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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5일 연세대 성폭력 상담실에 대학원생 A 씨(여)가 주임교수인 최모 교수(49)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A 씨는 신고서에 “2007년 12월 대학원 입학 상담을 받으며 알게 된 최 교수가 관심을 표현하고 전공교수라는 지위를 내세워 끊임없이 성관계를 요구했다. 학업과 진로에 도움을 주고 금전 지원은 물론 처와는 이혼하겠다고 해 원치 않는 성관계를 수십 차례 가졌다”고 적었다. 학교가 즉각 진상조사에 나서자 최 교수는 “서로 연인으로 사귀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아내에게 들켜 관계를 끊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교원징계위원회는 ‘양측 진술이 엇갈리지만 부적절한 성관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며 지난해 8월 최 교수에게 해임 처분을 내렸다. 최 교수는 곧바로 교육과학기술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여기서도 같은 처분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조일영)는 최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교수 지위를 이용해 제자인 A 씨에게 디자인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과 금전 지원을 통해 성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 인정된다”며 “기혼자임에도 제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계약에 의해 합의된 연인 관계라고 주장하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양승태 전 대법관(63)을 제15대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제청권, 헌법재판소 재판관 지명권 등을 지닌 사법행정의 최고책임자. 헌법은 대법원장의 막중한 임무를 고려해 탄핵을 받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 한 6년 임기 동안 파면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은 국무위원보다 더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이 되는 대법원장은 법원 판례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도 맡는다. 동아일보는 양 후보자의 도덕성과 대법관 재직 시절 판결 성향을 분석해 인사검증 리포트를 만들었다. 》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는 군법무관(대위)으로 병역을 마쳤다. 1989년 경기 안성시 일죽면 송천리 밭 982m²(약 297평)를 사들여 등기를 하면서 주소를 허위로 기재해 2005년 대법관 임명 때 논란이 일었던 것을 제외하면 위장전입도 하지 않았다. 당시 양 대법관은 외지인 취득이 금지된 이 땅의 취득과정에 대해 “나는 관여한 바 없고 사별한 아내가 한 일로 정정했다”고 해명했다. 양 후보자는 다른 고위직 후보자에 비하면 도덕성에서 흠결이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시세보다 낮게 주택용지를 사들이거나 부인의 의료비 이중 공제 등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용지 시세보다 낮게 구입? 양 후보자의 1998년 재산공개목록에 따르면 그는 현재 살고 있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동산마을 주택용지 499m²(약 151평)를 1997년 10월 4억500만 원(3.3m²당 약 270만 원)에 매입했다. 양 후보자는 1999년 12월 이 땅에 총면적 310m²(약 94평) 규모의 2층 주택을 짓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1997년 이 땅의 공시지가는 3억6427만 원(3.3m²당 약 240만 원). 주변 부동산중개소 등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이곳의 땅값은 3.3m²당 500만∼600만 원에서 형성됐다. 이 때문에 세금 회피 등을 위해 실제보다 낮게 계약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판교나 분당보다 서울과 가까운 동산마을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땅값이 뛰었다. 동산마을 인근 부동산중개소 사장 A 씨는 “당시 공시지가가 3억6427만 원이었다면 실제 가격은 5억∼6억 원은 됐을 것”이라며 “4억500만원이라면 정말 싸게 산 것”이라고 말했다. 또 1997년 당시 이 지역 인근에서 땅을 사 집을 지은 B 씨는 “당시는 거래가격을 낮춰 계약서를 쓰도록 알선하는 부동산중개소들이 인기를 얻을 정도로 실제보다 낮게 계약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 측은 “당시는 외환위기가 터져 부동산 값이 폭락할 때였다”며 “땅주인이 장기간 땅이 안 팔리자 싼값에 팔았다. 실제 거래보다 낮게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이듬해인 1998년 이 땅의 공시지가는 3.3m²당 250만 원으로 1997년보다 오히려 10만 원 올랐다. 동아일보는 이 땅을 양 후보자에게 판 사람을 수소문했으나 등기부등본에 기재되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부인 의료비 이중 공제 양 후보자가 지난해 연말정산 때 의료비를 이중으로 공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명동의안에 따르면 양 후보자는 지난해 대법관으로 재직하며 소득 9400여만 원 가운데 32만여 원을 의료비로 공제받았다. 의료비는 한 해 총급여액의 3% 초과분부터 공제받을 수 있다. 지난해 양 후보자가 신고한 본인의 의료비는 156만여 원으로 총급여의 1.7%밖에 되지 않아 공제를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양 후보자는 부인 김모 씨(55)의 의료비 158만여 원을 합산해서 총 314만 원을 신고해 3%(282만여 원)를 넘겼고 초과 금액인 32만여 원을 공제받았다. 배우자의 의료비를 합산해 소득을 공제받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배우자를 위해 근로자 본인이 지출한 의료비는 배우자 소득 여부에 상관없이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인 김 씨도 자신의 의료비를 공제받았다는 점. 경원대 의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2월 말에 퇴직한 김 씨는 2010년 연말정산에서 158만여 원을 의료비로 신고하고 110만여 원을 공제받았다. 