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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다. 한화의 ‘괴물’ 류현진(25)은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제대로 고기 맛을 봤다.본선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의 잔디는 마치 푹신한 소파 같았다. 클럽하우스엔 고급 호텔에서나 볼 법한 월풀 욕조가 설치돼 있었다. 넓고 화려하고 깔끔한 구장 시설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언젠가는 이런 곳에서 한 번 뛰어보고 싶다’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멀게만 느껴지던 메이저리그가 이제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류현진은 올 시즌이 끝나면 해외진출이 가능한 7시즌을 채운다. 구단이 허락하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계약을 해 터전도 닦아 놨다. 선결 조건은 성적이다. 류현진 개인 성적은 물론이고 소속 팀 성적도 좋아야 한다. 16일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 선수들의 꿈이다.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붙고 싶다. 올해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고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괴물’ 앨버트 푸홀스와의 맞대결고교 시절 그의 우상은 ‘빅 유닛’ 랜디 존슨(전 샌프란시스코)이었다.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강속구를 따라하고 싶었다. 한국 최고의 왼손 투수로 성장한 그는 요즘 클리프 리(필라델피아)와의 맞대결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다. 류현진은 “사이영상을 수상한 투수답게 제구력이 일품이다. 리와 선발 대결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고 했다. 상대하고 싶은 타자로는 최근 LA 에인절스와 10년간 2억5400만 달러(약 2930억 원)에 계약한 ‘괴물 타자’ 앨버트 푸홀스를 꼽았다. 메이저리그 최고 몸값(10년간 2억7500만 달러·약 3170억 원) 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도 맞대결 리스트에 올려놨다. 그는 “WBC에서 처음 미국 타자들이 스윙하는 걸 봤을 땐 저 방망이에 맞으면 공이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잘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는 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았을 때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124승)을 거둔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게 된 그는 “올 시즌 선배님을 따라다니며 메이저리그에 대한 모든 걸 물어볼 것”이라며 웃었다. ○ “승엽이 형, 각오해”류현진은 올 시즌 국내 빅 매치부터 정면승부하겠다는 각오다. 윤석민(KIA), 김광현(SK) 등 한국 프로야구 에이스들과의 맞대결이 그렇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일정이 맞으면 류현진과 이들의 대결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류현진은 “각 팀 에이스들과 맞대결을 하게 된다면 ‘먼저 내려가면 진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서 던질 생각이다. 오래 버티면 이길 가능성이 많지 않겠는가”라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삼성으로 돌아온 ‘국민 타자’ 이승엽과 괴물의 맞대결도 관심사다. 류현진은 “승엽이 형과는 일단 첫 대결이 중요하다. 처음 상대할 때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 승엽이 형을 상대로 무조건 전력투구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류현진은?△생년월일=1987년 3월 25일 △신체조건=키 187cm, 몸무게 98kg △출신교=동산고△2011시즌 성적=11승 7패, 평균자책 3.36△6시즌 통산 성적=89승 43패 1세이브, 평균자책 2.83 △올해 연봉=4억3000만 원△주요 경력=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동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

#1. 이진영(32·LG 외야수)은 9년 전인 2003년을 잊지 못한다. 그는 SK 소속 고졸 5년차로 멋모르고 열심히 야구하던 ‘꼬마’였다. 2002년 처음 3할 타율(0.308)을 기록하며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2003년 시즌을 앞둔 어느 날, 하늘 같은 팀 선배 김기태(LG 감독)가 그를 부르더니 내기를 제안했다. “올해도 3할을 치면 최고급 방망이 20자루를 선물하겠다”는 거였다. “제가 지면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자 당시 선수였던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소주나 한잔 사.”그해 이진영은 타율 0.328을 기록하며 타격 5위에 올랐다.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도 기여했다. 김 감독은 사비를 털어 흔쾌히 방망이 20자루를 사 줬다. #2. LG의 중고참이 된 이진영은 지난해 8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LG 2군 감독이었던 김 감독은 당시 수석코치로 1군에 합류했다.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LG의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LG는 시즌 초반 선두권을 달렸지만 후반기 들어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머리를 박박 깎고 운동장에 나타났지만 팀의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어느 날 경기를 지고 난 뒤 운동장을 나오는데 한 팬이 다가오더니 “이진영 선수, 제발 야구 좀 잘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진영은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한 뒤 처음 들어본 말이었다. 너무 창피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존심이 엄청 상했지만 할 말이 없어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타율 0.276, 1홈런, 37타점)을 냈다. 팀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3. 전지훈련을 앞둔 이진영은 요즘 마음속으로 칼을 갈고 있다. 팀의 10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서도, 개인적인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한 해다. 올해는 또 LG와의 4년 계약의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더구나 지난해 수석코치였던 김 감독은 올해 신임 사령탑이 됐다. 이진영은 “어릴 적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최고의 왼손 타자였던 감독님은 롤 모델이었다.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걸 배웠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야구를 잘하고 싶다”고 했다.