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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을 취재했다. 기자가 탄 미국행 360t의 보잉 747 항공기는 태평양 상공을 지나는 동안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에 자주 요동을 쳤다. 비상구 옆자리에서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최종병기 활’을 뒤늦게 관람하던 때였다. 최고 신궁으로 나오는 주인공 남이의 마지막 대사가 마음에 울림을 남겼다.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바람마저 돕지 않는구나”라며 비웃던 청나라 명장 쥬신타는 남이가 쏜 회심의 화살에 절명했다. 영화 속 남이와 달리 이번 골프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애를 먹었다. 순간 최고 초속 15m의 강풍에 속절없이 휘청거리는 아름드리 야자수처럼 선수들의 스코어도 널을 뛰었다. 이 정도 바람에는 골프채를 고를 때 평소보다 3클럽 이상 차이가 나고 좌우로는 50야드까지 편차를 보인다. “바람은 피부에 닿거나 귀로 지나가는 느낌을 통해 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나무와 깃발을 통해 보인다.” 득도한 듯 대비책을 내놓았던 최경주마저 중위권으로 밀려났다. 옥외 경기장에서 하는 스포츠 종목은 대부분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양궁과 골프는 풍향과 풍속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닮았다. 바람이 불면 오조준을 해야 하는 것도 똑같다. 그린이 과녁이라면 홀컵은 엑스텐(10점 만점 중에서도 지름 6.1cm가 정중앙)이라는 말도 있다. 원리가 비슷해서인지 유명 양궁인 중에는 유난히 골프 고수가 많다. ‘골프 지존’인 신지애는 초등학교 시절 양궁선수 경험이 골프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한국 양궁이 수십 년간 세계 정상의 자리를 굳게 지키는 데는 올림픽, 아시아경기 등 주요 대회에 앞서 철저하게 바람에 대비한 효과도 컸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당시 양궁대표팀은 대전체육 고교 훈련장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했다. 황량하고 변화무쌍한 돌풍이 자주 부는 환경이 베이징 경기장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취재를 갔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일이다. 8월의 그리스에는 에게 해에서 멜테미라는 바람이 부는데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거셌다. 게다가 양궁장은 1896년 제1회 올림픽이 열렸던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으로 말굽 모양으로 생겨 돌개바람이 심했다. 표적지가 아니라 허공을 겨냥하는 일도 나왔다. 올림픽에 앞서 바람으로 유명한 유럽 지역과 제주에서 훈련했던 양궁대표팀은 아테네에서 한국선수단이 딴 금메달 9개 중 3개를 휩쓸었다. 특히 여자 양궁 2관왕에 오른 박성현은 남자선수들이 쓰는 44파운드의 인장강도를 지닌 활로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심술을 제압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김경욱은 화살이 과녁 정중앙 초소형 카메라를 맞힌 ‘퍼펙트 골드’로 화제를 뿌렸다.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른 신궁은 마음으로 활을 쏴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과녁을 꿰뚫는다고 한다. 어찌 활뿐이랴. 세상 살다 보면 이런저런 바람을 맞는다. 올해 같은 선거철에는 특히 심해진다. ‘뭔 풍(風)’으로 끝나는 신조어가 쏟아진다. 스포츠나 정치나 바람을 잘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바람둥이로 전락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한때 참선에 매달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했다. 모든 건 올곧은 마음에 달려있는지 모른다. ―로스앤젤레스에서김종석 스포츠레저부 차장 kjs0123@donga.com}

1927년 개장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리비에라CC(파71) 18번홀 그린에서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계단 왼쪽에는 벤 호건(1912∼1997)의 동상이 있다. 전설의 골퍼 호건은 1947년부터 18개월 사이에 이 골프장에서 노던트러스트오픈 2회, US오픈 1회 등 3차례 정상에 섰다. 이런 사연으로 리비에라CC는 ‘호건의 오솔길’이라는 애칭까지 붙었다.20일 이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 4라운드에서 호건이 벌떡 깨어날 것 같은 환호가 터져 나왔다. 1타 차 공동 2위였던 필 미켈슨(42·미국)이 18번홀에서 8m 버디 퍼트를 넣어 공동 선두가 됐을 때였다. 그린 주변 언덕을 꽉 채운 수천 명의 갤러리는 일제히 “와” 하며 탄성을 보냈다.미켈슨은 ‘미스터 캘리포니아’로 불린다. 골프장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나 PGA투어 통산 40승 중 30승을 캘리포니아에서 거뒀다. 그는 이 대회에서 13번 출전해 우승 2회에 상금만도 최고인 292만 달러(약 32억8000만 원)를 벌었다.홈 팬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극적인 2주 연속 우승을 노렸던 미켈슨은 최종 합계 7언더파로 빌 하스, 18번홀에서 버디를 낚은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연장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312야드의 짧은 파4인 10번홀에서 치른 연장 두 번째 홀 러프에서 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타고 벙커에 빠지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기 후 미켈슨은 자신을 둘러싼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며 정성을 다했다. 