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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결혼해 평민에서 공주가 되는 ‘세기의 신부’ 케이트 미들턴을 영국 여성들은 정말 부러워할까? 영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절대 다수의 여성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인터넷뉴스 마이데일리가 리서치 회사 유고브와 함께 영국 여성 2000명을 상대로 “미들턴이 부럽냐”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무려 86%가 “전혀 부럽지 않다”고 답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20일 전했다.이유에 대해서는 ‘(왕실의 일원으로) 평범한 생활을 즐길 수 없을 것 같아서’(44%)와 ‘대중의 지나친 관심이 싫어서’(18%) ‘미디어 등 언론에 주목받는 게 부담스러워서’(10%)가 꼽혔다. “부럽다”고 응답한 여성도 280명이었다. 첫째 이유로 미들턴의 ‘재력’(27%·75명), 둘째 ‘결혼상대가 왕자여서’(20%·56명)를 꼽았다. 영국 여성들에게 미들턴은 오히려 ‘패션 아이콘’이었다. 응답자의 23%에 달하는 여성들이 영국 최고 패션 아이콘으로 영국 출신 세계적 톱 모델 케이트 모스(12%)보다 미들턴을 꼽았다(23%). 조사를 주도한 마이데일리 편집장 카를라 베반은 “많은 영국 여성이 미들턴이 결혼식 때 무슨 드레스를 입고 나올까에는 관심이 많지만 막상 그녀가 왕족이 되면서 부닥치게 될 현실까지 동경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모든 소녀가 한번쯤 공주가 되길 소망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더 이상의 동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요즘 여성들은 언론의 표적이 되거나 유명인사로서 주목받는 삶이 덫이라고 생각해 점점 경계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0시 1분(현지 시간)을 기해 북한 제재와 관련한 새 행정명령을 발효했다. 이날 발효된 행정명령에 따라 북한의 상품, 서비스, 기술 등이 직간접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것이 모두 금지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발표 자료를 통해 “2008년과 2010년 각각 발효된 행정명령 13466호와 13551호의 이행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 1718호와 1874호를 확인하는 동시에 무기수출통제법(AECA)에 규정된 수입 금지조치를 보완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발효한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시카고 선타임스’ 한인 사진기자 존 J 김 씨(36·사진)가 2011년 퓰리처상 ‘지역보도(local Reporting)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 씨는 선타임스의 프랭크 메인, 마크 컹콜 기자와 함께 2009년 7월 시카고 주택가에서 일어난 16세 소년 총격 살인 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김 씨는 7세 때 부모님을 따라 시카고로 이민을 갔다. 5년간 오클랜드트리뷴에서 활동하다 2004년 2월부터 시카고 선타임스에서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다. 김 씨가 상을 받은 보도사진은 www.suntimes.com/files/area5에서 슬라이드로 감상할 수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소말리아 해적들의 1년 수입이 평균 8만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경제 컨설팅업체인 지오폴리시티가 17일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한 민관합동 고위급 회의’에서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적들은 매년 1인당 7만9000달러(약 8600만 원)를 벌어들였다. 현재 소말리아 국민 평균 소득(500달러)의 158배다. 지난해 해적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총 2억3800만 달러로 추정되며 2015년에는 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소 1500명으로 추산되는 해적 수도 매년 400명씩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오폴리시티의 피터 미들브룩 대표는 “해적들과 일반 국민 간 소득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해적 행위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해사국(IMB) 자료에 따르면 2005년 276건이었던 해적행위는 지난해 445건으로 늘어났다. 유엔 관계자는 “해적과 관련해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정보 공유에 기초한 포괄적인 연구와 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중국에서 개고기 식용 논란이 뜨겁다. 18일 AFP통신에 따르면 16일 개 500마리가량을 태우고 허난 성의 보신탕집으로 이동하던 트럭을 동물애호단체 회원들이 막아섰다. 15시간의 대치 끝에 화물주는 실비를 보상해주면 개들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한 동물애호단체가 11만5000위안(약 1900만 원)을 지급해 개들을 구했다. 인터넷엔 400만 건이 넘는 의견이 올라왔다. ‘인간의 친구’인 개 식용을 비난하는 글이 다수지만 “소 돼지는 괜찮고 개고기만 문제 삼는 논리적 근거가 뭐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 아파트 한 채가 2415억원… 런던서 세계 최고가 거래영국 런던 도심 공원 하이드파크가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한 채가 2007년에 1억3640만 파운드(약 2415억 원)에 팔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 보도했다. 공동주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3개 층으로 이뤄진 2300m² 크기의 이 아파트 구입자는 우크라이나인으로 모두 현금으로 냈으며, 6000만 파운드(1062억 원)를 더 들여 실내 공사중이다. 