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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김태균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과 롯데의 경기가 열린 삿포로돔에 갔을 때의 일이다. 니혼햄 담당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일본 기자는 “요미우리 2군에 있는 이승엽이 니혼햄에 온다면 곧바로 4번을 칠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니혼햄은 요미우리처럼 돈을 쓰는 구단이 아니다. 연봉 대폭 삭감을 감수할 수 있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지난달 31일 LG와 넥센의 잠실 경기에서 시구를 한 재일교포 야구인 장훈 씨는 “이승엽이 시즌 뒤 요코하마로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장훈 씨는 일본 프로야구 통산 최다 안타 기록(3085개)을 보유한 살아 있는 전설이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 있게 들린다. 이에 앞서 7월 일본 언론에서는 이승엽의 야쿠르트 이적설이 나왔다. 이승엽은 6월 20일 주니치전 이후 2군으로 떨어진 뒤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외국인 엔트리(4명) 한 자리가 비었는데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올 시즌 1군 성적은 타율 0.173에 5홈런 11타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팀이 이승엽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미 검증된 타자이기 때문이다. 2006년 41개의 홈런에 이어 2007년엔 부상에도 30홈런을 쳤다. 지난해에도 고작 77경기에 나섰을 뿐이지만 16홈런을 때렸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타자”라는 평가다. 올해로 요미우리와의 4년 계약이 끝나 이적에 걸림돌도 없다. 문제는 몸값이다. 이승엽은 올해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이랄 수 있는 6억 엔(약 84억2000만 원·추정)을 받았다. 이 정도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구단은 요미우리뿐이다. 한신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요미우리의 라이벌 한신도 한때 이승엽에게 관심을 가졌다가 몸값에 부담을 느껴 포기했다”고 말했다. 센트럴리그 외국인 야수 가운데 이승엽 다음으로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요코하마의 터멜 슬레지로 연봉은 1억8000만 엔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승엽이가 1억 엔 이하로 몸값을 낮추면 찾는 팀이 많을 것이다. 한때 롯데도 이승엽을 다시 데려오려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LG에서 뛰었던 로베르토 페타지니는 야쿠르트와 요미우리에서 뛸 당시 각각 7억2000만 엔과 7억 엔의 연봉을 받았으나 올해 소프트뱅크와 4000만 엔에 계약했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지만 이승엽에게 필요한 것은 명예 회복이다. 선택은 그의 몫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7월 김태균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과 롯데의 경기가 열린 삿포로돔에 갔을 때의 일이다. 니혼햄 담당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일본 기자는 "요미우리 2군에 있는 이승엽이 니혼햄에 온다면 곧바로 4번을 칠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니혼햄은 요미우리처럼 돈을 쓰는 구단이 아니다. 연봉 대폭 삭감을 감수할 수 있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지난 달 31일 LG와 넥센의 잠실 경기에서 시구를 한 재일교포 야구인 장훈 씨는 "이승엽이 시즌 뒤 요코하마로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장훈 씨는 일본 프로야구 통산 최다 안타 기록(3085개)을 보유한 살아 있는 전설이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 있게 들린다. 이에 앞서 7월 일본 언론에서는 이승엽의 야쿠르트 이적설이 나왔다. 이승엽은 6월 20일 주니치 전 이후 2군으로 떨어진 뒤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외국인 엔트리(4명) 한 자리가 비었는데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올 시즌 1군 성적은 타율 0.173에 5홈런 11타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팀들이 이승엽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미 검증된 타자이기 때문이다. 2006년 41개의 홈런에 이어 2007년엔 부상에도 30홈런을 쳤다. 지난해에도 고작 77경기에 나섰을 뿐이지만 16홈런을 때렸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타자"라는 평가다. 올해로 요미우리와의 4년 계약이 끝나 이적에 걸림돌도 없다. 문제는 몸값이다. 이승엽은 올해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이랄 수 있는 6억 엔(약 84억2000만 원·추정)을 받았다. 이 정도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구단은 요미우리뿐이다. 한신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요미우리의 라이벌 한신도 한때 이승엽에게 관심을 가졌다가 몸값에 부담을 느껴 포기했다"고 말했다. 센트럴리그 외국인 야수 가운데 이승엽 다음으로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요코하마의 터멜 슬레지로 연봉은 1억8000만 엔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승엽이가 1억 엔 이하로 몸값을 낮추면 찾는 팀들이 많을 것이다. 한때 롯데도 이승엽을 다시 데려오려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LG에서 뛰었던 로베르토 페타지니는 야쿠르트와 요미우리에서 뛸 당시 각각 7억2000만 엔과 7억 엔의 연봉을 받았으나 올해 소프트뱅크와 4000만 엔에 계약했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지만 이승엽에게 필요한 것은 명예 회복이다. 선택은 그의 몫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삼성화재가 이렇게 배구 못하는 건 처음 봤다.”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도 당황스러운 빛이 역력했다. 3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원·IBK기업은행컵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1-3(21-25, 21-25, 25-20, 12-25)으로 완패한 직후의 일이다. 지난해 컵 대회와 V리그를 석권했던 삼성화재가 지난달 29일 우리캐피탈에 이어 이날 대한항공에도 덜미를 잡히며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6개 팀 중 4개 팀이 올라가는 준결승리그 진출에도 실패한 것이다. 경기 내용은 더 좋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에서 데려온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는 40개의 공격 중 무려 13개나 블로킹을 당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왼손 수술을 한 뒤 팀 동료들과 함께 손발을 맞춘 것은 단 3일에 불과했기 때문. 