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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이대호(30)는 요즘 ‘이 남자’ 없이는 외출조차 못 한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둘은 항상 붙어 있다. 훈련은 물론이고 밥도 같이 먹는다. 이대호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이 남자는 바로 통역 정창용 씨(34·사진)다.정 씨는 이승엽(36·삼성)이 요미우리에 입단한 2006년부터 통역 일을 시작했다. 지난해 이승엽이 오릭스로 이적할 때도 함께했다. 올해는 이대호가 오릭스에 입단하면서 일본에 남았다. 통역 생활만 벌써 7년째다.정 씨는 박한이(33·삼성)와 동국대에서 함께 야구를 했던 선수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트레이닝 공부를 하던 중 이승엽과 인연이 닿았다. 17일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에서 만난 정 씨는 “이승엽과 이대호는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 스타다. 이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운아”라고 했다. 그로부터 이승엽과 이대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겸손한 승엽 씨 vs 자신만만 대호 씨이승엽은 겸손한 선수였다. 대스타지만 항상 자신을 낮추고 남을 먼저 배려했다. 일본에서 8년을 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오릭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성적을 떠나 팀의 모범이 되는 선수였다. 올해도 꼭 데리고 있고 싶었다”고 말했을 정도다.이에 비해 이대호는 자신만만하다. 오릭스에 합류한 지 2주 남짓 지났지만 이미 선수단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T-오카다를 데리고 골프를 치는가 하면 후배 선수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열심히 훈련하면 일본에서도 타격 7관왕 하겠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넉살이 좋다.정 씨는 “이대호는 거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다. 그가 타격 연습을 할 때는 일본 선수들도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전했다.○ 섬세한 승엽 씨 vs 털털한 대호 씨이승엽은 내성적이다. 성격처럼 타격도 섬세하다. 골프의 티샷처럼 받침대 위에 공을 올려놓고 치는 ‘티 배팅’을 할 때조차도 발의 위치나 방망이의 각도 등을 꼼꼼히 따진다.반면 이대호는 “밸런스만 무너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연습할 때 방망이가 썩 좋지 않아도 “경기 나가서 잘 치면 되는 거죠”라고 말한다. 그러나 준비를 철저히 한다. 틈만 나면 롯데 시절 타격 7관왕에 올랐던 2010년도의 비디오를 보면서 좋은 자세를 기억하려 애쓴다.○ 영리하고 특별한 승엽=대호 씨둘은 공통점도 많다. 우선 두뇌회전이 빠르다. 이승엽은 상대 투수와의 수 싸움에 일가견이 있다. 이대호도 영리하긴 마찬가지다. 보통 외국에서 온 선수는 스프링캠프에서 새 코칭스태프에게 잘 보이기 위해 큰 타구를 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대호는 밀어치기에 주력하고 있다. 정 씨는 “다른 구단 기록원들이 대호의 약점을 파악하려고 정찰하러 온 것을 본인이 안다. 더 잘할 수도 있지만 일부러 자신을 감춘다. 보통 선수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둘의 승부 근성 역시 특별하다. 이승엽은 순한 인상과는 달리 방망이가 잘 맞지 않을 때는 미칠 듯이 힘들어했다. 이대호는 작은 내기에서조차 지는 걸 싫어한다. 정 씨는 “휴일에 이대호와 골프를 쳐봤다. 잘 못하다가도 돈을 건 홀에서는 모두 대호가 이겼다”고 했다.정 씨는 “일부에서 승엽이 형이 일본에서 실패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성공한 선수다. 승엽이 형은 저팬시리즈 우승과 리그 우승을 했고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도 받았다. 대호도 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호의 성공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미야코지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1 밸런타인데이였던 14일.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을 비롯한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선수단은 뜻밖의 선물에 깜짝 놀랐다. 이대호(30)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초콜릿 상자 80개를 선수단 전원에게 돌린 것이다.#2 16일 일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에서 열린 오릭스의 스프링캠프. 이대호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오후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혼자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그는 팀 내에서 ‘마이 웨이’를 걷는 유일한 선수다. 》자신감과 친화력. 요즘 이대호를 설명할 수 있는 두 단어다. 이대호는 일본에 진출한 역대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이대호에게 일본 야구를 경험한 10명의 지도자 및 선수들이 질문을 던졌다. ―성공의 관건은 하체다. 힘들어도 러닝 훈련이 필수다. 많이 하고 있나.(김성근 고양 감독·전 지바 롯데 코치)“말씀대로입니다. 밸런스가 무너지는 순간 투수에게 질 수밖에 없습니다. 롯데 전훈지인 사이판에서도 죽기 살기로 뛰었고 여기서도 몸이 버티는 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일본 스프링캠프는 한국보다 강도가 세다. 막상 해보니 어떤가.(선동열 KIA 감독·전 주니치)“처음 3일간 죽는 줄 알았습니다. 롯데에선 타격 연습용 그물망을 1개만 썼는데 여기선 3개를 쓰더라고요. 너무 힘들어서 코칭스태프에게 ‘무리하게 따라가다 부상을 당하느니 알아서 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조선의 4번 타자’라는 타이틀이 너무 무거울 것 같은데….(김기태 LG 감독·전 요미우리 코치)“솔직히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이겨내야죠. 내가 잘해서 앞으로 한국의 선후배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일본에 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잘하는 선수가 일본이나 미국에서 통한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일본 투수들은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들어설 건가.(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투수코치·전 주니치)“당연히 좋은 공은 안 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뒤엔 (2년 전 홈런왕에 오른) T-오카다가 있습니다. 상대 투수가 피한다면 전 가만히 있을 겁니다.”―일본 투수들은 포크볼 등 변화구가 좋다. 본인이 생각하는 공략법이 있나.(이토 쓰토무 두산 수석코치·전 세이부 감독)“10번 타석에 들어서 3번 성공하면 잘한다는 소리 듣잖아요. 