같은 의료비가 두 번 공제된 것. 이중 공제는 세금 탈루에 해당해 추징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인이 공제받은 의료비를 남편이 이중으로 공제받을 수는 없다”며 “같은 의료비가 이중 공제됐다면 한쪽이 부당하게 공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양 후보자 측 관계자는 “부인이 퇴직하면서 양 후보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인 것 같다”며 “국세청이 제공하는 자료를 그대로 출력해 연말정산을 했지만 확인을 거쳐 이중 공제에 해당하면 세금을 내겠다”고 말했다.○ 부인 건물 임대소득세는 정상 납부 동아일보는 부인 김 씨가 1979년 부모에게서 상속받아 형제 3명과 공동 소유했던 서울 성동구 행당동 건물(288m²)의 임대소득세를 정상 납부했는지도 취재했다. 임명동의안에 포함된 김 씨의 납세증명서에는 임대소득 납세 여부가 없었기 때문. 양 후보자 측은 2006∼2009년 종합소득세 신고명세를 공개했고 김 씨는 69만∼124만 원의 임대소득을 신고한 뒤 정상적으로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2009년 10월 건물 소유지분을 올케 남모 씨(49)에게 증여하고 현재는 토지 지분만 소유하고 있다. 국회는 6, 7일 이틀간 양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고 9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 그동안 어떤 판결 내렸나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와 함께 일해 본 법조인들은 대부분 양 후보자에 대해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따뜻한 보수 성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양 후보자는 올 2월까지 대법관으로 있으면서 대부분 다수 의견에 선 보수적 판결을 내려왔다. 하지만 여성 인권 문제나 소수자 보호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판결을 내렸다. ○ 집회 및 시위 질서에는 확고한 강골 2009년 12월 그는 집회 도중 경찰버스를 파손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상대로 국가가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집회 주최자의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한 원심을 깨고 책임 제한을 부정했다. 그는 “질서유지의무를 제대로 다하지 않아 손해배상 의무가 있는 이상 과실은 인과관계가 있는 전부에 미친다”고 밝혔다. 시위도중 지나친 확성기 사용이 공무집행방해죄의 요건인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또 그는 지난해 3월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원의 증권선물거래소 로비 점거 농성 사건에서도 업무에 다소 지장을 주더라도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했다. 그는 “정당행위라고 해서 주거 침입의 위법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용산 화재’ 사건 상고심 주심으로 그는 “진압 조치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적법성을 인정했다.○ 기업활동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 2007년 11월 냉연강판 시장에 진입하려는 현대하이스코가 포스코에 열연코일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건 선고에서 그는 “신규 사업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 거절을 한 것이기는 하나 경쟁사업자 수를 줄이거나 사업능력을 축소시켜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은 경우와 다르다”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양 후보자는 2009년 5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도 무죄 취지의 별개 의견을 냈다. 그는 “긴급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없는 상태에서 전환사채를 저가 발행한 뒤 아들(이재용 현 삼성전자 사장) 등에게 전환사채를 배정한 이 사건에서 기존 주주가 불이익을 보는 것일 뿐이지 회사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법질서 중시 2008년 9월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아 소송을 내 승소한 사람이 휴업 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를 판단한 데서도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그의 풍모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당시 모든 대법관이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근거로 원고 손을 들어줬으나 그는 “실정법 개별 조항에 의해 명백히 인정되는 권리 의무의 내용을 신의성실원칙 등으로 인해 쉽게 변경하는 것은 심각한 법체계의 혼란을 초래한다”며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2007년 3월 울산 북구청장이 전국공무원노조에 가입해서 파업을 한 공무원을 승진 임용하자 울산시장이 이를 취소한 것이 적법하다는 판결에서도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소속 정당 정책에 따라 시정을 펴는 것은 법률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 보수적인 대북관 그는 지난해 7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판단하면서 “단체의 실제 활동이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할 실질적 해악을 가지고 있다면 이적단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북한의 실체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대법원 판례는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2008년 4월 양 후보자는 북한을 방문한 혐의로 기소된 재독(在獨) 교수 송두율 씨 사건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기 전에 4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부분에 대해 유죄라고 판결했다. ○ 양성평등 소수자 문제는 따뜻한 관용 양 후보자는 양성평등과 관련해서는 전향적이다. 그는 서울북부지방법원장 재직 시절인 2001년 호주제에 대해 “남녀의 성(性)에 따른 차별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2005년 호주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05년에는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 한정한 종래의 관습법은 효력이 없다”며 여성에게도 종중 구성원 자격을 인정하기도 했다. 2006년 6월에는 “법 절차 미비를 이유로 성전환자임이 명백한 사람에 대해 호적 정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을 인정하기도 했다.■ 인사검증팀▽ 사회부 박진우 김재홍 유성열 장관석 기자}