갖고 있던 모자에 사인을 받은 재미교포 심원석 씨는 “미켈슨은 실력뿐 아니라 따뜻한 인품을 지녔기에 인기가 높다. 차가운 타이거 우즈와도 대조를 이룬다”고 말했다.미켈슨은 자상한 아빠이자 가정적인 남편으로 유명하며 사람과의 인연을 중시한다. 암 투병 중인 부인과 장모를 위해 헌신한 사연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전담 캐디 짐 매케이는 1991년부터 20년 넘게 호흡을 맞추며 오랜 동반자가 됐다. 이날 미켈슨은 18번홀 버디를 낚은 흥분에 자칫 동반자였던 브래들리의 퍼팅 라인을 밟을 뻔하자 황급히 다리를 든 뒤 미안함을 표시했다. 전날 티샷한 볼이 한 갤러리의 반바지 안으로 굴러들어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 때는 사인한 장갑과 공을 선물하는 세련된 매너를 보였다.우승 트로피는 2차 연장전에서 13m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하스에게 돌아갔다. 하스와 브래들리도 우승을 다툰 미켈슨에게 경의를 표하며 “우상과의 멋진 승부였다”고 입을 모았다.PGA투어에서 9승을 올린 제이 하스의 아들인 빌 하스는 지난해 플레이오프 우승 보너스로 1000만 달러(약 112억4000만 원)를 차지한 주인공. 지난해 투어챔피언십 2차 연장전에서 연못에 반쯤 잠긴 공을 쳐내 파를 지키는 묘기를 펼치며 우승했던 그는 이날 선두에 2타 뒤졌다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로스앤젤레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양용은이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파71)에서 열린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노던 트러스트오픈 3라운드에서 공동 26위(중간 합계 이븐파)에 머물렀다. 최경주와 위창수는 중간 합계 1오버파로 공동 38위에 그쳤다. 한국 골퍼들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이른바 웨스트 코스트 스윙에서 고개를 숙일 때가 많았다. 최경주의 PGA투어 통산 8승 중 캘리포니아 주 대회에서의 우승은 한 번도 없다. 한편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이 대회 2회 우승 경력이 있는 필 미켈슨은 3라운드까지 7언더파로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로스앤젤레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최경주(42)와 양용은(40). 한국 골프의 양대 산맥인 이들은 똑같은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바로 불안한 퍼팅이다. 최경주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5∼3m 거리의 퍼트 성공률 48%로 134위에 처졌다. 양용은은 같은 거리에서 바닥권인 181위(30%).올 들어 처음으로 PGA투어에 함께 출전한 대회인 노던 트러스트오픈을 앞두고 이들의 퍼팅 근심은 심각했다. 17일 개막한 이 대회가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리비에라CC(파71)는 그린의 굴곡이 심한 데다 바람까지 강해 자칫 퍼트 수가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최경주는 “덕석(멍석) 위에서 퍼팅하는 것 같다. 그린이 좀 느려도 작고 구겨 놓은 홀이 많아 까다롭다. 잘 보고 때리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며 웃었다. 최경주는 일반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두꺼운 ‘홍두깨 그립’이 장착된 퍼터를 6년째 애용하고 있다. TV 광고를 보다 우연히 인연을 맺어 아예 이 제품 홍보 모델까지 됐다. 손목이 꺾이는 나쁜 버릇이 줄게 됐다. 최경주는 “하도 오래 쓰다 보니 이젠 그립이 반질반질하다”고 말했다.시즌 초반 2개 대회에서 예선 탈락한 양용은은 이번 대회에서 새 퍼터 그립을 사용하고 있다. 최경주가 쓰는 그립과 같은 회사 제품인데 롱퍼터용 그립을 그동안 쓰던 일반 퍼터에 장착했다, 그립 길이가 30cm가 넘고 무게만도 85g에 이른다. 묵직해서 방향성이 좋아지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이날 1라운드에서 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티타임이 오전 일찍 잡혀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난 최경주는 퍼트 수를 26개까지 떨어뜨리며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언더파를 쳐 공동 6위에 올랐다. 최경주는 “1.5m 안쪽의 거리에서 한 개의 퍼팅도 놓치지 않았다. 야자수가 휘청거릴 만큼 바람이 심해(최고 시속 56km) 인내심이 요구됐다. 2퍼트로 차분하게 파만 잡아도 등수를 지킬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2001년부터 12년 연속 출전한 최경주는 최근 4년 동안 3차례 톱10에 든 자신감이 돋보였다.양용은은 71.4%의 페어웨이 안착률과 66.7%의 그린 적중률로 안정된 샷 감각을 보였지만 30개의 퍼트 수를 기록해 1오버파로 제주 출신 후배 강성훈과 공동 37위에 머물렀다.지난주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마지막 날 위창수를 꺾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캘리포니아 주 출신 필 미켈슨은 홈 팬의 열렬한 응원 속에 5언더파로 1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다.로스앤젤레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ㅁㅍ}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노던 트러스트오픈 1라운드가 열린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 연습 그린에 쌍둥이로 착각할 만큼 닮은 두 명이 서 있었다. 지난해 PGA투어에 진출해 2년 차를 맞은 강성훈(25)과 형 성도 씨(32)였다. 강성도 씨는 동생의 운전사, 캐디, 심리상담사 등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다. 강성훈은 “누구보다 든든하고 의지가 된다”며 고마워했다. 