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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가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애쓰는 여성에게는 선망의 대상인지 모른다. 벨기에 테니스 스타 킴 클레이스터르스(28) 얘기다. 남편과 세 살배기 딸을 둔 그는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코트에서도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지난달 말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뒤 15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엄마 선수 최초로 1위에 올랐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클레이스터르스를 e메일로 만났다. 그는 “새롭게 얻은 슈퍼맘이라는 별명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다른 엄마들보다 나은 것 같지는 않다”며 주위의 찬사를 부담스러워했다. 클레이스터르스는 벨기에 축구 대표로 뛰었던 아버지와 자국 체조 챔피언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탄탄한 하체와 타고난 유연성을 지닌 그는 1997년 프로 데뷔 후 6년 만인 2003년 세계 정상에 올랐다. 2005년에는 역대 여자 프로스포츠 시즌 최다인 220만 달러의 상금을 벌었다. 하지만 2007년 5월 24세의 나이에 사랑을 찾겠다며 갑자기 은퇴를 선언한 뒤 2개월 후 미국프로농구 선수 브라이언 린치와 결혼했다. 2008년 2월 딸 야다를 낳았다. 세인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던 그는 2009년 8월 복귀해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 세계 랭킹도 없는 상태로 출전해 트로피를 안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비결에 대해 클레이스터르스는 “내 삶이 예전보다 균형을 찾았다. 이젠 테니스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가족과 일상의 중요성을 깨닫게 돼 운동에도 더 몰두하게 되고 에너지를 얻었다. 감정의 기복도 줄었다”고 말했다. 1980년 이본 굴라공 콜리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엄마 챔피언이 된 그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지난해 11개 대회에만 출전했다. “팀을 이뤄 대회에 다녀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딸을 돌봐주게 됩니다. 어떤 대회는 탁아시설을 갖추고 있어 큰 도움이 되죠.” 휠라코리아의 스폰서를 받고 있는 클레이스터르스는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많다. 호주오픈 결승에선 중국의 리나와 맞붙었다. “아시아 선수들이 이제 버거운 경쟁자가 되고 있어요. 모든 건 기본에서 시작합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들이 좋은 코치 밑에서 테니스를 자주 접하게 한다면 뛰어난 선수가 배출될 겁니다.” 그는 “세계 1위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1인자에 집착했다면 더 많은 대회에 나갔을 것이다. 큰 대회에 주력하면서 집에서 많은 시간을 갖고 딸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킴 클레이스터르스 ::△국적: 벨기에 △생년월일: 1983년 6월 8일 △가족: 농구 선수 출신 남편 브라이언 린치(33·미국)와 딸 야다(3) △체격: 174cm, 68kg △프로 데뷔: 1997년 △통산 상금: 약 2300만 달러 △주요 성적: US오픈 우승 3회(2005, 2009, 2010년). 호주오픈 우승 1회(2011년). 여자프로테니스투어 통산 우승 41회}

LG 강을준 감독은 13일 전자랜드와의 방문경기에 앞서 서장훈을 경계 대상 1호로 꼽았다. “장훈이의 득점이 많아진 경기에서 고전했습니다. 잘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전자랜드 서장훈의 슈팅 감각은 경기 초반부터 불이 붙었다. 1쿼터에만 71%의 2점슛 성공률을 앞세워 11점을 몰아넣었다. 설상가상으로 서장훈을 막아야 될 LG 문태영은 상대의 거친 수비를 심판이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다며 항의를 하다 1쿼터에 테크니컬파울 2개를 받고 퇴장당했다. LG 공격과 수비의 핵심인 문태영이 남긴 기록은 3분 53초 출전에 4득점이었다. 서장훈은 물 만난 고기처럼 33분 동안 양 팀 최다인 24점을 집중시켜 88-82의 승리를 주도했다. 스타 기질이 강한 서장훈에게는 의욕을 넘치게 하기에 충분한 분위기였다. 아나운서로 일하는 아내의 직장인 KBS에서 모처럼 지상파 중계를 한 데다 경기장에는 올 시즌 최다인 8646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최초로 통산 1만2300득점을 돌파(1만2307득점)한 서장훈은 “연패를 끊어 다행이다. 최근 들쑥날쑥한 플레이를 해서 평소보다 더 집중하며 뛰었다”고 말했다. 최근 2연패로 주춤하던 2위 전자랜드는 27승 13패가 돼 3위인 전주 KCC(26승 15패)와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렸다. 친동생 문태영과의 맞대결이 무산된 전자랜드 문태종은 21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변현수가 23점을 보탠 LG는 올 시즌 선수 퇴장 1호를 기록한 문태영의 공백 속에 리바운드에서 25-32로 열세를 보인 게 패인이었다. 원주에서 4위 동부는 중앙대 동문 선후배인 황진원(18득점) 박지현(13득점) 김주성(9득점, 9리바운드) 윤호영(12득점)의 고른 활약으로 선두 KT를 접전 끝에 69-67로 꺾었다. 동부는 4연승을 달려 KCC를 1경기 차로 쫓았다. 