포크볼로 7번 삼진 먹고 3번 홈런이나 안타 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삼진도 먹어봐야 홈런을 칠 수 있는 거니까요.”―10kg 넘게 감량을 했다던데 그렇게 갑자기 살을 빼서 힘이 나나.(정민철 한화 투수코치·전 요미우리)“사실 지난해에 오른 발목 부상으로 러닝을 못하는 바람에 살이 많이 쪘어요. 타격 7관왕을 했던 2010년 130kg대 초반이었는데 작년엔 140kg에 육박했죠. 지금은 127kg인데 한결 몸이 가볍고 컨디션이 좋아요.”―일본에서 야구 하는 동안 꼭 한 번 차지해 보고 싶은 타이틀이 있다면….(KIA 이종범·전 주니치)“제가 사실 욕심이 좀 많아요. 한국에서처럼 홈런, 타격, 타점왕 다 해보고 싶어요.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타점왕이 욕심나네요. 타점 올리라고 절 데려온 걸 테니까요.”―적응하는 데 가장 필요한 건 언어인 것 같다. 일본어는 많이 배웠나.(LG 이병규·전 주니치) “공부는 하고 있는데 잘 안되네요. 역시 언어는 한두 달 만에 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하지만 제겐 (정)창용이 형(통역)이 있잖아요. 와이프보다 더 오래 붙어있는 거 같아요.”―T-오카다는 정말 착하지 않나. 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될 거 같다.(삼성 이승엽·전 오릭스)“저도 깜짝 놀랐어요. 지나칠 정도로 착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친구죠. 근데 고민이 많은 거 같아요. 얼마 전 ‘나도 너만 할 때(24세) 타율이 2할대 초반이었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언도 해줬어요.” ―일본에서 야구가 잘될 때도 난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 넌 워낙 성격이 좋아 그런 일이 없겠지만 혹시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한화 김태균·전 지바 롯데)“가능한 한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노력해요. 근데 일본은 한국보다 편한 것도 있어요. 일단 현재는 일본어를 잘 모르니 신문기사를 못 읽고 인터넷 댓글을 봐도 잘 모르니까. 하하.”미야코지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오빠, 키가 조금도 안 크셨네요.”(강초현) “그래도 내가 너보단 더 크잖아.”(심권호)만나자마자 아웅다웅이다. 원조 ‘사격 얼짱’ 강초현(30·갤러리아사격단)이 선수를 치자 레슬러 출신 심권호(40)가 맞받았다. 키 160cm인 심권호가 강초현(157cm)보다 3cm 크다. 강초현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심권호는 이 대회 그레코로만형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후 둘은 10년 넘게 허물없는 오누이로 지내고 있다.이번엔 심권호 차례다. “서른 살 되더니 너도 많이 늙었네.” 강초현도 지지 않았다. “멀리서 보면 아직 괜찮아요.”채널A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불멸의 국가대표(불국단)’ 촬영이 진행된 13일 경기 화성시 경기도종합사격장에서 만난 강초현은 세월의 흐름이 비껴간 듯했다. ‘초롱이’로 불리던 18세 고교생 때의 얼굴 그대로였다. 한때는 그도 김연아(피겨)나 손연재(리듬체조)처럼 ‘국민 여동생’이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0.2점 차로 은메달을 딴 뒤 흘린 눈물과 시상식에서 환히 짓던 미소는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강초현은 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요즘엔 “아직도 운동하느냐”고 묻는 팬들도 있다. 강초현의 올해 런던 올림픽 진출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한국 사격은 총 14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여자 공기소총은 실패했다. 2장의 출전권을 얻은 다른 종목에서 한 장을 여자 공기소총이 대신 받을 수는 있지만 강화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한 장의 출전권을 받더라도 40명이 출전하는 여자 공기소총 대표 선발전에서 1등을 해야 런던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강초현은 “2004년과 2008년에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심했다. 주위의 시선도 두려웠다. 하지만 요즘은 즐겁게 총을 쏘고 있다. 런던만 바라보고 정말 열심히 연습해온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싸늘해진 팬들의 마음이 섭섭하진 않을까. 그는 “시드니 때는 아무 기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팬들의 관심이나 인기가 싫진 않았지만 그걸 바라보고 운동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섭섭함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순간의 스포츠인 사격처럼 매 순간을 열심히 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안 되더라도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도전할 것”이라고도 했다.강초현은 시드니 올림픽이 끝난 지 벌써 12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고 했다. 비록 성적은 예전 같지 않지만 사격의 재미는 더 크다. 그는 “선수 생활을 계속하든 아니면 은퇴를 하든 사격과의 인연은 절대 놓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런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더라고 현장에 있고 싶다고 했다. “사격의 재미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불국단 강초현 편은 3월 3일 오후 8시 50분 채널A에서 전파를 탄다.화성=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보다 더 아름다운 코스는 없다.”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는 올해 초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PGA 투어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골프장 톱10’에서 4위에 올랐다. 필드와 바다가 하나가 된 빼어난 풍광이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옥의 티로 지적된 건 ‘그린’이었다. 한 선수는 “그린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절대 1위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하지만 페블비치의 그린은 필 미켈슨(42·미국)과는 ‘찰떡궁합’이었다. 미켈슨의 퍼팅은 거짓말처럼 홀 속으로 쏙쏙 빨려 들어갔다. 미켈슨은 12일 끝난 프로암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에 버디 6개로 8언더파 64타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 17언더파 269타로 정상에 올랐다. 1998년과 2005년, 2007년에 이어 이 대회에서만 네 번째 우승이다. 또 개인 통산 PGA 투어 40승 고지에 올랐다. 역대 PGA 40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미켈슨을 포함해 9명뿐이다.미켈슨은 3라운드까지 선두 위창수(40)에게 6타나 뒤진 채 4라운드를 시작했다. 