박철우의 보상 선수로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세터 최태웅의 공백은 더 컸다. 유광우와 신선호가 교대로 세터를 맡았지만 공격수들과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 신치용 감독은 “세터와 조직력이 우리 팀의 핵심인데 세터가 흔들리면서 공격수들도 자기 리듬을 찾지 못했다”며 “더 큰 문제는 (국가대표 감독을 맡느라) 내가 훈련을 시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실제로 신 감독은 15일부터 다시 대표팀을 지도해야 한다. 이에 앞서 열린 여자부 준결승리그 1차전에서는 38점을 올린 김연경의 활약을 앞세운 흥국생명이 ‘꼴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를 3-2(26-28, 27-29, 25-17, 25-15, 16-14)로 꺾고 결승 진출에 한발 더 다가섰다.수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셸 위(21·나이키골프·사진)의 키는 183cm다.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올해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275.7야드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위다. 거칠 것 없을 것 같던 미셸 위의 앞에는 작지만 큰 산이 있었다. 156cm의 단신에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채 240야드도 되지 않는 신지애(22·미래에셋)다. 지난해 신인왕 대결에서 미셸 위는 914포인트로 3위에 그치며 1602포인트를 얻은 신지애에게 완패했다. 올해 5월 열린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8강전에서도 신지애에게 2홀 차로 뒤져 탈락했다. 하지만 확 달라진 미셸 위 앞에서 천하의 신지애도 맥을 추지 못했다. 미셸 위는 30일 캐나다 매니토바 주 위니펙의 세인트찰스CC(파72·6572야드)에서 캐나디안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내내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이었다. 첫 정상에 오른 지난해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9개월 만의 우승이다.○ 천재 소녀의 화려한 부활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에서 미셸 위는 나흘 내내 신지애와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이 때문에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27cm의 키 차이를 딛고 둘이 힘겹게 포옹을 나누는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 특히 두 선수는 3라운드에서 10언더파로 공동 1위에 올라 챔피언 조에서 대결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우승 문턱에서 종종 무너졌던 미셸 위였지만 이날은 ‘파이널 퀸’ 신지애 앞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42.86%로 신지애(71.43%)에게 한참 못 미쳤지만 그린 적중률은 84.30%로 신지애(68.75%)를 압도했다. 위기관리 능력이 향상됐다는 뜻이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8번홀(파3). 미셸 위는 티샷을 그린에 사뿐히 올린 뒤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반면 티샷을 그린 왼쪽 러프에 떨어뜨린 신지애는 보기를 해 스코어는 2타 차로 벌어졌다. 미셸 위는 14번홀에서도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은 데 이어 15번홀에서는 칩인 버디까지 성공시키며 쐐기를 박았다. 신지애는 3타 차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신지애는 우승은 놓쳤지만 상금으로 14만2000달러를 받아 미야자토 아이(일본)를 제치고 상금 랭킹 1위(140만 달러)로 올라섰다.○ 이번 대회만 같아라 미셸 위는 장타 능력에 비해 쇼트 게임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왔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4라운드 통틀어 퍼트 수는 115개(라운드당 28.75타)였지만 4라운드에서는 결정적인 퍼트를 쏙쏙 홀에 집어넣었다. 벙커샷도 좋았다. 최종 라운드에서 3차례 볼을 벙커에 빠뜨렸으나 100% 세이브에 성공했다. 290야드가 넘는 장타를 앞세워 파5 홀에서 8개의 버디를 낚았다. 첫 라운드 11번홀에서는 생애 두 번째 홀인원을 하는 등 운도 따랐다. 이번 대회만 같다면 ‘천재 소녀’라는 별명에 걸맞게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미셸 위는 “퍼트 연습을 열심히 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며 “이번 우승은 나 자신을 믿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지애 상금랭킹 1위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은퇴 이후 대형 스타 부재에 시달리던 LPGA 측은 미셸 위의 선전을 크게 반기고 있다. 오초아가 떠난 뒤 세계 1위 자리는 신지애와 미야자토 아이(일본), 크리스티 커(미국) 등이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단숨에 세계 7위로 뛰어오른 미셸 위도 1위 쟁탈전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돌싱(돌아온 싱글)’ 타이거 우즈(35·미국·사진)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인 바클레이스에서 공동 12위를 차지하며 2차전인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진출권을 따냈다. 지난주 엘린 노르데그렌과 이혼한 우즈는 30일 미국 뉴저지 주 퍼래머스 리지우드CC(파71·7400야드)에서 열린 바클레이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합계 7언더파 277타로 공동 12위에 올랐다.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을 112위에서 65위까지 끌어올린 우즈는 100위까지만 출전하는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게 됐다. 남은 경기 활약 여부에 따라 페덱스컵 챔피언 등극도 가능하다. 27일 1라운드에서 올 시즌 최고 성적인 65타를 기록하며 공동 선두에 올랐던 우즈는 2, 3라운드에서 3타를 잃어 우승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이날 4타를 줄이고 공동 12위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편 매트 쿠차(미국)는 12언더파 272타로 마틴 레어드(스코틀랜드)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에서 우승했다. 위창수는 4언더파 280타로 공동 27위, 나상욱은 2언더파 282타로 공동 36위, 양용은은 1언더파 283타로 공동 47위에 올랐다. 최경주와 앤서니 김은 컷오프에 탈락했지만 각각 페덱스컵 랭킹 44위와 27위로 플레이오프 2차전에 나선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6년 신인왕→2008년 전 경기 예선 탈락→2010년 부활. 최진호(26·사진)가 오뚝이처럼 화려하게 일어섰다. 최진호는 27일 레이크힐스 용인CC(파72·7116야드)에서 열린 레이크힐스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2006년 비발디오픈 우승 이후 4년 만이다. 