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이새샘 차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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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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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史·哲의 향기]톨스토이는 고슴도치일까, 여우일까

    ◇고슴도치와 여우/이사야 벌린 지음·강주헌 옮김/188쪽·1만1500원/애플북스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 문호 톨스토이에 관한 이 책은 엉뚱하게도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말로 시작된다. 저자는 이 말이 두 가지 인간의 유형을 뜻한다고 해석한다. 모든 것을 하나의 거대한 구조에 근거해 이해하는 이들은 고슴도치형, 서로 모순되기도 하는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이들은 여우형이다. 고슴도치형에는 플라톤 헤겔 니체 도스토옙스키, 여우형에는 아리스토텔레스 에라스무스 괴테 푸시킨이 해당한다. 톨스토이는 둘 중 어느 쪽으로도 분류하기 애매한 인물이다. 그는 작가이자 사상가 예언자였다. 삶의 다양한 측면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묘사했던 여우형 인간이자 인간의 삶을 움직이는 거대한 구조를 발견하고자 했던 고슴도치형의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철학자이자 정치이론가인 저자는 톨스토이의 대표작 ‘전쟁과 평화’를 바탕으로 그가 어떻게 고슴도치와 여우의 양면을 드러냈는지 분석하고 톨스토이가 그 사이에서 겪은 고뇌를 추적해간다. 2007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으로 톨스토이의 100주기를 맞아 새로 출간됐다. ‘전쟁과 평화’ 속에 나타난 톨스토이의 역사관에 저자는 주목한다. 1812년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원정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톨스토이는 전쟁의 참혹함을 삶에 대한 의지로 헤쳐 나가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세밀하게 포착해냈다. 그는 영웅 나폴레옹과 실제 역사를 살아가는 개인을 상징하는 농부 플라톤 카타라예프를 소설 속에서 대비시킨다. 등장인물이 겪은 사건이 소설 속의 ‘공식 발표’ 속에서 왜곡된 채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는 설정도 자주 등장한다. 이는 기존 역사가들의 역사 서술을 전복하려는 톨스토이의 의도를 보여준다. 흔히 역사가들은 나폴레옹 같은 영웅이나 시대정신, 어떤 거대한 구조가 역사를 움직인다고 설명하지만 톨스토이의 관점에서 이는 실제로 역사를 살아가는 개인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거짓 역사다. 이 같은 전복을 가능케 하는 것은 톨스토이의 탁월한 재능이다. 저자는 “톨스토이는 특유의 속성, 즉 어떤 대상이 다른 모든 대상과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특정한 속성을 찾아내는 데 천재적 능력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다채로운 삶의 본질을 포착하고 이를 묘사하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타고난 여우형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최종 목적은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혼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톨스토이의 목표는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역사가 무엇으로 이뤄지는지 찾아내 역사를 재창조할 수 있어야 했다.” ‘전쟁과 평화’ 에필로그에서 등장인물들은 10여 년간의 풍파와 고뇌 끝에 일종의 평화를 얻는다. 마치 세상이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이제 깨달았다는 듯한 평화다. 그러나 세상을 움직이는 근원이 무엇인지 톨스토이는 끝까지 답하지 못한다. 전체를 보는 것처럼 말할 뿐이었다. 고슴도치가 되고자 했지만 될 수 없었던 타고난 여우. 저자가 보는 톨스토이의 진짜 모습이다. “그가 본 것은 하나의 일체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세분화하는 미세한 것들, 무수한 개체로 나뉜 세계를 보았다. 떨쳐낼 수도 없고 변하지도 않는 재능, 곧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자신의 명철함에 톨스토이는 미치도록 분노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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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단신]‘민음사’ 外

    ■ 민음사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민음사 사옥에서 7월 13일∼8월 10일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민음 고전 학교’를 연다. 최종철 연세대 영문과 교수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비극의 조건’을, 장희창 동의대 독문과 교수가 ‘21세기 생태적 상상록의 보고’ 등을 강의한다. 모집 인원은 100명이며 신청자 중 추첨으로 선발한다. 참가비는 무료다. 02-515-2000, www.minumsa.com■ 국립중앙도서관은 7월 1일∼9월 30일 ‘옛 지도에서 보는 우리 고을’전을 개최한다.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고전운영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을지도 19종을 선보이는 자리다. ‘통영읍내지도’ ‘동래부산고지도’ 등 각 고을지도를 비롯해 김정호의 ‘청구도’ ‘대동여지도’ 등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02-590-0504}

    •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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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50대 무용수가 그린 ‘사랑’