축구 선수 출신으로 방송 진행자를 꿈꾸던 강성도 씨는 동생을 위해 미래를 포기하고 2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강 씨는 “5시간 운전은 기본이다. 캐디 하다 서로 감정 상할 때가 있어 요즘은 안 하는데 다음 주 멕시코 대회에선 전담 캐디 집안에 사정이 생겨 다시 가방을 멘다. 이번 주엔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며 웃었다. 지난주 유럽투어에 출전한 뒤 이번 대회에 불참하고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는 거물 신인 노승열(21)의 곁에는 누나 승은 씨(23)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지난해 동생 뒷바라지를 하던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누나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식사 해결, 항공 및 숙박 예약에 동생이 좋아하는 국내 가요 녹음과 말동무까지, 일도 많다. 대학 졸업 후 동생 매니저로 변신한 노 씨는 “승열이 일정이 빡빡해 코피를 자주 쏟아 걱정이다. 퍼트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데 초반에 성적을 내두면 편하게 투어 생활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골퍼들의 미국 진출 초창기에는 골프 대디들의 동행이 대세였다. 강성훈과 노승열에게는 형과 누나의 희생과 헌신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로스앤젤레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그는 ‘필드의 저니맨’으로 불린다. 뛸 수만 있다면 어떤 무대든 가리지 않는다. 재미교포 프로골퍼 존 허(허찬수·22) 얘기다.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리비에라CC는 17일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노던 트러스트오픈 개막을 앞두고 몸을 푸는 선수들로 북적거렸다. 올 시즌 PGA투어에 데뷔한 존 허는 골프채를 점검하려고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골프장을 찾았다. 출전 순번에서 밀려 아쉽게 참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인타운 집에서 골프장이 15분 거리라 많이 응원 올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현재 출전 순번이 48번이라 밀렸어요. 조만간 재조정하면 10위권까지 올라 이달 말 혼다클래식부터는 거의 모든 대회에 나갑니다.” 존 허는 올 시즌 PGA투어에서 한 차례 공동 6위를 포함해 4개 대회에서 모두 본선에 진출하며 신인 중 최고인 상금 26위(38만1132달러)에 올랐다. 이런 상승세를 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그는 일본 투어에 도전하려다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한 뒤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 보기로 27위가 돼 25위까지 주어지는 합격증을 날린 줄 알았다. 하지만 3시간을 가슴 떨며 기다리다 앞선 두 명이 다른 자격으로 통과하게 돼 막차로 합격한 뒤 캐디를 맡은 아버지와 포옹하며 눈물을 쏟았다. 존 허는 어려서부터 부평초처럼 떠돌았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뒤 생후 3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 시카고로 떠났다. 한국을 다시 떠나기 전에 배웠던 골프에 집중하려고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그는 대학과 프로의 갈림길에서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돈을 선택했다. 마이너리그인 미국 미니 투어를 전전하다 2009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외국인선수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한국에서 3년을 뛰었고 2010년 신한동해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선후배 위계질서가 강해요. 문화 차이로 애를 먹기도 했어요. 하지만 대회 출전만으로 너무 행복했고 경험과 실력을 키울 수 있었죠. 코스마다 OB 말뚝이 많아 티샷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고요.” 존 허는 “올 시즌 상금 125위 이내에 들어 출전권을 지키는 게 1차 목표다.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아 자신 있다. 앞으론 5위 이내 입상, 우승을 향해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로스앤젤레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괜찮아요. 그 얘기부터 물어보세요.”마치 어떤 질문을 먼저 하려는지 예상이라도 한 듯했다.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에서 위창수(40)를 만난 때였다. 그는 17일 이 코스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노던 트러스트오픈을 앞두고 최경주와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었다. 그는 불과 이틀 전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대회에서 3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가 PGA투어 첫 승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아버지까지 멀리 로스앤젤레스에서 응원 오셨지만 뼈아픈 역전패를 허용했다. “대회 끝나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라면 잠도 못 잤을 텐데…. 이젠 나이도 먹고 했으니 잘했던 부분을 더 떠올리려고 해요.”위창수는 2005년 PGA투어 데뷔 후 지난주까지 163개 대회에서 준우승만 5차례 했을 뿐 우승이 없다. 무관의 이유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최경주는 “창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스윙도 꼼꼼하게 분석하는 스타일이다. 