헌법재판소는 30일 전북도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고시 취소를 놓고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헌재는 “전북도교육감의 ‘자사고 지정·고시 취소처분’은 이미 법원에서 취소가 확정된 만큼 효력이 없는 상태”라며 “따라서 교과부의 시정명령도 효력을 상실해 권한침해 상태도 종료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새로 부임한 전북도교육감은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에 대해 전임 교육감이 내린 자사고 지정 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교과부는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위법한 처분”이라며 이를 다시 취소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도교육감은 “헌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과 자주적 교육권을 실현할 수 있는 권한을 침해당했다”며 행정소송과 함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정부가 4대강 사업지인 낙동강 유역 사업을 직접 하기로 하고 사업 대행권을 경남도로부터 회수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경남도가 국토해양부의 낙동강 살리기 사업 대행권 회수 처분에 대해 “자치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권한쟁의심판청구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헌재는 “낙동강 사업은 국가하천에 관한 것으로 경남도는 이를 위임받아 해온 것이어서 다툴 권한이 없다”며 “회수 처분으로 지역 경제 및 주민 복지적 이익을 추구할 수 없게 됐지만 이는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간접적 불이익일 뿐, 자치권한이 제약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경남도가 발주를 보류하는 등 사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사업권 회수 처분을 내렸고, 경남도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과 함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의 반대토론 신청을 묵살한 것은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당시 국회의원)가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토론 신청을 했는데 묵살당했다”며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청구에서 “적법하게 반대토론이 신청되었음에도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그대로 표결이 진행돼 국회의원인 이 의원의 권한이 침해당했다”고 결정했다. 2009년 3월 제281회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을 대리해 의장 직무를 수행하던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한국정책금융공사법안 및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 심의 절차를 진행하면서 일부 의원의 반대토론 신청이 있었음에도 표결을 강행해 가결을 선포했다. 이에 이 의원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9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재판에 유력 야권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오세훈 시장의 사퇴 이후 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는 한 전 총리를 위한 ‘무력시위’ 성격이 짙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답 대신 미소와 함께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최고위원, 문희상 의원, 김원기 전 의원 등이 대거 출동해 유력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른 한 전 총리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변호인 중 한 명으로 재판에 나왔다. 김 전 의원은 “한 전 총리의 재판이 막바지로 향하는데 힘 한번 실어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오전 재판이 끝나고 이들은 서울중앙지법 내 후생관에서 김치찌개로 점심 식사를 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에게 “한 전 총리가 무죄라는 것을 제일 잘 아는 것은 검찰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후 4시경 재판이 끝나자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한 감정을 묻자 “아직 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의 재판은 내 잘못으로 벌어진 나의 재판이다”라며 “당시 검찰에 협조하면 사업에 도움이 될 줄 알았다”라고 진술 번복 사유를 다시금 확인했다. 