    50세를 넘긴 무용수가 그려내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전미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52·사진)가 사랑을 화두로 한 두 작품 ‘아듀 마이러브’와 ‘아모레, 아모레 미오’를 묶어 ‘전미숙의 울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공연한다. 2009년 타계한 피나 바우슈에 대한 추모와 존경을 담은 공연이기도 하다. 7월 1∼3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아듀 마이러브’는 전 교수의 솔로작품으로 2001년 초연됐다. 무대를 뒤덮은 붉은 천, 앉은뱅이 밥상 같은 소품과 이미자 씨가 부른 대중가요 ‘댄서의 순정’ 등 이질적 요소를 한데 아울렀다. 이번에 초연하는 ‘아모레, 아모레 미오’에는 전 교수의 제자로 그의 안무세계에서 영향을 받아온 신창호 김동규 김성훈 차진엽 박상미 등이 출연한다. 피아노와 커피잔 등 일상적 소품을 통해 깨지기 쉽거나 두렵거나 혹은 ‘상처이면서 또 희망인’ 사랑의 여러 모습을 담았다. S석 2만 원, R석 3만 원. 02-588-7520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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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주연들의 카리스마 vs 호흡까지 맞춘 군무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도, ‘호두까기 인형’도 없지만 아쉽지 않다. 그 대신 국내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모던발레 공연이 여름 무대를 찾아온다. 국립발레단은 7월 15∼18일 ‘롤랑프티의 밤’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은 7월 16∼18일 ‘디스 이즈 모던’을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롤랑프티의 밤’에서는 이제 아흔이 가까운 안무가 롤랑 프티의 대표작 ‘아를르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이 국내 초연된다. ‘디스 이즈 모던’에선 하인츠 슈푀를리의 ‘올셸비’,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 더 미들, 섬 왓 엘리베이티드’,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7’ 등 현재 세계 무용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안무가들의 작품이 오른다. 같은 듯 다른 두 공연의 감상 포인트를 짚었다.》○ 돌아온 스타 두 공연 모두 돌아온 스타가 눈에 띈다. ‘롤랑프티의 밤’ 공연에는 2009년 은퇴한 이원철 씨가 ‘젊은이와 죽음’의 젊은이 역으로 출연한다. 이 씨는 “어릴 때 어머니가 빌려온 영화 ‘백야’ 비디오에서 ‘젊은이와 죽음’을 보고 작품 이름도 모른 채 강한 인상을 받았었다. 꼭 출연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라고 말했다. ‘디스 이즈 모던’ 중 ‘인 더 미들…’에는 2005∼2007년 모나코 몬테카를로발레단을 거쳐 2007년부터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해온 발레리나 한상이 씨가 출연한다. 한 씨는 “네덜란드에서는 1년 레퍼토리 중 절반 정도가 모던발레다. ‘인 더 미들…’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며 “그동안 배운 것을 한국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숲 vs 나무 스타가 나오지만 스타를 활용하는 방식은 다르다. ‘롤랑프티의 밤’이 나무(주역)가 돋보이는 공연이라면 ‘디스 이즈 모던’은 숲(군무)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롤랑프티의 밤’ 중 ‘젊은이와 죽음’은 노란 드레스 여인(윤혜진, 장우정)과 사랑에 빠진 젊은이(이원철, 이동훈)가 고뇌에 빠진 채 결국 자살한다는 줄거리. 주역들의 연기력이 관건이다. 돈 호세(김현웅, 이영철)와 카르멘(김지영, 윤혜진)의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 ‘카르멘’은 주역 발레리나의 섹시한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롤랑 프티가 “지지 장메르(초연 당시 카르멘 역)만 한 카르멘은 지금까지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 매력을 표현하기 어려운 역할이기도 하다. ‘디스 이즈 모던’ 중 ‘마이너스 7’은 도입부에서부터 무용수 25명이 똑같은 중절모와 검은 정장을 입고 등장해 일렬로 늘어선 의자 위에서 일사불란한 동작을 펼친다. 여성 무용수들이 메트로놈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도 등장한다. ‘인 더 미들…’은 무용수 9명이 쉴 새 없이 도약과 점프를 펼치는 작품이어서 고른 기량과 체력이 중요하다.○ 고전발레를 보는 두 가지 방식 롤랑 프티의 안무는 고전발레를 벗어나기보다 오히려 그 기본 테크닉을 최대한 활용한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씨는 “‘카르멘’의 의상은 튀튀(치맛자락 부분)가 없기 때문에 다리 움직임이 다 드러난다. 정확한 동작을 보여줘야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디스 이즈 모던’ 중 ‘올쉘비’와 ‘인 더 미들…’은 고전발레를 비트는 작품이다. 무용평론가 유형종 씨는 “‘인 더 미들…’은 아름답기보다는 날카로운 동작, 금속성 음악 등 ‘이것이 현대적인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올셸비’는 18세기 유럽 여성들의 치마를 부풀리는 데 썼던 후프를 의상으로 활용하는 등 기발한 의상과 연출이 돋보인다. ‘마이너스 7’은 발레가 아닌 현대무용 작품이다. ‘디스 이즈 모던’은 1만∼6만 원, 커플석 15만 원. 070-7124-1737. ‘롤랑프티의 밤’은 5000원∼12만 원. 02-587-6181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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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드라마에 매료돼 한국학 선택”

    “전 대전 처가에서 왔으니까 2시간밖에 안 걸렸어요.” “이틀요.” “저는 한 30분?” 약속 장소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을 묻자 이렇게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국적이 각기 다른 대학원생 4명이 28일 오후 서울 연세대 인근의 음식점에 모였다. 프랑스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 피에르에마뉘엘 루 씨(31·조선후기사 및 한중관계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 마리아 알바레스 씨(31·정치학), 중국 베이징대 뉴샤오핑 씨(26·한국근대사), 그리고 한국 연세대 하신애 씨(28·근대문학)다. 나이도 국적도 다르지만 모두 한국학을 연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29일∼7월 2일 연세대 국학연구원에서 열리는 제6차 국제한국학워크숍에 참가한다. 세계한국연구컨소시엄이 주최하는 이 워크숍은 한국 개최가 이번이 처음. 8개국 19개 대학 대학원생 24명이 참가한다. 이번 워크숍 코디네이터인 김영선 연세대 HK연구교수는 “발표 논문 중 한국과 동아시아 관계, 영화 속 한국 등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가 많다. 선배 한국학자들과 차별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세대들이 한국학을 평생 공부할 분야로 삼은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학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알바레스=아르헨티나는 한인 사회가 커서 한국 친구들이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한국이란 나라가 궁금했죠. 루=소주의 힘으로 한국어를 배웠어요. 파리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을 때 기숙사 룸메이트가 한국인이었어요. 이후 중국 유학을 갔는데 거기도 한국인 유학생이 많았어요. 어울리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아졌죠. 아내도 중국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이고요. 뉴=중·고교 시절 외국어를 선택할 때 전 한국어를 택했어요. 한국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보게 됐고, 대학도 한국학과로 진학했죠. 하=캐나다로 연수를 갔을 때 본 일인데, 외국 학생들이 ‘청산별곡’ 번역본으로 한국 문학 수업을 하다 ‘피리’가 ‘차이니스 플루트’라고 번역된 걸 보더니 이내 ‘청산별곡’이 한중관계를 보여준다는 식으로 엉뚱하게 토론이 흐르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제대로 된 연구를 해야 한국의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잘 심어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연구를 하면서 한국이 독특하다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루=애국심! 중국 유학 때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며 한국이 좋다고 말하는 걸 자주 들어서 ‘한국은 천국’인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와보니까 뭐, 보통 나라더라고요. 알바레스=한국은 확실히 민족주의가 강해요. 아르헨티나는 이민자들의 나라고 역사도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애국심도 덜하죠. 박사학위 주제로 ‘한국 영화가 일제에 협력한 이들을 어떻게 그리는지’를 택한 것도 한국의 민족주의가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한국학 연구에 어려운 점은 없나요. 알바레스=아르헨티나에서 저는 한국학 연구 첫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연구가 있어도 대부분 현대사 아니면 정치나 경제에 관한 연구가 많고 문학이나 역사 쪽 연구는 없어요. 뉴=중국은 반대예요. 한국학 연구 역사도 오래됐고, 연구하는 사람도 많아서 ‘이런 주제로 해볼까’ 하면 이미 다 논문이 나와 있더라고요. ―한국학에 한류의 영향도 큰가요. 루=프랑스에서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 몇몇은 한국 드라마 주제가를 휴대전화 벨소리로 해서 다닐 정도예요. 인터넷으로 드라마를 봐요. 알바레스=아르헨티나에서도 한류 영향이 커요. 특히 한국 영화의 인기가 많아요. 전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와 ‘박하사탕’을 좋아해요. 하=‘오아시스’랑 ‘박하사탕’이라니, 한국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작품이잖아요. 알바레스=그래도 강렬하게 현실을 그려내는 작품이어서 좋아요.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도 재미있게 봤는데 한국사회가 역시 아르헨티나보다 보수적이라고 느꼈어요.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더라도 한국학으로 학위까지 받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을 텐데…. 루=문화적으로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의 교량 역할을 했고, 그런 점이 흥미로워요. 프랑스에서는 중국과 일본, 한국을 모두 알면서 세 나라의 관계를 연구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 제가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는 일본사도 연구할 수 있겠죠. 뉴=한국과 중국은 역사가 비슷하잖아요. 강대국 침략도 받았고…. 그래서 근대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알바레스=저는 한국 민주화 과정과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상황과도 비슷하거든요. 영화를 좋아하니까 영화 속에서 그런 보편적 경험을 끌어내려고 해요. 하=전 식민지 문학이 전공인데 어떻게 한국의 식민지 경험을 다른 나라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고, 그래서 박사과정까지 하게 됐어요. 문학은 한국인들의 내면을 담고 있으니까 깊은 정서까지 전달하고 공감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각자 꿈이나 희망은 뭔가요. 알바레스=아르헨티나에서 한국학을 가르칠 거예요. 중국이나 일본 쪽 전공자들의 경우 유학한 나라나 미국에서 교수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 아르헨티나에 남으려고 해요. 아르헨티나에도 한국을 배우려는 사람이 늘고 있거든요. 하=‘외국인이 왜 한국을 연구할까’라는 의아함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전 식민지 경험같이 무거운 역사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재미있어서 한다’는 말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에요. 뉴=전 사실 박사과정에 진학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더는 새로운 분야가 없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오늘 와서 이렇게 여러 사람이 재미있게 연구하고 있는 걸 보니 계속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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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동아일보]새로 국립공원 지정되는 山들 外