올 시즌 그가 생각하는 역할은 분위기 메이커다. 그는 “사실 실력으로만 보면 상위권 팀들과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우리 팀은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는 경향이 있다. 경험 많은 고참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잘 다독여 좋은 때건 안 좋은 때건 LG의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진영은 올 시즌 타격왕을 목표로 잡았다. 2004년에 기록한 타격 2위(타율 0.342)를 넘겠다는 각오다. 그는 “개인 성적보다 타율을 올리는 게 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진영에게 2012년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김기태 ‘화끈 리더십’ ▼지각하면 50만원 벌금… 모범 선수엔 보상 확실김기태 LG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강한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친근한 형님이었지만 팀워크를 해치는 행동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LG 선수단이 최근 자체 회의를 통해 수정한 상벌 규정에는 이 같은 김 감독의 의지가 반영됐다.먼저 팀을 비방하거나 내부 정보를 유출한 경우에는 벌금 1000만 원을 물리기로 했다. 선수단 내 도박 행위나 폭행 등도 1000만 원이다. 지각하는 선수 역시 처벌 대상이다. 지난해에는 벌금 5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10배나 많은 50만 원으로 책정했다. 한 선수가 “10번 지각하면 500만 원을 내야 하는데 액수가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10번 지각할 때까지 그 선수는 팀에 남아 있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뼈있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밖에 전력질주를 하지 않거나 늦게 베이스 커버에 들어오는 느슨한 플레이에도 수백만 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김 감독은 채찍만큼 당근도 준비했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팀플레이에 모범을 보이는 선수에겐 사비를 털어서라도 확실한 보상을 해줄 계획이다. 김 감독은 최근 실시한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박현준과 김태군, 우규민, 유원상 등 주축 선수들을 과감하게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했다. 신상필벌의 원칙을 지켜 팀을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김기태식 리더십’인 셈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유니폼 차림에 손에는 큰북과 꽹과리를 들었다. 응원을 위한 깃발도 여러 개 챙겼다. 특히 눈에 띈 건 왼쪽 팔뚝에 찬 ‘노란색 완장’이었다. 완장에는 검은색으로 ‘團長(단장)’이란 한자를 새겼다. 응원단장이라는 의미였다. 등 뒤에는 ‘必勝(필승)’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었다. 아이스하키 아시아시리즈 안양 한라와 일본 오지의 경기가 열린 10일 안양 빙상장. 테드 스미스 씨(25·캐나다)가 관중석 한쪽에 자리를 잡자 100여 명의 관중은 익숙한 얼굴을 봤다는 듯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스미스 씨는 응원을 주도하기 시작됐다. “안양∼ 한라!”를 선창하자 관중은 더 큰 목소리로 따라 했다. 스미스 씨가 치는 북소리에 따라 응원의 함성은 커졌다가 잦아지곤 했다. 스미스 씨가 한라의 비공인(?) 응원단장이 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지난해 3월부터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아시아시리즈가 시작된 직후 아이스하키장을 찾았다가 한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이스하키가 국기나 다름없는 캐나다 출신답게 그는 이후 한라의 안방경기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한라가 일본에 방문경기를 갔을 때에는 외국인 친구들과 응원하러 도쿄에 다녀왔다. 그는 “아이스하키가 너무 보고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두 팀(한라, 하이원)이 있었다. 사는 곳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이라 집과 가까운 안양을 찾았다. 처음엔 수준이 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보니 놀랄 정도로 재미있게 경기를 하더라. 유니폼도 너무 예뻐 그 길로 열혈 팬이 됐다”고 했다. 스미스 씨는 캐나다에서 고교, 대학 시절 교내 스포츠 팀의 응원단장을 맡았다. 그 끼를 살려 한국에서도 응원단장을 자처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채 1년도 안 됐지만 응원을 유도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한다. 스미스 씨는 “북미 프로 스포츠에는 치어리더는 있지만 응원단장은 없다. 하지만 한국의 응원 문화는 무척 흥겹고 즐겁다. 내겐 너무나 어울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에는 넥센의 응원단장으로도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 목동구장에서 멋진 유니폼을 차려입고 호루라기를 불며 목청껏 넥센을 응원했다. 많은 팬이 TV 중계 화면을 통해 그의 모습을 봤고 넥센 팬들은 그에게 넥센과 대통령의 합성어인 ‘넥통령’이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스미스 씨는 “좋아서 하는 일이다. 한국 스포츠 팀에서 응원단장을 하는 게 내 꿈이다”라며 밝게 웃었다.안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우리 선수들을 신인 교육에 보내지 않겠다.” 두산 신인 외야수 이규환이 10일 프로야구 신인선수 교육이 열린 충남 예산 R스파캐슬에서 숨진 사고와 관련해 김진욱 두산 감독은 11일 강력한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도 음주와 관련된 작은 소동이 있었다고 들었다. 신인 교육에 참가한 9개 구단 중 구단 직원이 동행한 곳은 우리 팀을 포함해 3곳밖에 없었다. 나머지 팀은 선수들끼리 왔다고 하더라.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가 주의를 줬다지만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것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이규환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눈여겨본 선수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겨 선수 본인과 부모, 구단 모두 가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이규환은 9일 오후 11시경부터 이 콘도 6층에서 다른 구단 선수 3명과 술을 마신 뒤 10일 오전 3시경 비상계단을 통해 자신의 방이 있는 3층으로 내려가던 중 추락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 친구, 아직도 뛰고 있데.”