다만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의 비서 김모 씨를 통해 한 전 총리에게 3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적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검찰이 한 전 대표와 모친이 나눈 구치소 접견 녹취 자료를 통해 “(한 전 총리 측에) 내가 3억 원을 요구했다고…”라는 등 한 전 대표가 직접 한 말을 증거 자료로 제시하자 “기억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이날 오후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돈을 건네받은 장소로 지목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의 한 전 총리 자택 인근 도로에서 현장검증을 벌였다. 양측은 한 전 대표가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에서 돈이 든 여행용 가방을 꺼내 3m 앞에 주차된 한 전 총리 차량에 옮겨 싣는 장면을 재연했다. 한 전 총리는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하는 취지로 현장검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결심 공판은 9월 19일에 열려 사건 선고는 10·26 서울시장 보선 이전에 내려질 예정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서태환)는 업무시간 중 주꾸미를 먹다 질식사한 주방보조 A 씨의 딸이 “어머니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가 오후 4시경 다른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주꾸미를 먹고 쓰러졌는데 주꾸미를 먹은 것이 본래 업무에 수반되는 필요한 행위로 보이지 않는다”며 “업무 수행과 무관한 개인적이고 자의적인 행위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공소시효가 지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교육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선거법 위반에 대한 공소시효가 선거 후 6개월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감선거는 지난해 6월 2일 치러졌다. 하지만 곽 교육감 수사의 공소시효는 아직 지나지 않았다. 현행 공직선거법 268조는 선거일 후 6개월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완료돼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선거일 이후에 벌어진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6개월’을 공소시효로 규정했다. 곽 교육감에게서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동생을 통해 처음으로 돈을 받은 시점은 2011년 2월, 마지막으로 돈을 받은 시점은 올 4월로 각각 알려져 있다. 이달 초 선관위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박 교수에게 돈이 건네진 시점들이 이미 6개월이 지나거나 다 되어가고 있음을 고려해 박 교수를 26일 전격 체포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를 적용하면 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된 4월부터 적용돼 10월경 만료된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른바 ‘19금(禁) 논란’을 빚고 있는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가 다음 달 음반 심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여성부 고위 관계자는 “술 담배 등 단어가 들어간 노래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 음반 심의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며 “제도 정비가 끝날 때까지 심의를 미룰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음반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려면 먼저 청보위 모니터요원이 음반 목록을 선정한다. 이어 그 목록을 대상으로 음반심의위원회(음심위)의 1차 심의를 거친다. 그 다음에는 매달 청보위가 본심의를 열어 유해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여성부가 당분간 심의를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다음 달에는 ‘19금’ 음반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SM엔터테인먼트가 여성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자 다른 제작사들의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노래 가사에 ‘술’이 포함돼 음주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 처분을 받은 그룹 ‘비스트’도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여성부를 상대로 “유해매체물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최대 35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묻는 공동 소송에 중견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뛰어들자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륙아주는 최근 해킹 사건 피해자 김모 씨 등 36명을 대리해 “보안상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을 지고 1인당 50만 원씩 지급하라”며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대륙아주는 로펌 순위 가운데 10위권을 오르내리는 중견 법무법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옥션이나 GS칼텍스 고객 정보 유출 사태 등에 대한 공동 소송은 대부분 대형 로펌 대신에 개인 변호사들이 맡았다. 고위관료나 대기업 임원 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사건을 수임해 온 대형 로펌은 공동 소송에 손을 대다가 품격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로펌에 속한 한 중견 변호사는 “유명 로펌의 경우 공동소송을 진행하면 오히려 로펌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 수임 자체를 꺼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대륙아주의 윤성호 변호사(36)가 주도하고 있다. 한편 36명을 원고로 소송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5일과 26일 400여 명이 대륙아주에 소송에 함께할 뜻을 전해 왔다. 