하지만 5번홀까지 버디를 3개나 잡은 데 이어 6번홀에서 이글까지 기록하며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신들린 퍼팅 행진은 계속됐다. 15번홀에서는 12m 퍼트를 성공시켜 파 세이브에 성공했고, 18번홀에서는 세 번째 샷을 홀 2m 거리에 붙인 뒤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미켈슨과 동반 라운딩을 한 타이거 우즈(36·미국)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3타를 잃어 공동 15위(8언더파 278타)에 머물렀다. PGA 투어 163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노렸던 위창수는 15언더파 271타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미켈슨은 대회 후 “페블비치는 스코어를 떠나 내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코스”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함께 있을 때는 두려울 게 없었다. 그들은 야구 친구였으니까. 따로 떨어져 있지만 그들은 요즘도 잘나간다.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실력을 갖춘 덕분이다.‘미국프로야구 클리블랜드의 추신수,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의 이대호, 한화 김태균과 SK 정근우….’ 이들은 1982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고교 3학년이던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때 우승 멤버다. 한국 야구의 ‘황금 세대’ 중 하나인 ‘에드먼턴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일본에도 비슷한 나이대의 황금 세대가 있다. 1998년 봄과 여름 고시엔 대회를 제패한 요코하마고 출신의 마쓰자카 다이스케(32·보스턴)의 이름을 붙인 ‘마쓰자카 세대’다. 올해 미국 볼티모어에 입단한 와다 쓰요시(1981년생)와 한신의 강속구 투수 후지카와 규지, 요미우리의 스기우치 도시야, 무라타 슈이치 등은 1980년생으로 ‘마쓰자카 세대’로 불린다. 올해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한국 ‘에드먼턴 세대’와 일본 ‘마쓰자카 세대’의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 추신수, 와다 넘을까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추신수는 마쓰자카의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2, 3년 사이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의 수준급 외야수로 자리 잡는 동안 마쓰자카는 부상에 따른 구위 저하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추신수는 마쓰자카를 만나면 강했다. 2010년 상대 타율은 0.375(8타수 3안타)였다. 지난해에도 마쓰자카를 상대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 2년간 마쓰자카를 상대로 한 성적은 타율 0.364(11타수 4안타)에 2홈런 3타점.추신수는 올해 볼티모어에 입단한 와다와 맞붙는다. 왼손 투수인 와다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 킬러’로 불렸다. 왼손 타자인 이승엽(삼성)도 일본에 있을 때 와다에게 고전했다. 같은 왼손 타자인 추신수가 와다의 절묘한 제구력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 이대호, 무라타 꺾을까이대호도 일본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마쓰자카 세대’ 투수들을 넘어야 한다. 소프트뱅크 소속이던 지난해 8승 7패에 평균자책 1.94를 기록하며 저팬시리즈 우승을 이끈 왼손 투수 스기우치가 대표적이다. 요미우리는 센트럴리그 소속이어서 자주 만나진 않지만 교류전이나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평균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한신의 마무리투수 후지카와도 요주의 인물이다. 팀 동료인 오릭스 투스 기사누키 히로시도 ‘마쓰자카 세대’의 대표주자다.이대호는 무라타와 대포 경쟁도 해야 한다. 무라타는 요코하마 시절인 2007년에 홈런 36개, 2008년 46개로 리그 홈런왕에 오른 거포다. 9년간 통산 홈런이 251개나 된다.이 밖에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일본 지바 롯데에서 한화로 돌아온 김태균, SK 2루수 정근우와 포수 정상호, LG 투수 이동현, 넥센 외야수 조중근 등이 ‘에드먼턴 세대’로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저기 저 아그(‘아이’의 전라도 사투리) 잘 봐 두쇼∼. 큰 물건이 될 놈이니.” 2000년대 초 프로야구 KIA 코치의 상갓집에서 만난 구단 관계자는 일을 돕던 중학생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 중학생이 KIA 선수가 될 거라며 메이저리그로 도망치지 않도록 밥 사주고 용돈 주며 관리할 거라고 했다. 얼굴에 솜털이 가득하던 그 선수는 KIA 한기주(25)였다. 동성고에 진학한 한기주는 초고교급 투수로 성장했다. 최고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졌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입질이 빗발쳤다. 그러나 그를 영입한 건 일찍부터 공을 들인 KIA였다. 계약금 10억 원짜리 투수 한기주의 탄생이었다. 그는 입단 첫해부터 10승을 올렸다. 최근 몇 년간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아직 젊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만약 한기주가 미국 프로야구에 직행했다면 어땠을까. 메이저리그 아시아선수 최다승(124승)의 주인공인 박찬호(한화)처럼 대선수로 성장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고생만 하다 갈 곳을 잃은 대부분 선수의 전철을 밟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메이저리그는 냉혹한 무대다. 선수를 키우기보다는 완성된 기량을 가진 선수를 선호한다. 한국 선수를 영입하는 마인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싼값에 데려가 잘하면 좋고 못하면 거침없이 내친다. 요즘 야구계는 상원고 왼손 투수 김성민의 미국행으로 시끄럽다. 볼티모어는 고교 2학년인 김성민과 55만 달러(약 6억1400만 원)에 계약했다. 대한야구협회는 김성민에 대해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내리고 볼티모어에는 한국 고교야구 대회장 입장 금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회성 대책으로 유망주들의 미국 유출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해답은 연고지 우선 지명권인 1차 지명의 부활이다. KIA가 한기주를 영입할 수 있었던 것도 1차 지명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한국 프로야구가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한 뒤 각 구단은 사실상 지역 유망주들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잘 키워봐야 다른 팀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이 점을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1차 지명의 부활은 프로야구 인기의 한 요소인 ‘지역 라이벌 의식 강화’에도 긍정적이다. 지역 야구팬이 보고 싶은 건 그 지역 출신 스타가 해당 연고팀에서 뛰는 모습이다. 