. 최근 뉴욕주 의회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고속도로 휴게소 레스토랑들은 주 7일 영업하라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중에는 칙필레이 매장도 다수 포함됩니다. 일요일에 문을 열라는 것은 칙필레이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일입니다. 칙필레이 단골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조지아주 옆 동네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인 그레이엄 의원이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New York is off base.”(뉴욕이 틀렸다)공간을 나타내는 명사 앞에 ‘off’가 나오면 ‘벗어나다’라는 뜻입니다. ‘the car is off the road’는 ‘차가 도로에서 벗어났다’라는 뜻입니다. ‘off base’는 ‘베이스에서 벗어나다’라는 뜻입니다. 야구에서 유래했습니다. 선수는 베이스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합니다. 베이스에서 벗어나면 잘못된 것, 틀린 것입니다. 뉴욕주 당국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인들이 중시하는 종교의 자유,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 간섭의 범위에서 논란이 됩니다.그레이엄 의원은 영업 의무화 법안을 무효화하지 않으면 뉴욕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이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상원 예산위원회, 세출위원회 소속인 그는 그럴만한 권력이 있습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법안을 발의했던 뉴욕주 의원은 반발에 부딪히자 공익을 내세웠습니다. “To find one of the restaurants closed on the Thruway is just not in the public good.”(뉴욕으로 통하는 스루웨이 도로의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 것은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1월 3일 소개된 새해 명언에 관한 내용입니다. ‘새해 결심’을 ‘new year’s resolution’이라고 합니다. ‘운동을 한다’ ‘취미생활을 한다’ ‘담배를 끟는다’ 등 결심은 다양합니다. 이것들이 단기 목표라면 장기적으로 삶의 방향을 잡아줄 줄 명언들도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들이 전하는 새해 명언들입니다.▶2022년 1월 3일자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세계적인 명사와 현인들의 새해 덕담을 준비했습니다. 희망찬 새해를 맞고 싶다면 한 번쯤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지혜의 구절들입니다,It always seems impossible until it′s done.”(이루기 전까지는 언제나 불가능하게 보인다)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이 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남긴 말입니다. 그가 종신형을 받고 27년간 감옥에서 지내면서 지지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나온 구절입니다. 도전하기 전까지 산은 너무 높아 보이지만 일단 발을 떼고 올라가기 시작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미리부터 겁먹고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Don′t be afraid to give up the good to go for the great.”(좋음을 포기하고, 위대함을 향해 나아가라)미국의 석유황제 존 D 록펠러의 명언입니다. 그에게 재산 축적이 ‘좋음’(the good)이었다면 부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깨달음은 ‘위대함’(the great)이었습니다. 좋은 지도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지도자는 나오기 힘듭니다.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킹, 마하트마 간디 등이 위대한 지도자입니다.Every single year, we′re a different person. I don′t think we′re the same person all of our lives.”(매년 우리는 다른 사람이다. 일생 같은 자리에서 머무르는 사람은 없다)우리 시대의 위대한 이야기꾼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이 한 말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가끔 뒤돌아보며 자신이 이뤄놓은 성과를 칭찬하는 격려도 중요합니다.The secret of change is to focus all of your energy, not on fighting the old, but on building the new.”(변화의 비결은 과거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미래 지향적 인간이 되라고 소크라테스가 오래전에 남긴 교훈입니다.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를 향한 동력을 잃게 된다는 의미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청년 3명이 의기투합했다.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현실에서 “우리는 귀농 성공 신화를 써보자”며 뭉쳤다. 2021년 경남 거창의 딸기 농장 ‘될농’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건희 대표(31)는 3명이 도모했던 미래를 ‘될농 도원결의’라고 불렀다. 될농은 이 대표가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이박사’로 통하는 이윤성 씨는 기술 개발, ‘김피디’ 김범중 씨는 홍보를 책임진다. 이들은 농협중앙회 청년 농부사관학교에서 만난 스터디그룹 멤버들이다. 농장과 10분 거리의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일도 같이, 잠도 같이’ 체제다. 숙소 1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3인 체제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의미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처음 될농이 거창에 터를 잡던 날 마을의 구경거리였습니다. 주민들이 마당에 들어와 구경하고 갔습니다. 청년 3명이 한꺼번에 농촌 마을에 들어오니 호기심의 대상이었죠.” 될농 3인방은 청년 특유의 싹싹함으로 농촌 생활을 개척했다. 간단한 전기 공사를 해주고 무거운 짐도 나르면서 먼저 다가가자 마을 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청년들이 오니 마을이 생기가 돈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 귀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될농은 딸기가 주 작물이다. 딸기는 1차 농산물 그 자체로도 건강하고 맛있지만 2차 가공을 통해 색다른 맛과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농장 체험 등에 활용하기에 적절한 품목이기 때문이다.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이라 돈의 회전도 빠르다. 재배 난도가 높지만, 빅데이터 스마트팜 활용도가 높은 작물이라는 점도 딸기를 선택한 이유다. 대학원에서 정보통신과 빅데이터를 전공한 이 대표는 스마트팜을 작물 재배에 연계하는 데 나름 자신이 있다. 현재 될농은 인공지능(AI) 카메라, 온습도 센서, 광센서, 배액센서, 실시간 데이터 및 영상 저장 등의 기능을 갖춘 2.5세대 스마트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팜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이 대표는 2년간 발로 뛰며 현장을 배웠다. “농업에 대한 기초 이해와 딸기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전문 딸기 농업회사에도 근무하며 배웠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처음 딸기를 심던 날은 너무 긴장해서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습니다.” 거창에 귀농해 처음 가공한 딸기청, 딸기잼, 딸기라테를 들고 무작정 플리마켓에 참여하기도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될농을 홍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뭘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플리마켓의 다른 판매자들이 상품 진열, 고객 소통 방법 등을 아낌없이 알려주셨습니다. 덕분에 딸기라테 200병을 팔았습니다.” 이 대표와 같은 창업농은 처음 작물을 재배해 판매하기 전까지 수익이 없다. 이럴 때 영농정착지원금은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초기에는 기자재들이 부족했습니다. 영농정착지원금은 주로 기자재를 사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 대표는 농사라는 본업뿐 아니라 각종 사회활동으로 분주하다. 경남 영상기자단, 경남 SNS 기자단, 거창군 마을기자단, 거창군 작은학교 교사, 거창군 청춘창고 매니저, 거창청년공동체 ‘잇다’ 총괄책임자 등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바쁜 대외 활동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농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촌에 살면 농사 외에 남는 시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쉬면서 보냈지만, 농촌 생활의 가장 부족한 부분이 정보라는 것을 깨닫고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됐습니다.” 경북대와 충남대 현장강사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체험 사례 공유, 스마트팜 환경 관리, 최신 농업 추세 등 요즘 청중의 관심사에 맞춰 강연한다. 욕심이 많은 이 대표는 농업 관련 대학원 진학, 마이스터 과정, 귀농 닥터까지 준비하고 있다. 우선 계획은 육묘장 경영이다. 육묘는 딸기를 모종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다. “딸기를 재배 작물로 선택하는 농가가 많습니다. 실제로 딸기 농장은 늘고 있지만 육묘업은 비교적 적습니다. 모종 재배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최첨단 육묘장을 만들어 다른 딸기 농장들에 육묘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딸기를 활용한 체험카페, 가공 공장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될농의 판매 경로는 직거래가 60%, 서울가락시장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직거래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판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농협몰 등의 방식이다. 창농 첫해인 2021년 1억 원 정도 올렸던 수익은 2022년 1억5000만 원, 2023년 2억5000만 원으로 순조롭게 상승했다. 