울산에서는 최하위 오리온스가 모비스를 76-69로 물리치고 방문경기 5연패에서 벗어났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SK는 2009∼2010시즌을 앞두고 팀의 ‘얼굴’ 가운데 일부를 슬며시 고쳤다. 1997∼1998시즌부터 줄곧 구단 엠블럼에 들어간 칼의 방향을 바꿨다. 나이츠(기사)라는 팀명을 지닌 SK는 아래로 향한 칼 모양을 반대로 돌렸다(사진). SK의 한 관계자는 “전쟁터에서 칼이 땅을 향하고 있으면 항복을 뜻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칼끝을 하늘 쪽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당시 SK는 7시즌 동안 한 차례만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칼 방향을 달리해 봤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지난 시즌 중반 김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 신선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어도 SK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에는 자유계약선수 김효범과 검증받은 외국인선수 테렌스 레더 등을 영입해 주희정 방성윤 김민수 등 기존 멤버와 함께 우승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던 7위 SK는 최근 4연패에 빠져 6위 LG와의 승차가 2경기로 벌어졌다. 스타군단 SK의 부진은 모래알 같은 조직력과 주전 부상, 허술한 포워드 라인 등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나약한 근성도 지적된다. SK는 올 시즌 24패 가운데 10점 차 이상으로 진 경기가 17번에 이른다. 15점 차 이상의 완패도 11번. 지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악착같은 분위기를 SK에서는 찾기 힘들다. 8위 모비스는 27패 중 15점 차 이상으로 진 경기는 5번에 그쳤다. SK의 4쿼터 평균 득점은 18.7점으로 7위인 반면 4쿼터 평균 실점은 20.5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주 SK와 맞붙었던 한 감독은 “선수들이 뭔가 해보려는 의지가 안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농구연맹의 한 고위 관계자는 “SK는 팀이 져도 벤치에서 희희낙락하거나 감독이 선수를 교체하면 인상 쓰면서 물러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계산이 빨라 ‘신산(神算)’으로 불리는 신선우 감독은 “앞으로 무조건 2승 1패씩 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SK는 과연 무뎌진 칼날을 세울 수 있을까.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청야니(대만·사진)가 한여름의 남반구에서 화끈하게 몸을 풀었다.지난달 23일 스물두 번째 생일을 맞은 청야니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이달 초 호주를 찾았을 때만 해도 세계 랭킹이 5위였다. 2주 만에 그는 대만 최초이자 생애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13일 호주 골드코스트의 로열파인스리조트 골프장(파72)에서 끝난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 최종일. 청야니는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24언더파 264타로 우승했다. 공동 2위 니키 캠벨(호주)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4타 차로 제친 완승이었다. 27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를 날린 그는 아이언샷과 퍼트도 물이 올랐다. 이날 4개의 파5홀에서 버디 3개와 이글 1개를 낚으며 5타를 줄였다. 15번홀(파5)에서 4번 아이언으로 투온에 성공한 뒤 3m 거리의 이글 퍼트를 넣어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번 대회에서 장타뿐 아니라 91.7%의 그린 적중률에 홀당 평균 1.71개의 퍼트 등 삼박자가 척척 맞았다.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올해의 선수에 뽑힌 청야니. 최고 스타의 반열에 오르긴 했어도 세계 1위 자리는 여전히 신지애(미래에셋)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LET 시즌 개막 전인 호주여자오픈에서 준우승에 머문 신지애를 제치고 정상에 오르며 세계 2위까지 점프한 데 이어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청야니는 “12세 때부터 품어온 세계 최고 선수의 꿈을 이뤘다. 내일 대만 신문 1면을 장식하기를 바란다. 1, 2주 잠깐 1위에 머물고 싶지는 않다. 연말에도 그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이 대회에 불참한 신지애는 지난해 11월 1일 1위에 오른 뒤 15주 만에 2위로 내려갔다.지난해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나비스코챔피언십과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청야니는 올 시즌 전망도 한층 밝게 했다. 청야니는 17일 태국 촌부리에서 열리는 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혼다 타일랜드대회에 출전한다. 우즈, 공동 20위한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에미리츠골프장(파72)에서 끝난 유럽프로골프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는 무관 탈출을 노린 타이거 우즈(미국)가 1타 차 공동 4위로 4라운드를 시작했지만 3타를 잃어 공동 20위(4언더파)에 그쳤다. 11번홀(파3)에서 행운의 홀인원을 낚은 알바로 키로스(스페인)가 11언더파로 우승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야구를 좋아하던 11세 소년은 어느 날 방망이를 집어던졌다. “커브를 너무 못 쳐 화가 나더라고요.” 