광주 출신인 선동열 감독에게 삼성보다 KIA 유니폼이 더 잘 어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이헌재 스포츠레저부 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가 ‘꼬꼬면’과 손을 잡는다. 한국야쿠르트의 라면과 음료 부문 법인인 ‘팔도’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올해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계약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8일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팔도는 ‘꼬꼬면’ ‘왕뚜껑’ ‘팔도비빔면’ 등 라면과 ‘비락 식혜’ ‘산타페 커피’ 등 음료를 생산하는 종합식품기업. 지난해 개그맨 이경규 씨가 개발한 꼬꼬면은 빨간 국물 일색이던 국내 라면 시장에 하얀 국물 돌풍을 일으킨 히트 상품이다. 양측은 계약 금액 등 기본적인 사항에 합의했고 세부 조건을 조율한 뒤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팔도가 새 타이틀 스폰서가 된 건 지난해 타이틀 스폰서였던 롯데카드가 계약 연장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 사정이 불안한 가운데 팔도는 대기업이 독점해 왔던 프로야구의 메인 스폰서로 나섰다. 스폰서 금액은 지난해 롯데카드가 냈던 연간 50억 원과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팔도가 타이틀 스폰서가 되면 올해 프로야구 시즌 명칭을 비롯해 KBO 로고와 엠블럼, 경기장 내 홍보물 사용 등에서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 업계에 따르면 팔도 관계자는 “올해부터 라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야쿠르트에서 법인 분할을 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프로야구가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십이 시작된 건 2000년 삼성증권부터다. 2005∼2008년 삼성전자가 뒤를 이었다. 스폰서 금액은 연간 30억∼45억 원이었다. 2009∼2010년은 야구게임 ‘마구마구’를 내세운 CJ인터넷이 연간 35억 원을 지원했다. 지난해는 롯데카드가 역대 최고인 50억 원을 냈다.한국야쿠르트와 프로야구는 인연이 깊다. 최근 프로야구의 공식 음료 협찬을 맡아왔고 2010년에는 한화 투수 류현진과 두산 타자 김현수를 모델로 내세워 코믹한 ‘왕뚜껑’ CF를 제작하기도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요즘 일본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에 선수를 빼앗기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최고 투수 다루빗슈 유(전 니혼햄)가 메이저리그 텍사스로 이적했고, ‘제2의 이치로’로 불리던 아오키 노리치카(전 야쿠르트)는 밀워키와 계약했다. 특히 지난해 저팬시리즈 우승팀 소프트뱅크의 출혈이 컸다. 우승 주역인 투수 와다 쓰요시와 유격수 가와사키 무네노리는 각각 볼티모어와 시애틀로 이적했다. 소프트뱅크는 주축들을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내 경쟁 팀에도 뺏겼다. 에이스 스기우치 도시야와 19승 투수 홀턴이 일본 최고 인기 팀 요미우리로 자리를 옮기면서 소프트뱅크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그러자 소프트뱅크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역으로 메이저리그의 특급 선수를 사오는 초강수를 두었다. 메이저리그 119승 투수 브래드 페니(34)를 데려온 것이다. 페니는 2006년 LA 다저스 시절 16승으로 다승왕에 올랐고 올스타전에도 2번 출전한 수준급 오른손 투수다.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도 11승이나 거뒀다. 페니는 지난해 연봉으로 300만 달러(약 34억 원)가량을 받았는데 소프트뱅크는 옵션을 포함해 총액 750만 달러(약 84억 원)를 제시했다. 이는 미국 선수가 일본 무대에 진출하면서 받은 첫해 연봉 중 역대 최고 금액이다. 소프트뱅크가 페니를 데려온 것은 오릭스 이대호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뱅크는 오릭스와 같은 퍼시픽리그에 속해 있다. 페니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반대로 미국에서 온 페니를 넘어선다면 이대호는 어려서부터 꿈꾸었던 메이저리그 진출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의 ‘신연봉제’는 냉혹한 제도다. 중요한 건 오직 성적이다. 신연봉제하에서는 최저 연봉(2400만 원)을 받던 선수가 억대 연봉자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5억 원을 받던 선수가 5000만 원짜리 선수로 추락하기도 한다. 신연봉제의 핵심은 바로 ‘윈 셰어(Win Share)’다. 윈 셰어는 특정 선수가 팀이 거둔 승리 가운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객관화한 수치다. 타자의 경우 타율 타점 등 기본 성적과 주자 상황에 따른 팀 배팅, 수비 능력 등 120여 개 항목을 대입한다. 팀 승리 수에 3을 곱해 이를 전체 파이로 설정하고 이를 선수들끼리 나눠 갖는다. 팀 성적이 좋을수록 유리하다. LG의 신연봉제는 윈 셰어 50%에 기존의 구단 고과 50%를 합쳐 연봉을 산정한다. 지난해 8개 구단 선수들을 상대로 윈 셰어로만 순위를 매겨봤다.○ 윤석민 제친 오승환 지난해 투수 최고 라이벌은 KIA 윤석민과 삼성 오승환이었다. 윤석민은 선발 투수로 선동열 KIA 감독 이후 20년 만에 투수 부문 4관왕(다승, 탈삼진, 평균자책, 승률)에 올랐다. 오승환은 한 시즌 아시아 기록 타이인 47세이브를 거뒀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각종 시상식의 승자는 모두 윤석민이었다. 공교롭게 올해 두 선수의 연봉은 3억8000만 원으로 같다. 하지만 윈 셰어로 따져본 투수 연봉 킹은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개인 성적도 뛰어나지만 삼성의 팀 성적이 KIA에 비해 좋았던 게 플러스 요인이 됐다. 지난해 79승을 거둔 삼성의 기본 파이는 3을 곱한 237이다. 반면 70승에 그친 KIA의 연봉 파이는 210이다. 만약 KIA가 삼성만큼의 승수를 올렸다면 연봉 킹은 윤석민에게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기대에 못 미친 이대호 타자 연봉킹은 홈런과 타점 1위에 오른 삼성 최형우였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이 좋았던 덕분이다. 예컨대 특A급 선수의 연봉을 5억 원이라고 가정할 때 5억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선수는 윤석민과 오승환 최형우 3명뿐이다. 그렇다면 타자 2등은 누구일까. 지난해 최형우와 각종 타이틀을 다퉜던 이대호(롯데·현 오릭스)를 꼽을 수 있다. 그는 타율 0.357에 27홈런 113타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타율과 최다안타, 출루율 등 3개 부문 타이틀도 땄다. 하지만 이대호는 최정(SK)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윈 셰어는 타격뿐 아니라 수비력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최정은 타율 0.310과 20홈런, 75타점에 머물렀지만 팀 배팅과 수비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대호는 병살타 부문에서도 1위(22개)에 올라 마이너스 점수를 받았다.○ 숨은 진주들 대거 상위권에 타자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삼성 김상수다. 