최진호는 2006년 우승 한 번 등 4개 대회에서 톱10에 들며 차세대 스타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 진출을 위해 무리하게 비거리를 늘리려다 밸런스가 무너지며 슬럼프가 찾아왔다. 2008년에는 출전한 18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고 그해 퀄리파잉 스쿨도 통과하지 못했다. 투어 카드를 잃어버린 그는 지난해 거의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골프채를 놓고 군 입대까지 생각했지만 ‘지금 이 상태로 군대에 가면 나중에 똑같은 상태로 돌아오고 말 것’이란 생각에 미국으로 건너가 PGA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투어에서 뛰며 재기를 노렸다. 최진호는 “지난 2년 동안 대회에 나서지 못해 힘들었던 시기가 큰 도움이 됐다. 첫날 함께 경기했던 최상호(55·카스코) 선배가 ‘나한테도 지면 안 되지’라고 격려해 주신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라운드 연속 단독 선두를 달렸던 양지호는 6∼8번홀에서만 5타를 잃으며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7위에 그쳤다. 김위중과 김비오가 나란히 6언더파 282타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5·미국)와 미셸 위(21·나이키골프). 둘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 아마추어 시절 각종 대회를 석권하며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고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 스폰서 계약을 하며 남녀 골프계 최고의 흥행 카드로 떠올랐다. 큰 키에 300야드를 날리는 호쾌한 장타까지 갖춘 미셸 위는 ‘여자 타이거 우즈’로 기대를 모았다. 2007년 명문 스탠퍼드대에 입학한 미셸 위는 우즈와 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시기적으로 둘의 활약이 겹친 적은 없었다. 우즈가 승승장구하며 2000년대 최고의 골프 선수로 우뚝 섰을 때 미셸 위는 2005년 프로 데뷔 후 안 좋은 일로 구설에 많이 올랐다. 데뷔전인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드롭 실수로 실격됐고, 남자 대회에 출전해 성 대결을 벌여 화제를 모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부상까지 겹치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둘의 인생은 지난해 11월 반전을 맞는다. 미셸 위는 11월 16일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데뷔 후 8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며 “인생은 아름답다”란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우즈는 11월 말 불륜 스캔들이 불거져 ‘골프 황제’에서 단숨에 ‘밤의 황제’로의 추락을 맛봤다. 27일은 ‘원조 천재’ 우즈와 우즈를 닮고 싶어 했던 ‘소녀 천재’ 미셸 위가 어쩌면 처음으로 동반 맹활약한 날로 기록될 듯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바클레이스 대회가 열린 미국 뉴저지 주 퍼래머스의 리지우드CC(파71·7319야드). 며칠 전 아내 엘린 노르데그렌과의 이혼을 마무리 지은 우즈는 예전 ‘골프 황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즈는 이날 1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5타를 쳐 본 테일러(미국)와 공동 선두로 나섰다. 이는 올 시즌 우즈의 한 라운드 최저타 기록이다. 우즈는 290야드의 짧은 파4홀에서 티샷을 그린에 정확히 올리는 등 드라이브와 아이언, 퍼트 등에서 모두 호조를 보였다. 우즈는 “그동안 잊고 있던 무엇인가를 찾은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미셸 위도 캐나다 위니펙의 세인트 찰스CC(파72·6572야드)에서 개막한 LPGA투어 캐나다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포함해 7언더파 65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300야드 가까운 드라이브샷을 무기로 전반에 3타를 줄인 미셸 위는 183야드 11번홀(파3)에서 행운의 홀인원까지 낚았다. 지난해 맥도널드 챔피언십 이후 생애 두 번째 홀인원. 미셸 위는 “약간 오른쪽으로 친 것 같았는데 바람이 불어 한번에 홀로 빨려 들어갔다”며 “오늘 경기는 끝났고 내일은 새로운 마음으로 필드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급 스타에 목말라 있던 골프계로서는 이들의 부활이 더욱 반가울 것 같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 뉴저지 주 스프링필드의 밸투스롤GC 17번홀(파5)은 650야드로 어지간한 장타자는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리는 2온은 꿈도 못 꾸는 홀이다. 하지만 1993년 US오픈 때 이곳에서 기적 같은 2온이 나왔다. 주인공은 ‘괴력의 장타자’ 존 댈리. 당시 비거리는 지금보다는 다소 짧은 630야드였지만 댈리의 2온은 두고두고 큰 화제가 됐다. 당시 댈리가 사용했던 비장의 무기는 이름도 생소한 ‘0번 아이언’이었다. 댈리는 드라이버로 325야드를 날린 뒤 0번 아이언으로 305야드를 때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기 힘든 밸투스롤GC 17번홀 2온의 역사를 만들었다. 댈리가 사용했던 0번 아이언의 로프트는 13도. 3번 아이언의 로프트가 21도 내외임을 감안하면 페이스 면이 거의 직각이나 다름없다. “완벽한 라이가 아닌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고 푸념하곤 했지만 댈리는 0번 아이언으로 다른 프로 선수들의 드라이브 거리인 290야드를 쉽게 날렸다. 댈리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으로 보였던 0번 아이언을 올해 일본의 ‘천재 골퍼’ 이시카와 료가 되살렸다. 7월 바닷가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용품 스폰서인 요넥스가 이시카와의 주문에 따라 0번 아이언을 만든 것이다. 이시카와의 0번 아이언 로프트는 16도로 댈리의 것보다는 다소 높다. 하지만 우드와 아이언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럽처럼 헤드 뒤편에 무게를 실어 정확성을 높였다. 브리티시오픈에 앞서 출전한 유럽투어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이시카와는 0번 아이언을 실전에 사용했다. 지난달 8일 열린 1라운드 4번홀(파4)에서 앞바람이 심하게 불자 0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것. 공이 낮게 깔려 날아가더니 페어웨이에 떨어졌고 이시카와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이시카와는 0번 아이언으로 보통 250∼260야드를 날린다. 2번 아이언(240야드)보다는 멀리 나가고 3번 우드(270야드)보다는 약간 짧다. 이시카와는 “역풍이나 옆바람이 불 때도 0번 아이언으로 치면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생각보다 다루기도 쉽다”고 말했다. 0번 아이언은 요즘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다루기 쉬운 하이브리드 클럽이 속속 출시되면서 최근에는 1번이나 2번 아이언은 물론이고 3, 4번 아이언을 잡지 않는 프로도 적지 않다. 피팅 전문회사 MFS맞춤골프의 전재홍 사장은 “요즘 대세는 분명 하이브리드다. 