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폐인’ SK 왼손투수 정우람의 바람 ‘태극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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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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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내 운명’

정우람은 SK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2억8000만 원)을 받는다. 중간 계투 투수의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정우람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가볍게 조깅하며 몸을 풀고 있다. SK 제공
정우람은 SK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2억8000만 원)을 받는다. 중간 계투 투수의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정우람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가볍게 조깅하며 몸을 풀고 있다. SK 제공
이름은 ‘우람’하지만 그는 투수치고는 체격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시속 150km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것도 아니다. 선발 투수도 아니고 경기를 매듭짓는 마무리 투수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팀 내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2억8000만 원)을 받는다. 에이스 김광현(24)보다 3000만 원이 더 많다. 팀 기여도를 그만큼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중간 계투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는 SK 왼손 투수 정우람(27)이다.

○ 평범 소년, 최고 연봉 선수가 되다

우람이라는 이름은 외할머니가 ‘건강하고 우람하게 크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하지만 어릴 적 그는 작고 약했다. 고교 때까지 멀리 던지기를 해도 중간 수준이었고 직구는 시속 130km를 겨우 웃돌았다. 그나마 투구 폼이 예쁘고 기본기가 잘 갖춰졌다는 평가 속에 2004년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주로 2군에 머물며 그는 ‘나처럼 작고 약한 선수가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했다. 답은 세 가지로 정리됐다. 제구와 볼 끝, 그리고 확실한 변화구였다. 그때부터 그는 밤낮으로 훈련에 매달렸다. 원정을 가서는 놀이터에서 혼자 투구 폼을 연습한 적도 있다. 절실함은 성과로 연결됐다.

마음먹은 곳에 공을 꽂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제구가 좋아졌고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휘는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만들었다. 체인지업은 속도도 3, 4km 조절할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이듬해 곧바로 필승 계투조에 포함된 후 매년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68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 7세이브, 평균자책 1.81을 기록했다. 25홀드로 홀드왕에 올랐고 최연소 100홀드도 달성했다.

○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그가 성공가도를 걷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공 한 개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 공 1개의 실투로 투수 인생이 끝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항상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마운드에 오른다”고 했다.

야구를 대하는 그의 마음가짐은 구도자를 연상케 한다. 그는 “내게 만족이란 없다. 한 경기를 잘 던지면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못 던진 날은 ‘다음엔 어떻게 해야 잘 던질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완벽을 향한 끝없는 노력. 그것이 2005년 이후 7년 넘게 그를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고 앞으로도 그를 이끌어갈 힘이다.

○ 태극마크는 나의 꿈

올 시즌이 끝나면 그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치른다. 단, 예외가 생길 수 있다.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뽑힐 경우의 얘기다.

고교 시절에도 그랬고 프로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던 그는 단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막판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정우람은 “병역 혜택은 없지만 WBC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만약 대표가 된다면 입대를 1년 미룰 생각이다. 군대에 다녀와도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다. 40세, 45세까지 선수를 하고 있을 것 같다. 매년 조금이라도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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