지난해 고졸 3년차였던 김상수의 성적은 타율 0.278, 홈런 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핫코너인 유격수를 맡아 팀 승리에 공헌한 수비력을 인정받아 6위에 올랐다. 도루 29개를 기록한 빠른 발도 플러스 요인. 선발 투수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불펜 투수들도 대거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 박정진과 SK 정우람이 쟁쟁한 선발 투수들을 물리치고 각각 6, 7위에 랭크됐다. 롯데 마무리 김사율도 10위에 올랐다. 오승환을 포함하면 투수 연봉 10걸 중 4명이 불펜 투수였다. 현대 야구에서 불펜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목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소연(22·한화)은 3일 내내 언더파를 쳤다. 3라운드까지 20언더파를 기록해 2위 크리스털 불룐(네덜란드)에게 3타를 앞섰다. 시즌 첫 승의 꿈에 부풀었던 유소연이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쳤다. 유소연은 5일 호주 골드코스트 로열파인스 리조트코스(파72)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개막전인 호주여자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불룐에게 1타 차로 역전패했다. 430m의 짧은 파5 홀인 18번홀에서 유소연은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며 파에 그친 반면에 불룐은 이 홀에서 버디를 낚아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날 5언더파를 몰아친 김하늘(24·비씨카드)은 20언더파 268타로 유소연 등과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여자 역도의 간판 장미란(29·고양시청)은 상지여중 3학년 때 처음 바벨을 잡은 후 매년 탄탄대로를 달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최중량급(75kg 이상)에서는 합계 세계신기록(326kg)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듬해 고양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용상(187kg)에서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로 밀렸고, 지난해 이 대회에는 부상으로 출전조차 못했다. 그 사이 라이벌들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그를 추월했다. 지난해 타티아나 카시리나(21·러시아)가 먼저 327kg을 들었고, 이어 주룰루(24·중국)가 328kg을 기록하며 그를 넘어섰다. 올해 런던 올림픽을 앞둔 장미란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나이로 볼 때 이번 올림픽이 선수로서는 마지막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긍정의 힘을 믿는 장미란의 표정엔 여유가 넘쳤다. 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미란재단 출범식에서 장미란은 “런던 올림픽은 30회 올림픽이다. 그런데 올해 내가 한국 나이로 30세다. 후배들이 나이를 소재로 놀릴 때마다 오히려 전투력이 상승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장미란은 올림픽 2연패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더 강조했다. 장미란은 “내 마음속에 정해놓은 목표가 있다. 이 목표만 이룬다면 메달 색깔은 중요치 않다. 목표를 이룬 뒤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다. 그 무대가 이번 런던 올림픽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미란재단의 목표는 비인기종목 지원이다. 장미란이 재단 이사장이다. 재단의 공식 후원사인 비자코리아와 장미란은 장학사업, 소외계층 꿈나무 육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의 사업 계획을 밝혔다. 비자코리아는 이날 2억 원의 후원금을 장미란재단에 전달한 데 이어 런던 올림픽 전까지 8억 원가량을 더 지원하기로 했다. 장미란은 “힘들게 운동하는 어린 선수들의 꿈을 키워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한국이 아닌 미국 교과서에 실렸다. 더구나 체육이 아니라 수학 교과서다. 3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미국 수학 교과서에 등장한 김연아’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 교과서는 미국의 호턴 미플린 하코트가 펴낸 고교생 수학 교과서 ‘대수학과 삼각법: 그래픽을 활용한 접근’이다. 김연아의 사진은 삼각함수를 다루는 제5장에 등장했다. 이 교과서는 ‘각도 측정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2009년에 나온 이 교과서의 다섯 번째 개정판 사진 속 주인공은 미국의 ‘피겨 전설’ 미셸 콴(32)이었다. 새로 개정판을 내면서 김연아가 콴의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교과서라 하더라도 엄연히 초상권이 있다. 하지만 교육적인 목적으로 사용된 만큼 특별히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의 정통성을 무시하는 제도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본은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제도에 부정적이었다. 당시 일본야구 포스트시즌은 센트럴리그 우승팀과 퍼시픽리그 우승팀이 맞붙는 저팬시리즈가 유일했다. 그런데 한국은 1989년부터 준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해 상위 4개 팀이 ‘가을잔치’에 나갔다. 1991년 8개 구단 체제가 자리 잡은 뒤엔 절반인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출전하고 있다. 이제 ‘한국식 포스트시즌 제도’는 흥행의 보증수표가 됐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기에 최고의 명승부였다. 예컨대 정규시즌에서 KIA 윤석민과 한화 류현진 같은 에이스 맞대결은 서로 피해 갈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시리즈 같은 빅매치에선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퍼시픽리그가 먼저 자존심을 굽혔다. 센트럴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퍼시픽리그는 2004년부터 6개 팀 중 상위 3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특히 2004년 세이부와 2005년 롯데는 제1스테이지와 제2스테이지를 거쳐 저팬시리즈에 진출한 뒤 센트럴리그 우승팀마저 꺾었다. 결국 센트럴리그도 2007년부터 6개 팀 중 상위 3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름도 클라이맥스 시리즈로 통일했다. 상위 팀이 어드밴티지로 1승을 안고 시작하는 등 세부 조건은 다르지만 리그 팀 절반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과 같다. 최근에는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늘리려는 논의가 한창이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양대 리그에서 4개 팀씩 총 8개 팀이 가을잔치에 출전한다. 