개인이 좋아서 쓴다면 모를까 요즘 같은 세상에서 굳이 어려운 0번 아이언을 쓰려는 골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카와는 9월 10∼12일 제주 해비치CC에서 열리는 한일프로골프 국가대항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시카와의 골프백 속에는 이번에도 0번 아이언이 들어 있을까. 바람 많은 제주도이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도 결국 인간이었다. 한화 왼손 투수 류현진의 연속 경기 퀄리트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행진이 ‘29’에서 막을 내렸다. 23경기째 이어오던 올 시즌 전 경기 퀄리트 스타트도 멈췄다. 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 9일 만의 등판 탓인지 류현진의 컨디션은 초반부터 썩 좋지 않았다. 1회초 선두 타자 김민우에게 좌전 안타, 2번 타자 김일경에게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으며 무사 2, 3루 위기를 맞은 것. 3번 타자 유한준의 타구는 평범한 우익수 뜬공이었다. 하지만 타구가 조명탑 불빛 속에 숨어 버리면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로 돌변하고 말았다. 노련한 선수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지만 한화 우익수가 올해 신인 이상훈이라는 게 불운이었다. 이상훈은 전날까지 불과 18경기밖에 출장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후속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지만 강귀태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또 한 점을 내줬다. 류현진은 2회부터 6회까지는 평소처럼 ‘괴물’로 되돌아왔다. 직구와 체인지업, 커브 등을 섞어 던지며 추가점을 내주지 않아 6이닝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 요건을 갖췄다. 6회까지 투구 수는 98개. 팀은 6-3으로 앞서고 있어 굳이 기록을 연장시키려 했다면 그만 던지면 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7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는 1회 적시타를 쳤던 강귀태.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1볼에서 류현진의 손을 떠난 143km짜리 직구는 몸쪽 높은 곳으로 들어왔고 강귀태는 이 실투를 놓치지 않고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로써 지난해 8월 19일 삼성과의 대전 경기 이후 1년 넘게 이어오던 2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행진이 끝이 났다. 강귀태는 26일 홈런으로 ‘신기록 브레이커’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강귀태는 2007년 10월 3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다니엘 리오스의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퍼펙트 경기를 무산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9회 1사까지 퍼펙트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강귀태는 리오스를 상대로 왼쪽 안타를 쳐내 대기록을 저지했다. 강귀태는 “평소 같았으면 파울이 될 타구였으나 오늘 현진이의 구위가 썩 좋지 않아 홈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퀄리티 스타트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깨져 오히려 후련한 생각도 든다. 남은 게임에서 잘 던져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 삼진 1위)을 꼭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퀄리티 스타트 행진이 멈추긴 했지만 류현진은 이날 16승째를 따내며 20승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류현진은 4, 5번 남은 선발 등판과 불시의 구원 등판을 통해 20승에 도전한다. 선두 SK는 KIA를 7-0으로 꺾고 4연승 행진을 이어갔고, 2위 삼성은 3위 두산을 6-4로 이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조성환 맞힌 충격에… 윤석민 1군 ‘아웃’▼우울증 - 무기력증 시달려,장기치료 진단 사실상 시즌마감KIA 투수 윤석민(24·사진)이 사구(死球)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하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KIA는 26일 “윤석민이 24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조성환의 머리를 맞힌 뒤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병원 검진 결과 장기간 휴식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와 엔트리에서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팀의 뒷문을 책임지던 윤석민이 사실상 시즌을 마감해 KIA는 4강 경쟁에서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민은 24일 롯데와의 사직경기에서 9회 2사 후 던진 체인지업이 손에서 빠지면서 조성환의 머리를 맞혔다. 조성환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곧바로 교체됐고 흥분한 일부 롯데 팬은 물병과 쓰레기를 던지며 강하게 항의했다. 15일에는 롯데 주포 홍성흔이 윤석민의 투구에 맞아 왼손등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기에 롯데 팬들은 더욱 흥분했다. 윤석민은 곧바로 롯데 더그아웃과 관중석을 향해 머리를 숙여 사과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죄책감과 함께 관중들로부터 받은 야유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윤석민은 25일 병원에서 공황장애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결국 26일 심리 전문 병원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윤석민은 6월 18일 SK전에서 역전을 허용한 뒤 주먹으로 라커를 내리치다 새끼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해 약 2개월간 출장하지 못하는 등 올해 유독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퀼리노 로페즈의 호투, CK(최희섭-김상현)포의 맹타, 절묘한 작전 성공…. 2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의 저력이 나오는 듯했다. 외국인 투수 로페즈는 1회초 3점을 내줬지만 이후 안정된 투구 내용을 보이며 7이닝을 4실점으로 잘 막았다. 김상현은 2회 2점 홈런을 쳤고, 최희섭은 안타 2개를 때렸다. 3-4로 뒤지던 7회에는 김상훈과 박기남의 대타 작전 성공에 상대 실책까지 더해 7-4로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올해의 KIA는 지난해에 비해 2%가 부족했다. 허약해진 중간 계투진과 어설픈 수비가 또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22세이브에 평균자책 0.53을 기록했던 유동훈은 8회 등판하자마자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무사만루의 위기를 자초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박경수의 2타점 적시타로 1점 차로 쫓긴 상황에서 이택근 타석에서는 유격수 이현곤의 실책이 나왔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윤상균의 2루수 앞 땅볼 때 이현곤의 실책성 플레이로 더블플레이에 실패한 것도 뼈아팠다. LG는 이 찬스를 놓치지 않고 박용택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았다. 