머리가 복잡하면 오히려 결과가 나쁠 수 있다”고 지적했다.위창수는 “훈련을 많이 하고 생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고비를 못 넘긴 것은 상대가 너무 잘 쳤고 운이 안 따른 원인도 있다. 중요한 점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지난 대회 최종일 1번홀에서 4퍼트로 더블보기를 하면서 흔들렸던 그는 “예전 같으면 완전히 무너졌을 텐데 그래도 만회해 이븐파로 라운드를 마치며 2위를 차지한 것은 성과”라고 덧붙였다.위창수의 PGA투어 상금 랭킹은 준우승 효과로 144위에서 10위(70만3688달러)로 점프했다. 최경주, 양용은에 이어 넘버 3로 불린 그는 코리아 군단의 선두 주자를 넘보고 있다.이번 대회 코스는 위창수의 집에서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 어릴 적부터 눈에 익다. 위창수는 “그린이 작고 굴곡이 심해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달 초 피닉스오픈 챔피언 카일 스탠리는 우승 직전 대회에서 최종일 17번홀까지 3타 차 선두였다 무너진 뒤 1주일 만에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올 시즌 2승이 목표라는 위창수는 “스탠리의 정신력은 대단했다. 내가 그리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퍼시픽팰리세이즈=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고려대 농구부 감독 시절 ‘코트의 신사’로 이름을 날린 박한 전 대학농구연맹 회장(66). 그는 2일부터 21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전지훈련을 온 고려대 농구부 단장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이로써 그는 선수와 지도자에 이어 단장으로도 로스앤젤레스를 찾는 묘한 인연을 보였다. 사연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표팀 센터로 활약하던 박 전 회장은 주한 미군의 지원으로 한 달 넘게 미국 서부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혜택이다. “미군 군용기와 민간 항공기에 1, 2진으로 나뉘어 출국했어요. 캐나다 밴쿠버부터 로스앤젤레스를 돌며 훈련했죠.” 농구 본고장에서 실력을 익힌 대표팀은 1969년 사상 최초로 아시아선수권 정상에 섰다. 박 전 회장은 은퇴 후 고려대 감독으로 48연승을 주도했던 1979년 대표팀 코치를 맡아 이충희, 임정명, 신선우 등 호화 멤버를 이끌고 다시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찾았다. 당시 대표팀 선수들은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이번에 고려대 농구부 역시 미국 훈련의 효과를 꿈꾸고 있다. 현지 프로와 대학선수의 연합팀과 11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장신 선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다. 신인으로 주전자리를 꿰찬 이동엽과 문성곤은 자신감을 얻으며 대학 무대 적응력을 키웠다. 실전 훈련뿐 아니라 이들은 올 시즌 미국 프로농구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LA 클리퍼스 경기를 관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민형 고려대 감독은 “팀 리빌딩 작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 올 시즌 기대감이 커졌다”고 말했다.로스앤젤레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탱크’ 최경주(42·SK텔레콤)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개 대회에 출전해 예선 탈락 없이 공동 5위와 공동 38위를 기록했다. 호적상 1970년생인 최경주는 실제로 1968년에 태어나 한국 나이로는 올해 45세다. 40대 중반에도 안정된 페이스를 올리는 비결은 뭘까.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자생한방병원과 PGA투어 선수 한방의료 후원 협약식에 참석한 최경주의 표정은 여전히 밝았다. 최경주는 식이요법과 과학적인 피트니스를 컨디션 유지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한때 삼겹살 10인분을 해치울 만큼 좋아하던 고기를 요즘은 거의 안 먹어요. 그 대신 생선을 찾습니다. 1년 넘게 아침에는 과일, 야채, 곡물, 견과류 등을 한데 넣어 갈아 만든 건강식만 먹고 있어요.”평소 달변으로 유명한 최경주는 마치 영양학자라도 된 듯했다. “딸기, 토마토, 블루베리 등 7가지 과일에 당근, 양배추, 케일 등 7가지 야채가 들어갑니다. 여기에 호두, 잣 등 4가지 견과류, 선식, 단백질 가루 등을 섞죠.”대회 때에도 최경주는 ‘특별 아침’ 제조용 믹서를 갖고 다닌다. 월요일마다 대회 코스 근처의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게 주요 일과가 됐다. 이날 행사 후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최경주는 생선 위주의 반찬에 현미밥을 반 공기만 비웠다. “아침 메뉴를 개선하니 장이 좋아져 운동해보면 몸이 한결 가벼워요. 화장실 가기도 편하죠. 노폐물 배출을 위해 물은 하루 2L 이상 마십니다.”최경주는 호주 출신의 전문 피지컬 트레이너 사이먼 웹의 도움으로 골프 스윙에 필요한 근력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령을 사용해 손목과 팔 근력을 키우고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복근과 하체 유연성을 길렀다.최경주는 PGA투어에서 침술을 비롯한 한의학의 전도사로 불린다. 지난해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했던 폴 케이시는 발목 통증에 시달리다 그의 추천으로 침을 맞은 뒤 우승까지 했다. 