    ‘계방산과 점봉산을 아십니까?’ 두 산은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태 연구자나 산악인 사이에선 꽤 유명한 곳이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원시림과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생태 천국’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곳에서 아주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 서울교육청 ‘내부고발’ 시끌“나한테도 당선 직후 교육청 관계자 6명이 선물을 들고 왔었다”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의 ‘폭탄’ 발언이 서울시교육청을 떨게 하고 있다. 일선 학교들도 “학교 비리를 모아 놓으라”는 곽 당선자의 특별지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음 달 1일 취임하는 곽 당선자의 비리 척결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美-러 영화 같은 스파이戰‘농부’ ‘고양이’ ‘앵무새’…. 미국에서 암약한 러시아 스파이들은 포섭한 미 권력층 내부의 정보원을 이렇게 불렀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8일 10년 동안의 내사 끝에 간첩 활동을 한 러시아 스파이 11명을 체포했다. FBI와 스파이 간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는데…. ■ 외국인들의 ‘한국학 사랑’“한국학은 재미있다.” “한국인의 민족주의와 애국심이 참 흥미롭다.” 국내외 20, 30대 한국학 연구자 24명이 ‘제6차 국제한국학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29일 한자리에 모였다. 아르헨티나 프랑스 중국 등지의 젊은 학자들이 한국을 공부하는 이유는 과연 무얼까. ■ 개정 교육 과정 도입되면‘공부할 게 너무 많다. 왜 이런 것까지 배우는지 모르겠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교육 당국은 이 문제의 해법으로 ‘2009 개정 교육 과정’을 내놨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 풍경이 어떻게 바뀔지 짚어봤다. ■ 分社그후 5년, 성적표는강관 생산업체인 현대하이스코는 2005년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라인을 분사하는 고육책을 썼다. 직원들이 공장 설비를 인수해 설립한 11개 회사는 현대하이스코 협력사로 변신했다. 그 뒤로 5년이 흘렀다. ‘상생 실험’은 어떤 결과를 잉태했을까.}

    • 201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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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SA발레 女주니어부문 금상

    발레리나 채지영 양(18·한국예술종합학교 3년)이 27일 미국 잭슨 시에서 폐막한 USA국제발레콩쿠르(잭슨콩쿠르)에서 주니어 여자 부문 금상을 받았다. 이 대회는 세계 4대 발레 콩쿠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주니어 남자 부문에서는 김기민 군(17·한예종 3년)이 은상을 받았으며 김 군은 채 양과 함께 주니어 부문 베스트 커플상도 수상했다. 시니어 부문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한서혜 씨(22·여)가 특별상인 로버트조프리상을 수상했다. 한국 남자 무용수가 이 대회에서 수상한 것은 처음이며 여자 무용수의 경우 국립발레단 무용수인 박세은 씨가 2006년 당시 주니어 여자 부문에서 금상 없는 은상을 받은 적 있다. 채 양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3, 4주 정도밖에 준비하지 못해 걱정했는데 다행히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이곳 관객들이 발레를 무척 사랑하고 공연이 끝난 뒤 ‘고맙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도 공연을 많이 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발레리나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채 양은 올해 제40회 동아무용콩쿠르에서도 발레 부문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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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들린 듯 뽑아낸 살풀이춤 “몇겹이나 쌓인 恨 풀어냈죠”

    “죽지 않고 겨우 사는 그런 인생을 살아온 공옥진이, 교통사고에 풍 맞고 모진 목숨 죽지 않고 우리 귀한 분들 만나려고 지금까지 살아온 겁니다.”10여 분의 살풀이춤에 고단한 인생이 묻어났다. 한삼자락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다가 바닥에 쓰러질 때는 객석에서 절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애간장 저미듯 손짓하다가도 금세 장단에 맞춰 치마를 감아올리고 흥겹게 어깨춤을 추는 가벼운 몸짓에서는 병색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살풀이춤에 이어 ‘심청가’ 중 심봉사 연기를 할 때는 한동안 소리를 하지 않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5년여간 공연을 허락하지 않을 만큼 나빠진 건강 때문에 5분간만 설 것이라던 무대에 그는 20분이 넘도록 머물렀다.1인 창무극, 해학춤 등 한국 전통춤의 대가 공옥진 씨(79)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한국의 명인명무전’ 무대에 올랐다.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 씨는 “요즘 건강이 무척 좋아지고 있다. 밥도 먹고 죽도 먹고….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돼 말도 못하게 반갑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제 ‘무형문화재’의 ‘무’자만 들어도 아주 감사해요. 공옥진이 몇 겹이나 쌓인 한을 풀었어요. 죽어도 원이 없어요. 여러분 덕택입니다.”한을 이야기하던 공 씨는 잠시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그런 그가 5년 만의 공연에서 살풀이춤을 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살풀이라는 것이 상대방의 아픔을 뽑아 몰고 가서 정화해주는 춤이에요.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춤이지.”공 씨는 전남 영광군에 있는 전수관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공연 수익금으로 장학금도 마련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예술은 둘째로 놔두고 인간부터 되어야 쓴다. 사람이 되지 못해가지고 예술을 한다는 건 가치가 없다”고 전했다. 무용계를 향해서도 “거짓으로 하지 말고, 혼이 담긴 춤을 춰야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도 서슴없이 바닥에 앉아 심봉사 역을 잠시 연기했다. “춤이라는 것은 오장육부에서 흔들어줘야 멋이 우러나지. 오장육부가 가만히 있는데 그냥 출 수는 없지”라고 말한 그대로였다. “외국 공연 가면 그 사람들은 다 요러고 (몸을 비틀고) 앉아 있어요. 그러고 공연을 한참 보다 보면 돌아앉아요. 시간이 지나면 또 더 가까이 돌아앉아요. 그러면 일어나라 그래서 손잡고 일어나서 춤 같이 춰요. 그것이 바로 ‘땡기는’ 힘, 예술의 힘이에요. 그런 게 좋아요.”이날 공연에서도 공 씨가 말하는 ‘땡기는 힘’은 어김없이 발휘됐다. 살풀이춤과 ‘심청가’ 일부 장면을 공연한 뒤 그는 느닷없이 “구식으로 하지 말고 신식으로 해볼까요? 장구 좀 흥겹게 쳐봐”라고 말했다. 그리고 곧장 ‘눈물 젖은 두만강’ 노래를 불렀다. 객석을 메운 관객들은 금세 그를 따라 노래를 불렀다. 큰절로 무대를 마무리한 뒤 “죽지 않으면 또 오겠습니다”라고 흐느끼며 외치자 관객들 역시 일어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이렇게 ‘타고난 광대’인 공 씨의 가장 큰 소원 역시 건강을 되찾아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여러분 나 잊지 마시오. 공옥진 잊지 마. 지켜주세요. 나 위해서 좀 빌어줘요. 빨리 나아서 옛날 공옥진의 그 1인 창무극, 2시간짜리 무대 좀 할 수 있게 빌어줘요.”공 씨는 공연이 끝난 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공 씨의 1인 창무극 ‘심청가’가 올해 5월 전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데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았다.이새샘 기자 ▲동영상=5년만에 무대에 오른 공옥진 여사의 살풀이 춤 영상}