각 리그에서는 3개 지구 우승팀과 리그 2위 팀 중 승률이 가장 높은 팀(와일드카드) 등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여기에 와일드카드 1개 팀을 더 추가해 리그별로 5개 팀이 출전하도록 제도를 고칠 계획이다. 와일드카드 1, 2위 팀이 단판 승부를 벌여 승리 팀이 각 지구 우승팀과 디비전 시리즈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한국보다 야구 역사가 긴 일본과 미국도 ‘한국 야구의 흥행 코드’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셈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해 한국에서 그라운드를 누빌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맨으로 새 출발하는 이대호(30)가 29일 김해공항을 통해 일본 오사카로 출국하면서 한 말이다. 이대호는 오릭스와 2년 계약을 해 최소한 2년 동안은 일본에서 뛰어야 한다. 그런데 올해 다시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다는 건 무슨 뜻일까.이대호는 “거액을 받고 오릭스에 입단한 만큼 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데 고향인 부산 팬과 못 지킨 약속이 하나 있다. 롯데를 우승시키고 해외에 진출하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팬의 한 사람으로 롯데의 우승을 기원하겠다”고 했다. 한국, 일본, 대만, 호주 리그의 우승팀이 참가하는 아시아시리즈는 올해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대호의 바람대로 롯데와 오릭스가 한일 양국 챔피언에 오르면 이대호는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롯데와 맞붙는다. 그는 “정말 재미있는 광경이 될 것”이라고 했다.이대호는 오사카 숙소에 이삿짐을 맡기고 2월 1일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오키나와 현 미야코지마로 이동한다. 그는 “준비는 모두 끝났다. 몸 상태도 어느 때보다 좋다.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팬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고 했다.지난해 말 오릭스행이 확정된 후 이대호는 그 어느 때보다 착실히 준비했다. 11일부터 25일까지 롯데의 사이판 전지훈련에 동행했다. 롯데 관계자는 “수년간 이대호를 봐 왔지만 올해처럼 죽기 살기로 훈련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일본에서 꼭 성공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이대호의 고질적인 부상 부위였던 오른 발목이 완쾌된 것이다. 그의 오른 발목에는 뼛조각이 하나 돌아다닌다. 살이 찌거나 무리를 하면 항상 문제가 됐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는 발목이 아파 러닝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런데 140kg에 육박하던 몸무게를 120kg대 초반까지 감량하면서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이대호는 “2009년 아내(신혜정 씨)와 결혼하면서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됐다. 얼마 전 첫딸 효린이를 얻고 나서는 책임감이 더욱 강해졌다. 나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팬들을 위해서도 꼭 성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함께 오릭스에 입단한 투수 백차승(32)도 같은 비행기 편으로 일본으로 떠났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왕년의 황제’ 타이거 우즈(37·미국)는 평소대로 승리를 부르는 빨간 셔츠를 입고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하지만 상대는 이번에도 그의 빨간 셔츠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2009년 11월 호주 마스터스 이후 처음으로 공식 대회 우승을 꿈꿨던 우즈가 무명 선수에게 패하며 트로피의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2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골프장(파72)에서 끝난 유럽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전날 6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선두에 오른 우즈는 모처럼 챔피언조에서 4라운드를 시작했다. 한창 때만 해도 우즈에게 3라운드 선두는 우승을 의미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로 나섰던 52개 대회 중 48번을 우승했다. 지난해 12월 이벤트 대회인 셰브런 월드 챌린지에서 우승하며 자신감도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이날 우즈는 스코어를 줄이지 못해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3위에 그쳤다. 우승컵은 전날까지 우즈와 동타였던 로버트 록(35·잉글랜드)에게 돌아갔다. 세계 랭킹 117위로 평생 우승이 한 번밖에 없었던 록은 2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대어를 잡았다. ‘차세대 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해 1타 차 2위로 마치며 우즈를 추월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뉴질랜드 교포 여중생 골퍼 리디아 고(한국명 고보경·14·사진)가 일본의 이시카와 료(21)가 갖고 있던 세계 최연소 프로 대회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아마추어인 리디아 고는 29일 호주 시드니의 오클랜즈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호주여자골프대회 뉴사우스웨일스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로 2위 베키 모건(웨일스)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14세 9개월의 나이에 첫 프로대회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는 2007년 일본프로골프투어 먼싱웨어오픈에서 15세 8개월의 나이로 우승한 이시카와의 기록을 넘어섰다. 또 양희영이 보유하고 있던 여자 최연소 우승 기록(16세 6개월)도 깨뜨렸다. 한국에서 태어나 6세 때 뉴질랜드로 이민간 뒤 골프에 입문한 리디아 고는 각종 대회 최연소 기록을 경신해 왔으며 현재 세계 여자 아마추어 랭킹 1위에 올라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저렇게 땀을 흘리는데 살은 왜 안 빠지지?” 몇 해 전 KIA 투수 김진우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그처럼 덩치 큰 선수들은 여름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비 오듯 땀을 흘린다. 그런데 몸무게는 그대로다. 의문은 금방 풀렸다. 이온음료를 집어든 김진우는 1.5L를 한 번도 쉬지 않고 입에 털어 넣었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김진우는 식욕을 참지 못했다. 코칭스태프가 과식을 못하게 하자 화장실에 숨어 야식을 먹었다. 운동을 쉬고 방황하던 시기에는 몸무게가 130kg을 넘었다.그랬던 김진우가 요즘 확 달라졌다. 그는 요즘 미국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살과의 전쟁’에 한창이다. 틈만 나면 달리고 식사량까지 엄격하게 조절한다. 탄수화물 대신 과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한다. 