이 대표는 3년 안에 K딸기를 수출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 수출을 목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농약 잔류물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농사를 지으며 나 혼자 잘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될농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농업인과 농업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선도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꿈꾸는 미래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들의 농업 분야 진입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사업들을 2024년부터 더욱 강화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2023년부터 청년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에게 필요한 초기소득, 농지, 자금 등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사업들의 2024년 지원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초기 소득: 농식품부는 신규 또는 영농 경력 3년 이하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 최장 3년간 월 최대 110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2023년에는 4000명을 신규 지원했으며, 2024년에는 청년농업인 지원 규모가 2023년보다 1000명 늘어난 5000명이다. ● 농지: 청년농업인들에게 공급 가능한 농지 물량도 올해부터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공공임대(1875ha→2500ha), 농지매매(320ha→380ha), 임차임대(538ha→1250ha), 선임대후매도(20ha→40ha), 청년창업형 스마트농업단지(6ha→40ha) 지원 물량이 확대된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농업인의 농지 취득을 지원하기 위해 농지 매입자금의 지원 단가도 상향(ha당 2억5400만 원→2억6700만 원)된다. 청년농업인들의 수요에 부합하는 농지 공급이 더욱 확대돼 농업 분야 창업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 자금: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파머스 펀드’의 조성액 규모도 확대된다. 2023년에는 조성 규모가 150억 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200억 원으로 확대된다. 유망한 청년농업법인에 대한 펀드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청년농업인에 대한 우대보증이 2023년 10월부터 최대 5억 원으로 강화됐다. 2024년에는 청년농업인에 대한 보증 지원이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농업 분야에서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청년들의 영농 진입과 정착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n my next life, I’m living in St Croix.”(다음 생에는 세인트 크로이 섬에서 살겠다)며칠 후 2024년 새해를 맞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새해맞이는 매년 비슷합니다. 정치에서 벗어나 카리브해의 휴양지 버진아일랜드로 휴가를 갑니다. 자식 손주 모두 데리고 가서 자전거도 타고 골프도 치면서 보냅니다. 버진아일랜드의 세인트 크로이(St. Croix) 섬이 얼마나 좋은지 다음 생에는 이곳에서 살겠다고 할 정도입니다.연말이 되면 백악관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How will you ring in the new year?” ‘ring’은 ‘종을 치다’라는 뜻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새해에 종을 칠겁니까”라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ring in the new year’는 ‘새해를 맞는다’라는 뜻입니다. 과거 새해를 맞을 때 교회에서 종을 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year’를 생략한 ‘ring out the old, ring in the new’라는 단어도 연말연시에 나오는 단골 단어입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라는 뜻입니다.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12월 31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묻는 겁니다.12월 31일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움과 다음 해를 맞는 기대감이 교차하는 날입니다. 대통령은 이날을 어떻게 보낼까요. 바이든 대통령처럼 휴가지에서 맞을 수도 있고,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연말 파티에 참석하느라 분주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일 삼매경에 빠져 새해가 밝는지도 모르는 대통령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새해맞이 방법을 알아봤습니다.Thanks to you, they got a shot.”(여러분 덕분에 그들은 기회를 얻었다)대통령이 가장 훈훈하게 명절을 보내는 방법은 해외 주둔 장병들을 찾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들은 추수감사절을 택해 이런 행사를 엽니다. 미국에서 가족의 개념이 부각되는 명절은 역시 추수감사절입니다. 12월 31일에 해외 장병들을 찾은 대통령은 한 명 있습니다.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1992년 마지막 날 아프리카 소말리아를 깜짝 방문했습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대선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패한 상태였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어수선한 시점에 전쟁이 벌어지는 위험한 나라를 방문한다고 하자 국민들은 놀랐습니다. 당시 소말리아는 내전 때문에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아와 내전에 허덕이는 소말리아에 식량을 배급하기 위해 평화유지군 2만 8000명을 파병했습니다. 작전명 ‘평화 회복 작전’(Operation Restore Hope)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파병 한 달도 안 돼 소말리아를 찾았습니다. 일을 마무리 짓고 물러나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 도착해 군복으로 갈아입고 장병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군식을 배급받았습니다. 메뉴는 ‘No. 8: Ham slice with Accessory Packet A’(8번 군식: 슬라이스 햄과 부속 패키지A). 식당에서 조리돼 나오는 따뜻한 음식(hot meal)이 아닌 전투 때 먹는 비상식량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장병들을 위한 연설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개입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shot’(샷)은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총 한 발’ ‘사진 한 방’이라는 뜻으로 가장 많이 씁니다, ‘시도’라는 뜻도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말한 ‘get a shot’은 소말리아인들이 미국의 지원 덕분에 살아갈 기회를 잡았다는 뜻입니다.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에게 “Give it a shot!”이라고 하면 “한번 해봐!”라는 응원입니다평화 회복 작전은 성공리에 끝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소말리아 반군 지도자 색출을 위해 파견된 미군 정예부대 400여 명 중 1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블랙 호크 다운’ 사건입니다. 미국은 치욕적으로 철수했습니다. 애초에 소말리아 파병을 결정한 부시 대통령도 비난을 면치 못했습니다.It’s yours.”(이제 여러분의 것이다)중요한 외교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20세기가 끝나는 1999년 말 파나마 운하 소유권 이전식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현직 대통령도 아닌 그가 국가적인 행사에 참석한 사연은 뭘까요. 파나마 운하(Panama Canal)는 파나마에 있지만 70년 동안 미국이 소유했습니다. 1900년대 초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파나마 운하는 미국의 동서 무역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길이었습니다. 운하를 찾아와야 한다는 운동이 파나마에서 일기 시작했습니다. 운하 주변에서 파나마 주민과 미군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1977년 인권 대통령으로 통하는 카터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정오 자로 소유권을 파나마로 이전하는 조약을 맺었습니다. 여론과 정치권의 반대가 컸습니다. 상원 표결에서 아슬아슬하게 1표 차이로 통과됐습니다.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카터 대통령의 결정을 심히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파나마 운하는 중남미를 미국의 영향권 하에 두는데 교두보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 이전이 화제에 오르는 것조차 싫어했습니다.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소유권 이전식에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주무 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못 간다고 했습니다. 권좌에서 물러난 지 20년이 지난 조약 당사자 카터 대통령이 미국 대표단을 이끌게 됐습니다. 파나마에서 열린 이전식에서 카터 대통령은 미국의 운하 이전 반대론자들을 “demagogues”(선동주의자들)라고 비판했습니다. 연설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yours”(여러분의 것)라는 단어로 파나마인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미국은 운하 이전 조약 체결 당시 중립 조약도 함께 체결했습니다. 운하는 중립적으로 사용돼야 하며 만약 그렇지 못하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협정입니다. 