선동열 KIA 감독(49)이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뛸 당시 왼손 투수 야마모토 마사(47·사진)는 선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선 감독은 1999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불과 두 살 어린 야마모토는 이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2006년에는 41세의 나이에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선 감독은 주니치 시절을 회상할 때마다 “정말 야구 오래하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어느덧 일본 최고령 선수가 된 야마모토는 올해 프로 27년째를 맞는다. 더구나 올해는 개막전 선발로 등판한다. 스포츠닛폰은 다카기 모리미치 주니치 감독이 야마모토를 3월 30일 히로시마와의 개막전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리기로 했다고 9일 전했다. 1965년 8월 11일생인 야마모토의 개막전 등판이 성사될 경우 미국과 일본을 통틀어 사상 최고령 개막전 선발투수라는 신기록을 세운다. 메이저리그에선 찰리 허프(당시 플로리다)가 1994년 세운 46세 90일, 일본에서는 오노 유타카(1998년 히로시마)의 42세 7개월이 최고령이었다. 한국은 송진우(한화 코치)가 2006년에 40세 1개월 23일의 나이에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야마모토는 지난해 부상으로 한 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했지만 다카기 감독은 야마모토의 기를 살려줌과 동시에 팬 서비스를 위해 그를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다. 통산 성적은 210승 160패, 평균자책 3.44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 주자 김해진(15·과천중·사진)이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3년 연속 한국 챔피언에 올랐다. 김해진은 8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전국종합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11.9점(기술점수 62.43점, 예술점수 49.47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55.83점을 더해 167.83점으로 지난해 4월 전국종별선수권에서 기록한 자신의 최고 점수인 155.39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종합선수권 3연패는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2002년부터 4연패를 달성한 이후 처음이다. 김해진은 이날 첫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한 뒤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쳤다. 지난해 전국피겨랭킹전에서 친구이자 라이벌인 박소연(15·강일중)에게 처음 1위 자리를 내줬던 김해진은 “연습한 것만큼 점수가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 소연이는 친한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다. 서로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박소연은 이날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토룹에서 실수를 범해 최종합계 144.59점으로 2위에 그쳤다. 최다빈(12·방배초)은 141.46점으로 3위.남자 싱글에서는 김진서(16·오륜중)가 최종 합계 188.44점을 얻어 국가대표 이준형(16·도장중)과 김민석(19·고려대)을 제치고 깜짝 우승했다. 피겨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3년 만에 일궈낸 우승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컬링 하면 떠오르는 건 힘찬 빗자루질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니 헤어 컬링, 속눈썹 컬링이 먼저 화면에 나타났다. 문외한으로서 컬링 체험을 앞둔 기자는 요즘 말로 ‘대략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컬링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이 메달을 딸 수 있는 유일한 구기종목으로 꼽힌다. 그 이유는 컬링 빙판 위에 선 뒤 곧 깨달을 수 있었다. ○ 한국 사람에 딱∼ 4일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이 훈련하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빙상장을 찾았다. 최민석 코치는 “30분 정도 훈련하고 실전을 해보자”고 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걱정하는 기자에게 그는 “어지간한 사람이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컬링은 시트라고 불리는 길이 42.07m, 너비 4.27m의 직사각형 얼음 링크 안에서 둥글고 납작한 스톤을 미끄러뜨려 하우스라는 반지름 1.83m의 표적 안에 넣어 득점을 하는 경기다. 배운 건 단 두 가지였다. 스톤을 던지는 ‘투구’와 스톤이 굴러가는 길을 브러시로 닦는 ‘스위핑’이었다. 몇 번 던져보고 닦아보니 할 만했다. 강한 체력이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았다. 북미 유럽 일본 등에서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은 이유였다. 한국에서도 최근 중고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에 컬링이 도입된 지 20년도 되지 않았지만 한국은 2007년 중국 창춘 겨울 아시아경기에서 남녀 모두 금메달을 땄다. 1월 현재 여자 대표팀 세계 랭킹은 12위, 남자는 13위다. 지금과 같은 발전 추세라면 올림픽 메달 획득도 꿈만은 아닌 듯했다. ○ 당구 같기도, 바둑 같기도 팀당 8번의 투구를 하면 1엔드가 끝난다. 보통 10엔드까지 하지만 이날은 시간 관계상 2엔드까지 했다. 기자와 최민석 코치, 김은지 선수가 한편이 됐고, 신미성, 이현정, 김지선, 이슬비 선수가 팀을 이뤘다. 이들은 모두 경기도체육회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 선수들은 자신의 팀이 먼저 던진 스톤을 다른 스톤으로 맞혀서 표적 안으로 더 가까이 밀어 넣었다. 다른 팀이 던진 스톤은 표적 밖으로 밀어냈다. 표적의 길목에 자기 팀 스톤을 던져 넣고 상대팀의 진로를 방해하는 등 작전싸움이 치열했다 기자는 실수를 계속했다. 스톤을 너무 세게 던져 라인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고, 한 번은 하우스 안에 잘 들어가 있던 우리 팀 스톤을 밖으로 쳐내기도 했다. 스위핑을 할 때는 최 코치의 “빨리, 빨리” 소리에 팔이 빠져라 얼음판을 밀어야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실력은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40m 거리의 하우스 한가운데 스톤을 보내는 건 기본이었다. 마치 당구에서처럼 기자가 속한 팀의 스톤을 쳐내면서 자기 팀 스톤을 하우스 안에 안착시키는 기술도 선보였다. 1-4, 우리 팀의 완패였다. 최 코치는 “컬링은 볼링의 굴리기와 골프의 거리 조절, 당구의 각 싸움을 합친 경기”라고 했다. 또 바둑처럼 치열한 머리싸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린다. 손 감각과 기술이 좋고 머리가 비상한 한국인에게 적합한 운동이었다. ○ 부족한 인프라가 문제 경기 후 선수단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식당이 아닌 라커룸 탁자 위에서 배달 음식을 먹었다. 런던올림픽을 겨냥한 선수들로 꽉 찬 태릉선수촌에는 숙소가 모자라 잠은 인근 모텔에서 잔다. 전용 시설이 부족한 점은 시급한 문제로 보였다. 현재 전용 컬링장은 태릉과 경북 의성 두 군데밖에 없다. 국가대표 선수들조차 학생 선수들, 시도단체 선수들과 태릉빙상장을 나눠 쓰고 있다. 