현재 120kg인 김진우의 목표는 구위가 가장 좋았던 시절 몸무게인 105kg까지 체중을 줄이는 것이다. 김진우뿐만 아니라 투수 서재응, 외야수 나지완도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각각 10kg, 7kg 정도를 감량하며 세 자릿수였던 몸무게를 두 자릿수로 줄였다. 미나미타니 가즈키 트레이닝 코치에게서 “필요 이상의 지방을 가진 선수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던 KIA 선수들이 날씬해지기 시작했다. 야구는 축구나 농구에 비해 살이 쪄도 크게 지장이 없는 종목이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이대호가 대표적이다. 그는 롯데 시절이던 2010년 140kg에 육박하는 몸으로 타격 7관왕에 올랐다. 유연성과 근력이 뛰어난 덕분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두 번째로 무거운 두산 최준석(115kg)도 홈런을 곧잘 친다. 그러나 과하게 살이 찌면 부상이 찾아오기 쉽다. 특히 무릎이나 발목 등 하체에는 치명적이다. 김진우는 2004년 오른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대호 역시 시즌 내내 발목 등에 잔부상을 달고 살았다. 이대호가 오릭스행이 결정되자마자 죽음의 다이어트에 돌입한 건 부상 방지가 가장 큰 이유다. 그는 전 소속팀 롯데의 사이판 전지훈련에도 동행해 비지땀을 쏟았다. 롯데 관계자는 “대호가 정말 굳은 결심을 했는지 시도 때도 없이 죽기 살기로 뛰더라”고 전했다. 이대호는 귀국길에 오른 25일에도 모든 훈련을 소화한 뒤에 비행기에 올랐다. 135kg이었던 몸무게는 120kg 초반까지 빠졌다. 100kg이 넘었던 두산 김동주와 김현수도 한결 홀쭉해진 몸매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들과는 반대로 살을 찌우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도 있다. KIA 에이스 윤석민은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거의 유일하게 “살을 찌우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좀처럼 살이 찌지 않아 고민이다. 별명이 멸치인 롯데 투수 김수완도 각종 단백질을 섭취하며 체중 증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살을 빼고 찌우는 것 모두 고생이긴 마찬가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버지 세실 필더(49)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19개의 홈런을 터뜨린 거포다. 디트로이트에서 뛰던 1990년에는 홈런왕(51개)에 올랐다. 그의 아들은 왕자가 될 운명이었다. 필더는 아들의 이름을 왕자를 뜻하는 ‘프린스’로 지었다. 그렇게 프린스 필더(27·사진)는 태어나면서부터 왕자가 됐다. 여기에 하나 더. 문신 애호가인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이던 2004년 문신가게를 지나다 한글을 발견하고 신기한 마음에 그 가게에 들어갔다. 한국인 직원은 그의 왼쪽 목덜미에 정성스럽게 한글로 ‘왕자’라는 문신을 새겼다. 그 후 그는 한국 팬들 사이에서 ‘친한파’로 불린다. 바로 그 프린스가 총액 2억 달러가 넘는 대박을 터뜨렸다. ESPN 등 미국 언론들은 밀워키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프린스가 디트로이트와 9년간 2억1400만 달러(약 2410억 원)짜리 계약에 합의했다고 25일 전했다. 디트로이트는 최근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빅토르 마르티네스를 대신할 거포로 프린스를 데려왔다. 2005년 빅리그에 데뷔한 프린스는 7시즌 동안 통산 0.282의 타율에 230홈런, 656타점을 올렸다. 2007년에는 50홈런을 쏘아 올리며 아버지와 함께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로 ‘부자(父子) 50홈런’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홈런 38개에 120타점을 올리며 밀워키를 1982년 이후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로 이끌었다. 프린스는 아버지가 전성기를 보냈던 디트로이트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미겔 카브레라와 함께 최강의 중심 타선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33)이 먼 길을 돌아 국내에 복귀한다. 넥센은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김병현과 총액 16억 원(계약금 10억 원, 연봉 5억 원, 옵션 1억 원)에 18일 전격 계약했다. 1999년 미국으로 떠난 지 13년 만의 귀환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 최다승(124승)을 거뒀던 박찬호가 올 초 고향 팀 한화에 입단한 데 이어 김병현까지 넥센 유니폼을 입으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갔던 ‘1세대 해외파’가 모두 한국으로 돌아왔다. ○ 롤러코스터 야구 인생 김병현의 야구 인생은 그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아마 시절부터 공포의 잠수함 투수였던 그는 1999년 성균관대 재학 시절 225만 달러(약 26억 원)를 받고 미국프로야구 애리조나에 입단했다. 역대 미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 몸값이었다.김병현은 2001년 주전 마무리로 활약하며 애리조나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듬해는 개인 최다인 36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2003년 보스턴에서 ‘희대의 사고’를 치는 바람에 그의 이름 앞에는 ‘문제아’란 수식어가 붙었다. 오클랜드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부진을 보인 그는 3차전에서 홈 팬들이 야유를 보내자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욕설을 했다. 이후 그는 열성적인 보스턴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 했다. 김병현은 2004년 보스턴과 2년간 1000만 달러(약 114억 원)의 대박 계약을 했지만 잇단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05년부터는 콜로라도와 플로리다, 애리조나를 전전하는 저니맨이 됐다. 2007년을 마지막으로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재기의 기회였지만 전지훈련 출국 직전 여권을 분실해 대표팀 합류가 불발되는 불운을 겪었다. 2010년에는 독립리그 오렌지카운티에서 뛰었고, 지난해엔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에 진출했으나 1군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최근 다시 미국행을 노크했으나 넥센의 끈질긴 구애에 결국 한국 복귀를 선택했다. ○ 김병현 vs 박찬호, 빅 매치 성사되나김병현은 언더핸드 투수지만 한때 시속 150km대 강속구를 던졌다. ‘원반처럼 휘어져 들어온다’고 해서 붙여진 프리스비(Frisbee·공중에 던지며 노는 플라스틱 원반)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의 명품 구종으로 꼽혔다. 개성 강하고 타협하지 않는 성격을 좋아하는 열성 팬은 여전히 많다. 이 때문에 김병현의 한국 복귀가 프로야구 흥행에 초대형 호재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박찬호를 비롯해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던 이승엽(오릭스→삼성)과 김태균(지바 롯데→한화)까지 한국에 복귀한 상황이다. 