한 경기가 아쉬운 KIA는 결국 7-8로 역전패했고 4위 롯데와의 승차는 5.5경기로 벌어졌다. 선두 SK는 넥센에 6-2로 역전승하며 이날 경기가 없던 2위 삼성과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렸다. 두산은 한화를 10-6으로 꺾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선동열 삼성 감독은 현역 시절 ‘국보 투수’로 불렸다.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것만으로도 상대 팀에 위압감을 줄 정도였다. 선 감독은 요즘 한화의 ‘괴물투수’ 류현진(사진)과 비교되곤 한다. 류현진은 최약체 팀으로 평가받는 한화 소속으로 25일 현재 15승 4패 평균자책 1.64의 빼어난 피칭을 하고 있다. 올해 23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등 최근 선발로 나간 29경기에서 연속 퀄리트스타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선 감독은 항상 “류현진이 나보다 낫다”고 말한다. 선 감독은 “8, 9회는 너끈히 던지는 류현진이 괴물은 괴물이다. 특히 29경기 연속 선발투수로서 자기 몫을 다 해냈다는 게 신통하다”며 “나는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버텼지만 류현진은 직구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4개의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진다”고 설명했다. 시대가 달라졌고 타자들의 수준도 달라져 두 사람을 직접 비교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선 감독으로서는 류현진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보낸 것이다.○ 류현진 칭찬 릴레이 타 구단 감독들 역시 류현진에 대한 칭찬으로 입이 닳을 정도다. 역시 현역 시절 최고의 오른손 투수로 활약했던 넥센 김시진 감독은 “내가 본 왼손 투수 중 역대 최고”라고 극찬했다. 김 감독이 특히 높은 점수를 준 것은 바로 경기운영 능력이다. 김 감독은 “전력투구할 때와 힘을 빼고 던질 때를 잘 이용한다. 몸속에 구렁이가 10마리쯤 있는 것 같다. 아예 타자들을 가지고 논다”고 말했다. 쓴소리 잘하기로 유명한 김성근 SK 감독도 “에이스란 승률 7할에서 8할 정도를 거두면서 투구 수 110개로 7, 8회를 버텨야 한다. 현재 진정한 에이스라고 불릴 만한 선수는 류현진밖에 없다”고 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더는 말할 게 없는 투수 아니냐”고 했다. 조범현 KIA 감독은 “타격 7관왕을 달리는 이대호(롯데)와 류현진 중 한 명만 데려올 수 있다면 단연 류현진”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통한다 미국 야구에 정통한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투수”라고 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 C C 사바티아를 거론하며 “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 정도가 아니라 9이닝을 1, 2점으로 막는 투수다. 사바티아처럼 길게 잘 던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류현진이 던지는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으로 분류될 정도라고 했다. 일본 주니치에서 4년간 뛰었던 선동열 감독은 “세이부의 에이스로 뛰다 메이저리그 보스턴에 입단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보다 류현진이 훨씬 낫다”고 잘라 말했다. 선 감독은 “볼의 위력은 마쓰자카가 나을지 몰라도 경기를 풀어가는 운영 능력은 류현진이 한 수 위”라고 말했다.○ “사재를 털어서라도…” 하지만 류현진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박종훈 LG 감독으로부터 나왔다. 박 감독은 “류현진은 내 사재를 털어서라도, 아니 주변 사람들의 돈까지 모두 보태서라도 데려오고 싶은 선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즌 초 박 감독과 한대화 한화 감독 사이에선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다. 선발진 붕괴로 어려움을 겪던 박 감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류현진을 우리 팀에 준다면 누구라도 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것. 이에 한 감독이 “그렇게 어렵게 하지 말고 차라리 우리 둘이 팀을 바꾸면 되겠다”고 말해 대화는 끝이 났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 야구인은 그를 ‘돈키호테’라고 했다. 푸근한 아저씨 웃음을 짓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수. 하지만 마운드에 선 그는 철벽이었다. 누구와 붙어도 주눅 들지 않았다. ‘대성불패’란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구대성(41·한화)이 18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야구 인생을 한미일 최고 투수들과의 인연으로 되돌아본다.》1996년 4위팀 마무리 투수로 4관왕… MVP 등극#1. vs 조계현 구대성은 투수 다관왕의 효시다. 1996년 마무리 투수였던 그는 다승과 승률, 구원, 평균자책 1위 등 4개의 타이틀을 석권했다. 팀은 4위였지만 그해 최우수선수(MVP)는 그의 차지였다.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해태에는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 김정수 등 좋은 투수들이 차고 넘쳤다. 특히 조계현은 승률과 평균자책 2위, 다승은 3위였다. 하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구대성은 30표를 받은 반면 조계현은 한 표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현대 타자 박재홍(19표)이 경쟁자였다. 1999년 롯데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에 모두 등판해 1승 1패 3세이브로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시드니올림픽 3,4위전 맞대결 완승… 日킬러 명성 확인#2. vs 마쓰자카 다이스케 2000년 열린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3, 4위전. 상대 선발은 일본이 낳은 최고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보스턴)였다. 구대성은 9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잡고 1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잠재우며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아마 시절부터 ‘일본 킬러’였던 그가 역사적인 동메달을 안긴 것이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배영수(삼성)에게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를 맞히라고 지시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치로는 당시 “30년간 일본을 이길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해 공분을 사고 있었다. 구대성은 “공이 빠른 네가 한 번 줘라(일부러 맞히라는 뜻의 은어)”고 지시했고 배영수는 그의 말을 따랐다. 