    • 201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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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남성의 두려움이 여성차별 속담을 낳다

    ◇세계여성속담사전/미네케 스히퍼 지음·한창호 옮김/552쪽·3만8000원·북스코프“긴 머리칼이 있는 머리에는 두뇌가 없다.”(몽골) “여자에겐 긴 머리와 짧은 정신이 있다.”(스웨덴) “긴 머리, 작은 두뇌.”(터키) 여성의 머리칼과 지능에 관한 속담들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들지만 비유의 방식이나 담고 있는 뜻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속담 중에는 유난히 아내와 처녀, 결혼이나 사랑 등 여성에 관한 것이 많다. 이종(異種)문화 간 문학연구를 해온 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 세계의 여성에 관한 속담을 분류, 정리하며 공통적으로 내재돼 있는 성차별적 코드를 읽어낸다. 속담 속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행한 존재다. “아들 부자는 신의 커다란 축복이요, 딸부자는 커다란 불행”(독일)이며 “딸이 태어나면 심지어 지붕조차 운다”(불가리아)는 등 딸을 낳은 부모를 위로하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첫째는 딸, 다음엔 아들”(일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맏딸은 살림 밑천”(한국)이며 “맏딸은 어린 동생을 돌보는 보모”(베트남)라는 속담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며, 여성은 노동력으로서만 가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여자의 눈은 한창 청춘기 남자한테 화살과도 같다.”(그리스) “여자는 눈으로 묻고, 받아들이고, 경멸하다, 죽인다.”(스페인) “아름답고 커다란 눈은 레몬보다 더 얼얼하게 자극한다.”(쿠바) “지옥은 아름다운 여성의 속눈썹에 들어 있을지 모른다.”(이스라엘) “너무 아름다운 시선은 눈을 낚아채 간다.”(일본) 여성의 눈은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속담의 기원이나 비유법은 달라도 여성의 눈에 강력한 힘을 부여하고 그 위험을 경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례들은 속담을 창작하고 발화하는 쪽이 주로 남성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려준다. 저자는 “대부분의 속담은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에 대해 논평하거나 남성의 특권과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반면, 여성의 관점에서 남성을 판단하는 속담은 매우 드물다”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경향은 아내에 대한 속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아내는 대개 칭찬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로 그려진다. “7년이 되기 전에는 아내를 칭찬하지 말라”(러시아)거나 “그대가 아내를 사랑한다면, 죽은 뒤에만 칭찬하라”(미얀마)는 식이다. 이런 말의 근거는 바로 아내에 대한 불신에 있다. “여자는 남자를 속인 직후 가장 상냥”(미국)하기 때문에 “여자나 수도꼭지를 믿는다는 건 불가능하다”(영국)는 것이다. 속담은 때로 “그대 어머니 눈초리가 감시하고 있는 동안만 아내를 신뢰하라”(일본)고 조언하기도 한다. 속담 중에는 아내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내용까지 등장한다. “아내를 정기적으로 때려라. 그대가 이유를 모른다 해도 아내는 그 이유를 알 것이다”(서아프리카) “아내를 늘씬 두들겨 패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더 나은 음식을 주신다”(러시아) “사랑이 좋으면 채찍도 좋다”(미국) 등이다. 물론 아내를 구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는 속담도 있다. 하지만 “아내를 때리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재산을 치는 셈이다”(유대족 쿠르드어 속담)라며 아내를 남편의 소유물로 파악하거나 “아내를 몽둥이가 아니라 다른 아내들로 때려라”(북부 아프리카)는 식으로 폭력 대신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아내의 처지를 이용해 처벌하라는 식의 속담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여성은 속담 속에서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것일까. 저자는 이를 여성에서 독립하려는 남성의 몸부림으로 파악한다. 남성은 누구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어머니와 함께 보내며 강한 일체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소년은 남자가 될 것을 요구받는다. 여성에게서 벗어나야만 남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잇따른 사회화가 어린 소년을 억센 ‘남성성’을 추구하도록 압박한다면, 이는 여성적 활동을 평가절하하고 남성의 지배력이 강한 사회에서 아주 명백한 남성적 역할의 우월성을 강조할 필요를 발전시키도록 이끌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남성이 속담을 통해 여성을 대상화하고 격하함으로써 자신감을 찾으려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총명한 여자가 말하면 그대는 한마디 말도 못할 것이다”라는 러시아 속담처럼 여성에 관한 속담 속에는 여성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여성에 관한 속담 대부분은 성차별적 시각을 담고 있으며 현대사회에 적절히 들어맞지도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그렇다고 속담을 거부하거나 읽지 않으려는 것은 “근시안적 반응”이라고 지적한다. 속담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보다는 연구와 분석을 통해 속담 속에 이어져온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일상적 대화로서 속담의 가치는 현대에도 유지되고 있다. “속담에 표현된 성차별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들이 여러 사회에서 일상적 대화의 중요한 몫을 담당해 왔고, 여전히 그러하며, 이를 통해 성별 차이와 관련된 사람들의 유산과 정체성이 틀 지워지기 때문이다. …속담은 인간성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가득 찬 문화사의 일부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전통’의 어느 부분을 자식과 손자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지 결정하기 전에, 그 교훈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여성 속담긴 머리칼이 있는 머리에는 두뇌가 없다 ―몽골여자나 수도꼭지를 믿는다는 건 불가능 ―영국여자는 남자를 속인 직후 가장 상냥하다 ―미국7년이 되기 전에는 아내를 칭찬하지 말라 ―러시아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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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단신]‘6·25전쟁 60주년 국제학술대회’ 外