미국에선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560m²)가 지난달 3000만 파운드(531억 원)에 팔렸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79)이 자신을 포함한 국가 지도부의 임기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6일 열린 제6차 공산당대회에서 젊은 지도자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인정하면서 ‘젊은 쿠바’를 만들기 위해 평의회 의장과 각료를 포함한 정치인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7년 이후 14년 만에 열린 당 대회에서 카스트로 의장은 “당의 활력을 위해 주요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임기를 5년씩 2회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인 임기 제한에 대한 언급은 쿠바 공산주의 역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BBC는 전했다. 이 제안이 실현되면 이르면 2013년이나 늦어도 2018년에 카스트로 자신도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 카스트로 의장의 발언이 재스민혁명의 영향을 받아 쿠바도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인지, 잠재적인 정적을 없애려는 정략적 발언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2008년 친형인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권력을 넘겨받은 뒤 그동안 공무원 수 감축, 민간기업 규제 완화 등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일부 손질해왔다. 이날 공산당대회에서 카스트로 의장은 식량배급과 관련해 “쿠바 경제에 감당할 수 없는 짐이자 노동 의욕을 꺾는다”고 지적했다. 카스트로는 그동안 쿠바의 문제들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왔다며 국가 생존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나라나 개인도 자기가 소유한 것 이상을 지출할 수는 없다”며 “2 더하기 2는 4이지 절대로 5가 될 수는 없고 6이나 7은 더욱 안된다. 우리는 그동안 그것이 가능한 것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쿠바의 경제적 여건으로는 국민에게 더는 장밋빛 약속을 할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퀴즈. 29일 열리는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커플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않은 사람은 다음 중 누구일까. ①신랑의 첫사랑 ②신부의 옛 애인 ③영국 주재 리비아대사 ④영국 주재 북한대사.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결혼식에 초대받은 사람들의 공식 명단을 입수했다며 초청자들의 이름을 10일 공개했다. 두 사람이 직접 정한 250명을 포함해 초청자 수가 1900명에 이른다. 명단에는 유명인사뿐 아니라 신랑 신부의 전 애인들도 포함돼 있다. 윌리엄 왕세손 측은 여자친구(로즈 파쿼)를 비롯해 첫사랑 제카 크레이그, 이사벨라 캘스로프, 아라벨라 머스그레이브 씨 등 그간 사귀었던 4명의 여성을 모두 초대했다. 미들턴 씨는 윌리엄 왕세손을 만나기 전 사귀었던 루퍼트 핀치와 윌렘 막스 씨 등 전 애인 2명을 초대했다. 유명인사로는 축구계의 ‘왕자’인 데이비드 베컴, 빅토리아 부부와 ‘미스터 빈’으로 친숙한 영화배우 로완 앳킨슨 씨도 포함됐다. 200여 명의 정부 초청 인사 명단에는 자성남 북한대사를 비롯한 짐바브웨, 이란 등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독재국가의 주영 대사들이 포함됐다. 오마르 젤반 주영 리비아대사는 3월에 참석 의사를 강력히 밝혔다가 리비아전쟁이 계속되자 철회했다고 영국 외교부가 밝혔다. 결혼식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될 예정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예멘의 반정부 시위는 사실 한 여성에 대한 석방 요구 시위에서 시작됐다. 타와쿨 카르만 씨(32). 세 아이의 엄마인 그는 3, 4년 전부터 정치개혁과 여권 신장을 위해 싸워온 시민운동가이자 언론인이다. 올 1월 말 카르만 씨가 불법시위 조직 혐의로 체포되자 학생들과 인권단체는 그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카르만 씨는 석방된 뒤 지금까지 석 달째 예멘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일각에선 그를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멘의 여성 차별은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지난해 유엔이 조사한 세계 성(性)불평등 지수에서 조사대상 138개국 중 138위다. 교육기회가 제공되지 않아 여성의 문맹률도 60%에 이른다. 그런 여권의 불모지에서 여성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이슬람 남성 권력의 정점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 부르카 쓴 시위대 시위 초기만 해도 예멘 시위대에서 여성들을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시위 중심지인 수도 사나 ‘변화의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시위대 중 여성은 기껏해야 10명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성의 수는 급격히 늘었다. 이들은 저마다 자기 여동생과 친척, 친구들을 광장에 데리고 나왔다. 눈만 내놓는 부르카를 비롯해 히잡 등 전통의상 차림이 상당수다. 예멘의 여성 언론인이자 블로거인 아프라 나세르 씨(25)는 미들이스트온라인 기고에서 “요즘은 여성들이 광장에 가면 VIP처럼 존중과 대우를 받는다”며 “보통 예멘에선 집 밖에 나가면 쉽게 성희롱의 대상이 되지만 이제 광장은 오히려 여성들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시위 형태도 과감해졌다. 