이날 지난해 PGA 2부 투어 상금왕 제이미 러브마크는 시술 체험에서 안 좋던 허리에 침을 맞은 뒤 “효과 만점”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행사를 주관한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최 프로는 90kg이 넘던 체중을 갑자기 뺀 뒤 무리한 운동으로 신체 균형이 깨져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철저한 자기 관리와 침구, 약물 요법으로 재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로스앤젤레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위창수(테일러메이드)는 지난달 만 40세 생일을 맞았다. 불혹의 나이가 된 그는 생애 첫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을 눈앞에 두고 흔들림 없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진정한 시험대가 그의 앞에 기다리고 있다. 위창수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페블비치의 스파이글래스힐코스(파72)에서 열린 PGA투어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대회 3라운드에서 중간 합계 15언더파로 사흘 연속 선두를 달렸다. 위창수는 1∼3라운드를 치르는 3개 골프장 중 이날 가장 난도가 높은 코스에 나섰지만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해 2위 켄 듀크(미국)를 3타 차로 앞섰다. 2005년 PGA투어 데뷔 후 162차례 대회에서 무관에 그치며 준우승만 4차례 한 위창수는 “마지막 날의 악령에서 벗어나 나와의 싸움부터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175위인 위창수의 뒤에는 통산 110승을 합작한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이상 미국)이 호시탐탐 역전 우승을 넘보고 있다. 특히 2009년 통산 71승을 거둔 뒤 2년 넘게 우승이 없는 우즈는 페블비치골프링크스(파72)에서 5타를 줄이며 위창수를 4타 차로 압박했다. 우즈는 6타 차 공동 4위인 미켈슨과 챔피언 조 바로 앞에서 최종일 맞대결을 펼친다. 위창수는 자신보다 4세 어린 우즈와의 어릴 적 추억을 공개했다.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의 엘도라도CC에서 동반 라운드를 했을 때였다. 당시 위창수는 13세였고 우즈는 9세였다. 250야드 정도 되는 긴 파3인 9번홀에서 우즈가 70야드를 남기고 한 두 번째 샷이 거의 홀컵에 들어갈 뻔했다. 그런데도 우즈는 화가 단단히 났다. 위창수가 “잘 쳤는데 왜 그래?”라고 묻자 우즈는 “꼭 집어넣으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위창수는 “우즈의 강한 승부근성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즈는 “(그 일은) 잊어버렸다. 내 기억엔 아마 두 번째 샷을 넣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안팎에서 심한 견제를 받을 위창수는 과연 고대하던 트로피에 입을 맞출 수 있을까.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서희경(26·하이트)과 유소연(22·한화)은 공동 선두로 18번홀(파4) 그린에 올랐다. 이들만이 순위표 꼭대기를 나눠 갖고 있었고 둘 다 버디 퍼트를 남겨뒀다. 누가 이기든 트로피의 주인공은 코리아 군단인 줄 알았다.하지만 서희경은 버디 퍼트에 이어 1.2m도 안 되는 파 퍼트가 홀 오른쪽 벽을 맞고 튕겨 나왔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서희경을 꺾고 우승했던 유소연에게 다시 행운이 따르는 듯했지만 아니었다. 유소연의 버디 퍼트 역시 홀에 못 미쳐 꺾이더니 1m 퍼 파트는 너무 강해 홀을 외면했다. 둘 다 어이없는 3퍼트에 우승 기회를 놓치는 순간이었다.12일 호주 로열 멜버른GC(파73)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호주오픈. 서희경과 유소연은 나란히 마지막 홀 보기로 최종 합계 3언더파를 기록해 다른 4명과 동타를 이룬 뒤 역대 최다 타이인 6명이 나선 연장전에서 패해 공동 2위에 머물렀다. 유소연은 지난주 유럽투어에 이어 2주 연속 준우승, 우승은 2차 연장전에서 유일하게 6m 퍼트로 버디를 낚은 왕년의 테니스 스타 페트르 코르다의 딸인 세계 랭킹 285위 제시카 코르다(19·미국)에게 돌아갔다. 단독 선두를 달리다 14∼16번홀에서 3연속 보기로 무너졌던 코르다는 장타를 앞세운 17번홀(파5) 버디에 힘입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끝에 LPGA투어 데뷔 2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아버지 페트르는 1998년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 챔피언 출신으로 부녀가 호주와 각별한 인연을 보였다. 세계 랭킹 1위 청야니(대만)는 공동 8위(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올 시즌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에는 코리안 브러더스가 북적거리고 있다. 한국 선수 6명에 외국 국적의 교포 5명까지 합하면 11명이 출전권을 갖고 있다. 실력도 뛰어나 시즌 초반부터 대회마다 선두권에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페블비치의 3개 코스에서 개막한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대회에서도 코리아 군단의 강세가 여전했다. 위창수는 몬터레이 페닌슐라 코스(파70)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로 9언더파를 몰아쳤다. 13번홀까지 8타를 줄인 위창수는 남은 5개 홀에서 3타를 더 줄이면 꿈의 스코어라는 59타를 칠 수 있었지만 버디 1개를 추가했다. “본 데로 쏙쏙 들어갔다”는 소감처럼 퍼트수를 22개까지 떨어뜨린 위창수는 “파 70 코스인 줄 몰라 59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4개 대회에서 3차례 예선 탈락의 수모를 안았던 뉴질랜드 교포 이진명은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보기 없이 이글 2개와 버디 5개의 맹타를 휘둘러 위창수, 더스틴 존슨(미국)과 공동 선두를 이뤘다. 이진명은 2번홀(파5) 그린 주변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을 그대로 홀컵에 넣은 뒤 11번홀(파4)에서는 106야드를 남기고 한 두 번째 샷이 홀컵으로 사라졌다. 