이 조약은 나중에 미국이 파나마를 침공할 때 법적 근거가 됐습니다. 1989년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파나마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이 운하를 영구 점령하겠다는 위협하자 미국은 협정 위반을 이유로 파나마를 침공해 노리에가 장군을 축출했습니다.I never, in my life, felt more certain that I was doing right, than I do in signing this paper.”(이 서류에 서명하는 것보다 더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 적이 없었다)1864년 1월 1일 정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역사적인 노예해방 선언문(Emancipation Proclamation)을 발표하고 서명했습니다. 선언문을 위해 전날 소처럼 일했습니다. 1863년 12월 31일 링컨 대통령은 역대급 바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우선 내각 회의를 열었습니다. 선언문의 파장을 고려해 “발표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반대하는 장관들이 많았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이들을 설득했습니다.이어 영국 정부를 상대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남군 지원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이를 막아야 했습니다. 영국 정부 대리인을 만나 남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성직자들을 만났습니다. 선언문 발표를 연기할까 봐 걱정하는 성직자들을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Tomorrow at noon, you shall know, and the country shall know my decision.”(내일 정오에 여러분과 국가는 내 결정을 알게 될 것이다)링컨 대통령은 밤새도록 선언문 문구를 가다듬었습니다.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백악관 2층 집무실을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기록은 적고 있습니다. 다음날 오전에는 대국민 새해 리셉션이 있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통령은 새해 첫날 백악관에서 일반 국민들과 악수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노예해방 선언문에 서명할 때쯤 링컨 대통령은 하도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해서 손의 감각이 마비될 지경이었습니다. 선언문에 서명할 때 손을 떨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손을 떨거나 주춤하면 노예해방 의지가 흔들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명 직후 그가 남긴 말입니다. ‘not’ ‘never’ 등의 부정 뒤에 ‘more than’이 나오면 비교급을 써서 최상급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명언의 품격 4년 전 중대 전염병이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입니다. 한동안 인류를 떨게 했던 코로나19 사태에서 12월 31일은 중요한 날로 기록됩니다. 2019년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에 원인 불명의 질병이 처음 보고됐습니다. WHO 웹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입니다.Description of the Situation: On 31 December 2019, the WHO China Country Office was informed of cases of pneumonia of unknown etiology (unknown cause) detected in Wuhan City, Hubei Province of China.”(상황 기술: 2019년 12월 31일 WHO 중국 사무소는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사례들을 보고받았다)‘pneumonia’(뉴머니아)는 ‘폐렴’을 말합니다. ‘etiology’(이디얼러지)는 병의 원인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역사적인 보고 내용이지만 일주일 후인 2020년 1월 5일이 돼서야 WHO 웹사이트에 게시됐습니다. 사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환자 44명이 발생했고, 우한 시장은 폐쇄됐다는 등의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심각한 전염 가능성은 없다는 내용이 마지막에 나옵니다. “Based on the preliminary information from the Chinese investigation team, no evidence of significant human-to-human transmission and no health care worker infections have been reported.”(중국 조사팀의 사전 정보에 따르면 중대한 인간 대 인간 전파 가능성에 대한 증거는 없고, 의료진 전염에 대한 보고도 없다)1년 사이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정확히 1년 뒤인 2020년 12월 31일 WHO는 또 다른 중대 발표를 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첫 긴급 사용 승인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발표 내용이 그날 즉시 WHO 웹사이트에 올랐습니다. 발표 내용도 어려워졌습니다.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today listed the Comirnaty COVID-19 mRNA vaccine for emergency use, making the Pfizer/BioNTech vaccine the first to receive emergency validation from WHO since the outbreak began a year ago.”(세계보건기구는 오늘 코미나티주 코로나19 mRNA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이로써 화이자/바이온테크 백신은 1년 전 발병 이후 WHO로부터 긴급 인증을 받은 첫 번째 백신이 됐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를 ‘테일러 스위프트의 해’(the Year of Taylor Swift)라고 밝혔습니다. 스위프트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싱어송라이터 여가수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그녀의 ‘Eras’(시대들) 콘서트는 14억 달러를 벌어들여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린 콘서트로 기록됐습니다. 미연방 은행이 스위프트 콘서트가 열리는 지역은 경제가 살아난다고 보고서에서 언급할 정도입니다.경제뿐 아니라 언론도 스위프트 덕분에 살아났습니다. 최근 그녀를 올해로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선정한 시사주간지 타임이 불티나게 팔리다 못해 품귀 현상을 빚는다는 소식입니다. 그동안 매출 부진에 시달려온 미국 잡지계가 모처럼 호황을 맞은 것입니다. 스위프트가 타임지 표지 인물로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전 주문량이 23만 부에 달했습니다. 가판대 판매까지 합치면 50∼70만 부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올해의 인물로 나왔던 지난해 타임지 커버호가 6만5000부 팔린 것과 비교가 안 됩니다. 미 대형 서점 반스앤노블스 잡지 판매 담당자의 말입니다. We sell over 50,000 copies of Swift’s Time covers in a matter of days across all locations.”(스위프트 타임지 커버호를 전국 매장에서 불과 며칠 만에 5만 부를 팔았다)‘matter’는 ‘문제’ ‘관심사’라는 뜻입니다. 전치사 ‘in’과 함께 쓸 때가 많습니다. ‘in the matter of’와 ‘in a matter of’를 구분해서 써야 합니다. ‘in the matter of’는 ‘대해서’라는 뜻입니다. ‘in a matter of’ 다음에는 시간이나 수량을 말해주는 단어가 나옵니다. ‘불과’라는 뜻입니다. ‘the ambulance arrived in a matter of minutes’는 ‘구급차가 몇 분 만에 도착했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스위프트가 나온 타임지 잡지가 그만큼 잘 팔린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in a matter of’를 썼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월 4일 소개된 새해 인사입니다. 새해에 주변 친지나 회사 동료 등에게 인사를 건네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미국인들 사이에 인기 있는 새해 인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2021년 1월 4일 PDF올해는 확실히 새해를 맞는 기분이 다릅니다.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인 듯합니다. 그렇다고 우울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새해 인사 카드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 따듯한 말 한마디가 힘이 됩니다. 영어 새해 인사를 준비했습니다. 미국 유명 카드사 홀마크가 내놓은 새해 인사 중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산 것들입니다.Whatever the new year has in store, we’ll be in it together.”(새해에 어떤 일이 펼쳐지든 함께 맞서자)올해 새해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whatever’(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have in store’는 ‘앞에 닥치다’라는 뜻입니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인사 1위라고 합니다.May all your wildest dreams manifest. You got this!”(너의 허황된 꿈들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친구 사이 인사말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manifest dream’은 심리학 용어로 ‘잠재된 꿈을 현실화하다’라는 뜻입니다. ‘you got this’는 ‘너는 이걸 알아야 해’가 아니고 ‘너는 할 수 있어’라는 관용구입니다.Wishing you and yours some well-deserved downtime and a very happy new year.”(휴일 잘 보내시고, 정말 좋은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직장 상사에게 전하는 인기 있는 새해 인사입니다. ‘you and yours’는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이라는 예의를 갖춘 인사말입니다. ‘downtime’은 ‘break’과 비슷한 ‘휴식’이라는 뜻입니다, ‘downtime’은 예정된 휴식, ‘break’은 즉흥적으로 짬을 내서 쉬는 것을 말합니다. 휴식이나 휴가 앞에는 ‘well-deserved’라는 단어를 넣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누릴 자격이 있는’이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t’s this childlike marvel and awe that inspired this year’s holiday theme: the Magic, Wonder, and Joy of the season.”