단순히 행진에 참가하는 것을 넘어 광장에서 밤샘 노숙시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슬람 국가에서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특히 지금까지 100여 명이 숨지는 등 정부의 시위 진압이 강경해지는 와중에도 여성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두 달째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여성 가멜라 씨는 “우리는 돈을 기부하거나 음식, 옷을 시위대에 제공한다”며 “심지어 진압경찰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들에게 꽃을 선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독재 타도에서 여성 해방으로 여성의 시위 참여가 늘어나면서 예멘의 반정부 시위는 단순한 독재에 대한 저항에서, 남성우월주의로 변질된 기존 이슬람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성격이 확대되고 있다. 본래 이슬람 교리는 재산권을 비롯한 여성의 권리를 보장했다. 부르카나 히잡 등도 꾸란(코란)에서 강제하는 복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꾸란에 대한 해석이 남성의 전유물이 되면서 현재 아랍 여성들의 가혹한 현실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여성 시민운동가인 아말 하자르 씨는 이집트 신문인 알마스리 알야움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여성들은 정권이 강요한 새장 속에 갇혀 무지(無知)한 채 살아왔다”며 “정권은 원래 순수했던 이슬람의 본질을 나쁜 방식으로 악용해 왔고 결과적으로 극단주의가 판을 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차(茶)를 스푼으로 12시에서 시계 방향으로 6시 위치까지만 저으세요. (차와 스푼이 부딪치는) 땡그랑 소리는 듣고 싶지 않군요.” 2일 오후 영국 런던의 한 호화로운 호텔. 열 살 안팎의 소녀 12명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차 예절 강의를 듣고 있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1964년작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들은 다름 아닌 ‘공주 예비학교(Princess Prep.)’ 수강생들. 29일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씨의 결혼식을 앞두고 세계의 관심이 영국 왕실로 쏠려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는 공주 예비학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소녀들은 윌리엄 왕세손과 미들턴 씨의 전신사진 인형,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사진 가면을 쓴 교사를 앞에 두고 교육을 받았다. 홈페이지(http://princess-prep.com)에 따르면 예비학교는 8월 중순까지 세 차례 열린다. 8∼11세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내용은 공주들의 계보를 포함한 영국 왕실의 역사에서부터 전화예절, 조용히 찻잔 젓기, 옷매무시를 단정하게 하고 무릎 굽히는 법, 치마 주름 쥐는 법 등이다. 바지 착용은 금물이다. 한 회에 7일간 열리는 공주 예비학교 참가비는 항공료를 제외하고도 3995달러(약 435만 원). 모드 피셔 양(8)은 “소심하고 평범했던 내가 진짜로 공주가 된 것만 같다”며 즐거워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캠프 창립자는 미국인 제러미 파인 씨(33·여). 유럽 왕실문화를 동경해 어렸을 적부터 왕실과 관련된 서적을 탐독했다고 한다. 파인 씨는 “소녀들로 하여금 누구든지 왕비가 될 수 있고 왕족의 부모, 친구,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게 목적”이라며 “‘장래에 어떻게 하면 왕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보다 자기 통제와 자신감을 배우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딸을 참가시킨 어머니 가운데는 소녀시절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 뉴스를 동경하며 지켜봤던 여성이 많다. 딸을 참가시킨 영국인 에밀리 와트 씨는 “어린시절 (중산층에서 왕족이 된) 다이애나 비를 보며 누구나 공주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왔다”며 “사실 공주가 되고 싶다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어 모든 소녀의 꿈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집성촌’ 하면 벽지의 시골마을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인구 1000만 명의 대도시인 서울에도 여전히 집성촌이 남아 있다. 특히 서울 서초구에는 경주 김씨를 비롯해 남양 홍씨, 경주 최씨, 해주 오씨 등 집성촌이 5곳이나 있다. 하지만 최근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이들 집성촌 역시 갈수록 해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와 일선 구 역시 이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집성촌 유지를 위해 따로 지원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시내 집성촌은 12곳 4일 서울시에 따르면 6가구 이상이 모여 사는 곳을 기준으로 집성촌은 12곳이다. 서초구 내곡동 능안마을에는 경주 김씨 20∼25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내곡동 인근 홍씨 마을에는 남양 홍씨 14가구가 살고 있다. 또 서초구 신원동 본마을에는 경주 최씨 6가구가, 서초구 원지동 청룡마을에는 해주 오씨 35가구가 살고 있다. 내곡동에서 서북쪽으로 2.5km가량 떨어진 염곡동 염통골에는 창녕 조씨 후손도 35가구나 모여 산다. 서초구 내곡동 일대 집성촌에는 1978년 취락구조 개선 이전까지는 마을마다 100∼150가구가 모여 살았다. 서로 건넛마을에 살다 보니 오씨와 최씨, 김씨, 홍씨 집안은 사돈으로, 사돈의 사돈으로 얽혀 사는 경우가 많다. 강북구 우이동에 터를 잡은 원주 원씨 마을은 고려 말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집성촌이다. 1996년 서초구는 일제강점기 이후 호적을 한 번도 옮기지 않은 토박이 집성촌 주민에게 ‘서초 토박이증’을 발급해주기도 했다. ○ 급속한 도시화…집성촌 해체 위기 하지만 빠르게 진행된 서울의 도시화와 주택 개발로 이들은 결국 짐을 싸서 도시 외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초 강서구에서 집성촌을 이룬 풍산 심씨 후손은 지방문화재인 ‘문정공파묘역’만 남겨두고 뿔뿔이 흩어졌다. 