대신 골프 연습장을 찾아 아이언을 잡았다. 이렇게 시작된 골프와의 인연이 40년 넘게 이어졌다. 취미가 직업이 돼 성공 신화를 이뤘으니 주말골퍼에게는 선망의 대상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골프용품업체 테일러메이드 숀 툴런 제품개발 수석부사장(52). 신제품 드라이버 R11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한국을 찾은 그를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클럽앤스파에서 만났다. 신제품 론칭쇼에 참가한 그는 세계 골프업계에서 황금손으로 불린다. 지난 10년간 드라이버 300시리즈와 R7, 버너, 로사 퍼터 등 인기 제품의 제작을 총괄해 테일러메이드를 세계 정상의 업체로 끌어올렸다. “1999년 우리 회사는 고전하며 매출액이 290만 달러(약 32억 원) 정도에 그쳤어요. 하지만 지난해 13억 달러(약 14조 원)를 기록했죠. 좋은 물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신념 속에서 끊임없는 혁신으로 앞서가는 제품을 내놓은 덕분입니다.” 숱한 히트작을 탄생시킨 그에게 기억에 남는 것 3가지만 말해달라고 하자 “3개는 부족하다. 4개, 아니 5개가 있다”며 웃었다. 대박의 효시가 된 300시리즈 드라이버와 처음으로 셀프 튜닝 기술을 채택한 R7 쿼드 드라이버를 우선 거론했다. 또 우드 업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게 한 버너 아이언에 기존 틀을 깬 파격적인 디자인의 스파이더 퍼터, 이번에 나온 R11을 꼽았다. R11은 클럽 무게중심과 로프트를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클럽 페이스 각도까지 열고 닫을 수 있다. 크라운이 하얀색이어서 검은색 페이스와 대비돼 어드레스를 편하게 해준다. 미국에서 1월에만 50만 개가 사전 주문됐을 만큼 관심이 뜨겁다. 툴런 부사장은 “젊은 세대의 골프 인구가 늘어나는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세계에서 4번째 규모다. 한국은 골프 스타들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인큐베이터”라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에서 타고 있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임대 기간이 끝나 에쿠스를 계약했다는 그는 테일러메이드 클럽을 사용해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양용은과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우승하고 본사에 인사 왔는데 서로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렸어요.”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툴런 부사장은 1982년 테일러메이드 입사 후 1993년 지보골프를 설립해 독립했다가 2000년 친정 회사로 복귀했다. 핸디캡 2인 그는 20세 전후인 아들 셋의 핸디캡도 모두 3을 넘지 않는 싱글 가족. 베스트 스코어는 3년 전 ‘아버지의 날’에 가족과 칠 때 기록한 68타. 장남도 테일러메이드에서 시타 담당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쉰 줄에 접어든 그도 줄어든 비거리는 고민이다. “나이가 들면 운동으로 근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어요. 새 테일러메이드 클럽이 큰 도움이 됩니다(웃음). 스트레칭, 요가 등으로 몸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스윙과 체격에 맞는 최적의 클럽을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KCC 허재 감독은 최근 소통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것 같다. 특히 앞으로 팀을 이끌 젊은 선수들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허 감독은 10일 삼성과의 잠실 방문경기에 앞서 “병현이에게는 복기를 강조했고 병재는 반성문을 쓰게 한다”고 말했다. 강병현(26)은 부진했던 날에는 다음 날 꼭 그 경기의 녹화 비디오를 보고 있다. 유병재(27)는 경기 도중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A4 용지 한 장에 빼곡히 적어 다음 날 오전에 감독 책상에 올려놓도록 지시를 받았다. 벌써 5장 정도 냈다는 게 허 감독의 얘기. 지난 주말 장염에 걸려 어려움을 호소한 하승진(26)은 아예 팀에서 열외를 시켜 4시간 동안 링거 주사를 맞게 하기도 했다. 허 감독의 철저한 관리 속에 KCC는 매서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도 하승진(12득점, 7리바운드)의 골밑 장악에 강병현과 유병재의 악착같은 수비를 앞세워 73-60의 완승을 거둬 5연승을 질주했다. 3위 KCC는 25승 15패를 기록해 2위 전자랜드를 2경기 차로 쫓았다. 4강 직행이 보장되는 2위 이상의 순위를 향한 선두권 경쟁은 더욱 뜨겁게 됐다. KCC 맏형 추승균(37)은 양 팀 최다인 19점을 터뜨렸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상대 공격을 철저하게 막았다. 팀이 앞선다고 할리우드 배우처럼 무리한 플레이를 한 병재는 반성문 10장은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KCC보다 2배 많은 16개의 턴오버로 무너졌다. 안양에서는 신인 최대어 오세근 지명 후 분위기가 살아난 인삼공사가 출전선수 11명 전원이 득점하는 진기록 속에 오리온스를 68-58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삼성 안준호 감독은 경기 이틀 전 선수들을 용인 숙소에 소집하던 합숙 규정을 완화해 하루 전 소집으로 바꿨다. “게임이 너무 자주 있어 선수들이 집에서 잘 날이 거의 없어요.” 삼성은 많게는 12일 동안 6경기를 치르고 있으며 다른 팀의 사정도 비슷하다. KCC 허재 감독은 “하루 걸러 퐁당퐁당 경기를 하다 보니 지친다. 