    ■ 6·25전쟁 60주년 국제학술대회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연구소는 25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 운중관에서 6·25전쟁 6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한국전쟁 국내외 경험, 선전정책 그리고 성격’을 개최한다.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살육시대의 아웃라이어: 한국전쟁기 화해마을 사례’, 유병호 중국 다롄대 교수가 ‘중국 조선족의 한국전쟁 참전 동기’, 김영희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책임연구원이 ‘한국전쟁기 북한의 대남한 언론선전정책’을 발표한다. 031-709-8111■ 화천 비목공원서 호국영령 진혼예술제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영령들의 은덕을 되새기는 진혼예술제 ‘아 조국이여, 산화한 님이시여’가 25일 오후 3시 가곡 ‘비목’의 무대인 강원 화천군 ‘비목공원’에서 열린다. 명상무용가 박일화 씨가 영혼기원제를 지낸 뒤 성우 유강진 서지연 씨와 시 낭송가 공혜경 씨가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신경림의 ‘휴전선을 떠도는 혼령의 노래’ 등 전쟁시를 낭송한다. 설치작가 전수천 씨가 비목기념탑을 중심으로 퍼포먼스를 펼치고 기타리스트 박윤우 씨와 아코디어니스트 정태호 씨는 가곡 ‘비목’ 등을 연주한다.}

    • 201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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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신 굽히지 않는 지조있는 선비 지식인 하서선생 현대에도 귀감”

    “하서는 조선시대 유학자 중에서도 큰별로 손꼽힐 만한 분입니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지조 있는 선비의 전통을 이은 분이기도 합니다.”(윤사순 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 올해는 조선 중기 유학자로 문묘에 배향됐던 18현 중 한 명인 하서 김인후(1510∼1560)의 탄생 500주년이 되는 해다. 하서학술재단과 울산 김씨 대종회는 24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선 금장태 서울대 명예교수, 이동환 고려대 명예교수, 유권종 중앙대 철학과 교수 등 학자 22명이 김인후의 사상과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되새기는 발표를 했다. 하서학술재단 김상하 이사장(삼양그룹 회장)은 “하서 선생은 성리학의 토착화에 크게 기여하셨고 그후 도학적 삶으로 일관하신 대유학자”라며 “관련되는 학자 여러분들께 보다 정심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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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율에 연연않고 속세 말에 개의치 말아야”

    다산 정약용이 본 승려의 참된 삶의 모습은 어땠을까. 1834년 가을, 73세인 다산은 경기 남양주로 찾아온 해남 대둔사(지금의 대흥사) 승려 철선(鐵船), 혜즙(惠楫)과 헤어지며 글 한 편을 써주었다. 승려의 거처와 공간 구성, 생활 방식과 공부 방법이 담겨 있는 증언(贈言·남에게 선물 삼아 주는 글)이었다. 정민 한양대 교수는 일민미술관 소장자료 중에서 이 글이 포함된 친필첩 ‘다산송철선증언첩(茶山送鐵船贈言帖)’을 발굴했다. 그는 이를 번역해 7월 초 발간되는 학술계간지 ‘문헌과해석’ 여름호에 발표할 예정이다. 다산은 이 글을 통해 승려의 거처에 대해 “(산의) 가장 깊은 곳으로 뚫고 가서 산꼭대기 밑의 평온하면서도 젖샘이 맺혀 있는 땅을 얻어 초암 너덧 칸을 얽는다”고 설명했다. 승려의 암자이기 때문에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지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함께 도를 닦을 벗으로는 “승려의 계율에 얽매이지 않고, 속세의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에 개의치 않는다” “수행자는 좋은 법려(法侶)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승려의 계율에 너무 얽매이는 사람이면 피곤하다. 경솔하게 망동해서 이랬다저랬다 해도 못 쓴다”라고 조건을 들었다. 글 속에서 다산은 승려에게 주는 지침이라는 점을 고려해 ‘도덕경’과 ‘장자’를 유교 경전보다 앞세워 읽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때로 고기가 생기면, 살생을 경계하는 헛된 나무람에 구애되지 말아야 한다”고 세세한 계율보다는 큰 틀의 깨우침을 강조하거나 “(제자들이) 속수(束脩·입학할 때 내는 돈)로 가져오는 쌀 몇 말에 군침 흘리는 것은 천한 장부의 행실”이라고 승려들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문화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 추사 김정희와 자하 신위의 글씨, 단원 김홍도의 그림, 초정 박제가와 영재 유득공의 시를 곁에 두라고 조언했다. 까마득한 후배나 서얼의 시문, 속화(俗畵)로 이름 높았던 그림을 추천했다는 점에서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산의 성품을 읽을 수 있다. 시 짓기를 갈고닦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다산은 선비의 이상적인 주거에 관해 글을 남긴 바 있는데 승려의 문화생활 지침을 담은 이번 친필첩과는 보완관계”라며 “이번 친필첩은 상세하고 구체적인 데다 다산의 심미안과 문화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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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제간 연구-지원 체계화 성과…인문학 상대적 소외 개선 돼야