불과 2년 전까지 경주 최씨 300여 가구가 살던 외발산동 광명마을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췄다.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선정돼 점점 사라지게 된 집성촌도 있다. 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강남구 세곡동 은곡마을은 보상이 끝난 현재 20가구만 쓸쓸히 남아있다. 중랑구 망우동 양원마을의 동래 정씨 후손 38가구도 지난해 하반기 오랫동안 살던 터전을 보금자리 주택 공사 때문에 내줘야 했다. 서초구 내곡동 홍씨 집성촌에서 지난해까지 20년째 통장을 맡았던 홍성동 씨(55)는 “집성촌은 그린벨트와 도시화로부터 전통을 지켜낼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며 “농업에 의존했던 주민이 개발과 수입 감소에 떠밀려 가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나각순 위원(56)은 “집성촌은 생계 기반이 비슷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서울의 집성촌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생업구조가 파괴돼 사실상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나 위원은 “현 시점에서 집성촌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려면 ‘관혼상제’의 과정을 잘 이어나가야 한다”며 “제사 등 기본적인 가족행사에서 가족끼리 지속적으로 모일 수 있는 내부동력과 함께 구나 동 단위로 자치단체가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영화 ‘시’의 주연배우 윤정희 씨(67·사진)가 프랑스 정부가 주는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 수상자로 선정됐다. 슈발리에 훈장은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매년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공을 세운 문화계 인사들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10년 전인 2001년에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65)도 같은 훈장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프랑스 정부로부터 같은 훈장을 받은 예술인 부부가 된 셈. 윤 씨는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개봉된 ‘시’가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이번에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만무방’ 이후 16년 만에 복귀해 ‘시’의 주연을 맡은 윤 씨는 지난해 4월 27일 열린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시’는 내게 제2의 데뷔작”이라며 애착을 보였다. 극중 ‘미자’ 역을 맡은 윤 씨 본명이 실제로 ‘손미자’임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윤 씨는 이 영화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호주 아시아태평양 스크린 어워즈 등 국내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훈장 수여식은 5일 오후 프랑스 문화부에서 열린다. 윤 씨 외에도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신과 인간’의 주연배우 랑베르 윌송 등 3명도 공동 수상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손태환 씨(재미) 기환 삼서물산 대표 희자 CMC 결혼상담사 정환 EBS PD 성환 엑손모빌케미칼코리아 상무 장환 중앙일보 보도본부 부국장 성희 씨 모친상·황장곤 대양E&E 부사장 고영민 씨(재캐나다) 장모상·한성애 씨(재미) 이경 자운고 교사 시모상=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9시 02-3010-2230}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량 누출된 방사성 요오드가 서울 등 전국에서 검출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방사성 오염 물질을 막을 수 있는 마스크나 방사능 수치 확인 애플리케이션(앱) 등이 인기를 모으는 반면에 일본산 농수산물에 대한 우려와 외면은 날로 커지고 있다.대기에서 방사성 오염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불안감에 방진마스크 구매에 나서 인터넷 판매량이 급증했다. ID가 ‘_moderato’인 누리꾼은 “마스크를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방사성 물질이 한국에서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갑자기 품절됐다”며 “이미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격이 몇 배로 뛰기 시작해 빨리 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고 말했다. ID ‘바다노을’을 쓰는 누리꾼은 “임신 초기라 더욱 걱정이 커 관련 정보를 인터넷으로 계속 모으고 있었다”며 “일반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을 구입해야 하는데 가격이 비싸 대신 방진마스크라도 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산업용 방진마스크와 방독면 등 재난대비 비상용품 판매량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5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실시간으로 방사능 수치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도 속속 등장했다. 