체력이 문제”라고 말했다. LG 강을준 감독은 이번 주말 스케줄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12일 오후 3시 창원에서 인삼공사와 맞붙은 뒤 13일 오후 2시 인천에서 전자랜드를 만난다. 13일 경기 시간은 원래 오후 5시였는데 공중파TV 중계를 이유로 한국농구연맹(KBL)이 변경을 요구했다. 교통체증이 심한 주말 이동이 부담스러운 데다 무거운 몸으로 코트에 나서게 됐다. 시즌 막판에 접어든 코트에 구단마다 빡빡한 일정에 대한 불만과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주말에 TV 중계 확보를 위해 3경기씩만 배정을 안 한 데다 프로야구 개막을 의식해 무리하게 일정을 잡은 탓이다. 부상 우려도 있다. KBL이 최근 내놓은 내년 시즌 경기 일정도 개선이 안 돼 구단들이 반대하면서 재검토에 들어갔다. 관중 동원에 도움이 되는 주말 경기 수를 늘리고 흥행을 위한 컵 대회를 신설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판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경기 막판 어이없는 오심으로 승패가 바뀌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구단들은 비디오 판독을 도입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은 지난달 31일 신인드래프트에 앞서 함께 차를 마시던 KCC 허재 감독의 손을 꽉 잡았다. “형님의 기운을 제가 좀 받아야겠어요.” 역대 드래프트에서 김주성 하승진 같은 최대어를 뽑았던 허 감독의 행운이 자신에게도 따르기를 염원했다. 바람대로 이 감독은 꿈에도 그리던 1순위 지명권을 얻어 대표 출신 슈퍼 루키 오세근을 지명했다. 인삼공사는 누구를 뽑을지 모르는데도 ‘오세근’이란 이름을 새긴 유니폼까지 준비하며 정성을 다했다. 오세근은 무관의 설움을 겪고 있는 인삼공사의 오랜 한을 풀어줄까. 특정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선수층이 엷은 국내 코트에는 특급 신인들이 데뷔 시즌부터 눈부신 활약으로 단번에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경우가 많다. 조상현(LG) 이규섭(삼성) 김주성(동부) 하승진(KCC)이 바로 그들이다. 조상현은 1999년 나산의 지명을 받은 뒤 신인 때 SK 현주엽과 트레이드돼 동기생 황성인, 선배 서장훈과 호흡을 맞춰 트로피를 안았다. 이듬해 이규섭은 삼성에서 신인으로 우승반지를 끼는 영광을 안았다. 드래프트 현장에서 허 감독을 만세까지 부르게 했던 김주성은 2003년 TG삼보를, 하승진은 2009년 KCC를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들은 신인 때 어느 정도 안정된 전력을 갖춘 팀에 들어가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잔뜩 부풀렸던 기대를 실망으로 끝낸 못다 핀 꽃들도 있다. SK는 1998년 현주엽을 뽑은 뒤 서장훈과 함께 최강의 콤비를 이룰 것으로 보였는데 8위에 그쳤다. 국가대표 차출이 있었던 데다 부조화를 이룬 탓이었다. SK는 2005년 1순위였던 방성윤을 영입했지만 그해 성적은 9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다. 유망주 효과와 별 인연이 없던 SK는 2007년 1순위로 뽑은 김태술의 활약으로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 게 그나마 수확이었다. 단기간에 반짝하기보다는 오랜 투자 끝에 결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 모비스는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 1순위 신인 김동우 양동근을 보강해 경험을 쌓게 한 뒤 2006년부터 네 차례 정규경기 우승과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엮어냈다. 상한가로 떠오른 인삼공사는 오세근뿐 아니라 양희종 김일두 김태술 등 주전이 줄줄이 제대를 앞두고 있다. 그래도 이상범 감독은 일단 몸을 낮췄다. “구색을 갖췄지만 대권을 노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키워야 하고 팀 컬러도 바꿔야 한다. 모비스의 사례를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아마 승균이는 몸살 났을지 몰라. 그 나이에 걔 혼자 다 했으니 뭐.” KCC 허재 감독은 8일 LG와의 창원 방문경기에 앞서 추승균 얘기를 꺼냈다. 추승균은 6일 시즌 전적 4전 전패에 빠져 있던 선두 KT와의 경기에서 33분을 뛰며 27점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 4쿼터에서 팀이 올린 14점 가운데 11점을 홀로 집중시켰다. 올해 37세. 코트에서는 이미 환갑도 지났다는 최선참의 고군분투가 허 감독은 안쓰러웠다. 추승균은 이날 LG를 맞아서도 노련한 패스로 부상으로 빠진 전태풍의 공백까지 메우며 35분 동안 17점을 넣어 83-81의 승리를 이끌었다. 추승균은 서장훈(전자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정규경기 통산 9400점을 돌파했다. 추승균이 4경기 연속 10점 이상을 기록한 3위 KCC는 4연승을 달려 24승 15패로 2위 전자랜드(26승 11패)를 3경기 차로 쫓았다. 추승균과 탄탄한 호흡을 맞춘 강병현은 21점을 터뜨렸다. 전반을 34-34로 팽팽히 맞선 KCC는 3쿼터에 추승균의 손끝으로 승기를 잡았다. 추승균이 속공에 가세해 강병현에게 손쉬운 기회를 주면서 53-40까지 달아났다. 3쿼터에 추승균은 7득점, 3어시스트를 올렸고 강병현은 9득점. KCC는 4쿼터에 문태영(23득점)과 변현수(14득점)를 앞세운 LG의 막판 추격에 1점 차로 쫓겼지만 추승균과 에릭 도슨(14득점)이 자유투를 연이어 넣어 승리를 지켰다. 6위 LG는 비록 패했어도 치열한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을 펼치고 있는 SK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유지했다. 