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추락해도 CEO 임금은 왜 오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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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CEO, 누구보다 훌륭” 이사회 ‘워비곤 호수 효과’ 빠져

‘실적은 끝없이 추락해도 최고경영자(CEO)의 임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미국 기업 CEO의 비상식적인 연봉 인상을 꼬집으며 미국 거대 바이오테크 회사 중 하나인 암젠을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암젠은 지난해 3%를 포함해 지난 5년간 총 7%의 투자 손실을 기록해 공장 문을 줄지어 닫았다. 2만여 명에 달하던 인력도 1만7400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CEO인 케빈 셰어러 씨(63)의 연봉은 지난해 약 1532만 달러(약 182억 원)에서 올해는 2100만 달러(약 250억 원)로 37%나 올랐다. ‘우리 기업의 CEO가 다른 동종업계 CEO보다 적어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이른바 ‘동종업계 벤치마킹’에 이사회의 주주들이 동의한 것이다.

WP는 이 같은 관행이 미국 기업 전반에 만연해 있다며 “자신들의 CEO가 동종업계보다 능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하지 않는 ‘워비곤 호수 효과’ 때문에 CEO 임금은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워비곤 호수 효과는 미네소타 주의 가상의 마을 ‘워비곤 호수’에서 유래한 말이다. 1973년 라디오 쇼 DJ 개리슨 케일러가 ‘워비곤 호수 소식’이라는 코너를 진행하면서 이곳을 “모든 여성은 강하고, 모든 남성은 잘생겼으며, 모든 아이는 평균 이상”인 마을로 묘사했다. 이후 워비곤 호수 효과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신이 평균 이상일 것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 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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