준앱스닷컴은 29일 ‘한국 방사능 수치 확인’ 앱을 통해 전국의 실시간 방사능 수치와 오염 시 대피요령, 유용한 먹을거리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시민들은 일본산 먹을거리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일본산 수입 중단지역을 정부가 발표한 4개 현에서 더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25일부터 일본 후쿠시마 이바라키 도치기 군마 등 4개 현에서 생산된 유제품과 신선 과일 및 채소류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원 김누리 씨(26·여)는 “회를 좋아해 생선을 자주 사 먹었지만 이젠 불안해서 더는 먹지 못하겠다”며 “방사성 물질 누출 소식을 접하자 불안한 마음이 더 커졌는데 정부가 강력한 조치로 국민에게 신뢰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수요가 줄자 일본산 어류 가격은 나날이 하락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된 농수산물은 5억1000만 달러어치로 이는 전체 농수산물 수입액의 2.6%에 해당한다. 이 중 생태와 돔 갈치 등 일본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많은 어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1∼11일 하루 평균 77만3000여 달러어치를 수입했으나 지진 발생 이후인 12∼20일에는 하루 평균 23만여 달러로 3분의 2 이상 감소했다. 서울농수산물공사는 수입 비중이 높은 생태의 경우 10kg당 7만여 원에 달했지만 이제는 찾는 사람이 줄어 2만여 원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전국이 한일 월드컵 열기에 빠져있던 2002년 6월 29일. 이날 오전 서해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의 선제 기습 포격으로 남북 함정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이 교전으로 해군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했으며 해군 고속정 1척이 침몰했다. 하지만 당시 김대중 정부와 관계당국의 무관심 속에 이들에 대한 기억은 점차 세간의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그로부터 8년 후 또다시 북한 공격으로 천안함이 폭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2연평해전 유가족들은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아들들은 무관심에 잊혀져 갔지만 천안함 46용사들이라도 잊지 말고 안보에 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고 입을 모았다. 》■ 윤영하 소령 아버지 윤두호 씨, 희생 걸맞은 명예 지켜줬으면 “그 사람들은 아마 죽어서도 진실을 믿지 않을 겁니다.”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했던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 씨(69)는 천안함 폭침 1년을 하루 앞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천안함 괴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에서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어뢰 공격 때문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각에서는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윤 씨는 “이런 괴담 때문에 천안함 46용사 유가족들이 여전히 아파할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씨는 “하지만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인 것을 잘 아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유가족들이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위로했다. 그는 “제2연평해전은 너무 쉽게 잊혀졌지만 그나마 천안함 전사자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는 국가와 국민이 그에 걸맞은 명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상국 중사 아버지 한진복 씨, 연평해전 쉬쉬한 前정부 섭섭 “사상자가 있다고 해서 사실을 감추려고 했던 국가의 태도가 천안함 폭침 1년을 맞는 요즘 더 섭섭하게 느껴집니다.” 제2연평해전 당시 전사한 고 한상국 중사의 아버지 한진복 씨(65)는 “천안함 폭침 사건 희생 장병도, 제2연평해전 희생 장병도 모두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이라며 “국민이 천안함 사건에 관심을 가지듯 제2연평해전 전사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25일 말했다. 고 한 중사의 가족은 이 같은 섭섭함이 다른 유가족보다 조금 더 크다. 2005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한국전쟁 기념물 건립위원회’ 창립행사에 참석한 한 중사의 아내 김종선 씨(37)에게 주최 측에서 최상석에 해당하는 존 케리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옆자리를 내준 것. 한 씨는 “천안함 폭침 1년을 맞아 국가와 국민이 전사 장병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천안함뿐 아니라 우리 연평해전 유가족들도 힘을 내서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천형 중사 어머니 임헌순 씨, 연평 전사자는 홀대당하는 듯 조천형 중사의 어머니 임헌순 씨(64)는 25일 “연평해전 전사자들이 (천안함 46용사에 비해) 너무 홀대당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사건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사후 정부 지원이나 추모 열기는 뜨겁다”며 “반면 연평해전은 이미 잊혀져 버린 사건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2차 연평해전 전사자 6명은 당시 군인연금법에 ‘전사’ 항목이 없다는 이유로 ‘공무상 사망자’로 처리돼 3000만∼6000만 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았다. 전사로 처리된 천안함 46용사 보상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시 연평해전 전사자 영결식에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임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연평해전 전사자들에게도 천안함 46용사와 같은 보상을 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두 달에 한 번씩 현충원을 찾는데 9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의 상처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황도현 중사 아버지 황은태 씨, 北소행 안믿는 이들 안타까워 “추모(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대북) 경계태세 확립입니다. 