잠실에서 SK가 9위 인삼공사에 66-81로 완패했기 때문. SK는 최근 꼴찌 오리온스에 역전패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하위 팀에 덜미를 잡혔다. 갈 길 바쁜 LG에는 고맙기만 한 고춧가루가 됐다.창원=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슈퍼볼 우승의 기운을 받았을까. 올 시즌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 정상에 오른 그린베이 패커스의 열성 팬 마크 윌슨(37·미국)이 올 들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3개 대회에 출전해 2승을 거두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윌슨은 8일 미국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TPC(파71)에서 끝난 피닉스오픈 4라운드에서 합계 18언더파로 제이슨 더프너(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2.7m 버디 퍼트를 넣어 승리했다. 1월 소니오픈에 이어 시즌 두 번째 트로피를 안은 그는 시즌 상금 209만 달러로 선두에 나섰다. 통산 4승째. 상금 랭킹 123위(78만 달러)로 간신히 출전권을 유지한 지난해와는 딴판이다. 윌슨은 그린베이가 위치한 위스콘신 주 출신. 이날 라운드 중 낙농으로 유명한 그린베이의 마스코트인 플라스틱 치즈 모자를 쓰고 나와 갤러리의 응원을 유도했다. 윌슨은 “아이와 놀아주느라 슈퍼볼을 막판에 겨우 볼 수 있었다. 그린베이가 우승했고 내 경기가 남아 있어 들뜬 나머지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는 1996년 프로 데뷔 후 2007년 혼다클래식에서 111번째 도전 만에 첫 승을 이뤘다. 173cm, 65kg의 아담한 체구인 그는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84.7야드(118위)로 장타자와는 거리가 멀지만 69%(23위)의 페어웨이 안착률, 80%(3위)의 그린 적중률 등 정교함을 앞세워 뒤늦게 전성기를 맞았다. 연초에 세계 랭킹 230위로 출발한 그는 랭킹을 51위까지 끌어올렸다. 100야드 이내의 쇼트게임을 연마하고 퍼트 스트로크를 개선한 효과를 봤다. 앙용은은 14언더파로 공동 8위를 차지해 시즌 처음으로 톱10에 들었다. 48세의 노장 비제이 싱(피지)은 공동 3위(16언더파).김종석 기자kjs0123@donga.com}

20년 넘게 감독으로 불리던 그의 명함에는 낯선 직함이 찍혀 있다. 최희암 고려용접봉 중국법인 동사장(董社長·대표이사를 뜻하는 중국말·사진). “이젠 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라고 묻자 “아직 감독이 더 익숙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연세대와 프로농구 모비스, 전자랜드에서 사령탑으로 이름을 날린 최 사장은 2009년 11월 중국 다롄으로 건너가 현지 사장으로 취임했다. 전자랜드의 자매회사인 고려용접봉 홍민철 회장의 권유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 용지 2만 평의 공장에서 114명의 직원과 일하며 생산, 영업, 대리점 관리 등을 총괄하다 설 연휴를 맞아 일시 귀국했다. 최 사장은 부임 후 회사 매출을 30%가량 늘려 지난해 280억 원에 이르게 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중국에서 영업하려면 흔히 말하는 관시(關係·인적관계를 뜻하는 중국말)가 중요한데 농구 감독 경력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대리점 사장들과 독한 백주를 하도 마셔 주량도 늘었어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었어도 수익구조가 점점 개선되고 있어요.” 선수 은퇴 후 1980년대 중반 현대건설 자재과 직원으로 이라크에서 근무했던 최 사장은 8일 출국에 앞서 바쁜 일정을 쪼개 연세대 감독 시절 제자였던 유도훈 감독이 이끄는 전자랜드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전자랜드가 상위권을 달리는데 좋은 결과를 맺기 바란다. 그래야 늘 하위에 머무는 팀에도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애정을 보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지만 미국프로농구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한 시즌도 못 버틴 채 단일시즌 최다 연패 기록을 갈아 치우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클리블랜드는 6일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의 홈경기에서 105-111로 역전패해 사상 최다인 24연패에 빠졌다. 클리블랜드는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센트럴 디비전 1위에 오른 동부 콘퍼런스의 강호였다. 하지만 원맨쇼를 펼치던 ‘킹’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 히트 이적과 주전들의 줄 부상까지 겹쳐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클리블랜드 선수의 연봉 총액은 5157만 달러로 30개 구단 가운데 28위. 최고 연봉 구단인 LA 레이커스(9156만 달러)의 절반 정도다. 연봉 랭킹 상위 30명 가운데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극도의 부진 속에 클리블랜드는 최근 35경기에서 34패를 당해 올 시즌 8승 43패로 전체 최저 승률(0.157)에 허덕이고 있다. 역대 최소 승리 기록은 1972∼1973시즌 필라델피아가 세운 9승(73패). 지난해 12월 19일 뉴욕을 꺾은 뒤 두 달 가까이 승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바이런 스콧 감독은 “무슨 말이 필요 있겠나. 