구대성은 용돈으로 1만 엔을 줬다.2005년 최고 투수 존슨 상대 2루타 팀 승리 이끌어#3. vs 랜디 존슨 2000년의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이듬해 일본 오릭스에 진출해 4년간 뛰었다. 오릭스의 잔류 요청을 뿌리치고 2005년엔 전격적으로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에 입단했다. 그해 5월 23일 뉴욕 양키스와의 서브웨이 시리즈. 타석에 들어선 구대성은 당대 최고의 좌완 랜디 존슨을 상대로 2루타를 쳐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더구나 후속 타자의 번트 때 질풍 같은 홈 쇄도로 득점까지 올렸다. 팀은 7-1로 승리했고 미국 언론은 구대성의 활약을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구대성은 이때 어깨를 다쳤고 이후 별다른 활약 없이 미국 생활을 접었다. 류현진에 명품 체인지업 전수 괴물 만들어#4. with 류현진 현역 최고의 왼손 투수로 평가받는 류현진의 주무기는 바로 체인지업이다.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해준 게 바로 구대성이다. 구대성은 “2006년 캠프 때부터 하도 졸졸 따라다니면서 가르쳐 달라기에 귀찮아서 가르쳐줘 버렸다”고 했다. 사실 구대성도 선배 송진우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운 것이었다. 구대성은 “현진이는 공을 갖고 놀 줄 아는 선수다. 정말 습득이 빠르더라. 내 체인지업은 팜볼 스타일인데 현진이는 이를 자신의 체형에 맞게 새롭게 변형해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선수로 코치로… 호주서 제2의 야구인생 스타트#5. vs 구대성 한국에서 은퇴하지만 그는 호주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호주야구협회는 메이저리그와 공동으로 11월 6개 팀으로 프로 리그를 출범시킨다. 구대성은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2년간 선수 겸 코치로 뛸 예정이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치러지는 호주 프로리그에는 메이저리그의 유망주들과 우수 코치들이 대거 참여한다. 구대성은 “선진 야구를 배우고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은 가르치겠다”고 했다. 어찌 보면 메이저리그 구단에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년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다면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거나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대성불패’니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빅 보이’ 이대호(사진)가 영양가 만점의 홈런을 쏘아 올린 롯데가 6연승을 질주했다. 롯데의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롯데는 22일 사직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선발 김수완의 호투와 12안타를 퍼부으며 집중력을 발휘한 타선에 힘입어 8-3으로 이겼다. 롯데는 이날 삼성에 패한 5위 KIA와의 승차를 6경기로 벌리며 4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5회 전준우의 솔로포와 문규현의 2점 홈런으로 3점을 먼저 뽑은 롯데는 6회초 두산이 2점을 따라붙자 이대호가 6회말 달아나는 투런포로 응수하며 추격에서 벗어났다. 롯데는 7회에도 5안타를 집중시키며 3점을 보태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0일 두산전에서 7년 만의 시즌 40홈런을 기록한 이대호는 112경기에서 41개의 홈런을 날려 팀당 133경기를 치르는 정규 시즌에서 산술적으로 48홈런까지 가능해 50홈런도 노려볼 만하다. 한 시즌 50개 이상 홈런은 이승엽이 삼성에서 뛰던 1999년(54개)과 2003년(56개) 두 차례, 심정수가 현대 소속이던 2003년(53개) 한 차례 기록하는 등 역대 세 번뿐이다. 공격 타이틀 8개 부문 가운데 도루를 뺀 7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대호는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해 타율 0.366, 121타점, 154안타가 됐다. 6이닝 동안 5안타만 내주고 2점으로 막은 김수완은 5연승을 달렸다. 2위 삼성은 광주에서 KIA를 4-3으로 꺾고 3연승해 가장 먼저 70승(1무 44패) 고지에 오르면서 선두 SK(69승 40패)와의 승차를 2경기로 유지했다. 1-2로 끌려가던 삼성은 7회 박한이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3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다. 3연패를 당한 KIA는 롯데와의 4위 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다. 잠실에서는 LG가 지난 시즌 신고 선수로 입단한 선발 최성민의 5와 3분의 2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넥센을 6-2로 눌렀다. 최성민은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SK는 한화에 6-1로 승리했다. SK 선발 김광현은 15승(5패)째를 거둬 한화 류현진과 다승 공동 선두가 됐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대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롯데 이대호는 지난주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134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74년 된 일본야구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대기록이다. 연속 홈런 기록은 멈췄지만 그의 괴력은 여전했다. 20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그는 사직구장 외야 관중석을 넘기는 장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홈런으로 이대호는 2003년 삼성 이승엽(현 요미우리) 이후 7년 만에 한 시즌 40홈런을 친 타자 대열에 합류했다. 2만8500명을 수용하는 사직구장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 들어가는 구장이다. 두산과 LG가 홈으로 쓰는 잠실구장은 2만5500명이 들어간다. 1986년 개장한 사직구장에서 장외 홈런을 친 선수는 이전에 딱 한 명밖에 없었다. 그 선수도 바로 이대호였다. 2007년 4월 21일 현대전에서 비거리 150m짜리 대형 장외 홈런을 쳐냈다. 이날 이대호는 2-5로 뒤진 6회 홍상삼의 초구 낮은 직구를 퍼 올려 장외 홈런을 쳐냈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떠오른 타구는 펜스를 훌쩍 넘더니 외야 관중석을 살짝 넘어갔다. 비거리는 145m로 올 시즌 나온 홈런 중 가장 멀리 나갔다. 17일 SK전에서 39홈런을 날렸던 이대호는 불과 3일 만에 40홈런 고지에 올랐다. 역대 프로야구 13번째 40홈런이다. 종전까지 4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3번 40홈런 이상을 친 이승엽을 비롯해 9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날 홈런과 타점, 볼넷, 득점을 하나씩 추가한 이대호는 역시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에도 도전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식 시상을 하는 타자부문 상 8개 중 도루를 제외하고 방망이로 하는 7개 타이틀의 획득이 가능하다. 20일 현재 이대호는 타율, 홈런, 타점, 장타력, 안타, 득점 등 6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다. 