천안함 폭침 1년이 지났지만 그때보다 안보가 더 나아졌는지 의문입니다.”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 씨(64)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황 씨는 2002년 아들이 비명에 간 이후 이제는 안보 관련 집회의 단골 연사가 됐다. 그는 “아들의 죽음이 잊혀질까 두려워 목소리 높여 안보를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5일 열리는 서울 광화문 천안함 추모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우리 애들(제2연평해전 전사자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데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황 씨는 “천안함 폭침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북한의 공격 자체를 믿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안타깝다”며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불러일으킨 국민적 관심을 꼭 안보태세 확립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동아일보가 ‘MIU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를 기획 보도했지만 여전히 군인들에 대한 존경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서후원 중사 아버지 서영석 씨, 유족들 함께 힘내 살아갔으면 제2연평해전 당시 기관총 사격을 하다 전사한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 씨(58)는 최근 찾은 국립현충원에서 아들 영정 앞에 사과 몇 개를 올렸다고 한다. 서 씨는 “아들이 전사한 후 3년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과수원을 이제 힘을 내서 열심히 가꾸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유가족 모임에서 총무를 맡아 매년 정기모임을 주선하며 유가족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국가와 국민에게 아들들의 업적을 더 알려야 한다”고 다독이고 있다. 서 씨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2연평해전이 국민에게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들의 유품을 집에 남겨놓지 않고 평택 2함대와 용산 전쟁박물관에 기증했다”며 “그런데도 지금은 연평해전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섭섭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사랑하는 아들,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천안함 유가족들뿐 아니라 우리 제2연평해전 유가족들도 힘을 내서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동혁 병장 아버지 박남준 씨, 지속적인 관심 가족들엔 큰힘 박남준 씨(55) 부부는 아들 고 박동혁 병장을 제2연평해전으로 떠나보낸 후 경기 안산시에서 강원 홍천군으로 이사를 갔다. 집도 아닌 중고 컨테이너에서 아내와 아들만 그리며 보낸 시간만 6년이 지났다. 박 씨는 “아들을 잃고 나서 사람을 만날 수도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피폐했다”라고 이사 이유를 말했다. 외동아들이었던 박 병장이 전사해 박 씨 가족은 제2연평해전으로 대가 끊긴 세 가족 중 한 집이 됐다. 하지만 박 씨 부부는 1년 전부터 다시 집을 짓고 작은 밭을 가꾸고 소를 기르며 살고 있다. 술도 자제할 수 있게 됐고 우울증 증세도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새로 지은 집 방 한쪽에는 아들 이름을 딴 함선의 모형과 유품 등을 전시했다. 박 씨는 “유품으로 꾸며놓은 공간을 보면서 항상 동혁이의 넋을 추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동아일보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줘서 유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동아일보 독자는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일본 내 방사성 물질 누출 피해에 대비해 한국으로 몸을 피하는 재일(在日) 외국인이 늘고 있다. 이들은 우선 가까운 한국에 머물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추이를 지켜보다 사태가 악화되면 자국으로 귀환하고 상황이 나아지면 일본으로 복귀한다는 계획이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에 따르면 17일 주일 프랑스대사관 직원 및 교민 200여 명이 한국으로 탈출한 데 이어 18일 오후 500여 명이 추가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대사관 관계자는 “일본 내 방사선 노출 위험이 커지면서 전세기 2대를 추가로 띄워 일본에 남아있는 우리 국민을 추가로 한국으로 이동시켰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입국한 프랑스인들은 서울 중구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 호텔 등에 단체 투숙하고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일본에서 피신한 프랑스 투숙객 240여 명에게 객실 120여 개를 배정했다”며 “프랑스대사관 측으로부터 일단 예약은 19일까지 하되 일본의 지진 사태 추이에 따라 일정을 연장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호텔은 이 외에도 벨기에대사관과 호주 항공사로부터 예약 문의 전화를 받았다. 또 다른 서울의 주요 호텔들에도 각국 대사관이나 외국계 기업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강남의 리츠칼튼 호텔은 일본의 미국계 기업으로부터 단체 숙박 가능 여부를 묻는 공문을 받았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도 각국 대사관으로부터 같은 문의를 받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고속선 및 여객선 업체들도 바빠졌다. 