경기 내용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곧 연패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숨을 지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동부 김주성은 6일 삼성과의 잠실 방문경기에서 53-39로 앞선 3쿼터 3분 30초 안재욱의 빠른 패스를 받아 호쾌한 투 핸드 덩크슛을 터뜨렸다. 6000여 팬이 들어찬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올 시즌 두 번째 덩크슛. 2002년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시즌 평균 14개의 덩크슛을 터뜨렸던 예전과 비교하면 3분의 2 정도를 소화한 올 시즌에는 가뭄에 콩 나듯 나오고 있다. 그만큼 김주성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 차출로 체력이 떨어진 데다 발등 부상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날 김주성은 모처럼 간판스타다운 기량을 과시하며 38분 동안 21점을 터뜨렸다. 김주성의 공백 속에 최근 5연패에 빠졌던 동부는 65-61로 이겨 22승 16패로 삼성과 공동 4위에 올라섰다. 8경기 만에 20점 이상을 넣은 김주성은 “팀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이기려는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 막판 삼성 이승준과 충돌한 뒤 발등이 다시 부어올라 강동희 감독을 안타깝게 했다. 부산에서 KCC는 올 시즌 4전 전패로 열세였던 KT를 79-76으로 힘겹게 꺾고 단독 3위(23승 15패)가 됐다. KCC 추승균은 4쿼터에만 11점을 집중시킨 것을 포함해 27점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리바운드에서 16-37로 크게 뒤지고도 접전을 펼친 선두 KT는 경기 막판 3점 슛이 연이어 빗나가면서 승부를 뒤집는 데 실패해 2위 전자랜드와의 승차가 1.5경기로 좁혀졌다. 대구에서 오리온스는 SK를 맞아 1점 뒤진 경기 종료 1.7초 전 오용준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은 데 힘입어 61-60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6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동준(22득점)과 아말 맥카스킬(19득점)이 공격을 주도한 오리온스는 홈경기 9연패에서도 벗어났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해 1승이 절박한 7위 SK는 최하위 오리온스에 덜미를 잡혀 16승 22패로 6위 LG와의 승차가 1.5경기 차로 벌어졌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지만 미국프로농구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한 시즌도 못 버틴 채 최다 연패 신기록을 갈아 치우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클리블랜드는 6일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의 홈경기에서 105-111로 역전패해 사상 최다인 24연패에 빠졌다. 클리블랜드는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센트럴 디비전 1위에 오른 동부 콘퍼런스의 강호였다. 하지만 원맨쇼를 펼치던 '킹'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 히트 이적과 주전들의 줄 부상까지 겹쳐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클리블랜드 선수의 연봉 총액은 5157만 달러로 30개 구단 가운데 28위. 최고 연봉 구단인 LA 레이커스(9156만 달러)의 절반 정도다. 연봉 랭킹 상위 30명 가운데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극도의 부진 속에 클리블랜드는 최근 35경기에서 34패를 당해 올 시즌 8승 43패로 전체 최저 승률(0.157)에 허덕이고 있다. 역대 최소 승리 기록은 1972~1973시즌 필라델피아가 세운 9승(73패). 지난해 12월 19일 뉴욕을 꺾은 뒤 두 달 가까이 승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바이런 스콧 감독은 "무슨 말이 필요 있겠나. 경기 내용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곧 연패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숨을 지었다.김종석 기자kjs0123@donga.com}

KT 전창진 감독은 4일 통신 라이벌 SK와의 경기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작전 타임 때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로 선수들에게 전술을 지시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첨단 정보기술(IT) 장비가 동원되기는 처음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KT 권사일 단장은 지난해 “아이패드가 우리 회사의 주력 상품인 만큼 농구단도 뭔가 기여할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에 전 감독은 “KT 임원회의에서 활용하는 아이패드를 작전판 대신 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라”고 스태프에게 요청했다. 직접 만들까도 생각했는데 20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통역 정철우 씨는 3개월 넘게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수소문한 끝에 발견했다. 전 감독은 “이 앱은 저장 기능까지 있어 복기가 가능해 편하다. 회사 홍보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경기에서 KT는 14점 차의 완승을 거뒀다. 이처럼 KT는 모기업과의 탄탄한 호흡 속에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수원에 전용 숙소인 ‘올레 빅토리움’을 개관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첨단 물리치료실, 산소방 등을 설치했다. 