    사회=김순덕 본보 논설위원“연구지원 관리 체계의 일원화.” “학제 간 연구의 활성화.” 이 같은 기치를 내걸고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한국과학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해 설립한 한국연구재단이 26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다.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 학문 전 분야의 연구 지원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1년 예산은 약 2조6000억 원이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재단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전승준 한국연구재단 전략기획홍보센터장, 박항식 교육과학기술부 기초연구정책관, 강태진 서울대 공대학장(전 한국연구재단설립위원회 위원장), 서지문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한국연구재단 인문학석학강좌 운영위원장)가 참석해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한국연구재단 이사)의 사회로 지난 1년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했다. ―재단 출범 당시의 배경과 목표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박항식=이전까지는 학술진흥재단 과학재단 등으로 연구지원사업이 분산돼 기능이 중복됐다. 특히 21세기 들어 학문 간 융합이나 학제 간 연구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연구사업 지원을 일원화, 효율화하고 신생 학문이나 융합 학문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 통합이 절실했다. ―출범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강태진=큰 변화 중 하나는 PM(Program Manager·프로그램 매니저)제도를 강화한 것이다. 전문성 자율성 독립성을 갖춘 전문가의 판단을 중심으로 재단을 운영하는 것이다. 어떤 연구를 지원할지 판단하고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어떤 연구가 한국의 미래에 필요한지를 기획하고 연구 어젠다를 선정하는 역할까지 염두에 뒀다. ▽전승준=노무현 정부 당시 과학기술 예산이 2배 가까이 늘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 점에서 학문 현장에서 활동하면서도 권위있는 학자들이 재단에 PM으로 참여하면 현장 목소리를 재단에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1년간 가장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었나. ▽강태진=PM제도가 정착되지 못했다. 역할이나 권한, 임무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 보니 예전처럼 평가나 관리 같은 행정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서지문=그렇게 된 이유가 공정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PM의 주관적인 평가로 연구 지원을 해야 하는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쉬울 듯하다. ▽전승준=연구사업 지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공정성 확보다. 결국 여러 명이 한꺼번에 참여해서 논문 수 같은 양적 평가를 통해 줄을 세우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PM제도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연구자 본인의 역량이나 발전 가능성을 진단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물론 왜 그렇게 지원하는지 명예를 걸고 이유를 밝히도록 해야 한다. ▽박항식=현재 모험연구사업 지원이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100여 개 과제에 각 4000만 원 정도, 모두 40억 원을 지원하는데 PM이 추천하고 PM이 협의해 선정한다. 기존 학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창의적인 연구 과제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평가(대상 기간은 2009년 7∼12월) 결과가 ‘미흡’으로 나왔다. 인문사회 분야를 소외한다는 우려도 있다. ▽박항식=고객만족도 평가는 연구에 선정된 분을 대상으로 한다. 낮은 평가를 주신 분들을 보면 신진연구자나 학술연구교수,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가 많다. 아무래도 신진연구자에 대한 지원액이 적은 편이고 학술연구교수나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연구 지원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것 같다. ▽서지문=재단 통합 당시의 취지가 연구비 자체를 늘리는 거였다. 그런데 인문사회과학 쪽에서는 전체 재단 지원 규모에 비해 비중이 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전승준=인문사회과학의 특성상 지원사업의 규모가 작고 단기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자연과학 분야는 국가에서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세우는 등 지속적인 지원을 해왔지만 인문사회 분야에선 그런 면이 부족했다. 현재 재단이 중심이 되어 국내외 학계 동향과 인문사회 분야의 장기적 발전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9, 10월에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앞으로 한국연구재단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서지문=재단이 노력은 하고 있으나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서 한국연구재단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 있다. 미국 국립인문재단 같은 곳은 홈페이지부터 친절하고 정보가 잘 정리돼 있다. 연구지원사업 공고도 너무 촉박하다. 이런 사소한 문제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 ▽강태진=앞으로 연구자의 연구능력을 평가할 때 논문 수 같은 계량적 기준 외에도 연구자의 능력을 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 성실하게 연구했는데도 실패했다면 그 실패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래야 젊은 학자들이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문성을 가진 PM의 역할이 중요하다. 재단이 설립 초기 의도와 달리 운영되는 측면이 있는데, 지금이 바로 조직을 점검하고 재정비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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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보는 ‘그때 그 상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늘 가까이하는 상표는 그 사회의 시대적, 문화적 분위기를 담아낸다. 올해는 활명수를 개발한 동화약방이 1910년 8월 ‘부채표’를 한국 최초의 상표로 등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사립박물관인 근현대디자인박물관에서 200여 점의 유물을 통해 한국 상표디자인 10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28일∼7월 25일 열리는 ‘한국 브랜드 100년전(展): 로고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다. 1920, 30년대 마셨던 소주 ‘복미인’. 이 소주의 상표 배경에는 일본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키는 문양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상표 전면을 차지한 것은 한국 전통복식을 한 여인이다. 이처럼 당시 상표는 일본어나 한문표기, 일본풍 그림이 등장하는 등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동시에 한국 전통문화를 담으려는 노력도 있었다. 최초로 등록된 상표인 ‘부채표’ 역시 많은 부챗살이 모아지듯 민족이 합심하자는 민족정신을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광복 직후인 1950, 60년대에는 영어로 상표 이름을 짓거나 디자인하는 사례가 많았다. 해외구호물자를 통해 서구문화를 접하면서 구호물자의 영문서체를 따라한다든가 상표이름을 지을 때도 영어로 짓는 경우가 늘어났던 것. 영어로 된 글자를 큼직하게 적은 럭키치약이나 상표명을 한글 대신 영문 필기체로 표기했던 천우사 라디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1970년대부터는 좀 더 전문적인 상표 디자인이 등장한다.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의 상표가 대표적이다. 차선용 학예사는 “그 전까지는 미술대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의뢰를 받아 상표를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1970년대부터 전문적인 디자인 회사들이 등장한다”며 “라벨이나 로고 같은 종이상표에서 벗어나 상표부터 서체, 색깔 등을 공통적으로 개발해 사용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070-7010-4346, 7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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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리뷰]발레 ‘친구에게 ver.2’

    발레 ‘친구에게 ver.2’연출 ★★★☆ 안무 ★★★20일 오후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에센트릭 발레단의 ‘친구에게 ver.2’는 제목 그대로 친구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듯 소박한 작품이었다.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첫 장면에 집약됐다. 도시의 소음 속에 중년 남자가 중얼거리는 나지막한 러시아어 자장가 소리가 들린다. 우울한 표정을 하고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과 축구공을 든 채 의자 위에 널브러져 있는 주인공 남자가 등장한다. 안무가 세르게이 스미르노프는 “거대한 건물, 거대한 도로, 거대한 도시문명 속에서 너무나 작은 어른들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도는 아찔한 높이의 하이힐을 신고 마치 거인처럼 걷는 여성 무용수들과, 그 앞에서 눈을 제대로 들지도 못한 채 축구공만 튀기는 주인공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장면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여기서 축구공은 동심, 혹은 현대인이 잊고 있는 순수한 영혼을 상징한다. 무용수들은 계속해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 퇴장했고 정면이 아닌 측면을 주로 바라보며 연기했다. 관객이 직접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의 일상을 차분히 관찰하도록 한 연출 의도였다. 그러나 춤과 연기가 융화되지 못한 채 춤을 추는 장면과 연기를 하는 장면이 단절된 점은 아쉬웠다.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연기를 하고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춤을 춘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 작품은 ‘전쟁, 예술, 그리고 치유’를 주제로 열린 제16회 창무국제무용제의 폐막작 중 하나로 공연됐다. 우리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 이야기하는 데서 치유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아 무용제의 주제에도 적절한 작품이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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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 차 한잔]‘처녀귀신’ 펴낸 최기숙 교수