얼음의 질도 개선해야 된다. 최 코치는 “평창 겨울올림픽 때까지 6년밖에 남지 않았다. 경기장이 안 된다면 최소한 연습장이라도 빨리 생겨야 한다. 자칫하면 평창에서 우리가 외국 손님들의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컬링 ::중세 스코틀랜드의 얼어붙은 강이나 호수에서 돌덩이를 미끄러뜨리던 놀이에서 유래.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 팀이 4명으로 구성되며 스톤을 하우스라는 표적 안에 넣어 득점하는 방식이다. 10엔드로 치러지며 각 엔드마다 선수당 2개씩 총 16개의 스톤을 번갈아 던진다. 하우스 안에 들어간 스톤 중 하우스의 중심인 티(tee)에 근접한 스톤이 1점을 얻는다. 예를 들어 붉은색 스톤 4개가 하우스에 들어가 있더라도 노란색 스톤 1개가 티에 가장 가깝다면 노란색 팀이 1점을 얻는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다른 사람을 선뜻 돕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는 그런 점에서 ‘대인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스타가 된 뒤 틈날 때마다 각종 기부활동에 앞장섰다. 4일에는 후배 피겨 선수들을 위해 거액을 내놓았다. 김연아는 이날 가수 아이유(19)와 함께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을 직접 방문해 노래 ‘얼음꽃’의 수익금 7300만 원을 후배 국가대표 선수 9명에게 전달했다. ‘얼음꽃’은 김연아와 아이유가 지난해 SBS TV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에서 함께 부른 주제곡이다. 김연아는 “내가 어렸을 때보다 훈련 환경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다. 더 많은 지원 없이는 좋은 선수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힘든 환경 속에서 선수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니까 뿌듯하고 기특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해서 저보다 훌륭한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골퍼들이 일본에서 성공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아예 일본의 안방을 점령한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해에는 배상문(26·캘러웨이골프)과 안선주(25)가 각각 일본 남녀 프로골프 상금왕에 올랐다. 2010년에는 김경태(26·신한금융)와 안선주가 일본 남녀 프로골프를 석권했다.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봐도 마찬가지다. PGA투어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 출전을 확정한 한국(계) 골퍼는 배상문과 김경태를 비롯해 최경주(42·SK텔레콤), 양용은(40·KB금융그룹), 나상욱(29·타이틀리스트)까지 5명이나 된다. 반면 일본 선수는 아시아 아마추어선수권을 2연패한 마쓰야마 히데키가 유일하다. 사정이 이러니 일본 골프계는 요즘 한국 선수들의 강점을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12월 발매된 잡지 ‘넘버’는 ‘한국 선수들이 강한 비밀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일본의 한 프로코치는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들은 남녀 모두 골격과 근력이 뛰어나다. 자세가 확실히 잡혀 있으니 스윙을 할 때 축이 흔들리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이 잡지는 한국 선수들의 연습 방법도 일본 선수들과는 다르다고 소개했다. 이 잡지는 “일본 선수들은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프로가 된 이후까지 스윙이 한결같다. 기본에 충실한 스윙을 엄청나게, 게다가 근성 있게 해낸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기본이 무너지지 않는다. 또 일본에 비해 한국에 좋은 코치가 많은 것도 한국 선수들이 강한 이유”라고 썼다. 일본 골프다이제스트의 다치카와 마사키 기자는 한국의 ‘효(孝)’ 정신을 비결로 꼽았다. 다치카와 기자는 “한국 선수들은 자신을 프로로 키우기 위해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일본 골프계는 올 시즌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 이 잡지는 “2008년 일본 여자 투어 상금왕 고가 미호는 은퇴했고, 다른 여자 선수들도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는 미야자토 아이와 미야자토 미카 등 해외파의 활약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만 잘하면 ‘돈 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건 여러 선수가 보여줬다. 박찬호(한화)는 메이저리그 시절인 2001년 말 LA 다저스에서 텍사스로 이적하며 5년간 6500만 달러(약 751억 원)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승엽(삼성)은 2007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와 4년간 30억 엔(약 450억 원)에 계약했다. 최근엔 이대호가 롯데의 4년 100억 원 제안을 뿌리치고 2년간 7억6000만 엔(약 114억 원)에 일본 오릭스로 이적했다. 이들 같은 해외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 프로야구에서만 뛰면서 100억 원을 벌어들이는 선수가 있다. 두산의 ‘두목 곰’ 김동주(36·사진)가 주인공이다. 두산은 지난 시즌 직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재취득한 김동주와 3년간 총액 32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7억 원, 옵션 2억 원)에 2일 계약했다. 계약 기간을 채우기만 하면 김동주는 순수 한국 프로야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누적 수입 100억 원을 돌파한다. 그는 1998년 OB(두산의 전신)에 입단할 때부터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입단 계약금으로만 4억5000만 원을 받았다. 이후 곧바로 팀의 중심타선 자리를 꿰찼고 4년째인 2001년 억대 연봉(1억2500만 원) 대열에 합류했다. 매년 꾸준히 연봉이 올랐지만 결정적으로 큰돈을 만진 건 FA가 되고 나서부터다. 2007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김동주는 해외 진출과 국내 잔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막판에 두산에 남기로 했다. 4년간 계약금으로만 16억 원을 받았고 매년 연봉과 옵션을 합쳐 9억 원씩을 벌었다. 지난해까지 4년을 꼬박 채워 FA 자격을 다시 얻었고 이번에 다시 30억 원대 대박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번 계약으로 김동주는 17년간 두산에서만 뛰게 됐다. 그보다 한 팀에서 더 오래 뛴 선수는 송진우(21년)와 장종훈(19년·이상 한화), 이종열(18년·LG) 등 3명뿐이다. 김동주는 “두산맨으로 남게 돼 기쁘다. 이번 3년의 계약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왕년의 황제’ 타이거 우즈(37·미국)와 ‘떠오르는 황제’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 올 시즌 진정한 골프 황제는 과연 누구일까. 미국 골프 전문잡지 골프위크는 2일 인터넷판에서 자사의 골프 전문기자 17명에게 ‘2012년에 누가 더 많은 우승을 차지한 것인가’란 설문을 돌려 이를 기사화했다. 