(올해 크리스마스 주제는 어린이다운 경탄과 경외심을 보여주는 마법, 경이, 기쁨이다) 최근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크리스마스 행사를 열었습니다.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공개하는 행사입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주제를 잡아서 백악관을 꾸미는 것은 미국의 전통입니다. 올해 주제는 ‘마법, 경이, 기쁨.’ 모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단어들입니다. 고난의 팬데믹이 지나갔으니 이제 아이처럼 크리스마스를 마음껏 즐기자는 취지입니다. 아이스크림, 동물, 사탕 모형을 만들어 백악관을 알록달록 꾸몄습니다. 올 연말 10만 명의 미국인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러 백악관을 찾을 예정입니다. 질 여사는 연설에서 ‘childlike’(차일드라이크)라고 했습니다. ‘innocent’(순진무구한)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때는 ‘childish’(차일디쉬)를 쓰지 않습니다. 그건 ‘immature’(유치한)라는 뜻입니다. ‘childlike’와 ‘childish’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뜻은 천지 차이입니다. ‘baby’에도 붙일 수 있습니다. ‘babylike face’(아기 천사 같은 얼굴), ‘babyish behavior’(아기처럼 칭얼거리는 행동)의 차이입니다.지금처럼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이 주목받는 이벤트가 된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 때부터입니다. 재클린 여사는 케네디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에 차이콥스키 발레 ‘nutcracker’(호두까기 인형)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모티브로 백악관을 장식해 미국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국민 명절’입니다. 미국 영화를 보면 크리스마스에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전통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잘 모르는 미국의 크리스마스 전통들을 살펴봤습니다.Kissing Under the Mistletoe.”(미슬토 아래에서 키스)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연관 단어에 ‘mistletoe’(미슬토)가 빠지지 않습니다. 원래 ‘겨우살이’라는 이름의 식물입니다. 작은 열매가 달려 있고, 다른 식물에 기생해서 겨울을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외형적으로 볼품없는 식물인데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환영받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미슬토 아래에서 키스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고대 북유럽 전설에 따르면 발두르 신이 미슬토 가지로 만든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두자 그의 어머니인 피그스 여신은 애통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미슬토는 무기로 쓰이지 않을 것이다. 그 아래에서 키스하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미슬토는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아니라서 현실적으로 그 아래에서 키스할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데이트 주선업체 통계에 따르면 미슬토 아래에서 키스해본 성인 남녀의 비율은 29%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미슬토 키스의 전설이 오늘날까지 건재하며 선남선녀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크리스마스의 로맨틱한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저스틴 비버의 ‘Mistletoe’를 비롯해 미슬토가 제목에 들어가는 노래는 10개가 넘습니다. 영화는 더 많습니다. 해리 포터의 첫 키스도 미슬토 아래에서 이뤄졌습니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해리 포터가 첫사랑 초 챙과 키스할 때 미슬토가 이들의 머리 위에서 마법처럼 나타납니다. 챙이 “mistletoe”라고 놀라는 장면이 나옵니다.요즘 같은 미투(MeToo) 시대에는 미슬토 키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아무리 미슬토의 마법이 작용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동의 없는 일방적 키스는 성희롱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아일랜드 경찰이 트위터에 올린 살벌한 공고문이 화제입니다. “If you bump into that special someone under the mistletoe tonight, remember that without consent it is rape.”(만약 당신이 오늘 밤 미슬토 아래에서 특별한 사람에게 만난다면, 동의가 없다면 강간이라는 점을 명심하라)Ugly Christmas Sweater.”(못난이 크리스마스 스웨터)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32세 미혼여성 브리짓 존스는 애인이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엄마는 변호사 마크 다시를 소개해 줍니다. 뒤돌아 서 있는 다시를 처음 본 존스의 기대 만발 대사. “Maybe this is the mysterious Mr. Right I’ve been waiting my whole life to meet.”(아마 내 평생 만나기를 고대해온 남편감이 아닐까). 다시가 돌아보는 순간 존스의 눈길은 얼굴보다 스웨터에 먼저 꽂힙니다. 사슴 머리가 커다랗게 그려진 괴상한 스웨터를 입은 다시의 뒤떨어진 패션 감각에 존스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뀝니다. “Maybe not.”(아마 아니겠지) 다시가 보기 흉한 스웨터를 입는 것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흉한 스웨터를 입는 것은 서구의 전통이기 때문입니다. 일명 ‘Ugly Christmas Sweater’(못난이 스웨터) 전통. 크리스마스 색깔인 빨간색, 초록색 등으로 정신 사납게 디자인된 스웨터를 말합니다. 1950년대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파티 의상으로 시작됐습니다. 크리스마스 모임에는 멋진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넘칩니다. 못난이 스웨터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히려 흉한 의상으로 주목받고자 하는 반발 심리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못난이 스웨터는 미국에서 매년 수백만에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성장산업입니다. 백화점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못난이 스웨터를 대량으로 판매하고, uglychristmassweater.com 등 전문 온라인 판매업체도 많습니다.촬영 뒷얘기에 따르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다시가 입은 사슴 머리 스웨터는 못난이 스웨터 열풍을 재점화시켰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시중 판매용이 아닌 영화용으로 특별 제작됐습니다. 다시 역의 콜린 퍼스는 이 스웨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입으면 너무 더웠기 때문입니다. “I almost tore the jumper to pieces pulling it off between takes”(촬영 중간에 스웨터를 벗어서 찢어버릴 뻔했다). 한국에서 흔히 ‘잠바’로 불리는 ‘jumper’(점퍼)는 영미권에서 스웨터를 말합니다.Twas the Night Before Christmas.”(크리스마스 전날 밤이었네)크리스마스에 꼭 알아둬야 할 시가 있습니다. ‘A Visit from St. Nicholas’(성 니콜라스의 방문)라는 시입니다. 올해로 발표 200주년을 맞습니다. 미국에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벽난로 앞에 가족이 둘러앉아 이 시를 읽는 전통이 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 등 유명인의 낭송집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the best-known verses ever written by an American”(미국인이 쓴 가장 유명한 운문)이라는 찬사를 받습니다. 첫 구절입니다.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자동 저장돼 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twas’(트워즈)라는 독특한 단어로 시작합니다. ‘it’s’가 ‘it is’의 줄임말인 것처럼 ‘twas’는 ‘it was’의 줄임말입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집안의 풍경을 묘사했습니다. 쥐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집안은 고요합니다. 가족들이 잠든 뒤 창밖을 내다보던 아버지는 산타클로스를 봅니다. 산타는 굴뚝을 타고 들어와 양말에 선물을 채웁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산타는 이렇게 외치며 떠납니다. “Happy Christmas to all, and to all a good night!”(모든 이들에게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길, 그리고 굿나잇)시를 쓴 사람은 뉴욕 교회 소속의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 교수입니다. 1823년 뉴욕 센티널 신문에 실렸습니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발표됐습니다. 어린이 취향의 시여서 교수 명성에 해가 될까 봐 일부러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가 대히트를 치면서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자 무어 교수가 12년 후 자신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당시만 해도 크리스마스는 온 동네가 시끄러운 행사였습니다. 술꾼들은 한밤중까지 술집에 몰려다니며 소란을 피웠습니다. 무어 교수는 시를 쓴 이유에 대해 “크리스마스가 차분한 가족 행사라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명언의 품격백악관에서 열리는 양대 크리스마스 행사로는 앞서 소개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 점등식이 있습니다. 점등식은 야외에 설치된 5.5m 높이의 초대형 트리에 불을 켜는 행사입니다. 점등식은 올해로 101년째를 맞는 유서 깊은 행사입니다. 트리의 불은 점등식 때부터 이듬해 1월 1일까지 계속 켜져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점등식은 194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렸습니다. 12월 7일 진주만 공습 2주일 후였습니다. 