    고전문학 속 어린이 이미지를 분석한 ‘어린이 이야기 그 거세된 꿈’, 환상물을 고전문학의 한 장르로 제시한 ‘환상’, 조선시대 거지와 기생 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 밖을 나서니 갈 곳이 없구나’…. 최기숙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가 지금까지 펴낸 책이다. 고전문학 속 조선시대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조명해온 그가 또 다른 음지의 이야기, ‘처녀귀신’(문학동네)을 냈다.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여고괴담’ 같은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 예나 지금이나 한국 귀신의 대표는 처녀귀신”이라며 “‘왜 그럴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기문총화’ ‘청구야담’ 등에 실린 3000여 편의 야담과 고소설 865여 편을 분석했다. 조선시대 야담집은 사대부들이 한자로 창작하고 향유했던 사대부만의 여흥이었다. 최 교수는 “창작자가 남자이다 보니 남자는 죽어서도 가장의 권위를 지닌 조상신으로, 여자는 억울하게 죽은 원귀로 등장한다”며 “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 역시 당시 사대부들이 흥미를 느끼는 소재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소설 속 자살이야기에도 여성과 남성 사이에 차이가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고소설 속에서 자결을 시도하는 인물의 수는 여성이 128명, 남성이 19명이다. 여성이 자살하는 가장 큰 이유는 훼절이나 강제혼 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남성은 전체의 63%가 정치적 모함이나 참소, 망국을 비관해 자살했다. “처녀귀신들은 억울한 일을 겪은 뒤 한을 풀기 위해 귀신이 되죠. 하지만 그들의 말은 ‘귀곡성’으로 표현되는 공포의 대상일 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요. 여성에게 억압적이었던 현실을 반영한 겁니다. 올바른 심성을 갖춘 남성 관리만이 그들의 말을 듣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 귀신이야기가 당시 사회의 부정적인 면만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 속에서 귀신들은 대부분 사적인 복수로 원한을 해결하기보다는 관리를 찾아가 법으로 악인을 처벌해 주기를 호소한다. 최 교수는 “창작층이 주로 사대부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조선시대 사람들 사이에는 선(善)에 대한 믿음, ‘인과응보 사필귀정’에 대한 보편적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 같은 이야기는 사회의 건강성을 보장해 주는 방편이기도 하다. 소외, 배제돼 왔던 약자와 소수자들이 이야기라는 형식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가 계속해서 귀신이야기 같은 환상물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실에서 말할 수 없는 것, 말해지지 않는 것을 꺼내놓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공포물 같은 환상소설은 특히 그 사람, 혹은 그 사회의 그림자와 어둠, 내면을 조명하죠. 문학의 본질과 일맥상통하는 장르입니다.” 최 교수의 다음 연구 주제는 조선시대 수서(壽序·장수한 웃어른의 생신을 축하하는 글)다. 당시 사람들이 ‘올바르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분석하려 한다.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의 상당수는 시대에 따라 맥락을 달리하며 재등장하는 문제입니다. 처녀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가 매년 여름 개봉하는 것처럼 말이죠. 인문학자로서의 제 역할은 그런 고민들에 대해 옛사람들은 어떤 답을 했는지 전달해 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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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해동성국’ 발해가 갑자기 멸망한 이유는… 外

    ‘해동성국’ 발해가 갑자기 멸망한 이유는…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소원주 지음/464쪽·2만 원·사이언스북스해동성국이라 불리던 발해가 926년 갑자기 멸망했다. 일본 북부 지방에서 당시 백두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가 발견됐다. 발해를 정벌한 거란은 곧바로 떠났고 500여 년간 그 땅은 공황상태였다. 혹시 10세기에 있었던 백두산 폭발이 발해에 어떤 영향을 끼친 건 아닐까. 지은이는 지층을 파헤치며 정확한 백두산 폭발 연대를 찾으려는 지질학자들과 실증적 기록이 없다는 역사학자들 간의 논쟁을 정리했다. 아울러 각 영역의 학자들이 힘을 모은다면 규명되지 않은 백두산 폭발과 그 영향을 해결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담았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나라는 넓지만 좁은 집에 사는 중국사람들◇중국 읽어주는 남자/박근형 지음/256쪽·1만4000원·명진출판중국은 남한 면적의 96배에 이르는 넓은 땅을 갖고 있지만 좁은 공간에 사는 중국인이 의외로 많다. 상하이의 전통 연립주택에는 6.6m²(약 2평)도 안 되는 공간에 사람들이 살고 있고, 대학 기숙사 또한 8인 1실이 많다. 서쪽 사막이나 고산지대를 뺀 국토의 60% 공간에 13억 인구가 살기 때문이다. ‘좁은 땅’에서 살지만 자신을 ‘천자국(天子國)’으로 여기는 중국인의 자존심은 매우 높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 쓰촨대 사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저자는 5년의 유학생활에서 경험한 중국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학문이란, 인문학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지금, 여기의 인문학/신승환 지음/294쪽·1만5000원·후마니타스“인문학은 위기를 말함으로써 위기를 넘어서는 학문이지, 위기 선언을 통해 자신을 지키는 학문이 아니다.”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자가 답한 책이다. 저자는 서구 이론에 매몰된 한국 인문학의 현실, 인문학의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이뤄지는 ‘통섭’ 논의 등을 비판한다. 저자는 학문이란, 나아가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답한다. 저자는 “‘지금, 여기의 인문학’은 삶의 태도를 바꾸는 데서 시작해 존재론적 변화가 이뤄지는 과정으로 나아갈 것이다. 진리와 정의,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철학… 과학… ‘세계 지성’ 27명과의 대화◇휴머니스트를 위하여/콘스탄틴 폰 바를뢰벤 대담·편집 강주헌 옮김/572쪽·2만9800원·사계절 문학과 음악 건축 과학 철학 역사 종교 분야의 거장 27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 모음집. 수소폭탄을 개발한 에드워드 텔러, 현대 기술문명을 비판해온 과학자 어윈 샤가프, 힌두교 성직자이자 종교철학자인 라이몬 파니카르,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미국적 사유를 비판해온 철학자 레셰크 코와코프스키 등 국내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인물의 사상을 훑어볼 수 있다. 번역 제목과 달리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같은 구조주의자나 일리야 프리고진 같은 물리학자처럼 인문주의자(휴머니스트)로 묶기 어려운 이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201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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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제이야기’ 20선]축제인류학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는 모두 한국 고대사회의 제천의례다. 일종의 추수감사제로 종교적 기능은 물론이고 유희적 기능을 수행해 사회구성원의 결속을 높였다. 이처럼 축제는 다양한 기능과 의미를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는 현상이다. 사회인류학을 전공하고 축제문화를 연구해온 저자는 책에서 축제의 기능을 분석하고 세계 각지의 축제를 비교, 설명하고 있다. 보통 축제에서는 마음껏 먹고 마시며 일탈행동이 허용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행위를 축제 기간 내로 한정짓고 있기도 하다. 결국 사회적 불만을 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기존의 사회질서를 강화하는 역설적 기능을 수행한다. 축제 기간에는 종교적 제의나 유희 속에서 성 역할이나 사회문화적 지위의 전도가 일어나기도 하고, 산 자와 죽은 자가 뒤바뀌어 표현되기도 한다. 사회인류학자인 빅터 터너는 이런 비일상적 순간을 ‘리미널리티(liminality·경계선) 단계’로 부른다. ‘문지방’을 의미하는 ‘리멘(Limen)’에서 파생한 단어로 문지방에 서 있는 것처럼 평소에는 금기로 여겨지는 공간과 행위를 상정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금기를 넘나드는 경험을 같은 시공간에서 겪은 이들은 자유, 평등, 동료애, 동질성을 느끼게 된다. 사회, 경제적 지위의 종적 관계에서 벗어나 동등한 입장에서 횡적으로 평등한 관계를 맺게 되고, 이것이 사회구성원 간 동질성을 느끼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축제의 비일상적 경험이 일상적 관계를 더욱 긴밀히 느끼도록 하는 셈이다. 현대사회의 축제는 고대의 종교적 신성성보다 세속적 여흥거리로 그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서양의 대표적 축제인 카니발은 본래 기독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축제다. 그러나 현재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니발, 브라질 리우 카니발, 영국 노팅힐 카니발 등은 종교적 의미보다는 종합예술축제 성격이 강하다. 독일 뮌헨 맥주축제, 영국 에든버러 연극제 등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표현하거나 관광상품으로 기능하는 축제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과거부터 단오나 추석 등 민족 고유의 명절을 통해 축제문화를 이어왔다. 불교문화가 융성하면서 팔관회와 연등회 등도 열렸다. 조선시대에는 불교 축제보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산대잡극이 주로 연행됐다. 동네 단위로 동제와 굿이 열려 지역민을 결속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구한말 이후 축제의 전통은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저자는 “일제하에서 고유의 민속놀이는 미신행위로 간주되어서 버려야 할 것으로 강제되었다”라며 “6·25전쟁, 경제난 등으로 ‘지극히 낭비적인’ 축제에는 관심조차 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향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경제력이 상승하면서 여가문화에 관심이 커졌고 지역자치가 강조되면서 지역민 화합을 위한 계기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관 주도, 상부하달식으로 축제가 치러지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지적과 함께 “축제는 스스로의 자긍심과 자부심의 표현이며 축제에 대한 고찰은 곧 삶에 대한 고찰”이라고 말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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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의법 소홀한 국어교육에 자극제 되길”

