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무더위 녹인 50명의 꼬마들 앙증맞은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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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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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호두까기 인형’
아역 무용수 ★★★★ 성인 무용수 ★★★ 연출 ★★☆

사진 제공 팩토리안
사진 제공 팩토리안
‘8월의 크리스마스.’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관객을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나라로 초대하는 신선한 무대였다. 크리스토퍼 스토웰이 이끄는 미국 오리건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첫 내한공연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5일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한겨울의 축제를 ‘한여름 밤의 꿈’으로 탈바꿈시켰기 때문만은 아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호두까기’는 1892년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를 원작으로 차이콥스키 음악, 이바노프와 프티파 안무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120여 년 동안 연말 발레 무대를 장식해 왔다. 국내에서도 12월이면 여러 발레단이 경쟁적으로 이 작품을 공연했다.

이번 무대는 무엇보다 조지 발란신이 안무한 ‘호두까기’가 미국 발레단에 의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첫 번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조지 발란신은 ‘미국 발레의 아버지’로 꼽힌다. 조지 발란신 버전의 ‘호두까기’는 특히 어린이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성인 무용수들이 주역을 맡는 다른 버전과 달리 50여 명의 어린이 무용수들이 출연해 다양한 배역과 극의 흐름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레의 두 번째 의미는 한국 최고의 ‘꼬마 발레 무용수’들이 출연했다는 것이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소속 발레 무용수 50명이 오리건발레단 성인 무용수 50명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어린 마리와 왕자(호두까기 인형) 역을 각각 맡은 이고은과 전준혁은 깜찍한 연기와 춤으로 사탕 요정 역의 캐시 마르투자와 호흡을 맞추며 극의 흐름을 훌륭히 이끌어 나갔다. 전체적으로 앙증맞은 꼬마 발레리나들의 몸짓이 눈에 띄는 무대였다.

미국 오리건발레단 무용수들은 정상급 스타는 아니었지만 한국 발레의 미래를 걸머진 샛별들을 ‘부모처럼’ 잘 이끌어주었다. 마법사의 마술에 의해 커지는 대형 트리와 환상적인 눈송이 장면 등 안무 못지않게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와 의상 디자인도 돋보였다. 그러나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보다도 행복감을 준 것은 어린 무용수들이었다. 한국 발레의 미래를 짊어진 아이들이 한껏 기량을 뽐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저들 중에서 제2, 제3의 강수진, 서희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장선희 세종대 무용과 교수

:i: 2만∼12만 원.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44-1681, www.thenutcrac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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