원래 점등식은 백악관 밖에서 열리는데 이때만큼은 안에서 열렸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백악관 분수대 높은 곳에 트리를 세우고 백악관을 개방했습니다. 전쟁의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4만 명이 백악관에 들어와 트리 점등식을 구경했습니다. 점등식에는 초대손님이 있었습니다. 전쟁 상황을 의논하기 위해 백악관을 급히 방문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였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과 처칠 총리는 신변 위험에도 불구하고 1시간 동안 점등식을 지켜봤습니다. 이들은 나란히 연단에 올랐습니다. 세기의 명연설가로 꼽히는 루스벨트와 처칠의 연설 배틀. 누구의 연설이 더 주목을 받았을까요. 처칠 총리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연설을 준비할 시간이 없던 처칠 총리는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들을 지키는 것이 어른의 임무라는 즉석연설로 미국인들을 감동시켰습니다.Let the children have their night of fun and laughter. Let us grownups share to the full in their unstinted pleasure, before we turn again to the stern tasks and formidable year that lie before us.”(아이들이 재미와 웃음의 밤을 지내도록 해주자.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움을 만끽한 뒤 다가올 엄중한 임무와 위협적인 새해에 맞서자)반면 루즈벨트 대통령의 연설은 “war”(전쟁), “enemy”(적), “weapon”(무기) 등 전쟁을 언급하는 단어들이 많아서 크리스마스 연설로는 무겁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이듬해인 1942년부터 1944년까지 트리 점등식은 열리지 못했습니다. 트리의 불빛이 적의 표적이 될 수 있고, 군수물자 조달을 위한 전기 절약 캠페인이 전개됐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끝난 1945년부터 점등식은 재개됐습니다. 1941년 트리는 철거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트리 꼭대기에 있는 붉은 등 1개만이 가끔씩 빛을 발합니다. 붉은빛은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이 백악관에 착륙할 때 기준점이 됩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 로잘린 여사 장례식에서 전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화제가 됐습니다. 검은색 의상을 입은 다른 4명의 퍼스트레이디와 달리 멜라니아 여사는 회색 코트를 입어 튀는 모습이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오갔습니다. 멜라니아 지지파는 회색도 장례식 의상으로 무방하니 문제 될 것 없다고 합니다. 반대파는 일부러 회색을 입은 것은 패션 감각을 자랑하고 싶은 멜라니아 여사의 치졸한 욕심이라는 겁니다.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한 반대파의 의견입니다. She stands out like the sore thumb that she is.”(그녀는 아픈 엄지처럼 눈에 거슬리는 존재다)혼자 튀는 멜라니아 여사를 ‘sore thumb’에 비유했습니다. ‘sore’는 ‘아픈’이라는 뜻입니다. ‘thumb’는 엄지손가락을 말합니다. 엄지는 다른 4개 손가락과 모양도 다르고 움직임도 달라서 튑니다. 엄지를 다치면 위로 쳐들게 되기 때문에 더욱 튀는 존재가 됩니다. 혼자 튀는 사람이 못마땅할 때 ‘stand out like the sore thumb’(아픈 엄지처럼 눈에 띄다)이라고 합니다. ‘stand’ 대신에 ‘뾰족하게 튀어나오다’라는 뜻의 ‘stick’을 써도 됩니다. 뒤에 나오는 ‘that she is’는 멜라니아 여사가 아픈 엄지 같을 뿐 아니라 실제로 그런 존재라는 의미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2월 18일 소개된 영화 ‘다이하드’에 관한 내용입니다. “‘다이하드’가 크리스마스 영화이냐 아니냐”는 미국인들의 단골 논쟁거리입니다. 영화는 뉴욕 경찰인 브루스 윌리스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별거 중인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러 로스앤젤레스로 왔다가 테러 조직이 점거한 고층건물에서 인질들을 구출하는 내용입니다.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이지만 영화 내용은 크리스마스와 관련이 없습니다. ▶2018년 12월 18일자다음 주 화요일은 크리스마스(25일)입니다. 미국 연예 잡지 ‘할리우드 리포터’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TV에서 가장 많이 방송되는 영화는 ‘다이하드(Die Hard)’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논쟁을 몰고 다닙니다. ‘크리스마스 영화’로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시간적 배경일 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I do get offended, because what is your benchmark?”(불쾌하다, 왜냐하면 당신들의 기준은 뭔가?) ‘get offended’는 ‘기분이 상하다’라는 뜻입니다.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한 ‘다이하드’의 각본가 스티븐 드 수자의 반응입니다. 그의 논리는 ‘다이하드’는 크리스마스가 배경이니까 당연히 크리스마스 영화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투자 용어로 자주 쓰이는 ‘benchmark’(벤치마크)는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벤치(의자)를 놓는 지점을 돌에 표시했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Die Hard’ fails that test quicker than you can say, ‘Yippee-ki-yay’.”(‘다이하드’는 이 ‘이피 카이 야이’를 말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그 테스트에서 불합격이다)한 유명 영화평론가의 의견입니다, ‘다이하드’가 크리스마스 영화인지 알려면 크리스마스 배경이 영화 스토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 테스트에서 단번에 불합격이라고 합니다. ‘yippee-ki-yay’(이피 카이 야이)라는 단어는 극중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작전 개시 전에 넣는 기합 소리입니다. ‘신난다’라는 뜻의 과거 인디언 원주민의 감탄사였습니다. 이 어려운 단어는 발음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립니다. 그 시간보다 더 짧게 걸릴 정도로 쉬운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Die Hard’ is not a Christmas movie!”(‘다이하드’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다)논란을 평정하고자 브루스 윌리스가 나섰습니다. 그의 주장입니다. 이유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이하드’는 1988년 7월에 개봉했습니다. 일부 팬들은 윌리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1954년 개봉) 등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지 않은 영화 중에 크리스마스 영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 헷갈립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The best perk in the White House is not Air Force One or Camp David or anything else. It’s the wonderful movie theater I get here.”(대통령의 가장 큰 혜택은 에어포스원도, 캠프 데이비드도, 그 어떤 것도 아니다. 멋진 이곳 백악관 영화관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군인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요즘 인기 높은 티모시 살라메 주연의 ‘웡카’(Wonka)라는 영화 시사회였습니다. 대통령은 다른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뜨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I like kids more than adults. I wish I could stay and watch Wonka with you.”(나는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요. 여러분과 함께 웡카를 보면 좋을 텐데)미국에서 대통령과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대통령은 영화를 자주 관람하고, 할리우드 스타들과 친한 사이입니다. 할리우드는 정치자금계의 큰 손이기도 합니다. 백악관 지하에 ‘White House Family Theater’(백악관 가족 영화관)라는 48석의 소형 영화관이 있습니다. 일반 영화관에 가기 힘든 대통령이 영화를 보는 곳입니다. 영화사들은 대통령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 필름을 이곳에 전달합니다. 최근 부인 로잘린 여사를 먼저 떠나보낸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재임 4년 동안 480편을 관람한 ‘영화광’입니다. 매달 10편꼴입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대통령의 특전인 전용기보다, 전용 별장보다 이곳이 더 좋았다고 합니다. ‘perk’(퍼크)는 ‘보너스’ ‘특전’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대선 때마다 후보들의 ‘favorite movie’(좋아하는 영화)가 화제가 됩니다. 영화를 통해 리더의 자질과 통치 스타일을 알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영화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라는 1981년 개봉 영화입니다. 육상 선수 2명이 고난을 헤치고 올림픽에서 대결하는 내용입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어떤 영화를 좋아할까요. 연말에 가족과 함께 대통령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요. I wish I had had James Bond on my staff.”(내 보좌진에 제임스 본드가 있었으면 좋을 텐데)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아버지를 통해 영화와 친해졌습니다.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는 주영 미국대사 등을 지낸 정계 거물입니다. 정치에 진출하기 전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으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어린 시절 케네디 대통령의 집에는 영화인들이 자주 들었습니다. 당시로는 드물게 집에 영화관도 있었습니다.