나상욱은 6언더파(스파이글래스 힐 코스)로 공동 6위에, 재미교포 리처드 리(몬터레이 페닌슐라 코스)는 공동 10위(5언더파)에 올라 한국계 선수 4명이 톱10에 진입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PGA투어 대회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미국)는 가장 난도가 높다는 스파이글래스 힐 코스(파72)에서 4언더파로 선전해 배상문 등과 공동 15위로 경기를 마쳤다. 좁고 까다로운 코스에도 우즈의 티샷은 3차례만 페어웨이를 벗어날 만큼 견고했다. 레귤러온에 실패한 홀도 3개에 불과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연장 접전을 펼쳤던 유소연(한화)과 서희경(하이트)이 다시 우승 경쟁을 펼치게 됐다. 당시 서희경을 꺾고 우승하며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 유소연은 10일 호주 로열 멜버른GC(파73)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중간합계 6언더파로 전날 공동 6위에서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LPGA투어 신인왕 서희경은 이날 버디 9개에 보기 2개로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를 몰아쳐 첫날 공동 52위에서 선두에 1타 차 2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세계 랭킹 1위 청야니(대만)는 3타를 잃어 중간합계 이븐파로 신지애 등과 공동 10위에 머물렀다.}

“단순히 친한 거 이상이에요. 다 큰 녀석들이 손까지 잡고 다니고….”(유재학 감독) “주위에서 부부라고 부른다니까요. 크크.”(양동근) 프로농구 모비스 슈터 박구영과 포워드 함지훈의 관계를 묻자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묘한 시선을 보낸다. 28세 동갑인 이들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함지훈이 전체 10순위, 박구영이 11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대학 때까지는 서로 눈인사만 나눌 정도였다가 프로에서 ‘실과 바늘’이 됐다. 박구영은 “팀에서 유일한 동기였고 취미와 식성이 비슷해 금세 친해졌다”고 회상했다. 둘 다 컴퓨터 게임을 즐겼고 중국집과 분식집을 자주 찾았다. 2시즌 동안 함께 뛰며 2009년 모비스의 정규시즌 우승을 거들었던 이들은 입대로 3년 동안 시간 간격을 두고 팀을 떠났다가 함지훈이 지난주 전역하면서 재회했다. 박구영은 함지훈 복귀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함지훈이 없을 때 38경기에서 평균 출전시간 14분에 3점슛 1개를 성공하며 4.7점을 넣었던 박구영은 함지훈 컴백 후 2경기에서 평균 27분을 뛰며 3점슛 3.5개 성공에 15점을 터뜨렸다. 박구영은 “지훈이 복귀를 간절히 기다렸다. 가장 친한 친구였고 패스 능력이 뛰어나 슛을 쉽게 던질 수 있게 해준다”며 고마워했다. 박구영은 슈팅 모션이 빠르고 슈팅 거리가 길어 속사포와 장거리포를 겸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단짝 함지훈과 호흡을 맞추며 공격력에 물이 오른 데 힘입어 모비스는 최근 3연승으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사실상 굳혔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동부 강동희 감독은 9일 원주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심기일전을 주문했다. 최근 11연승을 달리며 정규시즌 우승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면서 자칫 선수들의 마음이 느슨해질까 염려했다. 오리온스가 하위권에 처져 있어도 최근 조직력이 살아나 까다로운 상대로 떠오른 것도 위협이었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여러 가지 기록을 세울 수 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 오리온스에 그동안 4번 다 이겼어도 힘겨운 경기가 많았다. 방심하면 안된다.”강 감독의 우려대로 동부는 오리온스와의 경기 막판까지 가슴 졸이는 접전을 펼쳤다. 올 시즌 외곽슛이 살아난 윤호영은 이날 3점슛 7개를 시도해 1개만을 적중시키는 난조에 허덕였다. 동부는 점수를 벌릴 만하면 어이없는 턴오버로 달아날 기회를 날리며 시소게임을 자초했다. 답답해하던 강 감독은 돌아온 슈터 이광재의 활약에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3일 전역한 예비역 병장 이광재는 21점을 터뜨려 64-59의 승리를 이끌었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두 번째로 긴 12연승을 질주한 동부는 정규시즌 우승을 향한 매직 넘버를 ‘2’로 줄였다. 5라운드를 9전 전승으로 마친 동부는 38승 7패로 0.844의 높은 승률을 유지했다. 9경기를 남긴 가운데 역대 최다 기록인 SBS의 15연승과 역대 정규시즌 최다승인 41승(지난 시즌 KT)에 모두 3승을 남겼다. 이날 동부가 기록한 7개의 3점슛 중 5개가 이광재의 손끝에서 나왔다. 이광재는 4쿼터에만 11점을 집중시키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동부 로드 벤슨도 21점을 보탰다.이광재는 56-53이던 경기 종료 1분 21초 전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은 뒤 종료 45.1초 전 3점슛을 꽂아 61-54를 만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리온스는 경기 막판 크리스 윌리엄스(22득점)가 자유투 4개 중 1개만을 성공시켜 추격의 힘을 잃었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빗나가는 자유투를 지켜보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2위 인삼공사는 삼성과의 잠실 방문경기에서 오세근과 크리스 다니엘스가 나란히 22점을 넣은 데 힘입어 96-82로 이겼다. 인삼공사는 올 시즌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모비스 함지훈은 2009∼2010시즌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에 뽑힌 뒤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다. 8일 모비스와 LG의 경기가 열린 울산 동천체육관 천장에는 당시 우승을 기념하는 배너가 걸려 있었다. 