부산과 일본 사이를 운행하는 부관훼리와 고려훼리, 미래고속 등에 따르면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일본으로 가는 한국인 단체관광은 대부분 취소됐지만 일본에서 한국으로 나오려는 승객은 평소보다 늘었다. 부산경남본부세관 측은 지진 전 일주일에 비해 지진 후 일주일 동안 일본에서 부산항으로 들어온 외국인이 12%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고려훼리 관계자도 “아직 일본에 남아 있는 친인척들을 대신해 예약을 할 수 있는지 묻는 국내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인들의 따뜻한 안부 전화와 e메일을 받고 아내와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참사로 일본 국민의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목사이자 사회운동가로 한국에서 활동했던 일본인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地·80·사진) 씨가 한국의 온정의 손길에 감사의 뜻을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노무라 씨와 한국의 인연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라 씨는 1968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후 1973년부터 1985년까지 50여 차례나 대한해협을 넘나들었다. 일본 내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목격한 뒤 노무라 씨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한국인에 대한 봉사활동을 결심했다. 빈민운동의 대부로 불렸던 고 제정구 국회의원과 함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를 중심으로 청계천 일대에서 빈민구호활동을 벌이며 바쁜 일정 중에도 틈틈이 청계천변을 비롯한 서울 도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2007년에는 청계천 문화관에 자신이 찍은 사진과 청계천 관련 자료 2만여 점을 기증하면서 많은 한국인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처럼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노무라 씨는 동일본 대지진 다음 날인 12일 의료복지법인 푸르메재단의 백경학 상임이사(48)에게 자신의 안부와 현지 상황을 상세히 전하는 e메일을 보내왔다. 편지에서 노무라 씨는 지진 때문에 전기 공급과 수도가 끊겨 어둠 속에서 목욕도 할 수 없고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어려움을 “북한에 사는 많은 민중과 같은 생활을 오늘밤 보내게 될 것 같다”고 비유했다. 다행히 노무라 씨와 가족들은 이번 대지진으로 인명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고 전해왔다.백 이사는 곧바로 e메일로 깊은 위로의 마음을 담은 답장을 보냈고 노무라 씨는 13일 일본 국민이 겪고 있는 대지진 피해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는 내용의 e메일을 재차 보내왔다. 그는 답장에서 “과거에, 현재에 도달할 때까지 이 나라(일본)가 한반도에 살고 계시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사죄나 보상도, 필요성조차도 알지 못하는 일본의 오만불손한 태도가 부끄럽다”며 “이름도, 지위도 없는 그런 우리에게 따뜻한 말을 전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라고 밝혔다.노무라 씨와 푸르메재단은 2009년 소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저자 임정진 소설가의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 장애인 재활병원 설립을 목표로 세워진 재단과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 일생을 보낸 노무라 씨는 궁합이 잘 맞았다. 이후 노무라 씨는 꾸준히 백 이사와 e메일을 주고받아왔다. 노무라 씨는 13일 저녁 한국 긴급구조대가 일본에 도착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며 “감격과 감동 그 자체였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편지에 옮기기도 했다. 또 “앞으로 보다 건설적이고, 상식적인, 그리고 희망이 흘러넘치는 한일 간의 교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글 말미에 이렇게 남겼다. “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 한국의 여러분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에 행복합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봉사에 국적이나 이유가 따로 있을 수 있나요.” 대한민국 1호 우주인으로 선정됐다가 2008년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한 고산 씨(35)가 14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봉사활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고 씨와 함께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 20여 명도 동참했다. 봄방학을 맞아 고 씨와 함께 한국을 찾은 이들은 고 씨의 권유로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고 씨 등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직접 반찬을 썰고 급식판에 잡채와, 전, 오징어볶음을 담는 등 어르신 700여 명분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고 씨는 “평소에 우리나라 NGO들의 역할에 관심이 많았다”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숙인들을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밥퍼나눔운동본부와 연락이 돼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온 친구들은 모두 한국이 분단국가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룬 데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모두들 힘들기는 하지만 한국에 도착한 첫날을 봉사로 시작한 점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 출신인 지닌 제이콥 씨(28·여)는 “미국의 공공 무료배식은 효율성을 중시하고 양 위주로 이뤄지는 데 반해 한국의 밥퍼는 양질의 식사를 제공해서 놀라웠다”고 말했다. 