득점은 공동 1위, 출루율은 3위지만 이 부문 선두인 홍성흔이 부상으로 남은 경기 출전이 어려워 이대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타자 부문에서 한 선수가 얻은 타이틀은 4개가 최다였다(표 참조). 1984년 이만수(삼성) 등 6명(이승엽 2차례)이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안타는 1990년, 득점은 2000년부터 시상했지만 이를 포함한다고 해도 최다 타이틀은 5개에 그친다. 백인천(1982년·MBC) 김성한(1988년·해태) 장종훈(1991년·빙그레) 이종범(1994년·해태) 이승엽(1999년·삼성)이 주인공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시즌 전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 때 한 초등학생으로부터 “아저씨는 왜 도루를 안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이대호는 “발이 느리면 홈런을 많이 치면 된다”는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놨다. 역시 발은 이대호의 전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0-1로 뒤진 2회 볼넷으로 출루한 이대호는 후속 강민호의 펜스를 맞히는 2루타 때 3루를 밟는 데 만족해야 했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전준우의 좌익수 뜬공 때 언더베이스를 시도했으나 홈에서 아웃되고 말았다. 걱정 없이 홈을 밟기 위해선 본인이나 후속 타자가 홈런을 쳐야 한다는 사실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 이대호는 2-5로 뒤진 6회 추격의 불씨를 댕기는 홈런을 쳐내며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3-5로 추격한 8회. 이대호 타석 때 이번엔 두산 수비가 스스로 무너졌다. 무사 2, 3루에 이대호는 1루수 앞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땅볼 타구를 쳤는데 공을 잡은 1루수 오재원이 결정적인 실책을 범한 것. 이 틈을 타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으며 동점이 됐다. 계속된 1사 1, 2루에서 전준우는 바뀐 투수 이현승을 상대로 결승 3점 홈런을 쏘아 올렸고 롯데는 결국 8-6으로 승리했다. 최근 4연승 행진을 이어간 롯데는 이날 삼성에 패한 5위 KIA를 4경기 차로 멀찌감치 따돌리고 4위 굳히기에 나섰다. 올 시즌 팀 최다인 5연패 중이던 SK는 최하위 한화를 맞아 연패 탈출을 시도했으나 경기 막판 계투진이 다 잡았던 승리를 날려버렸다. SK는 8회초까지 4-1로 앞섰으나 8회말 1사 2루에서 등판한 마무리 이승호가 장성호에게 적시타, 최진행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며 무너졌다. 한화 이상훈은 4-4 동점에서 송은범을 상대로 결승타를 쳐냈다. 6연패의 늪에 빠진 SK는 2위 삼성에 불과 2경기 차로 쫓기는 처지가 됐다. 한화는 최근 7연패 끝. 삼성은 KIA를 9-5로 꺾고 선두 탈환까지 가시권에 두게 됐다. 넥센은 LG에 5-4로 역전승했다. 한편 이날 4만1946명의 관중을 포함해 이날까지 496만3130명의 관중이 입장해 21일 500만 관중 돌파가 유력해졌다. 이는 역대 최소 경기 500만 관중 돌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연속 경기 홈런 세계기록(9경기)을 세운 롯데 이대호,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의 중심 타자 추신수, ‘국민 타자’로 불렸던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의 이승엽.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들이다. 세 선수 모두 투수로 프로에 입문해 타자로 성공을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순간의 선택으로 운명이 180도 달라진 것. 반면 타자로 입단해 투수로 성공한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왜 그럴까?○ 투수 출신 타자 전성시대 경남고 시절 촉망 받는 투수였던 이대호는 2001년 롯데 입단 당시 계약금으로 2억1000만 원을 받았다. 타자 유망주였던 한화 김태균(현 일본 롯데)보다 5000만 원이나 더 받았다. 하지만 불의의 어깨 부상으로 곧바로 타자로 전향했다. 청룡기 고교대회에서 우수 투수상을 받았던 이승엽 역시 왼손 투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팔꿈치가 아파 재활을 하는 동안 우연히 방망이를 잡았다가 타자로 성장했다. 추신수도 시애틀 입단과 함께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받아들였다. 이뿐 아니다. 2001년 보스턴에 투수로 입단했던 채태인은 2007년 삼성 복귀와 함께 공 대신 방망이를 잡았고 현재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넥센 장기영 역시 투수였다가 타자로 변신한 뒤 잘나가고 있다. 가히 투수 출신 타자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에이스 투수=중심 타자 투수에서 타자로의 전향이 상대적으로 쉬운 이유는 고교 때까지 대부분 선수들이 투수와 타자를 겸하기 때문이다. 특히 에이스급 투수는 대개 3, 4번을 친다. 던지는 감각이 좋은 선수가 때리기도 잘하는 것이다. 이대호나 이승엽처럼 일찍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선수들은 적응이 더욱 빠르다. 늦깎이로 타자 변신에 성공한 채태인이나 장기영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봉중근(LG)이나 송진우(전 한화) 등은 아마추어 시절 투타 모두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으나 투수에 집중해 성공한 경우다.○ 공만 빠르다고 투수가 아니다 타자의 투수 변신이 힘든 것은 투수의 몸을 만드는 게 상대적으로 더 힘들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파워를 내야 하는 타자들은 대개 상체가 우람하다. 반면 투수는 상체보다 하체가 중요하다. 달리기가 투수들의 주요 훈련인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하체를 키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또 한 경기에 90∼100개의 공을 전력으로 던질 수 있는 강한 어깨와 팔꿈치를 만들어야 한다. 제구력도 키워야 하고 직구 외에 다양한 변화구도 익혀야 한다. 2005년 올스타전 이벤트로 열린 스피드킹 선발대회에서 시속 152km를 기록한 LG 3루수 정성훈은 “고등학교 때 어깨가 좋다는 이유로 투수를 해 보려 했는데 마운드 위는 정말 다른 세상이더라. 며칠 연습을 한 뒤 끙끙 앓아누웠다”고 말했다. 강한 어깨로 유명했던 심재학도 LG 시절 투수 변신을 시도했다가 1999년 3승 3패에 그친 채 타자로 되돌아갔다.○ 그래도 예외는 있다 타자에서 투수로 변신해 성공한 선수로는 권준헌(전 현대, 한화)을 꼽을 수 있다. 1995년 3할 타자였던 내야수 권준헌은 볼 끝이 무척 좋았다. 당시 1루수였던 이숭용은 “원 바운드인 줄 알았던 공이 쭉 살아와 팔뚝을 때린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10년간 타자로 뛰었던 그는 2000년부터 투수로 변신해 다시 근 10년간 뛰었다. 2003년 강타자 송지만과 트레이드됐고 2004년 한화에선 17세이브를 거뒀다. 강한 어깨를 가진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넥센 황두성, 한화 이동현, 상무 임준혁 등이 모두 포수 출신이다. 18일 데뷔 12년 만에 완봉승을 거둔 LG 김광삼은 투수와 타자를 오락가락한 특수한 경우다. 1999년 입단 당시 타자였던 그는 곧바로 투수로 전향했고, 팔꿈치 부상으로 2007년 타자로 바꿨다가 다시 올 시즌 투수로 돌아왔다. 