정상에서 잠시 공백기를 가진 함지훈은 3일 전역 후 이날 처음으로 홈 팬 앞에 섰다. 정규시즌 울산 홈경기에 나선 것은 2010년 3월 6일 동부전 이후 704일 만이었다. 간판스타 함지훈이 가세한 모비스는 골밑과 외곽에서 한층 안정된 전력을 펼치며 최근 2연승으로 상승세를 타던 LG를 93-69로 완파하고 3연승을 달렸다. 6위 모비스는 21승 24패를 기록해 7위 LG와의 승차를 4경기로 벌리고 6강 플레이오프 굳히기에 들어갔다. 함지훈은 18득점, 9리바운드에 어시스트도 6개나 했다. 함지훈은 “2년 만에 홈에 왔는데 고향처럼 마음이 편했다”고 기뻐했다. 함지훈과 호흡을 맞춘 테렌스 레더는 상대 수비가 분산되는 틈을 노려 37점을 퍼부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함지훈이 돌아와 리바운드가 강화됐고 외곽 슈터들이 살아났다. 지훈이와 레더의 호흡도 70% 정도 맞췄다”고 말했다. 함지훈이 없었을 때 35%였던 모비스의 3점슛 성공률은 복귀 후 2경기에서 43%로 올랐다. 함지훈과 동기로 서로 손을 잡고 다닐 만큼 친한 모비스 박구영은 12점을 보탰다. 부산에서 전자랜드는 허버트 힐(27득점)을 앞세워 KT를 75-69로 눌렀다.울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강동희 프로농구 동부 감독(46)은 요즘 “얼굴 좋아졌다” “달라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동부가 시즌 최다인 11연승을 질주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예약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꾸준한 다이어트로 체중을 5kg 이상 뺐다. 강 감독은 대식가로 유명하다. 대학생 때 라면을 5개 끓여 먹기도 했고 야식을 즐겼다. 쉬는 날 술을 마시면 후식으로 가락국수나 심지어 삼계탕을 꼭 찾았다. 강 감독은 “언젠가 식당 화장실에서 옆에 있던 분이 인사를 건네더니 ‘근데 요즘은 왜 씨름이 인기가 없냐’고 물은 적이 있다. 아마 강호동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올 시즌 체중 증가의 주범인 탄수화물을 멀리하고 있다. “라면과 칼국수는 안 먹어요. 흰 쌀밥 대신 현미를 찾고요.” 쉬는 날에는 연고지 강원 원주 인근의 치악산에 오르며 땀을 빼고 있다. 강 감독의 감량 돌입은 이미지 관리뿐 아니라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두 아들과 아내를 둔 가장으로서 새삼 책임감을 느낀 영향도 컸다. 강 감독은 어려서부터 부정(父情)에 목말랐다. 강 감독은 6·25전쟁 때 월남한 실향민 아버지와 같이 살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집안 문제로 집을 떠나 계실 때가 많아 친척집을 전전하며 어렵게 컸어요. 그러다 아버지는 내가 고교 3학년 때 배에서 일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강 감독의 감량 목표 체중은 두 자릿수다. 아직 4∼5kg을 더 빼야 한다. “담배도 끊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피워요. 냉면의 유혹은 아직 떨치지 못했어요. 그래도 칼을 뽑았으니 뭔가 잘라 봐야죠.”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꿈 많은 프로농구 신인이던 그는 들뜬 마음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즌에 대비한 전지훈련을 하고 있었다. 2006년 9월의 일이었다. 훈련을 마친 뒤 귀국한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에서 땀을 흘리던 순간에 부모님이 전주에서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성민이 운동에 방해되면 안 된다. 알리지 말거라.” 1남 2녀 중 막내인 그를 끔찍이 아꼈던 아버지의 유언이었다. 그는 프로농구 KT 조성민(29·사진)이다. 당시 의지할 데 없이 흔들리던 그를 잡아준 건 다름 아닌 만난 지 6개월 정도 된 여자친구였다. 이제 조성민은 5월 5일이면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정신적 반려자인 소중한 연인을 평생의 동반자로 맞는다. 올 시즌 종료 후 결혼 날짜를 잡았다. 조성민의 약혼자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기악과를 거쳐 플루트 연주자로 활동하는 윤숙정 씨(26)다. 윤 씨는 우연히 TV로 대학농구를 보다 한양대 선수로 뛰던 조성민에게 호감을 갖게 된 뒤 지인의 소개를 받았다. 이들이 처음 만난 장소도 서울 잠실의 농구장이었다. 어려움을 함께 견뎌낸 두 사람은 장래를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KT 전창진 감독은 “성민이가 슬럼프에라도 빠지면 여자친구가 내게 문자를 보낸다. ‘감독님한테 덜 혼나 그런 것 같으니 욕이라도 좀 해주세요’란다”며 웃었다. 경북 포항시에 사는 윤 씨 부모님의 예비 사위 사랑도 극진하다. 조성민은 “때마다 보약을 해주시고 부산 홈경기 때마다 응원 오신다. 기사 스크랩까지 꼼꼼하게 하신다”고 자랑했다. 지난주 올스타전 휴식기 때 조성민은 예비 신부와 익산의 부모님 산소를 다녀왔다. “차가 하도 밀려 운전하느라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자주 못 찾아 뵈니 죄송스럽죠. 시즌 잘 마무리하고 결혼 전에 또 오겠다고 약속했어요.”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저주받은 사나이가 구원을 받는 데 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자책과 비탄에 눈시울을 붉혔다 1주일 만에 다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희와 감격에 울먹였다. 뉴욕타임스는 그에 대해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에 버금가는 공포 소설을 썼다 180도 바뀐 구원의 스토리를 썼다고 표현했다.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카일 스탠리(25·미국)였다. 스탠리는 6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TPC(파71)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는 버디만 6개로 6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로 생애 첫 PGA투어 우승의 기쁨과 함께 우승상금 109만8000달러를 받아 시즌 상금 선두(179만 달러)에 나섰다. 