코트 바닥은 부상 방지를 위해 마루를 이중으로 깔았다. 선수들의 키 높이에 맞춰 세면기와 샤워 부스까지 높게 조정할 만큼 세밀하게 신경을 썼다. 약체라던 KT가 첫 정규 시즌 우승까지 넘볼 만큼 상승세를 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LG 강을준 감독은 최근 연이은 불운에 시달리며 연패에 허덕였다. 지난달 25일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가 3점슛 라인을 밟고 버저비터를 성공했는데도 심판이 2점이 아닌 3점으로 인정해 역전패를 당했다. 이틀 후 KT와의 경기에서는 막판까지 앞서다 문태영이 눈가를 다친 뒤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면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4연패에 빠진 6위 LG는 7위 SK와의 승차가 좁혀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위기에 몰린 LG가 5일 창원 홈경기에서 최하위 오리온스를 78-65로 꺾고 한숨 돌렸다. LG는 오리온스와의 맞대결에서 14연승을 질주하며 천적의 면모를 유지했다. 시즌 평균 19점을 넣던 오리온스 글렌 맥거원이 왼쪽 무릎 부상으로 결장한 것도 LG에는 모처럼의 행운이었다. LG는 17승 20패를 기록해 SK(16승 21패)와의 승차를 1경기로 벌렸다. 문태영은 23점을 넣었고 LG 기승호는 11점을 보탰다. 강을준 감독은 “수비부터 집중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국내 선수들의 외곽슛이 살아난다면 포스트시즌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에 아말 맥카스킬(27득점)과 이동준(14득점)만이 득점에 성공한 최하위 오리온스는 6연패. 울산에서 삼성은 애론 헤인즈(26득점, 13리바운드)와 이승준(18득점, 11리바운드)을 앞세워 모비스를 67-65로 힘겹게 눌렀다. 삼성은 22승 15패로 KCC와 공동 3위. 모비스는 1점 뒤진 종료 3초 전 로렌스 엑페리건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쳐 역전의 기회를 날렸다. 2위 전자랜드는 안양 방문경기에서 접전 끝에 인삼공사에 80-77로 역전승했다. 전자랜드는 26승 11패로 선두 KT를 2경기 차로 쫓았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허∼. 운명은 어쩔 수 없네.” 경희대 최부영 감독과 한양대 최명룡 감독은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이 “최진수”라고 지명을 하자 탄식을 내뱉었다. 31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였다. 이날 전체 3순위로 오리온스에 지명 받은 최진수(201.8cm·사진)는 김유택 코치의 친 아들이었다. 최진수가 생후 100일 정도 됐을 때 가정 문제로 부모가 헤어지면서 김 코치와의 인연도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었다. 1990년대 센터로 이름을 날린 김 코치(197cm)와 비슷한 외모를 지닌 최진수는 타고난 체격과 운동 능력으로 초등학교 때 농구를 시작해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역시 농구선수 출신인 최진수의 새아버지는 극진하게 뒷바라지를 했다. 최진수는 삼일중을 졸업한 후 2004년 미국으로 건너가 사우스켄트고를 거쳐 미국대학체육위원회(NCAA) 1부 리그인 메릴랜드대에 다니다 국내에 복귀한 뒤 드래프트에 나섰다. 미국에 있을 때 성을 김 씨에서 최 씨로 바꿨다. 최진수는 “동료들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알려졌고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프로의식을 갖고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유택 코치는 “2순위가 나왔어도 진수를 뽑기로 했다. 다른 선수들도 있는 만큼 크게 부각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대의 52연승을 이끈 국가대표 출신 최대어 오세근은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이상범 감독이 이끄는 인삼공사는 군 복무 중인 양희종 김태술 김일두 등이 연이어 제대를 앞두고 있어 최강의 전력을 갖추게 됐다. SK는 2순위로 중앙대 가드 김선형을 선발했다. 일본여자농구 도요타자동차 정해일 감독의 아들 정창영은 8순위로 LG에 입단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우승의 꿈은 깨졌지만 승자 못지않은 찬사가 쏟아졌다. 30일 호주 멜버른에서 끝난 호주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준우승자 리나(29·중국). 세계 11위인 그는 29일 결승에서 세계 3위 킴 클레이스터르스(28·벨기에)에게 1-2(6-3, 3-6, 3-6)로 졌다. 아시아 여자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올랐던 그에게 패배의 아쉬움은 찾기 힘들었다. 당당하고 여유가 넘쳤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승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리나는 강철 같은 자신감을 지녔다. 2002년 국가 주도의 일방적인 훈련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대표팀을 떠났다. 대학에서 2년 동안 공부하다 2004년 복귀해 광저우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투어에서 중국 선수 최초로 우승했다. 2006년 개인 코치였던 장산과 결혼한 리나는 강력한 하체를 앞세워 체력과 파워가 뛰어난 서구 선수들과 당당히 맞섰다. 가슴에 하트와 장미 문신을 새겨 넣었고 귀에도 여러 군데 피어싱을 할 만큼 개성도 강하다. 중국 테니스는 리나의 쾌거를 계기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테니스협회는 리나에게 상금액의 60%를 부과하던 세금을 12%로 경감해주고 있다. 