결과는 우즈의 압승이었다. 절반이 넘는 10명이 우즈의 우세를 점쳤고, 4명만이 매킬로이가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3명은 무승부라고 답했다. 랜스 링글러 기자는 “우즈가 전성기의 절반만 쳐도 매킬로이보다 더 많이 우승할 것”이라고 점쳤다. 마틴 카우프먼 기자도 “그가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면 예전처럼 다른 선수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라고 했다. 우즈에 대한 호평은 지난해 12월 열린 셰브론 월드챌린지에서 그가 2년여 만에 우승한 게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즈는 그 대회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역전 우승했다. 베스 볼드리 기자는 “우승하는 순간 우즈의 표정을 봤나. 완전히 예전의 그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반면 줄리 윌리엄스 기자는 “우즈는 이제 젊지 않으니까”, 제프 루드 기자는 “지금 이 순간만 따지면 매킬로이가 더 낫다”는 이유로 매킬로이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는 올해 역시 청야니(대만)의 독주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제임스 에이켄바흐 기자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힘들었던) 미셸 위가 올해 스탠퍼드대를 졸업하면 LPGA 무대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독특한 의견을 내놓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낯선 미국 땅. 그나마 2년 만에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됐다. 그는 지난해 초 새 터전이 된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샬럿 앞바다에 머리도 식힐 겸 낚싯대를 드리웠다. 그날 60cm 정도 되는 새끼 상어를 잡았다. 자신도 믿기 힘든 일이라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까지 찍었다. 탬파베이 산하 더블A 몽고메리의 유격수 이학주(22·사진)는 상어를 낚을 만큼 운이 좋은 사나이다. 이학주는 충암고 3학년이던 2008년 계약금 115만 달러(약 13억2400만 원)에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크게 작용했다. 당초 컵스 스카우트의 표적은 투수 홍상삼(현 두산)이었다. 이학주는 “당시 동대문에 있던 스카우트들에게 날 알리기 위해 일부러 ‘오버’를 좀 했다. 땅볼을 치고 1루까지 전력질주했고 방망이도 힘껏 휘둘렀다”고 했다. 고교 3년간 그의 성적은 타율 0.321에 12타점이었다. 홈런은 1개도 치지 못했다. 하지만 컵스 스카우트는 유격수로서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국 스카우트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그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지난 시즌을 싱글A 샬럿에서 시작했다. 97경기에 나서 팀 내 최고인 타율 0.318에 28도루를 기록한 뒤 더블A팀 선수로 승격했다. 클리블랜드의 중심타자로 성장한 추신수가 네 번째 시즌 만에 더블A로 승격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학주도 차근차근 빅리거의 길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야구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아메리카’는 2012시즌 탬파베이 유망주 전체 2위로 그를 선정했다. 2015년에는 이학주가 팀의 주전 유격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학주는 “컵스 시절이던 2010년 초엔 너무 야구를 못해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신수 형이 같은 길을 걸어 성공한 게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지난 시즌 중엔 미국에서 추신수를 만나 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다. 둘은 모두 ‘슈퍼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 사단에 속해 있다. 이학주는 강단이 있는 편이다. 미국에 처음 온 2009년 자신을 놀리는 한 흑인 선수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리기도 했다. 미국 동료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감독이나 코치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간다. 꿈도 크다. “평범한 메이저리거가 아니라 이왕이면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는 거다. 닮고 싶은 선수는 최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뉴욕 메츠에서 마이애미로 이적한 유격수 호세 레예스다. 레예스는 6년간 1억600만 달러(약 1220억 원)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학주는 정확한 콘택트 능력과 빠른 발, 강한 어깨를 갖고 있지만 파워가 부족한 편이다. 레예스 역시 비슷하다. 다만 레예스처럼 홈런을 10개 내외까지 끌어올리려고 체중을 2년 전에 비해 10kg 이상 불렸다. 젓가락 같던 몸이 키 189cm에 몸무게 90kg으로 건장해졌다. 그는 “2년 안에 빅리그 진출을 목표로 죽을힘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쇼트트랙 황제’로 군림했던 안현수(26)가 결국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면서 내년부터 국제대회에서 동료이자 후배였던 한국 선수들과의 맞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빙상연맹은 29일 홈페이지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 출신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에게 러시아 국적을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소개했다. 안현수는 내년 1월에 러시아 여권을 받는다.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면서 안현수는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는 한국 법률에 따라 한국 국적은 상실하게 됐다.안현수는 러시아빙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러시아 국민이 돼 기쁘다. 이 순간을 아주 오래 기다려 왔으며 이제 형식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안현수는 옛 소련 시절 러시아에서 인기를 얻었던 고려인 록 가수 ‘빅토르 최’의 이름을 따 러시아 이름을 빅토르로 정했다. 그는 “발음이 승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 빅토리(Victory)와 비슷하고 러시아에서 인기가 높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고려인 가수 빅토르 최처럼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안현수가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처음 출전하는 대회는 내년 1월 27∼29일 체코의 믈라다볼레슬라프에서 열리는 유럽선수권대회가 될 것이 유력하다. 