대륙아주 측은 소송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해 착수 비용을 1인당 9900원으로 책정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하면서 야권에서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67)의 재판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한 전 총리는 두 건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 청탁과 함께 5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지난해 1심에서 무죄를 받고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9일 2차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 또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 씨에게서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두 재판 중 사실상 실패한 수사라는 평가를 받는 ‘5만 달러’ 사건은 이미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항소심에서 뒤집히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고 진술한 한 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정면으로 뒤집은 ‘9억 사건’은 유죄 선고 여부를 두고 예측이 엇갈린다. 재판부가 다음 달 말이나 10월 초 선고를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10월 26일로 예정된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한 전 총리가 출마하는 것은 아무런 지장이 없다. 유무죄 선고와 관계없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선거권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출마해 당선됐을 경우 재판 결과가 시장직 유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행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00만 원의 형이 확정되면서 취임 7개월 만에 지사직을 잃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노래가사에 ‘술’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해당곡과 앨범을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한 정부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안철상)는 25일 SM엔터테인먼트가 “프로젝트 그룹 ‘SM 더 발라드’가 발표한 노래 ‘내일은’에 내린 청소년 유해매체 결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노래에 ‘술에 취해 널 그리지 않게’가 3차례, ‘술에 취해 잠들면 꿈을 꾸죠’가 한 차례 들어가 있다”며 “전체 내용을 보면 연인과 헤어진 괴로운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관용적 표현일 뿐 술을 권장하는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청소년 유해매체물을 판단할 때 마약류나 환각물질 등과 술은 다르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청소년에게 접근이 허용된 시나 소설 등 문학작품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술을 마시는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노래가사에 ‘술’ 또는 ‘술에 취해’라는 문구 자체가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고 싶다는 호기심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재판부는 “가사 내용이 술을 마신 뒤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행위와 관련된 부적절한 행동을 표현하고 미화한다면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부는 올 1월 ‘SM 더 발라드’의 노래 ‘내일은’에 대해 심의를 열어 참석위원 10인의 만장일치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했다.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된 음반은 ‘19세 미만 판매금지’라는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또 오후 10시 이전에는 방송이 금지된다. 음악사이트 배포나 방송활동·공연 등에도 제약이 따른다. SM 측은 “곡 전체 의미를 살피지 않고 특정 단어에 국한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며 3월 소송을 냈다. 법원이 SM엔터테인먼트의 손을 들어주면서 노랫말에 ‘술’이 들어갔다는 등 특정 단어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이미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은 곡의 제작자나 가수들이 잇따라 소송을 낼 가능성도 커졌다. 이달 들어 여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유해매체 지정 취소 판결을 받은 SM 더 발라드의 노래뿐 아니라 비스트 ‘비가 오는 날엔’, 10cm ‘아메리카노’, 2PM의 ‘핸즈업’을 연이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했다. 이날 여성부 홈페이지 게시판 ‘열린 발언대’에는 ‘상의를 벗고 나오는 박태환을 보기가 민망하다. 없애 달라’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게 야하다는 생각이다. 스마트폰을 없애 달라’ ‘애플의 사과모양 로고가 엉덩이를 연상하게 하니, 애플을 없애 달라’ 등 과도한 규제를 풍자하는 글이 올라 홈페이지가 두 차례 마비되기도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5일 검찰과 공안당국은 “왕재산은 북한의 ‘남조선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간첩활동을 해 온 전형적인 반(反)국가단체”라고 밝혔다.○ 위장사업체에서 공작금 조달 검찰에 따르면 왕재산 총책 김모 씨는 2002년 6월 주차장용 차량번호 인식시스템 등 개발·판매업체인 ㈜지원넷을 설립했다. 2009년 중반 북한 225국으로부터 ‘차량번호 인식시스템’ 핵심 기술을 지원받고도 ‘지원넷 LPR(License Plate Recognition System·차량번호 영상인식) 주차관제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것처럼 홍보하며 같은 해 11월 판매에 들어갔다. 