케네디 대통령은 재임 기간 3년여 동안 백악관 영화관에서 66편의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한 달에 2편꼴입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중간에 나가는 때가 많았다고 당시 백악관 영사기사는 회고했습니다. 만성 요통으로 앉아 있기 힘들었던 그는 침대를 가져다 놓고 드러누워서 봤습니다. 부인인 재클린 여사와 함께 있을 때는 유럽 영화를 봤습니다. 재클린 여사가 유럽 문화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혼자일 때는 자기 취향의 오락 영화를 봤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가장 좋아한 영화는 007시리즈입니다. 자유 세계를 구하고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 케네디 대통령과 007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닮은 꼴입니다. 1962년 10월 숀 코너리 주연의 007시리즈 1탄 ‘닥터 노’(한국명 007 살인면허)가 개봉했습니다. 제임스 본드가 핵무기를 개발한 적을 해치우는 내용입니다. 당시는 쿠바 미사일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때였습니다. 핵미사일을 실은 소련 선박이 쿠바 영해에 진입해 미국과 대치한 사건입니다. 미사일 위기 와중에 영화를 관람한 케네디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부하들의 탁상공론에 지쳐 제임스 본드 같은 행동파를 원한 것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도 007입니다. 시리즈 2편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한국명 007 위기일발)를 관람하고 이틀 뒤 댈러스에서 암살됐습니다.취임 후 백악관에서 가장 먼저 본 영화는 불륜관계였던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미스피츠’(Misfits)라는 영화입니다. 먼로의 유작입니다. 영사기사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은 영화 중반쯤에 나갔습니다. 당시 먼로는 약물과 알코올 중독이 심한 상태였습니다. 먼로의 허물어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많습니다.He became a walking ad for it.”(그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됐다)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조지 S 패튼 장군을 그린 1970년 영화 ‘패튼’(한국명 패튼 대전차 군단)을 좋아했습니다. 패튼 장군은 미군 최초로 전차부대를 지휘한 명장입니다. 하지만 독선적이고 피해망상적인 성격 때문에 논란이 되는 인물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일으킨 닉슨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평을 듣습니다.배우 조지 C 스콧이 주연을 맡은 영화는 패튼 장군의 편집광다운 모습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닉슨 중국 방문을 앞두고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이 영화 필름을 미국에서 공수해 두 번이나 봤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닉슨 대통령은 사람들을 만나면 “‘패튼’을 꼭 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윌리엄 로저스 당시 국무장관이 한 말입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홍보 방법은 광고 문구가 적힌 넓적한 판을 앞뒤로 두르고 길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을 ‘walking ad’(움직이는 광고판)라고 합니다. ‘walking billboard’(워킹 빌보드)도 같은 뜻입니다. 대통령이 얼마나 칭찬을 많이 하는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될 지경이라는 것입니다. ‘패튼’이 닉슨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1970년 4월 캄보디아 공격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캄보디아 내 북베트남군 기지를 소탕한다는 명목이었습니다. 열흘 전만 해도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낙관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열흘 사이에 입장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동안 ‘패튼’을 두 번 관람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닉슨 대통령과 언론인 데이비스 프로스트의 대담에서도 다뤄졌습니다. “영화 ‘패튼’이 캄보디아 침공 결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라는 프로스트의 질문에 닉슨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Well, the war part of the ‘Patton’ movie didn’t particularly interest me. It had no effect whatever on my decision.”(영화 ‘패튼’의 전쟁 부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내 결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I would never do that.”(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텐데)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오스틴 파워스’ 시리즈를 즐겨 봤습니다. 특히 악당 캐릭터 ‘닥터 이블’의 팬이었습니다. 새끼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는 닥터 이블 흉내로 주변을 웃겼습니다. 하지만 9·11 테러가 터지면서 전쟁 영화로 취향이 바뀌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가장 좋아한 전쟁 영화는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미군 특수부대의 반군 진압 실화에 바탕을 둔 2001년 ‘블랙 호크 다운’입니다. 소말리아 반군 지도자 제거를 위해 급파된 블랙호크 헬기들이 격추돼 구출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영화에서 미군 지도부가 격추된 헬기를 위해 구조대를 보낼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자 부시 대통령은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위험에 처하면 마지막 한 명까지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명언의 품격미국 대통령들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영화는 1952년 서부영화 ‘하이눈’입니다. 게리 쿠퍼가 악당들에 홀로 맞서는 보안관 윌 케인으로 나옵니다. 이 영화를 세 번 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쿠퍼가 악당과 대결하는 장면이 나오면 “힘내”라고 손을 불끈 쥐었다고 합니다. 서부영화에 많이 출연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제외하면 ‘하이눈’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최다 관람자는 빌 클린턴 대통령으로 20번 넘게 봤습니다. 백악관을 떠나면서 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이 영화를 꼭 보라”는 오지랖 충고도 남겼습니다. 9·11 테러 며칠 뒤 이 영화를 처음 관람한 부시 대통령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9·11 테러 후 미국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하이눈’ 팬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그에게 영화 포스터를 선물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는 “포스터를 잘 보관하고 있느냐”라고 확인까지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이 ‘하이눈’을 사랑하는 것은 쿠퍼가 보여주는 것은 ‘lonely hero’(외로운 영웅 인간상 때문입니다. 영웅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관철시킵니다. 처음에는 그를 멀리했던 사람들은 나중에는 협력자가 됩니다. 하지만 목표만 바라보고 직진하는 영웅은 매력이 없습니다. 인간미를 갖춰야 합니다. 극중 쿠퍼는 약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자신의 결정이 옳은 것인지 끝까지 고민합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대통령과 비슷합니다.Don’t shove me, Harv, I’m tired of being shoved.”(하브, 나를 몰아세우지 마, 몰리는 데 지쳤어)‘하이눈’의 명대사입니다. 미국에서 티셔츠나 머그잔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쿠퍼는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함께 싸우자고 설득합니다. 과거 그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은 모두 거절합니다. 자기 밑에서 일했던 부보안관 하비까지 그를 무시합니다. “혼자 싸워 보시지”라고 비웃습니다. 그러자 쿠퍼가 울분을 터뜨리며 하는 말입니다. ‘shove’(셔브)는 ‘밀쳐내다’라는 뜻입니다. ‘push’와 같은 뜻입니다. ‘shove me’ 다음에 ‘over the edge’(한계로)가 생략됐습니다. 더 이상 나를 궁지로 몰아넣지 말라는 것입니다. 쿠퍼는 홀로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순간입니다. 당시 할리우드에는 극우 매카시즘 광풍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하이눈’의 각본가 칼 포먼은 매카시즘의 표적이었습니다. 반미활동 조사위원회(HUAC)에 출석해 내통한 동료들의 이름을 대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습니다. 포먼의 처지가 극중 쿠퍼와 비슷해 절실한 대사가 나올 수 있었다는 평이 많습니다. 포먼은 끝내 동료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할리우드에서 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다가 20여 년 후 돌아왔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축출 드라마가 일주일 만에 최고경영자(CEO) 복귀로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궁금증은 남아있습니다. ‘애초에 올트먼이 왜 해고됐느냐’라는 궁금증입니다. 올트먼을 해고했던 이사회는 자세한 설명 없이 “lack of transparency”(투명성 결여)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CEO 복귀 후 ‘더 버지’라는 정보기술(IT)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트먼이 받은 첫 질문입니다. Sam, I would like to address first the elephant in the room.”(샘, 깔끄러운 문제를 먼저 짚고 넘어갈게요)코끼리는 몸집이 거대합니다. 만약 코끼리가 방 안에 있다면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코끼리에 관해 얘기하지 않습니다. 