클레이스터르스 역시 주부 선수. 17개월 전 첫딸을 출산한 후 3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땄다. 30일 남자 단식 결승에서는 세계 3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영국 선수로는 75년 만에 메이저 대회 단식 챔피언을 노린 세계 5위 앤디 머리(영국)를 3-0으로 완파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용대(삼성전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중계 카메라를 향해 살짝 눈을 찡긋해 ‘윙크 보이’란 별명을 얻었다. 승리를 향한 자신감이 넘쳤기에 미리 준비한 깜짝 세리머니였다. 3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빅터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남자복식에서 우승한 뒤 이용대는 윗옷을 벗어 관중에게 던졌다(사진). 6000명이 들어찬 관중석에서는 “꺅” 하는 비명이 쏟아졌다. 벗은 상체에는 평소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의 흔적인 탄탄한 식스팩 근육이 드러났다. 이용대는 “옷을 벗은 건 처음이다. 뭔가 색다른 걸 해 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정재성(삼성전기)과 짝을 이룬 이용대는 팔꿈치 부상에서 벗어나 절정의 컨디션으로 폭발적인 스매싱과 네트 플레이를 펼쳤다. 세계 7위 이용대-정재성 조는 세계 1위 카르스텐 모겐센-마티아스 보에 조(덴마크)를 33분 만에 2-0(21-6, 21-13)으로 완파하고 2연패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9만4800달러(약 1억600만 원). 국내 대회에선 보기 드문 뜨거운 열기 속에 이용대는 “경기 전 긴장이 돼 손까지 떨렸다. 경기가 잘 풀리고 팬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상승세를 탔다”고 말했다. 5월 1일 배드민턴 선수 출신인 최아람 씨와 10년 열애 끝에 결혼하는 정재성은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상금이 워낙 많아 어디에 쓸지 고민 좀 해보겠다”며 기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젠 미국프로골프(PGA)투어도 인종의 용광로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다양한 피부색에 다채로운 언어를 구사하는 해외파들의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올 시즌 외국 국적을 지닌 PGA투어 멤버는 22개국 80명에 이른다. 1983년에는 21명에 불과했다. 2009년 19개국 70명에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인근의 토리파인스에서 개막한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는 한국인 선수 5명과 미국 교포 2명이 총출동했다. 신인 강성훈은 1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선두에 나서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주 밥 호프 클래식에서는 역시 올해 데뷔한 조나탄 베가스가 베네수엘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PGA투어 챔피언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해외파 강세는 유럽 선수들이 주도하고 있다. 세계 랭킹 10위 안에 1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2위 마르틴 카이머(독일)를 비롯해 유럽 선수 6명이 포진했다. 유럽 선수가 1, 2위를 석권한 것은 1993년 닉 팔도, 베른하르트 랑거 이후 18년 만이다. 콧대가 높아진 유럽 선수들은 시즌 초반 PGA투어 출전을 외면할 정도까지 됐다. PGA투어의 벽이 낮아진 데는 골프가 글로벌 스포츠로 떠오르면서 실력을 갖춘 고수들이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떠오르고 있기 때문. 어릴 적부터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났던 선수들의 기량도 급성장했다. 유럽과 일본 투어 등의 상금 규모와 경쟁력도 높아졌다. 유럽 투어의 선수들은 추위, 비바람 같은 악천후와 난도 높은 코스에서 생존력을 키웠다. PGA투어에서 7승을 거둔 최경주, 아시아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양용은 등은 골프의 변방이던 아시아에서 필드의 개척자로 불린다. 이들의 활약은 신체조건과 환경이 비슷한 아시아 지역의 어린 골프 유망주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다. 반면 미국 선수들은 지난해 타이거 우즈가 무관에 그치는 등 절대 강자가 사라지고 슈퍼스타의 부진이 거듭되고 있다. 미국 골퍼 사이에는 외국 선수들이 쏟아지면서 자칫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생겨 외국인 출전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PGA투어에서 34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2개 메이저 대회를 비롯해 17개 대회의 우승이 해외파에게 돌아갔다. 1946년부터 1989년까지 메이저 대회 우승자의 75%는 미국 출생의 골퍼였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은 “이젠 몇몇 특정 선수가 아닌 누구라도 큰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다. 골프의 세계적인 저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꿈의 무대라는 PGA투어를 향하는 발길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언젠가 무늬만 PGA투어라는 얘기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