김병현 대 박찬호, 김병현 대 이승엽, 김병현 대 김태균 등 어떤 카드를 붙여도 빅매치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에서 각각 수준급 마무리 투수와 특급 선발 투수로 활약한 김병현과 박찬호의 맞대결은 모든 야구팬들이 기대하는 장면이다. 실제로 2001년 6월 2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LA 다저스의 경기에서 두 투수는 동시에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등판한 박찬호는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고, 김병현은 7회 2사 후 등판해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둘 모두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다. 과거에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뛰었던 김선우(두산), 서재응 최희섭(이상 KIA)과의 맞대결도 관심거리다.하지만 해외파들의 몸값 인플레와 기량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많은 돈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병현만 해도 오랜 시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박찬호 역시 지난해 오릭스에서 1승에 그쳤다. 이승엽도 하향세다. 최근 팀 훈련 무단 불참으로 물의를 일으킨 최희섭처럼 목표 의식을 잃어버리면 프로야구 판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 ‘큰손’ 넥센 덕분에 흥미진진최근 몇 년간 김병현 영입에 공을 들여온 넥센은 그의 합류에 축제 분위기다. 지난해 최하위 등 2008년 창단한 뒤 하위권에 머문 넥센의 최근 행보는 야구계에도 신선한 충격이다. 2009년 말 넥센은 이택근과 장원삼, 이현승 등 주축 선수들을 팔아 운영비를 마련했다. 돈도 없고 전력도 약해 프로야구 발전을 가로막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메인 스폰서(넥센타이어)와 다양한 서브 스폰서를 유치했고 TV 중계권료 인상 등으로 늘어난 수입을 선수에게 투자하고 있다. LG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이택근을 4년간 50억 원에 데려왔고, 막판에 불발되긴 했지만 최희섭 영입까지 추진했다.넥센의 전력 강화는 프로야구의 전력 평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넥센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올해 상위권에 도전할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680만 관중을 기록했던 한국 프로야구로선 또 하나의 흥행 동력을 얻게 된 셈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이끈 감독, 두산 감독 시절 팀을 6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감독, 화수분 야구의 상징…. 김경문 NC 감독(54)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무척 다양하다. 하지만 정작 그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사연 많은 선수가 야구 잘해서 연봉 많이 받는 것을 볼 때가 가장 기분 좋았다”고 했다. 그는 “어렵게 야구 하던 선수가 피나는 노력으로 스타가 된 뒤 ‘감독님, 고맙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을 때 감독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이런 스토리는 그 자체가 감동이다. NC 야구를 통해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이틀 전인 1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NC라는 새하얀 도화지에 그려갈 그의 야구 색깔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신생팀 NC는 올해 2군에서 담금질을 한 뒤 내년부터 1군 리그에 참가한다. 이날 밝힌 그의 생각을 키워드별로 정리해봤다.▽나만의 야구=두산 감독 시절 경기 직전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승리’보다는 ‘감동’을 생각했다. 팬들이 재미있고 인상적인 장면을 품에 안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싶었다.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지난해엔 지키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집착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졌고 여유를 잃었다. 시즌 중인 6월에 스스로 감독 자리에서 내려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제 다시 초심이다. 팬을 위한, 팬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하겠다. ▽닥공(닥치고 공격) 야구=최강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데 참 재미있는 말이다. 어찌 보면 내 야구가 그랬지 않나 싶다. 팽팽한 투수전도 좋지만 팬들은 점수가 많이 나는 야구를 좋아하는 것 같다. 두산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많이 치고 많이 달릴 것이다. 하루빨리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는 게 관건이다. ▽창원 팬들=예전 마산구장에서 이기고 나면 구장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웃음). 참 열정적인 팬들이다. 마산구장에서 연습할 때 많은 팬이 거리낌 없이 악수를 청하시더라. 아주머니들도 ‘잘하라’고 응원해 주셨다. 그분들께 지는 것보단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김성근 감독=얼마 전 택시를 탔는데 운전사 분이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님과의 맞대결에 대해 물어 보시더라(김성근 감독이 SK에 재임하던 시절 두산과 SK는 2차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다).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 같다. 이런 대결에 많은 팬이 관심을 가져 주시면 자연스럽게 2군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겠나. 의미 있는 일이다. 승패를 떠나 정말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이숭용(전 넥센)=우리 선수들이 꼭 본받았으면 하는 롤모델이다. 꼭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성공하는 게 아니다. 묵묵히 팀에 필요한 일을 하는 선수가 정말 좋은 선수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비결도 그거였다. 당시 자기를 희생하려는 선수가 많았다. 홈런 타자 9명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가 많은 팀이 강팀이다. ▽한국시리즈 우승=8년간 두산에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단 하나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마지막 목표는 내가 소속된 팀에서 우승을 이뤄보는 것이다. 하지만 큰 꿈은 마음속 한편에 품고 있어야 되는 것 아니겠나. 내년에는 1군에 참가해 많이 배우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