이후 2월 3∼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이 대회에서 한국 쇼트트랙의 떠오르는 샛별 노진규(한국체대)와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진규는 올 시즌 월드컵 1500m에서 4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이 부문 올 월드컵시리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1500m는 안현수의 주 종목이기도 하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3관왕, 2003∼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5연패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던 안현수는 2006년 올림픽 이후 파벌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2008년에는 무릎 부상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는 시련을 겪었다. 여기에 지난해 말 소속팀 성남시청 빙상팀이 해체되면서 무적 선수가 됐다. 안현수는 러시아빙상연맹 초청으로 6월 러시아로 갔으며 8월에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러시아 귀화 의사를 밝혔다. 올림픽 금메달 등에 따른 연금은 귀화 결심을 굳히면서 이미 일시불로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신지애(23·미래에셋)도 한때는 ‘괴력의 장타자’였다. 골프를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된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는 마음만 먹으면 드라이버로 250야드를 쉽게 날렸다. 언론에는 ‘한국의 로라 데이비스’라고 소개됐다. 26일 본보와 인터뷰에 응한 신지애는 “사실 그때가 지금보다 드라이버는 더 멀리 쳤던 것 같다”며 웃었다. 올 시즌 그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47.7야드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74위다.신지애는 “어릴 때는 주변에서 ‘멀리 친다’는 말이 칭찬 같았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들으면 신나서 더 세게 치려고 했다. 그런데 골프에서 중요한 건 거리보다는 정확성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후 거리에 신경 쓰는 대신 정확하게 치려고 했다”고 말했다. ○ 무관의 제왕정확한 샷은 신지애의 트레이드마크다. LPGA투어에서 통산 8승을 올렸고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비결은 바로 정확한 샷 덕분이다. 그런데 올해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었다. “비거리를 늘리면 좀 더 골프를 쉽게 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스윙 교정을 한 게 뼈아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올해 그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이맘때 1위였던 세계 랭킹은 7위까지 떨어졌다. 신지애는 “예전에는 단순하게 쳤다. 내 감각을 믿고 스윙을 했다. 그런데 스윙 교정 후엔 어드레스에 들어간 뒤 생각이 많아졌다. 단기간에 바꾸려 했던 게 실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여자 골프는 청야니 천하다. LPGA투어 7승을 포함해 올해 우승컵만 12개를 들어올렸다. 대표적인 장타자인 청야니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신지애보다 20야드 이상 더 나간다. 신지애는 “비거리는 뒤떨어질지 몰라도 정확성은 자신 있다. 사실 투어에서 많은 선수가 나의 장점을 부러워한다. 청야니는 좋은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내년엔 재미있게 경쟁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 라식 후유증은 없다올해 그의 부진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바로 라식수술 후유증이다. 라식 이후 퍼트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까지 20위권이었던 그의 홀당 퍼트 수는 올해 1.76개로 크리스티 커(미국), 미야자토 아이(일본)에 이어 3위다. 신지애는 “우승이 없으니 나온 얘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 편하다. 수술해 주신 선생님도 ‘정말 수술은 잘됐는데…’라며 걱정하신다. 결국 온그린 샷이 문제였다. 예전엔 홀 2m에 불이던 걸 올해는 3, 4m에 붙이니까 퍼트가 힘들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퍼트가 잘돼 이만큼이라도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 다시 초심으로 1년 내내 투어에 참가하느라 바쁘지만 그는 요즘 꿀맛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김연우의 공연장에서,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2AM의 콘서트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짧은 휴가도 이제 끝났다. 신지애는 28일 미국 팜스프링스로 떠나 지옥훈련에 돌입한다. 신지애는 “올해 우승이 없었다는 부분에 대해 많은 분이 안타까워했다. 내년에 더 많이 우승하려고 올해 아껴놨다고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미국에 가면 몸은 혹사하겠지만 마음은 편하고 여유롭게 공을 칠 것 같다. 단시간에 많은 걸 이뤄 목표를 잠시 잃은 적도 있지만 이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루빨리 우승의 물꼬를 터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골프의 신성(新星) 이시카와 료(20·사진)에게 올해는 악몽 같은 한 해였다. 2009년 4승을 거두며 일본 투어 상금왕에 오르는 등 2008년 프로 데뷔 후 매년 우승컵을 차지했으나 올해는 무관에 그쳤다. 게다가 지난주 태국선수권대회에서 58위에 그치며 올해 마지막 세계 랭킹 발표에서 51위로 밀렸다. 50위까지는 자동 출전권이 주어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출전이 한 끝 차이로 미궁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CF 모델로서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올해 그가 출연한 CF는 무려 17개. 여기에 성인이 되는 20세 생일을 지내자마자 맥주 업체들의 집중적인 러브콜이 쏟아졌다. 23일 스포츠닛폰 등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아사히맥주와 기린맥주 등 주요 맥주 업체들은 올해 초부터 이시카와의 생일(9월 17일)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쟁탈전을 벌여 왔다. 최종 승자는 1∼9월 일본 내 맥주 출하량 1위인 아사히맥주였다. 어른이 된 이시카와가 출연하는 맥주 CF는 내년 1월부터 전파를 탄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어제 (양)세종(OB 원년 멤버)이랑 밤새워 술 마셨는데 얼굴이 괜찮게 나올지 모르겠네. (탈모를 감추느라) 흑채도 뿌리고 왔어.”부드러운 미소도, 특유의 입담도 여전했다. 프로야구 OB(현 두산)의 원년 우승을 이끈 ‘불사조’ 박철순 씨(55)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채널A 스포츠투나잇 ‘오랜만입니다’ 출연차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스튜디오를 찾은 박 씨는 “공식적인 언론 인터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많은 분이 건강을 염려해 주셨는데 정말 잘 지내고 있다. 