마치 없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주제일 수도 있고,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주변의 압력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elephant in the room’은 입에 올리기 껄끄러운 문제를 말합니다. ‘address’(언급하다), ‘acknowledge’(인정하다) 등의 동사와 함께 씁니다. 경영인에게 해고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더 버지’ 질문자는 ‘elephant in the room’이라는 단어를 써서 해고된 이유를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CEO 복귀 후 계획보다 해고 이유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4차례나 물었지만, 올트먼은 답을 피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5월 31일 소개된 한국 여배우 윤여정 씨에 관한 내용입니다. 영화 ‘미나리’로 많은 상을 받은 그녀가 영어로 수상소감을 밝히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농담까지 섞어가며 또박또박 자기 생각을 밝혔습니다.▶2021년 5월 31일자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 TV 중계가 미국에서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래도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는 화제입니다. 유머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인들에게 그녀의 솔직하고 톡톡 튀는 모습은 뚜렷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소통하려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그녀의 영어 인터뷰들을 살펴보겠습니다.For me, an award means getting next work.”(나에게 상이란 다음 일을 얻는다는 의미다)그녀는 자신을 “생계형 배우”라고 말해왔습니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AP 통신은 할리우드의 화려함에 기죽지 않고 소신 있는 직업관을 밝히는 그녀가 인상적이었는지 이런 제목을 뽑았습니다. “‘Minari’ actor is nonchalant about new fame outside S. Korea”(해외에서 얻은 유명세에 무심한 ‘미나리’ 배우).Her Oscars acceptance speech stole the show. Her acceptance speech saved the Baftas.”(그녀의 오스카 수상소감이 쇼를 훔쳤다. 그녀의 수상소감이 배프타를 구했다) 그녀의 수상소감에 대한 평가입니다. 배프타(영국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국인들에게 “snobbish people”(고상한 체하는 사람들)이라고 톡 쏘아주더니, 오스카에서는 톱스타 브래드 피트에게 “where were you”(우리 촬영할 때 어디 있었어)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신스틸러’ ‘쇼스틸러’였습니다.You can’t plan life. Life is full of surprises.”(인생은 계획할 수 없다. 놀라움의 연속이다)NBC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오스카 무대에 올라 상을 받는 날이 올 줄을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합니다. ‘life is full of surprises’(인생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격언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인생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ill it blow my head off?”(김치가 내 머리를 터지게 할까)한국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앞두고 나온 재미있는 발언입니다. 찰스 3세 국왕은 런던 인근 한인타운을 방문해 김치를 선물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운 김치를 먹고 머리가 터질까 봐 걱정한 것입니다. 한국인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만 외국인은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blow head off’(머리가 터지다), ‘burn tongue’(혀를 태우다), ‘nose run’(콧물을 흘리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진짜 머리가 폭발할 리야 없지만, 외국인들은 이렇게 상상하는 것입니다.영국인의 유머 감각을 ‘dry humour’라고 합니다. 듣는 순간 바로 웃음이 터지는 미국식 유머와 달리 영국식 유머는 의미를 파악하려면 약간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비꼬는 풍자성도 강합니다. 국왕이 만찬에서 언급한 ‘강남스타일’ 개그입니다. 자신은 고리타분한 사람이라서 가수 ‘싸이’ 히트곡 같은 최신 유행에 둔감하다고 한탄하는 내용입니다, “Sadly, when I was in Seoul all those years ago, I am not sure I developed much of what might be called the Gangnam Style.”(오래전 한국에 갔을 때 강남스타일이라고 할만한 것을 개발했는지 자신이 없다)영국 왕실과 정부는 일 년에 1번, 많아야 2번밖에는 국빈 방문 행사를 열지 않습니다. 그만큼 공을 들입니다. 태극기와 영국 유니언잭 국기가 휘날리는 호스가즈 광장의 황금마차 행진, 곰털 모자를 눌러쓴 왕실 근위대의 절도 있는 사열식, 한국어로 “Wihayeo!”(위하여)를 외친 국왕의 건배사까지 ‘royal welcome’(로열 웰컴)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행사였습니다. ‘royal welcome‘은 ‘극진한 환대’를 말합니다. 이번에는 진짜 왕실이 환대한 것이니까 진정한 의미의 ‘로열 웰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많은 지도자들이 재임 중 꼭 이루고 싶어 하는 영국 국빈 방문. 역사적으로 화제가 됐던 영국 국빈 방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Oh, bad luck.”(아이고, 재수 없게도)홍콩 반환 문제로 중국과 사이가 나빴던 영국은 2005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관계 회복에 나섰습니다. 2015년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 때는 양국 관계를 “golden era”(황금기)라고 규정하며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버킹엄궁에서 환영 만찬을 열었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시 주석을 펍에 초대해 맥주잔을 부딪쳤습니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습니다. 여왕이 시 주석 방문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은 것입니다. 일명 ‘여왕 핫마이크 사건’입니다. 이듬해 한 행사에서 여왕과 런던 경찰국장의 사적 대화 내용이 마이크에 잡혔습니다. 여왕은 시 주석 방문 때 경호를 책임졌던 경찰국장이 “재수 없는 일”을 맡았던 것을 위로했습니다. 시 주석 대표단이 영국을 방문하는 동안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여왕은 방문 협상 과정에서 무례한 요구를 하며 “방문을 취소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중국 관리들을 “extraordinary”(이상한 사람들이야)라고 꼬집었습니다. 여왕의 ‘뒷담화’ 사건이 알려지자 중국 외교부는 “안정적인 양국 관계를 유지하려면 양쪽 모두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라고 간접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래도 여왕은 아들에 비해 나은 편입니다. 찰스 국왕은 중국을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홍콩 반환식 때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중국 관리들을 보고 이렇게 뒤에서 투덜거린 것이 나중에 외교문서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A group of appalling old waxworks.”(끔찍하고 오래된 밀랍인형 집단)The last noted American to visit London stayed in a glass box dangling over the Thames. A few might have been happy to provide similar arrangements for me.”(런던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미국 유명 인사는 템스강에 매달린 유리 상자에서 지냈다. 나에게도 비슷한 대우를 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개시 6개월 뒤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10만 명이 런던에 모여들어 부시 대통령과 ‘부시의 푸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습니다. 시위 구호로 다채로웠습니다. ‘stop the war’(전쟁 반대)에서부터 it’s about the oil, George’(석유 때문이지, 조지), ‘world’s number one terrorist’(세계 제일 테러리스트), ‘this is a jolly bad show’(이거 정말 볼썽사나운 쇼잖아)까지 영국식 유머가 가미된 다양한 시위 구호가 선보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반미시위 2종 세트인 허수아비(effigy)와 계란 세례(egging)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시위대는 트래펄가 광장에 부시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끌어내려 짓밟았습니다. 6개월 전 미군이 바그다드 광장에서 사담 후세인 동상을 끌어 내린 것을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시위대가 던진 계란은 다행히 피했습니다. 영국 경찰은 시위 진압에 역대 최대 비용 800만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여왕이 베푼 만찬에서 영국인들의 반감을 농담으로 풀었습니다. 데이비드 블레인이라는 미국 마술사가 템스강에 매달린 유리 상자 속에서 44일간 물만 먹고 지탱하는 묘기를 선보인 직후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말한 “the last noted American”은 블레인을 말합니다. ‘note’(노트)에는 ‘메모하다’라는 뜻 외에 ‘주목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noted’는 ‘유명한’이라는 뜻입니다. 블레인처럼 자신을 허공에 매달아 놓고 고생시키고 싶어 하는 영국인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영국 방문에서 험한 꼴을 당한 미국 대통령은 부시만이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존 F 케네디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2명을 제외한 모든 미국 대통령이 크든 작든 수모를 당했습니다. This is clearly a foolish document that does not in any way reflect UK government or Foreign Office policy or views.”