    “우리나라 회의의 역사는 약 110년에 이릅니다. 하지만 현재 국어교육과정으로는 회의하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는 점이 문제죠.” 회의의 정의와 준비·진행 과정, 유의할 점, 구성원의 역할 등을 정리해 회의하는 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 ‘회의를 잘하는 법’(민지사)이 최근 출간됐다. 책의 저자인 전영우 수원과학대 초빙교수(76)는 “회의는 토론 토의 설명 설득 연설 등이 모두 함께 이뤄지는 토털 스피치”라며 제대로 된 회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전 교수는 1962년 ‘화술의 지식’을 번역하고 1964년 ‘스피치 개론’을 써서 당시 생소했던 화법 연구를 국내에 도입했다. 1954년 서울중앙방송국 라디오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입문한 뒤 동아방송 아나운서실장, KBS 아나운서실장을 지냈으며 수원대 국문학과 교수로도 재직했다. 1991년 ‘한국 근대 토론의 사적 연구’, 2007년 ‘표준 한국어 발음 소사전’ 등을 내면서 쉼 없는 집필과 연구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전 교수는 “30여 년은 실무, 30여 년은 연구라는 두 인생을 살았지만 모두 국어 말하기·듣기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1898년 윤치호가 회의법에 관한 서구의 대표 저작인 헨리 로버트의 ‘룰스 오브 오더’를 번역해 ‘의회통용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했죠. 그 영향을 받아 당시 계몽운동단체인 협성회 세칙과 독립협회 토론회 규칙이 생겼습니다.” 대한제국 말에 소개된 의회통용규칙과 협성회 세칙, 독립협회 토론회 규칙은 이번 새 책에 부록으로 실었다. 당시 도입됐던 회의법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직후 격변기를 거치며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 교수는 “일찍이 윤치호 서재필 등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회의법을 도입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의 국어교육은 회의법은커녕 제대로 된 발음이나 띄워 읽는 법조차 교육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에야 한국에서도 화법이나 회의법, 스피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죠. 한국어를 말하고 듣는 법을 정립하는 데는 앞으로도 수백 년이 필요할 겁니다. 제가 바친 평생의 노력이 그런 관심에 불을 댕기는 역할을 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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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리뷰]눈-귀는 놀라고 심장은 무덤덤

    무용 ‘폴리티컬 마더’무대 ★★★★ 안무 ★★★고막을 찢을 듯 쉴 새 없이 연주되는 헤비메탈, 감전된 사람처럼 온몸을 뒤틀며 무대 위를 휘젓는 무용수, 무대 양 옆에 줄지어 선 백색 조명…. 12, 13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아시아 초연된 호페시 셱터의 ‘폴리티컬 마더’는 약 70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에게 최대한의 시청각적 자극을 안겨주려 숨 가쁘게 달렸다.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 일본 사무라이로 분장한 무용수가 긴 칼로 할복자살하는 장면이었다. “국가와 같은 공적 존재와 개인이 갈등을 겪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안무가의 의도를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셱터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2008년 영국비평가협회 선정 최우수 현대무용 안무상을 수상한 젊은 안무가. 그의 첫 전막 작품인 ‘폴리티컬 마더’는 할머니의 전쟁 체험을 모티브로 했다. 무대 안쪽에 설치된 2층 구조물 위층에는 록 뮤지션들과 독재자를 연상시키는 인물이, 아래층에는 군복을 입은 드러머들이 자리 잡았다. 드럼과 기타, 독재자의 거친 고함소리가 폭격처럼 무대를 두들겼다. 드럼 연주자로 활동했고 작품에 사용할 음악을 직접 작곡하는 셱터는 음악을 통해 능숙하게 작품의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무용수들은 커다란 집중력으로 에너지를 응축한 채 웅크린 등, 제멋대로 늘어뜨린 팔과 다리로 힘없는 이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공연 말미, 2층 무대 중앙에 ‘Where there is pressure, there is folk dance(억압이 있는 곳에 전통무용이 있다)’라는 문구가 드러나고, 무용수들은 문구 아래 늘어선 채 굳게 잡은 손을 들어올렸다. 억압이 있는 곳에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저항이 있었으며 춤이라는 형태로 분출되기도 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공적 권력의 폭력에 희생당해 온 사람들의 역사’라는 거대한 주제를 담기에 70분이라는 시간은 적당하지 않았다. 강렬한 이미지만으로 채우기에는 길고, 기승전결을 갖추기엔 짧았다. 충격적이지만 비슷한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불필요한 반복으로 느껴졌다. 핵심 주제를 춤이 아니라 직설적인 글귀로 표현했던 점도 아쉬웠다. 록 콘서트 같은 짜릿한 흥분은 안겨 주었으나 극적 완결성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기는 공연이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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