그는 “투수냐 타자냐보다 더욱 중요한 건 해내겠다는 절실함인 것 같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6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벌어진 2벌타 사건을 계기로 더스틴 존슨은 ‘비운의 사나이’로 불린다. 존슨은 17번홀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으나 마지막 18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할 때 벙커인 줄 모르고 클럽을 지면에 대는 바람에 2벌타를 받고 공동 5위로 밀려났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18일 존슨과 비슷한 규칙 위반 사례를 모아 소개했다.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골퍼는 다름 아닌 미셸 위(21·나이키골프)다. 미셸 위는 200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4위를 차지했으나 3라운드 경기 중 드롭을 홀과 가까운 쪽으로 했다는 이유로 실격됐다. 당시 “쓴 교훈을 얻었다”며 눈시울을 붉힌 그는 2008년 스테이트팜 클래식에선 스코어카드에 서명하는 것을 깜빡 잊어 또 실격당했다. 미셸 위는 골프닷컴에 소개되진 않았지만 2006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벙커에서 백스윙을 하다가 클럽 헤드가 공 옆에 있던 이끼 뭉치를 건드려 2벌타를 받았고 올해 KIA클래식에서는 워터해저드에 빠진 공을 칠 때 클럽으로 지면을 건드려 2벌타를 먹는 등 유독 규칙 위반과 관련된 홍역을 자주 치렀다. 에드 올리버(미국)는 1940년 US오픈에서 공동 1위로 연장 승부에 돌입했으나 곧 닥칠 폭풍우 때문에 예정보다 연장전 시작 시간이 30분 앞당겨진 사실을 알지 못해 실격 처리됐다. 2003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마크 로(잉글랜드)는 3라운드까지 선두에 2타 차로 따라붙었지만 라운드 시작 전 동반 플레이를 한 예스페르 파르네비크(스웨덴)와 스코어카드를 교환하는 것을 깜빡했다. 로와 파르네비크 모두 실격. 2001년 같은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는 이언 우스남(웨일스)이 캐디가 15개의 클럽을 갖고 나오는 바람에 2벌타를 먹었다. 우스남은 캐디의 실수를 감싸 안았지만 그 캐디는 2주 후 스웨덴에서 열린 스칸디나비아오픈에서 새벽 출발 시간에 맞춰 나오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러 결국 해고됐다. 2007년 혼다클래식의 마크 윌슨(미국)은 캐디가 동반 플레이를 펼친 다른 선수에게 조언을 해 줬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았다. 하지만 윌슨은 결국 이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1987년 앤디윌리엄스오픈에 출전했던 크레이그 스태들러(미국)의 일화도 재미있다. 3라운드 14번홀에서 나무 밑으로 들어간 공을 칠 때 옷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수건을 깔았다는 이유로 2벌타 판정을 받았다. 스탠스를 인공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었다. 스태들러는 이 판정을 스코어카드에 반영하지 않았고 결국 2위로 대회를 끝내고도 실격 처리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마지막 홀에서 파가 아니라 보기를 해 그나마 덜 억울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비운의 사나이’ 더스틴 존슨(미국)의 입에서 실제로 나온 말이다. 그 사연을 알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16일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의 휘슬링스트레이츠GC(파72·7507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골프대회인 PGA 챔피언십 4라운드. 존슨은 17번홀까지 합계 12언더파로 버바 왓슨(미국)과 마르틴 카이머(독일)에게 1타 차로 앞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존슨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휘더니 갤러리 사이에 떨어졌다. 존슨은 별다른 생각 없이 세컨드샷을 했고 그 홀에서 보기를 했다. 파 세이브를 한 왓슨 및 카이머와 동타가 된 그는 연장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PGA 규칙위원회는 그의 티샷이 벙커에 들어갔으며 세컨드샷을 할 때 클럽이 땅에 닿았다며 2벌타를 선언했다. 경기가 열린 휘슬링스트레이츠에는 1200여 개의 벙커가 있다. 갤러리 사이에 있어 전혀 벙커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존슨이 무심결에 클럽을 지면에 댔다가 2벌타를 먹은 것이다. 경기 후 존슨은 “갤러리가 하도 밟고 다닌 탓에 그냥 땅이라고만 생각했지 벙커라고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나마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해 1타 차가 아닌 2타 차로 연장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존슨은 결국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존슨과 메이저 대회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존슨은 올해 US오픈에서도 3라운드까지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11오버파 82타로 무너지면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놓쳤다. 한편 카이머(사진)는 3개 홀 스트로크 승부로 펼쳐진 연장전에서 마지막 3번째 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왓슨이 더블보기로 무너지면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뛰는 카이머는 유럽에서는 다섯 차례 우승했지만 미국 무대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선수 중에는 노승열(19·타이틀리스트)이 공동 28위(2언더파 286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최경주(이븐파 288타)와 김경태(1오버파 289타)가 각각 공동 39위와 공동 48위에 자리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계 대니엘 강(17·사진)이 미국 여자 아마추어 최고 권위의 제110회 US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대니엘 강은 1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CC(파72·6559야드)에서 36홀 매치플레이로 열린 결승전에서 제시카 코다(미국)를 2홀 차로 누르고 우승했다. 페퍼다인대 입학 예정인 대니엘 강은 지난해 골프 유학생 송민영(21)에 이어 2년 연속 한국계 챔피언이 됐다. 캘리포니아 주 사우전드 오크스에 살고 있는 대니엘 강은 열두 살에 골프를 시작했고 이전까지는 태권도로 몸을 단련한 유단자이기도 하다. 전반 18홀에서 2홀 차로 앞서며 기선을 잡은 대니엘 강은 후반 들어 샷이 흔들리면서 5개 홀을 남겨두고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32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올스퀘어를 만든 뒤 34번째 홀과 35번째 홀을 연달아 따내 승부를 갈랐다. 대니엘 강은 “이기긴 했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왜 눈물을 흘리는지 이제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