예전처럼 공작금을 북한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조달한 것이다. 조직원들은 여러 차례 해외 출장을 다니며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지에서 225국 공작조와 200여 차례 접선했다. 2001년 11월엔 북한 선전자료를 국내 대학도서관 등에 판매하는 전자책 출판 전문 벤처기업 ㈜코리아콘텐츠랩을 세워 선전거점으로 활용했다. ○ “인천 주요 시설 폭파 음모” 검찰은 “왕재산이 인천을 혁명 전략 거점으로 삼기 위해 주요시설 및 군부대 등을 장악하거나 폭파할 음모를 꾸몄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25국은 “인천 남동구와 남구, 동구를 특별히 거명해 인천지역당 소조책(하부 조직원)에게 2014년까지 이들 3개 지역 행정기관과 방송국 등을 장악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남구에선 저유소와 주안공업단지, 보병사단, 공수특전단, 공병대대 등에 경비원, 관리직원, 장교 등을 매수해 2014년까지 폭파 준비를 완료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 정치권 상층부에 개입하라는 지령 검찰은 “왕재산이 각종 선거 때마다 진보세력 역량을 확대하고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진보 대통합정당을 구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올 5월엔 “진보대통합정당 건설과 관련해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사회당을 고사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왕재산은 “6·2 지방선거에서 조직원들이 열심히 투쟁해 포섭 대상인 민노당 후보를 시의원이나 구의원으로 당선시켰다”고 보고했다. 국회의장 보좌관을 지낸 서울지역책 이모 씨는 2008년 2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경기 남양주을 지역구에서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이 씨는 옛 평민당 재야입당파 모임인 평화민주통일연구회 소속 국회의원 및 회원 10여 명과 정치적 연대를 긴밀히 유지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군사기밀 유출 수사 결과 225국은 유사시 군사작전계획과 조직편성, 군사정책·훈련자료, 미군의 전시 기동계획과 야전교범,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위성사진 등 광범위한 군사자료를 요구했다. 왕재산은 용산·오산 미군기지 및 주요 군사시설 등이 상세히 나와 있는 위성사진과 미군 야전교범, 군사훈련용 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수집해 대용량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아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성사진엔 발전소, 가스기지, 방위산업체, 백령도 등의 지형정보와 전투비행단, 탄약·미사일 기지 등 위치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또 2005년 8월 조선노동당 창건 60돌 기념일에 매화 문양이 새겨진 ‘매화석’을 정성품(선물)으로 북한에 보냈다. 충성심을 인정받은 김 씨 등 4명은 북한으로부터 노력훈장을 받았다.○ “총책 김 씨는 김일성 만났다” 검찰은 총책 김 씨가 북한의 ‘주체사상’을 숭배하는 ‘주사파’ 출신으로 1993년 8월 26일 김일성을 직접 만나 이른바 ‘접견교시’(김일성 또는 김정일을 직접 만나서 공작 지령을 받는 것)를 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김일성을 만난 날짜 ‘93826’을 대북보고문 등의 암호로 활용했다는 것. 인천지역책 임모 씨는 2005년 인천 문학산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 저지 시위와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시위 등에 적극 참여한 사실이 증거 사진 등으로 확인됐다. 왕재산이 2005년 8월 인천지역당인 ‘월미도’, 2005년 12월에는 서울지역당인 ‘인왕산’을 결성한 사실도 확인됐다.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 ‘학동마을’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억3800만 원, 추징금 6900만 원이 구형됐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열린 한 전 청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수집한 증거와 조사 내용이 유죄 입증에 충분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그러자 한 전 청장의 변호인은 “한 전 청장도 모르게 부인 김모 씨가 전 전 청장의 부인 이모 씨에게 선물에 따른 답례로 건넨 것으로 뇌물이 아니었다”며 “당시 정권 교체가 유력한 상황에서 전 전 청장은 후임 청장 임명과 관련한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5월 인사 청탁 명목으로 전 전 청장에게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건넨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선고는 9월 16일 오후 2시.}

5월 유산 상속 문제로 소송을 벌여오던 이복 형 A 씨와 심하게 다툰 B 씨는 재판이 끝난 후 차에 올라타다 봉변을 당했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A 씨가 차에 올라타려던 B 씨를 차 밖으로 끌어냈기 때문.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이다 경찰에 입건됐다. 당사자 간 감정 다툼과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경우가 많은 가사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서울가정법원이 재판 상대방의 위해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당사자 및 증인의 특별보호를 위한 내부규정’을 만들어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법원이 그동안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절차와 제도를 정비한 사례는 있었으나 재판을 받는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부규정을 만들고 시행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법관 통로를 이용해 당사자를 분리법원은 내규에서 “가사사건을 담당한 재판장은 당사자 및 증인의 의사, 사건 내용, 사건 관계인의 성격과 행동, 태도 등을 고려해 특별한 신변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직권으로 특별보호 대상자를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재판장이 특별보호 대상자를 지정할 경우 법원 관계자가 보호 대상자를 사전에 접촉한 뒤 특정한 시각과 장소에서 만나게 된다. 