조만간 팬 여러분을 찾아갈 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소주 CF 한번 해봤으면”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올해 대장암으로 사망하면서 박철순 씨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많았다. 박 씨도 2007년 초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종합검진을 받다가 작은 용종이 2개 발견돼 수면 중에 레이저로 제거했는데 그게 와전이 됐다”며 “그 보도 때문에 성사 직전까지 갔던 CF 계약이 취소됐다. 지금 보듯이 가끔 술도 한 잔씩 하면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와 CF는 질긴 인연이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를 배경으로 그가 출연한 커피 광고는 여전히 많은 이의 기억에 남아 있다. 1988년에는 속옷 광고를 찍다가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시즌을 접은 적도 있다. 그는 “요즘도 가끔 CF 제의가 들어온다.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솔직히 소주 광고다. 내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소주도 분위기 있고 멋있게 먹는 술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다”라며 웃었다. ○ 지도자는 사양1998년 OB 투수코치를 끝으로 그는 야구계를 떠나 사업가로 변신했다. 스포츠 브랜드와 골프 사업 등을 하다가 최근에는 모두 다 접었다. 올해 시즌 말미부터는 한 인터넷TV에서 야구 해설을 하며 야구계로 돌아왔다. 스포츠 전문지에 관전평도 썼다. “야구는 인생의 전부다”라고 하는 그는 왜 그토록 오랫동안 야구를 떠나 있었을까. 그는 “1998년 OB에서 코치를 해보니 ‘내 성격상 팀을 말아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스스로 보기에 지도자 그릇이 아니었다”고 했다.그는 “감독이나 코치라면 선수들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고쳐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내겐 선수들의 단점은 안 보이고 장점만 보였다. 그래선 훈련을 시킬 수가 없다. 만약 지금 어떤 팀에서 계약하자고 해도 전혀 자신이 없다”고 했다. OB를 떠난 뒤에도 다른 팀에서 지도자 제의를 꽤 많이 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프런트로 일해 볼 생각은 있다. 프런트라면 내 경험을 잘 살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자랑스러운 야구 후배들그는 최동원, 선동열(KIA감독)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투수였다. 1980년 미국 프로야구 밀워키와 계약해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될 뻔했다. 1981년 트리플A까지 올라갔지만 이듬해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에 맞춰 OB로 돌아왔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그는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22연승을 포함해 24승 4패 7세이브의 기록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그가 던진 팜볼과 너클볼 등은 국내 타자들에게는 마구(魔球)나 마찬가지였다. 이듬해부터 허리 디스크와 아킬레스건 파열 등 각종 부상으로 수차례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번번이 재기에 성공해 ‘불사조’란 별명을 얻었다. 박 씨는 “요즘 윤석민(KIA)이나 류현진(한화) 등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좋은 투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감탄하고 있다. 또 이런 선수들을 키워낸 코치들도 대단한 것 같다. 이제 국민 스포츠로 성장한 프로야구를 팬들께서 더욱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LG 단장을 지냈던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단장(團長)은 장이 끊기는 고통을 느끼는 단장(斷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백순길 LG 단장의 요즘 심정이 딱 그럴 것 같다. 올해 한때 1위에 오르기도 했던 LG는 날개 없는 추락 끝에 공동 6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스토브리그에서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3명의 주축 선수(이택근, 송신영, 조인성)가 모두 팀을 떠났다. 연말 모임에 갈 때마다 “내년에 대체 어떡하려고 하느냐”고 걱정 어린 말을 듣는다. 객관적인 전력상 10년 연속 가을잔치도 힘들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백 단장은 배수의 진을 쳤다. 19일 발표한 조직개편에서 운영팀장을 겸임하기로 한 것이다. 백 단장은 “지난 26년간 LG전자에서 일하면서 거의 실패를 몰랐다. 그런데 야구단에서 일한 1년간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그룹에서도 실적이 부진하거나 하면 임원이 직접 팀을 맡곤 한다. 간섭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장에서 직접 선수들과 프런트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고 했다. 백 단장은 김기태 감독과 팀 체질개선에도 의기투합했다. 백 단장은 “자유계약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뒤 정대현이나 이승호(이상 롯데) 등 외부 자유계약선수를 데려오려 했다. 그런데 김 감독이 ‘우리는 떠나도 LG란 팀은 영원하지 않습니까’라며 젊은 선수들을 키우자고 하더라. 힘든 상황이지만 감독을 도와 정말 잘해볼 생각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언제든 질 각오다”라고 했다.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LG가 내년 시즌 성적과 팀 컬러 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만약 윤석민(25·KIA·사진)이 야구가 아닌 축구를 했다면 지금쯤 어떤 선수가 되어 있을까. 유연한 몸과 타고난 운동신경을 보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을지도 모른다. 올해 투수 4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윤석민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주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알수록 빠져드는 매력남 윤석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키워드로 풀어본다. ▽축구 선수=한국 최고의 야구선수가 됐지만 어릴 적 그는 축구를 할 뻔했다. 구리초등학교 4학년 때 인근 중학교 축구부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덜컥 합격했다. 중학생이 되면 오라고 했다. 그러나 하루빨리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던 그는 한 달 후 야구부에 들어갔다. 이 선택이 그의 평생을 바꿨다. ▽목표는 대학생=고등학교 때까지 그는 평범한 선수였다. 야구계에서 자주 쓰는 은어로 일명 ‘삐꾸’였다. 분당 야탑고 투수 가운데 넘버 4였다. 프로는커녕 대학에 가는 게 목표였다. 