고 씨 등은 한국에 머무르는 일주일 동안 한국의 분단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판문점도 방문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1호 우주인에서 탈락한 뒤 고 씨는 그동안 국내 고등학교 등에서 우주와 관련된 강연을 하며 다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우주인을 양성하는 과학기술 정책의 중요성을 깨달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정책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과학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힘이 있지만 국내 과학기술 정책 분야는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일반인 인식 역시 낮다”며 “과학기술 정책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어 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학교 성폭력 등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학교보안관 제도가 시행된 지 열흘도 되지 않은 10일 3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안을 버젓이 돌아다니며 여자 어린이들을 잇달아 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11일 서울 용산경찰서와 용산구 이태원동 A초등학교에 따르면 10일 오전 10시 20분경 야구모자를 쓴 점퍼 차림의 한 남성이 학교 건물 안에 들어가 3층 복도에서 이 학교 학생 B 양(10)의 볼을 만지며 “너 예쁘다”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이어 4층으로 올라가 6학년 여학생 C 양을 뒤에서 껴안았다. 당시에는 쉬는 시간이었고 복도에서 이를 목격한 일부 학생이 소리를 지르며 급히 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범인도 이에 놀라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 담을 넘어 달아난 것으로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됐다. 이 학교에는 2일부터 시행된 학교보안관제도에 따라 보안관이 배치돼 있었지만 당시 정문 근처에서만 활동해 이 남성의 침입과 추행을 막지 못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근 중동 지역의 민주화 진통으로 석유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가 유흥주점(오전 2시 이후)과 대규모 점포(영업 종료 후) 등의 옥외조명을 제한하는 에너지 절약 대책을 내놨지만 시행 첫날인 지난달 28일 밤과 이튿날 새벽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시내 도심과 주요 유흥가를 살펴본 결과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었다. 정부가 에너지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지만 해당 업소들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고 서울의 유흥가는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 백화점 등 대형 점포는 잘 지켜 유흥주점과 심야 음식점이 밀집한 신사동 역삼동 논현동 등 서울 강남 일대 골목에서는 1일 새벽까지 에너지 절약은 고사하고 불 꺼진 곳을 한 군데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업주는 옥외조명을 꺼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일부 업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으로 상인만 괴롭히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역삼동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A 씨는 “간판 불을 끄면 가게가 영업을 하지 않는 줄 알 것 아니냐”며 “말은 옥외광고물만 끄라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장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노래주점을 운영하는 B 씨는 “간판 불을 끄고 영업을 하려면 호객꾼을 써서 손님을 모으는 방법밖에 없다”며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정부가 장사하는 사람들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백화점 등 대형 점포는 대부분 지침을 잘 지켰다. 롯데 신세계 등 서울 도심의 주요 백화점은 이날 영업시간이 끝나자마자 모든 조명을 완전히 껐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단지나 자동차 판매대리점의 경관조명은 여전히 켜진 채로 있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 힐스테이트아파트 단지에는 브랜드 로고를 비추는 조명이 밤새 켜져 있었고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아파트 벽면에 붙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새벽까지 계속 켜져 있었다. 에너지 절약 대책의 계도기간은 6일까지이며 이후에 적발되면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공공기관 차량 5부제도 부실 옥외광고 제한과 함께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5부제도 시행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지켜야 할 공무원 중에는 지침을 잘 몰라 차를 몰고 출근한 사람이 많았다. 이날은 끝자리가 1, 6번인 차량이 쉬어야 하는 월요일이었지만 정부과천청사 건물 주변에는 5부제 적용을 받는 차량이 다수 눈에 띄었다. 행정안전부는 이에 따라 차량 5부제를 강화하기 위해 2일부터 각 정부청사 출입문에서 청사관리소 직원 및 경비대 합동으로 위반차량을 통제하기로 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