직원전용 출입통로로 이동하고 법관전용출입문을 이용해 법정으로 출입하도록 할 예정이다. 재판 도중에도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보호대상자 바로 옆에서 보호한다. 재판이 끝나면 법원경위나 경비관리대원이 상황에 따라 안전이 확인되는 특정한 장소까지 동행한 다음 배웅하게 한다. 다음 기일에 대한 사전 약속도 하게 한다. ○ 사설 경호원 대동해 법정 나오기도법원이 이런 내규를 제정한 것은 이혼·친자 확인·유산상속 등 가사사건이 가진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부부나 친족 간 내밀하고 민감한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나면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해 재판 당사자 사이에 서로 위해를 입히거나 입을 우려가 크다고 본 것.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서모 씨(38)는 “법정에서 재판장에게 말을 할 때 피고석에 앉아 있는 남편이 ‘재판 끝나고 보자’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떨려 제대로 말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정에 출석하는 당사자나 증인의 경우 위협에 대비해 사설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부부나 친족 간 법정 다툼에서 촉발된 분노가 제어되지 않고 곧바로 표출될 경우 심각한 범죄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경남의 모 대학교수 강모 씨(52) 역시 협의이혼 소송 중이었다. 2009년에는 100억 원대 재산을 두고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던 이모 씨(42)가 일부러 사고를 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양승태 전 대법관(63·서울대 법대 66학번)이 지명되면서 서울대 법대 66학번들의 관운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1966년 160명이 입학한 ‘서울대 법대 66학번’은 법조계는 물론이고 정계 관계 재계 학계에 두루 진출해 있어 법대 내부에서는 ‘실력은 물론 관운(官運)도 두루 갖춘 학번’으로 세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학번의 경우 양 후보자와 김용담 씨가 대법관을 지냈다. 정계에는 5월 작고한 김학원 전 의원(15∼17대), 박세일 한반도재단 이사장(17대 국회의원)이 66학번이다. 관계에는 양건 감사원장, 딸 외교부 특채 파동으로 사임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상철 전 서울시장, 김만복 전 국정원장, 한부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같은 학번이다. 김 전 시장은 1993년 3월 자택 그린벨트 훼손 시비로 부임한 지 7일 만에 사퇴해 역대 최단명 서울시장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재계에는 2월 신한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 회장직에 오른 한동우 씨가 있으며, 교육계에는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동기다. 서울북부지법 원장을 지내고 퇴임한 이종찬 변호사는 양 후보자와 고교(경남고), 대학 동기다. 당시 서울대 법대에는 법학과(100명)와 행정학과(60명)가 있었으며 동기회는 양 과가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 66학번 동기생들은 당시 서울대 문리대 인근에서 하숙을 하며 학교를 다니던 양 후보자에 대해 “김 전 대법관과 경남고를 수석 졸업한 양 후보자가 학창 시절에도 동기생 중에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동기생 중 김 전 대법관이 가장 먼저 사법시험을 통과했고 양 후보자는 1970년 졸업과 함께 사시에 합격했다. 안 교수는 양 후보자에 대해 “대학 시절에는 고전(古典)이나 문학 등 예술적 소양에도 관심이 많은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김영섭 법대 66학번 동기회장은 “양 후보자에게 전화해 ‘어려운 자리를 맡았으니 잘해내길 바란다’고 축하했더니 오히려 (양 후보자가) ‘위로해 줄 일 아니냐’라고 말해 함께 웃었다”고 했다. 박세일 한반도재단 이사장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일하던 1995년 사법개혁 방안을 두고 양 후보자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며 “대단히 개혁적 입장이면서도 합리적 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사진)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에 공식 취임하게 되면 사법부 질서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에선 양 후보자가 다양성의 틀을 유지하면서 조심스럽게 사법부 질서의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6년간 법원 판결의 좌편향 논란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우편향을 경계해야 하는 것도 양 후보자에게 놓여진 주요 과제다.무엇보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대법관 교체가 가장 큰 관심이다. 올 11월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퇴임하고 내년 7월 박일환(법원행정처장)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대법관의 퇴임을 고려하면 내년까지 모두 6명의 대법관이 바뀐다.법조계 안팎에선 양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 취임하면 출신 학교와 직역(職域)을 고루 안배해 대법관을 구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법원 안팎의 가장 많은 요청은 ‘서울대 편중’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현재 대법관 중에서 11월 퇴임 예정인 김지형 대법관(원광대 졸업)만 유일하게 비서울대 출신이다. 