(이것은 영국 정부나 외교부의 정책,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어리석은 서류다) 2010년 영국 정부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방문을 발표했습니다. “historic”(역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16세기 가톨릭 신자였던 영국 헨리 8세가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이혼 허가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뒤 영국 국교 성공회가 설립됐습니다. 교황이 처음으로 영국에 발을 디딘 것은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입니다. 하지만 이때는 초청 주체가 영국 가톨릭교회였습니다. 영국 정부의 초청으로 국빈급 대우를 받은 것은 베네딕토 16세가 처음입니다.그런데 역사적인 교황 방문은 영국 외교부 직원의 사소한 장난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Popegate’(교황 게이트)라고 알려진 사건입니다. 교황 방문팀 소속의 외교부 주니어급 직원 2명은 ‘ideal pope visit’(이상적인 교황 방문)이라는 제목의 서류를 작성해 외교부와 총리실에 돌렸습니다. ‘교황이 영국에서 환영받기 위해 해야 할 일들’ 목록에 교황 브랜드 콘돔 시판, 낙태병원 설립, 동성결혼 주재, 아동 성추행 핫라인 개통 등이 포함됐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를 비꼰 것입니다. 문제의 직원들은 서류 작성의 목적을 “to amuse”라고 해명했습니다. 재미 때문이라는 벌인 일이라는 것입니다. 서류가 언론에 유출되자 영국 정부는 난리가 났습니다. 서류 내용은 교황 방문 반대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등이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외무장관은 “서류를 읽고 기겁했다”라면서 “유치하고 불경스러운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외무부 명의로 교황청에 전달된 사과 성명 내용입니다. 외무부는 문제의 직원들을 강등시키고 일정 기간 해외 파견을 금지했습니다. 교황은 예정대로 영국을 3박 4일 일정으로 방문했습니다.명언의 품격1971년 히로히토 일본 국왕이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그의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히로히토 왕은 영국에 애정이 많았습니다. 1921년 첫 방문 때 에드워드 왕세자와 골프를 쳤고, 영국식 차 문화를 배웠습니다. “happiest time of my life”(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회고했습니다. 50년 후 다시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맞는 영국의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그 사이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습니다. 영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군과 싸워 막대한 희생을 치렀습니다. 당시 일본군 수용소에 갇힌 영국과 영연방 포로는 20여만 명에 달했습니다.일왕을 태운 마차가 행진하는 길가를 가득 메운 것은 참전 군인과 실종자 가족이었습니다. 환호하는 군중은 없었습니다. 침묵이 흐르는 행진이었습니다. 일부 군중은 ‘Colonel Bogey’(보기 대령) 행진곡을 나지막하게 휘파람으로 불었습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 주제곡으로 유명한 보기 대령 행진곡은 전장으로 떠나는 영국군을 격려하기 위해 군악대가 연주했던 곡입니다. 여왕은 만찬에서 뼈있는 환영사를 했습니다. “We cannot pretend that the relations between our two peoples have always been peaceful and friendly”(우리 두 나라의 관계가 언제나 평화롭고 우호적이었던 것처럼 가장할 수는 없다). 일왕은 과거사 언급 없이 양국 우호를 강조하는 답사를 했습니다.Nasty Nip in the Air.”(고약한 일본인의 기운이 감돈다)영국 유명 풍자잡지 ‘프라이빗 아이’(Private Eye)가 일왕 방문에 맞춰 실은 기사 제목입니다. ‘nip’(닙)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살갗을 집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성형수술을 ‘nip tuck’(닙턱)이라고 합니다. ‘집을 곳은 집고 넣을 곳은 넣는다’라는 뜻입니다. ‘차가운 기운’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추운 날 외출하면 냉기를 확 느끼는 것을 ‘nip in the air’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대문자 ‘N’의 ‘Nip’입니다. 일본인을 가리키는 비속어입니다. 일본의 일본식 발음 ‘Nippon’(닛폰)에서 유래했습니다. 일왕이 오자 공기 중에 불온한 기운이 감돈다고 비꼰 것입니다. 아랫줄 제목은 더욱 도발적입니다. ‘bandy knees’(밴디니즈)는 ‘안짱다리’라는 뜻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인터넷 기반으로 제공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말합니다.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속속 이용료를 올리고 있습니다. 기본형 서비스의 경우 월 사용료가 10∼11달러에서 12∼14달러로 올랐습니다.Consumers Fed Up With Streaming Service Price Hikes.”(스트리밍 서비스 가격 인상에 뿔난 소비자들)요금 인상을 지적하는 기사 제목입니다. 소비자들이 ‘fed up’(페드업) 했다는 것입니다. ‘화가 난’이라는 뜻으로 ‘angry’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annoyed’ ‘frustrated’ ‘irritated’ ‘exasperated’ 등 많습니다. 대부분 ‘ed’로 끝나는 단어들입니다. 외부의 충격 때문에 정신이 수동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가 ‘fed up’입니다. ‘fed’는 ‘feed’(피드)의 과거분사 수동형입니다 ‘feed’는 ‘먹이를 주다.’ ‘공급하다’라는 뜻입니다. ‘up’은 ‘가득 채우다’라는 의미입니다. ‘fed up’은 물릴 정도로 가득 공급받는다는 것입니다. 화가 나는 데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fed up’은 너무 많이 경험해서 질릴 때 씁니다. 미국 영화에서 “I’m fed up with cleaning up after you”라고 화를 터뜨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네가 벌여놓은 일을 뒤치다꺼리하는 것이 신물 난다”라는 대사입니다.‘hike’(하이크)는 ‘increase’보다 상승 폭이 가파를 때 씁니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지난해와 올해 몇 차례 요금을 올렸습니다. 인상에 질린 소비자들은 서비스를 해지합니다. 미디어업계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의 53%는 지난 6개월 동안 1개 이상의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1월 25일 소개된 영국 앤드루 왕자 논란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국 대통령을 위한 만찬에 영국 왕실 가족이 총출동했습니다. 찰스 3세 국왕-카밀라 왕비 부부, 윌리엄 왕세자-캐서린 미들턴 왕세자비 부부, 앤 공주 등이 참석했습니다. 국왕의 동생인 요크 공작 앤드루 왕자는 없었습니다.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는 그는 미성년자 성추문 때문에 왕실 직위를 박탈당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성폭행 논란이 영국을 뜨겁게 달구던 때 앤드루 왕자는 BBC 방송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하지만 태도 논란 때문에 인터뷰는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2019년 11월 25일자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BBC 방송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는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아까 한 말과 지금 하는 말이 다르고, 진행자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1시간 내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은 의혹을 해명하러 나온 사람 같지 않았습니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은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한 사이였던 그는 엡스타인의 주선으로 미성년 여성들과 성관계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Without putting too fine a point on it.”(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직설적으로 말해서’라는 뜻입니다. ‘put a fine point’는 ‘세세하게 파고들다’라는 뜻입니다. 미성년 여성과의 성관계를 묻는 질문에 앤드루 왕자는 “탁 까놓고 말해 남자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어떻게 함께 밤을 보낸 여자를 기억하지 못하겠느냐. 나는 그 여성에 대한 기억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횡설수설에다가 남성 우월적 시각까지 논란이 됐습니다.There’s a slight problem with the sweating.”(그 땀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앤드루 왕자와의 성관계를 주장하는 여성은 그가 “얘기하거나 밥 먹을 때 땀을 많이 흘렸다”라고 했습니다. 그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앤드루 왕자의 반박입니다. slight’(슬라이트)는 ‘사소한’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반어적으로 쓰였습니다. 여성의 주장이 중대하게 틀렸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은 땀이 안 나는 무한증(無汗症)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나중에 앤드루 왕자의 비서는 “대머리 치료제 부작용으로 무한증이 됐다”라고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I would describe as a constant sore in the family.”(이 문제는 가족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자신의 문제 때문에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앤드루 왕자의 주장입니다. ‘sore’(쏘어)는 ‘염증’ ‘고통’을 말합니다. 하지만 앤드루 왕자의 동정심 유발 작전은 별로 표를 얻지 못했습니다. “가족에게 고통을 줄 일을 애초에 왜 했느냐”라는 질타가 이어졌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