재미교포 케빈 나는 6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23위에서 공동 5위(11언더파)로 점프했다.○ 허망한 추락 스탠리는 지난달 30일 끝난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 4라운드 한때 7타 차 앞섰고 17번홀까지 3타 차 리드를 지켰다. 트로피가 품에 들어온 듯했지만 18번홀에서 세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며 트리플 보기로 연장을 허용하더니 준우승에 머물렀다.○ 짜릿한 부활 1주일 후인 이날 스탠리는 선두 스펜서 레빈(미국)에게 8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해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선두에 나서면서 지난주 악몽이 떠오른 듯 흔들렸다. 17번홀(파4)에선 티샷이 오른쪽으로 휘어져 선인장 앞에 떨어졌다. 50야드를 남기고 의도적인 훅 구질을 낸 두 번째 샷을 핀 6.7m에 떨어뜨려 2퍼트로 파를 지켰다. 18번홀(파4)에선 티샷이 심한 훅이 나면서 관중석 벽을 맞혔으나 무벌 드롭을 해 2온 후 1.2m 파 퍼트를 넣어 승리를 지켰다. 스탠리의 후반 9홀 스코어는 33타로 지난주 후반 9홀보다 8타나 적었다.○ 전염된 불운 6타 차 선두로 출발한 레빈 역시 우승 경험이 없었던 게 뼈아픈 실수로 연결됐다. 15번홀(파5) 더블 보기가 치명타였다. 티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모래밭 선인장 아래 떨어뜨려 퍼터로 아이스하키 스틱을 치듯 공을 빼냈으나 223야드를 남기고 5번 아이언으로 한 서드 샷이 그린 앞 연못에 빠졌다. 무리한 공략이었다. 최종일에 4타를 잃은 레빈은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주 위로를 받았던 스탠리는 레빈을 향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며칠 전 자정 무렵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봤다.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와 세계 2위 라파엘 나달이 5시간 53분 동안 사투를 펼쳤다. 메이저대회 결승 사상 최장 시간이었을 만큼 5세트 동안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종전 최장 기록보다도 59분이나 더 길었던 역사적인 마라톤 승부였다. 둘 중 누가 이겨도 챔피언으로 인정받을 만했다. 최후의 승자는 조코비치. 그는 매너와 격식을 따지는 테니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티셔츠를 찢는 세리머니까지 하며 기뻐했다. 반면 나달은 살짝 건드려도 쓰러질 듯 지친 기색으로 코트를 떠났다. 나달은 숙적 조코비치에게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만 3회 연속을 비롯해 7회 연속 결승에서 분패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서 설욕의 꿈이 깨진 그의 속이 얼마나 탔을까. 경기 후 생중계된 시상식에서 나달이 먼저 시상대에 올랐다. 현지 시간 오전 2시 즈음이었다. 다시 들러리로 전락한 그의 첫마디가 기다려졌다. “굿모닝 에브리바디(Good Morning Everybody).”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1만5000명의 관중은 그 한마디에 환호했고 기립박수가 끝날 줄 몰랐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나달은 “비록 졌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경기였다.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달은 눈앞의 쓰라린 현실을 위트로 받아들이는 여유를 보였다. 자신의 다짐대로 앞으로 그의 행보에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모두 마지막 한 방울의 에너지까지 쏟아냈다. 트로피가 두 개가 아닌 게 안타깝다.” 조코비치의 위로에도 격조가 있었다. 나달을 향한 찬사는 단순한 말 한마디 때문은 아닐 것이다. 코트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뒤 결과에 승복하는 스포츠 본연의 정신을 재치 있게 드러냈다. 보는 이들은 가슴이 훈훈해지며 신선한 감동을 받을 만했다. 그런 나달을 통해 몇 가지 기억이 되살아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호는 결승에서 루트비히 파이셔를 한판으로 꺾은 뒤 매트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파이셔는 비록 패했지만 오히려 최민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 뒤 등을 두드리며 축하해 줬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시상대 꼭대기에 오른 이승훈을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유럽 선수 2명이 목말을 태우듯 번쩍 들어올려 새 챔피언의 탄생을 알렸다. 한때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놓친 한국 선수들은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인터뷰도 꺼렸다. 메달이라면 색깔 구분 없이 하늘을 날 듯 기뻐하던 외국 선수들의 눈에 이상하게 비쳐졌다. “경기장에서 죽을 각오로 뛰겠다”는 섬뜩한 출사표가 대수롭지 않게 들리던 시절이었다. 어느덧 시대가 바뀌고 스포츠를 바라보는 인식과 가치관도 달라졌다. 지나친 1등 지상주의보다는 목표를 향한 과정을 중시하고 소중한 도전정신이 부각되고 있다. 바둑의 십계명인 위기십결의 첫 번째는 부득탐승(不得貪勝)이다. 이기려고 욕심만 부리다 보면 얻지 못한다. 패자의 상처와 좌절도 집착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는지.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고 런던 올림픽이 열리게 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탄식이 쏟아질 것이다. 후회 없이 싸운 뒤 승패를 떠나 서로를 인정하고 보듬어 보자.김종석 스포츠레저부 차장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