법조계에서는 고려대 출신 대법관 임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출신 직역을 놓고 보면 현 대법관 중 재조(在曹·판사 검사 등 공직) 경력이 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임명 당시 교수였던 양창수 대법관 역시 젊은 시절 판사를 거쳤다. 변호사 업계는 대법관 임명 때마다 순수 변호사 출신 대법관 임명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나 수임 활동이 활발한 변호사가 임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용훈 대법원장 역시 변호사 시절 고액수임 논란이 계속 일었기 때문이다. 공익 활동 경력이 두드러진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온다.향판(鄕判)으로 불리는 지역 법관의 발탁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04년 퇴임한 부산 출신 조무제 전 대법관 이후 향판 출신 대법관은 없었다. 새로운 여성 대법관과 검찰 출신 대법관이 누가 될지도 큰 관심이다. 현재 유일한 여성 대법관인 전수안 대법관과 검찰 출신 대법관인 안대희 대법관은 내년 7월 나란히 퇴임한다.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국회의원이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보유 주식을 대리인에게 매각하라는 행정안전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 의원(미래희망연대·사진)은 지난해 8월 남편이 경영하고 있는 도시건축 설계 업체 S사 주식을 대리인에게 맡기라는 행정안전부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의 처분에 불복하고 직무관련성인정결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신탁위는 김 의원이 지난해 6월 정무위원이 되자 보유 주식에 대해 대리인에게 맡기라는 처분을 내렸다. 정무위 소속인 김 의원이 S사에 대한 각종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무위는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경제 금융 관련 기관을 감시감독하는 기능까지 하고 있어 국회의원들이 손꼽는 인기 상임위 가운데 한 곳이다. 김 의원은 신탁위 결정에 따라 9000만 원대 상장사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그러나 대주주로서 보유하던 수억 원 규모의 남편 회사 비상장 주식을 백지신탁할 경우 대리인이 이를 매각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되자 신탁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김 의원은 “투자 목적이 아닌 가족끼리 나눠가진 지분을 매각하도록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탁위와 김 의원 측은 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화)에서 열린 공판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신탁위 측은 “김 의원이 보유 주식과 관련된 법을 입안할 수 있어 주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직무연관성을 막연하게 판단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맞섰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소꿉친구였던 A 군(당시 19세)과 B 양(당시 19세)은 자라면서 사랑을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급기야 지난해 9월 “미래를 함께하자”며 결혼을 약속했고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송파구청을 찾았다. 하지만 구청 직원은 “법정 대리인 동의가 없다”며 혼인 신고 서류를 반려했다. 민법상 만 20세 미만의 경우 혼인신고를 하려면 부모 등 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두 사람은 서울의 다른 구청 몇 곳도 들러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사랑의 증표를 원했던 두 사람은 급기야 자신들의 어머니 이름으로 도장을 파 신고서류를 작성했고 결국 원하던 혼인신고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철부지 사랑은 불과 4개월 만에 끝났다. 두 사람의 ‘비밀결혼’ 사실은 우연한 기회에 드러났다. 1월 양쪽 부모들이 각각 가족관계등록부를 뗐다가 아이들에게 전혀 모르던 남편과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화들짝 놀란 양가 어머니들은 결국 아들과 딸을 상대로 혼인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 송인우 판사는 “두 사람이 부모 동의 없이 불법으로 혼인 신고를 했기 때문에 양측 부모들의 혼인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혼인 사실이 취소되면서 미혼 신분이 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부산저축은행의 핵심 로비스트인 김양 부회장(구속 기소)이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54)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로비자금으로 10억 원을 뿌린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김 원장에 대한 속행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 부회장은 “대전저축은행 인수를 도와달라며 김 원장에게 돈을 건넸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김 원장에게 준 2000여만 원은 적은 수준이고 실제로는 10억 원 단위로 준 사람도 있었지 않느냐”라는 검사의 질문에 “이 사건과 무관하므로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라고 대답하면서도 10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준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 돈이 캐나다로 도피한 또 다른 중간 로비스트 박태규 씨(72)에게 간 것인지, 아니면 핵심 정관계 인사에게 건네졌는지를 집중 수사 할 방침이어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