대학에 가기 위해 투수를 접고 2루수로 전향까지 했다. 그런데 2학년 겨울 방학 때 키가 쑥쑥 크더니 구속이 갑자기 시속 10km 이상 빨라졌다. 그는 “주변은 물론 스스로도 놀랐다. 자고 일어나니 다른 선수가 돼 있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모든 아마추어 야구 선수의 궁극적인 꿈은 메이저리거다. 그렇지만 평범 그 자체였던 윤석민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신세였다. 우선은 대학이라도 가고 싶었다. KIA에 지명을 받은 뒤엔 1군에 남는 게 목표였다. 1군 선수가 된 후엔 팀 에이스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 한국 최고 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의 오퍼를 받은 것은 올 시즌 중반이었다. 25세가 돼서야 메이저리거를 꿈꿀 수 있었다. 구단의 반대로 일단 팀에 잔류했지만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2년 후에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계획이다. ▽선동열=20년 전 투수 4관왕에 오른 선동열 KIA 감독과 마찬가지로 윤석민의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직구와 맞먹는 146km짜리 슬라이더가 스피드건에 찍히기도 했다. 그는 “선 감독님의 슬라이더는 빠르고 각이 크면서도 항상 일정했다. 하지만 나는 슬라이더를 직구처럼 때리듯 던진다. 나 자신도 어디로 갈지 모른다. 한번은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전혀 움직임 없이 직구처럼 들어가 삼진을 잡은 적도 있다”고 했다. ▽게으른 천재=트레이너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 하나. 윤석민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운동을 열심히 안 하는 선수라는 것. 이에 대해 윤석민은 “내 생각에도 죽어라 훈련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운동을 할 때만큼은 집중해서, 그리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철저하게 하는 편”이라고 했다. 시즌 중 어깨 보강 훈련이나 러닝 양이 적은 것도 “연습이 아닌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따라쟁이=그는 스스로 “딴 건 몰라도 동작을 따라하는 재주는 타고났다”고 했다. 이달 초 열린 야구인 골프대회에서는 골프선수 못지않은 멋진 스윙 폼을 선보였다. 골프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80대 중반을 친다. 야구에서도 그렇다. 윤석민처럼 쉽게 구종을 익히는 투수는 별로 찾기 힘들다. 하지만 너무 많은 구종을 던지느라 시즌 초 오히려 역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는 “내년엔 자신 있는 4개의 구종(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만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일본인 투수 다루빗슈 유는 요즘 인기절정이다.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가 보유한 역대 최다 포스팅 금액(5111만1111달러11센트·약 599억 원)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프트뱅크 에이스로 활약했던 왼손 투수 와다 쓰요시도 최근 볼티모어와 2년간 815만 달러(약 95억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이는 투수에 국한된 얘기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일본인 타자들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시선은 냉정하다 못해 싸늘해 보인다.대표적인 선수가 ‘제2의 이치로’로 평가받는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사진)다. 아오키는 8시즌 통산 타율이 0.329에 이르는 일본의 대표적인 교타자이지만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에서 밀워키로부터 250만 달러(약 29억 원)를 제안받는 데 그쳤다. 지난해 니시오카 쓰요시가 미네소타에 진출하면서 받은 530만 달러는 물론이고, 2006년 탬파베이에 입단한 이와무라 아키노리의 455만 달러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세이부의 주전 유격수로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나카지마 히로유키도 사정은 비슷하다. 입찰액은 고작 200만 달러(약 23억 원). 이는 일본인 타자 가운데 미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치로는 그나마 거의 매년 200안타 이상을 기록했지만 마쓰이 히데키(전 오클랜드)나 후쿠도메 고스케(클리블랜드) 등 일본 대표 타자들은 대개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33·전 SK·사진)으로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하고 한국에 남겠다”는 내용의 e메일이 도착한 것은 13일 오후 2시경이었다. 그로부터 3시간도 안 된 오후 4시 반경 롯데는 정대현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4년간 계약금 10억 원에 연봉 5억 원, 옵션 6억 원 등 총액 36억 원. 중간계투 투수로서는 이례적인 대형 계약이다.정대현은 2001년 SK에 입단한 뒤 477경기에 나가 32승 22패 99세이브 76홀드에 평균자책 1.93을 기록했다. 올 시즌 직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해 왔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2년간 320만 달러)이 나왔고 볼티모어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등 계약이 임박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7일 별다른 성과 없이 조용히 귀국하면서 한국 잔류가 예상됐다. 정대현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메디컬 체크 결과 이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무릎이나 어깨, 팔꿈치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간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볼티모어에 그동안 추진했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정대현은 “절대 한국 구단의 제안 때문에 흔들린 것이 아니다. 일찌감치 미국행을 선언해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구체적인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그러나 수준급 중간계투 투수를 원했던 롯데는 정대현이 미국에 머물고 있을 때도 안부 전화를 하며 그의 영입을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하루 전인 12일 저녁 정대현을 직접 만나 계약을 이끌어냈다.정대현은 롯데 구단을 통해 “미국에서 힘들었는데 롯데의 적극적인 공세로 마음이 움직였다. 내 가치를 인정해 준 구단에 감사하고 열정적인 팬들이 있는 야구 도시 부산에서 뛸 수 있어 행복하다. 내년 팀 우승에 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롯데는 SK에서 FA로 풀린 이승호(20번)에 이어 정대현까지 영입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펜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